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와 카를손
A. 린드그렌 지음
김성호 번안
A. 린드그렌 (1907~2002, 스웨덴 작가, <말괄량이 삐삐>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여러 아동 서적의 저자)
1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
1. 카를손과 만나다
스톡홀름이라는 도시, 아주 평범한 거리, 아주 평범한 집에 스반테손이라는 성씨의 아주 평범한 스웨덴 가족이 살고 있답니다. 이 가족에는 가장 평범한 아빠와 가장 평범한 엄마, 그리고 가장 평범한 자녀 셋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보쎄와 베탄 그리고 꼬맹이입니다.
“난 아주 평범한 꼬맹이가 아니에요.”
설령 꼬맹이가 그렇게 말한다 해도, 그건 물론 사실이 아니랍니다. 왜냐구요?
눈이 파랗고 귀는 잘 씻지 않아서 좀 지저분하며 무릎에 구멍 난 바지를 입고 다니는 일곱 살짜리 사내애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요. 그러니 꼬맹이가 가장 평범한 아이라는 건 분명하지요.
보쎄는 열다섯 살인데 교실 칠판 앞에 서서 문제를 풀기보다는 축구 경기장 정문 앞에서 서성대기를 훨씬 더 좋아하는 걸로 보면, 역시 영락없이 아주 평범한 소년이랍니다.
베탄은 열네 살, 헤어스타일이 다른 가장 평범한 소녀들과 하나 다를 게 없어요.
그런데 집안을 통틀어서 전혀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카를손입니다. 그는 지붕 위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요, 지붕 위에서 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평범하지 않은 겁니다. 다른 도시들에서는 혹시 모르겠지만, 스톡홀름에서는 누군가가 지붕 위에서 사는 일이, 그것도 작은 단독 건물 지붕 위에서 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카를손은, 상상해 보세요, 바로 거기서 살고 있는 겁니다.
카를손은 키가 작고 통통하고 자신만만한 사람인데다가 공중을 윙윙 날아다닐 줄도 알아요. 우리도 누구나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타면 그럴 수 있긴 한데, 카를손은 제 스스로 날 수 있습니다.
배에 붙은 단추를 누르기만 하면 등에서 앙증맞은 모터가 작동하기 시작하지요. 프로펠러가 제대로 돌아갈 때까지 일 분쯤은 꼼짝도 않고 서 있다가, 모터가 완전히 작동하게 되면 위로 솟구쳐서 조금 흔들리기는 해도 점잖은 신사처럼 의젓한 모습으로 날아다닌답니다. 물론, 등에 프로펠러가 달린 신사를 상상할 수 있다면 그렇다는 말이죠.
카를손은 작은 건물 지붕 위에서 아주 잘 살고 있어요. 저녁마다 현관 계단에 앉아 파이프담배를 빨면서 별들을 바라봅니다. 물론 지붕에서는 창문을 통해 보는 것보다 별들이 더 잘 보여요. 그런데도 지붕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주 적다는 건 놀랍기만 하네요. 다른 주민들은 지붕 위에서 산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게 분명해요. 그 사람들은 거기에 카를손의 작은 집이 있는 것도 모릅니다. 작은 집이 커다란 굴뚝 뒤에 숨어 있으니까요. 아니, 그것보다도, 어른들은 설령 그 작은 집과 마주쳤다 해도 그런 것에 눈길이나 돌리겠어요?
언젠가 한번 굴뚝 청소부가 카를손의 작은 집을 우연히 보고는 깜짝 놀라서 중얼거린 적이 있어요.
“아니, 저게 뭐지… 집인가? 이럴 수가! 지붕 위에 작은 집이 있다니?.. 저런 게 어떻게 여기 있지?”
그러나 그게 전부에요. 굴뚝을 타고 내려간 뒤에는 작은 집을 까맣게 잊고 말았으니까요.
꼬맹이는 카를손과 알게 되어서 아주 기뻤답니다. 카를손이 내려앉자마자 평범하지 않은 모험들이 시작됐거든요.
카를손도 꼬맹이와 알게 돼서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작은 집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집에서 혼자 산다는 건 그다지 즐겁지 못하잖아요? 주변으로 날아다닐 때, “안녕, 카를손!” 하고 외치는 사람이 없다면 쓸쓸한 일이니까요.
집안에서 막내라는 점이 대개는 참 좋지만, 그래도 기분 상해서 풀이 죽는 날도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그런 날에 꼬맹이와 카를손이 서로 알게 됐습니다. 사실 꼬맹이는 가족의 귀염둥이고, 엄마와 아빠가 종종 응석을 받아주기도 해요. 하지만 그날은 어찌 된 영문인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꼬맹이가 또 바지를 뜯어먹었다고 나무라고, 베탄 누나는 “코 좀 닦고 다녀라!” 하고 소리치고, 아빠는 꼬맹이가 학교에서 늦게 돌아왔다고 야단을 치신 거예요. 그냥 야단친 것도 아니고, “길바닥에서 어슬렁거리며 다니는구나!” 하시지 뭡니까.
‘길바닥에서 어슬렁거리며 다니다니!’
어떻게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실 수가! 그러나 아빠는 꼬맹이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강아지와 마주친 사실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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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귀여운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와서 킁킁 냄새를 맡으며 자꾸 안기려 들었는데, 하는 짓으로 보자면 마치 꼬맹이의 강아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지요.
만일 꼬맹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강아지의 바람은 즉각 이뤄졌을 거예요. 그러나 엄마와 아빠는 집안에서 개를 절대 키우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길모퉁이에서 어떤 아줌마가 불쑥 나타나더니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리키! 리키! 이리 오렴!”
그때 꼬맹이는 그 강아지가 결코 자기 것이 될 수 없음을 퍼뜩 깨달았습니다.
그런 얘기를 듣고서도 식구들이 다 이전처럼 반대하고 나설 때, 꼬맹이는 슬프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시무룩하게 말했습니다.
- 난 평생 강아지 없이 살아야 하나 봐. 보세요, 엄마한테는 아빠가 있고, 보쎄 형과 베탄 누나도 늘 함께 있잖아. 한데 나한테는, 나한테는 아무도 없단 말이야!
- 그게 무슨 말이니, 소중한 꼬맹이야, 우리가 늘 너랑 같이 있잖니! - 엄마가 부드럽게 달랬습니다.
- 글쎄, 그럴까…
꼬맹이 목소리가 더 구슬프게 들렸어요. 왜냐하면, 문득 자기한테는 정말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렇긴 해도 꼬맹이에겐 자기 방이 있고, 그래서 거기로 갔습니다.
포근하고 맑은 봄날 저녁이었습니다. 활짝 열린 창문마다 하얀 커튼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데, 마치 저녁 하늘에 막 나타난 작고 희미한 별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만 같았어요.
꼬맹이가 창턱에 팔꿈치를 걸친 채 거리를 내다보게 됐습니다. 낮에 길에서 마주친 귀여운 강아지를 생각했어요. 그 강아지는 지금 주방에 놓인 작은 광주리 안에 누워 있고 어떤 사내애가, 꼬맹이가 아닌 다른 소년이, 그 곁에 앉아서 털북숭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리키, 넌 정말 훌륭한 강아지야!” 하며 얼러맞추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꼬맹이가 어린애답지 않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오는 듯했어요. 그 소리가 점점, 점점 더 커지더니, 아아, 이게 웬 일인가요, 창문 옆으로 통통한 사람이 내려오지 뭡니까. 그건 바로 카를손,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꼬맹이가 아직 몰랐답니다.
카를손은 꼬맹이를 한참 동안 주의 깊게 살펴보더니 더 멀리 날아갔어요. 높이 솟구쳐 지붕 위에서 한 바퀴 빙 돌고는 굴뚝 주변을 이리저리 날다가 다시 창문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속력을 올려서 진짜 작은 비행기처럼 꼬맹이 곁을 휙 지나쳐서 두 번째로 빙글 돌았어요. 그 다음에는 공중 곡예를 하듯이 한 바퀴 더 도는 거였어요.
꼬맹이가 꼼짝도 않고 서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켜보았습니다. 꼼짝도 하지는 않았지만, 가슴은 두근두근 뛰고 등줄기에 소름까지 돋았습니다. 작고 통통한 사람이 창문 곁으로 날아다닌다는 게 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는 사이에 그 사람은 창문 너머에서 속도를 줄이고 창턱과 눈높이를 맞추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 안녕! 여기 잠깐 내려앉아도 될까?
- 아, 그래, 괜찮아. - 꼬맹이가 엉겁결에 대답하고 나서 한마디 덧붙였어요. - 날아다니기가 많이 힘든 거야?
그러자 카를손이 의젓하게 대꾸했습니다.
- 나한테는 눈곱만큼도 힘들지 않아. 왜냐면 난 세상에서 제일가는 비행사니까! 그러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게으름 피우는 사람한테는 날 따라하라고 권할 마음이 없다.
꼬맹이는 ‘보릿자루’라는 말에 기분 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날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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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 뭐지? - 카를손이 물었어요.
- 꼬맹이. 근데, 진짜 이름은 스반테 스반테손이야.
- 난 카를손이라고 해. 좀 이상할지 몰라도, 그냥 카를손이다. 반가워, 꼬맹이!
- 반가워, 카를손! - 꼬맹이도 마주 인사했습니다.
- 몇 살이니? - 카를손이 또 물었어요.
- 일곱 살.
- 어, 딱 좋아. 그럼, 얘기를 계속 나눠 볼까.
그러고는 작고 통통한 두 발을 하나씩 창턱 너머로 재빨리 들이밀면서 방으로 들어섰습니다.
- 그쪽은 몇 살인데? - 꼬맹이도 궁금했어요.
카를손은 나이 많이 든 사람치고는 표정이며 말투가 왠지 아주 어린애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아저씨’라고 하기가 어색해서 엄마 말투를 흉내 내 ‘그쪽’이라고 부른 겁니다.
그러자 카를손이 되물었어요.
- 내가 몇 살이냐고? 나는 가장 원기 왕성한 때에 있는 사내 대장부야. 그 이상은 더 말해 줄 수 없다. 그리고 정감 없이 ‘그쪽’이라고 하지 마라. 나한테 그냥 ‘너’라고 해도 좋아.
꼬맹이는 원기 왕성한 때에 있는 대장부라는 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어요. 어쩌면 꼬맹이 자신도 원기 왕성한 때에 있는 대장부인데, 단지 그걸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인가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 몇 살에 가장 원기가 왕성한 건데?
- 몇 살이 중요하지는 않다! - 카를손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습니다. - 몇 살이든 상관없어. 특히 나로서는 그래. 난 그저 가장 원기 왕성한 때에 있고, 게다가 매력적이며 똑똑하고 적당히 통통한 사람이지!
그러고는 꼬맹이 책장으로 다가가서 거기 놓인 장난감 기관차를 꺼냈습니다.
- 우리 이걸 한번 움직여 보자.
그 제안에 꼬맹이가 대답했어요.
- 아빠가 안 계실 때는 안 돼. 그 기관차를 움직이게 하려면 아빠나 보쎄 형이 있어야 해.
- 아빠나 보쎄가 있어야 할 수 있겠지만,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하고도 할 수 있는 거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관차 전문가는 바로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야. 아빠한테 그렇게 전해라!
그러면서 기관차 옆에 놓인 알코올 병을 잽싸게 들어 작은 연료통에 가득 붓고는 심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카를손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관차 전문가라 해도 알코올을 붓는 건 어째 아주 서툴러서 흘리는 바람에 선반 바닥에 알코올이 잔뜩 고였어요. 그 알코올에 곧 불이 붙어서 반들반들한 표면을 따라 파란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지요. 꼬맹이가 놀라서 “앗!”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습니다.
- 느긋하게, 언제나 느긋하게!
카를손이 통통한 손을 저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꼬맹이는 불꽃을 보고 느긋하게 있을 수가 없었어요. 곁에 있는 걸레로 불꽃을 재빨리 두드렸습니다. 반들반들한 바닥에 흉한 얼룩들이 제법 크게 생겼습니다.
- 이것 좀 봐, 선반이 엉망이 됐어! 엄마가 뭐라고 하시겠어?
꼬맹이가 걱정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 하찮은 거야, 일상적인 일이다! 책장에 작은 얼룩 몇 점 생겼다고 죽지는 않아. 엄마한테 그렇게 전하렴. - 카를손이 두 눈을 반짝이며 기관차 옆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았어요. - 이제 기관차가 움직일 거다.
그리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정말 기관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칙, 푹, 칙, 푹…
기관차가 숨을 헐떡였습니다.
아아, 그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관차들 중에서 가장 멋있고, 카를손은 마치 자기가 그걸 발명한 듯이 자랑스럽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 아, 참, 안전판을 검사해야 된다. - 카를손이 갑자기 생각난 듯 작은 손잡이 하나를 돌렸어요. - 안전판을 검사하지 않으면 사고가 생겨.
칙-칙-푹-푹…
기관차가 점점 더 빠르게 헐떡였습니다.
칙칙-푹푹, 칙칙-푹푹!..
마침내 기관차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전 속력으로 달리게 시작했어요. 카를손의 두 눈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꼬맹이는 책장 얼룩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됐습니다. 자기한테 그런 놀라운 기관차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관차 전문가로서 안전판을 솜씨 좋게 검사한 카를손과 알게 된 것도 행복했습니다.
- 자, 꼬맹이야, 이게 정말 ‘칙칙-푹푹’이다! 내가 뭐라고 했냐!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관차 전문가가…
그러나 카를손은 말을 채 맺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동시에 기관차가 폭발하면서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으니까요.
- 기관차가 폭발했다! - 카를손이 신나서 소리쳤습니다. 마치 기관차를 가지고 가장 재미난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말이지요. - 와아, 정말 폭발했네! 소리도 엄청나게 컸어! 정말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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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꼬맹이는 카를손처럼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어쩔 줄 몰라 우두커니 서 있는데, 두 눈에는 금방 눈물이 가득 고였어요.
꼬맹이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 내 기관차… 내 기관차가 산산조각 났어!
- 하찮은 거야, 일상적인 일이다! - 카를손이 작고 통통한 손을 태연하게 흔들면서 꼬맹이를 달랬어요. - 내가 더 좋은 기관차를 줄게.
- 네가 준다고? - 꼬맹이가 놀랐어요.
- 물론이지. 저 위에, 내 집에는 기관차가 수천 대나 있으니까.
- 저 위에, 네 집이 어딘데?
- 저 위에, 지붕 위에 있다, 내 작은 집이.
- 지붕 위에 네 작은 집이 있다구? 거기에 기관차가 수천 대나 있단 말이야? - 꼬맹이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그래, 이백 대쯤은 될 거야.
- 야아, 네 작은 집에 가보면 참 좋겠다! - 꼬맹이는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한데 그 말을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지붕 위에 작은 집이 있고, 거기서 카를손이 산다니…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면서 다시 탄성을 질렀습니다.
- 기관차들이 가득한 집이면 됐어! 그것도 이백 대나 있다니!
카를손이 목소리를 슬쩍 낮추었습니다.
- 아, 근데 기관차가 몇 대 남았는지 정확하게 세 보지는 않았어. 그러나 적어도 몇 십 대는 될 거야.
- 그 중에서 나한테 한 대를 주겠다고?
- 물론이지!
- 지금 당장 줘!
- 아니야, 먼저 기관차들을 좀 살펴보고 무엇보다도 안전판을 검사… 뭐, 그런 거다. 자, 느긋하게, 언제나 느긋하게! 며칠 안에 줄게.
꼬맹이가 사방에 흩어진 기관차 조각들을 주우면서 걱정스럽게 중얼거렸습니다.
- 아빠가 몹시 화내실 텐데.
카를손이 놀라서 눈썹을 치켜세웠습니다.
- 겨우 기관차 하나 때문에? 이건 하찮은 거야, 일상적인 일이다. 이런 걸 두고 걱정하다니! 내 말을 아빠한테 전해라. 내가 직접 말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바빠서 가봐야 하니… 오늘 네 아빠하고 만나지 못할 거야. 난 집으로 날아가서 무슨 일이 있는지 둘러봐야 한다.
그 말에 꼬맹이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 네가 여기 와서 정말 좋아. 물론, 기관차는 이렇게… 아, 언젠가 또 여기로 날아올 거야?
- 느긋하게, 언제나 느긋하게!
카를손이 다시 주의를 주고는 배에 달린 단추를 눌렀습니다.
모터가 윙윙 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카를손은 꼼짝도 않고 서서 프로펠러가 전 속력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어요. 그리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몇 바퀴 빙빙 맴돌았습니다.
- 흠, 모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군. 기름칠 좀 하려면 서비스센터에 다녀와야겠는걸. 물론 내 손으로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없는 게 탈이야… 아무래도 서비스센터에 가야 할까 보다.
꼬맹이도 그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를손이 열린 창문으로 날아갔어요. 봄날, 별이 뜨기 시작한 하늘에 작고 통통한 모습이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 잘 있어, 꼬맹이!
카를손이 작고 통통한 손을 흔들며 소리치고는 휙 사라졌습니다.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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