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루덩의 악마들 2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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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루덩의 악마들 1634년 화형

 


 

  아담의 약제용 악어 아래 저녁마다 모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가 가장 크고 원한이 가장 독했다. 주임신부를 극도로 혐오하지만 그가 일을 하도 교묘하게 처리한 바람에 분한을 그에게 불리한 쪽으로 분출할 수 없었다. 강요된 무위를 험한 언어로 벌충할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지만 적어도 토로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토로했다.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모욕적인 말로 지껄여댔기 때문에 마들렌의 친척들이 이른바 ‘중상 비방’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고해사제와 마들렌의 밀통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기록이 없다. 하지만 이 사람들도 트렌캉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설정된 진실이 가장 좋은 진실이라 믿었다. 

  Magna est veritas legitima, et praevalebit.[각주:1] 이런 금언에 의거하여 그들은 마들렌에게 아담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설득했다. 사건을 심리한 파리 고등법원이 약제사한테 유죄를 내렸다. 

 

  그러자 드브루 집안과 썰렁한 관계이고 그랑디에를 가증스럽게 여긴 지역 토호가 약제사 이름으로 항소했다. 두 번째 심리가 이뤄졌고, 거기서 하급법원의 판결이 확정됐다. 가엾은 아담에게 금화 640 리브르를 배상금으로 지불하고 두 차례 소송비용을 다 부담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것만이 아니다. 치안판사들과 마들렌 드브루와 그녀 친척들이 있는 자리에서 무릎 꿇고 모자 벗고 “앞에 언급된 처자를 겨냥해 끔찍하고 치욕스러운 말을 분별없이 악의적으로 입에 올렸다”고 말하고, 그러니 이제 그녀가 정조 있고 행실 바른 처녀임을 인정하면서, 하나님과 국왕과 법정과 당사자인 마드무아젤 드브루에게 용서를 빌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법적 진실이 화려한 승리를 거두었다. 

  변호사들과 검찰관, 경찰 수뇌가 패배를 인정했다. 

 

  앞으로 그랑디에를 공격하더라도 내연녀인 마들렌만큼은 못 건드리게 됐어! 

  그럴 수밖에 없지, 그녀 외가가 쇼베 가문이고, 세리제가 그녀의 사촌이고, 드브루 집안이 타바 가문이며 드뢰, 젠보 가문과 사돈인 바에야! 

  그렇게 막강한 친인척을 배경으로 둔 여자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정조 있고 행실 바른 처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거야! 반면에, 약제사가 정말 안 됐어. 위자료 때문에 파산 지경에 이르렀으니, 쯧쯧. 

 

  오호라, 인생이란 그런 것이고, 신비한 분배 섭리가 그렇구나. 우리는 저마다 작은 십자가를 갖고 있으며, 그리스도의 사도가 공정하게 지적했듯이 누구나 제 십자가를 져야 한다. 

 

  새로운 인물 둘이 우르뱅의 적진에 가담했다. 한 사람은 저명한 법률가요 왕실 법률고문인 피에르 메노. 그는 여러 해 동안 줄기찬 청혼으로 마들렌을 괴롭혔다. 매번 거부당하면서도 기죽지 않았으며 언젠가는 마드무아젤과 지참금과 부러운 연줄을 다 차지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마들렌이 주임신부에게 몸을 맡김으로써 제 권리라고 여겼던 것이 좌절됐음을 알고는 분개심이 하늘 끝까지 치솟을 수밖에! 그의 절규를 트렌캉이 공감하는 심정으로 경청하고 위로의 방편으로 참모회의 자리 하나를 제시했다. 제안이 선뜻 수락됐고, 이제부터 메노는 음모 집단의 가장 적극적인 멤버 축에 들게 됐다. 

 

  그랑디에의 두 번째 새로운 적은 메노의 친구인 자크 티보. 지역 토호인 그는 예전에 병사로 복무하다가 이제 리슐리외 추기경의 비공식 에이전트로서 지방 정치에 발을 좀 들여놓고 있었다. 티보는 애초부터 주임신부를 싫어했다. 

  시시껄렁한 하급 사제요 변변치 못한 계층 출신 주제에 카발리에가 기르는 콧수염을 기르고 고관대작처럼 무게를 잡다니! 게다가 라틴어 좀 안다고 사람들을 무시하는 꼴이란, 소르본 박사처럼 말이야! 그런데 이제 왕실 법률고문의 신붓감을 감히 빼앗아 가? 안 돼, 그런 자는 손 좀 봐줘야 해. 

  티보가 첫 번째 행보로 그랑디에의 가장 막강한 친구요 후견인들 중 한 사람인 벨레 후작을 찾아갔다. 그랑디에의 죄업을 있는 것 없는 것 죄다 들추며 열변을 토하자 후작이 입장을 확 바꾸어서 그 뒤로는 어제의 친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각주:2]처럼 대했다.

 

  그랑디에가 몹시 상처 받고 적잖이 동요했다. 후작이 등 돌린 일에서 티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둘러 귀띔했다. 나중에 두 사람이 마주쳤을 때 주임신부가 (제의를 다 갖춰 입고 마침 성 베드로 교회로 들어가는 중에) 적대자에게 쓰디쓴 질책을 퍼부었다. 응답으로 티보가 말라카 지팡이를 번쩍 들어 그랑디에의 머리를 겨냥해 내리쳤다. 

  루덩 전투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랑디에가 먼저 공세를 취했다. 티보에게 앙갚음하겠노라 다짐하고는 다음날 아침 파리로 떠났다. 

  성직자에게 가한 폭력은 행동으로 보인 신성 모독이요 교회를 더럽힘이야. 이 문제를 고등법원에, 법무대신한테, 재상한테, 국왕한테까지 들고 가겠어. 

 

  그의 출발과 여행 목적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담이 소상히 알게 됐다. 약재 찧던 절굿공이를 내던지고 검찰관에게 알리러 달려갔고, 검찰관은 즉각 하인을 보내 동맹자를 모조리 소집했다. 

  그들이 도착해서 이런저런 논의 끝에 역공 계획을 세웠다. 

  주임신부가 국왕께 호소하러 파리로 가고 없는 동안 우리는 푸아티에로 가서 주교에게 고발하는 거요. 

  문건이 최고의 법적 형식으로 작성됐다. 그 문건에서 주임신부는 수많은 기혼녀와 젊은 처녀들을 유혹했으며, 신을 욕되게 하고 불경스러우며, 기도서를 전혀 읽지 않고, 또한 담당 교회 구역에서 간통을 범했다고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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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진술을 소위 ‘법적 진실’로 바꾸기란 아주 간단했다. 아담이 우시장에 달려가서 꾀죄죄한 사람 둘을 데리고 금방 돌아왔다. 둘은 보수만 좀 받으면 어떤 문건에든 기꺼이 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부그로라는 자는 글을 쓸 줄 알지만 세르봉이라는 자는 겨우 십자 표시만 할 수 있었다. 일이 끝나자 ‘증인들’이 보수를 챙겨서 킬킬대며 선술집으로 달려갔다. 

 

  다음날 아침 검찰관과 경찰 수뇌가 말에 안장을 얹고 푸아티에로 느긋하게 떠났다. 거기서 그들은 주교의 법률 대리인, ‘품위 감독관’을 찾아갔다. 그들은 그랑디에가 이미 주교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환호했다. 

  주임신부의 애정행각이 그의 상관들 귀에까지 들어갔어! 

  음란함과 무분별에다 더 심각한 죄인 오만불손이 추가돼 있었다. 예를 들어, 바로 얼마 전 이 파렴치한은 사흘간의 사전 혼인 예고도 하지 않은 채 혼례를 허가하고 그 대가를 제 주머니에 넣음으로써 감독기관의 권위를 침범하는 방약무인을 저질렀다. 이 젊은 수탉의 날개를 분질러 놓을 때가 됐다. 루덩의 신사들이 아주 적절한 때에 온 것이다. 

 

  트렌캉과 에르베가 품위 감독관의 추천장을 가지고 주교 예하를 뵈러 말을 달렸다. 주교 관저는 시내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디쎄의 웅장한 성 안에 있었다. 

 

  앙리 루이 라로슈포제는 주교들 중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귀족 가문의 권리로 고위성직자가 됐지만, 그러면서도 학식 있는 인물이요 놀라운 성서 해설서의 저자였다. 그의 부친은 조셉 스칼리제르의 후견인이요 평생지기였고, 바로 이 저명한 학자한테서 젊은 귀족이요 나중에 푸아티에 주교가 된 그가 가르침을 받는 혜택을 누렸다. 마크 패티슨[각주:3]의 표현을 빌자면 조셉 스칼리제르는 ‘지금까지 지식을 얻느라 평생을 보낸 지성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지성.’ 

  스칼리제르[각주:4]의 프로테스탄티즘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간 개량에 관한 연구>라는 저서를 두고 예수회에서 진저리날 정도로 비방하는 것도 무릅쓰고 라로슈포제가 옛 스승한테 확고부동하게 충실했다는 점은 그의 신용에 대단히 크게 작용한다. 사실, 다른 모든 이단자들한테는 라로슈포제가 무자비한 적의를 과시했다. 주교 관구에 아주 많은 위그노들을 미워하고 그들 삶을 망가뜨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그러나 자선과 마찬가지로 나쁜 기질도 의인들 마당에나 죄인들 마당에나 골고루 내리는 비처럼 신성하게 공평하다. 같은 가톨릭신자라 해도 그를 화나게 하면 주교께서는 신교도 대하듯이 호되게 다룰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런 까닭에, 콩데 공이 섭정 마리 메디치에게 보낸 서신을 보면 1614년 이백 가구가 도시에서 성 밖으로 쫓겨나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사건도 그들이 성문을 통과하려 하면 화승총을 일제히 발사하라고 그들의 성직자가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불행한 이들의 죄는 무엇이었나? 왕비가 지명했지만 라로슈포제 자신이 싫어한 지방장관에게 충성한다는 이유였다. 대공이 왕비께 ‘전대미문의 파렴치한 짓을 범한 이 성직자를’ 징벌하라고 청했다. 물론 그 어떤 형벌도 따르지 않았고 이 주교는 고령에 졸중으로 타계한 1651년까지 푸아티에에서 계속 군림했다. 

 

  쉽게 발끈하는 귀족이요 작은 폭군, 책을 사랑하는 학자로서 서재 바깥 세계는 독서라는 진지한 작업에 괘씸한 방해물로 여긴 사람. 그랑디에의 적대자들이 알현하러 간 인물은 그런 성향이었다. 반시간 만에 그가 결정을 내렸다. 

  주임신부가 골칫거리였구나, 교훈을 줄 필요가 있겠소. 

  그랑디에를 체포하여 푸아티에 시에 있는 주교 관구 감옥에 가두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비서가 칙령을 작성한 뒤 서명 받아 봉인했다. 그 문건이, 재량껏 이용하라는 언질과 함께 트렌캉과 에르베에게 전달됐다. 

 

  그때 파리에서는 그랑디에가 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국왕을 직접 알현하게... <2편 4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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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포스트: 

루덩의 악마들 2편 2

루덩의 악마들 2편 1

루덩의 악마들 1편 8

루덩의 악마들 1편 7

루덩의 악마들 (1편 2)

루덩의 악마들 (1편 1)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루덩의 악마들 11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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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덩의 악마들 9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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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덩의 악마들 7-1편 1

루덩의 악마들 6편 1

루덩의 악마들 5편 1

루덩의 악마들 4편 1

루덩의 악마들 3-1편

 

 

  1. 법적 진실은 위대하고 우월하다. (라틴어) - 저자 주. [본문으로]
  2. persona non grata - 호감 가지 않는 사람. 주재국 정부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외교관. [본문으로]
  3. Mark Pattison(1813-1884) - 영국 성직자, 옥스퍼드 소재 링컨대학 학장. [본문으로]
  4. Joseph Scaliger(1540-1609) -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활동한 휴머니스트 인문학자, 역사가, 무인. 저서 <시간 개량에 관한 연구 de emendatione temporum>는 현대 연대학의 효시. [본문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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