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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9.07.16 루덩의 악마들 7-2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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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Ken Russel film Devils

 


 

  절망에 빠진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이사카론의 방문. 악마가 거의 밤마다 찾아왔다. 독방 어둠 속에서 그녀가 무슨 기척을 듣고 침대가 흔들리는 걸 느끼곤 했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욧잇을 벗기고, 누군가가 그녀 귀에 달콤하고 음탕한 말을 속삭였다. 방안에 이상한 불빛이 어른거리면서 염소와 사자와 뱀과 남자의 형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때론 강경증 상태에 빠져서 손가락 하나 까딱거릴 수 없이 누워 있는 동안, 작은 야수들이 이부자리 아래서 앞발로 간지럼을 태우고 주둥이로 더듬으며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언구럭 부리는 목소리가 간청했다. 한 번만 더, 그냥 사랑만 조금 줘, 그냥 아주 조금만 예뻐해 줘. 그녀가 “내 정조는 하나님 수중에 있으며, 그분께서 뜻대로 처리하실 것”이라 대답하자,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침대에서 내동이친 뒤 얼마나 무섭게 때렸는지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얼굴이 퉁퉁 붓고 온몸에 시퍼런 멍이 가득했다. 

 

  「그런 일이 아주 종종 생겼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감히 바란 것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주셨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자잘한 싸움들을 우쭐댈 만큼 마음이 불량하여, 하느님께 합당하게 처신하는 한 내 소행을 두고 가책할 일은 전혀 없다고 여겼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책을 억누르기 힘들며, 하나님 뜻대로 내가 처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는 것도 알았고.」 

 

  그러니까 원흉은 이사카론이었다. 그래서 수렝은 이 악마를 상대로 기력을 다 쏟으며 요란한 의식을 거행했다. “내 말을 듣고 썩 물러가라, 사탄아!” 

  하지만, 오호라, 축문이 먹혀들지 않았구나. 「내가 받는 유혹을 그에게 고백하지 않기 때문에, 유혹이 점점 더 거세게 나를 쫓아 다녔어.」 이사카론이 더 못되게 굴면서 잔느 수녀의 절망도 더 커지고 꾸준히 진전되는 임신에 대한 불안도 더 강해졌다. 

 

  성탄절을 얼마 안 남기고 그녀가 약재 몇 가지를 입수했다. 그건 분명 쑥과 쥐방울덩굴과 콜로신스였으리라. 갈레노스 의술에서 추천하며 곤경에 빠진 처녀들이 낙태 효과가 있다고 필사적으로 기대하는 세 가지 약용 식물. 한데 아기가 세례도 받지 않고 죽는다면? 아기 영혼은 영원히 지옥에 떨어질 거야. 그녀가 제풀에 놀라 약재를 내던졌다. 

  다른 계획이 생겼다. 주방으로 가서 가장 큰 칼을 빌려 와 배를 가르고 아기를 꺼내 세례를 주는 거야, 그 다음엔 살아남든지 아니면… 

다락방으로 향하는 원장수녀 잔느

 

  1635년 새해 첫날 그녀가 총고해를 했다. 「하지만 고해사제한테 내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어.」 다음날 칼을 품고 세례용 물 대접을 들고 수녀원 꼭대기 작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벽에 그리스도 책형상이 걸려 있었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내 죽음과 작은 피조물의 죽음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다. 왜냐하면 세례를 베푼 뒤에 아기를 목 졸라 죽일 생각이었으며, 나도 죽을지 몰랐으니까.」 

 

  옷을 벗는 동안 ‘지옥에 떨어지리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이 두려움이 사악한 의도를 내던지게 할 만큼 강하지는 못했다. 법의를 벗은 뒤 가위로 슈미즈에 큰 구멍을 내고 칼을 집어 들어 ‘죽을 때까지 쑤셔 넣자고 굳게 다짐하면서’ 위장에 가장 가까운 갈비뼈 사이로 꽂기 시작했다. 

 

  그러나 히스테리를 잘 일으키는 사람들은 자살을 종종 시도하긴 해도, 성공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오, 기적이여, 자비로운 신의 뜻이 나타나 내 손을 붙잡았으니! 갑자기 어떤 힘이 나를 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친 거야. 칼이 손에서 빠져나가 십자가 밑에 떨어졌어.」 

  그리고 한 목소리가 외쳤다. “멈추어라!” 

  그녀가 그리스도 책형상으로 눈길을 들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손을 그녀에게 내뻗었다. 신의 음성이 들리자 악마들이 놀라서 길길이 날뛰었다.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원장수녀는 앞으로 생활 양상을 싹 바꾸고 처신도 달리 하겠노라 결심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임신 상태는 계속되고 이사카론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한번은 밤중에 그녀에게 협상을 제시했다. 나한테 조금만 더 온순하게 군다면 신통한 고약을 가져다주겠어, 그걸 배에 바르면 임신이 멈출 거야. 원장수녀가 조건에 응하겠다고 거의 마음먹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려 거부했다. 그러자 대노한 악마가 그녀를 호되게 때렸다. 

  또 어떤 때는 이사카론이 눈물 흘리며 애처롭게 호소하는 바람에 마음이 움직여 ‘그의 간청을 다시 들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충동이 실행됐다. 그런 식의 한밤중 만남이 계속되면 안 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질겁한 로바르데몽이 르망으로 사람을 보내 유명한 의사 두솅을 초빙했다. 의사가 와서 원장수녀를 꼼꼼히 검사한 끝에 임신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 말에 로바르데몽이 기절초풍했다. 이 소식을 프로테스탄트들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데 관계자들한테는 다행스럽게도, 이사카론이 공개 엑소시즘 때 나타나서 의사의 확인을 단호하게 반박했다. 아침 헛구역질부터 젖 분비까지 그런 증상은 죄다 악마들이 꾸민 짓일 뿐이야! 「그러더니 이사카론이 내 몸에 자기가 모아둔 피를 나로 하여금 죄다 쏟아내게 했어. 이 일은 주교와 의사 몇몇과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벌어졌다.」 그 뒤로 임신 증세가 다 사라지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구경꾼들이 주님께 찬양을 돌렸고 원장수녀도 그렇게 했다. 적어도 입으로는.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의심을 품었다. 이렇게 기록한다. 「악마들은 나를 설득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 했다. 생각해 봐라, 네가 배를 가르지 않게 된 기적은 하나님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한 짓이었어! 그러니 너는 그 일을 그저 환상이라 여기고 잠자코 있어야 한다. 고해 시간에도 입에 올릴 필요가 없는 거야!」 

  사실, 나중에 그녀는 그런 의심에서 벗어나고, 실제로 기적이 벌어진 것이라 확신할 수 있게 됐다.  

 

 수렝에게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기적이었다. 그에게는 루덩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불가사의했다. 그의 믿음은 게걸스럽고 무분별한 것이었다. 그는, 마귀에 들림을 믿었다. 그는, 그랑디에가 유죄라고 믿었다. 그는, 다른 마법사들이 수녀들을 홀리고 있다고 믿었다. 또 악마는 정식으로 강요당한다면 진실을 말하게 돼 있다는 교회 원칙도 믿었다. 그는, 공개 엑소시즘이 가톨릭 신앙을 공고히 하며, 성변화가 실재한다고 증언하는 악마들 얘기를 듣고 무수한 자유사상가와 위그노가 개종할 것이라고 믿었다. 또, 마지막으로, 잔느 수녀를 믿고 그녀 상상의 소산을 다 믿었다

 

  남들 말을 쉽게 믿는 것은 심각한 지적 결함이다. 그런 결함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가장 ‘불가항력적인 무지[각주:1]뿐이다

  그러나 수렝의 무지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요, 심지어 자발적인 것이기도 했다.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당대에 우세한 지적 풍조인 미신과 맹신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수회 동료들은 수렝처럼 무턱대고 믿지 않았다. 그들은 마귀 들림이라는 현상을 의심하면서 새 엑소시스트가 하는 짓을 황당하게 보았으며, 동료가 특별한 은혜와 실총 같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쏟는 뜨거운 관심을 다소 민망하게 여겼다. 우리가 앞에서 얘기했듯이, 어리석음은 수렝의 강점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고결함과 숭고한 열정도 그의 강점이었다. 그의 목표는 기독교적 완성, 곧 육욕을 죽임으로써 영혼이 하나님과 합일되는 은혜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 이 목표를 그는 자신만이 아니라 성령에 이르는 온유함과 정화의 길로 그와 함께 나서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제시했다. 

 

  그에게는 이전에도 영적 딸들이 있었다. 이 원장수녀가 그들처럼 하지 못할 것이 무언가? 그런 생각을 이미 마렌에 있을 때 떠올렸고, 그걸 계시처럼 느꼈다. 그저 엑소시즘 하나에 그치지 말고 잔느 수녀를 영적 생활로 이끌어야 해, 그 문을 이미 이사벨 수녀와 랄망 신부께서 내게 열어주지 않았던가. 그녀 영혼을 광명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마귀 들림에서 구해 내겠어

  흉중에 담아둔 과제를 잔느 수녀한테 끄집어낸 것은 루덩에 오고 하룬가 이틀 지나서였다. 그리고 이사카론이 터뜨리는 요란한 웃음소리와 레비아탄이 화가 나서 내뿜는 욕지거리를 응답으로 들어야 했다. 그들이 수렝에게 상기시켰다. 이 여인은 우리 소유이며 악마들의 공용 거처라는 걸 모른단 말이냐! 

 

  그가 그녀에게 영적 훈련을 얘기하면서 다그쳤다. 이제 하나님과 합일하기 위해 영혼을 다듬어야 할 때가 됐소! 왜냐하면, 그녀가 정신 기도를 수행한 지 벌써 이태가 넘었기 때문이다. 관상기도가 정말 필요하오! 기독교적 완성이! 그러자 악마들 웃음소리가 더 낭자하게 울렸다. 

 

  그렇다 하여 물러설 수렝이 아니었다. 신을 모독하는 말과 어지러운 발광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꾸준히 책무를 수행했다. 그녀 궤적에 ‘천국의 사냥개[각주:2]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사냥감을 쫓아다닐 작정이었다. 왜냐하면 그 죽음은 바로 영생을 의미하니까. 원장수녀가 달아나려 했다. 그가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기도와 설교를 계속 들려주었다. 영적 생활을 얘기하고, 몹시 힘든 준비 단계를 이겨내도록 그녀에게 힘을 주십사 하나님께 애원하고, 하나님과 합일하는 지복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럴 때마다 잔느가 요란한 웃음을 터뜨리거나 그에게 소중한 부아네트를 두고 놀리거나 트림을 꺽꺽 해대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돼지처럼 꿀꿀거리면서 훼방을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가 지칠 줄 모르고 소곤거렸다

 

  한번은 악마가 특히 혐오스러운 언사와 행동을 과시한 뒤에 수렝이 기도했다. 신이여, 그녀한테서 이 고통을 거두시고 차라리 이 죄인한테 시련을 안기소서! 그는 악마들이 잔느 수녀에게 겪게 한 고통을 죄다 느껴 보기 원했다. ‘그녀를 치유하여 덕을 수행하게 인도함으로써 거룩한 신을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설령 나한테 귀신이 든다 해도 개의치 않으리. 그보다 더 심한 것도 간구했다. 미치광이로 취급돼 참을 수 없는 굴욕을 당하는 것조차 감내하리니. 

 

  한데 그런 식의 기도는 절대 해선 안 된다고 모럴리스트들과 신학자들이 우리한테 못 박는다. 불행히도 조심성은 수렝의 덕목에 들지 못했다. 현명치 못하고 완전히 잘못된 간원을 입에 올린 것이다.[각주:3]

   그러나 기도란 진심 어린 것이라면 응답 얻는 길을 가지고 있다. 간혹 신이 직접 개입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어떤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그 생각이 사실이나 상징에서, 현세나 꿈에서, 물질적이든 심리적이든 어떤 형태를 취하며 구체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은 아닌가, 우리는 그렇게 짐작할 수도 있겠다. 

 

  수렝은 잔느 수녀가 겪은 고통을 자신도 겪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자신이 악마에게 사로잡히기를 꿈꿨다. 그리고 1월 19일 그렇게 됐다. 

  어쩌면 그런 일은 그가 기도하지 않아도 일어났을지 모른다. 악마들은 이미 랑탕 수사를 죽였고 트랑킬 수사도 곧 같은 길을 가야 했다. 수렝에 따르면, 엑소시스트들은 악마를 쫓아내려 했지만 실제로는 외려 불러들여서 살아 있게끔 최선을 다한 셈이 됐고, 그 악마들에 웬만큼 시달리지 않은 엑소시스트가 하나도 없었다

 

  우리네 관심과 눈길을 악에, 혹은 악이라는 생각에 집중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하나님을 섬기기보다 악마에 맞서 더 많이 투쟁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모든 십자군 전사는 실성하기 쉽다. 적들의 것이라 여기는 사악함을 줄곧 떠올리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악함이 자신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마귀 들림은 초자연적인 것보다 세속적인 경우가 더 흔하다. 사람들은 자기가 증오하는 타인과 증오하는 계급이나 인종, 민족에 대해 맹렬히 생각하기 때문에 마귀에 들씌우게 된다

  작금의 세계 운명은 제 스스로 마귀 들린 자들 손아귀에 있다. 즉, 반대자들한테서 보려고 애쓰는 악에 외려 들씌운 채 그 악을 명백히 드러내는 자들 손에 달렸다. 그들은 악마를 안 믿는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영혼을 악마에 내맡기려 애써 왔고, 성공했다 하여 의기양양하다. 하나님보다 악마를 훨씬 더 많이 믿는 한 그들이 마귀 들림에서 언젠가 벗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초자연적이며 추상적인 악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수렝은 세속적으로 마귀 들린 자들 가운데서는 보기 드문 광기로 자신을 몰아갔다. 하지만 선에 대한 생각 역시 초자연적이며 추상적이었고, 결국엔 선에 대한 믿음이 그를 구했다

 

  (5월 초 친구이자 예수회 동료인 다티시 수사에게 그 동안 벌어진 일을 상세하게 적어 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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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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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Invincible ignorance - 신학적 개념에서, 불가항력적 무지. 개인이 통제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서 책임이 없는 무지. 현대 영어에서는, ‘구제 불능의 바보’라는 뜻으로도 쓴다. [본문으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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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장작더미 위 기둥에 묶인 그랑디에와 핍박하는 랑탕 수사

 


 

  그 사이 랑탕과 트랑킬은 자백받지 못한 상황을 만회하려 들었다. 일이 어떻게 끝났는지 다가와서 묻는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마법사가 죄를 인정하지 않더군,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말이오. 그 이유야 빤하지, 그자가 하나님을 부르며 힘을 달라고 호소했는데, 그자의 하나님이란 루시퍼이고, 그 루시퍼가 고통을 못 느끼게 만든 게요. 그러니, 우리야 하루 종일 쐐기를 박고 또 박을 수도 있지만,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런 확신이 맞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엑소시스트인 미카엘 수사가 작은 실험을 했다. 며칠 뒤 실험 결과를 공개 강연에서 전했는데,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이렇게 기록했다. 

  「이 미카엘 수사는 악마가 그랑디에한테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즉, 지옥의 고통을 겪으며 무릎이 다 으스러진 채 녹색 담요를 덮고 장의자에 널브러져 있어서, 수사가 담요를 거칠게 걷어내고 부서진 정강이와 무릎을 쿡쿡 찔렀는데도 끽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카엘 수사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첫째, 그랑디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둘째, 사탄이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다. 셋째, (수사의 말을 직접 인용하자면) 「그가 호의적으로 하나님을 찾을 때 실제로는 악마를 부른 것이며, 악마를 증오한다고 말할 때 그건 하나님을 증오한다는 의미였다.」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그가 기둥에 묶여서 화염 맛을 톡톡히 체감하게끔 우리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미카엘 수사가 사라지자 다시 전권대행 차례가 됐다. 로바르데몽이 자신의 제물 곁에 두 시간 넘게 머물면서 서명을 받기 위해 갖은 설득 기술을 다 동원했다. 서명만 받으면, 자신이 취한 불법적 절차가 다 무마되며, 추기경에 대한 평판이 깔끔해지고, 또 히스테리 부리는 수녀들이 고해사제들에 의해 체제의 적들을 고소하도록 유도되는 모든 경우에서 앞으로 종교재판 식의 수법을 써먹어도 괜찮을 터였다. 서명을 꼭 받아야 했지만, 아무리 기를 써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다. 

  (그 설득을 지켜본 가스탱은 ‘그런 번드르르한 근거며 그런 감언이설이며 위선적인 탄식과 흐느낌 같이’ 가증스러운 것을 여태껏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 어떤 회유에도 그랑디에는 그가 알고 신이 알듯이 (전권대행도 분명 마찬가지이고) 전부가 날조인 자술서에 서명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로바르데몽이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간수장 라그랑제에게 형리들을 부르라고 지시했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죄인을 끌고 가는 행렬

 

  그들이 왔다. 그랑디에한테 녹황색 긴 셔츠를 입히고 목에 밧줄을 걸고 마당으로 끌고 나갔다. 나귀 여섯 마리를 맨 수레가 대기 중이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죄인을 들어 올려 장의자에 묶었다. 마부가 말들한테 고함을 질렀다. 행렬이 천천히 대로로 들어섰다. 일단의 궁수들이 앞에 서고 로바르데몽과 그의 온순한 재판관 열셋이 수레 뒤에서 걸었다. 

  대로 한가운데서 수레가 멈추고, 둘러선 시민들한테 판결문이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낭독됐다. 나귀들이 또 움직였다. 

  그 다음엔 (주임신부가 여러 해 동안 의젓한 풍모로 드나들던) 성 베드로 사원 정문 곁에 와서 행렬이 또 멈췄다. 두 손에 2파운드 양초를 들리고 의자에 묶인 그랑디에를 수레에서 들어 내리고는 판결문에 적힌 대로 무릎 꿇고 죄를 사해 달라고 빌게 했다. 그러나 무릎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았기 때문에, 땅바닥에 내려놓자 그가 얼굴을 땅에 박으며 엎어졌다. 형리가 다시 일으켜 세워야 했다. 

 

  그 순간 교회에서 코르들리에회 감독관인 그리에 수사가 달려 나와 경비하는 궁수들을 밀치고 몸을 굽혀 죄수를 끌어안았다. 크게 감동한 그랑디에가 신부에게 자신과 교단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사실, 이 코르들리에 교단만이 루덩 전역에서 주임신부의 적들에게 협조하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그리에 수사가 유죄 판결 받은 이를 위해 기도하겠노라 약속하면서 하나님과 구세주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모친의 전갈을 전했다. 모친께서는 성모마리아 발밑에서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그대에게 축복을 보냈다오. 

 

  두 남자가 눈물을 흘렸다. 몰려든 군중이 짠한 마음이 되어 수군거렸다. 수군거림을 듣고 로바르데몽이 대노했다. 꾸민 대로 척척 되는 일이 어째 하나도 없는 거지?! 정상대로라면 어수선한 군중은 악마와 내통한 자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린치를 가해야 마땅한 것을. 한데 그러기는커녕 그의 가혹한 운명을 안타까이 여기고 있다니! 

 

  그가 황급히 행렬 앞으로 뛰어 나와 경비병들에게 코르들리에회 수사를 내쫓으라고 새된 목소리로 명령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카푸친회 수사 하나가 열성을 발휘하여 그랑디에의 배코 친 머리를 곤봉으로 갈겼다. 

 

  질서가 복원되자 주임신부가 판결이 명한 대로 해야 할 말을 했다. 그러나 하나님과 국왕과 사법부에 용서를 구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비록 도덕적으로 크나큰 죄인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할 죄는 절대 저지르지 않았소이다.     

  형리들이 그를 다시 수레에 태우는 동안, 탁발수사 하나가 관광객들과 주민들에게 지루하고 장황한 훈계를 해댔다. 

  참회하지 않은 마법사를 위해 기도할 생각일랑 절대 하지들 마시오! 그건 곧 여러분이 아주 무서운 죄를 짓는다는 뜻이니까!! 

 

고문을 당해 하반신이 일그러진 그랑디에

 

  행렬이 움직였다. 우르술라회 수녀원 정문 앞에서 하나님과 국왕과 정의에 용서를 비는 의식이 재현됐다. 그러나 법정 서기가 원장수녀와 수녀들한테도 용서를 간청하라고 명령하자, 죄수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들에게 어떤 해도 끼친 적이 없지만, 저 여인들을 용서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할 수는 있소이다. 

 

  그러다가 필리프 트렌캉의 남편이자 가장 사나운 적수인 무소를 보자 지난 일은 다 잊어 달라 청하고는 본연의 정중함을 갖춰 덧붙였다. “난 당신의 온유한 종으로 죽겠소이다.” 무소가 얼굴을 팩 돌리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랑디에의 적수들이 모두 그렇게 비기독교적인 가혹함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랑디에가 부적절한 행위로 기소된 1차 재판 때 그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성직자들 중 한 사람인 베르니에가 군중을 헤치고 나와서 용서를 청하며 그를 위해 미사를 올리겠다고 했다. 주임신부가 그 손을 잡아 감사의 입맞춤을 했다. 

 

  성 십자가 광장에는 육천이 넘는 인파가 그 절반을 수용하기에도 벅찬 공간으로 들어서려고 밀고 밀렸다. 창문들이 전부 임대됐고, 심지어 지붕과 교회 홈통 주둥이 위에도 구경꾼들이 자리 잡았다. 판사들과 로바르데몽의 특별한 친구들을 위해 특별관람석이 설치됐지만, 어중이떠중이가 다 차지했다가 경비병들이 들이대는 창끝에 밀려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일진일퇴의 격전을 치르고 나서야 VIP들이 겨우 저희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인사들조차 지정 좌석까지 가는 데 무진 애를 먹었다. 죄수를 실은 수레가 장작더미 한가운데 선 기둥까지 마지막 백 야드를 가는 데도 자그마치 삼십 분이나 걸렸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호송병들이 미늘창을 휘두르며 길을 내야 했다. 

 

  성 십자가 교회 북쪽 담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높이 15피트 되는 굵은 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 밑에는 통나무와 나뭇가지, 짚더미가 잔뜩 쌓이고, 희생자가 으스러진 두 다리로 설 수 없는 만큼 장작더미 2피트쯤 위로 작은 철제 의자가 기둥에 묶여 있었다. 

 

  사건의 중대한 성격과 거대한 악평에도 불구하고 처형에 든 비용은 지극히 수수했다. 화형에 드는 장작과 죄인을 매단 기둥 비용으로 들랴르라는 사람한테 19 리브로 16 수를 지불했다. 1 파운드에 3 수 4 데니르 꼴로 무게 12 파운드인 철제 의자와 의자를 기둥에 연결하는 데 든 쇠못 여섯 개 값으로 대장장이 자크가 42 수를 받았다. 시농 시의 본당 신부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궁수들을 파견하느라 빌린 말들 하루 임대, 또 나귀 여섯 필 하루 임대와 짐마차와 마부 둘에 비용 108 수가 들었다. 죄수의 셔츠 두 벌 (고문당할 때 입은 것과 화형 당할 때 입은 녹황색 셔츠) 값으로 4 리브르가 들었다. 공식 사죄 의식에 쓴 2 파운드짜리 양초는 값이 40 수이고, 형리들에게 제공한 포도주 값이 13 수였다. 여기에 성 십자가 교회 문지기와 조수들에게 준 수고비까지 계산하면, 도합 29 리브로 2 수 6 데니르가 들었다. 

 

 그랑디에를 수레에서 내려 철제 의자에 앉히고 기둥에 단단히 묶었다. 교회를 둥지고 앉은 그에게 특별관람석과, 또 한때 사제관만큼이나 편하게 지내던 저택 전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저택 담장 안에서, 그가 아담과 만누리에게 상처 되는 농담을 여러 번 던지고, 캐서린 암몽의 편지들을 낭독하여 모임을 즐겁게 하고, 젊은 처녀에게 라틴어를 가르치며 유혹하고, 가장 좋은 친구를 철천지원수로 만들었다

  그 루이 트렌캉은 이제 자기 거실 창가에 앉아 있고, 그 곁에 참사회 위원 미뇽과 티보가 있었다. 한때 우르뱅 그랑디에였다가 이제 배코 친 불구자로 변한 그를 바라보며 세 사람이 의기양양하여 낄낄거렸다. 

 

  주임신부가 고개를 들다가 그들과 눈길이 마주쳤다. 티보가 오랜 지기한테 하듯 손을 흔들고, 트렌캉이 물 탄 백포도주를 마시다가 제 사생아 손녀의 아비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 

  그랑디에가 눈을 내리깔고 말았다. 일면 수치심 때문에, 왜냐면 라틴어 수업과 절박하게 눈물 흘리는 처녀를 나 몰라라 한 것이 떠올랐으니까. 또 저들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참담한 심정이 되어 하나님이 지금 여기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혹여 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간수장 라그랑제. 그는 자신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짓을 용서해 달라 청하고 두 가지를 약속했다. 군중에게 고별사를 행할 수 있도록 하겠고, 장작에 불을 붙이기 전에 목 졸라 질식시키겠습니다. 그랑디에가 감사를 표했다. 간수장이 몸을 돌려 지시하자, 형리가 즉시 올가미를 준비했다. 

 

  그러는 중에 탁발수사들은 엑소시즘을 수행하느라 분주했다. 그들 입에서 라틴어가 흘러 나왔다.   “주님의 십자가를 보라, 십자가의 적들이 놀라 달아나리라. 유다 지파의 사자가 이겼으니, 다윗의 뿌리를 차지했구나. 이제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 이름으로, 그의 아들이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또한 성령의 이름으로 너, 나무의 축생을 물리치나니…” 

 

죄인을 기둥에 묶어 놓고 연설하는 두 수도사

 

  그들이 장작더미와 짚단과 또 이글거리는 석탄이 담긴 화로에 성수를 뿌렸다. 그들은 땅과 허공에, 희생자와 형리들과 구경꾼들한테도 성수를 뿌렸다. 그러면서 다짐했다. 이번에야말로 저 마법사가 극도의 고통을 겪지 않게끔 악마가 방해하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야. 

 

  주임신부가 군중을 향해 몇 번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탁발수사들이 그 얼굴에 성수를 끼얹거나 철제 십자가로 입술을 때렸다. 그가 가격을 피하자, 그들이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배교자가 구세주를 외면하는구나! 랑탕 수사는 시종일관 범죄를 시인하라고 요구하며 “Dicas!” 하고 으르렁댔다. 

 

  이 레치타티보는 구경꾼들 뇌리에 박혀서, 짧고 참담한 여생 중에 랑탕은 이미 루덩에서 ‘디카스 수도사’로 유명해졌다

  “Dicas! Dicas!” 

  그랑디에가 시인할 것이 하나 없다고 천 번째로 대꾸하고 덧붙였다. 

  “자, 이제 나한테 평화의 입맞춤을 하고 죽이시오.” 

  랑탕이 처음엔 거부했다. 그러나 그런 비기독교적인 증오를 보임에 군중이 항의하자, 그가 장작더미 위로 기어올라 주임신부 볼에 입맞춤했다. 

  “유다!” 누군가가 외치자 많은 사람들이 가세했다. 

  “유다, 유다!”  

 

  그 함성을 듣자 랑탕이 걷잡을 수 없이 화를 내며 장작더미에서 뛰어내리더니 짚단을 들어 화로에서 불붙이고는 불덩이를 희생자 얼굴 앞에 대고 흔들었다. 네가 누구인지 고백해라! 사탄의 하수인임을 자백하란 말이다! 참회하게 만들겠어, 네 주인을 부정하게끔 만들겠다! 

 

  “수도사여,” 그랑디에가 차분하고 온유한 품위를 보이며 입을 뗐는데, 그건 자신을 박해하는 자의 거의 광적인 증오와 묘하게 대비됐다. “난 이제 곧 하느님을 만날 터이고, 그분께서 내가 진실을 말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실 것이오.” 

  “인정해라!” 수도사가 절규하다시피 했다. “인정해! 넌 한순간 후면 죽을 것이야!” 

  “한순간 후면...” 주임신부가 느릿느릿 되풀이했다. “한순간 후면, 그때 난 공정하고 무서운 심판장으로 갈 터이고, 존경하는 수도사여, 당신도 곧 그 심판에 부름을 받을 게요.”

 

  랑탕이 그 뒷말을 다 듣기도 전에 들고 있던 횃불을 장작더미에 놓인 짚단 위로 던졌다. 밝은 오후 햇빛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불꽃이 나타나더니 점점 커지면서 마른 나뭇가지 다발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바지직 소리를 내며 장작더미가 금방 타올랐다. 상대에게 뒤질세라 미카엘 수사가 장작더미 맞은편에서 짚단에 불을 놓았다. 퍼런 연무가 바람 한 점 없는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러더니 기둥 주변에 쌓인 나뭇단 하나에 불이 붙으면서 탁탁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장작더미에 불을 던지는 수도사

 

  죄수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흥겨운 불꽃 군무를 보게 됐다.   “나한테 약속한 게 이런 것이오?” 그가 절박하게 항의하는 투로 간수장을 불렀다. 그리고 갑자기 신성한 존재가 사라진 듯했다. 하나님도 없고 그리스도도 없고, 그저 공포뿐이었다

 

  간수장이 화가 잔뜩 나 탁발수사들에게 고함지르며 가까이 있는 불길부터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꺼야 할 불길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트랑킬이 주임신부 뒤편에 쌓인 짚단에 불을 붙이고, 랑탕이 화로에서 다른 횃불을 또 붙였다. 

 

  “그의 목을 졸라라!” 간수장이 지시했다. 그러자 군중이 그 외침을 따라했다. “목을 졸라라, 목을 졸라!” 

  형리가 올가미를 가지러 달려갔지만, 카푸친회 수사 하나가 몰래 로프에 매듭을 만들어 놓은 바람에 당장 쓸 수가 없었다. 매듭을 다 끌렀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단말마의 비명에서 구해 주려던 죄인 주변으로 이미 화염이 장벽을 치고 연기 커튼이 자욱했다. 그 동안에 수도사들은 성수 단지를 내두르며 장작불에 끝까지 남은 악마들을 내쫓았다. 

  “물러가라, 마귀들아!” 

  벌겋게 달구어진 통나무들 사이에서 성수가 쉬쉬쉬 하는 소리를 내며 금세 수증기로 변했다. 화염 장벽 저편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래, 엑소시즘이 먹혀들었다는 뜻이지! 탁발수사들이 감사 기도를 읊느라 행동을 잠시 멈추었다. 그러고는 갱신된 신념과 배가된 힘으로 다시 작업에 나섰다. 

 

  (갑자기 커다랗고 시커먼 파리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들어 랑탕 수사 얼굴에 부딪치더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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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트: 

루덩의 악마들 11편 6 (최종)

루덩의 악마들 11편 1

루덩의 악마들 10편 3

루덩의 악마들 9편 5

루덩의 악마들 8편 1

루덩의 악마들 7-2편 4

루덩의 악마들 7-1편 3

루덩의 악마들 6편 4

루덩의 악마들 5편 4

루덩의 악마들 4편 5

루덩의 악마들 3-3편 3

루덩의 악마들 2편 7

루덩의 악마들 1편 8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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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The Devils of Loudun, Huxley Aldous

 


 

7-2

 

  우리가 살펴봤듯이 마귀 들림이라는 가설이 그럴 듯해 보인 이유는… 생리학이 아직 세포 구조나 유기체의 화학적 과정을 찾지 못했으며, 심리학이 무의식 수준에서 벌어지는 정신 활동을 사실상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마귀 들림이란 것을 현재는 주로 로마가톨릭과 심령주의자들만 받아들이고 있다. 

 

 심령술사들은 심령술 세션 중에 벌어지는 몇몇 희귀한 현상을 죽은 사람의 혼이 영매의 몸에 잠시 들어앉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톨릭교도들은 떠도는 혼령의 존재를 배척하지만, 어떤 정신적 착란과 육체적 교란을 악마 세력의 작용으로 설명하고, 정신이나 육체가 신비로운 상태에 접어드는 것을 어떤 거룩한 힘의 작용으로 해석한다. 

 

  내가 알 수 있는 한 귀신들림이라는 생각에 자가당착이란 전혀 없다. 이런 개념을 ‘고대 미신의 잔재’라 치부하면서 막연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건 다른 설명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에 조심스레 고려할 수도 있을 작업가설로 취급하는 것이 더 낫겠다. 

  현대 엑소시스트들은 대부분의 마귀 들림이 히스테리 형태이며 그런 강박관념을 정신의학으로 치료하는 게 더 좋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가끔은 단순한 히스테리를 넘어 초자연적인 뭔가가 틈입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그럴 때는 들러붙은 악령을 엑소시즘으로 몰아내야 치료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육체를 떠난 스피릿이나 죽은 사람의 ‘심령 요소’의 입을 통해 말하는 영매도 희귀한 현상을 설명하는 논거가 됐다. 그런 귀신들림의 초기 증거는 마이어스의 <인격, 그리고 육체적 죽음 이후 인격의 생존>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다.[각주:1] 이런 부류의 저술로 얼마 전 나온 것으로는 조지 티렐[각주:2]의 <The Personality of Man>이 있다. 

 

  이 주제를 저서 <귀신들린 자들>에서 아주 상세하게 연구한 외스터라이흐[각주:3]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즉, 악마에 대한 믿음은 19세기 내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그 대신 ‘떠도는 혼령’이라는 개념이 훨씬 더 흔해졌으며, 그런 만큼 이전에 자기네 질병을 악마 탓으로 돌리던 노이로제 환자들이 폭스 자매가 등장한 뒤로는 죽은 악인들의 떠도는 혼령을 비난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최근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귀신들림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형태를 띠었다. 이제 신경증 환자는 어떤 적대자가 보낸 무선 메시지 같은 것에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고 종종 투덜댄다. 가엾은 에디 부인[각주:4]의 상상 속에서 여러 해 떠돌던 ‘악의적인 동물 자기’가 이제 ‘악의적인 전자 기기’로 바뀌었다. 

  천육백 년대에는 무선통신이 없었고, 떠도는 혼령이라는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로버트 버튼이 악마란 죽은 악인들의 혼령이라는 견해를 인용하지만, 그것이 ‘터무니없는 교리’임을 강조하고자 함이었을 뿐이다. 그가 보기에 마귀 들림이란 명백한 사실이요, 전적으로 악마들의 소행이었다. (250년 지나 마이어스가 보기에도 귀신들림이 실재하는 사실이긴 했으나, 그건 이미 악마가 아니라 죽은 사람들의 혼령에 의한 것이었다.) 

 

  악마들은 존재하나? 만약 그렇다면, 그들이 잔느 수녀와 다른 동료 수녀들 몸에 들어앉았나? 마귀 들림 문제와 마찬가지로, 선하든 악하든 무심하든 인간 외적인 스피릿들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을 그저 황당하거나 자가당착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넘길 수만은 없다. 인간의 정신만이 우주에서 유일한 정신임을 믿으라고, 그 무엇도 우리를 다그치지 않는다

 

  만약 투시력과 텔레파시, 육감 등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라 한다면 (그런 현상을 거부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공간과 시간과 물질에 덜 좌우되는 정신 작용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 외적인 지능들이, 형태가 없거나 혹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방법으로 우주 에너지와 연결된 인간 외적인 지능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부정할 근거는 전혀 없어 보인다. 

  (덧붙이자면, 우리가 ‘육체’라 부르는, 고도로 조직화된 우주 에너지 응축물과 우리네 마인드가 어떻게 결합되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어떤 연관이 있음은 분명하나, 물리적 에너지가 사유 에너지로 어떻게 바뀌는지, 사유 에너지가 물리적 에너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크리스트교에서 악마들은 최근까지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독교가 존재하던 맨 처음부터 그래 왔다. А. 르페브르 신부가 언급하듯이, 이런 이유에서 그렇다. 

  「악마는 구약에서 아주 작은 자리만 차지한다. 악마의 제국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한데 신약은 사탄을 악의 동맹 세력의 우두머리로 들춰낸다.」 

  현재 번역된 <주기도문>에서 우리는 악에서 구해 달라고 전능자에게 청한다. “우리를 유혹에 들지 않게 하시고, 다만 악에서, 유혹자에게서 구하소서.” 

 

  이론으로나 신학적 정의로나 크리스트교는 마니교[각주:5]처럼 이원론적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인에게 악은 본질적인 게 아니며, 현실적이고 기본적인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선이 박탈된 것이요, 하나님께 근원을 얻은 자들이 타락한 것일 뿐이다

  기독교의 사탄은 아리만[각주:6]의 다른 이름이 아니요, 빛이라는 신성한 원칙에 맞서는 어둠이라는 영원한 원칙이 아니다. 사탄이란 여러 시기에 하나님한테서 떨어져 나온, 숱한 천사들 가운데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자에 불과하다. 그저 정중하게 대한다는 뜻에서 그를 어둠의 제왕이라 부르는 것일 뿐. 악마는 많은데 그 중에 우두머리가 사탄이다. 

 

  악마들은 다 개체이고, 그 각각이 나름대로 성격과 기질, 유머감각, 변덕, 특이성을 지닌다. 권력 지향적인 악마, 음탕한 악마, 탐욕스러운 악마, 오만하고 으스대는 악마 따위가 있다. 게다가 어떤 악마들은 다른 자들보다 더 뚜렷한 지위를 차지한다. 왜냐면, 그들은 타락하기 전 하늘 계급에서 차지한 지위를 지옥에서도 유지하니까. 

  하늘에서 천사나 대천사였던 자들은 중요성이 적은 하급 악마들. 한때 주권자나 권품천사이거나 능품천사였던 자들이 지옥에서 고급 중산층을 이룬다. 왕년에 지품천사며 치품천사로 있다가 타락한 자들은 귀족이 되는데, 그들 권세는 아주 막강하여 (수렝 신부가 아스모데우스에 관해 언급한 바로는) 지름 30 리그[각주:7]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물리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어도 17세기 신학자 시니스트라리[각주:8] 신부는 주장하기를, 사람은 악마뿐 아니라 해롭지 않은 영적 실체들한테도 홀리거나 최소한 사로잡힐 수 있다고 했다. 이 순진한 영으로는 고대인들의 파우누스, 님프, 사티로스, 유럽 농촌의 고블린, 현대 심령 연구자들의 폴터가이스트가 있는데이들이 악마들보다 더 자주 사람한테 들러붙는다고 한다. 

  시니스트라리 신부에 따르면, 대다수 인큐버스와 서큐버스[각주:9]는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미나리아재비나 메뚜기보다 더 나쁘지도 않고 더 좋지도 않았다. 

 

incubus succubus

 

  한데 루덩에서는 이런 친절한 이론을 거론하는 사람이 불행하게도 없었다. 수녀들 상상에서 난무하는 색정적 판타지는 죄다 사탄과 그의 전령들 탓으로 돌리고 말았다

 

  반복하건대, 신학자들은 마니교의 이원론으로부터 기독교를 철저히 지켜왔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인들은 늘 악마가 마치 하나님과 자격이 동등한 경쟁자인 양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들은 선과 선행을 키우는 방법보다는 악과 악에서 벗어남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악의 치료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 안에 있는 하나님을 위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안에 있는 악과 맞서 싸우는 이들은 세상을 좋게 만들기 어렵다. 잘 해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놓아둘 뿐이며, 자칫 더 나쁘게 만들게 되는 경우마저 있다. 악을 더 많이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지녔다 할지언정 세상에 악이 더 횡행하도록 조장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기독교는 실제에서 마니교의 이원론에 종종 빠지면서도 교리로 보자면 그런 것이 절대 아니었다. 이런 측면에서, 기독교는 행위뿐 아니라 신조와 이론에서도 마니교 식 이원론인 코뮤니즘과 내셔널리즘의 맹목적인 숭배와는 차이가 있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우리는 빛의 편에 있으나 저들은 어둠 쪽에 있다고 확신한다. 저들이 어둠의 종사자인 한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을 공경하는 우리네 본성이, 가혹함을 다 정당화하지 않는가) 저들을 징벌하고 파괴해야 한다. 

  20세기에 사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오르마즈드[각주:10]처럼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다른 동료들을 악의 원리인 아리만으로 간주함으로써 이 시대의 악마주의에, 극악무도한 행위에, 승리를 안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루덩에서 엑소시스트들이 행한 것이 바로 그런 짓 아니겠는가. 단지 무대와 규모가 작았을 뿐이지. 그들은 하나님을 저희 파벌의 정치적 이익과 맹목적으로 동일시하고 저희 생각과 노력을 악마의 힘에 집중했다. 그 결과 그들이 맞서 싸운 사탄이 승리하도록 안간힘을 쓴 꼴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도, 그 승리는 한 도시에 국한되고 한시적인 것이었지만. 

 

  인간 외적 정신들이 우주에 존재하는지 아닌지, 또 그것들이 사람 몸에 들어앉을 수 있는지가 지금 우리 책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물음은 오직 하나. 즉, 만약 그런 현상들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그것들이 루덩에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이라 추정할 수 있을까? 

  현대 가톨릭 사가들은 그랑디에가 재판받고 처형될 만한 죄를 범하지 않았다는 데 한 목소리로 동의한다. 그러나 브레몽 수도원장이 <프랑스에서 종교적 감정의 문학적 역사>에서 거론하는 몇몇 사가들은 수녀들이 정말 마귀 들림의 제물이었다고 아직도 확신한다. 관련 문헌들을 섭렵하고 이상심리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런 의견을 지닐 수 있는지, 난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수녀들 행위에는 현대 정신과 의사들이 기록한 많은 히스테리 사례에서 벗어나고 훌륭하게 치료될 수 없는 것이 없다. 또 악마 세력의 징표가 된다는 초자연적 능력을 수녀들 중 누군가가 발휘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 

 

  (짜 귀신들림을 협잡이나 질병 증세와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가톨릭교회는 네 가지 테스트를 제시한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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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트:

04.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세계

루덩의 악마들 11편 6 (최종)

루덩의 악마들 11편 1

루덩의 악마들 10편 1

루덩의 악마들 9편 6

루덩의 악마들 8편 6

루덩의 악마들 8편 2

루덩의 악마들 7-1편 3

루덩의 악마들 6편 4

루덩의 악마들 5편 4

루덩의 악마들 4편 5

루덩의 악마들 3-3편 3

루덩의 악마들 2편 7

루덩의 악마들 1편 8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Frederic Myers (1843-1901) - 영국의 고전학자, 인문학자, 시인, 심리학자, 심령 연구가. 런던 '심령 연구 협회' 창설. 는 잠재의식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끼쳤다는 평가. 수면(정상적 징후), 히스테리(비정상적 징후), 텔레파시(비범한 징후) 등을 잠재의식의 기능으로 보다. 현대 초심리학에 영향. [본문으로]
  2. George Tyrrell (1879-1952) - 영국의 초심리학자. 초자연적인 주제를 주류 심리학에 소개. <유령 apparitions>(1953)은 심령 연구 분야에서 고전적 이론서. [본문으로]</유령>
  3. Traugott Oesterreich (1880-1949) - 독일의 철학자, 종교철학의 권위자, 튀빙겐대학 교수, 현대 독일 학자들 중 처음으로 심령 현상을 믿는다고 공표. 유대인 아내와 반군국주의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나치 치하에서 겨우 살아남다. 은 귀신들림과 다중인격을 고대의 경우부터 상세히 연구한 저술로서, 윌리엄 블래티의 소설 <엑소시스트>(1971)에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이 영화화된 이후 귀신들림과 엑소시즘에 대해 관심이 다시 일면서 외스터라이흐의 책들도 다양하게 다시 출간됐다. [본문으로]
  4. Mary Eddy(1821-1922) - 1866년 미국의 신흥 교파 크리스천 사이언스 창시. [본문으로]
  5. 페르시아 사람 마니(216-276)가 창시한 2원론적 종교 운동. 오랜 기간 크리스트교의 이단으로 간주돼 왔지만, 일관된 교리며 엄격한 제도와 조직을 갖추면서 하나의 종교가 되었다. 진리에 대한 영적 지식(gnosis)을 통해 구원에 이른다는 영지주의(靈知主義)에 속한다.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두 실체, 즉 영혼과 물질, 선과 악, 빛과 어둠이 분리되는 과거와, 두 실체가 혼합되는 현재, 원래의 2원성이 재설정되는 미래의 3단계로 구분. [본문으로]
  6. Ahriman - 아리만 또는 아흐리만. 조로아스터교의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악이자 근본적 어둠을 상징하는 존재. 선과 진실의 근원인 아후라 마즈다에 대립하는 신. [본문으로]
  7. league - 프랑스의 거리 단위. 1리그=4.8 킬로미터. [본문으로]
  8. Ludovico Sinistrari (1622-1701) -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회 성직자, 저술가. [본문으로]
  9. succubus - 중세 유럽의 전설과 민속에서, 남성의 꿈에 나타나 유혹하는 여성형 몽마(夢魔). [본문으로]
  10. Ahura Mazda - 조로아스터교에서 아리만과 대립하는, 빛과 선의 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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