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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예방하는 말씨와 표현법 

- <나-서술 I-statement> 형태의 활용 

 


이른바 <나-서술> 방법은 

주변 사람을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자신의 의도나 생각, 상태, 감정에 관해 말할 때의 발언 형태를 뜻한다. 


<나-서술>은 갈등을 완화하고 갈등 상황을 예방하는 좋은 기법. 

사실, 비난이나 질책은 상대를 지칭한 ‘너’나 ‘당신’ 같은 말로 시작되는 경우가 아주 많지 않은가. 

“넌 언제나 그런 식으로 행동해서 날 더 힘들게 만든다.” 
“넌 만날 나한테 험한 소리만 해대지, 좋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당신은 이 문제에 신경을 안 써, 늘 자기 생각만 하고.” 

 

갈등과 충돌을 예방하는 화법 


그런 질책이나 비난성 발언은 갈등으로 커지기가 쉬운데, 

언급의 시점(視點)을 ‘너’에서 ‘나’로 전환하여 자기감정을 밝히면 대개는 상황이 좀 누그러든다. 
“난 지금 너의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불편해.” – 이게 더 부드럽고 공손한 표현이다. 

“당신은 오로지 자기 일밖에 몰라요.” (X)
“난 저녁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해져요.” (O) 

 


하지만 이런 형태의 언급에서 조심할 점이 있다. 

즉, 이 방법을 생각 없이 무턱대고 쓴다면, 갈등을 예방하기보다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갈등 예방에 실제로 도움 되는 건 <나–서술> 형태 자체보다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과 정중함, 예의 갖춤이요 

자기 입장과 처지를 부드럽고 재치 있게 드러내는 솜씨라는 것

자기감정의 서술만으로는 갈등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하며, 거꾸로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설거짓거리가 쌓인 걸 보면 화가 나” 하고 말한다면, 한바탕 충돌을 절반은 예약해 놓은 셈이다. 

왜냐고? 

왜냐하면, 그런 말에서 상대는 “네가 설거지도 해놓지 않은 걸 보면 난 무척 화가 난다”는 뜻을 듣고 읽게 되며, 

이건 곧 “네 잘못이야, 넌 나를 돌아버리게 만들어!” 하고 비난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나-서술> 형태에서 자신이나 자기감정만 생각한다면, 자칫 비난으로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네가 데이트에 늦으면 난 짜증이 나” 하고 말한다면, 

그렇게 말한 사람은 자신의 초조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늦었다고 비난하는 셈이 되고 만다. 

이것도 비슷하다. 

“당신이 자리에 없어서 난 무척 걱정되는 데다가 나한테 전화도 하지 않아 마음이 아팠어.” 

이런 말은 <나-서술> 형태를 띠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질책과 비난이며 파트너에게 다소 무례한 압박이요 부정적인 조종이 된다. 

<나-서술> 형태를 강한 부정적 상태에 있을 때는 피하고, 밝은 감정이 넘칠 때 더 자주 사용하는 게 좋다. 

“당신이 염려해주는 걸 느낄 때 난 아주 행복해요!” 

 


<나-서술>의 올바른 사용을 익혀서, 그걸 더 부드러운 요청과 <나-메시지>로 바꿀 필요가 있다. 

<나-서술>이 외적인 말이요 귀에 들리는 말이라면, <나-메시지>는 그 말의 이면에서 울리는 것이다. 

<나-메시지>에서는 자신에 관해 말하되 상대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화자가 아니라) 상대방을 중심으로 삼는다. 

<나-메시지>는 말하는 사람의 상태를 밝히면서 부드럽게 요청하는 것
예를 들어, 

“당신 의견이 나한테는 중요해. 하지만 지금은 티브이 소리 때문에 당신과 얘기하기가 힘들어. 티브이를 잠깐 꺼도 될까?” 

 


<나-서술> 자체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그런 형태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어느 쪽이든 결정된다. 

<나-서술>이 자신에게 관심을 더 끌고 한 몸에 주의를 받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나는”, “나한테”, “나에겐” 같은 표현을 리더 역할에 익숙하고 강력한 사람이 쓴다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 쉽다.  

 


<나-서술> 형태를 어떤 자리에서 누구한테 쓰면 적절한지 아닌지를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서술>에서 분출되는 감정을 여성들이 잘 이해하며, 이 형태는 개인적인 소통 상황에서 더 적절하다. 

여자들은 자기감정을 얘기하기 좋아하고 감정 언어를 잘 이해하며, 감정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상당히 잘 처신한다. 

남자들은 이 분야에서 대체로 훈련이 잘 안 돼 있고, 행동 언어를 더 잘 이해하며, 요청과 지시라는 수준에서 접촉하기를 선호한다. 

“난 일이 자꾸 안 되다 보니까 막 울고 싶어졌어요!” 
이런 말이 여성에겐 축적된 괴로움과 곤혹을 정상적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한데, 이 말을 듣는 남자는 당혹감에 휩싸이기가 십상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공감해야 하나, 도와줘야 하나?’ 

남자들은 여자의 감정 분출에 반응하는 방법을 잘 모르며, 어떤 상황에서 남자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직접 청하거나 일러주는 걸 더 좋아한다
이런 까닭에, 감정이 발산되는 <나-서술> 형태가 업무 영역에서는 썩 적절하지 않으며, 

사업가들은 정중한 요청이나 흥미로운 제안, 합리적인 요구 등의 언어로 말하기를 선호한다. 

 


반면에,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 행동의 언어요 결단의 언어일 때 <나-서술> 형태로 말하는 건 정말 남자답기도 하다
“난 이걸 떠맡을 준비가 됐어!” - 아주 좋다. 
“난 이번 결정에 반대야.” - 이해가 된다. 
“난 당신과 평생을 보내고 싶어.” - 멋지다! 

이때도 흠 없는 발언을 만드는 결정 요소는, 

<나-서술> 형태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사려분별과 책임감인 것은 물론이다. 

 

 

* 가벼운(?) 연습 문제 - 시점을 달리하여 표현해 보시라!

<너-서술>  <나-서술> 

이건 순전히 너의 이기심일 뿐이야!

난 최근에 너한테서 예전의 배려심을 못 느끼겠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넌 다른 사람을 이해할 능력이 안 돼!

 

넌 내 생각 따윈 신경도 안 쓰잖아!

 

당신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은 내 입장은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식대로만 다 하는군!

 

넌 언제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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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과 <규율에 대하여> 계속)

 

법칙 4. 

(제한, 요구, 금지 등의) 규칙은 어른들 간에 합의된 것이어야 한다. 

엄마 말이 다르고 아빠 말이 다르고, 때론 할머니 말이 다른 경우가 잦은가? 이런 식이다. 

 

새로 산 예쁜 구두를 신고 유치원 가겠다는 딸과 허락하지 않는 엄마

 

순이에게 예쁜 구두를 새로 사 주었더니, 다음 날 아침 그걸 신고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한다. 
순이: 새 구두를 신을래요. 
엄마: 아니야, 그건 특별한 날이나 손님으로 갈 때 신으려고 산 거야. 
순이: 싫어, 오늘 신고 싶단 말이야! (징징대기 시작해.)
아빠: 걱정 마라,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아내에게) 오늘 하루만 신게 하면 안 될까?
엄마: 아니, 안 돼요. 아이들은 값비싼 물건을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돼! 
순이 (눈물을 더 흘리면서): 그럼, 유치원에 안 갈래!
(이때 나타난) 할머니: 또 뭔 일이여? 아침부터 애를 울리고 그래?! 얘야, 이리 오렴, 왜 속이 상한 거니. 아, 구두 때문에? 내가 오늘 다른 걸 사줄 테니, 신고 싶을 때마다 그걸 신어라. 

 

새 구두를 신고 유치원에 가겠다는 딸과 허락 않는 엄마, 중재하는 아빠, 손녀 역성을 드는 할머니.

이런 경우 아이가 규칙을 습득하고 규율에 적응하기 어렵다.

아이는 어른들 의견을 갈라놓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얻는 데 익숙해진다.

그 결과 집안에서 어른들 간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게 된다.  

 

아이를 앞에 두고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다른 쪽의 요구와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엔 침묵했다가 나중에 아이가 없을 때 이견을 의논하고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좋다

 

규칙을 일관성 있게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만약 9시에 잠자리에 드는 아이를 이틀 연달아 9시가 아니라 10시에 잠자게 했다면, 셋째 날에는 제 시각에 재우기 힘들 것이다. 아이가 "어제 그제는 10시에 자도 좋다고 허락했잖아요" 하고 이의를 제기할 게 분명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어떤 요구가 얼마나 확실한지 늘 시험하면서 정말 확고부동한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간과하면, 아이가 고집부리고 징징대며 떼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 

 

법칙 5. 요구나 금지를 전하는 말투는 명령조가 아니라

친근하고 설명하는 식이어야 한다.

 

부모가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할 때 아이는 대체로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한데, 그 금지가 짜증 묻어 있거나 고압적인 어조로 나온다면, 부모 요구대로 하기가 아이에겐 두 배로 어려워진다. 

우리가 앞에서 알게 된 것을 상기하자면, 

“왜 안 돼요?” 하고 묻는 아이에게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게 해야 되니까”,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같은 대답은 삼가야 한다. 
간략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미 늦었어”, “이건 위험해”, “깨지기 쉬우니까…" etc.

 

설명은 간략하게 한 번만 해야 한다.

아이가 또 “왜?” 하고 묻는다면, 이건 아이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금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금방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당신이 예를 들면 <적극적 듣기> 같은 방법을 이미 습득하고 훈련했다는 것이 도움 된다.

지시나 명령조, (부정적인) <너-메시지>는 아이의 반항을 키울 뿐이다. 

 

부모인 당신이 규칙을 얘기할 때는 무인칭 형식으로 말하는 게 더 좋다. 이를테면...  

“라이터를 갖고 놀면 안 돼” 대신 “아이들은 라이터를 갖고 놀지 않는단다.” 
“당장 초콜릿을 제 자리에 갖다 놔!” 대신 “초콜릿은 대개 식사 후에 먹는다.” 
“고양이를 못살게 굴지 마라!” 대신 “고양이 꼬리는 잡아당기라고 있는 게 아니란다.” 

 

같은 상황에서 엄마와 자녀들의 대화 형식 두 가지를 보자. 전자는 실패, 후자는 성공적인 대화가 됐다. 

 

재미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잠잘 시간이 됐다고 알리는 엄마

 

아이들이 놀이에 정신 팔려 있다. 
엄마: 됐어, 이제 그만 끝내라! (지시)
아들: 네? 왜 그만둬야지요?
엄마: 왜 그런지 잘 알잖아. 너희가 잠잘 시간이야. (<너-메시지> 형식의 지시
딸: 어, 벌써 자야 돼요?
엄마: 그래, 이미 시간 됐어! 딴 소리 하지 마라! (지시) (놀이를 중단시키고, 아이들은 기분 상하고 화가 난다.) 

 

엄마의 첫마디부터 다르게 대화한다면 훨씬 더 좋다. 

엄마: 얘들아, 이제 그만 끝낼 시간이 됐다. (무인칭 형식)
아들: 네? 왜 그만둬야지요?
엄마: 자러 갈 시간이야. (무인칭 형식)
딸: 어, 벌써 자야 돼요?
엄마: 놀이가 재미있어서 그만두기 힘든 것 같구나. (적극적 듣기)
딸: 네, 아주 재미있어! 봐요, 이제 금방… 5분이면 끝날 거야!
엄마: 좋아, 5분은 길지 않으니까, 약속한 거야. 
아이들: 네, 네. 끝내고 우리가 다 치울게요.  

 

보다시피, 여기서 엄마는 다정한 말투를 취하면서 아이들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했다. 이 때문에 규율이 흔들리지 않았다. 외려 아이들이 놀이 뒤 정리할 책임을 스스로 떠맡았다. 

 

부모의 요구를 아이가 즉각 전적으로 실행하기 힘들어할 것을 예견하여, 그 요구 사항을 아이와 미리 의논하면 아주 좋다. 예를 들어,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영화가 늦은 시간에 끝나는데 아이가 시작 부분이라도 꼭 봐야겠다고 한다면, 중간에 그만 보게 될 것이라고 미리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경고하면서 동시에 다른 것을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잠자기 전에 재미난 놀이를 하기 혹은 책을 읽어 주기. 그래도 아이가 ‘미련 버리지 못한, 힘든’ 버전을 택하면, 합의를 실행하고 아이가 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늦은 시간 티브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할 때

 

이 합의 사항을 지정된 시간 5분 전에 아이한테 부드럽게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조건을 지키도록 돕는 '조력자'가 된다. 시간이 다 되어 불시에 재촉하고 닦달하는 ‘경찰’이 아니라. 그러면 아이는 갈등 없는 규율의 경험을 작게나마 또 얻는 것이다.  

 

*  *  *

규율에 관한 얘기는 처벌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이 얘기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즉, 여러 규칙에 관한 법칙 5가지와 또 앞의 여덟 수업에서 알아보고 습득한 것을 전부 준수할 때, 자녀가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아예 없어지진 않는다 해도) 몇 배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명백히 나쁜 행동에 당신이 반응하게 될 순간이 닥칠 수 있다.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나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반대한다.

체벌을 받은 아이들은 겁먹고 적개심을 품게 되며 수치심을 겪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렇게 해서는 긍정적인 효과는 적고 부정적인 후과가 더 크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후과 없이 신체에 작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황하고 흥분하여 어쩔 줄 모르는 아이를 억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열세 살 된 존이 집 옆에 세워둔 자동차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호기심에 시동을 걸었다. 드라이브 상태로 있던 자동차가 (아이는 이걸 못 봤어) 급격히 움직이면서 울타리를 부수고 나무에 충돌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가 기겁하여 차에서 나와 집으로 뛰어들었다. “큰일 났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이동생이 이 광경을 창문 너머로 보고는 들어오는 오빠에게 뭐라고 쓴소리를 하자, 오빠가 그냥 밀치는 바람에 넘어졌다. 

 

십대 소년의 엄마의 자동차를 나무에 들이박다.

 

딸의 비명에 엄마가 나타났다. 아들의 상태를 보더니 손을 잡아 얼른 소파에 앉혔다. 

– 이거 놔요. - 존이 자기 손을 잡아 뺐다. 

– 아니야. - 엄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 네가 진정될 때까지 너를 꼭 붙잡고 있겠어. 

– 싫어, 놔 줘요. – 존이 버텼다. - 이럴 수 없어! 이건 폭력이에요!

– 아니야, 존 – 엄마가 아이를 계속 붙잡은 채 차분하면서도 귀에 와닿게 말했다. - 지금 널 놓아줄 수 없단다. 네가 자신을 통제하게 되면 놔주겠어. 한데 넌 지금 그럴 수 없잖니.

– 하지만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엄만 몰라! (그때 엄마는 주변에서 오가는 짤막한 얘기들을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안다, 얘야. 네가 자동차로 울타리를 부수고 나무에 들이박았어. 그러나 이건 중요하지 않아. 나한테 지금 중요한 것은 네가 진정하는 거야. 난 너를 벌하지 않을 거야, 네가 마음을 추스르도록 도울 거야. 네가 진정되면, 그때 자동차 얘기를 하자

 

당황하고 흥분한 십대 아들을 엄마가 소파에 앉히고 두 손을 꼭 잡고 있다.

 

그 사건을 나는 긴박한 상황에서 엄마가 지혜롭고 품위 있게 십대 아들을 대하는 교훈으로 기억해 왔다. 혹시 누군가는 "잘못했으면 벌을 줘야 하는데, 여기엔 처벌이 전혀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소개한 장면에서는 부모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처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십대 아이는 일어난 사건에 의해 이미 벌을 받은 셈이고, 엄마는 아들이 그 교훈에서 뭔가 얻도록 돕는 것을 자기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자, 우리는 아이가 저지른 부정적 결과에 관한 문제에 다시 부닥쳤다. 

그런 것을 허용해도 되나? 허용하면 안 되나? 

저 앞의 레슨에서 우리는 아이가 이런저런 실수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게끔 허용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 이제 거기에 덧붙일 수 있어. 아이가 규율 존중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도 뭔가 실수하고 잘못 행동할 수 있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  *  *

부모나 인생 선배, 선생 등말을 듣지 않아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후과 그 자체가 삶에서 나오는 징벌의 한 형태이다. 게다가 그런 경우 아이는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후과가 소중한 징벌이기도 하다.  

 

고양이 발톱에 긁힌 딸, 공부 안 한 과목에서 낙제점 받은 아들

 

고양이 발톱에 심하게 긁힌 아이나 공부하지 않은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생은 그 후과로 인해/덕분에 어쩌면 부모가 하는 요구의 중요성과 생생한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아, 그 말씀이 옳았어!' 

 

그런 경험 하나가 말로 하는 열두 가지 지시나 훈계보다 더 값지다.

게다가 우리는 아이가 갈 수 있는 곳 어디나 다 쫓아다니면서 자리를 깔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대신 나중에 아이가 실패할 때 적극 도울 수 있다. 

 

여기서 <적극적 듣기>가 꼭 필요하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 방법은 아이가 어떤 결론을 스스로 내리게 돕는다. 

아이가 뭔가 실수하거나 잘못 했을 때 부모로서

"내가 진작 너한테 경고했지…", "엄마 말을 안 들으니까 그런 거야, 다 네 탓이다"

같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죽을 지경인 경우가 더러 있다 하더라도, 그런 말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까닭은...

1) 아이는 부모의 경고를 잘 기억하며 

2) 아이는 지금 속상하고 풀이 죽어서 어떤 합리적인 지적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 

3) 자기 실수를 인정하기 힘들고, 당신의 (올바른) 지적이나 핀잔에 덤벼들 준비가 돼 있으니까. 

 

(인생 자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징벌보다) 두 번째 처벌 유형이 더 익숙한데, 이건 부모한테서 나온다.

“네가 만약 …하면/이면, … 될 거야”

같은 경고에서 시작되어 경고 약속의 집행으로 끝난다. 예를 들어...

“계속 그렇게 버릇없이 굴면, 너를 방구석에 세워 놓겠어.” 

"네 방을 청소하지 않으면, 놀러 나갈 생각도 하지 마라."

 

이런 처벌은 불복종의 조건부 후과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이건 아이 행동에서 자연스레 비롯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재량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니까.  

 

* * *

불복종의 조건부 후과 같은 것에 어떻게 대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처벌을 적용할 때 아주 중요한 법칙 하나를 견지하는 게 좋다. 

 

법칙 6.  아이를 나쁘게 만들면서 벌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빼앗으면서 벌하는 게 더 낫다. 

달리 말해, 제로에서 마이너스로 가기보다 플러스에서 제로로 향하면서 벌하는 게 더 낫다. 여기서 제로는 모와 자녀 두 사람의 중립적이고 평탄한 관계를 뜻한다. 

그럼, 플러스는 무슨 뜻?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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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과. 자녀와 갈등, 건설적 해결 방법 계속)

부모들의 질문 

 

문: 우리 가정에서는 자녀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 비생산적인 방법 2가지만 주로 이용해 왔다. 건설적인 방법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답: 가족이 차분한 환경에서 다 함께 모여 대화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서로의 생각과 요구와 주장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하, 이 방법대로 같이 해보자고 이끌라. 어른들은 아이가 하는 말을 정말 잘 들어보겠다고 마음가짐을 분명히 갖춰야 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당신의 주된 도구요 조력자는 바로 <적극적 듣기>이다.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염소 두 마리가 서로 자기 길을 고집하다.

문: 부모의 권위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답: 권위권위주의라는 두 개념의 차이를 이야기해 보자.

파워를 지향하고 힘을 이용하여 다른 이들을 종속시키려는 사람을 권위주의자 혹은 독재적인 사람이라고 부른다. 권위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능력이나 공정성 등 개인적 자질을 인정함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다.

 

어린애한테 부모란... 아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존재이다. 

어린애 눈에 아빠는... 가장 강하고 가장 현명하고 가장 공정한 사람이며, 엄마는 가장 예쁘고 가장 다정하고 가장 멋진 사람이다. 부모들이 아이한테 이런 권위를 지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어른인데, 아이는 아직 작고 어리고 능력 없고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연스러운 권위가 생후 처음 몇 해 아이에게 아주 많은 것을 준다. 아이는 행동거지, 말투, 입맛, 관점, 가치관, 도덕규범 등 모든 것을 부모한테서 무의식적으로 흡수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힘의 균형이 달라진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가능성이나 능력이 필연적으로 균등해진다. 아들이 처리하는 과제를 어떻게 하는지 이젠 아빠가 모를 수 있고, 엄마가 딸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할 수가 있다. 

먼저 인생을 살고 여러 경험을 거쳤기 때문에 형성된, 부모의 권위가 토대를 잃게 될 때 위기 순간이 찾아든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나?

 

부모들은 합당한 권위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극적인 선택에 직면한다. 

권위주의의 길은 완전히 막다른 길이다. 무조건적인 복종과 처벌 위협으로 꾸려 오던 파워가 작동하기를 멈춘다. 아이가 조만간 자신의 독자성을, 자신의 욕구와 목적 실현 권리를 위한 투쟁에 나서면서 젊은 에너지를 다 동원하여 싸운다. 부모 자식 간에 간혹 노골적인 전쟁에 이르기도 한다. 이 길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되돌아가기가 불가능하다는 느낌.   

 

우리가 보기에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이냐고? 

아이를 윽박지르고 억누르는 방법은 희망이 없고 조만간 관계 결렬로 이어진다. 만약 금지와 압박, 지시에 의존하기 시작한다면, 그렇게 하는 어른은 (아이가 어렸을 때 누리던) 권위를 잃는다. 만약 힘과 연륜의 모델로 남는다면... 그러나 지시하는 힘이 아니라 정신적인 힘, 또 기계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지혜로운 행동으로 이뤄지는 연륜의 모델로 남는다면... 그 어른은 권위를 계속 유지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본 방법은 당신과 자녀가 힘겨운 상황에 처했을 때 지혜를 드러내게 돕는 동시에, 당신을 권위주의라는 위험한 굴레에 빠지지 않게 한다. 

 

문: 갈등의 건설적 해결 과정에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것은 아닌가? 

 

답: 사실 여기서는 ‘군대식으로’, 명령 하나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10분이든 때론 30분이든 시간을 들여야 된다. 그러나... 

1) 이 시간이 공연히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얻는 시간임을 알도록 하라. 아이들과 온 가족이 이 시간에 소중한 소통의 경험을 얻는다. 

2)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건 언제고 (다시) 불거질 것이다. 그때 결실 없는 입씨름과 언쟁에 들어가는 시간은 그 합리적 해결에 필요한 시간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3) 많은 부모들이 주목하는 사실이 있다. 즉, 올바른 방법을 적용하면서 이런저런 갈등이 갈수록 줄어들고 더 빨리 해결되기 시작한다

낫이 돌에 부닥치다.

문: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답: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지 못할까 하는 우려는 대체로 확인된 바 없다. 이런 우려가 생기는 것은 사실 자연스럽다. ‘낫이 돌에 부닥치는’ 것을 외부에서 관찰한다면 걱정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 방법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관심사를 전제하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려고 서로 자극 받으며 창의성을 발휘하려 든다.  

 

문: 아이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자기주장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하나? 그래도 끝까지 함께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나? 

 

답: 아이의 생명이 당신 행동의 긴급성에 달려 있다면, 당연히 반박을 허용하지 말고 강력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이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위험을 예방하는 주요 수단으로서 지시와 금지는 적합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물음을 두고 종종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다. 즉, "안 돼" 하고 금지해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뜨거운 촛불로 자꾸 손을 뻗는다면, 어떡해야 하나? 어떤 부모들은 억지로라도 손을 못 뻗게 해야 한다고 여기고, 또 어떤 부모들은 정 그렇다면 아이가 뜨거운 맛을 좀 보도록 놔둬야 한다고 여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런데 아이가 더 커갈수록, 어떤 (특히 쓰라린) 경험을 얻는 데 드는 대가가 더 비싸게 먹힌다는 점은 분명한 듯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가? 

 

여기에 보편적인 답은 물론 없다. 그러나 아이를 당장의 위험에서 든든히 보호하는 바람에 우리는 어쩌면 아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하자. 무슨 소리냐고? 바로...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아이가 자기 행동에 책임질 기회를 빼앗는 셈이니까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갈등의 해결책을 아이와 함께 건설적으로 이끌어내서 잘 실천한다면, 그 자체로 아이한테는 경계심과 조심성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문: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달아오르면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답: 아이들이 서로 고함 지르면서 다툴 때 부모가 덩달아 “당장 그만두지 못해?!”, “둘 다 이제 따끔하게 혼내야겠어!” 하고 목소리 높이는 것이 가장 나쁘다. 또 대개는 더 어린 아이를 역성들기 쉬운데, 이건 더 나쁠 것이다. 왜냐하면 자꾸 그렇게 하다 보면 동생은 버릇이 나빠지고 형이나 언니는 질투와 원망을 품을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싸우는 경우 대체로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알고 상황을 파악하게끔 놔두는 게 나쁘지 않다. 이런 식으로 <나-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집안에서 그런 고함이 터지는 것을 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이 자기네 일을 스스로 다루고 해결하는 걸 좋아해."

 

하지만 아이들 갈등 해결에 부모가 중재자로 끼어드는 경우가 있다. 이때 건설적인 방법이 아주 유용하게 작동한다. 물론 먼저 양측의 얘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다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즉, 그 순간 당신이 한 아이의 얘기를 듣고 그 아이의 문제를 당신이 잘 알게 됐음을 그 아이가 감지하게 했다면, 다른 아이한테도 곧 그의 얘기 역시 주의 깊게 들을 것임을 어떤 식으로든 알게 하라

다른 아이는 당신 대화의 톤을 아주 예민하게 살피면서 당신 목소리에 나무라는 기색이 없고 음색이 다정하다면 당신이 자기의 ‘적수’에게 공감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음에 조심하라. 따라서 한 아이의 심적 체험을 경청하면서, 다른 아이에게는 눈길이나 고갯짓, 터치 등으로 “네가 있는 것도 알아, 곧 네 얘기를 주의 깊게 들을 거야” 하는 비언어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좋다.  

 

오누이가 욕실을 더럽혔다고 서로 다투는 걸 아빠가 듣는다.

아이들과 그런 대화 사례를 살펴보자. 

아빠: 얘들아, 내가 지금 욕실을 쓰려고 보니까 정말 어수선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수건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욕조도 닦지 않고… (<나-메시지>).

영애: 그건 다 철수가 그런 거야. 얘는 치우고 정리하는 법이 없어요!

철수 (화가 나서): 아니야, 니가 거기다 다 늘어놨잖아!

영애: 아니, 니가 그랬다!

철수: 아니, 너야!

다투는 오누이한테 엄마가 다가온다.

 

엄마: 이런 장면은 내 마음에 안 든다. (<나-메시지>). 영애야, 네가 쓰고 난 뒤에는 욕실이 깨끗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구나. (적극적 듣기

영애: 아, 아주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철수가 쓰고 난 뒤 같지는 않았어. 

철수: 바로 그거야, ‘아주 깨끗하지는 않았다’는 거야!

 

엄마: 철수야, 이제 네 얘기를 들어보자꾸나. 그러니까 너도 뭔가를 치우지 않았다는 뜻이구나. (계속 적극적 듣기

영애: 응, 뭔가를 안 치웠을 거야. 

엄마 (철수에게): 철수야, 너한테 모든 걸 다 떠넘기면 화가 나겠지. (철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즉, 각자 조금씩 어지럽혔다고 인정한 것으로 난 이해했다. (들은 얘기를 엄마가 요약한다.) 이제 아빠가 욕실 들어가시기에 기분이 안 좋아 (아빠 이야기의 적극적 듣기), 나도 그렇고 (<나-메시지>). 자, 그럼 이제 어떡하지? (서로의 이야기를 다 듣고 열기가 좀 가라앉을 때 핵심 질문). 

철수: 각자가 자기 것을 치우게 해요. (엄마는 아이들 중 누군가가 뭔가를 제시하기를 기다렸다.) 

엄마: 그러면 널린 양말과 철벅이는 물에 ‘철수’와 ‘영애’ 이름을 붙일까? (유머감각은 상황을 푸는 데 흔히 크게 도움 돼.) 

철수 (웃으면서): 아, 그 정도는 아니고.

영애: 내가 바닥과 욕조를 닦겠어, 철수가 나머지를 다 치우라고 하지. (또 하나의 제시).

철수: 좋아, 난 동의해.

엄마: 흠, 이 결정에 다들 만족하는 것 같구나. 그럼, 언제 할래, 지금? 아니면 저녁 먹고 나서? (해결책/결정의 구체화

철수: 뭐, 지금 당장 하자. (영애가 고개 끄덕인다.) 근데 ‘나머지를 다 치운다’는 게 무슨 뜻이야?

엄마: 가서 보자꾸나. (다 함께 간다.) 네가 보기에 여기서 뭘 해야겠니? 

철수: 수건, 양말들… 또 비누와 목욕 타월… (해결책의 구체화.)

 

오누이가 서로 이해하고 함께 청소한다.

아이들이 욕실 청소를 금방 마치고 사이좋게 저녁을 먹는다.

자칫 소란을 일으킬 뻔한 사건은 잊히고, 아이들은 갈등을 윈윈으로 해결하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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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갈등, 해소 방법 5단계) 

 

* * *

 

갈등을 잘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알고 보니, 그 어느 쪽도 졌다는 느낌에 시달릴 필요 없이 양측이 다 승리하는 길이 있다. 

 

이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자. 

자녀와 갈등 - 부모와 자녀가 다 이기는 방법
자녀와 갈등을 생산적으로 해소하는 방법 - 부모와 아이, 양측이 다 이기는 것.

 

이 방법은 두 가지 소통 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적극적 듣기와 <나-메시지>.

그런 만큼 앞의 레슨에서 우리가 다룬 것을 전부 확실히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 

갈등이 없고 덜 복잡한 상황에서... 아이의 얘기를 잘 들을 수 있는지, 당신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부터 한 뒤에 좀 더 복잡한 상황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방법에는 몇 가지 연속적인 단계가 전제된다.

이 단계를 먼저 열거한 뒤, 각 단계를 하나씩 자세히 알아본다. 

1. 갈등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2. 여러 제안을 취합하기
3. 취합한 제안들을 평가하여 채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을 선택
4. 해결책이나 결정을 세부적으로 구체화
5. 결정 사항을 실행하고 확인.

 

1단계: 갈등 상황 규명 

 

먼저 부모가 아이의 얘기를 듣는다.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즉,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원치 않는지,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아이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등을 알아본다. 

부모는 이걸 적극적 듣기 스타일로 수행한다. 즉, 아이의 바람이나 요구, 어려움에 반드시 공명(鳴)한다. 그 뒤 부모가 (엄마나 아빠가) 자신의 바람이나 요구, 문제를 밝히는데, <나-메시지> 형식을 이용한다. 

 

앞의 사례 가운데 딸에게 식빵 사다 달라는 상황을 다시 보자. 

 

엄마: 영희야, 가게에 가서 식빵 좀 사다 주렴. 손님들이 곧 오는데 내가 할 일이 많구나!

딸: 아, 엄마, 난 지금 동아리에 나가야 돼!

엄마: 모임이 있는데, 늦고 싶지 않구나. (적극적 듣기)

딸: 응, 이제 워밍업이 시작되는데, 그걸 놓치면 안 돼.

엄마: 넌 늦으면 안 되는구나… (적극적 듣기). 한데 나도 지금 힘든 상황이니… 손님들은 이제 막 도착할 텐데, 빵이 없네! (<나-메시지>) 어떡하지? (2단계로 전환.) 

 

다시 강조하건대, 아이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당신이 아이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잘 듣고 있음을 아이가 확인하게 되면, 아이는 당신 얘기를 훨씬 더 잘 받아들일 마음을 가지며 또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 들게 될 것이다. 

 

어른이 아이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듣기 시작하는 순간, 그렇지 않은 경우 자칫 커질 수 있는 충돌의 예리함이 곧 무뎌지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듣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아망'으로 치부하던 것을 부모가 이젠 눈길 돌릴 만한 (아이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며, 이때 비로소 아이와 접촉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새해 전날 아빠와 열네 살 된 아들이 언쟁을 벌였다. 섣달그뭄 저녁이며 겨울방학 일부가 망쳤다.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아빠가 샤워를 하라고 하는데 아들이 거부한 것. 

  

아들에게 샤워하라고 하는데 아들이 거부하다.

 

샤워하라는 말을 안 듣는 아들을 아빠가 억지로 욕실에 밀어넣다.

  

이 충돌을 나중에 얘기하면서 아빠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런 일이 우리집에서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뭔가가 매끄럽지 못했지요. 글쎄, 내가 지나치게 엄하게 지시를 했나? 아니면 적절하지 못한 순간에 그렇게 했나?
어떻든 그 다음엔 아이가 안 하겠다고 버티면서 성질도 부렸는데, 내가 보기엔 그게 다 괜한 오기인 듯해서 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를 억지로 욕실에 집어넣고 한 시간 동안 문을 잠갔어요. 아이가 물론 씻긴 했지만, 그 뒤 며칠 동안 우린 서로 소 닭 보듯이 했어요. 

 

자신의 독자성을 지키고자 하는 아들의 갈망을 아빠는 (나중에!) 정확히 짚었다. 그리고 아들의 독자성을 간과하여 불거진 갈등을 (일단은 부모가 이기는) 비생산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말았다. 

– 그 순간 아들 얘기를 적극적으로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 아, 그러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겠지요. 아이가 그렇게 고집 부리지 않았을 테고, 나도 아이를 그다지 심하게 윽박지르지 않았을 거예요. 

 

여러분이 기억하다시피, 아이 얘기를 적극적으로 듣고 나서 부모의 바람이나 요구, 문제를 아이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부모가 처한 상황과 겪고 있는 심적 체험을 아이가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아는 것은... 당신이 아이의 그것을 그렇게 하는 것 못지않게 아주 중요하다. 

 

당신의 언급이 <너-메시지>가 아니라 <나-메시지> 형식을 띠었는지 확인해 보라. 예를 들어,

– 집안일을 나 혼자 꾸리기가 힘들고 속상해요. (“남편과 아이들은 모든 걸 나한테 떠넘겼어” 대신) 

– 난 그렇게 빨리 걷기 힘들어. (“넌 왜 나보다 한참 앞서 가니, 넌 왜 그렇게 빨리 걷니” 대신).

– 이 프로그램을 난 목이 빠지게 기다렸단다. (“이걸 내가 매일 본다는 걸 넌 모르냐?” 대신).

 

갈등 상황에서 정확한 <나-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도 중요하다. 즉, 어른은 자신의 어떤 욕구가 아이의 행동이나 갈망 실현 때문에 침해당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용돈을 모아 캔디를 사려는 아들에게 부모가 다른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다.

예를 들어, 철수는 부모가 준 용돈을 착실히 모았고, 이제 그 돈으로 캔디와 우표를 사기로 했다. 하지만 부모는 캔디 대신에 배드민턴 채 같이 다른 물건을 사라고 한다. 아이와 부모가 각각 제 주장을 고집한다. 결국 서로 질책하고 상처 주고 말다툼으로 끝났다. 

 

부모가 옳았을까? 아니다!

물어보자, 철수가 캔디와 우표를 산다고 해서 부모의 어떤 욕구가 침해되나? 아니다!

즉, 갈등의 근거가 전혀 없는데 불필요하게 갈등을 일으킨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이가 뭔가를 하려 할 때, 하고 싶어 할 때,

“(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하는 생각에 빠져서 일방적으로 금하거나 반대하는 부모가 상당히 많다. 안 되는 이유를 아이가 묻거나 궁금하게 여기면,

“너한테 일일이 설명할 의무는 없어!”

하고 마무리 짓는다

 

한데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설명해 본다면? 그러면...

이 “안 돼” 하는 말 이면에는 부모의 파워를 과시하거나 부모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려는 욕망 이외엔 아무 것도 없음이 드러날 것이다. 파워와 권위에 대해서는 잠시 뒤 질의응답에서 얘기 나누고 지금은 이 방법의 여러 단계를 계속 분석하자. 

 

2단계: 여러 제안을 취합하기 

 

이번 단계는 이런 물음으로 시작된다.  

"그럼, 우린 어떡하지?"

"우리가 무엇을 궁리해야 하나?"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런 물음이 나온 뒤 반드시 기다리면서 아이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하고, 그다음에 비로소 당신의 버전을 내놓아야 한다. 이때 아이가 내놓은 해결책이 당신에겐 아주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이라 해도 그 자리에서 부정하거나 반박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일단은 갖가지 제안을 모아 ‘바구니’에 담아 둔다. 제안이 많다면, 기록해도 좋겠다.  

 

우리 세미나에서 한 부인이 들려준 사례.

엄마가 아들이며 아들 친구와 상의하다.

퇴근하여 집에 와 보니 12세 아들 철수가 친구 영호와 같이 공부하고 있었다. 두 아이가 엄마에게 밤 11시에 시작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재미있으니까 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영호의 부모는 아이가 친구 집에서 자는 걸 허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주 피곤해서 10시에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마침 티브이가 엄마 방에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에 가야 하고, 밤 늦은 시간에 티브이를 보느라 생활 리듬을 깨뜨리면 안 될 듯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는 갈등 상황을 건설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 얘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자신의 우려를 얘기하고 나서... “그럼, 어떻게 하지?” 하고 물었다.  

 

두 아이가 해결책을 몇 가지 내놓았다. 

1. 영호 집에서 티브이 보게 허락해 달라고 영호 부모에게 부탁하기

2. 함께 티브이를 본 뒤 영호가 집에 가기

3. 엄마와 철수가 방을 바꾸면 아이들이 엄마 방해 안 되게 티브이를 볼 수 있다. 

4. 11시까지 같이 놀다가 잠자리에 들기. 영호도 자기 집으로 안 가고 남는다. 

 

엄마의 제안은 이랬다. 

5. 아이들이 10시까지 놀다가 함께 잠자리에 든다. 

6. 아이들이 영호네 집에 가서 묵는다. 

7. 각자 자기 집에서 잔다. 

8. 아이들이 10시에 잠자리에 들지만, 엄마가 아이들이 책을 읽게 허락한다. 

 

아이들의 제안 가운데 어떤 것은 (예를 들어, 2번은) 처음부터 엄마가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엄마가 그걸 지적하고 싶은 유혹을 꾹 참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제안을 다 모은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단계: 취합한 제안들을 평가하여 채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을 선택

 

이번 단계에서는 여러 제안을 함께 의논한다. 이때 양측은 상대의 이해관계를 이미 알고 있으며, 앞의 두 단계를 거치는 동안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우리가 살펴보는 사례에서 이 3단계는 이렇게 진행됐다. 

 

1번 제안은... 영호 부모가 반대했기에 저절로 무효가 됐다. 

2번 제안은 엄마가 일방적으로 물러서야 하니까 바람직하지 못해. 

3번 제안대로 하면 엄마가 아주 불편해진다. 자기 침대에서 자는 데 익숙해졌으니까. 게다가 엄마는 잠들기 전에 책을 읽는 편인데 철수 방에는 스탠드가 없어. 불이 환하게 켜진 전체 조명에서는 엄마한테 두통이 생겨. 곁들여서 철수가 영호에게 말하길, "밤늦게 티브이 앞에 있다 보면 난 잠들 거야." 

4번 제안에 엄마가 반대하지 않는다. 철수가 티브이를 자기 방으로 가져오자고 자기 생각을 키운다. 영호가 "그래, 그리고 우린 이어폰을 끼는 거야" 하고 맞장구를 친다. 

 

5번 제안대로 하면, 아이들 뜻이 다 꺾인다. 

6번 제안은... 영호가 자기 부모에게 전화해서 물었더니, 엄마가 밤늦게 자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7번 제안에는 아이들이 불만이다. “우린 함께 있고 싶어요.” 

8번 제안에 아이들의 반응. "그렇게 할 수야 있지만, 책을 읽는 대신 철수 방에서 노는 게 더 좋겠어요." 

 

세 사람이 이리저리 의논 끝에 결국 4번 제안이 선택된다. 

만약 (이 경우처럼) 최선책 선택 과정에 여러 사람이 참여한다면 만장일치 채택이 가장 좋다. 

이 사례는 이 엄마가 건설적인 갈등 해결 방법을 처음 적용해 본 것인데, 상당히 잘 이끌었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 세 사람이 합의한 결정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건 아이들이 늦게 잠자리에 든다는 뜻이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 해결책이 좋은지 여부를 따지지는 말자. 그보다는 이 결정에 이른 과정을 주목하고, 여기서 몇 가지 긍정적인 면을 도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1) 참여자들이 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했음이 보인다. 
2) 다들 다른 사람의 제안을 잘 이해했다. 
3) 당사자들 간에 짜증이나 서운함이 생기지 않았어. 그 반대로,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됐다. 
4) 아이들이 자기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새삼 인식하게 될 기회가 주어졌다. 예를 들어, 알고 보니 둘에게는 티브이 보는 것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끝으로 5) ‘자칫 충돌하고 어느 한쪽의 불만을 일으킬 수 있는, 까다로운’ 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하는지, 아이들이 아주 잘 배웠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면...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아이들이 익숙해진다는 것을 여러 부모의 실전이 잘 보여주고 있다.  

 

4단계: 해결책이나 결정을 세부적으로 구체화

  

이렇게 가정해 보자. 아들이 혼자 일어나고 아침 먹고 학교에 갈 만큼 이미 컸다고 가족이 결정했다. 그러면 엄마가 이른 아침부터 허둥대지 않고 느긋하게 좀 더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했다고 해서 나머지 다른 일이 다 저절로 이뤄지거나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아이에게 자명종 사용법을 가르치고, 음식이 어디에 놓여 있으며 어떻게 데워야 하는지 등을 알려줘야 한다

 

5단계: 결정 사항을 실행하고 확인

 

이런 예를 들자. 엄마의 가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식구들이 집안일을 조금씩 더 많이 나누어 하기로 결정했다. 앞에서 알아본 단계를 다 거쳐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 사항을 종이에 적어 벽에 붙여 두면 좋을 것이다. (4단계 참조)

큰아들은 쓰레기통 비우기, 저녁마다 설거지하기, 자기 방 청소하기, 동생을 유치원에서 데려오기 같은 일을 맡았다고 가정하자. 만약 큰아들이 이런 일을 예전에 해본 적이 많지 않다면 처음엔 잘 안 될 수도 있다. 

 

의논 끝에 내린 결정 사항을 아이가 실행하도록 지켜보고 격려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잘 안 될 때마다 아이를 탓하지는 말라. 며칠 기다리는 게 더 좋다. 그리고 아이와 당신에게 시간이 있고 서로 마음 편한 순간에 물어보라. “일이 어때? 잘 되고 있니?” 

잘 되지 않는 것을 아이가 스스로 말한다면, (부모 입에서 나오는 지적보다) 훨씬 더 좋아. 

어쩌면 잘 안 된 일이 아주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이 생각에 무엇 때문에 그런지 원인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또 어쩌면 뭔가를 아직 익히지 않았거나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혹은 아이가 다른, ‘더 책임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다시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방법은 부모와 자녀 그 누구에게도 일방적으로 물러서거나 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외려 맨 처음부터 구성원들이 서로 협조하게 되어 결국엔 다 승리자가 된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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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과. 부모의 감정 문제는 어떡하나? <최종>)

 

가정에서 수행할 과제

 

과제 1

다음 여러 상황에서 부모들의 응답 가운데 <나-메시지>로 더 잘 반응하는 경우를 고르라. (가장 적절한 응답 버전은 이 레슨 끝에 제시한다.)

 

상황 1. 당신이 딸에게 책상 앞에 앉아 공부 시작하라고 몇 번 부른다.

딸이 “알았어, 이제 할게” 하고 대답하면서도 제 하던 일만 계속한다.

당신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하고, 그예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진다.  

딸에게 이제 책상에 앉으라고 하는데 딸은 '알았다'고 하면서 계속 제 하던 일만 한다.

1.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니?

2.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면 난 화나기 시작한다. 

3. 나는 네가 말을 안 들을 때 화가 난다. 

 

상황 2. 당신이 친구하고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이가 자꾸 방해한다. 이때 당신의 말.

엄마가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데 아이가 자꾸 방해한다.

1. 방해 받으면 대화하기가 힘들단다. 

2. 대화하는 데 방해하지 마라. 

3. 내가 대화하는 동안 다른 뭔가를 할 수는 없겠니? 

 

상황 3. 당신이 피곤하여 집에 온다. 십대 아들 방에 친구들이 있고 음악 소리가 요란하다. 탁자에는 먹고 마신 흔적이 낭자해. 당신은 짜증도 나고 화도 난다. (‘엄마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이 하는 말. 

엄마가 피곤한 상태로 귀가하니 아들과 친구들이 집안을 엉망으로 해놓았다.

 

1. 엄마가 피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안 하니?!

2. 설거지 좀 해라.

3. 피곤하여 왔는데 집안이 엉망진창이면 기분 상하고 화가 난다. 

 

과제 2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메시지>를 쓰면서 당신이 지금 겪는 감정의 강도를 느끼는 만큼 강하게 일컫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알고 보면 이건 그리 간단치 않다.

부모들은 대개 자기감정은 속에 꾹꾹 눌러담으면서 아이한테 해야 할 말을 생각하는 데 익숙해 있으니까. 즉, 자기감정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는 뜻. 

 

이번 레슨에서는 자기 자신에게 더 귀기울이기를 제시한다.

먼저 아이에게 대답할 것을 생각하지 말고, 아래 각각의 경우에서 당신이 어떤 심적 체험을 겪을지 정확히 알도록 하라. 

우선 2번 난만 채우라. 처음 사례는 예로 든 것. 

 

1. 상황  

2. 당신의 감정  

3. <나-메시지> 

1. 아이가 식탁에서 장난을 친다. 그만두라는 엄마의 경고에도 계속하다가 우유를 엎질렀다.

 

당황했다.

화가 났다.

 

 

 2. 대학 신입생 아들이 구멍 난 바지를 입고 학교에 다닌다. 다른 바지를 입으라고 해도 말을 안 듣는다.

 

 

 

 3. 당신의 성숙한 딸이 불량한 남자와 이른바 사랑에 빠졌다’.

 

 

 

 4. 당신은 아파트 9층에 사는데 방에 들어가 보니 어린 아들이 창턱에 앉아 있다.

 

 

 

 5. 당신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들과 함께 자르려고 준비한 케이크를 딸이 한 조각 잘라 먹었다.

 

 

 

 6. 당신이 금방 마루를 닦았는데, 아들이 지나가자 지저분해졌다.

 

 

 

 7. 남편 돌아올 시각에 맞춰 저녁을 차리는데, 야채가 부족하다. 딸에게 마트에 다녀오라고 하자 거부한다.

 

 

 

 

과제 3

이제, 각 상황에 적은 감정을 염두에 두고, 3번 난에 당신의 <나-메시지>를 적으라. 

예를 들어, 첫 번 상황에서 당신은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겠다.

애들이 부모 말을 안 들을 때 나는 화가 난다!"

여기서 ‘애들’이란 (일반적, 보편적) 표현을 씀으로써 ‘너’에 대한 공격을 피할 수 있음에 주목하자

 

과제 4

이번엔 어떤 과제를 수행하라고 할지 당신은 아마 짐작했을 것이다.

즉, 자녀와 대화에서 <나-메시지>를 최대한 자주 이용해 보기!

여러 경우에 두루 적용해 봐야 익숙해지지 않을까

먼저, 지금 (자녀와 당신 둘 가운데) 누구한테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라. 즉, 누가 더 (부정적) 감정에 들끓고 있는지!

자녀보다는 당신이 정말 더 화나거나 속상하거나 끌탕을 하는 상태인가

그런 느낌과 감정에 압도돼 있나? 

그렇다면 그 상태를 먼저 자기 자신에게 알리라. 

이제 그것을 아이한테 말하라. (가능한 한 '에누리'하지 말고.) 

 

부모들의 질문 

 

문: <나-메시지>가 먹혀들지 않으면 어떡하나? 예를 들어, 어제 아들이 저녁 늦게 나가 놀려고 하기에 내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난 걱정된다" 하고 말했다. 그 말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나가고 말았다. 

 

저녁 늦게 외출하려는 딸에게 걱정된다고 말해도 그냥 나가고 말았다.

답: 이 질문은 앞의 한 레슨에서 알아본 것과 비슷하다. (5과의 질문 마지막 항목 참조).

여기서도 이 물음에 답변은 비슷하다. 즉, <나-메시지>와 우리가 습득하는 다른 방법들을 적용한다 해서 아이가 당장 책상 앞에 앉거나 싫어하는 스카프를 두른다거나 저녁 늦게 외출하는 일이 없어지는 등 무슨 획기적인 변화나 성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 기대하지는 말라. 

이 몇몇 방법의 목적이나 용도는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드럽게 접촉하기,

아이와 상호이해 향상하기,

아이가 자립성과 책임감 갖추도록 돕기 등이다.

보다시피, 목적이 더 장기적이고 훨씬 더 일반적이다. 

 

당신의 어떤 말을 듣고 아이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경우도 물론 있겠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렇게 하겠다고 아이가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개는 자녀와 관계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당신의 소통 스타일이 개선되고 있음을 아이가 믿어야 한다.

당장에는 당신의 적절하고 올바른 말과 표현 등이 새 건물을 쌓은 작은 벽돌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작은 벽돌을 많이 쌓지 않고서 어떻게 건물을 올리겠나?  

 

문: 딸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뒤 눈물을 흘리며 집에 왔다. 난 아주 걱정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딸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 울면서 집에 와 엄마한테 하소연한다.

 

답: 그 순간 누구의 심적 체험이 더 강한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아이의 실패나 트러블은 전부 당신의 대응하는 감정을 일으킨다. 아이 일 때문에 당신이 크게 속상하고 화가 난다면, <나-메시지>를 이용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그런 감정을 딸에게 전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면 가뜩이나 마음 상한 딸의 문제가 더 깊어질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자기감정을 자신에게, 또 다른 성인에게 털어놓거나 혹은 노트에 적을 수도 있겠다. 

당신의 감정은 그렇게 처리하되, 괴롭힘을 당한 딸의 감정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들어줄 필요가 있다. 여기서 당신의 공감 드러난다. 

 

문: 내가 아이한테 아주 화가 났다면 <나-메시지>를 어떻게 보내나? 

 

답: 분노는 대개 2차 감정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여긴다. 그건 다른 어떤 1차적 심적 체험을 기반으로 생긴다. 따라서 만약 아이한테 분노의 말을 던지고 싶어진다면, 잠시 멈춰서 본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애쓰라

예를 들어, 

1) 아이가 당신에게 아주 거칠게 굴었다. 당신의 첫 반응은 분노 같은 것일 수 있다. 

2) 부모들 모임에서 당신 아이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많이 듣고 괴로움과 실망, 수치심을 느꼈다. 

3) 아이가 세 시간이나 늦게 집에 돌아오는 바람에 당신이 심하게 걱정했다. 하지만 아이가 들어오는 순간 첫 감정은 반가움과 안도! 이 처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다. 

 

– (너의 행동에) 난 마음이 아프고 상처를 받았다.

– (너에 관해) 그런 얘기를 듣고 난 아주 화나/당황해/불쾌해.

– 다행이야! 무사하구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그런 여러 경우에서 ‘천둥과 번개’가 들어설 자리는 이미 없게 됨을 당신은 곧 알게 될 것이다. 

 

문: 우리한테는 이런 경우가 잦다. 그러니까, “난 걱정돼” 하는 내 말에 아들이 “엄마, 걱정 말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들 입에서 “엄마 걱정은 엄마 문제야!” 하는 말까지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가 걱정된다고 말하자 아들은 상관 말라고 한다.

 

답: 아들이 그렇게 대꾸한다면, 이건 당신이 아이의 영역에 들어섰고 아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문제에 간섭했다는 징표이다. 그런 경우 이렇게 자문하는 게 가장 좋다. 

“아이가 하는 일이 나와 개인적으로 직접적으로 관련되나?” 

당신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다면, 자신에 대해 염려할 권리를 아이 본인에게 넘겨 주시라.

그런 경우에는 당신이 아무리 걱정하고 안달한다 해도 아이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외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과제 1의 답변 

상황 1. 

2번 어구가 <나-메시지>일 것. 1번은 전형적인 <너-메시지>, 3번은 <나>로 시작해서 <너-메시지>로 넘어간다. 

상황 2. 

1번이 <나-메시지>, 나머지 둘은 <너-메시지>. 2번 어구에 <너>가 없지만, 그런 암시가 행간에 들어 있다.

상황 3. 

<나-메시지>는 3번 어구.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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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과. 부모들도 자기감정을 자녀에게 표현할 줄 알아야. <계속>) 

 

* * *

<나-메시지>에는 <너-메시지>에 비해 장점이 몇 가지 있다.

 

1. 아이를 섭섭하게 하지 않으면서 부모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여움이나 짜증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그렇게 해봤자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는커녕 외려 뜻하지 않은 불만을 사기 쉽다. 왜냐하면... 

앞에서 얘기한 대로, 자기감정을 완전히 억누르거나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며, 아이들은 부모가 화났는지 아닌지 늘 알고 있다. 만약 부모가 화나 있다면 아이는 그걸 금방 알아채고 이제 자기가 불쾌감이나 두려움을 느껴 부모를 피하거나 노골적인 언쟁으로 나설 수 있다. 그 결과 충돌하지 않으려는 부모의 처음 의도와는 정반대로 평화 대신에 전쟁이 벌어진다. 

 

엄마의 표정으로 불만을 알아챈 딸이 엄마에게 항의하다

 

12세 소녀가 엄마와 대화중에 울면서 자신이 ‘서운하게 여긴 점’을 다 털어놓았다. 

엄마가 나한테 언제 어떻게 대하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난 다 본다구요! 예를 들어, 오늘 엄마가 방에 들어와서 우리가 공부하는 대신 음악 틀어놓은 것을 봤을 때, 엄마가 말은 안 했지만 나한테 화가 났잖아요. 난 다 보고 아니까 부정하지 않아도 돼. 나를 쳐다보는 눈빛과 고개 돌리는 것만으로도 알았어요!

 

엄마가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불만을 숨기지만, 결국 딸은 그걸 알아차리고 엄마가 예기치 않은 반응을 또 보였다. 이 대목에서 기펜레이터 여사는 ‘우리네 애들이 얼마나 섬세하고 관찰력 뛰어난지, 심리학자와 다를 바 없다’고 놀라움을 표한다. 이 소녀는 부모들이 왜 불필요한 침묵을 깨고 자기감정의 출구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 <나-메시지>는 아이들이 부모를 더 잘 알게 되는 기회를 준다

부모들은 대체로 '권위'라는 갑옷으로 무장한 채 아이들한테 닫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는 부모로서 책임감 같은 것도 작용한다. 어디 그뿐이랴. 아이를 가르치고 이끄는 ‘교육자’의 마스크도 써야 하며, 그걸 쓰고 난 뒤로는 잠시라도 들어 올리거나 벗을 엄두를 못 낸다. 

 

그렇게 '닫혀 있고, 위에 있고, 완전한 듯싶던' 엄마와 아빠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뭔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 아이들이 때론 놀란다. 이건 아이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안긴다. 중요한 것은... 거리감이 있던 어른이 아이에게 더 친근하고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는 점

엄마가 열 살 아들에게 전화하여 어려운 일을 잘 마쳤다고 전하면서 서로 기뻐하다.

얼마 전 들은 대화 한 토막.

한 엄마가 열 살 된 아들과 전화 통화를 하는 참이었다. 교사인 엄마는 아주 힘든 수업이 끝났다고 아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얘야, 오늘 아침 내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너도 알 거야. 그러나 다 잘 끝났고, 난 아주 기쁘단다. 너도 기쁘지? 고마워!!" 

엄마와 아들 간에 그런 감성적 친밀함을 관찰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었다. 

 

3. 부모가 마음을 열고 자기감정 표현에 진실할 때, 아이들도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부모가 그렇게 할 때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기네를 믿는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한 엄마가 아들에게 자신이 제대로 행동했는지 묻는 편지를 보내 왔다. 

 

난 아들이 여섯 살일 때 남편과 헤어졌습니다. 이제 아들은 열한 살이 됐어요. 아이는 속이 더 깊어지고 철도 많이 들었지만, 혼자 있을 때는 아빠를 그리워합니다. 언젠가 한번은 어쩌다가 이런 말이 튀어나왔어요. “아빠랑은 영화관에 갈 텐데, 엄마하고는 싫어.” 

그리고 며칠 뒤에는 아들이 심심하고 외롭다고 대놓고 말하기에, 내가 이렇게 대응했습니다. 

“그래, 아들, 넌 요 근래 계속 울적하구나, 아마 아빠가 없어서 그럴 거야. 나도 그리 즐겁지 못하단다. 너에게 아빠가 있고 나에게 남편이 있다면, 우리 사는 게 훨씬 더 재미있을 텐데...” 

아들이 좀 움찔하는 듯했어요. 그러고는 내 어깨에 기대더니 말없이 눈물을 흘리더군요. 

나도 아이 몰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둘 다 마음이 편해졌어요. 

난 그날 일을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래, 아이한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건 잘 한 일이야'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이혼한 엄마가 아빠 없다고 불평하는 아들에게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고 더 이해하게 되다.

이 엄마는 올바른 말을 직관적으로 찾아냈다.

아이가 겪고 있으며 털어놓는 심적 체험을 들어 알고는 아이에게 말했으며 (적극적 듣기) 또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얘기하기도 했다 (<나-메시지>). 

두 사람 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는 사실이 이 방법의 효험을 잘 증명한다. 

아이들은 부모한테서 소통 매너를 아주 빨리 습득한다. 부모가 <나-메시지>를 이용하면 자녀도 그렇게 되기 마련인데, 아이가 <나-메시지>를 이용해 말할 때 부모는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더 쉽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4. 끝으로, 지시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자기감정을 표현하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남겨둔다.

그때, 놀랍게도, 아이들은 부모의 갈망과 마음 상태를 (심적 체험을) 헤아리기 시작한다

4세 소년의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를 소개. 

약국에서 네 살 된 아들이 떼를 쓰는 바람에 엄마가 당황하다.

아들과 같이 약국에 갔다. 아이가 비타민을 원해서 사주었다. 그러더니 다른 것을 보고는 그걸 또 사 달라고 했다.

난 “얘야, 이 비타민을 다 먹고 나면 그때 다른 걸 또 사줄게" 하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징징대더니 나를 떠밀고 마구 소리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난 아주 불쾌하고 부끄러웠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지금 이런 장면 때문에 난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란다. 

내 말에 아이가 갑자기 몸을 돌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내 다리를 껴안고 말했다. 

– 엄마, 가자. 엄마 마음대로 해요. 엄마가 먹으라는 대로 비타민을 먹을게. 한 가지든 두 가지든 엄마 말대로 할게.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왔다. 아이는 계속 내 눈을 보면서 비타민을 엄마가 먹으라는 대로 먹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가르칠 때는 단번에, 단호하게  

- 이 스토리는 아들에게 크게 화가 난 엄마의 사연

 

오래 전 일이다. 그때 아들이 여섯 살. 아이가 나가 놀자고 청하는데, 난 몸이 안 좋아 누워 있었기에 아이 혼자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 마당은 그리 위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겠다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는 놀이터에서만 놀기로 단단히 약속하고 나갔다. (놀이터는 건물 양편에 두 군데가 있었다.)  

아이가 지나가는 어른에게 시간을 물어서 몇 시에는 돌아오기로 했는데... 그 시각이 지났다. 그리고 30분이 지나고 또 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아이를 찾으러 나섰다. 놀이터를 다 뒤지고 갈 만한 곳을 다 찾아 다녔지만 아이는 아무 데도 없었다. 혹시 집에 돌아왔나 싶어 집으로 달려갔다가 또 찾으러 뛰어나가기를 몇 번이나 했다. 

 

그런 일은 처음이어서 더 걱정되고 더 불안했다. 아이는 엄마 말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선을 피운 끝에 아이를 찾았는데, 난 이미 ‘극단적인’ 상태에 이르렀기에 단단히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과 불안으로 시작하여 노여움에 휩싸인 난 진정하지 못하고 마구 떨리는 상태였다.) 

밖에 나가 놀다가 약속 시간에 돌아오지 않아 엄마를 애태운 아들을 혼내다.

“네가 한 짓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으니, 벌을 줘야겠다. 선택하렴. 허리띠로 맞을래, 아니면 일주일 동안 내가 책을 읽어 주지 않기를 택할래?!" 

아들이 잠깐 생각하더니 물었다. "허리띠로 맞으면, 책은 읽어 줄 거예요?" 

"그래." 내가 우울하게 말했다. 

"그러면 허리띠로 맞을래요!" 아들이 말했다. 

난 아이에게 바지를 벗으라 지시하고 장롱에서 허리띠를 찾았다. 

"어떻게 서야 돼요?" 아이가 묻는다. 

 

그러자 난 왠지 불편해졌다. (아이가 진지하게 생각하여 책을 택했을 때부터 불편한 느낌은 시작됐다.) 하지만 끝까지 벌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를 허리띠로 몇 차례 때렸다. 그러고 나서 난 아주 부끄러워졌다

‘화가 잔뜩 난’ 나보다도 더 '품위를 지킨' 어린애한테 내가 마음의 상처를 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때 내가 무척 화가 났었나? 처음엔 죽을 만큼 걱정하고 동요하다가 아이를 찾자 그런 건 다 사라지고 벌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다. 

만약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를 금방 얘기했다면 아이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상황을 이해했을 테고, 그러면 의연하게 서 있는 아들에게 벌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면서 동시에 내 불편한 느낌을 야기하는 멍청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 다시는 아이를 때리지 않았다.

<나-메시지>라는 방법을 알고 나서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나면 좋은지를 깨달았다.

 

* * *

<나-메시지> 전하는 법을 익히기란 아이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 것만큼이나 간단치 않다. 처음에는 실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래서 훈련이 필요하다.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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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과. 부모들의 감정... 이건 어떻게 하나?  

 

누구의 문제인가? 
두 가지 상황 – 두 가지 ‘컵'

규칙 5: 자신의 심적 체험을 아이한테 말하기 
규칙 6: <나–메시지>보다 <너–메시지>로 
규칙 7: 조건이나 환경을 바꾸기 규
8: 기대를 바꾸기  
규칙 9: 누가 더 걱정해야 하나

가정에서 수행할 과제  
부모들의 질문 

 

내 생각에, 지금까지 레슨을 거치면서 당신은 이런 의문을 여러 번 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모들의) 감정은 어떻게 처리하지?
부모들 역시 동요하고 화내고 지치고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는가. 아이를 상대하고 돌보고 인도하면서 키우느라 우리도 힘들어,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고… 우리의 힘겨운 얘기는 도대체 누가 들어줄 것인가? 우리가 겪는 심적 체험과 마음 상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관해 이번 레슨에서 생각해 보자. 

 

* * *

우선 어떤 상황에 관한 얘기인지 더 분명하게 알아보자.

심적 동요, 염려, 마음 상함, 화가 남, 불쾌함 따위에 부모가 훨씬 더 크게 휘둘리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정작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고 태연하기만 한 경우를 말한다. 달리 말해, 이 상황은 아이의 정서적 문제를 다룰 때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에 반대되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의 감정을 두 개의 ‘컵’으로 묘사하자.

아이가 더 많이 애를 태울 때, 여러 감정 상태에서 들끓을 때, 아이의 ‘컵’은 가득 차고, 부모는 상대적으로 차분하며 ‘컵’ 수준이 낮다. 

 

부모보다 아이가 어떤 감정에 들끓는 상태

 

그리고 다른 상황은...

아이는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안달하지도 않는데, 부모가 어떤 감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두 번째 유형의 예는 이렇다. 

 

부모가 아이보다 감정에 더 시달릴 때

 

1. 

귀가하는 길에 집에 거의 다 와서 당신이 아들과 마주쳤는데, 아이의 얼굴이 지저분하고 상의 단추가 뜯겨 나가고 셔츠가 바지에서 튀어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이를 쳐다보며 씩 웃는데, 그런 아들 모습에 당신은 불쾌하고 이웃들 보기에 좀 창피하다. 하지만 아들은 그런 주변 정황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신나게 놀다가 이제 퇴근하는 아빠와 우연히 마주쳐서 좋아한다. 

 

퇴근길에 아이가 지저분한 상태로 노는 것을 본 아빠

 

2. 

어린애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열심히 마루를 달린다.

당신은 출근 준비하느라 서두르는데, 어린 아들이 자꾸 발에 걸리적거리면서 출근 준비에 방해가 된다. 은근히 짜증이 난다. 

 

아빠가 출근 준비하는 데 아이가 마루에서 놀며 자꾸 방해된다.

 

3. 

십대 아들이 또 오디오를 아주 크게 틀었다. 당신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린다. 

 

십대 아들이 또 오디오를 아주 크게 틀어서 엄마가 힘들어한다.

 

* * *

이런 경우에, 그러니까 부모가 어떤 (부정적인) 감정에 가득 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규칙 5>는 다소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만약 아이의 행동 때문에 당신 마음이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면, 
그렇다는 걸 아이한테 알리라. 

 

이 규칙은 감정을, 특히 부정적이고 거센 감정을, 어떤 경우에도 눌러 담고 있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분노를 말없이 참거나 화를 억누르거나 마음의 동요가 큰데 차분한 표정을 지으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애써 봤자 자기 자신도 아이도 속일 수 없을 것이다. 아이는 당신의 포즈와 제스처, 억양, 표정, 눈빛 등을 보고 어렵지 않게 뭔가 잘못 되고 있음을 ‘읽는다’

 

사실 바로 이 ‘비언어적’ 시그널들을 통해서 우리 내면 상태에 관한 정보의 90% 이상이 전해지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런 시그널을 임의로 통제하기란 아주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얼마 지나면 감정은 통상 날카로운 말이나 행동으로 ‘돌출하고’ 흘러나온다

※ <신체언어 개관>

 

그런데... 그런 감정을 아이도 당신 자신도 기분 상하지 않게 표현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나? 

 

<규칙 6>

자기감정을 아이한테 말할 때, 1인칭을 이용하라. 
자신과 자신의 심적 체험을전하라, 아이와 아이 행동에 관한 것이 아니라. 

 

* * *

저 앞에 소개한 세 가지 사례로 돌아가서, 규칙 5와 규칙 6을 적용하여 부모의 반응과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말을 만들어 보자. 이런 식이 될 것이다. 

 

1. 난 애들이 지저분하게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웃들 보기에도 창피하고

2. 출근하려고 서두르는데 누군가가 발밑에서 기어 다니고 계속 걸리적거리면 난 출근 준비가 힘들어. 

3. 요란한 음악 소리에 나는 아주 지친다, 얘야. 

 

여기에 다 1인칭 대명사가 쓰였음에 주목하라. 따라서 이런 종류의 언급을 심리학에서는 <나–메시지>라 불렀다. 

 

부모 중에 혹자는 달리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1. 넌 왜 그 모양으로 다니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2. 다른 데서 놀 수 없니? 발밑에서 자꾸 걸리적거리니까 출근 준비가 안 된다.  

3. 소리를 좀 줄일 수 없겠니? 

이런 언급에서는 2인칭 대명사가 쓰인다. 이것을 <너–메시지>라 부를 수 있다. 

 

얼핏 보기에 <나-메시지>와 <너-메시지>의 차이가 크지 않은 듯싶을 수 있다. 게다가 후자가 더 익숙하고 ‘더 편하다.' 하지만 그런 말에 아이는 불쾌감을 느끼고 자기방어에 나서면서 불퉁거리게 된. 그런 만큼... 후자 같은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 

 

넌 도대체 언제나 돼야 방을 치울 거니?!

결국 <너–메시지>에는 본질적으로 아이에 대한 공격이나 비난, 비판이 담길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대화가 이렇다. 

넌 도대체 언제나 돼야 방을 치울 거니?! (질책, 꾸중)

– 그만해요, 아빠. 어차피 내 방이잖아!

넌 아빠한테 말하는 투가 왜 그래?! (비난, 위협)

– 내가 어떻게 말했는데?

 

* * *

<나-메시지>에는 <너-메시지>보다 장점이 몇 가지 있다.

1. 아이에게 서운하지 않은 형식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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