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루덩의 악마들 2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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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루덩의 악마들의 내막, 3권, 구텐베르크 출판

 


 

  그때 파리에서는 그랑디에가 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다르마냑의 주선으로) 국왕을 직접 알현하게 됐다. 루이 13세가 주임신부의 권리 침해에 대한 상세한 하소에 마음이 흔들려서 정의를 낱낱이 바로잡으라고 명령했다. 

  그 며칠 뒤 티보가 파리 고등법원에 소환됐다. 그가 주저하지 않고 길을 나설 수 있던 것은 그랑디에를 체포하라는 주교 명령서를 지참했기 때문이다. 

  재판관들이 사건을 심리했다. 모든 정황이 주임신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티보가 과장된 제스처로 주교의 체포 영장을 꺼내 재판관들에게 건넸다. 그들이 문건을 읽더니 사건 심리를 즉각 연기했다. 

  주임신부가 교회 상급자와 해명한 뒤에 다시 심리하겠소. 

  그건 주임신부 적수들의 승리였다. 

 

  그러는 동안 루덩에서는 그랑디에의 행적에 대한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 처음엔 편견 없는 민사 담당 경찰 수뇌 루이 쇼베가 조사를 맡았다가 사건이 깨끗하지 못함을 알고 사퇴하자 바로 그, 탁월하게 편파적인 검찰관이 맡게 됐다. 그러자 그랑디에를 겨냥한 비난과 고발이 사방에서 봇물 터지듯 했다. 

 

 성 베드로 교회에서 그랑디에의 부제들 중 하나인 메샹은 주임신부가 (그런 쾌락을 위한 것치고는 분명히 차갑기만 한) 교회 바닥에서 여인들과 뒹구는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고 확언했다. 또 다른 성직자 마르탱 부요 신부는 제 동료가 교회 가족 지정석에서 세리제 씨의 숙모인, 죽은 마담 드뢰와 얘기하는 것을 기둥 뒤에서 훔쳐보았다고 했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트렌캉이 부요의 진술을 조금 고쳤다. 주임신부가 ‘앞에 언급된 귀부인과 무슨 얘기를 나눴다’고 한 처음 진술이 ‘앞에 언급된 귀부인과 대화하면서 그녀 팔꿈치를 잡았다’로 바뀌었다. 

  한데 가장 신빙성 있는 증언을 할 만한 사람들은 주임신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 즉, 느긋한 하녀들이며 부도덕한 아내들, 명랑한 과부들 그리고 필리프 트렌캉과 마들렌 드브루 등… 

 

  그랑디에가 자기 대신 라로슈포제와 ‘품위 감독관’에게 서신을 보내겠다고 약속한 다르마냑의 조언을 듣고 주교 재판에 자진 출두하기로 결심했다. 파리에서 은밀히 돌아와 사제관에서 하룻밤 보내고 이튿날 동틀 무렵 다시 말안장에 앉았다. 

  조반 먹을 때쯤 약제사가 전모를 알게 됐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는 이틀 전 루덩으로 돌아온 티보가 푸아티에로 뻗은 대로를 따라 전 속력으로 달렸다. 그는 곧장 주교 궁으로 들어가서 관계 당국자들에게 알렸다. 

  그랑디에가 지금 시내에 있는데, 자수한답시고 쇼를 벌여서 치욕적인 체포를 모면하려는 속셈입니다. 그런 계략은 어떡하든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지요. 

  품위 감독관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랑디에가 주교 궁으로 가려고 숙소를 나서다가 칙선변호사 입회하에 체포되어 주교 관구 감옥으로 연행됐다. 약간의 항변이 있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푸아티에의 주교 관구 감옥은 예하 궁전의 한 탑에 있었다. 주임신부가 여기서 간수에게 넘겨져 습기 많고 볕이 거의 들지 않는 독방에 갇혔다. 1629년 11월 15일 티보와 몸싸움 벌이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지독하게 춥지만 죄수한테 따스한 옷 반입이 허용되지 않았고, 며칠 지나 그의 모친이 면회를 요청했지만 그마저 거부됐다. 두 주일을 끔찍이 고생하다가 라로슈포제에게 탄원서를 썼다. 

 

  「예하시여, 나는 심신의 고뇌가 천국에 이르는 참된 길이라고 언제나 믿으며 다른 이들한테 그렇게 강조하기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예하의 선하심이 내 지옥행을 염려하고 방황하는 영혼을 구제하고자 갈망하여 나를 이곳에 내던지시기 전까지 나는 그 진리의 옳음을 시험해 볼 길이 전혀 없었나이다. 이곳에서 견디기 힘든 고뇌의 보름 동안 나는 이전 평안했던 사십 년 기간보다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습니다.」 

  이 서한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자부심과 성서의 암시들로 가득하고 화려한 문장이 정성스럽게 이어졌다. 이런 식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얼굴을 사자의 얼굴과 기꺼이 합쳐 놓았습니다. 달리 말해, 예하께서 보이신 온화함은 내 적수들의 가혹함과 함께 나를 하늘나라에 더 가까이 다가서게 했습니다. 그 적수들이야 저희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또 다른 요셉처럼 나를 파멸시키려 드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이 죄인을 괴롭힌 증오와 적의가 기독교의 사랑으로 바뀌고 불타는 복수심은 악을 선으로 갚는다는 더 맹렬한 갈망으로 대체됐고… 그리고 나사로에 관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뒤 징벌 목적이 삶의 교정이고 두 주간 감옥 생활 끝에 그의 삶이 교정된 만큼 지체 없이 풀려나야 한다는 호소로 결론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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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고 과장된 스타일이라는 장치에서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글월은 인생과 같지 않다. 기법과 행위를 관장하는 규칙이 서로 다르다. 

  우리한테는 터무니없어 보일지 모르나 그랑디에의 서한체가 17세기 초에는 아주 자연스럽고 신실한 감정으로 보였다. 시련이 그를 신에게 더 다가들게 했다는 믿음이 진정한 것임을 의심할 근거가 우리에겐 없다. 단지, 그렇게 다시 얻은 평안도 (꾸준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시련의 결실을 원상태로 돌리고야 만다는 것을, 그것도 15일이 아니라 단 15분 만에 그렇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불행히도 그가 제 본성을 너무 몰랐다. 

 

  이 탄원서에 주교가 마음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그런데다가 이제 주교가 다르마냑과 그의 친구인 보르도 대주교의 서신을 또 받았는데… 이 지독히 꺼림칙한 하급 사제가 그런 영향력 있는 친구들을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극히 불쾌했다. 더더욱 참을 수 없는 점은… 

  흠, 그 친구라는 자들이 나한테, 라로슈포제 가문의 대표자한테, 학식 높은 인사한테, 학식 면에서 대주교는 내 마구간의 말보다도 못한데, 그런 그들이 나더러 교회의 어떤 법규를 따라야 한다고 감히 요구하고 나서다니! 이야말로 도저히 참을 수 없지! 그들이 주제넘게 나서지 않아도 순종하지 않는 젊은 신부를 내 다 알아서 처리할 게야! 

  주교가 죄수를 이전보다 훨씬 더 가혹하게 다루라고 지시했다.

 

  이 힘겨운 나날에 주임신부를 찾아온 이들은 예수회 수사들뿐이었다. 그는 한때 그들의 제자였고 그들은 이제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 선량한 수도사들은 영적인 위로뿐 아니라 따뜻한 양말 등속과 바깥세상의 편지들도 들고 왔다. 

  편지를 읽고 그랑디에가 알게 된 사실은… 다르마냑이 법무대신을 포섭했고, 법무대신은 티보와 관련된 사건을 루덩의 검찰관으로서 트렌캉이 다시 수사하라 지시했고, 그 뒤 티보가 다르마냑을 찾아와 화해를 제시했지만 ‘교회 대장부들’이 그건 그들 불법행위를 묵과하는 꼴이 될 터이니 어떤 합의에도 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것. 

 

  주임신부가 다시 힘을 얻어 주교에게 서한을 한 통 더 보냈다. 회답이 없었다. 세 번째 탄원서를 써 보낸 뒤 티보가 감옥으로 찾아와 법정 밖에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거부했다. 

  돈에 팔려 그를 고발한 증인 둘이 12월 초 푸아티에 법정에 나왔다. 한데 그들에게 호의를 보이던 판사들조차 진술을 듣고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성 베드로 교회 대리 신부인 메샹에 이어 드뢰 부인과 교회 가족석에 있는 그랑디에를 훔쳐봤다는 다른 성직자가 나섰다. 그들의 증언도 부그로와 세르본의 증언과 마찬가지로 거의 설득력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진술들로는 그 누구한테도 유죄 판결을 내리기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라로슈포제 주교는 형평법이나 법적 절차 같이 사소한 것들 때문에 제 길을 못 갈 사람이 아니었다. 1630년 1월 3일 최종 판결이 떨어졌다. 

  그랑디에는 석 달 동안 금요일마다 빵과 물만 먹고 푸아티에 주교 관구와 루덩 시 전역에서 5년 동안 사목 활동을 금지한다. 

  이 판결은 주임신부에게 재정적 몰락과 출세의 좌절을 의미했다. 그 대신 자유로운 몸이 됐다. 이제 다시 난롯불을 쬐고 (금요일 이외엔) 맛난 음식을 목구멍에 집어넣고, 친척이며 친구들과 얘기 나누고, 자신을 그의 아내라 믿고 (극도로 조심스레!) 찾아오는 여인과 밀회하는 자유를 얻었다. 또 라로슈포제의 상급자인 보르도 대주교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그랑디에가 사건을 대주교 관구로 가져가겠다는 결심을 가장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투로 밝힌 서신을 푸아티에로 보냈다. 

 

  라로슈포제가 자부심이 상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이 용인할 수 없는 무례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교회법 같은 추잡한 것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단 말이냐?!  교회법은 아무리 직급 낮은 성직자에게도 일정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랑디에가 대주교에게 호소할 것이라는 소식이 트렌캉과 다른 음모자들에게 마뜩할 리 만무했다. 대주교는 다르마냑과 우의가 두텁고 라로슈포제를 싫어했다. 호소가 먹혀들 수 있다고 겁낼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그렇게 된다면 그건 루덩 시가 영원히 주임신부 수중에 들어간다는 뜻이리라. 그 호소가 먹혀들지 못하게 하려고 그랑디에의 적수들도 항소했다. 더 상급 교회법정이 아니라 파리 고등법원에. 

 

  푸아티에 주교와 그의 품위 감독관은 교회재판관들로서 금식이나 (극단적인 경우) 파문 같은 영적 징벌만 부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회 법정은 교수형도, 사지절단형도, 낙형도, 강제노동도 선고할 수 없었다. 이런 형벌은 다 세속 법정의 사법권에 속했다. 하지만 그랑디에가 교회재판에서 유죄로 선고된 만큼 지상 권력 앞에서도 유죄가 되기에 충분해! 어쨌든 상소가 제출됐고, 재판이 돌아오는 8월 말로 잡혔다. 

 

  이번에는 주임신부가 노심초사하게 됐다. 불과 6년 전 ‘영적 인세스트[각주:1]와 신성 모독적인 방탕’ 때문에 산 채로 화형당한 시골 주임신부 르네 소피에 사건이 검찰관만큼이나 그의 기억에도 아주 생생했다. 그랑디에가 그해 봄과 여름을 다르마냑의 교외 저택에서 보냈는데 다르마냑이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 마시오, 소피에 사건은 전혀 다른 것이니까. 그는 범죄 현장에서 체포된 데다가 법정에 친구들도 없었잖소. 반면에 이 경우에는 증거가 전혀 없고 법무대신이 도움을 주거나 최소한 호의적인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오. 그러니 다 잘 될 게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사건을 심리하게 됐을 때 판사들은 그랑디에의 적수들이 가장 우려하던 결정을 내렸다. 

  심리를 푸아티에의 형사 담당 경찰 수뇌가 맡아 재개하라. 

  그건 거기 판사들이 편견 없으며, 증인들은 가장 면밀한 반대심문을 겪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전망이 하도 우려스럽다 보니까 증인 중 하나는 조용히 사라지는 쪽을 택했고... <2편 5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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