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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17 04.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세계
  2. 2019.09.15 03. 지각의 물리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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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세계  

 

궁금증은 이런 것이다. 

뇌에 신경 임펄스 망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어떻게 나타나며 어디에 위치하나? 

우리가 지금 창 너머로 직접 바라보는 나무의 모습과

사람 머릿속 신경 임펄스 다발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 뇌에 있는 신경 임펄스들의 배열을 무엇이 창밖의 나무 모습으로 인식하게 하나? 

창밖의 나무를 무엇이 직접 지각하고 인식하는 것인가? 

 

과학자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뇌에서 의식을 담당하는 영역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설령 의식 담당하는 뇌 영역을 찾아낸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고 본다.

결국, 이 영역 또한 뒤엉킨 뉴런 다발이지 않겠는가.

의식을 뉴런 망의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 

 

cyber head 인공 뇌

 

로봇을 상상해 보자.

과학이 발달해서 사람 머리처럼 설계된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치자. 거기엔 눈 대신 비디오카메라가, 귀 대신 마이크가 있다고 하자. 카메라와 마이크에서 나오는 신호들이 (뇌처럼) 수십억 개의 극미한 요소들로 이뤄지는 블록으로 들어가고, 이 각각의 요소에는 여러 개의 입력과 하나의 출력이 있다. 이 요소들은 전부 인간 뇌의 뉴런들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게다가 과학자들이 노력한 결과 뉴런의 인공 대체재를 이용하여 어떤 사람의 뇌를 정확히 복제했다. (여러 사람의 뇌는 뉴런의 연결 도식에 따라 서로 구별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특정한 뇌를 모델로 삼을 뿐이다.) 

 

이 로봇 머리가 그것이 모델로 삼은 사람의 뇌가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이 로봇에게 의식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게 사람의 의식과 같을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실험할 수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 수신기로 남겨두자. 하지만 사람 뇌의 모델 대신 카메라와 마이크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할 보통 컴퓨터를 설치할 것이다. 우리는 컴퓨터 메모리에 대용량 정보를 저장할 프로그램을 설치할 텐데, 여기에는 로봇의 카메라가 보는 방향으로 사람이 고개 돌린다면 보게 될 장면이 들어간다. 

자, 컴퓨터 메모리에 어떤 장면이 생긴다.

이 장면을 인식하는 누군가나 무엇인가가 있나?

혹은 이건 그저 쇳덩어리에 불과하며, 거기에 의식은 없는 것인가? 

 

이 전자 기계에 의식이 없다면, 사람에겐 왜 의식이 있나?

결국, 인간의 뇌도 본질상 로봇의 ‘뇌’처럼 여러 구성요소들로 이뤄진 장치가 아니던가.

만약 로봇의 첫 모델이 (인간 뇌를 정확히 복제한 것이) 의식을 지니고 있다면, 로봇의 뉴런 망 조립 과정에서 어느 순간에 의식이 나타난 것일까? 이 뉴런 망이 의식을 지니려면 뉴런이 얼마나 필요한가? 

 

이건 다 어려운 질문이고, 과학은 여기에 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학에는 인간의 (혹은 로봇에 주관적 내면세계가 있다면, 로봇의) 주관적 내면세계 연구에 필요한 도구가 없으니까. 게다가 로봇에도 인간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것을 확증하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들로 말하자면, 그들이 나와 비슷하니까 필경 그들에게도 나와 같은 의식이 있을 것이며 그들도 세상을 보고 느낄 것이라고 우리는 그냥 결론 내린다. 이 결론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와 같은 게 있다’는 유사성에 따라 나온 것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로봇이나 컴퓨터 같은 인공 장치들도 마찬가지다. 로봇에게 의식이 있을지 아닐지를 우리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로봇이 인간과 똑같이 행동한다고 해도, 로봇에게 일어나는 것을 전부 인식하는 뭔가가 로봇 안에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심지어 로봇이 보통사람처럼 정말 의식을 갖추고 있다 해도, 정말 그렇다는 것을 일관되게 확인할 수단은 없다. 

 

하지만 사실을 직시해 보자. 나에겐 의식이 있다.

내 머릿속에 뉴런 네트워크와 신호들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나는 내가 인식하는 그대로 세상을 인식한다. 내 몸과 뇌의 형태로 물리적 실재가 (실체가) 분명히 있고, 내 감각 경험을 나타내는 나의 주관적 실재가 (실체가) 있다. 이 두 실재가 서로 의존하긴 해도 (내 뇌가 손상되면, 내 감각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철학자 켄 윌버(Ken Wilber)는

객관적 실재가 있으며 그 대표자가 우리 몸이고,

주관적 실재가 있으며 그 대표자가 우리의 모든 감각 경험임을 확인해 보라고 제시했다.

 

그렇다면 우리네 지각 개념에서 객관적 실재(실체)란 무엇인지 살펴보자.

상당히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모든 사람에게 하나인 어떤 세계가 있다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는 지금 여기에 있으며 일정한 형태를 지닌다. 이 의자가 1분 뒤에도 같은 형태로 있을 개연성은 아주 높다. 당신이 이 의자를 본다면, 이게 예를 들어 검은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친구에게 이 의자가 무슨 색이냐고 묻고 친구가 솔직한 사람이라면, 역시 검은색이라고 말할 것이다. 내일도 당신은 이 의자를 이 자리에서 보게 될 것이다. 못 보게 된다면, 누군가가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확신할 것이다. 

 

당신이나 당신 친구 등 모든 사람의 이런 생각과 경험을 보면, 우리가 다 거기 살고 있으며 모두에게 공통된 어떤 세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객관적 세계이다.

이것은 상당히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나름대로 존재 법칙을 가지고 있다. 이 법칙을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 등이 연구한다. 이 법칙을 알고 이 세계에서 얻은 경험 덕분에, 우리는 여러 사건을 웬만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고 이 세계를 바꾸고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다른 설명이 있다.

만약 물리학을 아직 모르는 아이에게 이 세계가(세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묻는다면,

아이는 사물이 있으며 그것들에 어떤 형태와 색깔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들은 자리를 옮길 수 있으며, 땅과 하늘, 나무 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세상에 대한 관념이 단순하고 일상적이다.

그 정도만으로도 이 세계에서 방향 잡고 이동하고 기본적으로 생존하기에 충분하다. 

 

물리학자에게 물질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묻는다면,

그는 세계가 물리적 진공인 4차원 시공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진공 속에서 기본 입자들이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진다. 이 입자들은 본질상 물리적 진공 상태에서 에너지 파동이다. 기본 입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원자를 만든다.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를 만든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분자들로 이뤄진다

이때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는 물리학자가 보기엔 사실상 원자와 분자들이 의자 형태로 특수하게 모인 집합이다.

세계에 대한 그런 관점은

빛이 무엇인지,

물체들의 색깔이 왜 여러 가지인지,

쇠는 시간이 지나면 왜 녹스는지 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예를 들자.

고대에는 뇌우를 제우스의 분노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뒤 자연에서 전자기 현상을 연구한 이후에는 뇌우를 구름 속에서 상반되게 충전된 양극 사이에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강력한 방전으로 여기게 됐다. 

 

예를 하나 더 들자.

뉴턴의 발견 이후 객관적 세계질량 있는 물체들이 존재하는 3차원 공간으로 제시됐다. 시공간에서 물체들의 움직임은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객관적 세계에 대한 이런 설명은 아주 오랜 세월 최종 진리로 여겨져 왔다. 뉴턴의 공식들이 지구와 우주에서 여러 현상을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자연과 현실의 실재가 그렇게 설계되고 작동한다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명백했다.

적어도, 뉴턴의 역학(力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실험들이 나올 때까지는 말이다. 

 

입자, 파동

그런데 작은(미시) 세계 (소우주, microcosm), 즉, 원자들 세계의 구조에 관한 데이터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이 수준에서는 뉴턴의 운동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이 수준에서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그때 닐스 보어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나타나서 ‘자연이나 현실의 실재가 어떻게 설계됐고 작동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뉴턴의 법칙들은 폐기되지 않고 거대 세계 (대우주, macrocosm), 즉, 물체들 세계를 설명하기에 더 정확한 법칙들의 근삿값이 된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이 다시 여러 실험을 해 보았는데, 이 실험들을 실재(reality)에 대한 지금의 인식 체계나 이론 틀에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새로운 이론들이 나오게 됐다. 끈 이론, 루프 이론 등이 그것이다.

 

이제 우리는 당연하고 합당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구조에 관해 현재 인정받는 이론은 참일까?

이 세계가 정말 현대 과학자들이 설명하는 것과 같은 것일까? 

대답은 자명하지 않나 싶다. 즉…

아니다. 미래에 새로운 아인슈타인이 나타나서 모든 것이 확 뒤바뀌지 않으리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얘기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어떤 객관적인 실재가 (세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거기에는 어떤 안정성과 존재 법칙들이 있으며, 그래서 그것을 예측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어린애나 고대인들의 묘사부터 시작해서 현대 과학의 설명에 이르기까지, 실재를 (현실을, 물리적 세계를) 묘사하고 설명하는 방법은 모두 이 실재 자체가 어떻게 이뤄지고 작동하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건 다 실재 자체가 아니라 이 실재의 모델들일 뿐이다. 그건 다 실재를 예측하고 조종하거나 조작할 수 있게끔 이 실재를 설명하는 방법일 뿐인 것이다. 

 

셋째, 우리가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다 허위요 거짓이다.

세계의 다양한 측면을 그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론이란 것은 죄다 세계에 대해 우리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생각에 불과한 것이다. 이건 세계가 아니라 세계의 모델이다.

한데, 모델은 그게 아무리 정확하다 해도 원본을 결코 정확하게 복제하지는 못한다.

이건… 서울 지도가 서울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도시의 지도는 실제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도식적 모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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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눈 얘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 - 객관적인 실재는 (현실은, 세계는) 분명히 있어,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우린 모르며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또 그것에 대해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실재가 (현실이) 어떻게 구성됐고 작동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품고 있는 생각이요 형상이다. 이건 우리네 머릿속에 있는, 객관적 실재의 모델일 뿐이다. 그 이상이 아니야. 

 

비록 객관적 실재를 끝내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든 그럭저럭 지각한다.

우리의 신경계가 작동하는 덕분에, 특히 뇌 덕분에, 우리는 외부 실재에서 (외부세계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는다.

이런 일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가? 

 

앞서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사람이 어떻게 보고 듣고 느끼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외부세계는 공간에 있는 광파와 음파, 갖가지 분자들로 가득하다.

객관적 세계의 이 물리적 발현을 인체가 감각 기관을 통해 뇌의 임펄스로 바꾸고,

이 임펄스를 뇌가 시각적, 청각적, 운동 감각적 (촉각, 냄새, 맛) 이미지로 해석한다.

사실상 이런 과정이 일어난다. 즉, 사람 뇌가 거기로 들어오는 신호들을 이용하여 외부세계의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외부세계의 지각, 뇌에서 뉴런의 활동, 주관적 형상

 

 이 그림에서는 한 가지만 빼고 다 올바르게 표현됐다.

외부의 ‘객관적 실재’가 여기서는 개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가 묘사하기 불가능한 ‘무엇’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무엇인가’를 오늘날 과학은, 앞에서 알아봤듯이, 물리적 진공 상태에서 움직이는 기본 입자들의 집합으로 설명한다. 

 

자, 우리에겐 객관적 실재(세계)가 있는데, 이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없다. 사람 바깥에 있는 이 객관적 실재는 신경 임펄스의 활동 형태로 뇌에 반영된다.

이와 달리 우리에겐 또 주관적 형상이 있는데, 이것은 신경이 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때 사람 의식에 나타난다. 이것이 주관적 실재(세계)이다. 

 

정리하자면, 인간의 뇌는…

객관적 실재가 어떤 사람의 주관적 실재에 반영되게 하는 신체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과학은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사람의 의식이 무엇이며 주관적 실재가 무엇인지 과학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우리 각자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마다 관찰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알아본 것에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나?

1. 특정 순간 당신이 지각하는 것은 죄다 객관적 실재가 아니라 당신의 뇌와 의식이 만들어 낸 주관적 세계(실재, 현실)이다. 

2. 당신 개인의 주관적 세계를 당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왜냐면 특정 순간에 당신이 인식하는 것은 바로 당신 뇌의 작업 결과니까 말이다. 과학자들이 당신 뇌의 일상적인 활동을 고려한다 해도, 이 신경 임펄스를 당신이 인식하는 세계의 형상으로 어떻게 전환할지 알지 못한다. 

 

이제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것은 전부 우리의 뇌와 의식이 만들어 낸 것일 뿐이지 실제로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국, 우리 각자는 자신의 뇌가 만드는 가상현실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이 현실이 (실재가) 객관적 현실을 (실재를) 어떻게든 제대로 반영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즉, 우리 앞에 어떤 물체가 있을 때, 이 물체의 실제 규모에 걸맞은 크기와 형태를 지니는 주관적 형상이 우리의 뇌와 의식에 나타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 물체를 정상적으로 접하고 다룰 수 없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외부의 객관적 실재 (현실, 세계) 전반과 서로 정상적인 작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는 역설이 몇 가지 있다. 

주변에서 파란색 물건을 찾아보라.

당신은 파란색이 어떻게 보이는지 안다.

그건 파랗게 보일 것이다. (^^)

파란색을 “이건 파란색이야!” 하는 말 외에 달리 어떻게 묘사하거나 설명할 수 있나?

 

당신이 파란색으로 지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파란색으로 받아들인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파란색을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려면, 그 사람 머릿속으로 당신의 의식이 스며들어야 한다. 이게 가능한가?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주관적 세계를 절대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파란색이 당신이 지각하는 색깔과 같은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혹시 당신이

“영적인 힘이나 심령술, 초감각으로 다른 사람의 주관적 세계를 볼 수는 없을까?”

하고 말한다면, 즉,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반박한다면…

그렇게 하여 당신이 보는 것도 결국 당신의 주관적 세계에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주관적 세계’도 어쨌든 그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주관적 세계 이외에 그 무엇도 결코 못 봤고 앞으로도 못 볼 것이다. 우리가 언젠가 인식한 것은 전부 우리의 주관적 세계를 벗어난 적이 결코 없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모조리 우리의 주관적 세계다.

초감각적 지각이나 주술적 행위 등이 모두 그걸 행하는 사람의 의식에서 벌어진다. 심지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세계나 감정을 느끼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읽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건 전부 우리 의식에서, 우리의 주관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재미난 역설이 하나 더 있다. 널리 퍼진 수수께끼 하나. 

인적 없고 울창한 숲속에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날까? 있을까? 

우리가 이제는 여기에 답할 수 있다.

그 소리는 없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는 그것을 듣는 사람이나 생물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를 아무도 인식하지 않는다면, 객관적 실재(세계)에서 이건 공기 흔들림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봤듯이, 공기의 파동(음파) 자체에는 소리가 없다.

소리란…

떨어지는 나뭇잎의 공기 파동이 사람 귀에 들어올 때 사람 뇌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이 없다면 (혹은, 인식하는 존재가 없다면) 소리도 없을 수밖에. 

 

키보드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물체를 안 보는 동안에는 그 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

예를 들어, 당신이 방안에 앉아 있다. 앞에 컴퓨터 자판이 있다. 당신 눈길이 거기로 향한다. 즉, 이 자판이 당신 뇌에 신경 활동 형태로 반영되고, 이 신경 활동이 당신 의식에 이 자판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자판에서 눈길을 돌리는 즉시, 당신 뇌와 당신의 주관적 세계에서 그 이미지가 사라지고, 자판이 있는 자리에는 (현대 물리학의 관점을 취한다면) 어떤 객관적 실체가 원자와 분자들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뇌와 의식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자판을 만들어 낸다. 

 

달리 말해, 우리의 뇌와 의식이 없다면…

오직 있는 것만, 즉, 객관적 실재만 (실체, 현실, 세계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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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지각의 물리적 현상  

 

지각하는 과정이 어떤지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과 생물학의 과학적 자료를 몇 가지 살펴본다.

 

먼저 시각 채널

시각은 정보가 가장 많은 정보 채널이다. 

이걸 통해 외부세계에서 정보를 가장 많이 얻는다. 

시각은 주변 환경에서 빛을 지각하는 것임을 우리는 물리학을 통해 안다. 지구에서 빛의 가장 큰 원천은 태양. 빛은 본질상 특정한 주파수를 지니는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이다. 넓은 뜻으로는, 가시광선(可視光線)뿐 아니라 자외선과 적외선도 포함된다.

 

이 파동을 우리는 주관적으로 특정한 색깔로 지각한다. 예를 들어, 400-480 테라헤르츠 주파수의 빛을 빨간색으로, 620-680 테라헤르츠 주파수의 빛을 파란색으로 지각한다. 이런 빛의 주파수를 우리가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지는, 뒤에서 논의할 것이다. 사실 전자기파 복사(輻射)의 전체 주파수 범위를 취한다면, 우리가 색깔로 인식하는 것은 아주 짧은 주파수 범위에 불과하다. 나머지 주파수 범위를 우리는 보지 못한다. 예를 들어, 티브이가 받는 전파가 물리적으로 공간에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못 본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의 광선에는 다양한 주파수의 전자기파가 다 포함돼 있다. 사실, 이 빛의 광선에는 거의 모든 주파수의 파동이 다 들어있다. 이 빛 광선을 백색광이라 부른다. (*백색광 - 태양빛처럼 각 파장의 빛이 적당한 비율로 혼합된 빛.) 백색광에 모든 주파수의 파동이 다 있음을 보려면, 이 빛을 프리즘을 통과시키면 된다. 

 

백색광이 프리즘을 거쳐 여러 색깔로 분화되다

 

백색이 모든 색상의 무지개로 분리됐다. 프리즘이 여러 주파수의 파동을 여러 방향으로 나눈 것처럼 됐다. 

 

이제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어떻게 여러 색상을 지니게 되는지 살펴본다. 

백색광이 물체에 와 닿으면 물체 표면이 여러 주파수의 파동을 거의 다 흡수하고는 일정한 좁은 주파수 범위의 파동을 되쏜다. 예를 들어, 백색광이 붉은색 물체의 표면에 닿으면 물체는 붉은색 주파수와 다른 주파수들의 파동을 죄다 흡수한 뒤 붉은색 주파수의 파동을 표면에서 되비치는 것이다. 

여기서 ‘빨간색 주파수’라고 말한다 해서 파동이 실제로 빨간색을 지닌다는 뜻이 아님에 유념하라. 이 파동의 주파수가 400-480 테라헤르츠 범위에 있다는 뜻일 뿐이다. 광파 자체에는 그 어떤 색깔도 없다. (*光波 -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진동하며 진행하는 전자기 파동 중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빛) 

 

따라서 빨간색 주파수의 광파는 물체에서 여러 방면으로 반사된다. 물체에서 반사된 이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온다. 여러 물체가 우리에게 여러 색깔로 보이는 까닭은... 그 물체들의 표면이 거기 닿는 백색광을 서로 다르게 반사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은 적색 범위 파동을 주로 반사하고 어떤 것들은 녹색 범위 파동을 반사한다. 또 어떤 것들은 거의 모든 파동을 흡수하는데, 이때 물체는 우리한테 검은색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주파수의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 

안구 망막에는 빛 수용체인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있다. 또 원추세포에는 3가지 유형이 있어서, 어떤 것은 청색-보라 영역의 빛을 가장 잘 받아들이고, 어떤 것들은 황록색 영역을, 또 어떤 것들은 적색 영역을 가장 잘 받아들인다. 즉, 서로 다른 원추세포들이 일정한 주파수 범위의 광파에 반응한다. 

(*간상세포 – 척추동물의 눈의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세포. 막대 모양으로 명암을 느낀다. 

*원추세포 – 척추동물의 망막에 있는 시세포의 하나. 비교적 밝은 곳에서 물체를 보는 일과 색의 구별을 담당한다.)

 

물체 표면이 빛을 반사하고 이것이 우리 눈에 들어오고 눈이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다음에 망막의 원추세포들이 신경 임펄스를 만든다.

이 임펄스가 안구 망막에서 신경 섬유를 (뉴런을) 따라 뇌로 간다. 인간 뇌에는 눈에서 오는 신호를 처리하는 영역, 뇌의 시각 영역이 있다. 뇌 자체는 거대한 뉴런 다발이다. 이것은 신경세포체와 하나의 축색돌기와 수천 개의 가지돌기로 이뤄지는 세포들이다. 

 

신경세포체, 가지돌기, 축색돌기

 

가지돌기들은 뉴런(신경세포)에서 나뭇가지처럼 뻗은 것으로서 다른 뉴런의 축색돌기에서 나오는 흥분 신호를 받아들인다. 축색돌기는 뉴런에서 나온 긴 돌기로서, 그 뉴런에서 다른 뉴런들로 흥분 신호를 전달한다. 그런데 축색돌기는 말단이 갈라져 있기 때문에 그 뉴런에서 몇 개의 뉴런으로 동시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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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뉴런은 전부 축색돌기와 가지돌기들을 거쳐 서로 연결된다. 수천 개의 가지돌기를 거쳐서 한 뉴런에 수천 개의 뉴런이 연결되고, 자체 축색돌기를 거쳐 자체 신호를 그 뉴런에 전달한다. 이후 이 뉴런은 모든 신호를 하나로 모아서, 이것을 자체 축색돌기를 거쳐 다른 연결된 뉴런들에게 전달한다. 그 결과 수십억 개의 뇌세포를 연결하는 일종의 뉴런 망이 나온다. 

 

뉴런 망

 

뉴런 이외에 뇌에는 또 중추 신경계 조직을 떠받치는 세포인 신경 교세포들이 있다. 이것은 뉴런의 물질대사를 수행하며, 뉴런의 시그널 전달을 촉진한다. 이것들 외에 다른 것이 뇌에는 사실상 전혀 없다. 

그렇게, 눈에서 나온 신호가 뒤통수 쪽에 있는 뇌의 시각 영역으로 들어간다. 이 신호가 다음에 시각 영역에서 분리되어 대뇌피질도 포함하는 뇌의 다른 영역들로 들어가는데, 여기서 신호들이 가시적인 이미지로 변환된다. 이것을 우리가 지각하는 것이다.

뇌에는 그 어떤 그림이나 장면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거기 있는 것은 전부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전달되고 이동하는 신경 임펄스뿐이다. 

뇌는 서로 다른 원추세포들이 서로 다른 주파수의 광파에 반응한다는 이유 하나로 서로 다른 범위의 광파들을 구별한다. 다음에 이 원추세포들에서 보통의 전기 신호가 나온다. 뇌의 시각 영역은 신호가 어떤 원추세포에서 나왔는지에 따라 색상을 구별한다. 신호 자체에는 그 어떤 색상도 없다. 

 

시각이 작동하는 도식은 대략 이런 식이다. 

주파수가 다른 전자기파로서의 빛이 물체들에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온다. 물체들 표면이 파동의 일부를 흡수하고 일부를 반사한다. (이건 표면 특성에 좌우된다.) 반사된 파동이 우리 눈에 들어오고, 여기서 망막의 원추세포와 간상세포의 도움으로 신경 임펄스로 바뀐다. 이 신경 임펄스들이 뉴런 망을 따라 뇌로 간다, 더 엄밀히 말해 뇌의 시각 영역으로 간다. 신호가 시각 영역에서 뇌의 다른 영역들로 퍼진다. 뇌에는 뉴런 망과 보완하는 신경 교세포들, 뉴런 신호들 이외에 다른 것은 전혀 없다. 

 

이제 다른 지각 채널들의 작동 방식을 간략히 보자. 

감각 기관들의 이 작업 도식은 사실상 시각 채널의 도식과 다르지 않다. 

 

소리는 본질상 공기의 진동이다. (*음파 - 발음체의 진동으로 공기 등에 생기는 소리의 파동. 소릿결.) 즉, 물체는 진동함으로써 주변에 공기 진동을 만든다. 이 진동이 공기를 따라 여러 방향으로 퍼지고, 결국 우리 귀에 들어온다. 공기가 없다면, 물체는 진동을 전달하지 못하며 소리도 없을 것이다. 

음파는 광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주파수를 지닌다. 소리의 진동 주파수가 낮을수록, 소리가 더 낮은 것처럼 우리는 주관적으로 여긴다. 이건 베이스에 관련된다. 음파의 주파수가 더 높을수록, 우리에겐 주관적으로 소리가 더 높고 날카롭게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소리의 높이는 음파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음파는 공기를 따라 전달되는, 서로 다른 주파수의 파동일 뿐이다. 이 파동 자체에는 아무 소리도 없다. 

 

다음에 물체에서 나온 음파가 우리 귀에 들어온다. 귀에 고막이 있어서 귀로 들어오는 공기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막은 귀에 들어온 음파와 같은 주파수에서 떤다. 

다음에 귀에서 진동의 복잡한 변환 체계의 도움으로 음파가 신경 임펄스로 바뀌고, 이 임펄스가 청신경을 따라 뇌로, 청각 정보 처리를 맡는 영역들로, 들어간다. 

 

공기 진동이 우리 귀에 들어와 고막을 움직이다.

 

그런 식으로 소리도 빛처럼 뇌가 처리하는 신경 임펄스로 바뀐다.

눈에서 나오는 신경 임펄스는 귀에서 나오는 신경 임펄스와 전혀 다르지 않다. 이 신호들의 차이와 신경 임펄스들이 어떤 종류의 신호를 지니는지는 전부 뇌에서 결정한다. 이 작업을 뇌는 신호가 어떤 신경 경로를 따라 왔는지에 따라 결정한다. 

신경 임펄스가 (즉, 신호가) 빛의 지각을 맡는 뉴런에서 나왔다면, 뇌는 이 신호를 시각적인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신호가 소리 지각을 담당하는 뉴런에서 나왔다면 뇌는 이 신호를 청각 (소리) 신호로 해석할 것이다. 

 

촉각과 후각, 미각에 관해서는 간략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피부에는 특별한 수용체들이 있어서, 이것이 접촉과 공기 온도에 반응한다. 그 다음 도식은 역시 마찬가지다. 이 수용체들에서 나온 신경 신호가 뇌로 들어간다. 

코에도 수용체들이 있어서, 이것이 특정한 분자들에 반응한다. 예를 들어, 장미꽃이 분자들을 분비한다. 이 분자들이 코에 들어오고, 후각 수용체들이 특정한 분자들에 반응한다. 다음에 후각 수용체들이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맛에 관해 보자면, 혀에는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물질의 분자들에 적절히 반응하는 수용체들이 있다. 앞의 여러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수용체들에서 뇌로 신경 시그널들이 간다. 

외부세계에는 장면이나 소리, 맛, 감각 같은 게 전혀 없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하기 바란다.
외부세계에 있는 것은 전부 여러 종류의 파동과 분자 물질들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전부 우리 뇌의 작업 결과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물음을 던질 때가 됐다. 

그렇다면 뇌의 시각 영역에서 나오는 신호들이... 어째서 우리가 그것들을 지각하는 것과 똑같이 지각되는 것인가? 달리 말해, 3차원 형태의 이미지로 지각되는 것인가? 

또 뇌의 소리 담당 영역에서 나오는 신호들은... 왜 바로 소리처럼 지각되는 건가? 

광파에도 음파에도 색깔과 소리 같은 속성이 없는데 말이다. 

(계속.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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