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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06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과잉 보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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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과 계속) 

 

아이한테 협력하고 아이와 공조하려 할 때 아주 종종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을 하나 더 살펴본다. 

부모가 가르치고 얼마든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자기네 말투도 조심스레 살피는데... 즉, 화내지 않고 고압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나무라지 않으려고 조심하는데도 일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주로 아이를 지나치게 배하고 과잉 보호하는 부모들한테서 생긴다. 그들은 아이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아이한테 원하고 아이한테 해주려 한다

 

언젠가 우연히 접한 장면 하나. 겨울방학 때 스키장에서 있었던 일. 

많은 스키어들이 슬로프를 따라 신나게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슬로프 중간쯤에 세 사람이 멈춰 서서 뭔가 옥신각신하는 듯했다. 알고 보니 엄마와 아빠, 열 살 된 딸이었다. 딸아이는 당시에는 보기 드문 고급 스키를 신고 아주 값비싼 새 스키복을 갖춰 입었다. 난 가까이에 있다가 우연히 이런 대화를 듣게 됐다. 

 

스키장에 엄마 아빠와 딸 세 식구

 

– 영미야, 저 아래까지 조금만 더 내려가 보자. - 아빠가 하는 말. 

– 안 할래 – 딸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 어렵지 않아. - 엄마가 끼어들었어. - 스틱을 조금만 지치면 돼. 봐라, 아빠가 시범을 보일 거야. (아빠가 시범을 보였다.) 

– 싫어, 안 한다고 했잖아! 스키 타고 싶지 않아. - 딸이 쏘아붙이고는 몸을 홱 돌렸다. 

– 영미야, 우린 정말 많이 애썼다. 너한테 스키를 가르치려고 일부러 멀리 여기까지 왔어, 티켓도 비싸게 주고. 

– 그거야 엄마, 아빠가 좋아서 그런 거지! 내가 원해서 내가 부탁한 게 아니잖아! 

 

그들 대화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저런 멋진 스키를 신고 리프트로 꼭대기에 올랐다가 하얀 눈밭을 달려 내려오고 싶어 한단 말이냐, 단지 부모의 경제적 여력이 안 돼서 못하는 것일 뿐이지. 한데 이 잘 차려입은 소녀한테는 다 있어. 하지만 이 아이는 황금 새장의 새처럼 아무것도 원치 않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갈망보다 더 앞서 나아갈 때는 아이한테 있던 의욕마저 꺾이기 쉽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학습에서도 더러 일어난다. 

15세 소녀의 아버지가 심리 상담을 청했다.

 

딸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해. 자잘한 심부름도 하지 않고, 자기가 먹은 그릇을 닦지도 않고, 제 속옷도 빨지 않고 물에 담근 채 이삼 일이나 놔둔다. 그런 걸 부모는 다 용납하고 심지어 면제할 용의가 있었다. 아이가 공부에 전념하기만 한다면! 하지만 아이는 공부에도 별 뜻이 없어. 학교에서 오면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거나 전화기에 매달려 있다. 

 

아이가 공부에만 전념한다면 다른 일은 다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부모

 

학교 성적은 대부분 과목이 5점 만점에 3점이나 2점. 고등학교에 갈 수나 있을지 부모는 걱정이 태산이다. 졸업시험 생각하기가 겁나. 엄마는 일 때문에 하루 걸러 집에 들어온다. 요 근래에 엄마는 딸의 공부만 생각해. 아빠가 직장에서 아내에게 전화해 묻는다. 

초롱이가 공부하고 있나? 

아니요, 책상 앞에 앉지도 않았어. 

아빠는 퇴근해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딸아이의 교재를 훑어보고, 그렇게 ‘다 무장한 채’ 집에 들어선다. 그러나 아이를 금방 책상 앞에 앉히기도 쉽지 않다. 질질 끌다가 결국 9시나 되어서야 초롱이가 오늘 해야 할 숙제를 선심 쓰듯이 펼친다. 필요한 대목을 아빠가 열심히 설명해 보지만, 딸아이는 "그래도 모르겠어" 하고 딴청을 피운다. 딸아이의 딴청과 아빠의 설득이 오가다가 10분쯤 지나면 공부가 아예 다 끝나고 만다. 딸아이가 교재를 한쪽으로 내던지고 때론 히스테리까지 부린다. 부모는 이제 가정교사를 들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초롱이 부모의 실수는...

열심히 공부하기를 딸아이 자신이 원하는 게 아니라, 아이 대신 그들이 원한다는 데 있다

 

이런 경우에 늘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있다. 

 

기타에 늦을까봐 짐을 들고 플랫폼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

 

기차역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가방을 들고 아이 손을 잡고 플랫폼을 따라 마구 달린다.

렇지 않으면 기차를 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더욱 열심히 달린 끝에 마지막 차량을 간신히 따라잡는다.

가방이며 짐들을 기차에 던져 올리고 발판에 뛰어오른다.

드디어 기차가 속력을 낸다. 

플랫폼에 남은 사람들이 녹초가 된 채 트렁크에 주저앉아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 뭐가 그리 우스운가요? - 주변 사람들이 그들에게 묻는다. 

- 우리를 배웅 나온 이들이 떠났거든요! 

기차가 떠난 뒤 플랫폼에 남은 사람들

 

아이를 위해 수업을 준비하거나 아이와 함께 대학에, 영어학교에, 수학학교에, 음악학교에 '입학하는' 부모들은 이 일화에서 배웅 나온 이들과 아주 비슷하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상황과 분위기에 고조되고 감정적으로 달아오른 상태에서 그들은 자기네가 아니라 자녀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리고 당사자는 ‘플랫폼에 그냥 남아 있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초롱이 경우도 그랬다. 그 아이의 삶을 다음 3년 동안 어찌어찌 추적해 본 결과,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흥미도 없는 기술대학에 들어갔지만 1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아이한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원하는 부모들은

대개 그들 자체가 힘들게 산다.

그들에겐 자신의 관심에 쏟을 시간도 힘도 남지 않고, 개인 생활도 없게 된다.

부모의 의무를 다 하려는 열의와 노력과 고단함은 이해되는데, 그래봤자 결국 물살을 거슬러서 배를 끌고 가는 셈이 아닌가! 

이게 아이한테 무슨 의미가 있나?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저어 봤자 힘만 들 뿐.

기펜레이터 여사가 소개하는 사례 하나. 

14세 소녀의 엄마. 이 엄마는 목소리 크고 활기찬 여인. 그에 반해 딸은 맥없고 무심하고 그 무엇에도 흥미가 없어. 아무것도 안 해, 어디도 안 가, 누구하고 사귀지도 않아.

사실 소녀는 아주 온순한 편이었다. 이런 면에서는 딸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었다.

그 딸과 단둘이 있을 때 내가 물었다. 

- 만약 요술지팡이가 있다면, 무엇을 부탁하겠니? 

소녀가 한참 생각하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우물우물 대답했다.

- 부모가 나에게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게 해 달라고...

 

아이 자신의 꿈과 갈망을 무시하고 부모 뜻대로만 하면...

 

이 대답에 난 깜짝 놀랐다. 아이 자신의 꿈과 갈망의 에너지를 부모가 아이한테서 얼마나 많이 빼앗았단 말인가! 그러나 이건 극단적인 경우이다. 더 많은 경우에 아이들은 자기한테 필요한 것을 바라고 얻을 권리를 위해 싸운다. 부모가 (그들 보기에) ‘올바른 일’을 주장하고 고집한다면, 아이는 같은 고집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 그게 뭔지는 안 중요해, 단지 그게 자신의 것이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방식, 자신의 꿈, 자신의 소망... 한마디로, 부모가 원하고 이끄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계획하고 가꾸는 삶을 살 수만 있다면, 설령 지옥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모습은 특히 틴에이저들한테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모순을 발견한다. 즉, 부모들이 자기네 입장에서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그것이 외려 아이로 하여금 진지한 일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어 반복이 되겠지만, 자신의 삶이라는 인식이 약해지기 때문에.)   

 

  <사랑으로?> 혹은 <돈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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