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도웰 교수의 머리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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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도웰 교수의 머리 책 표지

 


 

8. 하늘과 땅 

 

톰의 논거는 브리케를 설득하지 못했다. 

브리케는 분방하다 못해 난잡할 정도로 생활하면서도 열렬한 가톨릭 신자였다. 상당히 요란하게 사는 바람에 무덤 저편의 존재를 생각할 시간도 없었을 뿐 아니라 성당에 다닐 시간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주입된 종교성이 그녀 안에 단단히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종교성의 씨앗이 움을 틔우기에 가장 적당한 순간이 다가온 듯싶었다. 그녀의 지금 생활은 끔찍한 것이지만, 죽음은 (두 번째 죽을 가능성은) 그녀를 한층 더 놀라게 했다. 밤마다 저승의 악몽에 시달렸다.

지옥불의 넘실거리는 화염이 어른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죄 많은 육체가 거대한 불판 위에서 튀김 당하는 것을 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소리가 나도록 이빨을 부닥치고 헐떡이면서 악몽에서 깨어났다. 호흡이 더 힘들어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곤 했다. 흥분된 뇌가 산소를 더 많이 요구했지만, 그녀에겐 심장이 없었다. 신체 모든 기관에 필요한 용량의 혈액 공급을 아주 이상적으로 조절하는 살아 있는 모터가 없었다. 그녀는 자기네 방에서 당직하는 존을 깨우려고 소리를 질러 보았다. 그러나 잦은 호출에 싫증이 난 존은 다만 몇 시간이라도 숙면을 취하려는 욕심에서 코른 교수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머리들의 밸브를 잠가두곤 했다. 

브리케가 물에서 나온 물고기처럼 입을 벌리고 소리쳐 보았지만, 그 비명은 죽기 전 물고기의 하품보다도 더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방안에는 키메라들의 검은 그림자가 여전히 돌아다니고, 지옥불이 그들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그것들은 그녀에게 바짝 다가들어 무시무시한 손톱 달린 앞발을 내뻗었다. 브리케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여전히 그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마치 자기 심장이 오그라들고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이미 심장이 없는데도!)

 

그녀의 입술이 소리 없이 달싹거렸다. 

“하느님, 하느님, 당신의 종을 과연 용서하지 않는단 말인가요, 당신은 전능하시고, 당신의 자비는 끝이 없어요. 죄를 많이 지었지만, 그게 과연 내 잘못인가요? 그런 일들이 왜 벌어졌는지, 당신께서는 알고 계시지 않나요? 나는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에게 선을 가르칠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난 배를 곯았어요. 도와 달라고 당신에게 얼마나 많이 빌었던가요. 신이여, 노여워 말아요, 당신을 탓하는 건 아니에요.” 

혹여 신성모독의 죄를 짓는 건 아닌지 겁을 내면서도 묵언의 기도를 계속했다. 

“내 잘못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자비를 베푸시어 나를 연옥으로 보낼 수도 있잖아요... 지옥에만 보내지 않으면 돼요! 난 무서워서 죽을 거예요… 아아, 근데, 이런 바보, 거기서는 아무도 죽지 않잖아!” 

그러고는 순진한 기도를 다시 시작했다. 

 

톰도 단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지옥의 악몽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그를 괴롭힌 것은 땅에 대한 회한이었다. 불과 몇 달 전 고향마을을 떠났다. 소중한 것을 다 뒤로 하고 구운 과자가 담긴 작은 보따리와 꿈 하나만을 챙겨 들고. 그의 꿈은 도시에서 열심히 벌어 땅뙈기 살 돈을 모으는 것이었다. 그러면 볼이 예쁘고 건강한 마리하고 혼인할 거야… 아아, 그때는 그녀의 아버지도 둘의 혼인을 반대하지 않겠지.

한데 이제 모든 게 무너졌어… 예기치 않은 감옥의 흰 벽에서 그는 농장을 보고 명랑하고 건강한 여인을 보았다. 여인은 마리와 똑 닮았으며 암소 젖을 짜고 있었다. 그러나 톰 대신 다른 남자가 닭들이 부산을 떠는 마당으로 말고삐를 잡아끌고 있지 않은가. 아아, 그는, 톰은 죽고 파괴됐고, 그의 머리는 까마귀 쫒는 허수아비 같은 말뚝 위에 꽂혀 있지 않은가. 그의 강한 손과 건장한 몸통은 어디 있단 말인가? 

절망에 빠진 톰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더니 나직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눈물이 유리판 위로 뚝뚝 떨어졌다. 

 

“이게 뭐지? 어디서 이런 물이 생겼을까?”

아침 청소 때 로랑이 놀라서 물었다. 존이 공기 밸브를 진작 열어놓은 상태지만, 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로랑을 불쾌하고 사나운 눈길로 응시하다가, 그녀가 브리케의 머리 쪽으로 발을 옮기자 그 뒤에 대고 나직하게 쉰 소리로 으르렁댔다. 

“살인자!” 

그는 자신을 깔아뭉갠 운전수를 벌써 잊은 채 분노를 주변 사람들에게 퍼부었다. 

“뭐라고 했지요, 톰?” 

로랑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톰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분노를 감추지 않은 두 눈으로 쏘아볼 뿐이었다. 로랑이 놀라서 톰의 기분이 왜 저렇게 됐는지 존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브리케가 이미 그녀의 눈길을 낚아챘다. 

 

“내 코 오른쪽을 좀 긁어 줄래요? 내 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종기가 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려울까? 거울을 건네줘요.”

로랑이 브리케의 머리에게 거울을 가져다주었다. 

“안 보이니까 오른쪽으로 돌리세요. 조금 더… 그래, 됐어요. 아직 미모가 남아 있어. 콜드크림을 바를까요?” 

로랑이 꾹 참고 크림을 발라 주었다.

“그래, 그렇게. 이제 파운데이션을 두드려 줘요. 고마워요… 로랑, 당신에게 뭐 하나...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러세요.”

“만약… 죄가 아주 많은 사람이 성직자에게 고백하고 참회한다면, 그런 사람도 속죄를 받고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럴 수 있지요.” 

 

로랑이 브리케의 머리를 다듬어 주다.

 

로랑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브리케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난 지옥의 고통이 너무 겁나요… 부탁인데, 큐레(*curé. 가톨릭 주임사제)를 나한테 모셔다 주세요… 난 기독교인으로 죽고 싶어…”

브리케의 머리가 죽어가는 수난자의 형상을 띠고 두 눈을 위로 홱 뒤집었다. 그러더니 금방 눈을 내리깔며 소리쳤다. 

“당신 원피스는 정말 흥미롭게 지었군요! 이게 최신 유행인가요? 패션잡지들을 가져다 달라고 한 지가 오래 됐는데.” 

브리케의 생각이 지상의 관심거리로 돌아왔다. 

“옷자락이 짧아… 미니스커트를 입을 때는 예쁜 다리가 아주 어울려요. 내 다리! 내 불쌍한 다리! 당신은 내 다리를 봤나요? 아아, 내가 춤을 출 때면 그 다리 때문에 남자들이 넋을 잃곤 했지요!”

 

코른 교수가 들어왔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떻소?” 

상태를 묻는 말에 브리케가 호소하고 나섰다. 

“들어 보세요, 교수님. 난 이렇게는 살 수 없어요. 나한테 누구 몸이라도 달아 줘야 해요. 이전에도 간청했는데, 이제 또 하는 거예요. 정말 부탁이에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난 믿어요…”

‘빌어먹을, 안 될 게 뭐야?’ 

코른 교수에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몸통에서 떼어낸 사람 머리를 소생시킨다는 명성을 그가 다 자신에게 돌리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이 성공적인 실험이 도웰 교수의 업적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도웰보다 더 앞서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두 명의 죽은 사람들에서 하나의 산 사람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거창할 거야!’

 

그게 성공만 한다면 모든 영광과 명성을 코른 한 사람이 떳떳하게 차지할 터였다. 그렇긴 해도 도웰의 머리가 베푸지도와 가르침을 아직은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이 점을 확실하게 생각해야 돼.’ 

“당신은 아직도 춤추기를 갈망하오?” 

생각을 멈춘 코른이 웃으면서 시가 연기를 브리케 머리에 내뿜었다. 

 

“원하냐구요? 난 밤낮으로 춤을 출 거예요. 풍차처럼 손을 흔들고 나비처럼 날면서… 몸통을,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나한테 붙여 주세요!”

“하지만 꼭 여자 몸이라야 되오? 원하기만 한다면 남자 몸통이라도 줄 수 있지.”

코른이 놀리듯이 말하자, 브리케가 경악하여 쳐다봤다. 

“남자 몸통이라구요? 남자 몸통 위에 있는 여자 머리라니! 아니, 안 돼요, 너무 볼썽사나운 꼴이 될 거예요! 옷 입는 것조차 곤란하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미 여자가 아닐 거요. 남자로 바뀌는 게지. 당신한테서는 콧수염과 구레나룻이 자라고 목소리도 달라질 거야. 남자로 바뀌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요? 많은 여성들이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데.”

“그런 여자들은 아마 남자들의 눈길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 여자들이야 남자로 바뀌면 좋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난 그럴 필요가 없어요.” 

브리케가 예쁜 눈썹을 보란 듯이 꿈틀거렸다.

“그래, 뜻대로 하시오. 당신은 여자로 남게 될 거요. 당신에게 어울리는 몸통을 찾도록 하리다.”

“오, 교수님, 난 한없이 감사할 겁니다. 오늘 할 수는 없나요? 상상만 해도 좋아요, 다시 ‘샤누아’로 돌아가면 인기가 절정에 오를 텐데…”

“그렇게 빨리 되는 일이 아니오.”

브리케가 계속 입을 놀려댔지만, 코른은 이미 톰의 머리 쪽으로 발을 옮겼다.

“어떤가요, 친구?”

톰은 교수와 브리케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생각에 골똘한 그는 코른을 무뚝뚝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코른 교수가 새 몸통을 주겠다고 약속한 뒤 브리케의 기분이 확 달라졌다. 더 이상 지옥의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다. 무덤 저편 존재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생각은 곧 맞이할 새로운 지상의 삶에 온통 빠져들었다. 

거울을 보면서 자기 얼굴이 마르고 피부가 누런빛을 띠었다는 사실에 염려했다. 전발을 해 달라, 머리 모양을 만들어 달라, 얼굴에 크림을 발라 달라, 요구하면서 로랑을 지치게 만들었다.

 

“교수님, 내가 정말 이렇게 마르고 누렇게 뜬 상태로 있어야 하나요?” 

코른 교수를 보자마자 그녀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예전보다 더 예뻐질 거요.” 

그가 위로했다. 교수가 나가자 새로운 요구를 내놓았다.  

“아니야, 화장해 봤자 소용없어. 이건 자기기만일 뿐이야. 마드무아젤 로랑, 냉수로 샤워하고 마사지를 해요. 눈가와 코에서 입술 부위까지 뾰루지들이 새로 생겼네요. 마사지를 잘 받으면 없어지지 않겠어요? 내 여자 친구 하나는… 이런,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 그래, 드레스 지을 잿빛 비단을 찾았나요? 나한테는 잿빛이 아주 잘 어울릴 거예요. 아, 패션 잡지들을 가져왔어요? 아주 좋아요! 아직 치수를 잴 수 없다니, 정말 아쉽군요. 어떤 몸통이 내 것이 될지 난 몰라요. 키가 늘씬하고 허리가 잘록한 몸통을 준다면 좋을 텐데… 잡지를 펼치세요.”

그녀가 아름다운 여성 의상의 비밀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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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은 도웰 교수의 머리를 잊지 않았다. 이전처럼 머리를 돌보고 아침마다 독서를 도왔지만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한데 아직도 도웰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로랑은 갈수록 더 지치고 신경이 예민해졌다. 브리케의 머리가 그녀를 잠시도 편안히 놓아두지 않았다. 

어떤 때는 도웰의 독서를 돕다가도 비명을 듣고 달려가야 했는데, 하찮은 일로 브리케가 법석을 떨었다는 것을 알고는 은근히 부아가 나기도 했다. 아래로 처진 머리채를 고쳐 달라, 로랑이 의상실에 가 봤는지 대답해 달라는 둥. 

“하지만 당신은 아직 몸통 사이즈를 모르잖아요.” 

로랑이 화를 참으며 대답하고는 머리채를 올려놓고 도웰의 머리로 서둘러 돌아왔다.

 

코른이 과감한 수술을 시도하기로 작정했다. 

복잡한 수술을 열심히 준비했다. 그는 도웰 교수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곤 했다. 도웰의 조언이 없이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도웰은 코른이 생각지도 못했지만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려움 몇 가지를 지적하며 짐승들을 대상으로 사전 실험을 몇 차례 해 보라고 조언하고 그 실험들을 직접 지도했다. 그리고 (도웰의 지력이 그러했다.) 그 자신도 예정된 실험에 강하게 호기심을 보였다. 도웰의 머리가 활기를 띄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사유가 지극히 선명하게 작동했다.

코른은 도웰의 지대한 도움에 만족하기도 하고 불만이기도 했다. 작업 진도가 더 나갈수록 도웰이 없이는 도저히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이 새로운 실험을 자신이 실행한다는 점 하나로 위안을 삼았다. 

 

한번은 도웰의 머리가 약간 빈정대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죽은 도웰 교수의 좋은 후계자요. 아아, 내가 이 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부탁도 암시도 아니었다. 도웰의 머리는 코른이 자기에게 새로운 몸통을 주기 원치 않으며 주지 않을 것임을 훤히 알고 있었다.

코른이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그 탄식을 못 들은 체하면서 말을 돌렸다. 

“자, 짐승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나는 개 두 마리를 수술했지요. 머리통들을 절단한 뒤 한 머리통을 다른 몸통에 접합시켰지요. 둘 다 건강하고, 목 부위의 봉합도 아물어 갑니다.”

“영양 공급은?” 

머리가 물었다. 

“아직은 내 손으로 먹이지요. 요오드를 섞은 용액을 살균해서 입으로 넣어요. 하지만 곧 영양 공급이 정상적으로 될 겁니다.”

 

며칠 지나서 코른이 알렸다. 

“개들의 영양 공급이 정상화됐습니다. 붕대를 다 풀었고, 내 생각에 이틀쯤 지나면 뛰어 다닐 겁니다.” 

“일주일 정도는 기다리시오. 젊은 개들은 머리를 심하게 흔들기 때문에 봉합이 터질 수 있소. 서둘러 강행하지 말아요.”

‘당신이 월계관을 쓰게 될 거요.’ 하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머리가 꾹 참았다. 

“한 가지 더. 개들을 서로 다른 곳에 두시오. 한 군데 두면 싸우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마침내 그날이 왔다. 코른 교수가 의기양양한 낯빛으로 검은 머리통에 흰 몸통이 달린 개를 끌고 도웰의 머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개는 상태가 좋아 보였다. 두 눈이 살아 있고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개가 도웰의 머리를 보더니 갑자기 털을 곤두세우고 으르렁대다가 야생의 소리로 짖어댔다. 보기 드문 장면에 놀라 겁을 먹은 모양이다. 

 

코른 교수가 개를 데리고 도웰의 머리가 있는 방에 오다.

 

“개를 데리고 한 바퀴 돌아 보시오.” 

머리의 지시에 따라 코른이 개를 끌고 방을 한 바퀴 돌았다. 도웰의 노련하고 예리한 눈이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한데 이건 왜 그렇소? 개가 왼쪽 뒷다리를 좀 절뚝이는구려. 짖는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코른이 당황하여 변명했다.

“이 개는 수술 전에도 다리를 절었지요. 부러졌었습니다.”

“겉보기에는 변형이 보이지 않는데, 애석하게도 내가 만져서 살필 수는 없구려. 건강한 개 한 쌍을 구할 수는 없었단 말이오?”

머리의 목소리에 의구심이 담겼다.

“나한테는 그 무엇도 숨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동료. 아마도 소생 수술을 오래 끄는 바람에 심장 활동과 호흡의 정지가 ‘죽은 상태’를 너무 길게 잡아두었을 것이오. 그렇게 되면, 내 실험들을 통해 당신도 알다시피, 새로운 시스템의 기능이 훼손되는 경우가 더러 있소. 하지만 염려할 건 없지. 그런 현상은 사라질 수 있으니까. 단지, 브리케가 두 다리를 절뚝거리게 하지는 않도록 하시오.” 

 

코른이 발끈했지만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는 머리통 안에 이전의 도웰 교수가, 직설적이고 꼼꼼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혼자 생각으로 분풀이를 했다.

‘기분 상하게 만드는군! 펑크 난 타이어처럼 쉭쉭 거리는 이 머리통이 여전히 나를 가르치고 내 실수를 조롱하려 들다니. 그런데 난 그 가르침을 초등학생처럼 경청해야 하고… 밸브를 돌리기만 하면 이 썩은 호박덩어리에서 영혼이 달아날 것을…’

그러면서도 불쾌한 기분을 감춘 채 조언 몇 가지를 주의 깊게 듣고는 고개를 숙였다. 

“지적에 감사합니다.”

 

방에서 나오자 그가 다시 우쭐거리며 자신을 위로했다. 

‘아니야, 실험은 훌륭하게 됐어. 도웰의 비위를 맞추기가 그리 쉽지는 않지. 개가 다리를 절뚝거리고 짖는 소리가 다듬어지지 않은 것 따위야 다른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브리케의 머리가 놓인 방을 지나치다가 걸음을 멈추고 데리고 있던 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마드무아젤 브리케, 당신 소망이 곧 이뤄질 거요. 이 개가 보이지? 이놈은 당신처럼 몸통이 없는 머리였어. 근데, 봐요, 이렇게 살아 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뛰어 다니고 있잖소.”

“나는 개가 아니에요.” 

브리케의 머리가 뾰로통하여 대꾸했다. 

“하지만 이건 필수적인 실험이오. 개들이 새로운 몸뚱이에서 살아났다면, 당신도 살아날 것이야.”

“하필이면 왜 개를 들먹이는지 모르겠어요.” - 브리케가 고집스레 말을 잘랐다. “내가 개한테 볼 일은 전혀 없어요. 차라리 내가 언제 소생할지 말해 주세요. 나를 빨리 살려내는 대신에 개들만 만지작거리다니.”

 

코른이 말이 안 통한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면서도 여전히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제 금방 될 거야. 어울리는 시체를... 아니, 그러니까, 몸통을 찾기만 하면 돼. 그러면 당신은 흔히 말하듯이 완전한 형태가 되는 거요.”

개를 데려다 놓고 코른이 자를 들고 와서 브리케 머리의 목둘레를 꼼꼼히 쟀다. 

“삼십육 센티미터로군.” 

“맙소사, 내가 그렇게 말랐어요?” - 브리케가 놀라 소리쳤다. “삼십팔이었는데. 내가 신는 구두 사이즈는…”

 

그러나 코른은 그 말을 다 듣지 않은 채 자기 서재로 달려갔다. 책상 앞에 앉기도 전에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문이 열리고 로랑이 들어섰다. 평온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얼굴에는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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