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계속하거나 따로 자신의 이야기를 궁리한다면, 단어 20개를 필요한 순서대로 기억하고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쉽게 하려면, 이런 식으로 한다.
1.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든다.
줄거리는 특이하되 아주 단순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난해하거나 뜻이 복잡하게 구상하려 들지 말라.
이야기가 더 복잡할수록, 단어들을 기억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2. 자신을 이야기 주인공으로 삼는다
이건 중요한 점이다.
주인공이 되면 가상의 모험을 감정적으로 겪을 수 있을 테고, 그러면 기억 작업이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인물들의 감정 상태가 반영되게끔 이야기를 만들도록 한다.
예를 들어, 호랑이를 피해 달아날 때 공포를 느끼거나 바닷가에 누워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상상하는 사건의 중심에 자신을 둠으로써, 이야기가 실제로 당신한테 일어난 것인 양 뇌가 믿게끔 ‘트릭’을 쓰는 셈이다.
이야기에 감정을 도입할 때, 뇌는 이야기를 더 빨리 받아들이고 더 잘 기억할 것이다. 뇌의 신경세포들과 신경망은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따라서 뇌를 (잠시 선의로) 속이는 건 어렵지 않다.
3. 상상력을 동원한다
판타지가 풍부하지 않다고 스스로 여기는 이들은 기억술을 공부하다 보면 그게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을 것이다.
고양이가 빗자루 타고 날거나 선인장이 축구공을 걷어찬다고 상상하기가 과연 어려울까?
아니, 쉬워!
당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만화영화를 상상해 보고, 이 만화영화에 흥미로운 스타일과 다양한 색상을 입히라.
예를 들어,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런 그림이나 장면을 그려 보라.
나무에서 덧신들이 자란다.
날개 달린 냄비가 하늘을 난다.
드럼이 대문 위에 놓여 있다.
개가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한다.
책이 그네를 탄다.
마음속에서 제임스 본드로 변하여 액션 가득한 영화를 찍는다.
그러면 단어를 수십 개는 물론이고 수백 개도 거뜬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사슬 chain> 방법
<이야기 만들기> 방법과 상당히 비슷한 이 방법은 기억한 단어들을 차례로 연결하여 일종의 사슬을 만드는 것.
그런 사슬을 만들 때는 기억한 단어를 전부 결합할 수 있는 일정한 줄거리를 궁리할 필요가 없다. 단어를 하나씩 차례로 놓아 최대한 더 독특하고 흥미로운 의미 구조를 만들면 된다.
앞에 나온 단어들을 (숟가락, 유람선, 진돗개, 선인장, 자작나무, 자동차, 사랑, 탑) 예를 들면 이렇게 연결할 수 있겠다.
“큰 나무 숟가락에 유람선이 놓여 있는데, 그 갑판에 진돗개가 누워서 꼬리를 흔든다.
개 머리에서 선인장이 자라고, 선인장을 자작나무가 꿰뚫는다.
자작나무에 자동차가 걸려 있고, 자동차 후드에는 하트가 그려져 있고,
하트에서 탑이 고개를 빼쭉 내밀고 있다.”
단어들을 더 확실하게 기억하려면, 단어들의 연관성이나 연결에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
그냥 개와 유람선을 볼 게 아니라, 개가 갑판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보려고 애쓴다.
<이야기 만들기>와 <사슬>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이 불문하고 누구든 할 수 있으며, 나중에 유용할 수 있는, 흥미롭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짓는 솜씨가 커진다는 것.
하지만 이런 방법이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암기 속도가 상당히 늦은 편이니까. 그런데도 이걸 먼저 소개하는 까닭은 (정보를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외우며 머릿속에서 되감는) 평소의 기억 방법과 (이제 우리가 알고 익히게 될) 특별한 기억법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 보게 하려는 것이다.
= 목소리가 지나치게 나직하고 잘 구별되지 않고 흐느끼듯 느슨하게 나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어요. 우울한 기미가 곁들이고 겨우 알아들을 만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은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더군요. 즉, “진짜 여성은 얌전해야 해! 진짜 여성은 물보다 더 조용하고 풀잎보다 더 낮아야 해! 여자는 남들 눈길을 끌지 않게끔 행동해야 해!”
- 나도 친척 어른들한테서 그런 말을 듣곤 했어요. “말을 더 줄일수록 넌 더 존중받게 될 거야.” 하지만, 목소리를 처량하게 낸다고 해서 더 여성스러운 건지는 모르겠어!
- 희미하고 생기 없는 목소리는 뭘 알려주나요?
= 나직하고 희미한 목소리는 그 소유자가 자신의 목소리 잠재력을 잘 키우지 않으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들지 않는다는 뜻. 우리네 생활 양상이 대체로 목소리에서 드러납니다. 소극적인 자세와 무관심은 색채 없는 목소리에서 드러나지요. 여성의 수줍음은 소통과 자기표현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바뀝니다!
- 그러니까, 수줍음이 여성의 미덕이 아니란 말인가요?
= 자기표현에서는 겸손함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해요! 만약, 누군가가 기분 좋게 해 주고 표현할 기회를 수줍게 기다리기만 하는 여성은, 자기를 잘 드러내지 못하고 다른 이들한테 이해받지 못할 위험이 있어요.
말이란 자신을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있는 것!
설득력 있고 아름답고 확실하게 말하는 여성을 흔히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요. 달리 말하자면, ‘이 사람은 자신감이 있어! 자기 견해를 갖고 있으며, 그걸 언급하기를 겁내지 않아! 상대와 동등하게 소통하려 애쓰는군! 자신을 표현할 줄 알아!"
명료하고 표현성 풍부한 말
- 말에서 주도적인 행위가 그렇게 중요한 줄 몰랐어요!
= 말을 적절히 이끌고 상대에 주목하는 것이 대화의 본질이요, 소통의 본질! 내면의 말이 일상 언어와 다른 것은, 바로 다른 이들과 소통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 ‘내면의 말’과 ‘일상의 말’은 어떻게 다른가?
= 우리가 자신이며 자기 생각과 감정에 완전히 집중됐을 때 나오는 내면의 말과 달리, 일상의 말에서는 눈길이 ‘나한테서 상대에게’ 향합니다. 말은 또 ‘구두 의사소통’으로도 불린다. 말소리를 ‘참여하는, 감정적인 연결’이라 부를 수 있을 것, 왜냐면 우리가 소통에 관심이 있는지가 목소리에 반영되니까.
- 왜 그렇지요?
= 자신과의 흉중의 대화와 달리, 평범한 일상 언어는 상대방과 대화를 유지하고 청중과 연결하기 위해 존재해요! 밖으로 향하지 않고서는 말소리가 허공에서 흩어지거나 우리 내면 어딘가에 머물게 되잖아요.
- 말소리가 ‘내부 어딘가에서 머물러 있다가 없어지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뭐라고 하지요?
= 그런 경우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저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혼자 웅얼거리고 있군!’ 하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명료하며 표현성 좋은 말이라고 하지는 않아요.
- 어떤 말을 명료하고 표현성 좋은 것이라 부를 수 있나요?
= 소통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려고 애쓸 때 나오는, 명확하고 적극적인 말을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 여기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이 허튼 수다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 명확한 말과 허튼 수다는 어떻게 달라요?
= 명료하고 표현성 좋은 말은 허튼 수다와 달리 내용이 풍부하고 의미가 있고 청자들과 연결되는 것!
- 딕션이 명료하고 아름다운 말에 난 늘 찬사를 보내. 그런 말은 몇 시간이고 들어도 좋아…
= 내가 하는 말의 의미가 상대에게 잘 전달되게 하고 싶을 때, 딕션 좋고 명확한 말이 나옵니다!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화 상대를 향하고 청자들에게 눈길 돌리는 경우에만 그래요. 관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알아듣기 힘든 말을 혼자 웅얼거리는 배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 객석을 떠나겠지요! 왜 시간을 낭비하겠어요?
- 관객들이 화를 내며 홀을 떠날 거야…
= 일상 소통에서 우리의 상대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하는 말이 빈약하고 무미건조하다면, 상대방은 우리한테 관심을 금방 잃어요! 우리와 상대방 사이의 소통 연결이 깨지는 것!
상대방이 경청하고 이해하기를 원한다면, 힘차고 듣기 좋은 말소리를 내야겠지요. 그럴 때 말은 표현력 좋고 선명하고 설득력을 띠게 됩니다! 그런 경우 소통 자체가 경쾌하고 편하고 기분 좋아요. 말의 내용은 소통에서 상당히 중요해! 하지만, 목소리 울림이 말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말의 표현력 평가
- 말이 명료하고 표현성 좋은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요?
= 조리 정연하고 분명한 말이라는 개념에는 이런 변수가 들어갑니다.
목소리 울림의 힘, 달리 말해, 말의 적극성.
바깥으로 상대를 향함.
말의 컨트롤,
말의 풍부한 내용.
다음 규준을 이용해서 당신 말이 목소리의 정확성과 명료함에 얼마나 가까운지 살펴봐요.
정확하고 분명한 말 – 조리 없는 말
적극적인 말 – ‘맥 빠진’ ‘말
듣는 이(들)를 향한 말 – 방향성을 잃은 말
울림의 힘이 조절된 말 – 제어되지 않는 말
내용이 풍부한 – 알맹이가 없는 말.
- 안타깝게도, 내가 하는 말은 ‘알아듣기 힘든 말’ 쪽에 기우네요.
= 말소리 울림을 바로잡기에 좋은 방법이 많이 있어요. 그것으로 넘어가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을 살펴봅시다. 목소리 울림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 뭔가를 말하고 목소리를 내려는 갈망 아닐까요!
= 아주 좋아요! 목소리며 말소리의 탄생은 우리가 소리를 내고 구두로, 감정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갈망과 관련됩니다. 목소리는 영혼 깊은 곳 어디선가 생겨나지요!
- 내가 하는 말은 좀 맥이 없고 흐느적거리는 듯한데,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나요?
= 목소리 기구는 우리네 영혼 상태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에요! 말이 맥없이 되는 까닭은, 목소리 형성에 감정이 깃들지 않고, 말하려는 갈망이 적거나 없기 때문입니다. 목소리의 힘은 감정에 달렸어요! 보컬과 입말 전문가들이 제대로 노래하고 단어 발음하기를 가르치면서, 목소리는 ‘횡격막을 지주/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요.
- 그건 무슨 뜻?
= 우리 목소리는 그냥 혀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몸속 깊은 곳 어딘가, 복부 수준에서 생긴다고 생각해 봐요. 발판이나 지주(support)가 있을 때 목소리가 명료하게 울리지요.
목소리의 풍부한 색조 (음색)
- 목소리를 장식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나요? 어떤 특징들이?
= 다양한 뉘앙스, (말) 가락, 자연스러운 울림, 기분 좋은 감정적 채색 등이 목소리를 잘 꾸며줍니다! 그런 목소리는 주인에게 잊지 못할 매력을 안겨요!
- 그러면, 그 반대는? 어떤 특징들이 목소리를 빈약하게 만들지요?
= 감정과 가락이 없는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고 죽은 것처럼 울리고 들려요. 색깔이 없는 목소리는 그 사람의 개성을 반영하지 못해요. 그런 목소리로는 풍부한 내면세계를 전달할 수 없어요. 생기 없고 희미한 목소리의 소유자는 주변 사람들한테 가련한 인상을 준답니다.
여러분 목소리는 얼마나 다양한 뉘앙스를 띠고 있는지, 이런 기준으로 알아보세요.
목소리의 풍부한 색조 – 무채색의 목소리
선명하고 색조 있는 – 희미하고 색조를 잃은 목소리
감정이 충만한 – 감정이 죽은 목소리
매끈한 가락을 띠는 – (레가토가 아니라) 스타카토 식의 목소리
생기 있는 – 생기 없어 죽은 듯한 목소리.
- 어떤 목소리가 ‘생기 있고’ ‘죽은’ 것인지, 어떻게 알지요?
= 개별적인 매력과 독특함이 가득한 목소리를 살아 있다고 하지요. 개성이 없는 목소리는 기계적이고 죽은 것처럼 들려요.
살아 있는 목소리
- 내 목소리에는 감정이 안 실리고 기계적인 것 같은데. 이런 점을 바꾸면 좋겠어요. 듣기 좋고 살아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싶어!
= 한 보컬 코치는 목소리 울림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풀어주기 위해 이런 연습을 제시합니다.
거울 앞에 서라,
척추를 꼿꼿이 세워 몸을 펴라,
입을 편하게 벌리라,
‘얼굴을 풀어주라’,
머리를 좀 흔들어 주라,
마음속으로 긴장을 내던지고,
표정은 아무 생각 없이 완전히 이완돼 있을 것이다.
소리를 내겠다는 갈망을 느끼고,
소리가 밖으로 (터져) 나오게 한다.
이 자유로운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정한다.
목소리를 강하게 내려고 서둘지 말라.
목소리를 내려는 진짜 갈망이 생기게 하라. “이성이 정중한 기사처럼 매혹적인 귀부인인 감정에 언제나 길을 양보해야지!”
이런 경우, 소리는 자연스러우며 느낌과 감정으로 충만할 겁니다!
-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려면 어떡하나요?
= 목소리에 감정이 풍부하게 실리게 하려면, 이런 연습을 해 보세요.
목소리가 당신을 위한 치료용 물약이라고 상상한다.
그걸 손바닥에 조심스레 모은다.
처음에 소리를 낼 때, 그걸 물처럼 떠서 조심스레 앞으로 옮긴다고 상상한다.
- 난 흥분하면 금방 숨을 헐떡여. 공기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어요.
= 다음 실습은 보컬 능력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 좋으며, 소리가 더 오래 지속될 겁니다.
앞의 실습으로 시작한다.
손바닥에 ‘소리를 모은’ 뒤, 목소리가 짙은 안개로 바뀐다고 상상한다.
다음에 두 손을 천천히 양옆으로 벌려서 안개가 두 팔 사이에서 퍼지게 한다.
- 정말, 공기가 좀 더 많아지네요! 그리고 목소리가 더 편해지고 감정이 많이 실려요! 아, 이 연습이 마음에 들어요!
보통사람들에게 1만 장의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보여주었다. 이를테면, 무하마드 알리, 아령, 암스트롱의 달 표면 발자국, 니체의 저작 <도덕의 계보>의 표지, 붉은 장미 등을 보여주었다.
그런 식의 이미지가 무려 1만 장이나 됐다! (실험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그런 정보량이 그 어떤 머리에도 들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80% 이상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요령은 기억에서 정보를 제대로 빼내는 것
기억 단계에서 이미지들을 쌍으로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전에 본 것이고 다른 건 그렇지 않았다. 이를테면, 왼편에 무하마드 알리의 사진, 오른편에 발포성 위장약 Alka-Seltzer가 있다고 치자. 피실험자들은 이미 본 이미지를 알아야 했다. 대부분이 별 어려움 없이 그렇게 했다.
2000년대 초에 실험을 더 복잡한 양상으로 반복했다. (Timothy F. Brady, Talia Konkle).
참가자들은 거의 같은 두 이미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했다. 예를 들어, 오른쪽엔 5달러 지폐 묶음 사진, 왼편엔 1달러 묶음 사진이 있었다. 또 오른쪽에 녹색 객차, 왼쪽에 빨간색 객차가, 또 오른편에 가느다란 방울이 달린 작은 종, 왼편에 굵은 방울이 달린 작은 종.
그 결과, 이미지들이 자잘한 면에서 다를 때도 사람들은 이미지의 거의 90%를 알아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아무것도 잊지 않는다.
단지, 필요한 자료를 저장소에서 늘 끄집어낼 수 없을 뿐이다.
신경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자기 기억에 직접 접근한 경우를 딱 하나 알고 있다.
20세기 초 유명한 러시아 신경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루리야가 솔로몬 셰레솁스끼라는 이름의 아주 독특한 사람을 관찰했다. (나중에 그에 관한 책을 썼다. <대단한 기억에 관한 소책자>).
솔로몬은 숫자로 가득 덮인 페이지를 쉽게 기억해냈다. 역순으로도 막힘이 없었다. 뜻이 있는 단어들은 물론이고 뜻이 없는 음절이나 숫자, 귀로 듣거나 지면에서 본 소리 등도 똑같이 잘 기억해냈다. 수학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복잡한 공식을, 이탈리아어를 모르면서도 이탈리아 시를 기억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서도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엄청나게 고통을 받았다). 16년이 지난 뒤에도 놀라운 정확성으로 예전 정보를 내놓았다.
그의 기억력 특징은 들은 말이나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시각적 이미지를 붙였다는 것. (한데, 우리가 앞에서 알아본 대로, 시각적 이미지는 영원히 우리에게 남는다).
그런데 그에겐 모든 소리가 그 나름의 색깔과 구조, 때론 맛까지 있었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그에겐 ‘노란색에 부서지기 쉬운’ 것처럼 보였고, 또 어떤 목소리를 그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게 나한테 밀려오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에겐 숫자들이 얼굴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1은 당당하고 날씬한 남자,
2는 명랑한 여자,
4는 다리가 부은 남자,
7은 콧수염 기른 남자,
8은 아주 뚱뚱한 여자나 가방 위의 가방을 보게 하는 식이었다.
87이란 숫자를 들을 때, 그의 심안 앞에는 뚱뚱한 여자와 콧수염을 비트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치통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치통은 그를 괴롭히는 빨간 실처럼 보였다. 통증이 커졌다. 실이 더 굵어진 것. 그러자 그는 실이 점점 더 가늘어져서 허공으로 녹아 없어진다고 상상했다. 치통이 사라졌다.
단어들은 저절로 그의 의식을 심적 이미지들로 금방 채웠다.
이것이 그가 지닌 경이로움이었다.
보통사람은 그런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기억력이 솔로몬 셰레솁스끼 만큼 좋아질 것이다.
그는 자기가 원한 것을 어떻게 힘도 안 들이고 기억 저장고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었을까?
사실, 우리 뇌의 비선형적 연상 특성은 기억에서 회상을 적절한 순서로 끄집어내기를 아주 불가능하게 만들지 않는가?
보통사람은 예를 들어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려면 어떤 연상이나 하다못해 희미한 느낌이라도 필요하다.
‘미음 자로 시작하는 것 같은데, 흔하지만 뭔가 밝은 느낌을 주는... 아, 그래, 명희야!’
기억은 선형 논리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살펴볼 수 없다.
셰레솁스끼의 머릿속에는 숱한 기억이 도서관 색인 카드들처럼 차곡차곡 배열돼 있었다. 사실은, 그가 정보를 받은 순서대로 익숙한 장소들이라는 카드에 옮기면서 꼼꼼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무의식적으로,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렇게 했다).
이를테면, 수십 개 단어를 읽으면서 각 단어를 선명하게 시각화하고, 그 이미지를 아는 거리나 집 주변 장소를 따라 하나씩 배치했다. 첫 이미지(단어)는 집 현관에, 두 번째는 마당 가로등에, 세 번째는 담장에, 네 번째는 건널목에, 다섯 번째는 가게 진열창에 둔 것이다. 이 순서를 다 기억하기 위해, 그는 마음속에서 그 코스를 다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놀라운 능력은 우리 각자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다.
엄청난 정보를 기억하는 게 믿기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이건 누구한테나 있으며 키울 수 있는, 잘 발달한 공간 기억일 뿐이다.
런던에 가게 되면, 스쿠터를 타는 젊은이들을 주의 깊게 보라. 그 손잡이에는 도시 지도가 붙어 있다. 그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미래의 택시 운전사들이다. 택시 운행 인증을 받으려면 어려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두 지점 간에 가장 가까운 길을 찾고 도중에 보이는 명소를 다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보통 2년에서 4년이 걸린다. 그 결과 그들은 도시 2천5백 개 거리의 교통의 특성과 위치를 기억한다. 그런 인상적인 지도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덕분에 그들은 무엇이든 기억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