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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방'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9.05.27 뉴스 진행 실무 5강
  2. 2019.04.10 사르트르의 출구 없는 방 (5)
  3. 2019.04.10 사르트르 <출구 없는 방>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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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진행 훈련  

 

 

뉴스 진행 실무 훈련 5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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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장 폴 사르트르2019. 4. 1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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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르트르의 

 <출구 없는 방 NO EXIT>  

 

5장 계속 

 

     에스텔: (고갯짓으로 가르생을 가리키면서) 하지만 저이도 나를 봐 주면 좋았을 텐데.

     이네스: 오, 이런! 네가 원하는 건 결국 남자로군. (가르생에게) 당신이 이겼어요. (가르생이 대꾸지 않는다.) 그러지 말고 저 여자를 좀 봐요, 빌어먹을! (가르생은 묵묵부답이다.) 가식 떨지 말아요. 당신은 우리 대화를 다 들었잖아요. 

     가르생: (고개를 홱 쳐들면서) 맞는 말이오,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지. 귀를 막기는 했지만, 당신네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쿵쿵 울렸다오. 허접한 수다 말이오. 당신들 두 사람, 이제 나를 조용히 내버려두지 않겠소? 난 당신네한테 관심이 없어.

 

사르트르 <출구 없는 방>

 

     이네스: 나한테 관심 없다는 소리겠지, 하지만 이 아이한테도 그렇지는 않을 걸. 당신 꿍꿍이를 알아요. 지금 당신은 그녀 관심을 얻으려고 고뇌하는 사람 흉내를 내고 있어요. 

     가르생: 날 좀 내버려두라고 했잖소. 저기, 신문사 편집국에서 누군가가 내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걸 들어야겠소. 그리고 당신이 ‘어린애’라고 부르는 저 사람한테 난 아무 소용이 없단 말이오. 

     에스텔: 흥, 고마운 말씀이군요. 

     가르생: 오, 당신 기분 상하게 할 뜻은 없었어.

     에스텔: 당신은 천박한 사람이에요! (휴지. 그들이 서로 마주보며 서 있다.)

     가르생: 아, 그렇다고 칩시다! (휴지.) 입 좀 다물라고 부탁하지 않았소?

 

     에스텔: 저 여자 잘못이에요, 먼저 시작했으니까. 난 가만있는데, 다가와서 자기 거울을 쓰라고 했단 말이에요. 

     이네스: 흠, 그렇게 말을 돌리는군. 한데 넌 계속 추파를 던지면서 그의 눈길을 끌려고 했잖아.

     에스텔: 그러면 안 되나요?

     가르생: 당신네 둘은 정신이 나갔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나? 제발, 입들 좀 다무시오! (휴지) 이제 다들 다시 조용히 앉아서 마룻바닥을 보며 다른 사람들 존재는 까맣게 잊도록 합시다. 

     (휴지. 가르생이 자리에 앉고 두 여인이 머뭇머뭇 자기 소파로 향한다. 이네스가 홱 몸을 돌린다.)

 

     이네스: 다른 사람들은 잊으라고!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로군요! 난 당신이 거기 있는 걸 느껴요, 털구멍 하나까지. 당신 침묵이 내 귀에서 아우성쳐요. 당신은 입 꿰매고 혀 자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존재하지 않을 줄 알아요? 당신은 이런저런 생각을 멈출 수 있나요? 

난 당신이 하는 생각을 다 들어요, 틱, 톡, 틱, 톡, 시계 소리처럼 들린단 말이에요. 당신도 내 생각을 듣고 있다는 걸 알아요. 당신이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는 건 좋아요. 하지만 당신은 어디에나 있어요, 모든 소리가 나한테 오염돼 들어와요, 왜냐면 당신이 중간에 가로채곤 하니까. 

당신은 내 얼굴마저 훔쳐갔어요. 내 얼굴을 당신은 아는데, 난 모르잖아요! 또 그녀는 어떻구, 에스텔 말이에요, 당신은 그녀를 나한테서 빼앗았어요. 만약 당신이 없었다면, 에스텔이 나한테 이렇게 대하겠어요? 

자, 이제 얼굴에서 두 손을 떼세요, 당신을 편히 놔두지 않겠어. 당신은 요가 수행자처럼 트랜스 상태에서 여기 앉아 있고, 나는 눈을 감고 있다 해도, 그녀가 자기 존재의 소리를 당신에게 어떻게 전하는지, 심지어 드레스 바스락거리는 소리마저 다 감지해요. 당신이 보지 않는데도 그녀가 미소를 어떻게 보내는지 다 느낀다구요! 그런 건 못 견뎌! 차라리 내 지옥을 내 손으로 선택하겠어, 차라리 당신 눈을 바라보며 얼굴 맞대고 싸우겠어요. 

 

     가르생: 좋으실 대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예상했지, 저들은 우리를 쉬운 게임처럼 조종하고 있소. 만약 저들이 나를 남자들만 있는 방에 넣었다면… 남자들은 입을 다물 수 있어.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바랄 수는 없지요. (그가 에스텔에게 다가가서 그녀 턱을 건드린다.) 그래, 내가 마음에 드나, 어린 아가씨? (에스텔을 애무한다.) 나한테 추파를 던졌단 말이지?

     에스텔: 날 건드리지 말아요.

     가르생: 왜 안 되나? 우린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데… 내가 여자들한테 환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나? 개중 몇몇은 나를 좋아했지. 자, 형식 차리는 건 그만두자구, 우린 잃을 게 없잖아. 정중하다는 게 뭐야? 격식이란 또 뭐고? 우리끼리 있는데 말이야! 이제 곧 마지막 껍질도 벗고 우린 벌거숭이가 될 거야, 갓난애들처럼.

 

     에스텔: 오, 나를 가만둬요!

     가르생: 갓난애들처럼 말이야. 아, 내가 경고했지. 내가 당신들한테 바란 건 별것 아니야, 그저 평온함과 약간의 침묵뿐이었어. 난 귀를 막았어. 고메스가 사무실 한복판에 서서 평소처럼 열변을 늘어놓고, 편집국 동료들이 경청하고 있었지. 다들 재킷을 걸치지 않은 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군. 지상에서 사건들은 아주 빠르게 변한단 말이야. 당신들은 혀를 놀리지 않을 수는 없나? 이제 다 끝났군, 그가 열변을 마치네. 나에 관한 생각은 다 그의 머릿속에서 떠올랐어. 흠, 어떻게든 우리가 겪어야 할 일이고… 우린 태어날 때처럼 벌거숭이가 되는 거야. 그게 더 좋아, 가만, 누구를 상대해야 하나. 

     이네스: 이미 알고 있잖아요. 더 이상 알 것도 없어요.

 

     가르생: 그게 아니요. 우리가 왜 저주받았는지 각자 깨끗하게 털어놓지 않는 한, 안다고 할 수 없어요. 젊은 아가씨, 자네부터 시작하지, 그래. 무엇 때문이지? 그 이유를 우리한테 말해 봐. 솔직하게 얘기하고, 우리가 각자 내면의 허물을 드러낸다면… 우린 재앙에서 구제될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자, 털어놔 봐! 무엇 때문이지?

     에스텔: 난 도대체 뭐가 뭔지 몰라요. 저들도 말해 주지 않을 거예요.

     가르생: 그렇군. 저들은 나한테도 말해 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 먼저 말하기가 부끄럽나, 에스텔? 좋아. 내가 시작하겠어. (침묵.) 난 그리 존중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야. 

     이네스: 그런 얘긴 안 해도 돼요. 당신이 탈영병이었다는 걸 우린 알아. 

 

     가르생: 그건 놔둬요. 그건 부차적인 얘기일 뿐이오. 실은, 아내한테 아주 못되게 굴었기 때문에 여기 오게 된 거요. 이게 전부야. 다섯 해 동안. 아내는 당연히 지금도 고통 속에 살고 있어. 아, 그녀가 있네. 그녀 얘기를 하는 순간이면 내 눈앞에 그녀가 나타나. 난 고메스한테 관심이 있는데, 눈앞에는 그녀가 서 있군. 고메스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다섯 해 동안... 

저기 있네! 그들이 내 소지품을 아내에게 돌려주었군. 아내가 내 코트를 무릎에 얹고 창가에 앉아 있네. 총탄 구멍이 열두 개 난 코트를. 구멍의 누런 테두리가 피인지 녹인지 분간이 안 될 거야. 허어! 저건 박물관에 들어갈 물건이지, 역사적인 코트라구. 그걸 입고 다녔어, 멋있었지!… 

여보, 이제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나? 드디어 눈물을 짜내는 거야? 아니라고? 잘 안 된다구? 밤이면 밤마다 난 돼지처럼 술에 절어 집에 돌아왔어, 와인과 여자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아내는 밤새 나를 기다리곤 하면서도, 눈물은 절대 흘리지 않았어. 물론, 잔소리도 한마디 없었어. 그저 두 눈으로만 말하는 거야, 크고 슬픈 눈으로. 난 불평할 게 하나 없어. 이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징징대지는 않을 거요. 흠, 거리에 눈이 내리는군. 아, 결국 눈물을 흘리는 거야? 저 여인은 운명적으로 수난자의 역할을 떠안은 사람이오. 

 

     이네스: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왜 그렇게 힘들게 했나요?

     가르생: 왜냐하면, 아주 쉬웠으니까. 말 한마디면 그녀는 움찔대며 안색이 달라졌지. 민감한 식물처럼! 그렇지만 싫은 소리는 결코 내뱉지 않아! 난 놀려먹기를 좋아해. 지켜보면서 기다리곤 했지만, 오, 이런, 눈물 한 방울도, 비난 한마디도 없는 거야. 난 그녀를 시궁창에서 끄집어냈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아, 그녀가 코트를 어루만지는군. 눈을 감고 손으로 총알구멍들을 느끼고 있어. 당신들은 뭘 찾는 거야? 뭘 기대하는 거지? 말했다시피, 난 아무 것도 불평하지 않아. 그녀가 나를 맹목적으로 흠모했다는 점이 중요해. 이게 무슨 뜻인지 당신들은 이해하겠나?

     이네스: 아니요. 나한테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가르생: 그게 훨씬 더 좋아. 당신한테는 그게 더 좋아. 이런 말이 당신한테는 아주 모호하게 들리겠지. 흠, 당신들이 솔깃할 만한 얘기를 들려주겠어. 난 까무잡잡한 여자를 하나 집에 들였어. 뜨거운 밤들을 보냈지! 아내는 위층에서 잤는데, 다 들었을 거야. 그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한낮까지 침대에 있는 우리한테 모닝커피를 가져다주곤 했어.

     이네스: 당신은 짐승이야!

     가르생: 그래, 짐승이야, 그런데 아주 사랑받는 짐승이지. (그가 먼데를 바라본다.) 아, 아무 것도 아니야. 고메스로군, 하지만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니네… 당신, 뭐라고 그랬지? 아, 짐승이라고. 그건 분명해. 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여기 있겠나? 이제 당신 차례요.

 

     이네스: 난, 나는 저 세상 사람들 말로 ‘천벌 받을 암캐’였어요. 아니, 이미 천벌 받은 여자였어요. 그러니, 여기 오게 된 것이 놀랍지도 않아요.

     가르생: 그게 전부요?
     이네스: 아니, 플로렌스가 관련된 사건이 있었어요. 이건 시체들에 관한 사연이에요. 세 구의 시체. 먼저 그 사람, 다음에 그녀와 나. 저 아래에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난 걱정할 게 전혀 없어. 단지 저 방만 남았지요. 난 가끔 그 방을 봐요. 안은 텅 비고 문들은 다 잠기고… 아, 그들이 막 봉인을 떼어냈네. 임대라고 문에 써 붙였네요, 이건 참... 웃기는 일이야.
     가르생: 세 사람, 세 죽음이라고 했소?
     이네스: 네, 셋.
     가르송: 한 남자와 두 여인?
     이네스: 네.
     가르생: 그렇군. (휴지.) 그 남자가 자살한 게요?
     이네스: 그 남자가? 그 사람한테는 그럴 배짱이 없었어. 그래도 그에겐 이유가 다 있었어요. 우리 때문에 고통을 충분히 겪었지... 사실, 그는 전차에 깔렸어요.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에요. 난 그 두 사람과 함께 살았어요, 그는 내 사촌오빠였고. 
 
     가르생: 플로렌스에겐 오점이 없었나요?
     이네스: 오점이 없었냐구요? (에스텔을 쳐다보면서) 난 후회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사연을 당신한테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아요. 
     가르생: 괜찮아요. 그럼, 그 남자한테 싫증이 났나?
     이네스: 아주 조금씩. 별의별 하찮은 것들이 내 신경을 거스르더군요. 예를 들면, 그 사람은 뭘 마실 때 요란한 소리를 내지 뭐에요, 꼴깍꼴깍… 그런 하찮은 것도 싫어지지 뭐에요. 실상, 그는 아주 가엾은 사람이었어요, 쉽게 상처받는 타입이었어요. 왜 웃는 거죠?
     가르생: 왜냐면 나는 상처를 전혀 받지 않으니까.
     이네스: 너무 확신하진 말아요. 난 그녀 영혼에 파고들었고, 그녀는 내 눈을 통해 세상을 봤어요. 결국 그와 헤어지자 그녀는 내 손아귀에 들게 됐지요. 우리는 소도시 반대편에 원룸 아파트를 얻었어요.
     가르생: 그 다음엔?
     이네스: 그러고는 바로 전차 사고가 난 거에요. 난 허구한 날 그녀에게 상기시켰어요. “그래, 내 귀염둥이, 우리가 그를 죽인 거야.” (침묵.) 난 정말 잔인한 여자야. 
     가르생: 나도 그렇소.
     이네스: 아니, 당신은 잔인한 게 아니에요. 그건 뭔가 좀  다른 거예요.
     가르생: 뭐가 달라요? 
 
     이네스: 나중에 얘기하지요. 내가 잔인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한테 고통을 안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뜻이에요. 불타는 석탄처럼. 다른 사람들 가슴에서 불타는 석탄처럼. 혼자일 때 난 가물거려요. 반년 동안 난 그녀 가슴에서 재가 되도록 활활 타올랐지요. 어느 날 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그녀가 일어나서 가스 밸브를 열어 놓았어요. 그러고는 다시 내 곁에 누었어요. 그렇게 된 거예요.
     가르생: 아, 그래요!
     이네스: 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요?
     가르생: 아니, 아무 것도. 단지, 즐거운 사연은 못 되는군.
     이네스: 그렇지요.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죠? 
     가르생: 하기야, 무슨 상관이겠소. (에스텔에게) 네 차례야. 무슨 짓을 했는지 털어놓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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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장 폴 사르트르2019. 4. 1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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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폴 사르트르 

 <출구 없는 방 No exit

 

  (5장 계속)  

 

     에스텔: 그만, 제발 그만해요.

     이네스: 지옥에 있다구요! 저주받은 영혼들, 그게 우리란 말이에요! 우리 셋 다!

     에스텔: 입 다물고 조용히 해요. 그런 악담은 못 들어 주겠어요.

     이네스: 저주받은 영혼, 위선적인 성자, 그게 바로 당신이에요. 저 신사 양반, 고상한 반전주의자도 마찬가지지. 우리는 삶을 충분히 만끽했어, 안 그래요? 세상에는 우리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불태운 이들이 있었는데, 우린 그걸 보며 그저 낄낄대기만 했지요. 그러니 이제 우리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예요. 

 

 

     가르생: (손을 들어 올리면서) 그 망할 놈의 입 좀 그만 나불거리시오!

     이네스: (담담하면서도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오, 이런! (휴지) 잠깐만! 이제 이해가 되네. 왜 우리 셋을 여기에 함께 집어넣었는지 알겠어요!

     가르생: 더 입을 놀리기 전에 생각을 두 번 하는 게 좋을 게요.

 

     이네스: 잠깐, 얼마나 단순한 것인지 알게 될 거예요. 아주 간단해! 이곳에는 신체적 고문 같은 게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옥에 있어요. 더 이상 아무도 오지 않으니, 우리끼리만 영원히 함께 하게 될 거예요. 안 그런가요? 간단히 말해, 있어야 할 누군가가 없는 것인데, 그건 바로 공식적인 고문자란 말이죠. 

     가르생: (혼잣말로) 나도 그 점에 주목했어.

     이네스: 인적 자원을 줄인 게 분명해요. 혹은 악귀들을 줄였다고 해도 틀리진 않겠어요. 고객들이 직접 움직이는 셀프서비스 카페처럼 말이죠.

     에스텔: 무슨 뜻인지 난 도무지 모르겠군요.

     이네스: 내 말은 우리 각자가 다른 두 사람에게 고문자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뜻이에요.

     (휴지. 다들 그 말을 곱씹는다.) 

 

     가르생: (나직한 소리로) 아니, 난 당신들의 고문자가 절대 되지 않을 거요. 당신들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을 뿐더러, 당신들한테 관심도 없소. 눈곱만치도. 그러니 해결책은 아주 간단해요. 우리 각자가 자기 구석에 머물러서 다른 이들에겐 신경 쓰지 않으면 되는 거요. 당신은 여기에, 당신은 여기에, 그리고 난 저기에. 그리고 그냥 조용히 지내는 거요, 말 한마디 없이. 뭐가 어렵겠소? 우리 각자에겐 제 할 일이 있어요. 난 내 생각만 가지고도 만 년은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에스텔: 그럼, 나도 입을 다물어야 하나요?

     가르생: 그렇소. 그러면 우린 구원을 찾을 수 있을 게요. 이네스,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절대 쳐들지 맙시다. 동의하시오?

     이네스: 동의해요.

     에스텔: (다소 주저하다가) 나도 그래요.

     가르생: 그럼, 안녕.

 

     (그가 자기 소파로 물러나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침묵. 이네스가 나직이 콧노래를 부른다.)

     (그러는 동안 에스텔은 볼에 파우더를 두드리고 립스틱을 바른다. 파우더를 두드리면서 차분한 표정으로 거울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자기 핸드백을 뒤지다가 가르생에게 고개를 돌린다.) 

 

     에스텔: 실례지만, 혹시 거울 갖고 계시나요? (가르생이 반응하지 않는다.) 작은 손거울이라도 없어요? (가르생이 계속 침묵한다.) 나한테 말은 하지 않더라도 거울은 빌려줄 수 있잖아요!

     (가르생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말이 없다.)

     이네스: (달래는 말투로) 걱정 말아요. 내 손가방에 거울이 있어요. (자기 핸드백을 뒤진다. 아쉬운 표정으로) 없어졌네! 입구에서 저 사람들이 빼낸 게 틀림없어. 

     에스텔: 어쩜 이렇게 지겨울 수가!

     (휴지. 에스텔이 눈을 감으면서 쓰러질 듯 휘청거린다. 이네스가 다가가서 부축한다.)

 

     이네스: 왜 그래요?

     에스텔: (눈을 뜨고 미소 짓는다) 아주 야릇한 느낌이 들어요. (그녀가 제 몸을 톡톡 두드린다.) 당신은 이렇게 한 적이 없나요? 나 자신을 볼 수 없을 때, 나는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심이 돼요. 그러면 확인하기 위해 이렇게 몸을 건드리는데, 사실 크게 도움 되지는 않아요.

     이네스: 당신은 운이 좋군요. 난 늘 나 자신을 의식해요, 마음속에서 말이죠. 뼈저리게 의식해요.

     에스텔: 아, 네, 마음속에서… 하지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것은 죄다 상당히 모호하지 않나요? 그냥 졸리기만 할 뿐이에요. (휴지) 내 침실에는 큰 거울이 여섯 개 있어요. 저기 있네요. 난 거울들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거울들이야 나를 못 보지요. 거울마다 카펫이며 장의자며 창문이 투영되고 있는데… 하지만 내가 없는 거울은 얼마나 공허한가요! 난 사람들과 얘기할 때면 내 모습이 비치는 거울이 곁에 있는지 늘 확인하곤 했어요. 얘기하는 나 자신을 지켜보았지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처럼 내가 나 자신을 볼 때면 더 조심하게 됐어요. (낙담한 투로) 오, 이런, 립스틱이! 입술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을 거야. 거울 없이는 잘 그릴 수가 없어. 안 돼. 

 

     이네스: 내가 당신의 거울이 돼 줄까요? 이쪽으로 오세요. 내 소파에 당신 자리가 있어요. 

     에스텔: (가르생을 가리키면서) 하지만…

     이네스: 그 사람은 잊읍시다. 

     에스텔: 하지만 우린 서로를 다치게 할 텐데. 당신이 그렇게 말했잖아요.

     이네스: 나를 잘 봐요. 내가 당신을 해칠 것 같나요?

     에스텔: 거야 누가 알겠어요.

     이네스: 어쩌면 당신이 나를 더 아프게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다 한들 어쩌겠어?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당신의 그 예쁜 손으로 당하는 것도 괜찮을 거야. 여기 앉아요. 더 가까이, 더 바짝. 내 눈을 봐요, 뭐가 보이죠?

     에스텔: 오오, 당신 눈 속에 내가 있네요. 하지만 하도 작아서 잘 못 보겠어요.

     이네스: 하지만 난 그쪽을 볼 수 있어. 아주 샅샅이. 뭐든 물어 봐요. 세상 모든 거울처럼 난 솔직하게 비춰 줄 거야. 

 

     (에스텔이 도움 청하듯이 가르생 쪽으로 수줍게 몸을 돌린다.) 

 

     에스텔: 이보세요, 미스터 가르생! 우리 수다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

     (가르생이 대꾸하지 않는다.)

     이네스: 저 사람 걱정은 말아요. 그냥 우리만 있다고 생각하고… 자, 물어봐요.

     에스텔: 내가 입술을 잘 발랐나요?

     이네스: 어디 보자. 아니, 좀 흉하게 됐어요.

     에스텔: 그럴 줄 알았어요. 다행히도 (그녀가 가르생을 곁눈질하면서) 나를 보는 사람이 없네. 다시 발라야지.

     이네스: 그게 좋겠어. 아니, 그렇게 말고. 입술 선을 놓치지 않아야 돼. 잠깐! 내가 손을 잡아줄게. 그래, 거기야. 아주 좋아요.

     에스텔: 내가 여기 들어올 때처럼 잘 그려졌어요?

     이네스: 훨씬 더 좋아요. 더 또렷하고 더 관능적이고 더 섬세해. 이렇게 그리니까 요 입이 아주 악마처럼 보이네.

     에스텔: 당신은 친절하군요! 정말 좋아요? 내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미치겠어요. 미스 세라노, 이젠 정말 잘 그려졌어요?

     이네스: 나를 그냥 이네스라고 부르지 않을래?

     에스텔: 입술이 잘 그려진 게 확실하죠?

     이네스: 넌 정말 사랑스러워, 에스텔. 

 

사르트르 출구 없는 방

 

     에스텔: 근데, 당신 취향을 내가 어떻게 믿지요? 내 취향과 같은가요? 아아, 정말 답답해 미치겠네.

     이네스: 내 취향도 너랑 같아, 왜냐면 넌 내 마음에 드니까. 나를 봐. 아니, 똑바로 봐. 이제 미소를 지어 봐. 나도 그리 추하지는 않아. 내가 네 거울보다 더 멋지지 않나? 

     에스텔: 오, 모르겠어요. 당신은 날 좀 겁나게 해요. 물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그런 적이 없지요. 물론 내 모습을 난 잘 알았어요. 내가 길들인 어떤 것처럼… 한데 지금은 내가 미소를 지으면 미소가 당신 눈동자 속으로 가라앉을 테고,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신만이 알겠죠.

     이네스: 왜 나를 ‘길들이면’ 안 되는 거야? (둘이 마주본다. 에스텔이 좀 홀린 듯이 미소를 짓는다.) 이봐! 나를 그냥 이네스라고 불러 주면 좋겠어. 우린 좋은 친구가 돼야 해.

     에스텔: 난 여자들하고는 쉽게 친구가 되지 못해요.

     이네스: 특히 우체국 사무원하고는 그렇단 말이지? 근데, 네 뺨 아래 지저분하게 벌긋벌긋한 점은 뭐야? 뾰루지야?

     에스텔: (흠칫 몸을 떨면서) 뾰루지라고요? 어머, 지저분해라! 어디 있어요?

     이네스: 여기, 여기 있잖아! 거울로 종달새 잡는 방법을 알지? 난 너의 lark mirror이고, 사랑스러운 넌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어. (*lark mirror - 반짝이는 물건에 호기심 많은 작은 새들을 유인하여 잡는 데 쓰는 작은 거울.) 뾰루지 같은 건 전혀 없거든. 근데, 왜 있는 것처럼 했냐구? 거울이 거짓말을 했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혹은 내가 저 남자처럼 눈을 감고 널 안 본다면, 너의 사랑스러움을 뭐에 쓰겠어? 아아, 겁먹지 마, 난 너를 안 볼 수 없어. 눈길을 돌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한테 잘 해줄 거야, 아주 잘 할 거야. 단지 너도 나한테 잘 해야 돼.

     (휴지.)

     에스텔: 나한테 정말 마음이 끌렸어요?

     이네스: 정말 그래!

     (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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