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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15 루덩의 악마들 5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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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올더스 헉슬리
올더스 헉슬리와 조지 오웰

 


 

  이 이론적 귀결은 실제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즉, 마녀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악의적인 이단자로 간주해야 하나, 아니면 이단적 관점을 지닌 요주의 인물로 봐야 하나? 여러 모로 판단컨대 전자인 듯싶다. 

 

  그러나 ‘그런 사악한 견해의 신봉자들’이 모두 갖가지 지상의 형벌을 받으며 교회에서 파문당해 마땅하다 할지라도 「무지 때문에 그렇게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으리라는 점도 우리는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오류가 대단히 널리 퍼져 있는 만큼 법으로 규정된 엄중한 형벌을 관대하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지를 핑계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하게 하라. 왜냐면 무지로 인해 죄를 범하는 자들 가운데도 중대한 죄인들이 있으니까.」 

 

  한마디로, 교회의 공식 입장은 이러했다. 마법의 실체를 믿지 않음이 응당 이단이라 할지라도, 그런 사람들이 당장 징벌해야 할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은 아주 의심쩍은 용의자이며, 만약 가톨릭 신조를 알고 난 뒤에도 자신의 허튼 견해를 고집한다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몽테뉴가 세 번째 책 11장에서 과감하게 밝히는 경고가 있다.[각주:1] 

 

   「내 이웃에 살고 있는 마녀들은 다른 누군가가 그들 환상의 실체에 대해 새롭게 증언하려 들 때마다 목숨이 경각에 처하게 된다. 성서에 담겨 있으며 아주 확실하고 반박할 수 없는 사례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지금 일어나는 것들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원인도 발생 섭리도 알 수 없는 한 우리한테 지금 있는 것보다 더 기발한 재주가 필요하다. 

  무엇이 기적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어쩌면 하나님만 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일에서는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우리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옳은지 아닌지도 모르는 제 말에 스스로 경탄하는 사람을 우리가 늘 믿어야 할 건 아니다. 사실 그런 사람은 정신 나가지 않았다면 제가 하는 말에 도취할 수밖에 없다.」 

 

  몽테뉴가 금쪽같은 문구로 결론을 내리는데, 이 문구를 모든 교회 제단 위에, 모든 치안판사 자리 위에, 모든 강의실과 의회와 행정관청과 회의실 벽에 새겨둘 만하다. 나는 여기 단어들 하나하나를 사람 키만큼 크게 네온 활자로 적는다! 

 

  「결국, 누군가의 억설에 입각해 그 사람을 산 채로 굽는다는 것은 

그 억설을 아주 값지게 평가하는 셈이다.」 

 

  반세기가 지나 존 셀던[각주:2]은 몽테뉴보다 조심성을 덜 보였지만 휴머니즘도 덜 드러냈다. 

  「마녀들을 탄압하는 법령이 있다고 해서 그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법령이, 가까운 이들을 해하려고 그런 수단을 이용하는 자들의 악의는 징벌한다

  만약 어떤 자가 제 모자를 세 번 돌리고 주술적인 단어 “Buzz!”를 외쳐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고 떠벌인다면,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해도 그자는 국법이 정한 대로 사형당할 만하다. 왜냐하면 그 터무니없는 언행에 악의가 들어 있으니까.」 

 

  셀던은 억설을 도그마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금물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람이 자신을 마법사로 여긴다면 산 채로 굽는 것이 당연하고 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법률가였다. 

  몽테뉴도 법률가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이성은 법규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기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마녀들을 생각할 때, 그는 징벌할 수 있는 악의가 아니라, 어쩌면 치료할 수도 있을지도 모를 정신질환에 눈길을 돌렸다. 이렇게 적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 같으면 독미나리 독약보다는 차라리 크리스마스로즈[각주:3]를 그들에게 처방해 주었을 것이다.」

 

  마녀 사냥이라는 관행과 악마의 개입설에 맞선 체계적 맹공은 1563년 독일 의사 요한 바이어[각주:4]와 1584년 <마법의 발견>을 펴낸 켄트 주의 대지주 레지널드 스콧[각주:5]한테서 처음 나왔다. 비국교도인 기포드와 영국성공회 교도인 하스넷 역시 동시대 마법 사례들에 대한 스콧의 회의적인 입장을 공유했지만 성서에 담긴 귀신들림과 주술, 악마 계약 따위 언급에는 스콧이 의문을 표한 것처럼 논박할 엄두를 못 냈다

 

마녀라고 내몰린 사람을 교수형에 처하다

 

  그러나 마법의 실체를 의심하는 이들보다는 믿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한다. 개중에 가장 그럴 듯한 이는 유명한 장 보댕.[각주:6] 그는 <데몬 마니아>라는 책을 썼다고 하는데, ‘악마에게 꼬임을 당해 마법사들을 최대한 대변하려고 책을 펴낸 사람들한테 올바른 대답을 주기 위함’을 한 이유로 든다. 보댕이 생각하기에, 마법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들은 그 결과 그들이 옹호하고 정당화하려는 마녀들과 함께 화형 당해 마땅하다. 

 

  잉글랜드 국왕 제임스 1세도 자신이 쓴 <악마학>에서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는 말하기를, 합리적인 바이어가 마법사들의 변호인이며 자신의 책으로 ‘자신이 그 계층에 속한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다’고 했다. 제임스 1세의 탁월한 동시대인인 월터 롤리[각주:7] 경과 프란시스 베이컨 경도 마법을 믿는 사람들 쪽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17세기 후반 잉글랜드에서 많은 개명된 이들이 마법을 지지하고 나선 경우를 우리는 발견한다. 헨리 모어와 랄프 커드워스 같은 철학자들, 토마스 브라운 경과 글렌빌 같은 의사들과 학자들, 매튜 헤일 경과 조지 맥켄지 경 같은 능력 있는 법률가들이 그렇다.[각주:8]   

 

   17세기 프랑스에서는 모든 신학자들이 마법의 실체를 인정했다. 그러나 성직자들 전부가 마녀 사냥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런 작업이 혐오스러울 뿐 아니라 사회 안녕과 질서에 해를 끼친다고 여긴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은 광적인 동료들을 비판하며 그들의 열기를 식히려고 여러 모로 애썼다.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정황이 비슷했다. 어떤 법조인들은 ‘지상에서 마을을 쓸어버리는 폭풍을 일으키려고 흙구덩이에 일부러 오줌을 싼’ 여인을 화형에 처하면서 행복에 겨워했다. (1610년 돌/Dole 지역에서 발생한 이 특이한 사건은 화형으로 끝났다.) 그러나 온건한 이들도 있어서, 그들은 마녀의 존재를 확신하기는 해도 재판에 관여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절대군주제에서 최종 결정은 늘 국왕이 내린다. 루이 13세는 악마 문제에 많이 관여했지만, 그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1672년 루이 14세는 루앙 고등법원이 마녀들과 마법사들에게 내린 사형선고를 추방으로 감형하라고 명령했다. 고등법원이 신학적, 법적 증거 문헌을 제시하면서 항의했지만 그런 근거가 군주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군주는 마녀들을 더 이상 화형에 처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고, 그 한마디로 끝이었다.   

(계속) 

 

관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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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수상록> 3권 11장 ‘의지 관리에 대해’에서. Michel de Montaigne (1533-1592) - 프랑스의 저술가, 철학자. <수상록> (1580). 에세이 장르의 창시자로 꼽힌다. “셰익스피어는 철저하게 몽테뉴의 영향을 받았고, 파스칼과 데카르트는 몽테뉴와 논쟁했으며, 볼테르는 몽테뉴를 옹호했다. 베이컨, 가생디, 말브랑슈, 보쉬에, 벨, 몽테스키외, 디드로, 루소, 라메트리, 푸슈킨, 톨스토이 등이 몽테뉴에 관해 글을 쓰고, 여러 모로 몽테뉴를 인용했다.” [본문으로]</수상록></수상록>
  2. John Selden (1584-1654) - 잉글랜드의 동양학자, 정치인, 변호사. "No man is the wiser for his learning; it may administer matter to work in, or objects to work upon; but wit and wisdom are born with a man." [본문으로]
  3. 당시 우울증을 몰아내 광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여기던 약제 [본문으로]
  4. 바이어 (1515-1588) - 네덜란드 출신 독일의 의사, 학자. [본문으로]
  5. Reginald Scot (1538-1599) - 잉글랜드의 시골 귀족, 마법, 악마, 악령 등에 관한 미신을 반박하는 저술 은 영국 성직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제임스 1세 국왕은 이 책을 아주 싫어해서 소각하라 명령하고, 자신의 <악마학>으로 대응했다. [본문으로]</악마학>
  6. Jean Bodin (1529-1596) - 프랑스의 정치가, 사상가, 경제학자, 법률가, 파리 고등법원 판사. '왕권신수설', '절대주권론'. [본문으로]
  7. Sir Walter Raleigh (1552-1618) - 엘리자베스 여왕을 보필한 귀족, 행정가, 모험가, 시인. [본문으로]
  8. *Henry More (1614-1687) - 잉글랜드 종교철학자, 시인, 케임브리지 신학과 교수. 여러 저술 가운데 <무신론을 퇴치하는 비결>(1652)에는 마법과 유령 이야기가 가득하다. *Ralph Cudworth (1617-1688) - 잉글랜드 철학자, 케임브리지 플라톤 학파의 대표 주자. *Sir Thomas Browne (1605-1682) - 잉글랜드의 의사, 자연주의자, 에세이스트. 과학과 의학, 종교, 신비학 같은 여러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을 드러내는 다양한 저술. *Sir George Mackenzie (1636–1691) - 스코틀랜드 출신 법률가, 에세이스트. [본문으로]</무신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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