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몸체 둘이 맞부딪칠 때는 소통 당사자들 그 누구도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할 겨를이 없어요. 각자 자기 고통의 몸체 때문에 눈멀고 귀먹게 돼요.
이런 상황에선 각자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게 아니라 자기 고통의 몸체를 상대한다는 게 맞을 거예요. 고통의 몸체가 차단막이 되어 서로를 가로막습니다.
만약 자신의 반응이며 감정을 의식적으로 살핀다면, 고통의 몸체는 녹아 없어집니다.
그때 마침내 우리는 고통의 몸체를 거치지 않고 진정 마음과 마음으로, 영혼과 영혼으로 소통할 기회를 얻어요. 그러려면…
1) 상대방을 판단하지 말고
2) 경청하는 법을 익히고
3) 상대방을 질책하거나 상대방 비난에 맞대응하지 않으면서 자기감정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대방 행동에 눈을 감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렇게 한다면, 그건 무자각 상태에 있다는 뜻이겠지요.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 행동을 진정한 관점에서 보고 모든 것을 주의 깊게 알고 이해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특히, ‘이 사람은 나빠’,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지?’ 등등 감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이렇게 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요. 돌아가는 게 다 눈에 들어오고 상대방 행동이 훤히 보이는데, 그 행동이 나한테 해를 끼치는데도, 어찌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우리한테 아픔이나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은 상대방의 <진정한 나>가 아니라 상대방의 <거짓된 나>와 에고임을, 특히 상대방 고통의 몸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말이죠.
그러니까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면, 그건 그 사람을 그의 고통의 몸체며 <에고>며 <거짓된 나>와 동일시한다는 뜻이겠지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에고며 <거짓 나>며 고통의 몸체와 동일시하기를 멈춰야 해요.
그러면 다른 사람의 고통의 몸체가 우리를 공격한다 해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도 멈추기가 더 쉬울 거예요. 우리는 진실한 장면만 보게 되겠지요. 상대방 고통의 몸체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눈 감지는 않아도.
현재 순간에 완전히 존재하면서, 깨어 있는 의식을 늘 간직하세요.
그러면 다른 사람의 고통의 몸체가 퍼붓는 공격에 거리를 둘 수 있을 거예요.
또 부정적인 감정에 굴하지도 않게 될 것이며, 이건 판단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에요.
결국, 판단이라는 것도 대응공격과 다를 바 없는 것이잖아요? 하다못해 속으로만 그렇게 한다 해도 말이죠.
모든 것을 보고 이해하고 명확히 알면서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누군가의 감정에 자신이 흔들리지 않고 안전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태연자약도 여기서 나오겠지요.
실습 49
어느 하루 날 잡아서 이런 점을 세밀하게 관찰해 보세요.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생각이 나한테 들지는 않나?’
심지어 자신을 판단하는 생각까지도 추적하세요.
그런 생각들은 저절로 몰래 기어들거나 불쑥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인간 사회에서는 서로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습관이 아주 널리 퍼져 있어서, 이게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 이게 정상이고 자연스러운 거야. 내가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고 비판한다 해서 나쁠 게 뭐 있겠어? 다들 그렇게 하는데’ 하고 여기기 쉬워요.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표준도 규범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의식해야 합니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판단하면서, 우리는 누구한테나 <참된 나>가 있다는 점을 잊어요.
판단과 평가를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과 다른 이들을 <거짓된 나>와 같게 보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우리가 고통의 몸체 같은 것이요 우리가 바로 <에고>라고 인정하는 셈이에요.
하지만 고통의 몸체와 <거짓된 나>의 발현은 사람의 참된 본질과 하등의 관련도 없어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에 의식적으로 대하기 시작하세요.
항상 경계심을 품고 매 순간에 충실히 현존하면서 자신의 비판적인 생각들을 일일이 추적하세요.
전혀 해롭지 않은 판단도, 그런 기미까지도 주의하여 살펴보세요.
하루 종일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런 생각을 죄다 적어 둔다면 더 좋을 거예요.
저녁에 그 목록을 들여다보세요.
그러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자주 낙인을 찍었나, 그들에게 라벨을 붙였던가, 사소한 것들을 두고도 평가했구나’ 하고 놀라게 될지도 몰라요.
말 잘하는 사람치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어야, 자신도 그에 맞게 적절한 말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경청 자세는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에 충분하고, 자신의 말도 상대가 경청하게 하는 방법이다. 잘 듣는 것이 곧 잘 말하는 것의 시작.
둘, 시나리오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머릿속에서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입으로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달변가들은 대개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 보고 말을 한다.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를 앞두고 머릿속에서 내가 어떻게 얘기하면, 상대는 어떻게 얘기할 것이고, 그럼 난 어떻게 대응하겠다, 등을 미리 그려보는 것.
그러면 훨씬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말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
생각나는 대로 무조건 입을 놀리기 전에, 머릿속에서 한번 생각하고 판단해 본다.
그러면 말이 너무 느려지지 않을까, 걱정되나?
연습을 통해 그렇게 말하는 데 익숙해지면, 1초에도 머릿속에서 여러 문장을 되새길 수 있게 될 것.
특히 유행하는 트렌드나 이슈, 유머 등에서는 정보 수집 능력에 비례하여 달변 정도가 가늠된다.
자신만의 정보 수집 경로를 만들어 두고, 꾸준히 새로운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매일 신문 읽기는 기본이고, 전문 분야 잡지는 꼭 구독해서 가치 있는 정보를 확보하며, 필요한 뉴스레터는 꼬박꼬박 챙겨서 받기도 해야 한다. 특히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라디오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청취도 도움이 된다.
다섯,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말은 글과 다르게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거나 고칠 수가 없다.
끊임없이 줄줄 떠드는 것이 말을 잘 하는 게 아니다.
그런 말발은 나이트클럽에서나 써먹을 수 있을 뿐 쓸만한 데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필요한 말을 신중하고 적절하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달변가가 될 수 있다는 뜻.
여섯,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분야의 얘기를 할 경우에는 내용 다양하게 말이 술술 풀리게 된다.
자신이 하는 일이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상대보다 더 많이 알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개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해도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말을 더 잘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런 특정 분야는 대개 자신의 관심사에 해당되는 분야.
연애나 술 얘기에는 침 튀기며 얘기하다가도,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얘길 해야 할 자리에선 말을 잘 못한다는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좀 더 생산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로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곱, 여유가 있어야 한다.
앞에서 제시한 여섯 가지 요소를 갖춘 다음에는 여유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
조급해지면 말도 빨라지고, 해야 할 말도 놓치게 된다.
여유를 가지고 말한다면 훨씬 더 조리 있고 차분하게 상대를 설득시킬 수도 있을 것이며, 유머나 재치도 자연스레 나온다.
얘기 도중 간간이 섞여 나오는 유머는 상대방 주의를 사로잡는데 효과적이다.
말할 때 흥분은 금물, 여유를 갖도록 애쓰고, 말 템포도 스스로 적절히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말하는 것은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 일방적으로 속사포처럼 떠들고 사라진다면 그건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소음을 만든 것이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여유롭게 말을 한다면, 달변가라는 평가를 얻기에 충분할 것.
3. 회의나 모임, 어떤 행사에서 발표나 보고, 정보 전달을 위임받을 때, 당신은 당황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나?
4. 어떤 도시로 출장을 다녀오라고 하는데, 그 도시를 당신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 출장을 피하려고 기를 쓰나?
5. 자신의 경험을 누구하고든 사람들과 나누기 좋아하나?
6. 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길을 알려 달라거나, 시간을 묻거나) 당신에게 뭔가를 청하면,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나나?
7. (투르게네프의 소설처럼) ‘아버지들과 아들들’의 문제라는 게 정말 있으며, 세대가 다른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당신은 믿나?
8. 지인이 몇 달 전 5만 원을 빌리고는 (잊었는지) 갚을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이럴 때 당신은 그 사실을 지인에게 상기시키기를 꺼리나?
9. 레스토랑이나 식당에서 분명히 질 떨어지는 음식을 내놓았다. 당신은 그저 화가 나서 그릇을 옆으로 밀어놓은 채 입 다물고만 있나?
10.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 있게 될 때 당신은 그와 말을 섞지 않으며, 만약 그가 먼저 말을 걸어오면 어색하고 힘들다. 그런가?
11. (상점이든 도서관이든 영화관 매표소이든) 어디서고 긴 줄을 보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줄에 서서 힘들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아예 발길 돌리는 쪽을 택하나?
12. 충돌 상황을 조사하고 조정하는 무슨 위원회에 참여하기를 마뜩지 않게 여기나?
13. 문학작품이나 예술, 문화에 대한 아주 개인적 평가 기준이 당신에겐 확실하고, 그런 면에서 ‘남들의’ 견해는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 그런가?
14. 당신이 잘 알고 있는 사안을 두고 한쪽에서 누군가가 분명 잘못된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 이때 당신은 그냥 침묵하면서 언쟁에 끼어들지 않기를 택하나?
15. 업무나 학습에 관한 문제를 정리하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귀찮다는 생각이 드나?
16. 당신은 자신의 관점을 (견해를, 평가를) 입말보다는 글말로 기술하기를 더 좋아하나?
점수 합산 방법과 결과
‘네’ - 2점, ‘가끔’ - 1점, ‘아니요’ - 0점으로 점수를 합산하여, 당신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알아본다.
14-18점:
당신의 사교성은 정상. 당신은 탐구심이 크며, 흥미로운 상대방 얘기를 기꺼이 경청하며, 타인들과 소통에서 상당히 관대하고, 자기 관점을 조곤조곤 옹호한다. 새로운 사람들과도 주뼛거림 없이 흔쾌히 만난다. 그러면서도 소란스러운 모임을 좋아하지 않아. 터무니없이 당돌한 언사와 수다스러움에는 화가 난다.
9-13점:
당신은 사교적인 편. (때로는 그 이상일 수도 있고).
호기심이 크고 말이 많으며 여러 문제에 관해 얘기하기를 즐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들과도 기꺼이 사귄다.
사람들 눈길 받기를 좋아하며, 누가 무슨 부탁을 하면 늘 들어주지는 못한다 해도 일단 거부하지 못한다.
가끔 발끈하기도 하지만, 금방 식는다. 이른바, 뒤끝이 없는 타입.
당신에게 부족한 것이라면, 끈기, 참을성,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때 과감성.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물러서지 않을 수 있을 것.
4-8점:
당신은 붙임성이 아주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어,
모든 일을 늘 다 꿰고 있다.
토론하기를 즐긴다, 비록 진지한 주제가 나오면 골치 아파할지는 몰라도.
어떤 문제가 나오면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기꺼이 입을 연다.
어디서든 편하게 느낀다.
무슨 일이든 떠맡는다, 그 일을 늘 끝까지 해내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사나 동료들은 당신을 약간은 요주의 인물로 꼽을 수 있다.
그런 면을 잘 생각해 보시라!
3점 이하:
당신의 사교성은 병들어 있다.
당신은 말하기 좋아하고 (영양가 없는) 말을 많이 하고, 당신과 전혀 관계없는 일에도 끼어들곤 한다.
인터뷰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종사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솜씨며 기량에 속한다.
그런데도 많은 방송 저널리스트들이 이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소홀히 준비하는 경향이 작지 않다.
인터뷰하러 가면서 명심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알아본다.
개중에서도 핵심은 다음 세 가지이며, 이는 인터뷰가 생방송이든 녹화이든 아주 필요하다.
1) 질문을 미리 준비한다. 2) 질문을 최대한 간명하게 구성한다. 3) 무엇보다도, 피회견자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
적지 않은 경우, 흐름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미리 준비한 (적어 놓은) 질문을 기계적으로 하나씩 건네는데, 이건 정말 피해야 할 짓. 그러면 피차 맥이 빠지고, 필요한 정보가 나오기 어렵다.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얻으려면, 질문이 대상을 정확히 겨냥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티브이에서는 적절한 내용과 길이의 ‘바이트’를 확보하는 것이 여러 모로 편리하다. 같은 사람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할 때 장면이 (얼굴이) 충돌하지 않게 해야 하며, (이른바 lip flap을 막기 위해) 장면 전환용 그림도 찍어 둬야 한다. (무릎 위에 얹은 두 손이나 현장 모습 등).
라디오와 티브이, 어디서 일하든 목표는 같다. 좋은 인터뷰 클립 만들기. 그렇게 하려면, 좋은 클립 만드는 방법을 익히고, 정보원(피회견인)한테서 좋은 클립이 나오게끔 질문해야 한다.
각각의 질문은 물론이요 질문 전체도 잘 구성해야 하는 이유로는 또 아주 실질적인 것이 있다. 즉, 구성이 잘 되지 않았다면 질문이 왔다 갔다 하며 테이프를 많이 쓰게 될 것이고, 그러면 편집실에 박혀서 퇴근도 못하게 될 확률이 대단히 높아지니까.
앞에서 밝혔듯이, 인터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피회견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것!
인터뷰에 미숙한 경우, 대개 상대방 말을 경청하지는 않고 자신이 건넬 다음 질문만 생각하기 일쑤다. 이야말로 가장 피해야 할 인터뷰 자세이다.
주의 깊게 듣다 보면 후속 질문이 저절로 나오게 되며, 그러면서 처음엔 예상하지 못하던 예리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간단한 룰을 따른다면, 인터뷰 솜씨가 상당히 좋아질 것.
참고
* Sound bite:
TV나 라디오에서 내보내는 짤막한 인터뷰. 대개 10~15초 정도가 된다. 짧은 내용으로 속도감 있으며 흥미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뉴스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사운드 바이트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
* Lip flap:
영상에서 화자의 입술과 말소리가 어긋나는 것, 혹은 입술은 움직이는데 말소리가 없는 경우. 편집 때 아주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티브이 출연자들의 말하기를 통해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물리치면서 당신의 스피치 안목을 키우세요.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 * *
연초에 KBS 2채널에서 박승 선생의 경제 특강을 몇 차례에 걸쳐 방영했어요.
대학 때 부전공으로 경제학 서적들을 좀 들춰본 이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흥미가 돋았어요. 그런데 그 흥미라는 것이 잘 모르는 분야의 지식을 좀 채운다는 알량한 욕심에서만 발동한 것은 아니에요.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어 웬만한 지식과 정보야 발부리에 차이는 돌멩이들만큼 어디에나 흔하게 널려 있지 않습니까? (단지, 허튼 것들을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식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해요!)
그보다도 더 큰 것은 사람의 목소리를, 말소리를 듣고 싶었던 거예요. 사람을 느끼고 알고 싶었던 겁니다. 더욱이 평소 막연하게나마 호감이 가고 공감이 들고 심정적으로 지지하지만 일면식도 없던 인물이 등장하는 마당에야!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 아니겠어요?
-그래서?!
하하, 그래서 좋았다는 얘깁니다. (좀 싱겁나요?)
-뭐가 좋았어?!
다 좋았어요. 말하기의 중요한 요소인 내용에 관해서야 내가 더 덧붙일 것은 없어요.
한미 FTA에 대한 언급 중 어떤 대목에서 나로서는 약간의 이견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금방 접었어요.
‘흠, 내가 혹시 선생의 말씀을 잘못 알아들었는지도 모르지.’
이건 화자의 에토스가 높다는 뜻입니다. 에토스가 높을 때, 즉 정통한 권위와 좋은 평판을 지녀 신뢰도가 높을 때 설득력도 덩달아 커집니다. 파토스도 좋은 편이었어요. 열정이야 말할 것도 없고! 딱딱할 수도 있는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사용하는 어휘가 적절하고 발음에서도 딱히 꼬집을 게 없어요. 자세와 태도, 자신감, 침착성에서도 별 문제가 없어요. 목소리도 듣기 좋은 편이고, 연단에서 움직임과 제스처, 시선 처리도 괜찮고.
옥에 티라고 한다면…
열정이 큰 탓인지 어조가 전반적으로 약간 높은 편이었어요.
이건 고저, 강약, 완급의 조절 같은 목소리 운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화자의 호흡과 목에도 부담을 안깁니다. 그래서 간간이 숨을 고르고 목과 목소리를 다듬어야 하는 순간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면은 청자들의 주의를 흩트리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열정을 다스려야 합니다.
높고 강한 톤으로 일관한다면 듣는 이들이 부담을 느끼기 쉽습니다.
목소리도 더 빨리 피로에 젖습니다.
길고 짧은 휴지를 적절하게 안배하면, 호흡 조절이며 주목 끌기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효과가 몇 배 더 커집니다. 이런 기술은 물론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습득됩니다.
주제가 아무리 진지하다 해도, 아니. 진지한 것일수록, 적절한 유머나 일화를 찾거나 궁리해서 섞을 필요가 있겠지요. 객석에서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거나 눈시울을 적시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청자들과 더 많이 어울리는 게 좋습니다.
청자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소극적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 이야기’라는 느낌을 지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질문과 대답과 그에 대한 반응 같은 것에도 시간을 할당할 필요가 있습니다.
* * *
어조며 톤 얘기가 나온 이상 우리가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도올 선생에 관한 얘기인데, 그이가 실행한 많은 티브이 특강을 두고 스피치 비평 작업에 나서 봅시다. 그이의 견식과 내공과 혜안을 두고 우리가 이러니저러니 할 것은 없어요. 다시 말하지만, 소통과 스피치의 기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그이는 스피치 내용 전개에서 초점을 잘 유지합니다.
개인적인 스토리나 조크 같은 것도 더러 동원해요.
청중과의 시선 접촉이 아주 훌륭해요.
제스처며 신체언어가 활발하고 스피치 내용을 보완해요.
철학이라는, 자칫 어렵게만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을 편한 어휘를 동원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요.
한마디로,
그이의 스피치에는 로고스와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한 만큼 다 담겨 있어요. 열정이야 하늘을 찌를 듯 하고! 이건 곧 전달 효과가 좋고, 설득력이 크고, call-to-action이 잘 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개인 스토리와 조크 비슷한 것을 동원했다고 해서, 내가 아는 한, 청중이 편하게 웃음을 터뜨린 적은 많지 않은 듯싶습니다. 간혹 시선을 어떤 청자에게 너무 오래 고정하는 바람에 그 눈길을 받는 당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보입니다. 눈길을 잘 맞추는데도 청중과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느낌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왜?
일방적이고 좀 고압적으로 보이는 태도와 분위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릅니다.
신체언어와 제스처, 표정 등이 활발한 상태를 넘어서 과하다 싶습니다.
셀프컨트롤이 필요합니다.
편하고 용이한 어휘는 바람직하지만, 속어나 비어는 역효과를 냅니다. 욕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이 화자의 스피치에서 요주의 대목은 바로 목소리 운용입니다.
(목소리의 4P에 대해서는 14단원을 보십시오.) 목소리 자체로야 아주 듣기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듣기 거북한 것도 아니에요. 듣기에 밋밋하고 단조롭지 않다는 것은 그이의 최대 강점이에요.
그런데 4P 중에서도 특히 피치(Pitch, 음성의 높이)에 주의가 쏠리지 않을 수 없어요. 열정과 의욕 때문이라 싶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리가 너무 높아요. 어디 그뿐인가요? 절정으로 치달을 때면, 뭐랄까요, 가성 같은 소리를 내면서 정상적인 목소리를 깨는 ‘초 절정 신공’마저 발휘합니다.
궁금증이 일어요. 왜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지?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 뭔가 노리는 효과가 있는 건가? 아니면, 한낱 악습관에 불과한 건가?
궁금증이 의아심으로 바뀝니다.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하여 무슨 큰 득을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청자들한테서 거부감을 유발하기 십상이며, 그런 점을 지혜 많은 화자가 모를 리 만무할 텐데, 왜 그러는 건지 알지 못하겠다는 소리지요.
지금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께서 언젠가 ‘나꼼수’에 출연해 걸걸하고 걸쭉한 진행자들과 말씀 나누시는 것을 또 듣게 됐어요. 잠시 듣다가 요즘 젊은이들 표현처럼 ‘빵, 터지고’ 말았어요. 왜? 두세 평 됨직한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두세 명 상대와 대화를 하는데도 목소리의 높이와 크기며 어조는 이삼백 명 청중을 앞에 두고 말할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내 속에서 탄성이 절로 터졌어요. ‘야아, 정말 독보적인 존재로군…’ (물론, 늘 그렇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대화중에 제스처를 썼다면, 제스처 사용도 그런 식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정을 합니다. 왜냐하면, 제스처의 폭과 크기는 목소리의 세기며 높이와 대개 비례하니까.
청중 규모에 맞게 목소리와 제스처를 조절한다는 것은 굳이 스피치 기법을 들출 필요도 없이 누구나 알고 수긍하는 상식이 아니겠어요?
<I have a dream>이라는 감동적 연설의 주인공인 마틴 루터 킹이
잠자리에 든 어린 아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도 같은 식으로 목소리를 연출했을까요?
사방 툭 트이고 온갖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오가고 뒤섞여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장터에서는, 손님들의 주목을 끌려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한껏 목청을 높일 필요가 있겠지요.
침을 튀기고 발을 구르며 요란한 신체언어를 동원할 필요도 있을 거예요.
히틀러에게서 신념과 열정을 빼면 남는 게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신념이 담긴 목소리와 그 열정이 깃든 표정과 제스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까?
그가 대중에게 어떻게 하여 그렇게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지를 규명하려 시도한 끝에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예닐곱 가지 요인을 듭니다. 개중 하나가 바로
“목소리와 감정적 뉘앙스를 완벽하게 조절하기.”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점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즉, 강연 같은 스피치는, 적지 않은 경우 대중 조작을 노리는 정치 스피치나 시장 장사꾼의 호객 행위와는 목표와 대상과 방식에서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게다가 우리에겐 이런 생각도 있어요.
즉, 일반적으로, 학식을 쌓는 것은 수양이며 일종의 수도 행위 같은 것이어서, 학식이 깊고 뛰어난 이들은 성품이 어질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며, 생각이 깊어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행동과 말투에서 훈기가 돌아 사람들을 편안케 하며, 눈길과 목소리가 그윽하고 부드러워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게끔 만들기 마련이라는 생각도!! (모스크바에서 공부할 때 그런 학자들을 제법 보고 접했습니다.)
말하기의 3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에토스 키우기’에 비하면 훨씬 더 간단한 작업인 목소리 설비와 운용을 무시하거나 역행함으로써 청자들한테서 거부감이나 냉소를 유발한다면, 아아,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 * *
부처님 일생과 경전에 관한, 또 희망 세상 만들기라는 구호 아래 특히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법륜 스님의 동영상을 봅니다. 가만가만한 목소리로 부드럽고 듣기 좋게 얘기하면서도 심심찮게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게 하는 화법에 관해서...
그 후보자들을 상대로 앞으로는 언어 검증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헌법기관인 대통령 직책을 수행중인 이의 스피치 전반에 관해...
토론을 비롯해 몇몇 티브이 프로그램 진행자들과 뉴스앵커들의 말하기 양태며 장단점에 관해...
또 몇몇 연극배우와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의 말하기에 관해서도 두루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까 염려하여 줄이렵니다.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든 적절하다 싶은 기회가 오겠지요.
티브이를 볼 때 이런 우스갯소리가 떠오르지는 않나요? 「“전국의 아나운서들이 내 아내를 잘 알아.” “무슨 소리야??” “아내가 티브이를 하도 자주 보니까!”」
그저 입을 다물고만 있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주의 기울이고 있음을 간간이 표시하기도 한다. 개인 소통에서는 상대 얘기를 알아듣겠다는 표시를 가벼운 고개 끄덕임이나 눈빛으로 드러낼 수 있다. (*비언어적 소통 수단 활용). 또 상대방 말에 동의하는 추임새를 넣을 수도 있다. "그래, 맞아." "아, 그거야." "아아, 알겠어."
(협상, 트레이닝, 강연 등) 대중 비즈니스 소통에서는 상대에 주의 기울임을 시선으로 표현하고, 질문과 대답은…이 규정된 시간이나 상대가 질문하라고 청할 때 나온다.
적극적 듣기
개인 소통에서 활용되는 <적극적 듣기>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반복하기, 감성적 듣기, 해석하기.
1) 반복하기 – 상대방 얘기에 주의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 상대가 한 말이나 표현을 확인이나 묻는 억양으로 반복하는 것. 예를 들어, 직장 상사와 대화.
– 당신은 계약서를 화요일에 받게 될 겁니다.
– 화요일에요? (묻는 억양)
– 네, 화요일. 그때까지 서류를 다 준비해야 하오.
– 서류 전부라구요? (확인하는 억양으로).
2) 감성적 듣기 – 상대방 언급을 그냥 되풀이하는 게 아니라, (환희, 놀람, 빈정댐, 경멸 등) 감정을 집어넣는 것. 예, 직장 동료와 대화
– 서류를 전부 화요일까지 준비하라는군.
– 화요일까지?! (의문과 놀람) 힘들겠는걸.
3) 해석하여 다시 말하기 – 적극적 듣기에서도 고도의 기법. 상대의 언급이나 언급 일부가 끝나면, 들은 것을 더 간결하게 상대한테 다시 얘기하기.
– 달리 말하자면, ...이라고 여기시는 건가요.
– 당신 의견으로는...
– 그러니까, 당신은 ...이라 가정하는군요.
<간결하게 다시 말하기>를 통해 상대방 생각을 (어쩌면) 상대보다 더 잘 요약하고, 그 불충분한 대목을 (필요하다면) 섞어서 자기 생각을 제시할 수 있다.
– 당신 말씀을 다 정리하자면, … 뜻인가요.
– 당신 뜻을 제가 잘 이해했다면, … 말씀이군요.
– 그러니까, 당신의 주된 생각은 ...이(겠)군요.
<해석하여 다시 말하기>를 이용하여… 상대방이 생각을 정리하고 복잡한 상황의 해결책을 찾거나 상황에 대한 태도를 바꾸도록 도울 수 있다. (심리학자, 전문 컨설턴트들이 하는 것). 즉,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그걸 이용하여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때 경청 기법은 관리 기법으로 전환.
자녀와의 소통에서도 바로 이 <적극적 듣기> 기법을 부모가 이용하면, 관계가 훨씬 더 좋아진다!
상대방 말을 경청할 줄 아는 것이 잘 말하는 능력보다 더 귀중할 때가 많다. 귀담아듣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많이 알 수 있지만,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 내놓을 뿐이다.
상대방 얘기를 잘 경청하지 못하는군요. 어쩌면, 지식과 경험을 키우기 위해 대화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이점을 과소평가하는지도 모르지요.
25-30점.
경청 능력이 중간 정도. 당신에게 대화는 주된 정보 원천이 아니고, 소통의 토대도 못 되나요? 당신한테서 많은 것을 듣고 알 수 있겠지만, 당신만 진실을 설파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비판과 질책을 듣는 것도 유익하답니다. 경청하는 방법과 자세를 지금보다 더 많이 키워야 하겠어요.
35-45점.
당신은 보기 드문 자질의 소유자. 즉, 경청할 줄 알며, 나아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절히 말할 줄도 아는군요. 당신과 대화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만족이에요. 당신의 대화 상대들은 늘 당신한테서 유익한 뭔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다른 이들 입장에 설 줄 알아요. 이건 소중히 간직해야 할 특징.
그러나 그렇게 중요한 듣기 능력을 갈고닦는 데 시간을 가장 덜 들이기도 한다. 이건 경청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간과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비극!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치는 비결은… 잘 말하는 솜씨가 아니라 잘 들을 줄 아는 데 있어! -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의 이 일침은 의미심장합니다. 조금 아는 이들이 생각하기엔 '잘 말하는 게' 중요한 것 같지만, 정말 고수라면 그건 이미 넘어서서 '잘 들을 줄, 들어줄 줄 아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
경청 능력의 중요성은 (영어식 표현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엄청나다. 경청하는 자세와 솜씨는 바로 그 사람의 심성과 예의와 교양 수준의 바로미터. 듣는 자세 하나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경청 능력 강화 방법>은 차후에 다루기로 하고, 우선'당신의 경청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시험을 거친다.
11. 상대방 얘기의 본질을 간파하고 나면, 난 이제 무슨 말을 할까, 궁리하기 시작하지.
12. 아주 늘어지고 불필요하게 세세한 설명은 듣기가 정말 힘들다.
13. 중요한 정보와 긴요한 세부 사항을 기억하려고 애써.
14. 예의상 들어주는 (듣는 척하는) 경우가 아주 많아.
15. 상대의 느낌과 기분을 이해하려면, 상대방 입장에 서 봐야 해.
16. 상반되는 관점을 듣고 난 뒤, 내 관점을 꼭 언급한다.
17. 대화하면서 상대방에게 ‘아니요, 아니’라는 말보다 (이해했음을 표하면서) ‘네, 맞아’라는 말을 더 자주 써.
18. 대체로 나는 대답을 피하려 들지 않고 질문에 바로 답해요.
19. 사람들이 나하고 기꺼이 대화를 나눌 거야.
20. 상대방 얘기를 들은 뒤에는, 내 의견을 꼭 말할 거야.
21. 낯선 사람하고는, 설령 그가 아주 원하더라도, 대화를 피하는 게 더 좋아.
22. 대화하면서, 얘기하는 사람의 눈을 보는 데 시간을 많이 들여.
23. 동일한 문제를 두고 나와 상대방에게 상이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
24. 대부분 시간에 듣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내 문제와 관심사를 생각해.
25. 상대가 얘기를 다 마치기 훨씬 전에 대개 해결책이 머릿속에 떠올라.
26. 같은 단어의 뜻을 나와 상대방이 달리 이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고 있어.
27. 상대방 말에서 (부적절한 어휘, 발음 실수, 상스러운 말) 같은 오류를 바로잡아 주곤 하지.
28. 존경하지 않거나, 어리석고 무능력하며 애송이라 여기는 사람의 말은 경청하지 않을 거야.
29. 대체로, 사람들과, 심지어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소통하면서 만족을 얻어.
30. 대체로, 말하기보다는 더 많이 듣는 편이야.
점수 합산과 평가
2, 3, 4, 9, 10, 13, 15, 17, 18, 19, 22, 23, 26, 29, 30번 질문에 ‘네’라 답한 경우 1점.
1, 5, 6, 7, 8, 11, 12, 14, 16, 20, 21, 24, 25, 27, 28번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 경우 1점.
점수를 합산하셨나요? 몇 점이 나왔는지요?
당신의 경청 능력에 대한 평가는 이렇습니다.
• 25-30점:
당신은 이상적인 청자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존중을 받기에 합당합니다. 이 힘든 기법을 어떻게 일일이 다 깨닫고 실행하시는지요? 뭔가를 분명히 이룰 겁니다. (이미 이뤘을지도 모르죠.^^) 단지 하나, 자신의 경청 능력을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평가하였기를 기대합니다.
• 20-24점:
당신은 좋은 청자입니다. 하지만 몇몇 오류를 간과하고 있어요. 이 기법을 더 충분히 습득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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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9점:
당신은 분명 자신이 좋은 청자라고 여길 텐데, 더 명확히 하자면, 보통 수준의 청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오류를 적잖이 범하고 있어서, 바로 이 때문에 상대방을 자극하기도 하고, 경청 기법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게 되는군요.
• 10-14점:
당신을 잘 들을 줄 모르는 사람들 축에 넣을 수밖에 없겠군요. ㅠ.ㅠ 웬만큼은 제대로 하는 덕분에 아주 고독하지는 않겠어요. 그러나 잘못 하는 게 훨씬 더 많아서, 대화 상대들이 뒷걸음질 치겠어요.
• 9점 이하:
당신은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을 줄 모르는군요. 자신의 오류를 정성 들여 분석해 보기를 권합니다. 경청할 줄 모르면… 인생의 아주 큰 만족을 놓치게 되고, 출세하기도 힘들고, 밥도 혼자 먹고 잠도 혼자 자게 될 수 있어요.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대체로 잘못 알려져 있는 상식 혹은 관념이 하나 있습니다. 즉,소통에서 주도권은 화자에게 있다고 여기는 것 말이지요. 그래서 말하는 쪽에 파워가 있으며, 듣는 것은 연약함과 의지 없음, 주도권 포기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데, 실제로는 들을 줄 아는 이들이 상황을 주도합니다. 바로 그런 이들이 들은 것에서 소중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정보는 또 힘이니까요! (말을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까요?)
둘째, 경청 행위 자체가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에요.
잘 들음으로써 (들어 줌으로써), 우리는 상대가 생각을 잘 풀어나가도록 촉진하고상대의 자존감을 북돋습니다.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고마움을 느끼며, 자신감도 더 생깁니다. (이런 것을 실제로 일상에서 경험한 적이 있지 않나요?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들려 주세요.) 이렇게 중요한 측면을 비즈니스든 가정에서든 잘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셋째, 우리는 경청하는 사람을 신뢰하게 됩니다.
말 한마디 지껄이지 않고도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때는 물론 비언어적 소통 수단이 적절해야겠지요! 신체언어에 관해서도 곧 자세히 소개합니다.) 거꾸로상대보다 더 많이 입을 놀리려 들다 보면… 실제로는 정보를 잘 전달하지도 못하고 상대 기분만 상하고 나쁜 인상을 주기 십상입니다. 상대방이 아예 귀담아듣지 않고, 무의식에서 짜증이 나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생긴 나쁜 인상은 바로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플루타르코스 아저씨가 벌써 2천 년 동안 강조해 온 저 기술을 익히려면 어떡하나요?
1. 듣는 것에 집중해야 해요.
생각 속도는 말 속도보다 4배 더 빠르다고 하지요?이 차이 때문에 듣는 이에겐 '시간이 좀 남아 도는데', 이 시간을 딴청 피우는 데 쓸 게 아니라 듣는(들은) 것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씁니다.
2. 토픽(화제, 얘깃거리)에서 멀어지지 말아요.
듣는 동안에는 반대되는 생각과 주장, 다음 질문 궁리 따위를 없애고, 백지 상태가 되는 게 좋습니다.
3. 혹시 내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 나온다 해도, 거기에 반응하지 말아요.
반응하다 보면, 그 순간 상대가 하는 얘기를 계속 좇아가는 대신 이의를 제기하려는 마음이 절로 생기니까요. (순간 순간 발끈하는 것은 소인배의 전유물이에요. ^^)
4. 상대방 말을 중간에 끊지 않아야겠지요?
촌평 같은 내 말을 하면서 경청하기란 어려우니까요. 시계 들여다보지 말아요. 무례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시그널이 나오지 않도록 합니다.
5. 화자의 별난 점에 눈길 돌리면서 주의를 분산하지 말아요.
무슨 뜻이냐면, 상대방 말에서 부정확한 발음 같은 오류를 찾아내고 결점을 흉보다가는본질을 놓칠 테니까요. 즉, 소중한 정보를 얻지 못하겠지요.
6. 상대가 말하는 동안에는 듣는 것을 미리 평가하지 말아요.
상대방 얘기가 다 끝날 때까지 적어도 그 대목에 대해 예단하지 말아요. 상대방의 다음 언급에 우리 생각과 견해가 달라질지 누가 알겠어요?! '지레짐작 매꾸러기'라는 우리 옛말이 바로 이 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어요. 들어 보셨나요?
두 자매가 오렌지를 하나 놓고 서로 갖겠다고 다투다가결국엔 반반씩 나누기로 했어요. 그렇게 나눠 갖고 나서 보니까…한쪽은 케이크 구울 때 쓰려고 오렌지 껍질만을 원했고, 다른 쪽은 속살을 먹고 싶어 했던 것이더라.
즉, 자매는 다투면서도 상대방 얘기를 서로 귀담아듣지 않았기에 상대방 관심이 무엇인지 몰랐던 거지요. 그리고 (힘이요 돈이라고 하는) 정보의 부재 때문에, 둘 다 더 누릴 수 있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됐다는…
사람이 태어나서 듣기와 말하기 중 무엇을 먼저 배우고 익히나요? 무엇이 먼저고 우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