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말이 말로 답하는 것은 아니고, 오른쪽 앞발굽을 '한 번, 두 번, 세 번... 여섯 번' 두드린 겁니다.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지를 만해요.
"우와, 짐승이 덧셈을 하다니! 문제를 또 내봐요! 다른 것도 물어봐요!"
그래서 몇 가지 셈을 더 물어봐도 말은 어김없이 발굽을 정확히 두드렸습니다.
"거 참, 신기하네. 웬만한 사람보다 더 영리한 거 아니야?"
시간이 흐르면서, 말은 덧셈뿐 아니라 뺄셈, 곱셈, 나눗셈 문제를 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답을 딱 내놓게 됐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구구단까지 꿰게 됩니다.
1900년대 초반 독일 베를린에 살던 이 말의 이름은 한스. 말 주인은 수학 교사를 지낸 오스텐이라는 사람. 말은 문제를 입말로 내도 글말로 내도, 주인이 내도 구경꾼 중에 누군가가 내도 다 알아맞혔습니다.
<영리한 말 한스>는 금방 유럽 전역에서 유명 인사(?)로 등장했어요. 신문 주요 기사의 주인공이 되고, 사랑방 좌담의 중심 토픽으로 자리 잡은 겁니다.
이 진귀한 현상에 연구자며 심리학자, 수의사, 기병대 장교, 말 애호가들이 특히 주목했습니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슈툼프가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섰어요. 먼저, 말 주인이 무슨 속임수을 쓰는 건 아닌지, 말에게 어떤 힌트를 주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 열 세 명으로 구성된 검증 위원회가 테스트 날짜를 잡았습니다. <영리한 한스>도 결국은 주인의 교묘한 트릭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다들 확신했어요. 심리학자, 물리학자, 수의사, 애마가, 기자들을 비롯해 구경꾼이 잔뜩 모여 들어, 어떤 결론이 날지 흥미진진하게 기다렸어요. 검증 위원들은, 바로 오늘 한스의 트릭을 밝혀낼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공표했습니다. 테스트가 시작되기 직전 위원회는 주인에게 말을 홀에 혼자 놔두고 나가 있도록 했지요.
위원장이 한스에게 첫 번째 질문을 던졌어요. 말이 발굽을 두드려서 정답을 알렸습니다. 두 번째 문제를 냈는데, 또 제대로 답했습니다. 세 번째 문제에도 역시 정답을 내놓았습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검증위원들이 혼란에 빠지고 속임수라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테스트를 다시 하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얼마 뒤 슈툼프의 제자 풍스트가 위원회를 새롭게 꾸려 다시 검증에 나섰습니다. 같은 홀에 연구자, 교수, 수의사, 기병대 장교, 기자들이 전 세계에서 다시 모여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비로소 위원회는 <영리한 한스>에게 훈련시킨 비밀을 풀게 됩니다.
이번에도 한스가 어렵지 않게 응답하리라 다들 기대했어요. 하지만 한스는 발굽을 움직이지 않았어요! 오호라! 연구자들이 드디어 진실을 알아내게 됐습니다. 그게 뭘까요?
숫자 둘을 더하는, 간단한 산술 문제로 시작했는데... 하지만 이번엔... 사람들이 다들 듣게끔 문제를 내는 대신, 위원 한 사람이 한스 귀에 첫 번째 숫자를 속삭이고 다른 위원이 두 번째 숫자를 속삭인 겁니다. (*주변 다른 사람들이 정답을 당연히 알지 못하겠지요? 여기에 비밀의 열쇠가 있습니다.)
힌트: 질문자나 검증하는 사람이나 구경꾼들이 정답이 뭔지 알게 됐을 때만, 한스도 그것을 아는 것 - 감이 잡히나요?
2.
심리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풍스트는 <영리한 한스>라는 기이한 현상에 더 근본적으로 다가들었습니다. 한스가 ‘산술 재능’을 내보인 여건을 다각도로 살핀 것이죠.
먼저, 1차 검증 때처럼 한스와 말 주인을 떼어 놓았어요. ‘산술 재능’이 여전했습니다. 다음엔 말 주인이 건네는 문제와 전혀 다른 질문을 몇 가지 들이댔어요. ‘산술 재능’이 여전했습니다. 이번엔 한스의 눈을 가려 문제 내는 사람을 못 보게 해 봤어요. 그러자 ‘산술 재능’이 금방 사라졌습니다. 다음에 풍스트는 말 주인에게 자신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를 한스에게 질문하게 했어요. 한스의 '산술 재능'이 또 사라졌습니다.
여러 테스트 결과를 종합하여 풍스트가 내린 결론.
한스에겐 산술 능력이 없다. 그 대신 문제를 내는 사람의 행동(움직임, 표정, 몸짓)에 드러나는 아주 희미한 변화를 포착하고 이용할 줄 안다. 한스는 질문 받고 발굽을 두드리면서 문제 낸 사람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 질문자 입장에서는 말이 발굽을 몇 번 두드리는지 세는데, 두드리는 횟수가 정답에 가까워질 때 질문자의 긴장도 커진다.
한스는 이 긴장감을 포착하고 두드리기를 멈출 순간이 됐음을 아는 것. 발굽으로 필요한 숫자를 두드린 순간 문제 낸 사람이 안도하고, 그 순간 한스는 두드리기를 멈추는 것. 만약 질문자의 긴장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한스는 안도하는 표정이나 숨소리를 보고 들을 때까지 발굽을 계속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결론은 지극히 옳았습니다.
3.
다시 말하자면, 한스가 정답에 해당하는 횟수만큼 발굽을 두드리기 시작한 순간, 둘러선 사람들이 아주 미미한 시그널을 (자신도 모르게) 허공에 발산하게 됩니다. '시작됐어! 과연 맞출까, 어떨까?' '야아, 이거 손에 땀을 쥐게 하네.' 주변에 긴장이 감돌고, 그에 걸맞은 시그널과 징표들이 나왔다는 것이죠.
한스가 정답에 해당하는 숫자에 이르를 때, 구경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긴장을 풀게 됩니다. 말 주인 오스텐은 바로 그 순간 발굽 두드리기를 멈추게끔 말을 훈련시킨 것이었습니다.
<영리한 한스의 비밀 해결자>로 알려진 풍스트의 다른 실험이 또 흥미로워요. 그는 자신이 내린 결론을 다시 검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무엇이든 숫자를 마음속으로 생각하게 하고, (한스가 했듯이)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면서 그 숫자를 알아맞히려 해 본 겁니다. 그리고 (한스 못지않게) 성공했어요! 누구든 조금만 훈련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팟캐스트 <불탕불탕 말 달리자~>에서 오디오 편집을 맡고 있는 고도 님은, "오디오 편집하면서 숨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반응이며 표정이며 감정 상태가 어떤지를 볼 수 있어요!" 하고 말합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깁니다.
4.
<영리한 한스>는 질문자나 구경꾼들의 반응을 잘 포착하고, 그에 맞게 반응한 것이었습니다. 말도 하는데, 사람이 못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대화할 때도 (강연, 연설 때도; 변호사, 의사, 세일즈 일에서도) 상대방의 (청중의,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포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중요해요.
미소 짓나? 고개 끄덕이나? 손바닥을 보이나? (듣는 것에 만족한다고 여겨도 틀리지 않을 것).
얼굴 찌푸리나? 딴 데를 보나? 팔짱 끼고 있나? 주먹을 쥐고 있나? (당신 얘기가 못마땅한 것일지도).
목덜미를 만지나? 상체를 젖히나? 발이 문 쪽을 향하나? (대화 끝내고 자리 뜨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신체언어를 일상에서 이미 잘 활용합니다.
상대가 뒷걸음치거나 상체를 뒤로 젖히거나 딴 데를 보면, '아, 얘깃거리에 흥미를 못 느끼는군' 하고 감지하지요.
당신이 뭔가 불편하게 만들었다 싶으면, 상대는 목덜미를 문지르기도 해요.
당신에게 우월감 같은 느낌을 품고 있는 상대방은 손가락들 끝을 맞대고 첨탑처럼 손 모으는 제스처를 쓰기도 합니다.
비언어적 소통, 제스처와 신체언어를 잘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아니, 중요해요. 자세한 것은 천천히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왜 서로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 같은 수단에 왜 의존하나? 왜 우리는 늘 다른 사람과 진실을 나누기보다는 진실 감추기를 더 좋아할까?
누구나 이런 의문을 품고 해답을 찾으려 들었을 것.
그러나 거짓이 없고 다들 진실만 말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그런 세상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거짓말은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 낸 현상. 어쨌든 거짓말은 필요해, 우리 세상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감수하는 필요악처럼. 단지, 거짓말을…
웬만큼 허용되는 것과 사리사욕 꾀하기 위한 것 등으로 구별할 필요가 있겠다.
오늘날 거짓말은 일상생활의 필연적 일부가 됐다. 인간 공동체의 모든 측면에서 실제로 밀접하게 엮여 있다.
이 거짓말이란 게 없이는 경제며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 정도.
따라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들 행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거짓을 진실과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안 그러면, 쉽게 협잡꾼의 제물이 될 테니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주로 3가지 이유에서 거짓말을 한다.
1) 어떤 행위로 인해 처벌 받을까 두려움에서. 예를 들어, 깨진 화병이나 타인에게 가한 손해. 분명히 처벌된다는 걸 알면서 값비싼 화병을 깨뜨렸다고 자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이런 경우 자기보호 본능이 사람을 움직이며, 구제받기 위해 거짓에 의존하는 셈이다.
2) 두 번째 원인은 정보 은폐나 왜곡으로 개인적 이득을 얻기 위해. 인간은 다른 사람을 일부러 잘못된 길로 끌어들여서 거짓된 정보에 입각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끔 한다. 그리하여 사기꾼이 원한 것을 하도록 말이다. 이런 거짓을 <조종>이나 <교묘한 조작>이라 부를 수 있다.
3) 세 번째 원인은 타인들에 대한 불신. 우리는 아무한테나 개인 정보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믿고 마음을 열 필요가 있어. 하지만,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다들 서로 속이고 있다고 여기는 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있다. 또, 혹여 진실을 말했다가 불운을 자초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덜 믿게 되며 자기 생각과 경험을 덜 나누게 됐다. 진실을 말하기보다 뭔가를 궁리해 내는 게 더 쉬워졌다. 별생각 없이 자동으로 술술 거짓말이 나올 만큼 인간은 이 분야에서 대성공을 거둬 왔다.
그러나 거짓말을 남용하는 경우 이른바 부작용이 하나 있으니…,
거짓말쟁이는 자신이 꾸민 거짓을 점점 더 믿게 된다는 점. <리플리 증후군>.
그런 사람들을 ‘맑은 물’ 위로 끄집어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은 허구를 (날조를) 사실이라 여기며, 그들에게는 죄책감이나 진실을 말하려는 무의식적 갈망도 생기지 않으니까.
사실, 인간 본성에는 파괴 욕구가 내재돼 있지 않은가. 뭔가를 만들기보다는 부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점을 우리가 한두 번 알아차린 것은 아니리라.
우리는 왜 가까운 이들한테 거짓을 말하나?
어떤 (친한) 사람을 이롭게 하려고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를 섭섭하지 않게 하거나 용기를 주거나 자신감을 불어넣거나, 아니면 힘들어할까 싶어 불쾌한 것을 차단하려고 등등. 이건 물론 좋은 일이긴 하지만, 남용할 것은 못 된다. 거짓이란 어떤 것이든, 결국 좋지 않은 것만 안기기 마련이니까.
언제든 상대한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더 좋아. 결국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거나 스스로 짐작하게 되지 않겠는가. 그런 만큼, 가능한 한 가까운 사람한테 뭔가를 숨기지 않는 것이 대체로 더 낫다. 그렇지 않다가 만약 거짓임이 드러난다면, 믿음을 상실하고 그 사람을 잃게 될 위험마저 있으니까.
거짓말을 해도 괜찮을 유일한 경우는 가족을 위한 것.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가족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나 마뜩하지 않게 여기는 것을 늘 다 말하지는 않는다. 이는 또 모든 소통에 고유한 속성이기도 하다. 가벼운 거짓말 없이는 안 될 것. 안 그러면 친구며 지인이 하나도 남지 않을지도 모르지.
거짓과 정직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나?
자, 사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나 타인을 이롭게 하기 위해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더 편해지기는 거의 힘들어. 왜냐하면 하다못해 자신의 심기가 상하지 않는 경우라 해도 속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지만 상대를 상하지 않게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럴 때 방법은 하나밖에 없을지도 몰라. 즉, 진실의 일부만 말하고 나머지는 함구하기.
절반의 진실은 상대방이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을 말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 물론 그 이상은 아니야.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들은 다 거짓말을 해. 그게 인간의 본성. 우리는 거짓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 살 수 있다 해도 뭔가를 이루기가 거의 힘들 것.
속지 않으려면, 우리는 인간 심리를 잘 이해하고, 혹자가 누군가를 망상에 사로잡히게 하려 할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바로 <신체언어>를 잘 연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우리의 의식보다 무의식과 더 많이 연관돼 있고, 몸은 거짓을 말할 수 없으니까.
몸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며, 몸이 보내는 시그널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
예를 들어, 혹자가 거짓을 말할 때 당신한테서 눈길을 돌린다. (간혹 오랫동안 눈길 마주치며 거짓을 늘어놓을 수 있는 전문가도 있긴 한데, 지나치게 응시하는 경우도 역시 진실을 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눈길을 돌리는 까닭은, 무의식에 있는 양심이 그가 바르지 않은 짓을 하고 있다고 속삭이기 때문.
눈길 돌리는 행위는 바로 죄책감의 표현 같은 것. 즉, 당신한테 떳떳하지 못하며 나쁜 짓 했다는 점을 본인이 인식하는 것.
사기꾼의 몸이, 그가 당신을 속였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그러나 언제나 따라야 하는 법칙이 하나 있다.
즉, 늘 조심하며, 상대방 말과 갖가지 몸짓의 불일치를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알아차리며, 자신의 직관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분별력 약한 사람만, 달리 말해, 별 비판 없이 무조건 믿는 사람만이 속아 넘어가고 사기당하는 법이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믿지 않거나 그 자의 진정성을 의심한다면, 당신을 속이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들 것.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기 전에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속지 않는 것이라 확신하는 경우에만, 당신이 검증한 정보에 따라 움직이라.
*비언어적 소통 수단 신체언어를 다루다 보면, 아무래도 거짓말 같은 현상에 눈길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기꾼이 나쁜가, 사기당하는 사람이 나쁜가, 몇 해 전부터 제 머릿속에서 맴도는 화두입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야 사기꾼이 나쁘지!" 했는데, 근자에는 많이 바뀌었어요. (법적으로야 응당 사기꾼이 나쁘지만,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을 갖추지 않았다는 측면에선) 사기당하는 사람이 더 나쁘다(?)는 쪽으로 기웁니다.
*다른 사람이 전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만큼 경솔한 짓도 없을 겁니다. 검증이 필요해요, 늘!
여자는 눈을 살짝 내리깔고 어깨 너머로 남자에게 눈길을 날린다, 상당히 긴 눈길을, 남자가 알아차리도록.
그러고는 눈길을 돌린다.
그런 눈길 덕분에 여자는 훔쳐본다는 느낌을, 남자는 자신이 엿보임 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8. 엉덩이 흔들기
여자 둔부가 남자보다 더 넓다. 아이를 갖고 낳아야 하니까. 두 다리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넓게 떨어져 있다. 그래서 걸을 때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게 된다. 남자는 신체적으로 그렇게 걸을 수 없는데, 이 때문에 엉덩이 흔들기는 남녀를 구별하는 강력한 시그널로 인식된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걸을 때 엉덩이 흔들기는 남녀의 차이를 강조.
9. 히프와 허벅지를 기울이기
의사들이 알아냈다. 순산을 위해서는 여자 허리 크기가 엉덩이의 70%가 되어야 한다고. 이런 체형을 ‘모래시계’라 부른다.
풍만한 엉덩이와 가는 허리를 지닌 여성에게 남자들이 순간적으로 눈길 돌리는 것이야 이미 비밀이 아니다.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가 풍만할수록 남자들의 관심이 더 크다. 사이즈가 거의 비슷한 허리와 엉덩이에 남자들은 흥미를 완전히 잃는다.
엉덩이와 허리 크기의 차이를 어떻게 강조해야 하나? 아주 간단하다.
선 자세에서 엉덩이를 살짝 경사지게 만든다.
선 자세에서 엉덩이를 기울임으로써 여자는 아이 갖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다.
텍사스 대학 심리학자 Singh이 <미스 아메리카> 출전자들과 50년 동안 <플레이보이> 표지를 장식한 모델들의 신체적 매력을 연구했다. 그 결과, 이 여성들 경우 허리와 엉덩이 크기 비율이 67~80%였다고 한다.
싱 교수가 실험했다. 마르고 뚱뚱하고 정상적인 여성들 사진을 남자들에게 보여주고, 그들 매력을 평가해 보게 했다. 평균 체중에 허리와 엉덩이 크기 비율이 70%인 여성들이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뚱뚱하거나 마른 여성들 가운데서는 허리가 가는 여성들이 매력적인 것으로 꼽혔다. 또 뚱뚱하다 해도 엉덩이에 비해 허리가 상당히 가는 경우 남자들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10. 핸드백 위치
대다수 남자들은 여자 핸드백을 들여다본 적이 없을 것. 연구 결과, 남자들은 이 물건을 열어보기는커녕 만지는 것조차 끔찍하게 여긴다고 한다. 여성 핸드백은 극히 사적인 물건, 여성 신체의 연장선과 거의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가 핸드백을 남자 쪽으로 옮겨 놓는다면, 이건 상당히 친밀하다는 증거.
만약 아주 괜찮다 싶은 남자를 보게 되면, 여자는 자기 핸드백을 천천히 껴안고 어루만질 수 있다. 또 남자에게 핸드백을 건네 달라고 하거나 심지어 거기서 뭔가를 꺼내 달라고 청할 수도 있다.
남자 눈에 띄거나 심지어 손에 닿을 수 있게끔 여자가 핸드백을 놓는다면, 이는 그 남자를 대단히 매력적으로 여긴다는 증거. 만약 핸드백을 더 멀리 둔다면, 여자는 거리 유지하기를 선호하는 것.
11. 무릎 방향
만약 여자가 무릎 구부려서 발을 깔고 앉는다면, 그때 무릎은 그녀가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사람 쪽을 향하게 된다. 이 차분하고 느긋한 포즈는 대화가 격의 없음을 말한다. 그 외에 이런 포즈를 취함으로써 허벅지를 과시할 수 있게 된다.
12. 신발 까딱거리기
구두나 샌들을 발끝에 걸고 까딱거리는 것 또한 여자의 평온하고 느긋한 상태를 말한다.
13. 나란히 겹친 다리
두 다리가 나란히 놓이도록 꼰 자세를 대다수 남자들은 가장 매력적인 여성 포즈로 여긴다.
여자들은 자기 다리에 눈길 끌기 위해 일부러 이 포즈를 취한다.
앨버트 셰플린 박사의 주장 – 두 다리가 바짝 붙을 때 근육 활력이 강하다는 느낌이 생긴다고.
14. 종합
지금까지 읽은 것을 다시 보지 말고, 다음 장면에서 구애며 유혹의 시그널과 제스처를 최대한 많이 찾아보시라.
간혹 여자들이 남자와 마주앉아서 다리를 천천히 꼬았다가 다시 풀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 허벅지를 가볍게 어루만지는데, 그럼으로써 만져 주기를 원하는 듯이 보인다.
이런 제스처 클러스트(세트)가 매력적인 남자를 만날 때면 즉각 나오기 쉽다. 여자는 어깨나 얼굴에 늘어진 머리를 넘기려고 고개를 젖힌다. 단발인 경우에도 이런 제스처가 나온다. (남자가 매력적인 여자를 볼 때 없는 먼지도 어깨에서 털듯이).
여자는 남자에게 ‘아, 이 여인이 나한테 풍기는 인상에 신경을 많이 쓰는군’ 하는 느낌을 주려는 듯하다. 이 제스처로써 또한 유인 물질인 페르몬 분출을 자극하기도 한다.
2. 촉촉하며 살짝 내민 입술과 가볍게 벌린 입
십대 소녀의 골격 구조는 유년기 때 모양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다. 보드라운 지방이 끼면서 소녀의 얼굴이 더 동그랗고 포동포동해진다. 특히 입술이 그렇게 된다. 크고 도톰한 입술은 분명한 여성적 시그널이다. 남자들 입술과 크기가 확연히 다르니까. 그런 차이를 더 돋보이고 남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입술에 콜라겐을 주입하는 여자들도 있다. 도톰하고 촉촉한 입술은 여성들의 에이스 카드 축에 든다 하겠다.
사내애들 경우 십대에 얼굴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아래턱이 더 두툼해지고 앞으로 나오며 코가 커지고 이마가 넓어진다. 이런 변화 덕분에 남자는 누군가와 부닥치고 싸울 때 얼굴을 방어하기 쉽다.
여성의 외음순은 입술과 크기가 거의 같다는 게 통설. 립스틱은 이미 4천 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쓰였다. 여러 색깔의 립스틱을 바른 여자들 가운데 새빨간 입술의 여자를 남자들이 대체로 가장 매력적이며 관능적이라고 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3. 셀프 터치
우리 몸은 우리의 가장 은밀한 갈망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 바로 그 갈망 때문에 자신을 만지는 것. 여성 피부에는 남성보다 말초신경이 훨씬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여자들이 터치에 더 민감하다. 그런 셀프 터치는 남자 손길이 닿을 때 생기는 느낌을 스스로 상상할 수 있게 한다.
4. 흐늘거리는 손목
맥없이 흐늘거리는 손목은 바로 순종 시그널, 여성들과 동성애자 남성들이 주로 이용한다. 어찌 보면 이 제스처는 야수를 둥지에서 끌어내려 드는, 날개 꺾인 듯한 작은 새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달리 말해, 강자(?)의 눈길을 끌고 동정심 일으키는 아주 좋은 방법. 최소한 미국 사회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이런 제스처가 남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까닭은, 여자에게 권세를 부릴 수 있다고 느끼게 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업무 상황에서는 이런 제스처가 여자에게 심각하게 해로울 수 있다. 주변에서 그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될 테니까. 비록 남자 동료 몇몇이 데이트를 신청한다 하더라도.
5. 둥근 물건 어루만지기
6. 손목 드러내기
마음이 끌린 여성은 손목의 부드러운 안쪽을 잠재적 파트너에게 서서히 드러낸다. 관심이 증대하는 만큼 손목 드러내는 빈도도 커질 것. 이런 행동이 타고난 것인지 습득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잠재의식 수준에서 실행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제스처를 취할 때 남자에겐 여자의 손바닥도 보이게 된다. 담배 피우는 여성이 손목 드러내기가 더 쉽다. 담배 든 손을 어깨 높이로 올리면 되니까. 손목 드러내기와 고개 뒤로 젖히기 제스처를 여성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동성애자 남성들이 종종 쓴다. 여자들이 종종 향수를 손목에 뿌리면서 맥박 덕분에 향내가 퍼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심 있는 남자의 눈길을 자기 손목 안쪽으로 끌어들이기 원하는 것이며, 향수는 그런 방법 중 하나일 뿐.
여자들이 이용하는 구애 시그널에 비교하면 남자들 구애 시그널의 레퍼토리는 아주 소박하다. 여자들이 실망할지도 모르지.
여자들은 예쁘게 차려입고, 솜씨 좋게 화장(변장, 위장)하고, 수많은 구애 시그널과 제스처를 이용한다.
반면에 남자들은 자기 자동차를 몰고, 얼마나 버는지 얘기하고, 다른 남자들을 깔아뭉갠다.
남자들 구애의 효율성은 커다란 몽둥이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비슷하다.
그 어떤 남자도 아직까지는 여자들 만큼 ‘낚아 올리기’ 기법을 많이 마스터하지 못했다.
가장 널리 쓰는 남성 구애 시그널을 얘기하자.
실망하겠지만, 그건 거의 전부 서혜부(샅)에 집중돼 있다.
남자들은 대체로 구애 시그널을 주고받는 데 그다지 노련하지 못하다.
앞서 말한 대로,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여성들이 완전히 (90% 이상을) 컨트롤한다. 대개 남자들은 포착한 시그널에 반응하는 것일 뿐. 여성이 먼저 바이올린을 켜고 남자는 거기에 맞춰 춤추는 것. (하지만 정작 남자는 여자의 연주에 자신이 춤춘다는 생각을 거의 못한다.)
최근엔 남자들도 구애 의식을 서서히 습득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외모에 정성 들이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라고.
오늘날에는 성형수술, 매니큐어, 페디큐어, 머리 염색, 치아 교정, 헤어 컨디셔너, 얼굴 크림, 파우더 같은 것들이 남자들한테 낯선 것이 결코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질레트’ 회사가 2004년 조사한 결과, 스코틀랜드 남자들이 외모에 시간을 가장 많이 들인다고 한다. 평균 하루 16분을 거울 앞에서 보낸다는 것.
하지만 이런 행위는 다 남성적 허영의 증대를 말하는 것이지, 여성의 구애 시그널을 알아보는 능력에 관한 것이 아니다.
미국 여성들이 파트너한테서 듣기 갈망하는 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난 당신을 사랑해"라고?
천만에!
“살이 많이 빠졌구나!”
동물 세계에서 그렇듯이, 남자들은 호감 가는 여성을 보면, 즉, 잠재적 파트너를 보면, 몸단장을 시작한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미 얘기한 (청일점, 해수욕장 등) 순전히 생리적 반응 외에, 남자는 넥타이와 셔츠 칼라를 만지고 어깨에서 없는 먼지를 털고 커프스단추나 시계를 만지작거리고 상의나 셔츠를 잡아당긴다. 때로는 바지에 구두를 쓱쓱 문지르기도 하고 침 발라서 머리를 세우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
왜 남자들은 관계를 엮는 처음에 여자들과 대화를 하나
많은 남자들이 알고 있다.
여자와 그녀 개인 생활에 관해 오랫동안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눔으로써 신뢰를 얻으며, 점수를 더 많이 딴다는 사실을.
그래서 관계를 새로이 시작할 때 남자는 여자와 오랜 시간 대화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허니문이 끝나는 즉시 따뜻한 대화도 끝난다. 실생활에서 남자는 사실들과 문제 해결 방법에 관해서만 말한다.
서혜부(샅)에 열중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며 섹시한 암시는 허리에 꽂은 엄지 두 개.
이 공격적 제스처는 금방 서혜부에 눈길을 끌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남자는 상대 여자 쪽으로 몸을 돌리고, 그 쪽으로 발끝을 향하고, 친밀한 눈길을 이용하고, 평소보다 더 길게 눈길을 맞출 수 있다.
앉아 있거나 벽에 기대어 서 있다면, 두 다리를 벌려서 서혜부를 더 강조할 수 있다.
비비원숭이와 다른 영장류의 수컷들은 자기 페니스를 과시하여 자신의 높은 위치를 강조한다. 다른 수컷들에게 우세함을 확인시키기 위해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이 제스처를 간간이 반복함으로써 여기서 대장이 누구인지 다른 원숭이들이 알게 한다.
남자들도 비비원숭이들처럼 노골적이진 않지만 바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
풍기 문란을 다스리는 법이 없다면 비비원숭이 같은 남자들이 얼마나 등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른바 '바바리 맨'.
15세기에 살던 남자들은 상당히 노골적인 바지 앞주머니를 달고 다녔다. 그건 남성 상징의 크기를 강조하기 위한, 따라서 주인의 사회적 위치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21세기 뉴기니 원주민들은 지금도 자기 페니스를 드러내 과시한다.
문명화된 서구 여러 나라 주민들에게 꼭 끼는 바지, 수영 팬츠, 허리에 묵직한 열쇠 꾸러미, 혹은 길게 늘인 허리띠 꼬리 같은 것이 다 그런 맥락이다.
걸려 있는 물건들을 남자가 때때로 내려다보며 필요한 비교를 한다.
사타구니 긁적이기
대다수 여자들은 공공장소에서 사타구니 긁적일 엄두를 못 낸다. 하지만 남자들은 아주 태연하게 제법 자주 긁어댄다. 그런 행동은 다른 영장류의 행동과 아주 흡사하다. 단지 좀 다르게 드러나는 것일 뿐.
남자들이 섹시함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일반적 형태는 사타구니 긁적이기.
남자가 대화 중에 아주 태연하게 사타구니를 긁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전 세계 여성들이 질겁하고 한탄한다. 한데, 그런 행동의 의미는 남자의 생식기가 아주 커서 피가 잘 돌도록 늘 신경 써야 한다는 데 있다. 은연중에 과시하는 것.
남자라는 게 얼마나 좋아! 제 몸을 추스르기 위해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다.
젊은이들을 보자. 예를 들어, 운동선수들. 젊은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사타구니 긁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다른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남자다움을 확인시키려는 무의식적인 시도.
금방 사타구니 긁은 손으로 남자가 건배를 권할 때 여자는 경악한다.
한데 남자는 그 손으로 새로 만난 사람이나 친구들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쥔다.
비뚤어진 넥타이
당신이 남자이고 여자가 당신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싶다면, 잘 손질한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좀 비뚤어지게 매라.
또 어깨에 보푸라기를 붙이라.
당신을 매력적으로 보는 여자라면 누구든 넥타이를 바로잡고 어깨에서 먼지 털어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할 것.
저서 <신체언어와 사회질서 Body Language and Social order>에서 이렇게 말한다.
(홍일점이나 청일점 같이)이성들 모임에 있는 사람의 신체에서는 일정한 생리적 변화가일어난다. 즉, 근육 활력이 커지고 와잠의 불룩한 모양이 들어가며 또 가슴이 나오고 아랫배가 들어가면서 전체적으로 몸매가 단단하고 날씬해진다. (그런 편이다.) 한마디로, 사람이금방 더 젊어지고 매력적인 모습을 띤다. 그런 상황에서는 또 남자나 여자나 가릴 것 없이 걸음걸이가 더 탄력적이고 활기차게 된다. 잠재적인 파트너로서 자신의 매력을 강조하는 것. 남자들은 몸을 반듯이 세워서 키가 커 보이게 하고 턱을 내밀며 가슴팍을 늘려서 파워 있게 보이려 한다. 여자들은가슴을 강조하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머리를 매만지면서 손목을 드러낸다. 온순함과 순종의 표시를 어떡하든 내보인다.
‘정말 그래?’ 하고 의심이 든다면 해수욕장에 가 보라.
서로 모르는 남녀가 저만치서 마주 향해 걸어온다.
서로 시야에 들어올 만큼 가까워질 때 그들 외양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시선 접촉이 끝나고 서로 지나치자마자 그들 모습은 금방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서로 모르는 남녀가 백사장을 따라 각자 갈 길을 간다.)
(서로 눈길이 마주치자마자 각자 모습이 달라진다. 무의식적으로!
서로 지나치자마자 이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무의식적으로!)
신체언어는 바로 구애 의식의 기초이며, 모든 구애는 몸짓말로 시작된다.
우리가 얼마나 매력적이며 섹시하고 접근해도 좋을지를 주변 사람들한테 제스처와 몸짓으로 알게 하니까 그렇다. 그런 시그널들 가운데 일부는 널리 탐구되며 의식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금방 얘기한 것 같은 시그널들은 완전히 무의식적인 것. 이 여러 시그널을 사람이 어떻게 습득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한데, 연구 결과, 개중 많은 것은 타고나는 것으로 본다. 애교 떨고 교태 부리는 기술을 어디 학원에서 배울 수 있을까?
색깔 현란한 수컷의 존재
대부분의 포유류 수컷들은 암컷들보다 외양이 더 보기 좋으며 몸색깔도 울긋불긋 현란하다. (사자나 공작새를 보라.) 색깔이 덜 두드러진 암컷들 눈길을 끌기에 좋다.
한데, 인간의 경우에는 정반대.
지난 수백 년 동안 여성들은 더 섹시하게 보이려고 온힘을 쏟아 왔다. 예쁜 옷을 입고, 장신구를 걸고, 얼굴에 물감을 칠하곤 했다. 그 어간에 예외라면 단지 16-17세기였을 뿐.
그 시대에는 남자들이 풍성한 가발과 기묘한 옷가지를 걸치고 다녔다. (중세 유럽 귀족 계층의 의상과 치장을 상상하면 된다.)
당시 여자들은 거기에 한참 못 미쳤다. 여자들이 남자들 눈길 끌기 위해 옷차림에 신경 쓰고 치장했다면, 남자들은 자신의 위상을 강조하거나 적수들을 놀래려고 그렇게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옛날 전통이 오늘날 되살아나서, 공작새처럼 치장한 남자들이 드물지 않다.
축구 선수들이 치장하고 매니큐어를 바르고, 격투기 선수들이 머리를 물들인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종의 남자들이 등장했다. 이른바, 메트로섹슈얼 (metropolitan + sexual). 외모 관리에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이고 쇼핑 즐기는, 여성 취향의 남자. 이는 여성적 행동 기준을 흉내 내는, 이성애 성향의 남자들. 이런 남자는 매니큐어와 페디큐어를 바르고 머리를 물들이며, 유행 따라 옷을 입고, 거품 욕조에 누워 있기를 좋아하고, 유기농 식재료를 섭취하고, 주름을 제거하려고 보톡스 주사를 맞고, 최신 유행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대다수 보통 남자들에겐 메트로섹슈얼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것. 관찰 결과, 메트로섹슈얼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동성애자, 여성적인 남자, 또 전통적으로 여성적 행동 기준을 습득하면 수많은 여성을 만날 수 있다고 여기는 남자.
사람마다 워낙 다르다 보니까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이웃집이라 해서 아무 때나 불쑥 문 열고 들어서던' 시절에 비하면 그렇지 않은가, 싶은 것이지요.
그 시절 우리 한국인들에겐 '개인 공간'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겠는데, 달리 보자면 그만큼 서로 친밀하고 무간하게 지냈다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일단, 예의범절은 별개로 치고.
'개인 공간'은 타인의 침범을 허용하지 않고 편안하게 느끼는 '나만의 영역'이겠지요?
문화마다 차이가 크긴 합니다.
남유럽과 중동에서는 개인 공간이 크지 않은 편이에요. 미국에서는 반경 2피트 (60센티미터) 정도로 봅니다.
친할수록 서로의 '개인 공간'은 줄어들어서, '친밀하고 내밀한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가까이 붙고 서로 터치도 합니다.
반면에 잘 모르는 사람 간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하지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렇습니다! 낯선 사람이 우리 귀에 뭔가를 속삭이게 하지는 않잖아요? 또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같은 실내에 있다면, 방이 좁아 보일 수도 있겠지요?
"에그, 이런 거야 우리가 일상에서 다 쓰고 아는 것이잖아!" 하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막연히' 아는 것과 '원리를 꿰며 체계적으로 아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누군가가 막 들러붙을 때, "아, 좀 떨어져!" 하고 표현하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겠지만, 개인 공간이 침범됐다고 해서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 대신 <비언어적 단서들>로 드러내게 마련입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예를 들어, 누군가의 개인 영역을 침범하면,
1) 눈 -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길을 받겠지요. 혹은, 놀란 눈빛을. 2) 입술 - 흔히 꾹 다문 모습을 띠게 마련. 못마땅하다는 것이지요. 3) 동작 - 뒤로 주춤 물러서거나 상체를 젖힙니다. 그래서 개인 공간을 유지하려는 것이지요. 4) 제스처 - 팔짱 끼기, 다리 꼬기, 뻣뻣한 자세. 이건 다 자신의 문을 걸어 잠근다는 뜻입니다. 틈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또 몸통을 돌리는 것도 (상체 젖히기처럼) 개인 공간 침범에 대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5) 고갯짓 - 고개를 돌리거나 젖히지요.
상대가 저런 반응을 보인다면, 우리는 '아, 내가 이 사람의 개인 공간을 침범한 건 아닌가?' 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신체언어 혹은 비언어적 소통 (수단)에 <proxemics>라는 개념과 연구 분야가 있어요. (이 용어를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영어권 사람들도 잘 몰라요. 왜냐면,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용어니까요.)
이는 다른 사람들이며 사물과의 거리, 간격, 공간 등이 소통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지식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길어지면 골치 아프니까 일단 여기서 줄여야겠네요. step by step~
아, 그래도 이것 하나는 덧붙일 필요가 있겠군요.
<개인 영역과 관련된 일반 원칙>
1. 모르는 사람을 절대 터치하지 말라. 2. 좋은 의도라 해도 남의 아이에게 다가들지 말라.
3. 잘 모르는 사람과는 적어도 1.2미터 떨어져 서라. (*4피트. 에드워드 홀이 미국의 연구자이고, 그가 쓴 미국식 단위를 옮기다 보니 이런 수치가 나옵니다.) 4. 상대가 상체를 젖힌다면, 당신이 그의 개인 공간에 있어서 불편을 초래한 것일 수도 있다.
5. 혼잡하지 않은 강당이나 영화관에 들어선다면,이미 착석해 있는 사람과 좌석을 하나 떼고 앉으라. 하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바로 옆에 앉아도 된다. 6. 다른 사람의 개인 물건들 사이로 지나가거나 넘어가지 말라.
7. 다른 사람 집에서 당신 개가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라. 8. 도로에서도 개인 공간을 인정하라.앞의 차에 바짝 따라붙지 말라.
9. 친하지 않은 사람의 어깨에 팔을 두르거나 등을 찰싹 치지 말라. 10. 남의 방이나 사무실에 들어설 때는 먼저 노크하라. 11. 줄에서 새치기하지 말라.
메라비언의 연구 결과는 신체언어 연구에서 초석 같은 것인데, 저렇게 단정적인 주장이 아니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실 심리적 요소나 ‘감정’ 요소가 강한 소통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93%라는 비언어적 비중에 목소리 억양(준언어학)까지 포함됐는데, 이는 신체언어 정의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의미 전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관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거나, 신체언어와 관련해 단적인 주장을 내놓을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사람들 소통에서 신체언어는 의미 전달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 간 모든 소통의 50-80%가 비언어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는 많은 신체언어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신체언어에 관련된 통계 자료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만큼, 대체로 비언어적 소통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혹은, 오해)하는지에 아주 중요하다고 인정된다.
특히 대면 소통에서, 일대 일 소통에서, 또 소통에 감정 요소나 태도 요소가 포함될 때는 결정적인 요소로 인정된다.
신체언어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관점을 몇 초 만에 만들고, 이 최초의 직관적 평가에는 그 사람이 하는 말보다 우리가 그 사람을 보고 느끼는 것이 더 많이 작용한다. 많은 경우, 우리는 상대가 뭔가 한마디를 입 밖에 내기도 전에 그에 대해 강한 관점을 세우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신체언어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 인상을 만드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신체언어는 양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그의 신체언어가 의식적이며 무의식적 수준에서 우리의 직관적 인상을 크게 결정한다.
거꾸로 누군가가 우리를 처음 만날 때, 그는 우리의 신체언어며 비언어적 시그널들에서 첫인상을 강하게 형성한다.
신체언어가 이렇게 양방향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들의 소통과 관계를 통해 계속된다.
신체언어는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해석된다. 비록 그 많은 것이 무의식 수준에서 일어나지만.
우리가 상대의 신체언어를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해석하는 동안 상대도 우리 신체언어를 계속 해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신체언어를 의식적으로 인식하며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주로 무의식 수준에서만 인식하는 사람들에 비해 유리한 점을 많이 누린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신체언어 읽는 방법을 알고 실습함으로써, 우리는 신체 시그널들을 무의식에서 받아들이던 상태에서 의식적인 인식과 지각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적절하게 드러내는 반응으로, 인류가 입말을 갖지 못하던 시기에는 독자적 소통 수단이었으며, 입말을 쓰는 시기에 들어와서는 그 이전 시기의 기능을 간직한 채 절반쯤 의식적인 표현 수단으로 굳어졌다.
제스처와 몸짓과 표정이 전달하는 의미로는,
1) 입말 정보를 보충하는 정보 전달 2) 상대의 심리 상태 3) 접촉 참여자들과 얘깃거리에 대한 상대의 태도 4) 무언중에 표현되거나 의식적으로 멈춘 욕구 (상상의 움직임 - "일어나고 싶었지만 그냥 꿈틀거리고 말았어.") 5) 텍스트에 담기지 않고 머릿속에만 있는, 일반적인 상징으로 표현된 지시 등.
*제스처는 대체로 감정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태도를 드러낸다.
*제스처를 쓰게 되는 또 다른 동기나 이유로는 유행, 날씨(추위), 단정함, 의상 특성, 공간, 의자 등을 들 수 있다.
*소통하면서 상대방의 제스처를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기도 한다. (의식적인 경우 NLP에서 말하는 matching이 될 수 있다.)
*과거 모델들에서 동작이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제스처가 의미하는 상태와 (어쩌면) 연관 없이도 그 순간이나 이전에 나온 말에 반응하여: 만약 어떤 순간, 예를 들어, “기지개 켤 때가 됐어” 하고 말한다면, 누군가가 다리를 뻗거나 일어나서 몸을 펼 것.
*제스처가 나오는 원인들과 무관하게, 제스처는 늘 <가능한 행동의 표시>이다.
레이 버드위슬 (1918-1994)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kinesics란 용어를 처음 도입하면서, 표정과 포즈, 걸음걸이, 손발과 팔다리의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지식 분야를 의미했다.
버드위슬의 용어로, 제스처 코드의 최소 단위를 <kine>라 부른다. 이는 입말의 소리와 음소에 해당하는 것. 달리 말해, 키네(kine)는 몸짓의 가장 작은 인식 요소.
그는 사람들의 일상 접촉에서 정보의 35%는 입말로 (언어적 수단으로) 전달되며 65%는 비언어적 수단에서 나온다고 여겼다. 또 몸짓과 신체언어는 대부분 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유전적인 것이 아니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