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루덩의 악마들 2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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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The Devils of Loudun

 


 

  우울한 침묵이 오래 이어지다가 참사회 위원 미뇽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희망이 있어, 그럴 듯한 스캔들을 만드는 거지. 그자를 현장에서 붙잡을 수 있게끔 어떡하든 상황을 조장하는 게요. 그 죽은 양조업자의 과부하고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약제사가 우울한 표정으로 알렸다. 

  그쪽에는 여러분이 좋아할 만한 정보가 없어요. 여편네가 입이 얼마나 무거운지 몰라. 그 집 하녀는 매수가 안 되고… 그렇잖아도 내가 간밤에 덧창 틈으로 동정을 살피려고 했는데, 빌어먹을, 누군가가 이층 창문에서 철철 넘치는 요강을 쏟아 붓지 뭐요! 

 

  시간이 많이 흘렀다. 주임신부는 여전히 태연하고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평소처럼 제 비즈니스와 쾌락을 즐기며 나다녔다. 곧 아주 이상한 소문이 약제사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임신부가 마드무아젤 드브루와 보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진다는군. 

  아, 그 고상하고 독실한 체하기로 유명한 마들렌하고? 

 

  마들렌은 르네 드브루의 세 딸 가운데 둘째이고, 르네 드브루는 재산이 넉넉한데다가 귀족이며 지역 최고 가문들과 혈연관계가 두터웠다. 마들렌의 두 자매는 이미 시집을 갔다. 하나는 내과의한테, 또 하나는 지방 대지주한테. 그러나 서른이 다 된 마들렌은 미혼으로 자유로이 살았다. 구혼자는 모자라지 않았지만 그녀가 다 퇴짜를 놓았다. 집에 남아서 늙은 부모를 보살피며 자신만의 관심사를 생각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그녀는 신중하고 초연한 태도 아래 강한 감정을 억누르며 조용하고 수수께끼 같은 젊은 여인 축에 들었다. 나이 든 세대는 그녀를 칭찬하지만 동갑나기와 후배 중에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그들은 그녀를 까칠하고 젠체하는 사람으로 여겼다. 또 자기네 요란한 놀이에서도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에 흥을 깨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게다가 그녀는 지나치게 독실했다. 

  종교야 아주 좋지, 하지만 사생활의 신성함을 침범당해서야 되겠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툭하면 성찬례를 받고 하루걸러 고해를 하고 성모 상 앞에서 몇 시간씩이나 무릎 꿇다니 말이야. 

  아냐,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건 너무 심해. 

  그들이 그녀를 멀리했다. 그건 마들렌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녀 부친이 죽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친이 암에 걸렸다. 노부인이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병치레하는 동안 그랑디에가 자주 찾아왔다. 배부른 줄 모르는 과부와 검찰관 딸의 일만으로도 정신없지만, 가엾은 여인에게 종교적 위안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죽음의 침상에서 드부르 부인은 딸한테 그의 조언을 잘 따르라고 당부했다. 주임신부가 마들렌의 물질적, 영적 문제들을 제 일처럼 잘 지켜주겠노라 약속했다. 나중에 약속을 지켰다. 비록 자신의 특유한 방식으로 했지만.

 

  모친이 죽고 한동안 마들렌은 세속 인연을 다 끊고 수녀원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 생각을 영적 조언자한테 밝히면서 상담했을 때, 그가 그 계획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랑디에가 강력히 주장했다. 

  수녀원 안보다 바깥에서 당신은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오. 우르술라회나 카르멜회의 수녀가 되면 자기 재능을 감추는 꼴이 될 게요. 당신 자리는 여기, 루덩에 있소. 당신 소명은 썩기 쉬운 허영심만을 생각하는 멍청한 처녀들한테 반짝이는 지혜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오. 

 

  그가 청산유수로 말했고, 그 말에는 신성한 영력이 있었다. 두 눈에서 불길이 일고, 내면의 열기와 영감으로 얼굴이 환히 빛나는 듯했다. 마들렌이 생각했다. 이분은 사도처럼 보여, 천사처럼 보여. 이 말이 다 옳아,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녀가 양친 모시고 살던 집에서 계속 살았다. 그러나 이제 그 집이 아주 어둡고 쓸쓸해 보였기에 거의 모든 시간을 친구인 (거의 유일한 친구인) 프랑수아즈 그랑디에와 함께 보냈다. 그녀는 사제관에서 오빠와 함께 살고 있었다. 둘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옷을 깁거나 성모나 성인들을 위해 화려한 수를 놓으며 앉아 있는 자리에 때때로 그랑디에가 끼어들었다.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 세상이 갑자기 더 환해지고 신성한 의미로 충만한 것처럼 보였으며, 마들렌 얼굴이 행복에 겨워 장밋빛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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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번에는 그랑디에가 제 그물에 걸려들었다. 그의 전략은, 그건 바로 노련한 유혹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인데, 겉으로는 냉담한 척하면서 상대 마음에 불을 지피고, 그걸 정점까지 끌어올린 뒤 결국 제 교활함의 결실을 따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캠페인이 진척되면서 또 뭔가가 잘못 되고 있었다. 혹은, 뭔가가 잘 되고 있었다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그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저 관능적 만족이나 또 하나의 순진한 제물에게서 거두는 헛된 승리가 아니라 한 인격체로서의 여성에 대한 진실한 감정이 그를 끌어당긴 것이다. 

  분방한 기질의 소유자가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로 바뀌었다. 이건 도덕적 성장에서 중요한 행보. 하지만 가톨릭교회 성직자에게 혼인이란 윤리와 신학과 교회와 사회라는 측면에서 숱한 곤경을 거치지 않고는 이룰 수 없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가 성직자의 독신주의에 관한 소론을 쓴 이유는 바로 그런 곤경에서 조금이라도 헤어나기 위함이었다. 자신을 부도덕한 이단자라 여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러면서도 강력한 욕망으로 생긴 행동 방침을 단념하려 들지도 않는다. 이 충동이 본질적으로 좋으며 더 높고 더 풍성한 삶을 향한 것이라 인식될 때면 특히 더 그렇다

  바로 이런 면에서, 특정 시대와 지역에서 유행하는 철학 용어들을 동원하여 비정통적 행위를 당대 세태에 맞추면서 충동이나 본능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흥미진진한 문학 작품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의 소논문은 이런 감동적인 옹호 장르에서 상당히 특이한 모델이었다. 그는 마들렌 드브루를 사랑하며 이 감정에 추한 게 전혀 없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조직의 규율로 보자면, 가장 행복한 육적 사랑마저도 악으로 인식됐다. 

  따라서 그런 규율이 축자적으로 해석돼서는 안 되며, 자신이 불혼 서약을 하면서도 그걸 꼭 지키려 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논거를 찾아내야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그게 옳은 행동이라고 확신시키는 논거를 찾기란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들한텐 식은 죽 먹기. 그에게는 제가 쓴 소논문의 논리가 참으로 그럴듯해 보였다. 

 

  더욱 놀랍게도, 그런 논리가 마들렌이 보기에도 전혀 흠이 없었다. 종교적 성향에 지나치게 기울고 신념이 아니라 습관과 기질에서 정조를 지키는 그녀는 교회 법규를 지상명령으로 간주했기에 순결 깨는 죄를 짓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면에서 오랫동안 간직해온 본성에 어울리는 열정으로. 가슴에 그런 이유가 있는 마당에 그랑디에가 불혼 서약이 절대적인 게 아니며 성직자도 혼인할 수 있다고 입증하자 그 말을 믿었다. 

  만약 간통이 아니라 교회가 축복하는 혼인으로 사랑하는 이와 맺어졌다면 그녀는 완전한 권리를 가지고 사랑할 수 있었으리라.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것이 그녀의 의무였을 터이다. 사랑의 논리가 완벽했다. 연인이 쓴 소논문의 윤리적, 신학적 논거가 마들렌에게는 아주 미덥게 보였다.

 

  그랑디에는 드브루 부인한테 한 약속도 지켰다. 즉, 언젠가 밤에 어둠침침하고 메아리만 울리는 교회당에서 자신이 후견을 맡은 처녀와 혼례를 치른 것. 

  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겠는가? 

  성직자로서 그가 자신에게 물었다. 그러고는 이제 신랑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대답하고 그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성직자 역할로 돌아온 그가 축사를 읊조리고 다시 신랑으로 돌아가서 그 축사를 무릎 꺾고 받았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의식이었다. 법과 관습과 교회와 국가에 개의치 않고, 그들은 예식의 정통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고, 그러니 하나님 눈에도 그 혼인이 적법한 것이라 확신했다.[각주:1]

 

그랑디에 신부와 마들렌의 혼인

 

  그러나 하나님 눈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사람들 눈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루덩의 선량한 주민들 관점에서 마들렌은 주임신부의 또 다른 내연녀일 뿐이었다. 

  순진하고 얌전한 듯싶지만 사실은 sainte nitouche[각주:2] 였던 거야. 

  숙녀인 체했지만 매춘부라는 게 금방 드러났어. 

  법의 걸친 저 프리아포스[각주:3]에게, 비레타 쓴 숫염소에게, 가장 몰염치한 방식으로 제 몸뚱이를 내준 거지! 

 

  아담의 약제용 악어 아래 저녁마다 모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가 가장 크고 원한이... <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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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1560년 푸아티에 지방의 위그노 교회 회의록을 보면, 성직자들이 내연녀와 몰래 혼인하는 일이 아주 잦았다. 이때 여자가 칼뱅파 신자이면, 교회의 중대한 문제가 됐다. - 저자 주. [본문으로]
  2. ‘성녀 니뚜슈’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관용적 표현을 의인화한 것. 직역하면, ‘남자를 멀리하는 성녀’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마치 성녀라도 되는 듯이 굴며 남자와 손가락만 스쳐도 큰 봉변당한 양 호들갑 떠는 여자를 놀리는 데 쓰는 표현. [본문으로]
  3. priapus - 그리스, 로마 전설에서 남근으로 표시되는 풍요의 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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