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올더스 헉슬리26 Point Counter Point (4) 올더스 헉슬리 연애 대위법 Aldous Huxley POINT COUNTER POINT 그가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한 사내가 석간신문을 팔고 있었다. 사회주의의 강탈적 계획. 제1 독회. 언뜻 눈에 들어온 기사 제목. 월터가 잡념을 떨칠 요량으로 신문을 한 부 샀다. 자유 노동당 내각이 제출한 광산 국유화 법안이 첫 번째 독회에서 통상적인 다수표로 통과됐다. 월터가 뿌듯한 마음으로 그 기사를 읽었다. 그의 정치적 견해는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석간신문 경영자의 견해는 달랐다. 주요 기사는 아주 폭력적인 논조로 쓰였다. ‘불한당들.’ 기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사가 공격하는 모든 것에 공감과 열정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자본가들과 수구 세력에 반가운 증오심이 일었다. 그가 폐거하고 있.. 2021. 10. 1. Point Counter Point (2) * * * 월터가 문을 닫고 시원한 밤거리로 나섰다. 연민과 회한을 안고 희생자의 모습을 피해 범죄 현장에서 달아나는 범죄자도 이보다 더 큰 안도감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거리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홀가분했다. 기억과 예상에서 벗어나 홀가분했다. 두어 시간 동안은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로지 지금 여기서, 매 순간 그의 육신이 처한 곳에서만 홀가분하게 살 수 있게 됐다. 자유야! 그러나 그건 공허한 입찬소리였으니,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달아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 목소리가 쫓아왔다. “당신은 가야 해요.” 그의 범죄는 살인일 뿐 아니라 협잡이기도 했다. “가세요.” 그는 얼마나 점잖게 거부했던가! 끝에 가서 얼마나 너그럽게 동의했던가! 그건 가장 잔혹한 가장질이었다... 2021. 9. 27. Point Counter Point (1) 올더스 헉슬리 연애 대위법 Aldous Huxley POINT COUNTER POINT (First published in 1928) 참고: *대위법 (counterpoint) - 서양 음악의 기본 원리로, 독립성이 강한 복수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기법. 각 성부(聲部)가 명료하게 식별될 수 있는 독립적인 선율을 지니며 여러 성부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결합해 조화를 이룬다. CHAPTER 1 “늦지 않게 올 거지요?” 마저리 칼링의 목소리에 불안이 감돌았다. 애원조가 배어 있었다. “응, 늦지 않을 거요.” 월터가 대꾸하면서도 늦을 게 분명하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 목소리는 그를 짜증 나게 했다. 그건 모음을 좀 길게 빼면서 느긋한데다가 지나치게 차분했다. 불행에 처해서도 말이다. “자정 넘.. 2021. 9. 27. 초여름 텃밭 정경 초여름 텃밭 풍경 이모저모 복잡한 일상에서 때론 숨도 돌리고 그저 '멍 때리는' 순간도 필요합니다. 그럴 땐 아마 자연이 최고일 거예요. 풀잎 하나, 꽃잎 하나, 모래알 하나에도 우주가 깃들어 있다고 하지요? 고원 지대에 있는 소도시에서는 기후가 선선해서 여타 지역보다 여름이 좀 천천히 다가오네요. 그래서 결실이 좀 더딘 감이 있어요. 딸기꽃, 오이꽃, 도라지꽃, 호박꽃, 방울토마토꽃, 백합, 양귀비 등이 피고, 피었다 지고 있습니다. 지는 꽃잎들 끝자락에는 열매를 달면서 말이지요. 그런 가운데 벌들이 꽃으로 옮겨 다니고 개구리가 수박 잎사귀 밑에서 튀어나오고 잠자리도 윙윙 맴을 돕니다. 칠월 초순 마당 한구석 텃밭에 얽힌 소박한 장면들 보면서 머리를 식히시지요. ^^ 문득 떠오르는 불후의 명곡 하나. .. 2020. 7. 6. 루덩의 악마들 11편 6 (최종)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초기 단계에서 수렝의 치유는 암흑으로부터 ‘행복하고 건강한 의식’으로 이동하는 데 있지 않았다. 이 건강한 의식은 인간 마인드가 절대자의 마인드를 받아들이고 우리가 정말 누구인지 문득 인식할 때 다가온다. 한데 그는 그저 하나의 병적 상태에서 다른 병적 상태로 옮겨갔을 뿐이며, 그 상태에서 ‘특별한 은혜’는 이전에 있던 특별한 슬픔처럼 평범해진 것이다. 이런 점은 언급해야겠다. 즉, 병고에 가장 시달린 시기에도 수렝은 기쁨의 찰나를 여러 번 경험했으며, 그럴 때마다 저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께서 영원히 함께 하시는 것이라고 짧게나마 확신했다는 점. 기쁨의 번쩍임이 이제 더 늘어나고, 그런 확.. 2019. 7. 21. 루덩의 악마들 11편 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번역, 주석, 해설 – Chimin) 16-17세기 작가들과 극작가들이 가장 즐겨 취한 주제들 중 하나는 정신 멀쩡한 사람을 미쳤다고 공표하고 갖가지 모욕과 조롱을 안기는 것. 예를 들어, 말볼리오[각주:1]가 그렇고, 혹은 그림멜하우젠의 [각주:2]에 나오는 비참한 희생자를 떠올릴 수 있다. 한데 실생활에서 벌어진 사실들은 픽션에서 다룬 것보다 한층 더 불쾌한 것이었다. 루이즈 트롱셰가 파리에 있는 살페트리에 정신병원에서 어떻게 보냈는지 회고록을 남겼다.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소리치고 혼자 깔깔대고 다니다가 1674년 병원에 수용됐다. 한데, 그렇게 돌아다닐 때 왜 그런지 떠돌이 고양이들이 그녀를 엄청나게 따라 다니는 바람에 .. 2019. 7. 21. 이전 1 2 3 4 5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