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에]를 [애]에 가깝게 소리 내기. 예를 들어, [세 개]를 [새 개]로, [체념]을 [채념]으로. [계기]를 [게기]로... *[연예인]을 [연애인]으로 소리 내기. 이런 현상은 아래턱과 혀 같은 조음기관이 게으르기 때문에 생긴다. [연애인] 경우에는 장단모음을 무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
예를 들어, [이해하다]를 [이애하다] 식으로. [남한의]를 [남안의], [솔직히]를 [솔직이] 등.
*자음 소리들은 장단 모음을 제대로 지키면 대체로 어렵지 않게 소리 내게 된다.
이런 문장으로 연습해 보자.
"오해 대신 원활하게 이해하는 한 해를 함께 하도록 힘을 합칩시다."
6. 불명확하게 하는 말
많은 화자들의 말이 명확하게 귀에 쏙쏙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면, 목소리가 어구 끝에서 낮아지니까. 그럴 때마다 마지막 소리를, 심지어 마지막 두세 개 소리를 청자들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주의 깊게 들으면서 맥락을 알면 짐작하기가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스피커는 청자가 맥락과 상관없이 쉽게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소리를 명확하게 낸다. 화자로서는 호흡과 조음기관 가동에 유념해야 한다.
7. 무겁고 굼뜬 스피치
성직자들한테서 자주 보이는, 느려 터진(?) 화법은 <그리 잘 다듬지 못한 모음들 + 다소 묵직한 목소리 내기 + 불명확하게 내는 자음들>에 기인한다.
교사들은 종종 그 반대의 오류를 범한다. 말의 명료함을 키우려고 자음 소리들을 지나치게 열심히 조음한 결과, 말의 가락이 살지 못한다. 단조롭게 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 2차 대전에서 히틀러를 누른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전(前) GE 최고경영자 잭 웰치…
이들의 공통점은 말을 더듬었다는 점.
그럼에도 이들은 어려서부터 시작된 말더듬이란 언어 결함을 극복하고 각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인물이 됐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과연 말더듬 환자 중 이들 같은 성공적인 사례가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말더듬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소통에서 배제되고 심리적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으니까. 언어치료학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말더듬(Stuttering)으로 고생하는 인구는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말더듬은 일종의 유창성 장애. 즉, 말소리나 낱말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말문이 막혀 다음 말로 부드럽게 이어가기 힘들다. ‘하하하하, 합격’과 같이 한 음을 길게 끌어서 다음 음으로 연결하는 경우, 아빠를 부를 때 ‘아’ 소리만 내고 ‘빠’ 소리를 내지 못한 채 입을 다무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말 더듬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말하는 행위 자체에 공포심이 생기는데, 이로 인해 가볍게 입술을 떨거나 얼굴 근육이 경직되고 발을 구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탈출이나 회피하는 행동을 여러 모로 보이기도 한다.
말더듬으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직장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며 사회생활에 문제를 겪는 사람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A(34)씨는 대학 졸업 후 한 중견 기업에 입사해 1년 정도 근무하다가 말더듬 때문에 사표 내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오륙 년 간 구직 활동을 계속했지만 말더듬으로 인해 번번이 입사에 실패했고, 결국 자신감 결여로 자발적 사회 격리를 택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중ㆍ고교생 가운데 말더듬으로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 등의 피해를 겪는 경우도 언어치료학계에 속속 보고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더듬과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치료나 해결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말더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하는 각종 잘못된 대처는 증상 악화라는 결과까지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료센터를 방문해 말더듬이 호전됐지만, 학교로 돌아간 후 교사가 말더듬 학생에게 발표를 시키면 해당 학생의 공포가 극대화되고 다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말더듬으로 인한 소통 단절 문제 해결에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미국 경우 말더듬 치료사의 60%가 학교에 배치돼 말더듬 학생을 치료할 뿐 아니라 학생과 교사의 교육까지 담당하며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해 말더듬 환자들을 조기 치료하고, 사회적 인식 부족에 따른 2차 피해를 막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헤럴드경제 | 2016.02.14.
*예전에 스크랩해 두었던 기사인데, 본질은 달라진 게 없을 듯싶어 그대로 올렸습니다. 예전에,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데, 다른 여건은 웬만큼 다 괜찮은데, 말을 더듬어서 고민하는 사람을 봤어요. 안타깝더군요. 앞으로 <말더듬 고치는 방법>을 몇 회에 걸쳐 소개하겠습니다.
모세가 여호와께 고하되, 주여 나는 본래 말에 능치 못한 자이며 주께서 종에게 명하신 후에도 그러하니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 (출애굽기 4:10)
이런 사실은 5경의 다른 대목들에도 여러 번 나오는데, 말을 하도 심하게 더듬는 바람에 아우 아론이 도처에서 대신 대중 연설에 나서야 했잖아요? "그가 네 대신 군중에게 말할 것이다. 즉, 그가 너의 입이 될 것이야".
북아프리카 도시국가 키레네의 왕 바트에 관한, 헤로도토스의 이야기와 또 의학적 관점에서도 눈부시게 기술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데모스테네스의 언어 결함에 관한 묘사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바트가 단어의 첫 음절을 여러 번 더듬었다고 적습니다. 여기서 비롯된 그리스 단어 'battarism'은 정신의학에서 말더듬을 가리켜요. 지구 인류 가운데 1%가 말더듬으로 고생한다고 하네요. 7천여 만 명! 남북한 인구와 맞먹습니다.
고대 그리스 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아주 독특하고 감동적인 사례의 주인공입니다.
웅변가가 되려고 결심한 청년 데모스테네스의 말더듬을 플루타르코스가 <영웅전>에서 이렇게 들려줍니다.
그의 첫 연설에 군중은 야유와 비웃음을 보냈다. 빈약한 목소리, 불명료한 발음, 헐떡이는 호흡, 그래서 어구 중에 아무렇게나 휴지를 취하게 되고, 그래서 말의 의미가 흐려지곤 했으니까.
신체적 허약함을 그는 운동으로 극복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불명료한 발음과 혀 짧은 소리를 고치려고 조약돌을 입에 문 채 시를 정확하게 읽는 훈련을 했다. 달리면서 말함으로써 목소리 힘을 키웠다. 언덕을 오르면서 한 호흡에 긴 문장을 소리 내기. 집에 커다란 거울 설치하고 그 앞에서 연습하고 또 하고…
그는 어려서부터 호흡 경련까지 수반할 정도의 심한 말더듬으로 고생했다고 해요. (고대 그리스에서 웅변가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는데, 그런 웅변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청중 앞에 나서는 두려움을 없애고 목소리 힘을 키우기 위해 사납게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웅변을 연습하곤 했어요. 그 결과는 잘 알려져 있지요. 걸출한 웅변가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것.
마릴린 먼로, 로스앤젤레스 지저분한 아파트에서 태어났고, 유년기 때 형편이 좋지 못했어요. 다섯 살 때쯤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런 배우한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 듯싶기도 하지요? 물론 처음엔 어려움이 무척 컸습니다. 짧은 대사마저 NG가 나서 서른 번이나 다시 촬영할 정도로 말이지요.
하지만 여러 해 지나 먼로는 말더듬을 절묘하게 숨기는 방법을 찾아내게 됐습니다. (치유한 게 아니라 말이에요!) 즉, 목소리를 아주 감칠맛 나게 떨었어요. 무슨 소리냐면… 날숨을 세게 내쉬어 말소리를 다소 거세게 내거나, 깔깔 웃거나 고함 지를 때 소리를 툭 내뱉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은근하고 나직한 속삭임으로 바꾸는 겁니다.
말더듬이라는 언어 결함을 감추려 한 노력이 외려 그녀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된 케이스에요! 기음이 섞인 소리 어택을 이용해서 말이죠.
고대 그리스의 중견 정치가로서 조국 위해 평생을 바치고 조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평가를 받지만, 우리한테는 무엇보다도 위대한 웅변가로 다가옵니다.
그의 스피치를 들을 수는 없지만, 문헌의 기록으로 보자면 허풍은 아닌 듯싶고, 외려 감동을 안기는 뭔가가 있어요.
기원 전 384년 아테네에서 태어났고, 부친은 무기 생산 공장을 운영한 재산가였어요. 한데 데모스테네스가 일곱 살 때 부친이 죽으면서, 아들과 5세 딸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교육을 모친과 후견인들이 맡았는데, 후견을 맡은 외삼촌들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가정교사들에게 보수를 주지 않고 두 조카의 양육과 교육에 무심했습니다. 사내애는 신체 발달이 더뎌 허약하게 자랐어요.
데모스테네스가 성인이 되자 후견인들은 그에게 노예들 딸린 저택만 내주고 재산 대부분을 빼돌려 차지했어요. 청년이 처음엔 유산을 돌려 달라고 후견인들 양심에 호소하고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자 강탈 당한 유산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었습니다.(당대 관습대로) 법정에서 직접 성공적으로 싸우려면 아테네의 관습과 법률을 기본적으로 알 필요가 있는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력 있게 잘 말하는 재주였습니다.
젊은 그가 후견인들과 법정에서 다툼을 시작했어요. 재판은 5년이나 걸렸습니다. 후견인들은 갖은 수를 다 쓰면서 책임을 피하려 들었어요. 심지어 데모스테네스 부친의 유언장과 다른 중요한 서류들마저 파기했어요. 그럼에도 결국 데모스테네스가 이기긴 했지만, 유산을 다 돌려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몇 해에 걸쳐 치른, 이 고된 싸움 덕분에 장차 위대한 웅변가로서 바탕과 의지가 단련됐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대중 앞에 서기를 꿈꿨어요.
어린 시절에 당대 유명한 웅변가의 변론을 듣기 위해 법정에 데려가 달라고 가정교사한테 부탁할 정도였어요. 소년은 법정에 모인 군중이 웅변가에게 박수 보내는 것을 보았고, 군중을 사로잡은 달변의 힘에 놀랐습니다. 그 뒤 다른 학업이며 동무들과 어울리기를 다 그만두고 웅변술 연마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웅변가가 되기로 굳게 결심한 겁니다.
그러나 군중 앞에 나서기 전에 다른 소송인들을 위해 법정 연설문 (변론) 쓰기를 배워야 했습니다. 그런 작업에 아테네에서는 후하게 대가를 지불했는데, 청년은 모친과 누이를 부양할 뿐 아니라 돈을 좀 모을 정도로 열심히 잘 해냈습니다. 하지만 변론문 작성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지요. 그는 바탕이 열렬한 애국자였으며 사회활동에 적극 나서기를 꿈꾸었거든요.
웅변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처음에 데모스테네스한테는 결함이 많았습니다.
빈약한 목소리와 짧은 호흡 때문에 웅변술을 연마하다가 도중에 자주 포기했고, 그때마다 방황하다가 또 새로이 시작하곤 했어요. 어려서부터 그의 말에는…
혀짤배기소리 같은 게 있어서 <르> 소리가 제대로 나지 못했고, diction이 깔끔하지 않으며 단어 강세도 잘못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신체에 좀 불균형한 면이 있는 탓에 한쪽 어깨를 자주 흔들었어요.
그런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니…
혀를 기민하고 유연하게 굴리기 위해 입안에 잔돌을 몇 개씩 넣은 채 명료하고 우렁차게 말하는 연습을 수없이 시도했고, 목소리와 호흡을 강화하기 위해 언덕을 빨리 걷거나 뛰어오르며 시구를 읊곤 했으며, 목소리 힘을 키우기 위해 바닷가 거닐면서 파도소리 능가하는 목청을 내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집에 지하실을 만들어 며칠씩, 때론 몇 달이나 혼자 스피치 훈련에 전념하면서 바깥에 나가고 싶은 유혹을 떨치려고 머리 절반을 삭발하기도 했어요. 한쪽 어깨를 쓸데없이 떨고 흔드는 버릇을 고치려고 찔릴 위험마저 감수하며 지하실 천장에 날카로운 칼을 걸어두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필사적인 노력 끝에 갈망하던 꿈을 이뤘습니다. 아테네 최고의 웅변가가 된 겁니다. 하지만원고를 미리 준비하지 않고는 스피치에 절대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작성한 원고를 거의 다 외우곤 했어요. 원고 읽는 스피치에 능한 것이지요.)
밤마다 등불 곁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궁리해 원고를 작성하며 스피치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이 위대한 웅변가의 적수들이 나중에 그에게는 영감과 천부적 자질이 없다고 비난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한 적대자는 이런 질책까지 퍼부었어요.
“당신 웅변에서는 기름 냄새가 나오.”
즉, “넌 밤마다 원고 다듬느라고 기름 램프 곁에 앉아 있구나” 하는 뜻이었어요. 그러나 결국에는 적대자들도 그의 달변의 힘과 솜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데모스테네스는 “웅변가가 가장 본질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늘
“무엇보다 발음이고, 둘째는 또 발음이고, 셋째도 역시 발음”이라 대답하곤 했습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딕션이겠지요?)
데모스테네스는 아테네 노예제민주주의의 수호자였습니다. 아테네의 주요 적인 마케도니아 왕 필립에 반대해 저항하고 분노하여 30년 동안 줄기차게 연설하면서, 시민들 간에 반목을 다 거두고 마케도니아에 맞서 결속하자고 촉구하곤 했습니다. 그의 연설에 청중은 감동하여 두 주먹을 불끈 쥐어 화답하곤 했어요.
일설에 의하면, 필립 왕이 데모스테네스의 연설문을 입수해 읽어보고는, “이 연설을 직접 들었다면, 나한테 맞서 싸우자는 호소에 나도 지지를 보냈겠군”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스피치뿐 아니라 일반 대화에서도목소리 억양은 각별히 중요한 요소인데, 플루타르크는 데모스테네스 전기에서 특징적인 일화를 소개합니다.
한번은 누군가가 데모스테네스를 찾아와 부당하게 고소당했다고 하소하면서 법정에서 자기를 변호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니야, 당신한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소.” 데모스테네스가 무뚝뚝하게 응대하자, 상대가 발끈하여 목청을 돋우었어요. “뭐, 나한테 그런 일이 없었다니, 도대체 뭔 소리요?” 그러자 데모스테네스가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아, 그래, 이제야 억울하게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리는군.”
그는 정치적 열기가 달아오르고 분위기가 한껏 긴장될 때도 자제력을 잃지 않고 태연자약했어요. 자신이 행하는 스피치에 사회가 더 많이 주목케 하고 청자들을 창의적인 생각으로 이끌기 위해 수사적 질문을 자주 던졌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이런 말을 왜 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러니까, 무슨 뜻이냐구요? 그건 바로…”
청중에게 질문 세례를 퍼붓는 듯한 경우마저 있을 만큼 수사적 질문을 즐겨 이용했습니다. 청중이 답변할 필요는 없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더 나아가서는 사실상 대화 형식을 동원하고 기술하는 사건들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스피치를 극적인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소통과 스피치 분야에서 오천만 대한민국 국민 중 단 한 사람한테라도 도움 된다면, 난 기뻐요.
유일한 학생이요 동료인 그이가 또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기술을 알릴 테지요.
좋아요.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기법과 지식과 교양이 조금씩 널리 퍼지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소통과 스피치 강좌를 진행하면서 즉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즉, 보장을 요구해 오는 거예요. 이 책을 펼친 당신도 그런 의문을 품을지 모르겠군요. 이를테면,
-이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정말 괜찮은 화자가 (발표자, 보고자, 대화 상대, 토론자, 강연자, 변론인, 연설가, 설교자가) 될 수 있단 말이에요? 당신이 책임질 수 있어요?
허허,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보장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트레이닝에 나선 각자의 수준에 많은 것이 좌우됩니다.
“스피치에 완성이란 없다!”는 경구가 떠오르는군요.
우리네 말은 아주 풍부하고 광범위하고 다양해서, 아무리 말을 잘 한다 해도, 언제든 더 좋게, 더 잘 말할 수 있습니다. 평생 다듬고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이따금 보면 말수가 지나치게 적은 사람이 있어요. 어떤 질문을 받고는 “네”, “아니요” 대신에 고갯짓으로 답해요. 끄덕이면 “예스”, 저으면 “노”… 과연 바람직한 소통 형태일까요?
만일 당신이 소통에 특수한 장애를 겪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훈련 과정을 끝낸 뒤 언제, 어디서, 누구하고든 한층 더 훌륭하게 말하고 더 유연하게 소통하게 될 겁니다.
언젠가 아인슈타인이 탄식했어요.
“세상 모든 것은 바뀌었어, 사람들의 사유 능력만 빼고!”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염려가 그저 기우로 끝나게끔 만들어 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점을 가만히 생각해 볼까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은, 왜 제대로 말할 줄 모르는 거지? 왜 다른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기를 겁내는 거야?
먼저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사회 정서를 주범으로 꼽을 수 있을 거예요.
“어른 앞에서 감히…” (‘어른’ 대신에 ‘아버지’, ‘선생님’, ‘상사’, ‘선배’ 따위를 넣어도 무방하겠지요.)
그 다음에 어떤 말들이 이어졌고, 이어지나요?
“입을 놀려?”,
“말대꾸를 해?”,
“똑똑한 척 굴어?”, “말버릇이 그게 뭐냐!” 따위.
그런 일방적이고 억압적이고 연속된 질타에 당신은 얼마나 노출돼 왔습니까?
많을수록,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는 뜻입니다.
마음고생에서만 그치면 다행이게요?
그런 그릇된 질책에 속으로 반발하고 저항하면서 자칫 마음이 상하고 비뚤어지기까지 해요. 그러다 보면 주눅 들고 소심해져서 사람들 속에 섞이면 어색함을 느끼며 모임을 피하게 되고, 그 결과 하나뿐인 짧은 인생을 과히 즐겁게 보내지 못하게 되고…
알고 보면,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 적어도 소통과 말하기라는 측면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어둡고 무겁고 야만적인 시대를 살아왔는지!
아니, 지금도 그래요!!
얼마 전 (2011년 10월) 중고등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떤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까 절로 한숨이 나와요.
응답자들 중 열에 네 명이 수업 시간에 한 번도 질문한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뿐인가요?
교사에게 질문이나 반대 의견을 냈다가 꾸중을 들은 적이 있다는 학생이 거의 절반에 이르더군요.
그런데 이런 측면에도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제대로 말하고 표현하는 법을 우리는 유년기와 청년기에, 학교에서도 대학에서도 거의 배우지 못했어요. 우리에게 가르치지 않았어요. 혹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건 아닐까요? 이른바 지배 계층에겐 그게 편했겠지요. 대다수 국민이 제대로 말할 줄 모르고 주뼛거리고 자기 뜻과 생각 표출하기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 편하겠지요.
아니면,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말이라고 들이대면서 건전한 대화나 토론을 마구 망가뜨리도록 만드는 것이 더 유리했겠지요. 비판적 사유를 차단하는 것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각급 학교에서 수사법이나 스피치 기법을 왜 정식 과목으로 거의 두지 않는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우리나라의 영어, 수학 이상으로 말하기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말하기란 곧 생각하기와 연결됩니다!)
이제 이런 과제를 수행해 봅시다.
많은 스피치 전문가들은 말 잘하는 기술을 가르치기 전에 입 다물 줄 아는 법을 강조합니다.
모순이 아니냐고요? 그런가요?
허허, 그런지 아닌지, 끝까지 읽어 (들어) 보고 판단하십시오.
끊임없이 재잘대는 것을 말 잘 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싶습니다.
(실제로 수다 떠는 방법을 스피치 교육이라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
미안하지만, 그건 한마디로 착각이자 망상이에요!!
말을 잘 하려면 우선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경청 기술 익히기의 전제 조건으로 이런 과제를 수행해 보세요.
즉, 이틀 동안 함구하는 거예요. 이틀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지내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이틀씩이나 말을 안 하고 지내나? 갑자기 입을 다물라니?! 별 시답잖은 짓을 다 하라고 시키는군.
- 난 말 잘 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데, 침묵하라고 하네. 이게 뭐야?
흠,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한데, 이건 시답잖은 짓이 아니라, 아주 진지한 작업입니다. 제 얘기가 ‘새 까먹은 소리’가 아니라는 근거를 대겠습니다.
이틀 동안 말하지 않고 지내기는 물론 힘들어요. 그것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러나 그렇게 해 보면…
심하게 수줍음 타는 사람은 이틀 동안 침묵한 뒤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더 흉하게 말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태연하게 살고 있네. 근데 내가 왜 소심하게 굴어야 하지? 이런저런 경우에 그들보다 내가 말을 더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이와 반대로, 끊임없이 주절대지 않으면 뭔가 불안한 것만 같아서 ‘언어 스팸’을 쏟아내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쓸데없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자제하는 능력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그런 사람들은 모임에서 무의미한 다변으로 눈길 끄는 짓을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만두게 되겠지요.
아무 때나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토를 달고 반응을 보임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안기는 사람들을 누구나 기억할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그럴 기회가 없을 때는 옆 사람들에게 의미 없이 말을 걸고, 그래서 그들이 화자의 얘기를 경청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그런 사람과 유쾌한 소통을 기대하기란 꽤나 힘들어요.
그런 사람들은 10초라도 함구하기를 어려워해요. 또, 그걸 지적하면 섭섭하게 여기고.
만에 하나 당신이 그런 타입에 해당된다면, 닷새 동안 침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묵언 수행을 두 달 간격으로 반복하는 게 더 좋아요.
두 번째는 나흘 침묵, 세 번째는 사흘, 네 번째는 이틀, 다섯 번째는 하루 동안 침묵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묵언 과제를 수행하면서
*누가 어떻게 말하는지, *주변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가 무엇에 좌우되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언어 매너가 있는지, *어떤 사람은 대화 상대들을 어떻게 사로잡는지, *또 다른 사람은 입을 열기만 하면 듣는 이들에게 왜 은근한 짜증이나 모욕감, 따분함, 피로 따위를 안기게 되는지…
이런 면들을 분석하는 겁니다.
어때요, 제 말에 일리가 있나요?
그렇다면 묵언을 위해 적당한 날을 잡으세요.
당신이 (이런 표현을 서운하게 여기지 않기 바랍니다) 수다꾼이라고 생각되면 이틀이 아니라 나흘 동안 침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구, 지인, 직장 동료들에게 의사가 이틀 동안 말하기를 금했다고 알리세요.
그리고 침묵하십시오.
급하게 말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메모지와 볼펜을 휴대하세요.
들을 수는 있지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침묵하고, 우리는 생각한다. 우리는 혼자 속으로 말한다.
이건 우리 소통과 스피치 훈련에서 중요한 단계입니다.
처음엔 혼자 속으로 말하고, 필요한 단어들을 고르고, 그런 뒤에야 선택한 단어들을 입에 올리기.
내 뜻이 잘 전달됐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번 과제를 수행한 뒤에야 다음 과제로 넘어가십시오.
건너뛸 필요가 없습니다.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니까요.
이번 과제를 수행한 뒤 당신은 자기감정을 더 잘 다스릴 수 있고, 당신 말은 더 신중하고 더 깔끔해질 겁니다.
"아, 그래? 목소리를 잘 조율하고 소통과 스피치의 각종 스킬을 부지런히 실습해서 갖추기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야?!"
이런 의문을 품다 보면, 뭔가 채워야 할 과제가 더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뭔가 부족한 듯싶어요.
기법은 기법일 뿐, 그것 하나로는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기 힘들 겁니다. 아니, 그것 하나에만 능통하다면 외려 세상을 더 어지러운 것으로 만들게 될지도 모르죠.
왜냐구요?
왜냐하면, 궤변과 윤색이 판치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아, 말만 빤지르르하게 잘 하는 사람은 싫어!"
이런 평판은 "No, thank you~" 아니겠어요?
잘 다듬은 목소리, 소통과 스피치의 테크닉 이외에 세상을 바꾸는 데 정녕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그거에요!
세상을, 사회를, 사물을, 사안을, 사람을 보는 눈! 올바른 안목, 아니겠습니까?
우리 주변에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어요.
그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어떤 쪽으로 전개되며 어떤 귀결로 이어질지, 짐작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국제 관계 분야에 대한 글이며 뉴스 따위에 눈길 돌리는 이유와 목적은 딱 한 가지…
'두루 안목을 넓히기 위함'입니다! (물론, 관점은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또, 그게 바람직한 양상일지도 모르겠구요.)
또 고전이며 교양 서적 등에 눈길 돌리는 것도 결국엔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프랑스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중산층 기준의 요소는 이렇다고 합니다.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영국에서도 비슷해요.)
1. 악기를 하나쯤 프로 뺨치게 다룰 줄 아는가. 2. 운동을 하나쯤 프로 뺨치게 할 줄 아는가. 3. 집으로 지인들 초대해서 대접할 만한 요리 솜씨 하나쯤 확실히 갖추었는가. 4. 외국어를 한두 가지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아는가. 5. 어떤 곳에서 어떤 이들과 어떤 주제로든 막힘 없이 대화할 수 있는가. (독서, 경험, 사색 등)
(아파트 평수, 연봉, 현금 보유액 따위) 우리 한국의 중산층 기준을 이 자리에서 들먹이고 싶진 않습니다, ㅎㅎ (거기 어느 한 가지, 사람 냄새 풍기는 게 있나요?) 우리 사이트에서는 신언서판과 Mind stalking 이외에도 사회 현안에 관한 글을 자주 올리고 함께 생각함으로써 올바른 안목의 형성과 확장을 꾀하고자 합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자면, 저 프랑스 중산층 기준 요소에서 5번 항목에 해당하는 내공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보면 딱 맞을 거예요. ^^
이런 내공은 우리 사회에서 다가올 대격변 시기를 크게 흔들림 없이, 평온하게 헤쳐 나아가는 데도 크게 도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더 나은 쪽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우리도 한몫을 거들 수 있겠지요!
이 책은 실습(#액션)들로 연결돼 있어요. 실습을 꾸준히 수행하면 언어 생활과 소통과 대인 관계에서 지금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감히 보장합니다.
앞으로 제시하는 과제 중에 어떤 것들은 까다롭다는 이유로 그냥 미뤄두고 싶기도 할 거예요.
사실 어려운 과제가 제법 나올 겁니다. 그러나 의지력과 인내심을 발휘하길 바랍니다.
이 훈련 과정을 완주해 보세요. 성과에 당신은 크게 기뻐하게 됩니다.
물론, 그저 책장을 넘기는 게 아니라 과제를 다 충실하게 수행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당신은 오십여 가지 #액션(실습)을 수행하게 됩니다. 단, 서둘지 않기 바랍니다.
각 #액션을 두세 번씩 반복한 뒤에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트레이너로서 내가 제시하는 몇 가지 조건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받아들인다면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이에요.
1.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 사실상 매일 과제를 수행하되 따로 시간을 낼 필요는 없어요. 출근하면서, 티브이 볼 때, 강의 들으면서, 동아리에서 어울리며 익힐 수 있어요. 우리 훈련 과정의 특징은 실용심리학을 적용하여 실생활에서 수행할 수 있게 꾸몄다는 점입니다.
2. 수행 과정을 날마다 기록하세요. 과제들을 어떻게 실행했는지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즉,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이 안 됐나, 이런저런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떤 생각이 왜 들었는지.
3. 함께 실습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세요. 학습 그룹, 직장 동료들, 이웃, 가족, 하다못해 지하철 옆 사람들이 될 수 있어요. 종종 마주치는 이들이면 좋고, 당신의 기량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들이면 더 좋아요. 함께 기량 연마에 동의하는 두세 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요. 서로 지적하고 조언하면서 함께 실습한다면, 훈련 과정을 더 앞당겨 마치게 될 겁니다.
4.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탁이 되겠어요. 즉, 녹음기를 활용하세요. 자신의 발언을 녹음해서 들어봐야 해요. 녹음한 것은 보관해 두기 바랍니다.
이제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합시다.
당신은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물론 셀프컨트롤에 늘 유념하면서.
어떤 어구로 대화를 시작하나요? 말문을 여나요?
그 어구를 어떻게 입 밖에 내지요?
다시 말하건대,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서만 말하는 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우리 훈련 과정에 끌어들이도록 해 보세요. 누구를 대상으로 삼겠습니까?
직장 동료? 이웃사촌? 친구들?
과정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이들한테 처음에 어떻게 말을 시작할지, 자신만의 독창적인 오프닝을 궁리해 보세요.
지혜가 담긴 경구를 인용하여 시작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경우, 적어도 낭패를 볼 일은 없습니다. 화자가 인용하는 지혜로운 생각을 청자들은 보통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화자 자신도 대개는 더 크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 봐, 저 사람이 참으로 지혜로운 말을 꺼내네. 어디선가 저런 듬직한 인용구를 골랐을 텐데, 메모도 안 보고 입에 올리잖아. 똑똑한 사람이야!
아래에 소개하는 경구(아포리즘) 몇 가지를 읽고, 그 중에서 당신 이야기나 발언의 오프닝으로 삼기에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고르세요.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아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 뇌는 우리 몸보다 더 게으르다.” “침묵하는 것이 부끄러운 순간, 말하기가 가장 어렵다.” - 라로슈푸코 (1613-1680)
“다르게 배열된 단어들은 다른 의미를 얻고, 다르게 배열된 생각은 다른 인상을 일으킨다.” “달변이란 생각을 그림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 만일 생각을 표현하면서 화자가 거기에 다른 어떤 특징들을 보탠다면, 그는 초상화가 아니라 풍경화를 그리는 것이다.” “글은 형편없이 쓰지만 말은 뛰어나게 잘 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상황과 호의적인 청자들이 그의 지력을 불태우게 하고, 그런 연료가 없을 때보다 더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 파스칼 (1623-1662)
인용해 보기를 권고한 이들의 출생년도를 왜 표기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이렇게 말하기를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미 사백 년 전에 프랑스의 저명한 사상가는 (철학자, 작가, 정치가는) 언급하길…”
그리고 앞의 경구들 중 어떤 것이 이어지겠지요.
이런 식으로 입을 열면 효과가 더 큽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사백 년 전에 여러분이 잘 아는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때 만약 청자들 가운데 열에 아홉이 파스칼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다 해도, 그들은 가만있을 거예요.
왜냐면 누구나 다 자신을 교양 있고 똑똑한 사람으로 간주하기 원하고, 많은 이들은 모르면서도
“저는 발언을 하고자 해요…” ===> (당신은 이미 시작했어요. 그러니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세요.) “저는 여러분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 (하고 싶으면 그냥 하는 겁니다. 더욱이 이미 말하기 시작한 걸요.) “아주 긴장하고 흥분되어서 입을 열기가 힘들군요.”===> (이런 오프닝에 청자들이 호의적으로 대하리라고 믿는 건 위험합니다. 이렇게 말문을 여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에나 가능합니다.) “지금, 앞에서, 여러분이 들으신 대로, 많은 분들이 무슨, 무슨 말씀들을 하셨어요.”===> (군더더기 단어들이 많아요. 이건 다 화자의 자신감이 크지 않다는 반증이고, 모인 이들의 관심을 식히는 거지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미 앞에서 거의 다 했군요. 그러나 연단에 나온 이상…” ===> (최악의 오프닝 버전. 왜냐면 객석의 대다수는 당신이 더 낫게 발언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 * * 실습 과제
1. 나쁜 오프닝 사례를 더 모아 보세요. 그런 것들은 피하도록 합시다. 2. 직장에서나 학교에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누가 발언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어떤 어구로 말문을 여는지, 오늘부터 주시하고 분석해 보세요.
여럿이 무슨 계획을 잡는다거나 우리 행동을 규정하는 일도, 다 말로써 이뤄집니다. 우리가 평생 살아가는 과정은 현실을 인식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이런 인식도 바로 언어 덕분에 충족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이렇게 인식한 것을 사람은 말로써 각인하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합니다.
"사람은 삶의 첫 부분을 죽은 이들과 대화하는 데 쓰고, 둘째 부분을 산 사람들과 대화에, 끝으로 셋째 부분을 자기 자신과 대화에 써야 한다."
누가 이런 말을 했나요? (죽은 이들과 대화란 독서를 가리킵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이 아닌가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금 당신은 <내 사랑 로고스: 대화와 사색을 통한 Public speaking 길잡이>를 막 펼쳤군요.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나요?
(Public speaking이란 공중/公衆을 상대로 하는 연설, 강연, 발표, 구연, 이야기 따위를 뜻하는데, 우리는 간단히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정도로 이해합시다.)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 말하는 법을 익히고자 하는군요.
청자들을 겁내지 않고, 자신 있고, 재미나게, 감정을 넣어서, 공감이 일도록 발언하는 방법을 습득하고자 하는군요.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설득하는 기법도 갖추고 싶어 하겠지요.
그런 갈망과 욕구는 아주 온당하고 긴요한 겁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즉, 몇 백 년 전, 중세 시대 사람들이 평생 겪던 정도의 소통을 현대인들은 일주일이면 다 소화한다지요? 소통 빈도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소통 기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증했지만 소통 기술은 그 옛날에 비해 달라진 게 별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어때요,일리가 있나요?
안타깝지만,이건 사실이에요.
더욱이 서구와 비교할 때 우리 한국 사회의 소통과 말하기 수준은 유치원 수준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소통 기량과 말하기 기법에 눈길을 돌리게 됨은,
생활과 일의 모든 분야에서 향상과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갈구하는 현상입니다.
어떤 이들이 지금 이 글을 읽는지 나는 모릅니다.
교사, 강연자, 아나운서, 방송기자, 배우, 가수, 정치인, 사회운동가, 변호사, 기업인, 세일즈맨, 가정주부, 혹은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어떤 이가 됐든 상관없습니다. 만남이 소중할 뿐이지요.
이 책은 당신과 나 사이에 벌어지는 대화이자 주고받는 생각입니다.
정체불명의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과 접하고 대화하기가 언제나 더 편하지 않겠어요?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눠야 하고, 그래서 저를 소개합니다.
오십대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때까지 삶의 많은 시간을 방송 활동에 들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MBC에서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이후 SBS에서 특파원도 하고 뉴스앵커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전문가인 저로서 특파원 활동은 성취감과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였어요. 기자와 뉴스앵커 일도 나름대로 의미가 컸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나를 괴롭힌 것은 소통에서 빚어지는 마찰이었어요.
표현이 좀 추상적인가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별것도 아닌 주제를 두고 밤새워 목이 터져라 논쟁을 벌이고, 그래서 자신의 마음이 상하고, 무엇보다도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따위 말입니다. 젊었을 적에는 그런 짓을 참 많이 저질렀어요.
그러고는 또 자괴감에 휩싸입니다.
왜 상대방 말에 더 귀 기울이지 않고, 상대를 더 이해하지 못하고, 설령 상대의 말이 이치에 닿지 않는다 해도 그냥 부드럽게 웃어넘기지 못했을까? 더군다나 나와 가까운 사람들인데…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겠지요?
소통과 스피치, 실용심리학, 뇌 연구, NLP, 이른바 자기계발 분야의 자료와 서적들을 지난 몇 해 어간에 백여 권은 좋이 읽고, 몇몇 세미나에도 좀 기웃거렸어요. 깨달음이 적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두루 전파할 때, 그 삶의 의미가 더 커진다는 말이 있습니다.나를 고뇌하게 했던 문제에서 나 하나 웬만큼 벗어나는 것으로도 족하겠으나, 그런 고민에 알게 모르게 시달리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소통의 세계는 참으로 넓어서 알고 행해야 할 것도 많은데, 기본은 아무래도 구두 언어, 입말이에요.
사람들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 말하기에서 대부분 소통은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지 두 해를 넘겼습니다. 물론 그 동안에도 스피치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회원들과 함께 실습하고 대학 등 외부 강연을 나가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소통과 스피치 관련 코너도 맡고 있어요. 그러면서 나 자신도 끊임없이 개선해 나아가는 중이에요. 방송과 번역, 저술에 시간을 다 쏟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한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심금을 건드리며 깔끔하게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나?
대답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모든 유익한 것들을 습득할 때와 마찬가지로 인내와 끈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 대화를 통해 제가 제시하는 과제를 꾸준히 수행하면, 사람들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 말하는 능력이 상당히 커질 겁니다.
이 책에서 간혹 비슷한 내용이 시각을 달리해 두세 번 반복되는 것을 보겠지만, 그건 당신의 단련을 도우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되풀이 자체가 말하기의 중요한 기법들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강조하게 됩니다.)
그저 책장을 넘기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일상에서 실제로 적용하며 익히도록 애쓰십시오.
그러면 원하는 바를 달성하게 될 겁니다. 이건 기대나 전망이 아니라 확신이에요!
당신의 언어 재능은 눈에 띄게 커지고, 풍부한 어휘와 유머 등을 동원하여 더 명확하고 더 설득력 있고 더 생생하고 더 감성적으로 말하게 되고, 그 결과 어떤 형태의 소통에서도 매끈하고 유연하고 품위 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이게 당신과 처음 대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인사말이자 당부입니다.
우리의 성공 여부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언어생활과 오랜 연구와, 또 우리 스피치 강좌 회원들과 함께 나눈 실제 작업의 결산에서 나온 산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