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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29 인간의 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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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말은 어떻게 생겨났나  

 

 

그리스인들은 인간을 <Zoon phonanta (말하는 동물)>이라 부른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바깥 세계에 대한 느낌과 생각뿐 아니라 바깥 세계 자체를 묘사하는 소리 시그널 시스템을 세우는 능력에 있다. 

"아, 새들 중에서도, 예를 들어, 검은뿔찌르레기는 말을 제법 잘 하잖아!" 하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또 침팬지들은 단어와 아주 간단한 언어 구조를 몇 가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언어 체계 일부만 흉내 내거나 단어를 연결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관성 있는 언어 체계를 만드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 어떤 동물이, 말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인간이라 불렀다.

 

인간의 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원시인들이 타잔처럼 제 가슴을 두드리며 고함지르고 으르렁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의 입말은 아마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목구멍소리를 단조롭게 내면서, 그것도 어둠 속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둠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혼자 있을 때 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뜨는 동안 어두운 동굴에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믿음과 평온을 심어주는, 공동체 느낌을 유지하기를 이미 진화 초기에 배우지 않았겠는가. 입말은 불을 사용하는 능력보다 더 먼저 나타났을 것이 분명하다. 

 

동굴 시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입)말을 쓰는 까닭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함이다.

 

이런 식의 사회적 언어를 문화인류학자 말리놉스끼는 <교감적 커뮤니케이션 (phatic communion)>이라 불렀다.

‘phatic’이란 단어는 그리스어 ‘phatos’에서 유래하며 ‘말을 주고받는’다는 뜻. 즉, 교감적 커뮤니케이션은 인사말처럼 서로가 동일 사회의 일원임을 확인하기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말 과정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소통에 있다.

이 과정은 꼭 무슨 의미를 띠기보다는 끊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테이블(식탁) 담화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늘어지는 침묵 아닌가. 이건 대개 대화자들 간에 접촉이 끊어짐을 가리킨다. 많은 경우, ‘실례합니다’, ‘미안하지만...’, ‘먼저 말씀하시지요’ 같은 말이 나오면서 불편한 휴지가 멈추게 되고, 다들 안도한다. 특히 안주인이 가장... 이때,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단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석기시대 사람들이 쓰던 말이 어떤 것인지 우린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인도유럽어족이나 아리안 어족이라 불리는 이후 말에 관해서는 알려진 게 좀 된다. 그 구조와 일부 어휘가 상당히 바뀌긴 했지만, 그 잔재가 이후 많은 유럽 언어들에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이는 풍부한 문법을 지닌 복잡한 언어였음에 틀림없다. 말레이시아어나 중국어와는 전혀 다른. 

 

말이 단순하고 평이하게 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언어 근대화의 일부이다.

현대 영어는 문법 측면에서 모어인 앵글로색슨어(7세기 말부터 11세기까지의 영어)보다 더 상당히 단순하며, 이탈리아어와 에스파냐어는 모어인 라틴어보다 더 단순하다. 물론, 먼 조상들이 ‘벽돌 쌓듯이’ 더 복잡한 언어 구조를 세웠다고 짐작할 필요는 없다. 목구멍에서 내는 원시적인 웅얼거림은 일정한 느낌이나 생각과 연결됐다. 

 

하지만 훨씬 더 이후에, 아마도 로마제국 붕괴 이후에, 우리가 오늘날 언어학자라 부르는 전문가들이 이 웅얼거림의 요소들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같은 용어들을 도입했다.

 

언어학 이론의 권위자 노엄 촘스키인간 뇌에 특별한 장치가 있어서 어떤 언어든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별다른 노력 없이 단어들을 처음 소리 내고 새로운 것들을 궁리한다. 또 사람에겐 새로운 말을 만드는 능력이 무한한 듯하다. 이건 인간이 누리는 천부의 재능으로서, 그 근간에는 상반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뇌의 아주 단순한 특성이 있다.

 

이렇게 판단해 보자. 색상 스펙트럼은 하나의 빛깔에서 다른 것으로 점차 이동하는, 무수히 많은 음영으로 이뤄진다. 사람은 그것을 낱낱의 색상으로 구별하도록 배웠다. 그 외에도 그 음영들을 상반된 의미의 시그널로 이용할 줄 알았다. 교통 신호등의 불빛을 보라.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목소리 기구가 낼 수 있는 말 흐름에서 낱낱의 소리를 식별하여 서로 대비시킬 수 있다.

‘dok’는 ‘k’가 ‘g’에 대비되기 때문에 ‘dog’와 같지 않다. 비록 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라 해도.

인간 뇌의 독특한 구성 능력 덕분에 우리는 음소(말의 낱소리)와 형태소(뜻을 지닌 음소들 결합. 가장 작은 말 단위)에 관해, 여러 기능에서 상반되며 한데 묶여 언어를 이루는 최소의 구성 요소들에 관해 말할 수 있다. 

 

우리한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어째서 각 단어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 원시인들은 높은 곳에 있는 대상을 가리키려 할 때 본능적으로 손을 쳐들고, 아래에 있는 뭔가를 가리킬 때는 내리지 않았을까. 달리 말해, 모방하고 복사하는 능력을 이용했다. 

 

말이 (소리 내려면 근육을 써야 하니까) 신체 움직임으로 그 말이 일컫는 대상이나 행동, 느낌을 흉내 내려고 시도했다는 증거는 없다. 달을 뜻하는, 영어 'moon', 러시아어 ‘luna’, 말레이시아어 ‘bulan’ 등이 모두 발성하면서 둥글고 높은 뭔가를 뜻하는 느낌도 있다. (입술이 둥글게 모이고, 혀끝이 거의 입천장에 닿는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대상과 비슷하거나 모방하는 단어들은 극히 드물다. '개'라는 단어는 개와 전혀 닮지 않았으며, '고양이'라는 단어에 동물을 연상케 하는 뭔가가 있나? 전혀 없다. 

 

학술적으로 표현하자면, 언어에는 아이콘에 의한 상징적 표현이 고유하지 않다. 단어들은 완전히 임의로 태어난다. 만약 갑자기 고양이를 개로 바꿔 부르기로 정한다면, 거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논리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전혀 없을 터이다.

 

달을 보면서 "우바라가암칭메" 소리를 입 밖에 내는 원시인을 나는 막연히 상상한다. 그는 달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나는 여기 서서 하늘에 있는 둥근 물건을 봐, 이건 지평선 위에 가장 높게 떠 있네"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출을 보면서 또 "바키쿠로치치요"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었을 터이다.

사람이 'moon'이나 'luna', 'bulan'을 달에, 'sun'을 태양에 연결하며, 하늘에서 떠오르고 저무는 물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자기 말을 표의문자나 철자들로 기록하는 능력은 훨씬 더 늦게 나타났다. 라틴어나 그리스어, 아라비아어 같이 자모가 있는 알파벳은 상대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인간의 말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우린 거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생물학적 종의, 인류의 출현으로 이어진 발전적 도약이었음은 분명하다. 말은 처음 나타났을 때 이미 골격을 상당히 갖추었으며, 점진적인 복잡화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우리도 포함된) 바깥 세계를 언어 이미지로 만드는 것은 내면세계를, 과학과 기술을 만드는 열쇠가 되었다. 

말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 풀리지 않는 측면을 끊임없이 숙고하고, 이 기적을 사랑하고 자랑할 만하다. 

 

사실, 우리가 쓰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말을 끝까지 다 이해할 날이 오기란 힘들 것이다. 중국어, 인도어, 영어 같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말 자체를 이해하기란... 

Anthony Burg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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