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4. 카를손이 내기를 걸다 (2-2)
카테고리 없음2019. 7. 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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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손의 작은집은 아주 아늑했습니다. 그걸 꼬맹이는 금방 알아차렸어요. 나무 장의자 외에 방안에는 식탁으로 사용하는 작업대와 옷장, 의자 두 개, 철창과 삼발이 달린 난로가 보였습니다. 그 난로에서 카를손은 음식을 준비하곤 했어요. 그러나 정작 기관차들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꼬맹이가 한참이나 방안을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자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 근데, 기관차들은 어디 있어?

    - 음… - 카를손이 입속말로 웅얼거렸습니다. - 내 기관차들은… 전부 갑자기 폭발해 버렸다. 안전판에 문제가 있었어.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건 하찮은 거야, 일상적인 일이다. 슬퍼할 거 없어.

    꼬맹이가 다시 사방을 휘둘러보았습니다. 

    - 그러면 수탉 그림들은 어디 있어? 그것들도 폭발했나? - 꼬맹이가 가볍게 이죽거렸습니다

    - 아니, 그림들은 폭발하지 않았다. 저기를 봐라. - 그러면서 옷장 옆으로 벽에 걸어둔 두꺼운 마분지를 가리켰어요. 

    아주 깨끗하고 커다란 종이 아래 귀퉁이에 아주 작고 예쁜 수탉 그림이 들어 있었습니다. 

    - 그림 제목은 <아주 외로운 수탉>이야. - 카를손이 설명했어요.


    꼬맹이가 그 앙증맞은 수탉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사실 카를손은 별의별 수탉들을 그린 그림이 천여 점이나 있다고 떠벌였는데, 알고 보니 그건 수탉처럼 생긴 불그레한 딱정벌레였던 겁니다!

    - 이 <아주 외로운 수탉>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화가가 그린 거야. - 카를손이 계속 입을 놀리긴 하는데, 목소리가 좀 얼어붙었습니다. - 아아, 이 그림은 얼마나 매혹적이고 슬프단 말이냐!.. 하지만 아니, 아니야, 난 지금 울지 않을 거야, 눈물을 흘리면 체온이 올라가니까… - 카를손이 베개로 파고들면서 머리를 감싸 쥐었어요. - 넌 내 친엄마가 되겠다고 했지? 그렇게 해라.

    그러면서 연신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카를손이 열이 난다는 이유로 장의자에 벌러덩 눕다.


    꼬맹이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자신 없는 투로 물었어요. 

    - 여기, 약 같은 것이 있나?

    - 응. 하지만 약은 먹고 싶지 않고… 백 원짜리 동전, 가지고 있니?

    꼬맹이가 바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습니다. 

    - 이리 줘 봐.

    꼬맹이가 동전을 내밀자 카를손이 재빨리 낚아채더니 손아귀에 꽉 움켜쥐었어요. 자기 꾀가 통해서 흡족한 표정이었습니다. 


    - 지금 무슨 약을 먹을 건지 너한테 말할까?

    - 무슨 약인데? - 꼬맹이가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 처방한 <달달한 가루약>이다. 초콜릿 약간, 사탕 약간에다 과자도 같은 분량으로 넣고 바짝 찧은 뒤 잘 섞어라. 네가 약을 다 준비하면 내가 먹을게. 그건 열 내리는 데 효과가 아주 좋다.

    - 설마. - 꼬맹이가 미심쩍게 여겼습니다. 

    - 그렇다면 내기를 하자. 내 말이 맞는다는 데 난 초콜릿을 걸겠어. 

    꼬맹이가 잠시 생각했습니다. 다툼거리를 주먹질이 아니라 말로써 해결하는 게 좋다고 엄마가 말한 것이 어쩌면 바로 지금 같은 경우에 필요하지 않나 싶었어요

    - 자, 이제 내기를 하잔 말이다! 

    카를손이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꼬맹이도 동의하고 말았습니다. 

    - 그래, 좋아. 


    무엇을 두고 내기를 하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 꼬맹이가 초콜릿을 한 개 작업대 위에 놓고 카를손이 처방한 대로 약을 만들었습니다. 컵에 알사탕 몇 개와 설탕에 절인 호두를 약간 넣고 초콜릿 몇 조각을 보탠 뒤 그걸 다 잘게 찧어 뒤섞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편도과자 몇 개를 부수어서 역시 컵에 넣었습니다. 꼬맹이는 그런 약을 여태껏 본 적이 없는데, 어찌나 맛나게 보이든지 자기도 슬쩍 병이 나서 이 약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카를손이 벌써 장의자에서 일어나 앉아서 새끼 새처럼 입을 쫙 벌렸습니다. 꼬맹이는 <달달한 가루약>을 한 숟가락이라도 자기 입에 넣으면 양심에 찔릴 것 같았습니다. 


    - 더 많이 떠줘. - 카를손이 요구했어요.

    꼬맹이가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카를손의 열이 가라앉기를 말없이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삼십 초가 지나서 카를손이 입을 열었습니다. 

    - 네 말대로 이 약은 열을 내리지 못하는구나. 이제 나에게 초콜릿을 줘라.

    - 너한테? - 꼬맹이가 놀랐어요. - 내가 내기에 이겼잖아!

    - 그래, 네가 이겼지. 그러니까 나는 위로 삼아 초콜릿을 받아야 한단 말이야. 이 세상에 공정함이란 건 없어! 한데 너는 흉악하게도 내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초콜릿을 먹으려고 드는구나.


   꼬맹이가 마지못해 초콜릿을 내밀자 카를손은 순식간에 반쪽을 깨물어 씹으면서 말했습니다. 

    - 떨떠름한 표정 지을 것 없다. 요 다음 내기에서 내가 이기면 네가 초콜릿을 먹어라.

    카를손이 턱을 부지런히 놀렸습니다. 그러고는 마지막 조각을 삼키더니 베개에 몸을 던지고는 무겁게 탄식하는 것이었어요.

    - 앓는 이들은 다 참으로 불쌍해! 난 얼마나 불행하냐! <달달한 가루약>을 2인분은 먹어야 하나? 그 약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확실히 알지만. 

    - 무슨 소리야? 2인분을 먹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난 믿어. 내기를 해 보자! - 꼬맹이가 제의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꼬맹이가 꾀를 좀 부린다고 해도 죄가 될 것은 없었어요. <달달한 가루약>을 2인분이 아니라 3인분을 먹어봤자 카를손의 열이 떨어지리라고 꼬맹이가 믿은 건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기를 무척 하고 싶었습니다! 초콜릿이 아직 한 개 남아 있고, 카를손이 내기에서 이기면, 당연히 그럴 텐데, 그러면 꼬맹이가 초콜릿을 먹게 되니까요.


    - 그래, 내기해 보자! <달달한 가루약> 2인분을 얼른 나한테 만들어 줘. 열을 내릴 필요가 있을 때는 자잘한 것 하나라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든 수단을 다 써 보고 결과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꼬맹이가 가루약 2인분을 만들어서 크게 벌린 카를손 입에 부었어요. 

    그리고 둘은 다시 말없이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꼬맹이가 열 떨어지는 약을 카를손에게 먹이다.


    30초가 지나서 카를손이 환한 얼굴로 의자에서 펄떡 일어났어요. 그리고 외쳤습니다.

    - 기적이 벌어졌다! 열이 떨어졌어! 네가 또 이겼다. 이제 초콜릿을 나한테 줘라.

    꼬맹이가 한숨을 내쉬고서 마지막 초콜릿을 카를손에게 건넸습니다. 

    카를손이 못마땅한 얼굴로 꼬맹이를 쳐다봤습니다.

    - 너 같은 고집쟁이들은 내기를 하면 안 돼. 나 같은 사람들이라야 내기도 할 수 있는 거다. 

    내기에서 지든 이기든 언제나 카를손 얼굴은 잘 닦아 놓은 금화처럼 반짝거렸습니다. 

    침묵이 길어졌습니다. 


    그 동안 카를손이 초콜릿을 다 씹어 먹고 또 입을 놀렸습니다. 

    - 하지만 네가 미식가이고 대식가인 이상, 나머지 것들을 다정하게 나누는 게 가장 좋겠다. 너한테 당과가 아직 남았니?

    꼬맹이가 주머니를 뒤져 보고는 세 개가 남은 것을 알았습니다.  

    설탕에 절인 호두 두 개와 알사탕 한 개를 꺼냈습니다.

    - 세 개는 절반으로 나뉘지 않는다. - 카를손이 진지하게 말했어요. - 이건 코흘리개들도 다 아는 사실이지. - 그러면서 꼬맹이 손에서 알사탕을 잽싸게 낚아채 입에 넣고 우물거렸습니다. 

    - 이제는 반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렇게 말하고는 남은 호두 두 개를 게걸스레 쳐다봤어요. 한 개가 다른 것보다 더 컸습니다. 


    - 난 아주 다정하고 겸손한 사람이니까 네가 먼저 선택하도록 양보하겠어. 그러나 기억해라. 먼저 집는 사람은 늘 더 작은 걸 집어야 하는 법이야.

    그렇게 말하고 나서 꼬맹이를 엄한 눈빛으로 쏘아봤습니다. 

    꼬맹이가 잠깐 생각한 뒤 꾀를 냈어요. 

    - 먼저 집을 권리를 너한테 양보할래.

    - 좋아, 정 그렇게 고집한다면! - 카를손이 큰 소리로 말하고는 큰 호두를 집더니 눈 깜빡할 새에 자기 입에 넣었습니다.

    꼬맹이가 자기 손바닥에 하나 남은 작은 호두를 쳐다봤어요.

    - 이게 뭐야? 먼저 집는 사람이 더 작은 걸 집어야 한다고 그러지 않았어?? 

    - 어이, 꼬마 미식가야, 만일 네가 먼저 집었다면 어떤 호두를 집었겠냐?

    - 분명히 더 작은 걸 집었을 거야. - 꼬맹이가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 그렇다면 그렇게 못마땅한 얼굴을 할 필요가 뭐 있냐? 네 뜻대로 더 작은 게 네 손에 남았는데!


    꼬맹이가 또 잠깐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런 게 바로 엄마가 말한 것처럼, 주먹질이 아니라 말로써 다툼을 해결하는 걸 거야.’


    꼬맹이가 오랫동안 뾰로통한 상태로 있지는 못했어요. 게다가 카를손의 열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기뻤어요. 

    카를손도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 난 세상에 있는 모든 의사들에게 편지를 써서 어떤 약이 열 내리는 데 좋은지 알리겠다.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 처방한 대로 만든 <달짝지근한 가루약>을 복용하세요.」 또, 세상에서 제일가는 해열제라고 쓰기도 할 거야.

    꼬맹이가 제 몫의 호두를 아직 먹지 않았습니다. 그건 여전히 꼬맹이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지요. 하도 근사하고 맛있어 보여서 우선 조금만 맛을 보고 싶었습니다. 한꺼번에 입에 넣기가 무척 아까웠거든요.

    카를손도 꼬맹이 손에 있는 호두를 쳐다봤습니다. 오랫동안 호두에서 눈을 떼지 않더니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했어요.


카를손과 꼬맹이가 사탕과 호두를 두고 내기를 하다.


    - 이 호두를 네가 눈치 채지 못하게끔 내가 집을 수 있는지 내기해 보자.

    - 아니, 내가 쥐고 있는 한 넌 그렇게 할 수 없을 거야.

    - 그럼, 내기를 하잔 말이다. - 카를손이 우겼습니다. 

    - 싫어. 내가 이긴다는 걸 난 알아. 그러면 네가 또 먹겠지.

    그런 내기 방법은 옳지 못하다고 꼬맹이는 굳게 믿었습니다. 사실 보쎄 형이나 베탄 누나와 내기를 할 때면, 이긴 사람이 상을 받곤 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 좋아, 정 그렇다면 내기해도 돼. 하지만 예전의 올바른 방법대로 이긴 사람이 호두를 먹도록 하자.

    - 좋으실 대로 해라, 먹보야. 그러니까, 내가 이 호두를 네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집을 수 있는지 내기를 하는 거다.

    - 좋아! - 꼬맹이가 동의했습니다.

    - 수리수리 마하수리! - 카를손이 소리치면서 설탕에 절인 호두를 집었어요. 그리고 “수수리 사바하” 하고 외치면서 호두를 자기 입에 쏙 집어넣었습니다.  

    - 스톱! - 꼬맹이가 소리쳤습니다. - 네가 집는 걸 난 다 봤어.

    - 무슨 소리냐! - 카를손이 허겁지겁 호두를 삼켰어요. - 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네가 이겼구나. 내기를 이렇게 잘 하는 꼬마를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그래… 하지만 호두는… - 꼬맹이가 어쩔 줄 몰라 중얼거렸어요. - 그건 이긴 사람이 가져야 하는 거잖아.

    - 맞아. - 카를손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그러나 그건 이미 없어졌어. 그리고 난 그걸 되찾을 수 없다는 걸 두고 내기할 수 있다.


    꼬맹이가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말이란 누가 옳고 그른지 가리기에 좋은 수단이 전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를 보면 당장 그런 생각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빈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어라, 이게 웬 일인가요, 미처 몰랐던 호두가 하나 아직 남아 있지 뭔가요. 크고 잘 절여지고 보기 좋은 호두가 말이지요. 

    꼬맹이가 속으로 씩 웃으면서 약 올리는 투로 말했습니다.

    - 나한테 설탕에 절인 호두가 있다는 걸 두고 내기를 하자! 그걸 지금 내가 먹는다는 걸 두고 내기하자! 

    그러고는 호두를 잽싸게 입에 넣었습니다. 


    카를손이 의자에 앉았어요. 시무룩한 모습이었습니다.

    - 넌 내 친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하고서는 단것들을 제 입에 집어넣기만 하는구나. 이런 먹보 꼬마를 난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카를손이 슬픈 얼굴로 의자에 주저앉다.

    그리고 잠시 말없이 앉아 있는데, 더 슬픈 얼굴이 됐습니다.

    - 첫째, 난 목도리 두르는 대가로 백 원짜리 동전을 못 받았다.

    - 그건 그래. 하지만 목도리를 두르지도 않았잖아. - 꼬맹이가 말을 받았습니다.

    - 너한테 목도리가 없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만일 목도리가 있었다면 난 그걸 둘렀을 거고, 목도리가 따가웠을 것이며, 그래서 백 원짜리 동전을 받았을 텐데…

    카를손이 애절한 눈빛으로 꼬맹이를 쳐다봤어요. 그 두 눈에 눈물까지 고였습니다. 

    - 너한테 목도리가 없다는 것 때문에 내가 고통을 받아야 하나? 넌 이게 온당하다고 생각하니?

    아니요, 꼬맹이는 그게 옳다고 여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지막 남은 백 원짜리 동전을 카를손에게 주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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