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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20 06. 인식 수단으로서 과학의 한계
  2. 2019.07.16 루덩의 악마들 7-2편 2
  3. 2019.07.16 루덩의 악마들 7-2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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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인식 수단으로서 과학의 한계  



과학은 세계를 인식하는 수단으로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몇몇 미스터리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과학의 이런 한계를 앞에서 일부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이 한계를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서, 세계를 인식하고 묘사할 때 과학적인 방법을 맹목적으로 따르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되는지 살펴보자. 


앞장에서 제시한 테제를 다시 꺼낸다. 사람이 언젠가 인식한 것은 전부 객관적 실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주관적 경험이다. 어떤 사람의 주관적 세계가 객관적 세계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뇌와 의식은 실재(현실, 외부세계)의 모델을 아주 좋게 만들어 거기에 존재하게 한다.


객관적 실재란 과연 존재하지 않나?



창문이 없는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달린다고 상상해 보자.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차량 외부 카메라로 촬영되고, 도로의 장면이 자동차 안에 있는 화면에 나타난다. 즉, 자동차 내부 스크린에서 보는 것으로만 외부세계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만약 외부에 있는 것이 화면에 그대로 나타난다면, 공간에서 방향을 올바로 잡고 별문제 없이 목적지에 이를 것이다. 화면에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표시되면, 예를 들어 다른 길을 가리킨다면, 외부세계 사건들에 대해 거짓된 정보를 얻고, 따라서 자동차를 잘못 몰아 자동차가 금방 어딘가에 부닥칠 것이다.


우리의 주관적 세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뇌가 객관적 실재에 상당히 부합되는 세계 모델을 만들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자기 몸을 제대로 관리하고 세계를 제법 정확히 반영한다. 하지만, 반복하건대, 세계가 우리의 주관적 실재에 아무리 정확하게 반영된다 한들, 이건 어디까지나 세계의 모델(모형)일 뿐이지 세계 자체는 아니다. 예를 들어, 전파가 주변 공간에 있음에도 우리는 그걸 못 본다. 


다시 과학으로 돌아가자. 과학은 세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훨씬 넘어섰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지각 기관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게 됐다. 현미경, 망원경, 가이거 계수기, 전압계, 전류계 같은 장치가 그것이다. 

과학자들이 이런 기구를 이용해 보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일반적 그림을 확장하게 됐다. 그리하여 새로운 자료를 추가하고 이 자료를 이론의 도움으로 보편화하게 됐다. 

예를 들어,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모든 생명체가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더 큰 현미경이 등장하면서, 각 세포 안에는 염색체가 있고 이 염색체에 DNA가 들어있으며 이 DNA가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지식 덕분에 유전공학이 생겼으며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인위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과학자들이 이론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생각해 보자. 가장 분명한 사례로 물리학을 든다.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다들 알 것이다. 사과나무 아래 앉아서 영원불변의 것을 숙고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 위로 사과가 한 개 떨어졌고, 사과 떨어진 이유가 질량 가진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라는 점을 퍼뜩 깨달았다. 그 순간까지 물체들이 수도 없이 땅에 떨어졌지만 아무도 그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만물의 질서에 있었고, 또 사람들의 세계 모델이 그런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물체를 들어 올렸다가 놓으면 그건 으레 떨어지게 마련이야. 이건 누구나 평생 살면서 접한 경험이었어. 이 때문에 그런 현상에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지구에 끌리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그가 그런 얘기를 할 때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긴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하지만 이 추정을 근거로 뉴턴은 질량을 알면 떨어지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공식을 만들 수 있었다. 또 이 공식을 이용하여 그는 내던져진 물체들의 움직이는 궤적뿐 아니라 천체와 행성의 궤도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는, 실재(현실,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통용되게 되었다. 세계의 모델이 그렇게 바뀐 것이다. 

이때 세계 자체는 물론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이다


질량 가진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긴다는 것이 궁극적인 진실일까? 아니다. 아gr인슈타인이 등장하여,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마치 휘게 하는 것 같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질량 있는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한다. 즉, 주변에 ‘깔때기’ 같은 것을 만들어서, 거기로 가까이 있는 물체들이 ‘굴러들어’ 간다. 이제 알고 보니,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질량 있는 물체들 사이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일 뿐이며, 이것이 물체들을 서로 휘게 하는 것이다.


gravity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대안 가설이 여럿 있다. 자, (공중에 솟은 물체는 떨어지는) 현상은 하나인데 이에 대한 설명은 아주 많다. 그런데 역사의 특정 시대에 어떤 아이디어 하나가 지배한다. 이건 당연히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우리가 앞에서 알아본 대로, 이런 가설과 이론은 전부 객관적 실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론이란 모두 실재의 모델일 뿐 실재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세계의 구조를 어떻게든 설명하려 하면서 과학자들이 하는 것은 세계의 아름다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며, 이 모델들이 최대한 더 많은 현상의 작용을 설명하고 묘사할 것이다.  


도식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물체의 낙하, 전기 현상, 소우주의 현상 등) 어떤 현상에 관한 관찰과 실험 자료가 있다. 이 현상들 이면에 무엇이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과학자들이 알아내야 한다. 이것은 이 현상을 예측하고 또 가능하다면 다루기 위해 필요하다. 과학자가 무엇을 하나? 그는 어떤 설명을 궁리한다. 즉, 가설을 세운다. 이후 이 가설을 토대로 다른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고 검증한다. 

만약 가설이 모든 데이터에서 확인되면, 이론이 된다. 


이론이란 아이디어와 원칙의 체계로서, 과학자들이 세계에 대한 일련의 진리로 현재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이론이 더 오랜 세월 유지될수록, 더 많은 사람은 모든 것이 실제 그렇다고 믿기 시작한다. 

이론이 단순한 세계 모델에서 세계가 실제 그렇게 이뤄졌다는 도그마로 바뀐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가 이 도그마를 진실로 받아들이면서 세계에 대한 다른 시각 갖추기를 멈춘다. 바로 이 때문에 세계의 구조와 작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과학계에 들어서서 제 자리 차지하기가 아주 힘든 것이다


여기서 부정적인 현상이 두 가지 생긴다. 1) 사람들이 세계의 모델(모형)을 세상의 진짜 구조로 받아들이고 2) 사람들이 세계 구조에 관해 다른 모델들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 가장 슬픈 일은… 이 이론이란 것이 죄다 한갓 마인드의 장난일 뿐임을 일부 독단적인 과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학의 첫 번째 한계는 ‘세계의 모델’을 ‘세계의 실제 구조’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며, 두 번째 한계는 세계에 대한 현재 이론 그림에 맞지 않은 것은 전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대기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뉴턴 시대에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가 어떤 상자에 대고 하는 말을 다른 도시에 있는 사람이 다른 상자로 듣는 장면을 그 시대 사람들이 봤다면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들에게… 우리 주위에는 실제로 전자기장이 있어서 이것이 모든 공간에 퍼져 있고, 이 전자기장을 따라 전자기파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여 신호를 한 상자에서 다른 상자로 전송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당신을 미치광이나 요술쟁이로 여겼을 것이다. 그 시대 과학은 전자기파와 파동이란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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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토리를 이제 이런 얘기와 비교해 보자. 

“사람들이 서로 생각을 전달도 하고 과거를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모든 의식을 하나의 정신 공간으로 연결하는 정신 영역의 도움으로 수행되는데, 이 공간에서는 모든 의식적 존재의 모든 주관적 세계에서 나오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언급을 어떻게 여기나? 이게 과학적인가? 헛소리는 아닌가? 


저런 언급이나 주장을 현대 과학이 헛소리라 치부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과학이 세우는 세계 모델에 ‘정신 영역/場’과 ‘정신 공간’ 같은 개념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전자기장을 통해 전자기파를 전달하는 상자 이야기와 현대 과학이 인정하지 않는 텔레파시에 관한 이야기에 무슨 차이가 있나? 차이가 전혀 없다. 과학이 자연의 어떤 현상을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뭔가를 연구하기보다는 뭔가를 부정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텔레파시에 관한 역사에서는 텔레파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지 못하게 하는 면이 한 가지 있다. 이것이 과학적 접근의 세 번째 한계요, 내 보기엔 가장 심각한 한계이다. 


문제는 과학이 오로지 외적 실재만 다룬다는 데 있다. 즉, 많은 이들이 보고 인식할 수 있는 것만 다룬다는 데 있다. 사람의 내적 실재를 과학은 다룰 수 없다. 이를 위한 도구가 과학에는 없다. 


텔레파시 현상으로 돌아가 보자. 이 현상을 과학은 왜 제대로 연구하지 못하나? 왜냐하면, 사람이 특정 순간에 무엇을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생각은 그만이 알 수 있는 그의 주관적 실재에 해당한다. 따라서 메시지를 전달한 사람이 무엇을 생각했으며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무엇을 봤는지, 정확하게 말하기가 불가능하다. 


영기 靈氣



대부분의 영적 수행이 비과학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까닭은 어떤 주관적 세계에 외부인들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영적 수행과 실천은 사실상 주관적 세계의 현상을 다룬다. 영기/靈氣의 치유 관행을 예로 들자. 

손으로 치유한다는 것이 과학적 관점에서는 과학을 모독하는 것이며 사람들한테서 돈만 우려내는 짓이다. 하지만 영기의 치유 효력을 한 번이라도 감지하거나 자신이 치유자인 사람은 당신에게 영기 세션이 실제로 인체에 작용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 세션 동안 생기는 느낌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감각적 체험을 묘사하기는 아주 힘들다. 그건 당연히 사람의 내면세계에서 생긴다. 이 치유 세션에 참여한 사람의 정직한 증언 외에 다른 증거는 없다. 한데 이미 여러 해 동안 영기를 수행하는 대가들은 이 특별한 느낌 속에서 살며 그 뉘앙스를 구별하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과학은 아주 강력한 세상 인식 도구이다. 과학 덕분에 인류는 새로운 수준의 삶에 들어섰다. 우리가 보았거나 이용한 모든 테크놀러지는 과학의 선물이다. 과학 덕분에 우리는 우주로 나갔다. 과학 덕분에 우리는 대기를 통해 지구를 빨리 오갈 수 있다. 과학은 인간 존재를 아주 크게 바꿔 놓았다. 


그러나 그 모든 힘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주관적 세계 연구에서는 과학에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적 수행과 종교가 있다. 영성과 종교는 내향성과 자기탐구의 방법으로 주관적 세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해하려 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 주관적 세계를 탐구할 것이다. 이것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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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엑소시즘을 받는 수녀

 


 

  진짜 귀신들림을 협잡이나 질병 증세와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가톨릭교회는 네 가지 테스트를 제시한다. 언어 테스트, 초자연적 물리력 테스트, 공중부양 테스트, 투시력과 예지 테스트. 

 

  만약 어떤 사람이 정상 상태에서는 전혀 모르는 언어를 특별한 경우에 이해하거나 말할 수 있다면, 만약 공중부양이라는 물리적 기적을 명백히 보이거나 놀라운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만약 미래를 확실하게 예견하거나 멀리서 일어나는 사건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악마에 사로잡혔다고 볼 수 있다. 

 

  (혹은, 그게 아니라면, 특별한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에 신이 내린 기적과 악마의 기적은 불행히도 겉보기에는 똑같으니까. 성자처럼 무아지경에 빠진 이들의 공중부양은 황홀경에 빠진 귀신들린 자들의 공중부양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만약 다르다면, 그건 오로지 그들의 도덕적 경력과 그 행위의 결말이다. 

  한데 어떤 사람이 고귀한 모티브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악마 같은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가장 깨끗한 이들조차 ESP와 PK[각주:1] 능력을 선보였다가 악마주의라고 비난받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공식적이고 시대상으로 본 마귀 들림 범주는 그러하다. 이 초감각적 능력이며 염동과 관련된 현상들은 전에 완벽하게 여겼던 영혼 개념이 충분치 못한 것이었음을 우리 현대인들에게 증명한다. 우리네 의식적 자아 너머에 광활한 무의식 영역이 있는데, 이 무의식은 우리 에고보다 더 좋고 현명할 때도 있고 더 나쁘고 우둔할 때도 있다. 

 

  무의식의 가장자리 어딘가에서 인간 영혼이 외부 심령 매개와 결합하는 지대가 시작되고, 이 매개를 통해 모든 영혼이 서로 소통하고 우주정신과 직접 교류할 수 있다. 이 무의식적 수준들 중 하나에서 정신이 에너지와 접하는데, 이 접촉은 육체 안에서만이 아니라 (숱한 증언과 통계가 증명하듯이) 육체 바깥에서도 이뤄진다. 

  우리가 살펴본 대로, 이전 시대의 심리학은 독단적 정의 때문에 무의식의 작업을 무시할 수밖에 없으며,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과 부닥치게 되면 모든 것을 악마의 간계로 돌려야 했다

 

  우리는 잠깐 엑소시스트들과 그 동시대인들 입장에 서도록 해 보자. 마귀 들림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기준이 확실한 것이라 가정하고, 수녀들이 악마에 들씌웠으며 주임신부를 마법사라고 공표한 근거를 검증해 보자. 적용하기 가장 쉽기 때문에 실제로 가장 자주 쓰이는 테스트, 곧 언어 테스트로 시작하겠다.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방언 말하기’는 성령이 베푼 각별한 은사요 무상의 선물이지만, 동시에 (우주 본질이 묘하게도 다의적이듯이) 악마에 들씌웠다는 확실한 증상이기도 했다. 대부분 경우 소위 방언이란 지금까지 모르던 언어를 실수 없이 정확하게 구사한다는 뜻이 아니다. 흔히 그건 웬만큼은 똑똑히 발음되고 웬만큼은 조리가 있는 횡설수설로서 어떤 전통적 스피치 형태와 비슷한 듯싶기에, 호의를 지닌 청자들한테는 친근했던 어떤 언어로 조금 불분명하게 말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 

 

  혹자가 의식 상태에서는 몰랐던 언어를 트랜스 상태에서 술술 말하는 경우를 두고 연구한 결과 대체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즉, 그 사람은 머나먼 유년기에 그 언어로 말하다가 그 후 까맣게 잊었거나, 아니면 예전에 그 언어를 듣고 단어 의미를 모르면서도 그 어음들과 무의식적으로 친근해졌다가 이제 재현하게 됐다는 것. 

  F. W. H. 마이어스의 말대로라면, 기타 모든 경우에서 「새로운 언어나 이전에 모르던 수학 지식 같은 지적 정보를 특별한 연구도 없이 실제로 잔뜩 얻을 수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텔레파시 경우는 좀 다르지만.」  

 

  심령술과 자동기술(automatic writing) 연구를 포함해 현대 심리학을 고려할 때 귀신들렸다고 추정된 사람이 방언 테스트를 아주 깨끗하게 통과한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확실한 것은, 완전한 실패로 기록된 경우는 아주 많은 반면에 성공했다는 기록은 대개 편파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 마귀에 들렸다고 주장하는 협잡꾼들을 까발리는 데 교회 조사관들이 언어 테스트를 가끔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1598년 마르테 브로시에라는 여성이 악마에 들씌운 증상을 여럿 내보임으로써 유명해졌다. 그 한 증상은 아주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것으로, 그녀한테 라틴어 기도문이나 엑소시즘 문구를 읽어 줄 때마다 발작을 일으켰다. (알려지다시피, 악마들은 하나님과 교회를 증오하기 때문에 성서나 기도서의 거룩한 단어를 접하면 격노한다.) 

 

  이 무식한 여인이 라틴어를 도대체 어떻게 아는 것일까 시험하기 위해 오를레앙의 주교가 페트로니우스[각주:2]의 책을 펼치고 <에페수스의 과부>라는 아주 비교훈적이며 좀 지저분한 대목을 장엄한 어조로 읽었다. 효과는 정말 마술 같았다. 첫 구절이 낭랑하게 다 울리기도 전에 마르테가 마룻바닥에 엎어져 뒹굴면서 신성한(!) 말씀을 들려주어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주교한테 욕설을 퍼부었다.  

 

  한데 이 테스트 불합격에도 불구하고 마귀 들린 여인이라는 명성에 종지부가 찍히기는커녕 마르테가 계속 인기를 누렸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주교를 피해 달아나서 카푸친회 수사들의 보호를 받았다. 그들은 그녀가 부당하게 박해받았다고 선언하고, 저들 엑소시즘에 엄청나게 많은 군중을 끌어들이는 데 그녀를 이용했다. 

 

  내가 아는 한, 루덩의 수녀들은 ‘페트로니우스 테스트’ 같은 것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사실, 참관하러 온 한 귀족이 그와 비슷한 실험을 하긴 했다. 그는 엑소시스트에게 상자를 하나 건네면서, 아주 귀한 성유물이 들어 있다고 귀띔했다. 그 상자를 수도사가 한 수녀 머리 위에 올리자 그녀가 금방 견디기 힘든 통증 때문에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탁발수사가 몹시 흐뭇해하며 상자를 주인에게 돌려주자, 주인이 상자 뚜껑을 열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였다. 

 

  그 안에는 숯덩이 두어 조각 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아아, 나리, 우리한테 왜 이런 장난을 하시는 겁니까?” 

  엑소시스트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귀족이 응수했다.

  “수도사여, 그대야말로 우리한테 왜 이런 장난을 하는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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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에서는 단순한 방언 테스트를 종종 시도했지만, 결과가 늘 신통치 못했다. 수녀들이 마귀에 들렸다고 굳게 믿은 니옹이 기록한 에피소드가 여기 있다. 

  님(Nimes)의 주교가 클레어 수녀에게 가서 묵주를 가져와 아베마리아 기도문을 읽으라고 그리스어로 지시한다. 그 말을 듣고 클레어 수녀가 처음엔 머리핀을 가져오고 이어서 아니스 씨 같은 것을 가져온다. 그러나 주교의 못마땅한 표정을 보고서 “아아, 뭔가 다른 것을 원하셨군요” 하고 능청 떨면서 결국 묵주를 가져오고 필요한 기도문을 읽었다. 이 일을 순진한 니옹은 기적 같은 사건으로 여겼다. 

 

엑소시즘 중에 VIP 방문객 손등에 수녀가 입을 맞추다.가

 

  기적이라 불린 방언 테스트 대부분은 설득력이 더 떨어져 보였다. 라틴어를 모르는 수녀들이 역시 라틴어를 모르는 악마들에 들씌웠다. 이 이상한 사실을 해명하기 위해 프란체스코회의 한 엑소시스트는 설교단에서 악마들 중에는 배운 자도 있고 못 배운 자도 있다고 공표했다. 

 

루덩에서 유일하게 교육받은 악마들은 원장수녀에게 파고든 자들이었다. 그러나 이 배웠다는 악마들조차 라틴어 문법은 형편없었다. 세리제 치안판사가 배석한 가운데 1632년 11월 24일 진행된 신문 기록의 일부를 여기 소개한다. 

 

  「바레가 악마에게 묻는다. “Quem adoras?” 

  대답: Jesus Christus. 

  그러나 법정 관리가 큰 소리로 말한다. “이 악마가 하는 말은 뭔가 안 맞소.” 

  그러자 엑소시스트가 질문을 바꾸었다. “Quis est iste quen adoras?” 

  그녀가 대답했다. “Jesu Christie.” 

  그 대답에 몇몇이 지적했다. “라틴어가 틀렸어!”

  그러나 엑소시스트는 그들이 잘 듣지 못했으며 수녀원장이 “Adoro te, Jesu Christe” 하고 말한 것이라고 우겼다. 

  그러고 나서 키 작은 수녀가 달려와서 깔깔대며 “그랑디에, 그랑디에!” 하고 외쳤다. 또 보조 수녀 클레어가 말 울음소리를 내며 들어왔다」[각주:3]

 

  가엾은 잔느! 그녀는 주격이며 대격, 호격 같은 복잡한 격변화를 이해할 만큼 라틴어를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것이다. Jesus Christus, Jesu Christe… 기억할 수 있는 건 다 입에 올렸지만, 그래도 저들은 틀린 라틴어라고 하다니! 

 

  그러자 세리제가 선언했다. “만약 수녀원장이 내 질문 두세 가지에 시원스레 대답한다면” 나도 그녀가 정말 악마에 들씌웠다고 믿어 보겠소. 그러나 질문이 나왔지만 대답이 없었다. 완전히 당황한 잔느는 결국 발작을 일으키고 희미하게 울부짖음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 설득력 떨어지는 시연을 벌인 다음날 바레가 세리제를 찾아가서 자신은 정말이지 순수하게 행동했으며 악의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가 성합을 머리에 올리고 맹세하기를, 이 모든 일에서 수녀들한테 그 어떤 비행이나 속임수, 강압 따위를 썼다면 자신이 저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카르멜회 수도원장이 앞으로 나와서 비슷한 주장과 저주를 운운했다. 그 역시 성합을 머리 위에 올리고 이 사건에서 자신이 죄를 범했거나 오류를 저질렀다면 다단과 아비람의[각주:4] 저주를 받을 것이라 했다.」   

 

  아마도 바레와 수도원장은 저희 행위의 괴물 같은 측면에 눈이 멀 정도로 광적이었을 것이며, 그런 거창한 서약도 양심적으로 했음이 분명하다. 덧붙이자면, 참사회 위원 미뇽은 제 머리 위에 그 무엇도 올리지 않고 그 어떤 천벌도 자신에게 돌리지 않는 쪽을 택했다. 

 

  (몇 해 동안 마귀 들림 소동이 벌어지는 중에 루덩을 방문한 저명한 영국 여행객들 가운데 젊은 존 메이틀랜드가 있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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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extrasensory perception - 초감각적 지각, 초능력. *psychokinesis - 사이코키네시스, 염력 행사, 정신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일 [본문으로]
  2. Gaius Petronius (?20-66) - 고대 로마의 정치가, 소설가. 미모와 정숙함과 정절로 소문났던 ‘에페수스의 과부’가 남편 죽은 뒤 따라서 굶어죽기로 작정했다가 변절하여 타락한다는 삽화는 장편 <사티리콘>에 실려 있다. [본문으로]</사티리콘>
  3. (*넌 누구를 경배하느냐?) (*예수 그리스도) (*네가 경배하는 이가 누구냐?) (*예수 그리스도 - 문법이 틀렸다. “Jesum Christum”으로 대답해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을 경배합니다.) [본문으로]
  4. 민수기 16:1-16:5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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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The Devils of Loudun, Huxley Aldous

 


 

7-2

 

  우리가 살펴봤듯이 마귀 들림이라는 가설이 그럴 듯해 보인 이유는… 생리학이 아직 세포 구조나 유기체의 화학적 과정을 찾지 못했으며, 심리학이 무의식 수준에서 벌어지는 정신 활동을 사실상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마귀 들림이란 것을 현재는 주로 로마가톨릭과 심령주의자들만 받아들이고 있다. 

 

 심령술사들은 심령술 세션 중에 벌어지는 몇몇 희귀한 현상을 죽은 사람의 혼이 영매의 몸에 잠시 들어앉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톨릭교도들은 떠도는 혼령의 존재를 배척하지만, 어떤 정신적 착란과 육체적 교란을 악마 세력의 작용으로 설명하고, 정신이나 육체가 신비로운 상태에 접어드는 것을 어떤 거룩한 힘의 작용으로 해석한다. 

 

  내가 알 수 있는 한 귀신들림이라는 생각에 자가당착이란 전혀 없다. 이런 개념을 ‘고대 미신의 잔재’라 치부하면서 막연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건 다른 설명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에 조심스레 고려할 수도 있을 작업가설로 취급하는 것이 더 낫겠다. 

  현대 엑소시스트들은 대부분의 마귀 들림이 히스테리 형태이며 그런 강박관념을 정신의학으로 치료하는 게 더 좋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가끔은 단순한 히스테리를 넘어 초자연적인 뭔가가 틈입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그럴 때는 들러붙은 악령을 엑소시즘으로 몰아내야 치료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육체를 떠난 스피릿이나 죽은 사람의 ‘심령 요소’의 입을 통해 말하는 영매도 희귀한 현상을 설명하는 논거가 됐다. 그런 귀신들림의 초기 증거는 마이어스의 <인격, 그리고 육체적 죽음 이후 인격의 생존>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다.[각주:1] 이런 부류의 저술로 얼마 전 나온 것으로는 조지 티렐[각주:2]의 <The Personality of Man>이 있다. 

 

  이 주제를 저서 <귀신들린 자들>에서 아주 상세하게 연구한 외스터라이흐[각주:3]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즉, 악마에 대한 믿음은 19세기 내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그 대신 ‘떠도는 혼령’이라는 개념이 훨씬 더 흔해졌으며, 그런 만큼 이전에 자기네 질병을 악마 탓으로 돌리던 노이로제 환자들이 폭스 자매가 등장한 뒤로는 죽은 악인들의 떠도는 혼령을 비난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최근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귀신들림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형태를 띠었다. 이제 신경증 환자는 어떤 적대자가 보낸 무선 메시지 같은 것에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고 종종 투덜댄다. 가엾은 에디 부인[각주:4]의 상상 속에서 여러 해 떠돌던 ‘악의적인 동물 자기’가 이제 ‘악의적인 전자 기기’로 바뀌었다. 

  천육백 년대에는 무선통신이 없었고, 떠도는 혼령이라는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로버트 버튼이 악마란 죽은 악인들의 혼령이라는 견해를 인용하지만, 그것이 ‘터무니없는 교리’임을 강조하고자 함이었을 뿐이다. 그가 보기에 마귀 들림이란 명백한 사실이요, 전적으로 악마들의 소행이었다. (250년 지나 마이어스가 보기에도 귀신들림이 실재하는 사실이긴 했으나, 그건 이미 악마가 아니라 죽은 사람들의 혼령에 의한 것이었다.) 

 

  악마들은 존재하나? 만약 그렇다면, 그들이 잔느 수녀와 다른 동료 수녀들 몸에 들어앉았나? 마귀 들림 문제와 마찬가지로, 선하든 악하든 무심하든 인간 외적인 스피릿들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을 그저 황당하거나 자가당착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넘길 수만은 없다. 인간의 정신만이 우주에서 유일한 정신임을 믿으라고, 그 무엇도 우리를 다그치지 않는다

 

  만약 투시력과 텔레파시, 육감 등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라 한다면 (그런 현상을 거부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공간과 시간과 물질에 덜 좌우되는 정신 작용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 외적인 지능들이, 형태가 없거나 혹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방법으로 우주 에너지와 연결된 인간 외적인 지능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부정할 근거는 전혀 없어 보인다. 

  (덧붙이자면, 우리가 ‘육체’라 부르는, 고도로 조직화된 우주 에너지 응축물과 우리네 마인드가 어떻게 결합되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어떤 연관이 있음은 분명하나, 물리적 에너지가 사유 에너지로 어떻게 바뀌는지, 사유 에너지가 물리적 에너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크리스트교에서 악마들은 최근까지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독교가 존재하던 맨 처음부터 그래 왔다. А. 르페브르 신부가 언급하듯이, 이런 이유에서 그렇다. 

  「악마는 구약에서 아주 작은 자리만 차지한다. 악마의 제국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한데 신약은 사탄을 악의 동맹 세력의 우두머리로 들춰낸다.」 

  현재 번역된 <주기도문>에서 우리는 악에서 구해 달라고 전능자에게 청한다. “우리를 유혹에 들지 않게 하시고, 다만 악에서, 유혹자에게서 구하소서.” 

 

  이론으로나 신학적 정의로나 크리스트교는 마니교[각주:5]처럼 이원론적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인에게 악은 본질적인 게 아니며, 현실적이고 기본적인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선이 박탈된 것이요, 하나님께 근원을 얻은 자들이 타락한 것일 뿐이다

  기독교의 사탄은 아리만[각주:6]의 다른 이름이 아니요, 빛이라는 신성한 원칙에 맞서는 어둠이라는 영원한 원칙이 아니다. 사탄이란 여러 시기에 하나님한테서 떨어져 나온, 숱한 천사들 가운데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자에 불과하다. 그저 정중하게 대한다는 뜻에서 그를 어둠의 제왕이라 부르는 것일 뿐. 악마는 많은데 그 중에 우두머리가 사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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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들은 다 개체이고, 그 각각이 나름대로 성격과 기질, 유머감각, 변덕, 특이성을 지닌다. 권력 지향적인 악마, 음탕한 악마, 탐욕스러운 악마, 오만하고 으스대는 악마 따위가 있다. 게다가 어떤 악마들은 다른 자들보다 더 뚜렷한 지위를 차지한다. 왜냐면, 그들은 타락하기 전 하늘 계급에서 차지한 지위를 지옥에서도 유지하니까. 

  하늘에서 천사나 대천사였던 자들은 중요성이 적은 하급 악마들. 한때 주권자나 권품천사이거나 능품천사였던 자들이 지옥에서 고급 중산층을 이룬다. 왕년에 지품천사며 치품천사로 있다가 타락한 자들은 귀족이 되는데, 그들 권세는 아주 막강하여 (수렝 신부가 아스모데우스에 관해 언급한 바로는) 지름 30 리그[각주:7]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물리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어도 17세기 신학자 시니스트라리[각주:8] 신부는 주장하기를, 사람은 악마뿐 아니라 해롭지 않은 영적 실체들한테도 홀리거나 최소한 사로잡힐 수 있다고 했다. 이 순진한 영으로는 고대인들의 파우누스, 님프, 사티로스, 유럽 농촌의 고블린, 현대 심령 연구자들의 폴터가이스트가 있는데이들이 악마들보다 더 자주 사람한테 들러붙는다고 한다. 

  시니스트라리 신부에 따르면, 대다수 인큐버스와 서큐버스[각주:9]는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미나리아재비나 메뚜기보다 더 나쁘지도 않고 더 좋지도 않았다. 

 

incubus succubus

 

  한데 루덩에서는 이런 친절한 이론을 거론하는 사람이 불행하게도 없었다. 수녀들 상상에서 난무하는 색정적 판타지는 죄다 사탄과 그의 전령들 탓으로 돌리고 말았다

 

  반복하건대, 신학자들은 마니교의 이원론으로부터 기독교를 철저히 지켜왔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인들은 늘 악마가 마치 하나님과 자격이 동등한 경쟁자인 양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들은 선과 선행을 키우는 방법보다는 악과 악에서 벗어남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악의 치료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 안에 있는 하나님을 위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안에 있는 악과 맞서 싸우는 이들은 세상을 좋게 만들기 어렵다. 잘 해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놓아둘 뿐이며, 자칫 더 나쁘게 만들게 되는 경우마저 있다. 악을 더 많이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지녔다 할지언정 세상에 악이 더 횡행하도록 조장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기독교는 실제에서 마니교의 이원론에 종종 빠지면서도 교리로 보자면 그런 것이 절대 아니었다. 이런 측면에서, 기독교는 행위뿐 아니라 신조와 이론에서도 마니교 식 이원론인 코뮤니즘과 내셔널리즘의 맹목적인 숭배와는 차이가 있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우리는 빛의 편에 있으나 저들은 어둠 쪽에 있다고 확신한다. 저들이 어둠의 종사자인 한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을 공경하는 우리네 본성이, 가혹함을 다 정당화하지 않는가) 저들을 징벌하고 파괴해야 한다. 

  20세기에 사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오르마즈드[각주:10]처럼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다른 동료들을 악의 원리인 아리만으로 간주함으로써 이 시대의 악마주의에, 극악무도한 행위에, 승리를 안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루덩에서 엑소시스트들이 행한 것이 바로 그런 짓 아니겠는가. 단지 무대와 규모가 작았을 뿐이지. 그들은 하나님을 저희 파벌의 정치적 이익과 맹목적으로 동일시하고 저희 생각과 노력을 악마의 힘에 집중했다. 그 결과 그들이 맞서 싸운 사탄이 승리하도록 안간힘을 쓴 꼴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도, 그 승리는 한 도시에 국한되고 한시적인 것이었지만. 

 

  인간 외적 정신들이 우주에 존재하는지 아닌지, 또 그것들이 사람 몸에 들어앉을 수 있는지가 지금 우리 책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물음은 오직 하나. 즉, 만약 그런 현상들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그것들이 루덩에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이라 추정할 수 있을까? 

  현대 가톨릭 사가들은 그랑디에가 재판받고 처형될 만한 죄를 범하지 않았다는 데 한 목소리로 동의한다. 그러나 브레몽 수도원장이 <프랑스에서 종교적 감정의 문학적 역사>에서 거론하는 몇몇 사가들은 수녀들이 정말 마귀 들림의 제물이었다고 아직도 확신한다. 관련 문헌들을 섭렵하고 이상심리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런 의견을 지닐 수 있는지, 난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수녀들 행위에는 현대 정신과 의사들이 기록한 많은 히스테리 사례에서 벗어나고 훌륭하게 치료될 수 없는 것이 없다. 또 악마 세력의 징표가 된다는 초자연적 능력을 수녀들 중 누군가가 발휘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 

 

  (짜 귀신들림을 협잡이나 질병 증세와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가톨릭교회는 네 가지 테스트를 제시한다. ...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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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Frederic Myers (1843-1901) - 영국의 고전학자, 인문학자, 시인, 심리학자, 심령 연구가. 런던 '심령 연구 협회' 창설. 는 잠재의식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끼쳤다는 평가. 수면(정상적 징후), 히스테리(비정상적 징후), 텔레파시(비범한 징후) 등을 잠재의식의 기능으로 보다. 현대 초심리학에 영향. [본문으로]
  2. George Tyrrell (1879-1952) - 영국의 초심리학자. 초자연적인 주제를 주류 심리학에 소개. <유령 apparitions>(1953)은 심령 연구 분야에서 고전적 이론서. [본문으로]</유령>
  3. Traugott Oesterreich (1880-1949) - 독일의 철학자, 종교철학의 권위자, 튀빙겐대학 교수, 현대 독일 학자들 중 처음으로 심령 현상을 믿는다고 공표. 유대인 아내와 반군국주의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나치 치하에서 겨우 살아남다. 은 귀신들림과 다중인격을 고대의 경우부터 상세히 연구한 저술로서, 윌리엄 블래티의 소설 <엑소시스트>(1971)에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이 영화화된 이후 귀신들림과 엑소시즘에 대해 관심이 다시 일면서 외스터라이흐의 책들도 다양하게 다시 출간됐다. [본문으로]
  4. Mary Eddy(1821-1922) - 1866년 미국의 신흥 교파 크리스천 사이언스 창시. [본문으로]
  5. 페르시아 사람 마니(216-276)가 창시한 2원론적 종교 운동. 오랜 기간 크리스트교의 이단으로 간주돼 왔지만, 일관된 교리며 엄격한 제도와 조직을 갖추면서 하나의 종교가 되었다. 진리에 대한 영적 지식(gnosis)을 통해 구원에 이른다는 영지주의(靈知主義)에 속한다.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두 실체, 즉 영혼과 물질, 선과 악, 빛과 어둠이 분리되는 과거와, 두 실체가 혼합되는 현재, 원래의 2원성이 재설정되는 미래의 3단계로 구분. [본문으로]
  6. Ahriman - 아리만 또는 아흐리만. 조로아스터교의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악이자 근본적 어둠을 상징하는 존재. 선과 진실의 근원인 아후라 마즈다에 대립하는 신. [본문으로]
  7. league - 프랑스의 거리 단위. 1리그=4.8 킬로미터. [본문으로]
  8. Ludovico Sinistrari (1622-1701) -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회 성직자, 저술가. [본문으로]
  9. succubus - 중세 유럽의 전설과 민속에서, 남성의 꿈에 나타나 유혹하는 여성형 몽마(夢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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