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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0.05 번역, 방법과 기술
  2. 2021.10.03 영어, 정중한 표현
  3. 2021.10.01 Point Counter Point (4)
  4. 2021.10.01 Point Counter Point (3)
Books/번역 실전2021. 10. 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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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 Techniques and Methods

 

 

번역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영역. 번역자는 특정 분야에 정통한 언어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지식뿐 아니라 잘 다듬어진 번역 방법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번역 방법과 기술을 살펴보고 그 작동 방법을 알아본다.

 

외국어로 된 뭔가를 읽을 때마다, 먼저 구글 번역기를 돌리고픈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다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구글 번역기나 그 비슷한 도구들은 많이 발전했고 많은 번역을 꽤 잘 해낼 수 있다.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전문 번역가는 문맥을 이용하며, 단어 대 단어 번역을 지양하지만, 온라인 번역 서비스는 아직 그 정도로 똑똑하지는 못하다. (예를 들어 구글 번역기를 돌려 본 사람은 누구나 실감하는 사실).

 

이를테면 법정과 같은 전문 무대에서, 번역자가 텍스트를 조용히 읽고 즉각 목표 언어로 번역해 소리 내어 말하도록 요청받을 때 스마트폰 앱처럼 행동할 수도 있겠다. 이건 즉시 번역(sight translation)이라 불리며번역과 해석을 하나의 예술로 결합한다. 번역가에겐 상당히 힘든 일이지만, 앱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대처할 것이다. 왜냐하면, 즉시 번역의 어떤 기술과 방법이 번역된 텍스트의 내용과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아니까 말이다.

 

번역 방법과 절차를 자세히 살펴보자.

 

번역 방법 (Translation Methods)

 

흔히 이용하는 번역법 하나는 자유 번역. 이건 창의적 번역이라 할 수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필요한 어떤 수단으로든 하는 번역. 그렇다고 해서 부정확하며, 번역자가 원본 언어의 구문이나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 대신, 재생된 텍스트가 원본의 의미를 정확히 옮기겠지만, 원본의 구조나 문법 등을 거울처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을 수는 있다.

 

이와 유사한 방법은 관용적 번역이라 불리는데, 이는 목표 언어의 관용구나 구어체를 구체적으로 활용하여 원본 텍스트의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것. 이건 직역할 수 없으며 원본과 다르게 보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의미상으로 매우 유사한 부분을 만들어낸다.

 

반면에 충실한 번역이라는 방법은 앞엣것들과 다른 시도. , 원문의 구문과 문법 구조에 밀착해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

 

이와 유사하게, 의미상 번역(의역)은 충실한 번역과 밀접하지만, 원문과 비교할 때 목표 언어의 텍스트가 어떻게 보일지, 그 미적 충실도에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인다. 예를 들어, 자유 번역이 창의적인 마케팅 텍스트에 완벽하게 어울릴 수 있다면, 충실한 번역은 아주 작은 뉘앙스조차 중요한 법률 텍스트에 더 적합할 수 있다. 두 언어가 같은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완전히 다른 관용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법률 텍스트는 언어에 상관없이 법률 텍스트답게 보이고 들리고 느껴져야 한다.

 

 

번역 기술 (Translation Techniques) 

 

번역 기술은 전문 번역가가 어떤 텍스트를 옮기는 여러 방법. 그 가운데 가장 단순한 것은, 직역 (혹은, 축어역 = 축자역).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여럿 있다. 개중 많은 것은 번역자가 각 언어의 문화적 뿌리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에 좌우된다많은 기계 번역 엔진이 여전히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또한, 인간 번역자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퇴물로 몰려나지 않을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 기술은 번역 방법과 다르다. , 번역자는 전체 문서에 같은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정확하게 번역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번역에 사용된 각 기술을 한정하는 세부 특성은 1958<A Methodology for Translation>에서 처음 기록됐다. 이건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저술로 알려져 있다여기서는 직접 번역과 간접 번역의 하위 범부로 나뉜 8가지 번역 기술을 제시한다.

 

직접 번역 기술

원본 텍스트의 개념과 구조가 목표 언어로 쉽게 번역될 수 있을 때, 흔히 직접 번역 기술을 이용. 여기엔 세 가지가 있다.

 

1. 직역 = 축자역 (Literal translation)

이건 직설적인 단어 대 단어 번역이건 많은 언어 쌍에 적합하지 않은데, 문장 구조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건 많은 용도에도 적합하지 않은데, 번역본이 지나치게 축자적이거나 원본 텍스트의 섬세한 의미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 소개한 저술에서는, 구문과 의미, 문화 요소 등이 아주 흡사한 일부 언어만을 직역에 적절한 것으로 간주한다.

 

2. 번역 차입 어구 (Calque / loan translation)

이건 다른 언어에서 문구를 빌려 목표 언어에 그대로 옮기는 관행을 가리킨다. 원본 언어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때도 있다.

 

이런 차용 번역에서 아주 잘 알려진 어구가 여럿 나왔다. 그러나 이건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새 단어들이 과학이나 법률 같은 특수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일반적 용도에서 널리 알려진 사례:

독일어 Übermensch가 영어의 “superman”, Flammenwerfer가 영어의 'flamethrower'가 됐다.

프랑스어 marché aux puces가 영어의 “flea market”이 됐다.

영어의 "it goes without saying that ‥."은 프랑스어 il va sans dire que ‥를 직역해서 차입한 어구.

 

3. 차용 (Borrowing)

번역에서 차용은 번역 차입 어구(calque)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여기서는 단어가 의도적으로 원본 언어에서 바로 목표 텍스트로 옮겨진다.

 

이런 경우가 각 언어마다 많은데, 특히 영어에서 그렇다. 그러나 베트남어 같은 언어에는 외래어와 차용어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우리 한국어에도 많은데, 근래 들어 이 비율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 외국어가 한국어에 들어와서 우리말처럼 쓰이는 차용어는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됐다 = 외래어).

 

영어에는 이런 단어가 '영어의 차용어'이다. 

Schadenfreude (독일어에서, 남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긴다는 뜻)

Café (프랑스어에서)

Hamburger (독일어에서)

Sugar (산스크리트어에서)

 

차용(Borrowing)은 이런 이유에서 정확한 번역 기술로 꼽을 수 있다.

1) 목표 언어에 상응하는 단어/어휘가 없을 수 있으니까.

2) 원본 텍스트의 문화적 맥락을 강조하거나 유지할 수 있으니까.

 

간접 번역 기술

간접 번역 기술은 원본 텍스트의 개념이나 구조가 문체나 의미, 문법을 크게 바꾸지 않고는 목표 언어로 번역될 수 없을 때만 사용한다.

간접 번역 기술은 5가지가 있다.

 

1. 전치법 (Transposition)

이건 언어의 여러 부분이 번역될 때 순서를 바꾸는 과정. (blue ball이 불어로는 boule bleue가 된다). 어떤 의미에서 품사의 이동. 언어마다 문법 구조가 다른 경우가 많다‘He likes swimming’를 독어로는 ‘Er schwimmt gern’로 번역한다. ‘그는 수영을 좋아해’.

 

도치법의 한 종류인 전치법은 의미 변화 없이 텍스트의 문법 구조를 바꾼다. 이건 문법 구조가 서로 다른 언어들에 종종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어와 불어나 독어나 스페인어 등

텍스트를 잘 전치하기 위해서 번역자는 단어 범주 대체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거나 문장 순서 변경이 텍스트 의미를 손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존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2. 변조 (Modulation)

변조는 같은 생각을 전달하는 데 원문 언어와 목표 언어에서 서로 다른 어구를 사용하는 것.

변조를 통해서 번역자는 목표 텍스트의 독자에게 어색함을 낳지 않고 뜻이 달라지지 않게 하면서 메시지의 관점에 변화를 주는 것.

 

‘It is easy to understand’‘It is not complicated to understand’라는 표현이 변조의 좋은 예이다.

둘 다 같은 뜻을 전달하지만, ‘It is easy to understand’가 그냥 "용이함"을 전달하는 반면에, ‘It is not complicated to understand’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부정하고 있는, 이전에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뜻을 내비친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의 관점을 바꿀 때, 독자는 그래, 이게 바로 우리말다운 거야하고 말하게 된다.

 

프랑스어로 누군가가 ‘dernier étage’라 말할 수 있다. 문자 그대로 건물의 “last stage”. 영어 사용자는 top floor라고 말하는 문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독일어로 표지판 ‘Lebensgefahr’는 축자적으로 “Danger to life”.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이걸 이해할 수 있으나, “Danger of death”가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3. 재구성 (Reformation)

이건 속담이나 관용구, 광고 문구 번역에 흔히 쓰이는 번역 기술. 어떤 의미에서 변조/Modulation과 비슷하지만, 창의력이 더 필요하다.

(*우리 한국에서 외국 영화를 소개할 때 제목을 그냥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재구성이라는 번역 기술이 쉽지는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예를 들 수 있겠다.

이탈리아어 “fuori come un balcone”의 축자적 의미는 “outside like a balcony”지만, 영어의 “you’re out of your tree” 혹은 “out of your mind”와 거의 같아서, crazy라는 뜻이다. 하지만, 재구성되지 않았다면 영어 독자한테는 절대 이해되지 못할 것.

 

또 다른 이탈리아어 문구 “come il cacio sui maccheroni”를 들 수 있다. 직역하면 “like sheep’s cheese on the macaroni 마카로니에 얹힌 양 치즈처럼이라는 뜻이건 (‘그 일에 완벽한 아이템을 뜻하는) “just what the doctor ordered 의사가 시킨 대로, 정확히 원하는 대로라는 영어 문구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직역은 영어 독자한테 아주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4. 개작, 번안 (Adaptation)

한 언어문화에 특수한 것을 다른 언어문화에 친숙하거나 적절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때 번안/개작이 발생한다. 이건 문화 환경의 이동이다.

원본 언어문화의 누군가하고만 관련된 어떤 문구들은 다른 문화의 누군가한테 관련되게끔 한층 더 충분히 번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어에는 크리켓이나 해군 용어에서 파생된 어구가 아주 많다. (관용구)

Let the cat out of the bag (navy) 숨긴 비밀을 드러내다.

Have a good innings (cricket에서) (고인에 대해) 성공적으로 장수하다. 천수를 누리다.

Show your true colors (navy)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다.

 

이런 표현은 목표 언어로 번역할 때 대개 번안할 필요가 있을 것.

 

5. 보정 (Compensation)

대체로 compensation이란 용어는 뭔가가 번역될 수 없을 때 사용되며, 이때 잃어버린 의미는 번역된 텍스트의 다른 어딘가에서 드러난다. 이걸 Peter Fawcett다른 말로 번역될 수 없는 뭔가를 텍스트의 한 대목에서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흔히 인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예는 다른 언어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you’를 영어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것.

 

불어의 tuvous

에스파냐어의 usted

독어의 dusie

 

문장을 즉각 표현함으로써 혼란스럽거나 다루기 힘들거나 단순히 잘못된 것으로 만들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보정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번역 기술의 선택 

대다수 번역자는 문서를 옮기면서 번역 기술을 자연스레 전환할 텐데, 이건 매우 중요한 능력. 번역자들이 조만간 기계로 대체되지 않을 이유이기도 하다어떤 번역이든, 원본과 목표 언어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이 실제 단어와 연관되는 법을 아는 언어 연구자를 필요로 한다.

 

"번역이란 두 언어 간의 이동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두 문화 간의 이동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문화적 전이는 최대의 축자역부터 자유로운 텍스트 번안에 이르기까지 모든 번역에 존재하며, 원문의 언어문화에 뿌리가 있는 항목들을 목표 언어에 고유한 요소들로 대체하는 것을 포함한다. 번역자는 자신에게 고유한 특징을 얼마나 사용할지 선택하며, 그 결과 성공적인 번역은 번역자가 작업하는 각 언어의 문화적 특성을 얼마나 꿰뚫고 있는지에 좌우될 수 있다." - Louise Ha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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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에 능통하고 어휘를 잘 갖추었으면서도 원어민과 의사소통 때 당황할 수 있다. 그들 문화와 사고방식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 때 그렇게 된다.

문법과 어휘만큼이나 잘 알아둬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 프라이버시 존중

 

 

영어권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프라이버시에 관해 얘기해 보자.

 

영국인들은 개인적 경계와 사생활을 매우 중시하며, 이는 언어나 그들 행동에서 두루 드러난다. 예를 들어, (썩 친하지 않은) 대화자들은 서로 1미터 정도의 거리/간격을 둔다. 우리 한국인들은 이보다 더 가깝다. 

미국 영어에는 Personal Space Bubble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개인적인 공간이며, 이 개인 공간 버블을 침입당하면 아주 힘들고 불쾌하게 여긴다.

 

I value my privacy. 난 내 프라이버시를 소중히 여겨요.

I hate loosing my privacy. 내 프라이버시가 침범당하는 건 정말 싫어.

My privacy had been penetrated. 내 사생활이 깨졌어.

 

관련 포스트: <신체언어에서 공간 (Proxemics)> 

 

개인의 사생활은 정말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일일 뿐이기에 영국인들은 자신에 관해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지 않으며 표준적인/의례적인 물음에 표준적인/의례적인 대답만 할 것이다.

 

How are you?

Fine, thank you.

 

이렇게 주고받는 인사말의 의미는 대략 이런 것일 터. 즉, 나한테 관심 보여서 고마워, 내 문제로 너를 괴롭히지 않을래.

같은 맥락에서, 조문객의 애도 표현에도 흔히 이런 응답을 들을 수 있다. 

“Thank you for your words, everything is fine.” 조의에 감사합니다. 다 괜찮아요.

 

예의 바름, 정중함 

 

"실례합니다, 선생님. 귀찮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물론 별 문제가 없는 한 잠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영어권의 정중함은, 다른 이들을 대함에서 친절이나 상냥함을 최대한 드러내는 것. 일상적인 것에도 과장될 정도의 칭찬이나 반응을 드러내기에 이런 표현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How wonderful! Amazing! Unbelievable! Fantastic! Incredible!

 

따라서 이런 말을 문자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Your art portfolio is fantastic, you’ve worked really hard! I’m so proud of you! 당신의 미술 포트폴리오는 환상적이군요, 정말 열심히 했네요! 당신이 아주 자랑스러워요!

 

그러나 영어의 정중함은 종종 수동적이고 부정적이며 피상적이라고 불린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왜냐고? 왜냐하면, 영어식의 정중함이나 공손함은 관심이나 진정성과 거리가 있으니까. 만약 누군가가 영국인이나 미국인에게 (사적인) 질문을 지나치게 많이 던진다면, 주제넘거나 치근덕거리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쉽다.

요청과 금지 

 

Bathroom trick is always a go to trick. (동남아시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뭔가를 하거나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말도 최대한 정중하게/공손하게 표현한다. 만약 영어 원어민에게 뭔가를 부탁하면서 한국식으로 “Open the door, please”라고 말한다면, 이건 그들 표현 방식에 어긋날 것이다. 아니면, 그런 부탁이 무례해 보일 수 있다.

그들 소통 문화에 어울리는 요청 형식을 취하는 게 더 좋겠다.

 

Would you like…

Could you…

Can you….

 

혹은 이런 식.

Are we going to the park? 우리, 공원에 갈까? (가는 거야?)

You might want to take an exam tomorrow? 내일 시험을 치르지 않을래?

 

관련 포스트:

<정중한 말씨> 

<대화에서 피해야 할 표현> 

 

누군가에게 뭔가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면, 직설적인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 그 대신 감사의 뜻을 담아서 금지의 요청을 건네는 것. (우리 한국어에도 완곡어법이라는 게 있다. 실제 활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문제일 뿐).

 

Thank you for not smoking here. 여기서 담배를 피우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All passengers are requested to observe this rule. 모든 승객은 이 규칙을 준수하도록 요청받는다.

We kindly ask you not to go on the grass. 부디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아 주세요.

 

다음의 <더 예의 바른 표현> 정리를 숙지하면 여러모로 도움 될 것이다.

 

 

관련 포스트:

여성의 목소리, 이미지, 매력 (3)

 

여성의 목소리, 이미지, 매력 (3)

 목소리의 선율 (어조, 억양)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그 사람의 이미지가 즉각 눈앞에 떠오른다. 우리는 자기 목소리에 워낙 익숙해져서, 그 울림에 사실상 눈길을 돌리지 않는 편이

mirchim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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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연애 대위법 

 

 

Aldous Huxley


POINT COUNTER POINT

 

(https://www.behance.net/gallery/19685649/Custom-cover-Point-Counter-Point 자료 인용)

 

 

 

그가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한 사내가 석간신문을 팔고 있었다.

사회주의의 강탈적 계획. 1 독회.

 

언뜻 눈에 들어온 기사 제목. 월터가 잡념을 떨칠 요량으로 신문을 한 부 샀다. 자유 노동당 내각이 제출한 광산 국유화 법안이 첫 번째 독회에서 통상적인 다수표로 통과됐다. 월터가 뿌듯한 마음으로 그 기사를 읽었다. 그의 정치적 견해는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석간신문 경영자의 견해는 달랐다. 주요 기사는 아주 폭력적인 논조로 쓰였다.

 

불한당들.’ 기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사가 공격하는 모든 것에 공감과 열정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자본가들과 수구 세력에 반가운 증오심이 일었다. 그가 폐거하고 있는 담장이 일순간에 무너지고 복잡한 개인사들이 사라졌다. 정치적 투쟁의 기쁨에 사로잡혀 자신의 경계를 넘어섰고, 이른바 본연의 보다 더 크고 단순한 사람이 됐다.

불한당들.’ 그가 압제자들과 독점 자본가들을 생각하며 한 번 더 중얼거렸다.

 

캠든 타운 역에서 키가 작고 얼굴 쪼글쪼글한 사람이 곁에 앉았다. 목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늙은이의 담배 파이프에서 나는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월터가 다른 빈자리가 있나 객차 안을 두리번거렸다. 빈자리가 있었지만, 좀 더 생각하고는 그냥 앉아 있기로 했다. 괜히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들어 시비가 붙을지도 몰라. 매캐한 담배 연기가 목구멍을 자극하는 바람에 기침이 나왔다.

 

사람은 자기 취향과 본능에 충실해야 하네.” 필립 퀄즈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네 감정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주된 전제가 아니라면 철학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만약 자네에게 종교적 체험이 없다면, 신을 믿는다는 것은 바보짓일세. 그건 역겨움을 느끼지 않고는 굴을 먹을 수 없으면서도 굴이 좋다고 믿는 것과 매한가지야.”

 

퀴퀴한 땀내가 니코틴 연기에 뒤섞여 월터의 콧구멍까지 침입했다. 기사를 계속 읽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걸 국유화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것에 우리는 더 짧고 흔한 명칭을 붙일 수 있으니, 바로 도둑질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건 도적들한테서 다시 훔치는 것이요, 그 도적들로 인해 피해 본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이었다.

체수 작은 늙은이가 상체를 숙이더니 쩍 벌린 두 다리 사이로 조심스레 수직으로 침을 뱉었다. 침을 구두 뒤축으로 비볐다. 월터가 눈길을 돌렸다. 그는 억눌리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박해자들에 대한 증오를 절절히 느끼고 싶었다. 사람은 자기 취향과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취향과 본능은 어쩌다 생긴 것이었다. 불변의 원칙들이 있었다. 한데 그 자명한 원칙들이 당신의 주된 전제가 되지 못했다면?옛날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그는 아홉 살이었고, 가텐든 인근 들판을 엄마와 함께 걷고 있었다. 각각 앵초를 한 다발씩 들고 있었다. 분명 배츠 코너 쪽으로 걸었을 거야. 인근에서 앵초가 자라는 곳은 거기밖에 없으니까. 엄마가 말했다.

우리, 가엾은 웨더링턴 집에 잠깐 들를까. 그 사람이 몹시 아프단다.”

 

엄마가 오두막 문을 두드렸다. 웨더링턴은 월터네 저택에서 정원사 조수로 일했는데, 지난 한 달 동안은 보이지 않았다. 월터 기억에, 그는 창백하고 말랐으며 해수를 달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도 별로 없었다. 월터는 그 사람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여자가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웨더링턴 부인.”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 웨더링턴이 쿠션에 떠받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커다란 두 눈에 확대된 동공이 움푹 팬 눈구멍에서 내다봤다. 튀어나온 뼈들을 덮은 피부는 핏기 하나 없이 땀에 젖었다. 그러나 얼굴보다 더 참혹한 인상을 준 것은 목믿기 어려울 정도로 앙상한 목이었다. 잠옷 소매에서 가느다란 막대기 두 개가 삐죽 튀어나왔는데, 그게 손이었다. 뼈만 남은 손가락들이 달린 손은 영락없는 갈퀴였다. 또 병자의 방에서 풍기는 냄새란! 창문이 죄다 꼭꼭 닫혔는데, 작은 벽난로에서는 불길이 타올랐다. 답답한 공기에는 병든 몸이 발산하는 체취와 퀴퀴한 숨 냄새가 가득했어. 그 후텁지근하고 폐쇄된 방안에서 오랫동안 갇힌 탓에 달달한 듯하면서 구역질 일으키는 썩은 냄새. 세상 그 어떤 냄새도, 아무리 혐오스러운 것일지라도, 그것보다는 덜 끔찍했을 거야. 병자가 누운 방의 그 냄새가 특히 견디기 힘든 건, 통풍이 전혀 되지 않아 구석구석 배면서 들쩍지근하게 썩었기 때문이야.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쳤다.

그가 기억을 소독하기 위해 궐련초에 불을 붙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매일 몸을 씻고 창문 열어 환기하도록 배웠다. 아직 어린애인 그를 처음 교회에 데려갔을 때, 사람들 몸내 때문에 속이 몹시 메스꺼웠다. 급히 데리고 나가야 했다. 엄마는 그를 두 번 다시 교회에 데려가지 않았다.

우리를 지나치게 위생적이고 무균 상태로 자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 모임에서 구토 증세를 보이는 양육이 과연 괜찮을 수 있을까? 그는 그 사람들을 좋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인에게 통제되지 않는 혐오감과 구토를 유발하는 분위기에서는 사랑이 꽃필 수 없어.

 

웨더링턴이라는 병자의 방안에서는 연민조차 꽃피우기 힘들었다. 죽어가는 사람이며 그 아내와 어머니가 얘기 나누는 동안 그는 최면에 걸린 듯 앉아서 침대 위 피골상접한 사람을 끔찍한 심경으로 훑어보며 앵초 묶음 사이로 후텁지근하고 구역질 나는 공기를 들이켰다. 신선하고 기막힌 앵초 향기에도 방안 퀴퀴한 냄새가 배 있었다. 그는 연민이 아니라 공포와 혐오를 느꼈다. 웨더링턴 부인이 병자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 돌리고 눈물 흘릴 때도, 연민보다는 거북함과 답답함을 느꼈다. 여인의 비탄은 이 끔찍한 방에서 얼른 밖으로, 한없이 맑은 공기와 햇볕이 있는 곳으로, 달아나고 싶은 마음을 키우기만 했다.

 

그 당시 자신의 감정을 떠올리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때 그렇게 느꼈었고, 이제 또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사람은 자기 본능에 충실해야 하네.” 아니야, 다 그렇지는 않아, 나쁜 취향과 본능은 아니야, 그런 것에는 맞서야 해.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곁에 앉은 노인이 다시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월터가 그때 썩은 공기를 최대한 덜 들이쉬려고 애쓰면서 최대한 오래 숨을 참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앵초 묶음에 코를 대고 깊이 숨을 들이쉰 뒤, 마흔까지 세고 숨을 내뱉은 뒤 다시 들이쉬기. 늙은이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침을 뱉었다.

국유화로 노동자들 복지가 향상된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옳지 않다. 지난 몇 해 동안 납세자들은 관료적 통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쓰디쓴 경험으로 확인했다. 만약 노동자들이 상상하기를…」

 

월터가 눈을 감고 병자의 방을 보았다. 작별 시간이 되자 그가 뼈만 남은 손을 쥐었다. 그 손은 이부자리 위에 맥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가 다 죽어가는 앙상한 손가락들 밑으로 자기 손을 넣어서 잠깐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건 차갑고 눅눅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자기 코트 자락에 손바닥을 슬그머니 문질렀다. 오래 참았던 숨을 거칠게 내뿜고 역겨운 공기를 다시 들이켰다. 다행히 그게 마지막 할 일이었다. 엄마가 이미 문 쪽으로 가고 있었으니까. 엄마가 예뻐하는 페키니즈가 왈왈 짖으며 주변에서 껑충껑충 뛰었다.

 

얌전히, 티앙(T’ang)!” 엄마가 또렷하고 예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월터가 회상하기에, 티앙이라는 이름에서 아포스트로피 음가를 제대로 내는 사람은 영국에서 어머니가 유일했을 듯싶다.

두 사람이 들판에 난 소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작은 중국 용처럼 환상적이고 황당한 티앙이 자기한테는 거대해 보이는 장애물들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앞서 달렸다. 꼬리털이 바람에 흩날렸다. 가끔 아주 키 큰 풀줄기들이 나타날 때면 티앙은 각설탕을 달라고 할 때처럼 작고 펑퍼짐한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높이를 가늠이라도 하듯이 퉁방울눈으로 덤불을 응시했다.

 

흰 조각구름 드리운 청명한 하늘 아래서 월터는 자신이 집행 유예된 죄수처럼 느껴졌다. 냅다 달리면서 소리를 내질렀다. 어머니는 말없이 천천히 걸었어. 간간이 발길을 멈추고 눈을 감았어. 마음의 동요가 심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어머니는 자주 심란해하셨어, 월터가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며 떠올렸다. 불쌍한 웨더링턴 때문에 마음이 몹시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얼마나 자주 발길을 멈추었는지, 그는 기억했다.

 

엄마, 빨리 가요!” 그가 소리치며 재촉했다. “차 마실 시간에 늦겠어.”

요리사가 차와 함께 먹을 과자를 구워냈고, 또 어제 크림 넣어 만든 파이와 막 병뚜껑을 딴 버찌 잼이 있었다.

 

사람은 자기 취향과 본능에 충실해야 해.”

그러나 출생이라는 우연한 사건이 그에게 그런 것들을 결정해 놓았다. 정의는 불변이고, 늙은이의 파이프와 웨더링턴의 병실에도 불구하고 동정심과 형제애는 아름다웠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런 것 덕분에 아름다웠다. 기차가 속력을 늦췄다. 레스터 스퀘어. 플랫폼으로 나와서 승강기 쪽으로 향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주된 전제는 부정하기 어렵고, 개인적이지 않은 주된 전제는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믿기 어려워. 성실과 정조, 다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지금 철학의 개인적이고 주된 전제로는 루시 탄타마운트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갈망하는

 

표들을 내십시오!”

내면의 격론이 다시 들썩이려 들었다. 그걸 그가 의식적으로 억눌렀고, 안내원이 문을 쾅 닫았다. 승강기가 올라갔다. 거리에서 월터가 택시를 잡았다.

펠멜 거리, 탄타마운트 하우스로 갑시다.”

 

(CHAPTER 1 끝)

 

"팩트란 무시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야." - 올더스 헉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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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 팜 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어떤 이탈리아 운전사의 애정 무용담에 관해 아버지가 입에 올리곤 하던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노인에게는 사람들이 얘기를 늘어놓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어. 하인이며 일꾼들을 포함해 어떤 사람이든. 월터는 그런 재주를 부러워했다). 

 

그 운전사 말대로라면, 어떤 여인들은 옷장과 비슷하단다. Sono come cassettone. 그 일화를 노인이 얼마나 맛깔나게 들려주곤 했던가! 옷장들이 아주 예쁠 수 있지만, 예쁜 옷장을 포옹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한데, 월터 생각에 마저리는 썩 예쁘지도 않았다). 그 운전사가 그랬다고 하지. “아니요, 좀 못생겼다 해도 다른 부류의 여인들이 더 낫습죠. 내 여자가 바로 그런 부류에요. 그녀는 거품 내는 도구, 진짜 달걀 거품기랍니다.”

그리고 노인은 쾌활하며 심술 궂고 늙은 사티로스처럼 모노클 뒤편에서 눈을 반짝였다. 뻣뻣한 옷장, 아니면 기민한 거품기, 어떤 게 더 낫겠어?

 

월터는 자신의 취향도 그 운전사와 같은 것임을 인정해야 했다. 어쨌든 (진정한’ 사랑이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성생활로 무뎌질 때마다) 예쁜 옷장 같은 여인들이 별 볼 일 없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알았다. 이론적으로 멀리서 보면, 순수성과 선함, 정제된 영성은 우러를 만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접할 때, 그런 것은 매력이 덜했다. 그리고 매력적이지 못한 누군가한테서 나오는 것은, 그게 헌신이든 듣기 좋은 찬사이든 견딜 수 없었다. 그 참을성 있고 순교자 같은 차가움 때문에 마저리를 그가 혼란스럽게 증오했으며, 동시에 돼지 같은 호색 때문에 자신을 비난했다.

 

그가 루시를 사랑하는 건 미친 짓이고 수치스럽지만, 마저리가 핏기 없고 절반 죽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달리 변명도 필요 없이 즉시 합리화가 됐다. 그래도 결국엔 질책을 더 많이 했다. 그의 관능적 갈망은 저급하고 비열했다. 달걀 거품기와 서랍장이라니, 그런 분류보다 더 불쾌하고 저열한 것이 또 뭐가 있겠나? 아버지의 축축하고 육욕에 찬 웃음소리가 흉중에서 들렸다.

 

끔찍해!

 

월터의 의식적 삶은 전부 아버지와 반대로, 아버지의 흥겹고 경솔한 호색과 반대쪽을 지향해 왔다. 의식적으로 그는 늘 어머니 편에, 순수함과 정제됨과 영혼의 편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의 피는 최소한 절반이 아버지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마저리와 이태 동안 살면서 그는 차가운 미덕을 의식적으로 싫어하게 됐다. 그걸 의식적으로 미워했다. 그와 동시에 그런 반감이며 자기의 짐승 같은 관능적 욕망이며 루시에 대한 사랑을 수치로 여기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오오, 마저리가 그를 좀 편안하게 놔두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가 한사코 그에게 강요하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응답을 그만 요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가 그렇게 겁나게 헌신적이기를 그만두기만 한다면! 그는 그녀에게 우정을 줄 수 있었다. 그녀의 선함과 친절함, 충실함과 헌신 때문에 그녀를 정말 좋아했으니까. 그녀도 우정으로 갚아 준다면 그는 기쁠 것이야. 그러나 이 사랑은 숨 막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 다른 여인과 싸운다고 상상하면서 자신의 도덕적인 차가움을 깨고 열렬한 애무로 그의 사랑을 되돌리려 했을 때, 오오, 그건 끔찍했어, 정말 끔찍했어.

 

월터의 생각이 이어졌다. 게다가 그 무겁고 둔감한 성실함 때문에 그녀는 정말 따분해. 교양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것 때문에, 마저리는 좀 어리석어. 물론 그 교양은 정말 괜찮았어. 그녀는 책을 많이 읽고, 읽은 것을 다 기억했어. 그러나 읽은 것을 이해는 했을까? 이해할 수나 있었을까? 온종일 말수가 없다가 가끔 꺼내는 소견, 문화적이고 진지한 소견들이란 얼마나 무거우며 유머나 이해가 얼마나 적은가!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외려 현명했다. 다듬지 않은 대리석에 위대한 조각상이 들어 있듯이 침묵에는 지혜와 기지가 가득 잠재해 있었다. 침묵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는다.

 

 

마저리는 상대방 얘기를 공감하여 경청할 줄 알았다. 한데 그녀가 침묵을 깰 때, 대화에 꺼내는 말들은 절반이 인용이었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심오한 사유와 화려한 문구들을 버릇처럼 외웠기 때문이다. 침묵과 인용들 이면에 무겁고 가엾을 정도로 이해력 떨어지는 어리석음이 숨어 있음을 월터가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걸 알아보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가 칼링을 떠올렸다. 술주정뱅이에다 자칭 신앙인. 미사 예복이며 성인들이며 원죄 없는 수태를 허구한 날 늘어놓지만, 정작 본인은 술병이나 끼고 사는 역겨운 변태. 그자가 그렇게 혐오스럽지 않았다면, 마저리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그럼, 어떻게 됐을까? 월터가 자유로운 자신을 상상했다. 그는 동정도 하지 않고 사랑도 하지 않았을 것. 칼링이 저지른, 한 역겨운 장면 이후 마저리의 붉게 부어오른 두 눈을 월터가 떠올렸다. 더러운 짐승 같으니!

 

한데 나는 어떻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문을 닫자마자 문 뒤에서 마저리가 울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칼링은 위스키 핑계라도 댔다.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나이다.(5) 술주정뱅이 칼링과 달리 그 자신은 늘 정신 멀쩡하지 않았던가. 한데 지금 마저리가 울고 있다.

 

난 돌아가야 해.” 그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대신 발길을 재촉해 거의 뛰다시피 했다. 그건 자기 양심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욕망을 향한 달음질이었다.

난 돌아가야 해, 돌아가야 해.” 그가 그녀를 너무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녀를 증오하면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담뱃가게 곁을 지나칠 때 진열장 곁에 선 사람이 갑자기 뒷걸음질 치다가 월터와 세게 부딪쳤다.

미안합니다.” 그가 기계적으로 말하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서둘렀다.

왜 밀고 그러쇼?” 그자가 등 뒤에서 사납게 소리쳤다. “눈은 뒀다 뭐해. 더비 경마에서 우승이라도 한 거야?”

거리에서 빈둥거리는 사내애 둘이 야유하는 웃음을 사납게 터뜨렸다.

실크해트나 쓰고 다니면 다야!” 남자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얄미운 마음에 계속 쫓아왔다.

제대로 대응하자면 돌아서서 그자가 준 것보다 더 후하게 되돌려줬어야 할 것이다. 아버지라면 그런 자를 말 한마디로 박살 냈을 텐데. 그러나 월터는 재빨리 벗어날 줄만 알았다. 그런 충돌을 꺼렸고 바닥 인생들을 겁냈. 사내의 욕설이 희미해졌다.

 

정말 역겨워! 그가 몸서리를 쳤다. 생각이 마저리에게 돌아갔다.

왜 합리적으로 처신하지 못할까?” 그가 중얼거렸다. “그냥 합리적으로 말이야. 뭔가 하는 일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녀에겐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았고, 그게 문제였다. 그를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사실 그렇게 된 데에는 그의 잘못이 있었다. 그녀한테서 직장 일을 빼앗고 오로지 그에게만 열중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처음 알게 됐을 때, 그녀는 실내장식 상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건 켄싱턴에 있는 기품 있고 예술적인 아마추어 실내장식 업체 가운데 하나였다. 램프 갓과 거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젊은 여인들의 친근한 어울림, 또 무엇보다도 사장인 콜 부인에게 쏟는 헌신 따위가 비참한 혼인 생활에 처한 마저리에게 보상이 됐다. 그녀는 칼링과 동떨어져 자신의 작은 세계를 만들었다. 그건 여학생 기숙사와 비슷한 여자들 세계인데, 거기서는 의상이며 상점들에 관해 얘기하고 가십도 듣고 여학생들 표현대로 사감 선생을 열렬히 사랑하고’, 휴식 시간에는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며 예술이라는 명분에 공조한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걸 다 내팽개치라고 속삭인 사람이 바로 월터였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되지는 않았다. 콜 부인에게 헌신하고 그녀를 감상적으로 열애하며 얻는 행복감이 마저리에게는 칼링과 사는 비참한 생활에 대한 보상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나 칼링이 더 나빠지면서, 그와의 혼인 생활을 콜 부인도 더 이상 보완해 줄 수 없게 됐다. 월터는 그 부인이 제공할 수 없고 또 제공하려 들지도 않았을 것을 제안했다. , 피난처와 보호와 금전적 지원.

 

게다가 월터는 사내였고, 사내란 전통적으로 사랑하게 돼 있었다. 심지어, 월터가 마저리를 두고 최종 결정 내린 것처럼, 그녀가 남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자들 모임에만 자연스레 어울리는 때도 그랬다. (이것도 문학의 영향이야! 그가 예술이 인생에 행사할 수 있는 파괴적 영향에 대한 필립 퀄즈의 말을 떠올렸다).

 

그래, 그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줄기차게 말했듯이 여느 남자들과는 다른남자였다. 다르다는 규정을 그가 그때는 듣기 좋은 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말 그랬을까? 그가 의아하게 여겼다. 어쨌든, 그녀는 당시 그가 여느 남자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으며, 두 세계의 가장 좋은 것을, , 아직 남자가 아닌 남자를 얻을 수 있었다. 월터의 설득에 넘어가고 칼링의 만행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그녀가 작업실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건 월터가 혐오하던 콜 부인을 떠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월터가 보기에, 그 부인은 여성을 괴롭히고 노예처럼 부리고 피를 빨아먹는 귀신이었다.

 

당신은 아마추어 실내용품 제작자로 일하기엔 정말 아까워요.” 그가 마저리에게 찬사를 늘어놓곤 했다. 당시에는 그녀의 지적 능력을 정말 믿었다.

그녀는 그의 문학 작업을 어떤 식으로든 돕고, 또 자신도 글을 써야 했다. 그리고 그의 영향 아래 에세이와 단편을 쓰게 됐다. 그러나 그것들은 썩 좋지 못했다. 처음엔 그가 격려하다가 그녀의 글들에 좀 뜨악하게 대했으며, 나중엔 아예 언급도 안 했다. 그 부자연스럽고 무익한 작업을 마저리가 곧 내팽개쳤다.

그러고 나서 그녀에겐 월터밖에 없었다. 그가 그녀의 존재 이유가 됐고, 그녀의 인생 전부가 기대는 초석이 됐다. 그 주춧돌이 이제 그녀 밑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를 좀 평온하게 내버려 두면 얼마나 좋을까!’ 월터가 생각했다.

 

그가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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