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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Aldous Huxley, The Devils of Loudun

 


 

 

7-1  

 

  특정한 시대와 지역에서는 전혀 허용되지 않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생각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혹자가 특정한 감정을 절대 못 느끼고, 그 감정이 부추기는 행위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가 극히 비판적으로 대하는 행위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면서도 나오는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느낌과 기질이 허용하는 대로 개개인이 느끼고 행할 수 있다 해도, 그 각자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기란 특정한 시대와 지역의 평가 기준 안에서만 가능하다

  생각과 행위는 전통적 도덕과 이데올로기 같이 지배적인 사고방식으로 해석되기 마련인데, 이 사고방식이 충동과 감정을 웬만큼 조절은 해도 완전히 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렇게 하면 지옥행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죽을죄를 저지르는 신자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피에르 베일[각주:1] 이 1592년 혼인에 관한 논저를 출간한 예수회 수사 토마스 산체스에 관한 주석에 숨겨 놓은, 대단히 분별 있는 언급을 인용하고자 한다. 산체스의 논저를 동시대인들과 후손들은 지극히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했다.[각주:2] 

  우리한테 흥미로운 주제를 베일은 이렇게 판단한다. 

  「신부에게 고해하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우리가 웬만큼 알지만, 고대 이교도들의 사생활이 어떠했는지는 모른다. 그런 고로 이교도들의 혼인이 기독교인들 경우처럼 육욕으로 더럽혀졌는지를 우리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불신자들이 성서의 가르침을 믿는 많은 사람들보다 더 난잡하게 굴지는 않은 듯싶다

  성서의 가르침을 믿는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 연옥, 로마가톨릭교회의 여러 교리를 알고 있다. 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극도로 불결한 행위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다음 생을 의심하거나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타락한다고 확언하는 견해를 반박하기 위함이다.」 

 

  여러 모로 판단컨대 1592년도 인류의 섹스 관행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행위에 대한 생각에서만 사람들이 달라졌을 뿐. 그 당시에는 하벨록 엘리스나 크라프트에빙의 생각이 참으로 혐오스럽게 보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현대 성과학자들이 묘사한 감정과 행위는 옛날에도 지금처럼 널리 퍼져 있었다. 지옥 불을 성스럽게 믿는 사회와 믿음을 상실한 사회 간에 차이란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다음 몇 대목에서 나는 인간 본성에 대해 17세기 초 사람들이 어떤 평가 기준을 갖고 있었는지 아주 간략히 기술하겠다. 이 평가 기준은 훨씬 더 이른 시대에 형성됐으며 기독교 전통 교리와 밀접했고, 그래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로 수용돼 왔다. 우리는 아무리 무지하다 해도 최소한 회의를 품어본다는 것쯤은 배웠다. 낡은 사고방식이 여러 면에서 특정한 체험 사실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오늘날 다들 확실히 알고 있다. 

  이 이론적 관점의 불충분한 면이 예전 사람들 일상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우리는 그렇게 물을 수 있으며, 그 대답은 이러하리라. 어떤 경우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아주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사람은 현행 심리 이론을 전혀 모르면서도 뛰어난 심리학자처럼 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또한 명백히 부적절한 심리 이론을 신봉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통찰력이 있다면 여전히 뛰어난 심리학자처럼 행동한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반면에 인간 본성에 대한 잘못된 이론은 (히스테리를 악마에 사로잡혔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이론 같은 것은) 사람들한테서 최악의 욕망을 일으키며 형용 못할 야만성을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니 이론이란 본질적인 게 아니면서도 동시에 정말 중요한 것이다

 

The Anatomy of Melancholy, Robert Burton

 

  그랑디에의 동시대인들은 평범한 행동이며 또 루덩에서 발생한 희한한 일들을 인간 본성에 관한 어떤 이론으로 해석했을까? 이 물음에 우리는 주로 로버트 버튼을 인용해서 답해 보려고 한다. 고전이 된 그의 저서 <멜랑콜리 해부>의 몇 장에는 데카르트 이전 시대 모든 이들이 실제로 공리처럼 용인하고 간주한 철학이 간결하고 명쾌하게 담겨 있다. 버튼은 이렇게 쓴다. 

 

  「영혼은 불멸이고 무에서 창조되며, 수태 이후 반년 뒤 자궁에 있는 아기나 태아에 들어간다. 생명을 어미가 새끼한테 전하고 죽은 뒤에는 까맣게 망각되는 짐승들 경우와 다르다.」 

 

  영혼은 분리되거나 해체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단일한 실체이다. 어원적인 의미에서는 심리적인 원자, 잘게 썰 수 없는 무엇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 단일하고 나뉘지 않는 영혼에는 3위가 있다. 즉, 서로 다른 식물적 영혼, 감각적 영혼, 이성적 영혼을 포함하는, 단일체 안에 있는 3위 같은 것이다. 

 

  식물적 영혼이란 ‘자양분을 받고 성장하고 자신과 같은 것을 생산하는 유기체의 실질적인 의지’로 정의된다. 이 세 가지 기능을 라틴어로는 각각 altrix, auctrix, procreatrix로 부른다. 

  첫 번째 altrix는 영양 기능으로, 그 대상은 음식물이며 그 주요 기관은 감각적 생물에서는 간이요 식물에서는 뿌리나 수액이다. 그 목적은 영양분을 신체 물질로 바꾸는 것인데, 이 과정은 생명에 필요한 열로 수행된다. 영양 공급 기능이 신체에 영양분을 주듯이, (식물적 기능의 두 번째 작용이나 힘인) 성장 기능은 신체 규모를 키우는 것. 즉, 신체가 적당한 비율과 완벽한 모양을 갖출 때까지 자라게 만든다. 식물적 영혼의 세 번째 기능은 생식력으로, 같은 종의 재생산 작용이다. 

 

  이어서 감각적 영혼이 있는데, ‘이것은 짐승이 식물적 기능만 갖춘 식물계를 압도하듯이 그 가치에서 식물적 영혼을 능가한다.’ 감각적 영혼이란 ‘유기체를 살게 하고 감각과 식욕, 판단, 호흡, 운동을 촉진하는 의지’로 정의된다. 이 영혼의 주요 기관은 두뇌이며, 분별 있는 활동이 다 원칙적으로 여기서 나온다. 

  감각적 영혼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서, 각각 지각과 운동을 관장한다. 지각을 관장하는 부분은 또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으로 갈라져서, 외적 기능으로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오감이 있고, 내적 기능에는 세 가지가 관련되니, 상식과 판타지, 기억이다. 

 

  상식은 특히 눈과 귀 같은 감각기관이 보낸 메시지를 판단하고 비교하고 정리한다. 이 상식의 데이터를 판타지가 더 충분히 검증하고 ‘다시 마인드에 불러들이거나 나름대로 새 것을 만듦으로써 데이터를 더 오래 간직한다.’ 기억은 판타지와 상식에서 나오는 것을 죄다 받아서, ‘좋은 기록부에 저장한다.’   사람의 상상은 「분별을 필요로 하며 분별에 지배된다. 혹은 적어도 그러해야 한다. 그러나 짐승의 경우 상상보다 우위인 것은 없고, 그저 ‘짐승의 분별’만 가지고 있다.」 

  감각적 영혼의 두 번째, 운동을 관장하는 부분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또 ‘두 부분으로 나뉘어서, 각각 갈망과 이동이라는 기능을 맡는다.’ 

 

  끝으로 이성적 영혼도 있어서, 이를 철학자들은 「자연적이고 인간적이며 유기적인 신체의 으뜸가는 실질적 의지로 정의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바로 이 영혼에 복종하면서 살고 생각하고 인식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니까.」 

  이 정의에서 우리는 이런 점을 짐작할 수 있겠다. 즉, 이성적 영혼은 앞의 다른 두 영혼을 포함하며 그 두 영혼의 의무를 수행하고, 이 세 가지가 다 합쳐서 하나의 온전한 영혼을 이룬다는 것

  이 영혼은 (신체) 모든 기관에 있기는 하지만 자체로는 생물 구조가 아니고 무형이면서 각 영혼의 기관을 이용하고 그것들로써 작동된다. 영혼은 본질이 아니라 순전히 지적 기능하고만 관련돼 또 두 부분으로 나뉘기도 한다. 즉, 깨닫고 파악하는 이성적 기능인 이해,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는 이성적 기능인 의지. 이 두 가지에 다른 모든 이성적 기능이 매이고 복종한다

 

  대체로 이런 이론을 가지고 우리 선조들은 사람 심리를 생각하고 경험과 행위를 설명하려고 애썼다. 이 개념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내려왔으며 많은 요소가 신학적 교리들에 의거하거나 교리의 필연적 결과였고, 그렇기 때문에 반박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만약 그 이론이 옳다면, 오늘날 우리한테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는 인간 활동의 몇몇 측면은 생각도 설명도 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두 가지 예를 생각해 보자. 

 

  미스 보샹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나무랄 데 없지만 다소 병약하며 일상에서 원칙이 철저하고 억압된 상태에서 불안 증세가 심한 젊은 여대생. 그녀가 간간이 영판 다른 사람이 되어 아주 소란스럽고 서낙하고 튼튼한 열 살 아이처럼 행동했다. 이 앙팡테리블이 최면 상태에서 질문을 받고 자신은 미스 보샹이 아니라 샐리라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몇 시간이나 며칠 지나 샐리는 사라지고 미스 보샹이 의식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때는 샐리가 아니라 오로지 본래 자신의 의식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샐리라는 사람의 의식에 지배됐을 때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행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에 샐리는 미스 보샹에 대해 훤히 알고, 이 교양 있고 정직한 여성을 당혹케 하고 괴롭히기 위해 그 아는 것을 이용한다. 

  이 잘 알려진 경우를 정신과 의사 머튼 프린스가 맡았다.[각주:3] 이 기묘한 사례를 그는 현대적 무의식 이론으로 생각할 수 있고 최면술에 능했기 때문에, 미스 보샹의 인격 분열 증세를 치료하고 몇 해 만에 심신 건강을 찾아줄 수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 잔느 수녀의 경우는 미스 보샹과 본질적으로 흡사했다. 그녀는 주기적으로 평상시 자신의 껍질을 내던졌으며, 좋은 집안 출신의 존중받는 수녀에서 몇 시간이나 며칠 동안 신성을 욕하는 야만인으로, 수치라곤 전혀 모르는 입정 사나운 여인으로 돌변했으며, 자신을 때론 아스모데우스, 때론 발람, 때론 레비아탄이라 불렀다. 그리고 제 정신으로 돌아와서는 본연의 자신이 없는 중에 그 다른 자들이 무엇을 말하고 행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정말 그랬다. 그런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했나? 

  어떤 옵서버들은 이 비참한 비즈니스를 의도적인 협잡으로 단정했고, 또 어떤 관찰자들은 체액이 교란되면서 정신 교란으로 이어져 나타나는 ‘멜랑콜리’라고 했다. 이런 가설을 수용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오로지 한 가지 대안 설명만 남았으니… 바로 마귀 들림. 수녀들한테 악마들이 들어앉은 거야! 

 

  당대의 확고한 이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어떤 다른 결론에 이르기는 불가능했다. 기독교 교리에 따르면 ‘영혼’이란, 달리 말해 사람의 의식적이고 개인적인 부분은, 나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원자였다. 그런 만큼 인격 분열이라는 현대적 개념이 당대에는 신성 모독으로 들렸을 것이다

  만약 한 육체에 둘 이상의 인격이 갑자기 들어앉았다면, 우리 선조들 관점에서, 그건 결합이 단단치 못한 심리적, 신체적 요소들 덩어리가 분열됐기 때문이 아니라 나뉠 수 없는 영혼이 육체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하고 악령들이 대신 들어섰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었다. 여기서 이 고약한 영들이란, 종교에 따르면, 우주에 꽉 들어찬 무수한 초자연적 존재

 

  (우리의 두 번째 사례는 최면에 걸린 사람으로, 최면에 의해 강경증(强勁症) 상태로 들어선 경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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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Pierre Bayle (1647-1706) - 철학과 신학 비평가. 계몽시대 프랑스에서 새로운 변증가들과 회의론자들의 태두. 개신교 목회자 아들로 태어나 예수회 수사들에게서 철학 공부하며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가 다시 프로테스탄트가 됨. 한 저술이 무신론 혐의로 공격 받으며 사회 활동이 거의 정지된 상황에서 <역사와 비평 사전 dictionnaire historique et critique> 집필에 전념. (이 책은 1696년 2권으로 나온 뒤 50년에 걸쳐 9판을 찍고 1820년에는 파리에서 16권으로 발간됐다.)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이 저술을 두고 신교의 적이라 몰리며 종교적 관점이 공격 받으면서, 정신적 압박에 신체적 고통이 가중돼 숨졌다. <사전>은 프랑스 정신에 아주 고유한 회의론의 원천이 되며 프랑스 지성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 종교적 신조로부터 도덕적 행위와 도덕적 가치의 독립을 주창. [본문으로]
  2. Thomas Sanchez (1550-1610) - 에스파냐의 예수회 수사, 유명한 결의론자. 평생 자기완성을 위해 쏟은 열정과 견인불발을 동시대인들이 증언. 개연설에 대한 분방한 관념을 담고 있는 그의 저술은 로마가톨릭 금서 목록에 들고 방종하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특히 'mental reservation 심중 유보'에 관한 언급을 두고 파스칼이 <시골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질타했다. 교황 인노켄트 11세가 비판한 26가지 논제들 중 몇몇은 그의 저술들에 있었다. 그러나 1592년 출간된 는 로마교황청이 혼인에 관한 고전들 중 하나로 인정했다. [본문으로]
  3. Morton Henry Prince (1854–1929) - 미국의 의사, 심리학자. 신경학과 이상심리 연구. 심리 치료를 개발하기 위해 최면술을 최초로 이용. 보샹의 경우는 다중인격 연구에서 중요한 사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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