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12. 어떤 사건의 원인을 한 가지만 볼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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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3부. 마인드의 환상/착각 > ... )

  12. 단일한 원인이라는 환상  

 

 우리는 세상사를 인과관계로 보는 데 익숙하다

내가 어떤 물건을 밀치면, 그건 넘어질 것이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태양이 비치기 때문에 덥다. 

이건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카르마 - 인과적 사건들의 사슬. 행동, 시간, 결과

세상에 대한 그런 시각에 우린 익숙하다.

하지만 또 우리는 어떤 사건에 한 가지 원인만 있다는, 하나의 제한되고 환상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이유는 거기에 새가 앉았기 때문이다. 혹은 이런 예도 보자. 전깃줄이 끊어진 것은 태풍 때문이다. 

 

이 세상의 인과관계를 그렇게 보는 건 다소 좁은 안목이다. 그런 시각에 국한돼 있다 보면, 우리네 삶의 흐름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세상 모든 과정이 서로 작용하여 이뤄진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 문제를 다뤄보자. 

 

내가 책상에 놓인 연필을 쥐어 바닥에 던진다고 치자. 연필은 당연히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질문 – 이 연필은 왜 바닥에 떨어졌나? 첫 번째 자연스러운 대답은 내가 그걸 놓았으니까 떨어졌다는 것이겠다. 그렇다. 하지만, 중력이 없다면 연필이 떨어졌을까? 

알고 보니, 연필이 떨어진 데는 적어도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1) 손에 쥔 것을 놓아주고

2) 연필에 중력이 작용했다. 

 

하지만, 난 왜 연필을 놓았을까? 왜냐하면, ‘단일한 원인이라는 환상’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물건을 쥐었다가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단일한 원인의 환상’이라는 원칙을 당신에게 보여주기 원하나?

왜냐하면, 당신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이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지식을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건을 쥐었다가 놓는 능력은 어떻게 나한테 생겼나?

어린 시절 부모가 나에게 가르쳐 주어서, 이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람에겐 여느 동물처럼 반사적으로 쥐는 행동이 (*grasp reflex)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물체나 대상을 본능적으로 꽉 움켜쥐다.
Grasp Reflex (움켜쥐는 반사, 반사적으로 움켜쥐는 행동/본능) - 갓난애가 두 손으로 엄마를 잡을 때 나타나며, 그 쥐는 강도는 아기를 그대로 들어올릴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이런 현상은 생후 3-4개월까지 나타났다가 점차 약해진다. 그 이후, 나이가 더 들어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신경성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이제 보라.

물건을 쥐고 놓는 법을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 연필로 시연할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면 이 연필이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관객으로서 당신이 여기에 없다면, 연필 시연을 보여줄 동기도 없고, 그러면 연필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열거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도 없었다면, 연필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연필이 떨어진 데에는 저렇게 여러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또 다른 원인이 많이 있음을 당신은 이제 짐작했을 텐데, 지루해질까 봐 여기서 생략한다. 

 

또 나는 여러 원인을 계속 규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수준에서 멈췄다.

예를 들어, (움켜쥐기 반사, grasp reflex) 반사적으로 쥐는 행동이 왜 나한테 있는 것일까?

나의 유전적 조상들이 생존하기 위해 주변 공간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건 또 왜 그랬을까? 왜냐하면, 그때는 포식자들로 득실거리는, 공격적인 자연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때는 왜 포식자들이 있었나?

왜냐하면, 자연도태가 그렇게 작동하여 가장 강한 것만이 살아남았으니까. 

 

곧, 연필이 바닥에 떨어진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오랜 옛날에 사람들이 포식자들이 있는 야생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반사적으로 움켜쥐는 행동은 (grasp reflex는)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연필을 쥐었다가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연필을 손으로 쥐고 시연해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필이 바닥에 떨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우리가 열거한 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보자.

대략적인 도표는 이런 식이다. 

하나의 사건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의 관계가 어떤 계층적 도식으로 드러났다. 이 시스템의 각 수준에서 한 가지 요인이 여기 다이어그램에서는 또 다른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 실상은 훨씬 더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내가 물체를 손으로 쥐었다가 놓을 수 있는 것은…

1) 반사적으로 움켜쥐는 본능을 물려받고

2) 부모의 가르침도 있는 데다가

3) 나한테 손가락들이 있으며

4) 손과 물체 사이에 마찰력이 있고

5) 손을 제어하는 근육이 있다는 사실 외에도

6) 훨씬 더 많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

각 수준의 다른 요인들에 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 

 

각 수준에서 요인의 수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라. 수준의 수효 역시 (‘신에 의한 세상 창조’나 ‘빅뱅의 결과 세상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각자 편한 대로) 잠재적으로는 무한하다는 점에 주목하라, 

알고 보니… 이 연필이 지금 바닥에 떨어지기 위해서는 사실상 우주 전체가 이 일이 일어나게끔 항상 작동한 것이더라. 이 무한한 계층 구조에서 한 요인이라도 없었다면, 어떤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점에 다시금 주목하자. 

 

이 계층 구조를 더 발전시키면 이론적으로는 태양광 같은 요인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햇빛이 다른 어떤 요인에 영향을 미치고, 이 다른 요인이 또 다른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연필이 떨어지는’ 사건에 우리가 계층적으로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 연필이 떨어진 원인은 태양광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말을 비슷하게 적용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금방 여기서 내린 결론 몇 가지를 요약해 보자. 
1. 어떤 사건이든 그 원인 요소는 얼핏 보듯이 한 가지가 아니라 무수히 많다. 
2. 수많은 원인 요소 가운데서 한 가지라도 빠진다면, 그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3. 요인들은 계층 구조로 배열돼 있어서, 어떤 요인들이 다른 요인들의 존재에 필요조건이 된다. 

 

이제 어떤 특정한 사건이 세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자.

내가 바닥에 떨어뜨린 연필을 계속 예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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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당신은 보고 듣는 사람으로서 이 사건을 보고, 이 사건은 당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낙하의 결과 바닥에 부딪히면서 연필 몸통에 금이 갔다. 연필 떨어지는 것을 당신이 보았기 때문에, 또 내가 연필 낙하의 원인을 얘기했기 때문에, 당신은 이걸 기억하고 친구들에게 얘기했다. 

목격자 중 한 사람인 영희가 친구 철수에게 연필 낙하에 관해 얘기해 주자, 전공이 경제지만 철학적 단상을 좋아하는 철수는 세상 구조와 그 안에서 인간의 위치에 관해 숙고하게 됐다. 이 때문에 철수가 1년 뒤 직업을 바꾸고 편력하는 데르비시(dervish)가 되어 존재의 우연함에 관한 책을 썼는데, 그것이 히트를 쳤다. 이제 해원이란 여성이 철수의 책을 읽고 선원(禪院)에 들어가 2020년도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 이 연필이 지금 바닥에 떨어진 결과가 2020년도 해원의 깨달음이다.

지금 이 사건이 없다면, 영희는 이것을 못 보고 친구 철수에게 얘기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철수는 직업을 바꾸지 않고 데르비시가 되지 않았을 것이며 책을 쓰지도 않았겠지. 그러면 해원이 깨달음을 얻지도 못했을 테고. 

 

연필이 떨어지면서 금이 갔기 때문에, 이틀 뒤 연필심이 부러졌다. 이때 나는 비전(秘傳)을 논하는 밀교 회의에 참석했는데, 유일한 필기도구가 이 연필이었다. 그게 부러진 줄 몰랐기에, 의식(意識)의 본질에 관해 중요한 생각을 기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옆 사람에게 볼펜을 빌려 달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참선의 대가였다. 이 인연으로 나는 그한테서 참선을 배우게 됐고, 아예 일본으로 이주했다.

곧, 연필이 떨어진 또 다른 결과는 내가 2년 뒤 일본에 정착한 것이다. 

 

연필을 떨어뜨린 결과가 물론 지금 예시한 저 둘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편의상 두 가지만 들었을 뿐이다. 연필심이 부러져서 연필을 쓸 수 없게 된 것도 직접적인 결과로 꼽을 수 있다. 

 

여기 제시한 여러 결과는 예를 들기 위해 내가 생각해 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물론 세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건들도 있다. 그런 사건의 결과는 점차 제로가 된다.

예를 들어, 새의 지저귐이 창밖에서 들려온다. 물론, 이 지저귐이 세상에 거의 영향 미치지 못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를 들어, 지나가던 시인이 이 지저귐을 듣고 시를 지었는데, 그것이 나중에 모든 사람 입에 오르게 되고, 이것이 3차 대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지 누가 알겠나. 세상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물론 있다. 예를 들면, LSD 발견, 일본 후쿠시마 원폭 투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결론을 내리자.

세상 모든 사건은 무한히 많은 결과를 낳는다.

왜 무한하다고 하냐면, 이 사건의 결과인 여느 사건이 그 자체로 사건이며, 거기에도 또 결과들의 사슬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는데, 이것도 결과들의 계층 구조로 그릴 수 있다. 

두 계층 구조를, 즉, 어떤 사건을 촉발하는 요인들의 계층 구조와 그 사건의 결과들의 계층 구조를 비교한다면,

모든 사건에는 그것을 촉발하는 숱한 요인과 (즉, 원인과) 무수히 많은 결과가 (혹은, 파장이) 있음이 드러난다.

이때 우리는 사건들이 서로 영향 미치는 도식을 대략 이렇게 얻을 수 있다. 

 

이 도표는 그저 도표이며, 세상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모델일 뿐이다. 다른 여느 모델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반영하지 않으며 실재의 어떤 측면을 가리킬 뿐이다. 이 모델은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공통 공간으로서) 객관적 세계의 구조를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이 모델을 보면 여기 담긴 근본 생각이 저절로 이해될 것이다.

즉, 모든 사건은 서로 연관되고 얽혀 있다는…

 

모든 사건은, 하다못해 하찮게 보이는 것도, 이 세상에서 상호 의존 네트워크의 필수 요소이다. 세상 모든 사건은, 온 세상은, 단일한 하나처럼 작동한다. 이것을 사건들의 단일 캔버스라 부를 수 있다. 온 세상이, 온 우주가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게끔 이끌어왔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는 것은) 사건들 사슬에서 필수 연결 고리이며, 이 고리가 일어나야 할 결과들을 일어나게 할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런저런 사건의 결과가 무엇일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모든 것을 평범한 인간 마인드가 단번에 커버하기에는 모든 게 상당히 복잡하다. 아니, 아예 불가능하다!

스스로 판단해 보라. 사건들의 발전과 상호관계의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이 생각을 확실히 알아보자. 이 시나리오는 허구지만 실제로도 아주 가능다. 

 

젊은이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오늘 아침 그는 우연히 티브이에서 껌 광고를 보았다.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왜냐면 좋아하는 여배우가 등장한 데다가 광고가 선명해서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 젊은이가 거리를 간다, 얼마 전 세워진 가판대를 지나치다가 그 껌을 보았다. 그 껌이 눈길에 들어온 것은, 광고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한번 맛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판대 주인도 이 껌 광고를 보고 이 껌이 잘 팔리리라 여겼다, 왜냐면 광고 모델로 나온 여배우를 그도 좋아하고 광고도 잘 만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즉, 구매 수요가 제법 있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제 껌을 주문하여 가판대에 내놓았다. 
지나가던 젊은이가 호기심 가는 껌을 사려고 가판대로 다가갔다. 그때 판매인의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껌을 금방 내줄 수 없었다. 젊은이가 잠깐 기다리는 차에 친한 친구가 지나갔다. 오랫동안 못 본 얼굴이기에 껌 사는 건 잊고 친구를 따라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이 이야기에서 모든 사건이 서로 얽히고 연관된다는 점이 충분히 이해된다. 여러 사건 가운데 하나라도 없다면 이 이야기는 다른 쪽으로 흘렀을 것이다. 

이제, 다른 사건들을 연쇄적으로 야기하고 유발하는 사건들이 세상에서 동시에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세상 사건들의 이 거대한 캔버스는 우주 전체와 같다.
이 삶의 캔버스에 우리 각자는 자신의 몫을 조금씩 집어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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