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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2부. 마인드의 작업 > ...) 

  10장. 행동의 자동성  

 

우리의 마인드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앞에서 살펴봤다. 

이 세계 모델은 사실 사람이 현실로 인식하는 주관적 세계이다

또, 사람의 의식에 들어오는 대상과 객체들의 이미지를 마인드가 즉각 만들어 내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시간을 따로 들이지 않는다. 나무나 지나치는 사람, 아는 얼굴을 금방 알아본다. ‘아, 이 이상한 소리는 지나가는 자동차의 굉음이로군’ 하고 금방 결정한다. 또 이 냄새는 삼겹살 굽는 냄새라고 금방 판단 내린다.

 

이렇게 친숙한 대상을 의식에서 인식하는 과정은 자동적이다. 자동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인드의 이 작업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그런데 아주 어린애였을 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못 보고 못 들었다. 이건 우리에게 다 소음이고 색깔 있는 점들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다뤘기 때문에 새롭지 않으리라 본다. 

곧, 들어오는 감각 정보에서 특정 대상을 구별하는 방법을 익힌 마인드가 이제는 이걸 자동으로 수행한다. 이건 아주 대단한 일인데, 왜냐면 이젠 우리가 친숙한 대상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일 필요가 없으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 매 순간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는 제 자리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도 못할 것이다. 

이미지를 자동 인식하는 마인드 메커니즘

 

이런 점을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이런 예를 들자.

이 글을 당신은 제법 빠르게 읽으며, 텍스트에서 읽은 것에 관련된 이미지가 당신 마인드에서 금방 만들어진다. 초등학교 1학년 때를 기억해 보자. 그때는 어떻게 읽었나? 처음에 철자들에 이어서 단어들을 인식하고, 다음에 문장 이해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나. 거기에 노력과 시간을 얼마나 많이 들였던가. 이미지를 자동 인식하는 마인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이 글귀를 몇 번이나 읽었을지 상상해 보라. 

 

마인드는 들어오는 감각 정보의 흐름에서 세상 그림을 우리 의식에 자동으로 만들고, 그리하여 우리가 삶의 무게에 덜 시달리게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인드는 우리 행동도 자동화한다. 우리네 행동의 자동성에 관해 이번 장에서 살펴보자.

 

만약 내가 오른손을 들어 달라고 해서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이 행동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이건 당신에게 익숙한 동작이어서 힘 안 들이고 할 테니까. 또 몇 걸음 걸어 보라고 하면, 이것도 아주 쉽게 해낼 것이다. 이걸 당신은 여러 번 해 봤다. 어디론가 걸어갈 때 당신은 발걸음을 어떻게 떼는지, 다음 발을 어디에 둘지 사실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두 발이 저절로 다시 배치되거나 정렬된다. 이 과정이 자동화된 것이다. 한데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애들 경우 걷기에 노력과 시간과 조심성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가? 

컴퓨터 자판을 처음에 어떻게 두드렸는지 기억할 수 있나? 분명히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꽃’이란 단어를 타이핑 한다고 치자. 당신은 자판을 들여다보며 철자를 찾을 것이다. 그걸 찾아서 손가락으로 누른다. 화면을 본다. 커서가 깜빡이던 자리에 ‘ㄱ’자가 나타났다. 그게 아니라 ‘ㄲ’가 필요하다. 그래서 ‘ㄱ’을 지워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키보드에서 삭제 단추를 찾아야 한다. 그 단추를 눈으로 찾아내고 반가워하며 누른다. 놀랍게도 화면에서 ‘ㄱ’자가 사라졌다. 이 얘기를 이쯤에서 멈춰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이다. 

 

사람 뇌가 뭔가를 막 배울 때는, 노력은 많이 들이면서도 속도를 못 낸다. 뇌가 그 행동을 익힌 다음에는 자동으로, 시간과 주의와 노력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도, 수행하기 시작한다. 양치질하는 방법, 수저 쥐는 법, 대화 기술, 셔츠 벗는 방법, 컴퓨터에 텍스트 입력하는 방법 등에 거의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연습은 아주 좋다. 살면서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그냥 지켜보라. 사실, 많은 행동 요소가 자동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어떤 행동에 일부러 흥미 삼아 주의 기울여 본다면, 일상적인 일을 하는 방식에 놀라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옷을 어떻게 입고 벗는지, 전화기를 어떻게 드는지, 샤워를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먹는지 등을 관찰해 보라. 자신에 관해 흥미로운 것을 많이 발견하리라. ^^

자신의 행동을 관찰해 보면...

 

자신을 그렇게 간단히 관찰해 보면… 

1) 당신 행동이 얼마나 자동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손 자체가 알고 있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손이 하는 것을 그냥 보기만 하라. 

 

2) 당신의 행동 거의 전부가 자동 실행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 통제할 수 있다. 나머지는 전부 자동으로 움직인다. 이런 실험을 해 보자. 

오른손으로 어떤 동작을 해 보라. 어떤가? 당신이 손을 의식적으로 통제한다 해도 손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움직임을 행하지는 않는다. 이때 눈은 무엇을 했는지 보라. 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아차렸나? 당신이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눈이 움직였다. 손과 발이 얼마나 자주 익숙하게 움직이는지 보라. 체중을 한쪽 발에서 다른 발로 어떻게 옮기나. 등이 가려울 때 어떻게 긁나. 코를 어떻게 만지나. 당신 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3) 끝으로, 이런 자기관찰 연습은 중요한 영적 수행의 하나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자신의 의식을 (자각을) 키우고 관찰자로서 자신을 볼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이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핵심 주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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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동의 자동성을 어떤 상황을 위한 행동 프로그램 세트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치질해야 할 일이 생기는 즉시 몸 자체가 올바른 순서로 올바른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다. 세면대로 다가가서 칫솔을 든 뒤 치약을 들어 칫솔에 짜고, 그 칫솔을 치아 전반에 위아래로 2-3분 동안 움직인 다음 물을 머금어 입을 헹군다. 그러다가 정신이 들어 (의식이 돌아와서) 보니 어느새 양치질이 끝났더라. 그런 적이 있지 않았나? 

만약 당신이 자동차 운전자라면, 운전 솜씨도 자동화됐으며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행동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을 안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 순간, 발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차를 돌려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손이 알고 있다. 이 순간에도 당신은 미팅에서 상사에게 무슨 말을 할지 마음속으로 안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아주 어릴 때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행동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걷는 법, 손 씻는 법, 화장실 가는 법, 문 여는 법 등이 그렇다. 일부 행동 패턴은 타고난 능력에서 나온다. 미소 짓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울기, 물건 쥐기 따위가 그런데, 이는 타고난 생리적 행동 프로그램이다. 아이의 다른 행동 특성은 부모를 흉내 내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아 의식적인 학습으로 이뤄진다. 

아이가 가족 외의 사람들과 접하기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점차 추가로 받아들인다. 인사하는 법, 모임에서 행동거지, 이성과 대화하는 법, 동료며 상사와 소통하는 법 등이 그렇다. 연구자들은 사람이 16세쯤 되면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거의 다 배운다고 말한다. 

 

이제 이런 사실에 주목해 보자. 즉, 당신의 모든 행동은 살면서 배운 행동 패턴이거나 행동 프로그램이다.

간단한 손가락 움직임부터 복잡한 춤 동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당신 마인드에 기록된 행동 프로그램이다.

당신이 하는 행동은 모두 문자 그대로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1) 웃음이나 고함처럼 생리 수준에 기록된 행동 프로그램이거나, 아니면

2) 별난 표정과 사교적 표현, 특징적인 습관과 행동 특성처럼 다른 이들을 모방한 결과 나타난 행동 프로그램이거나, 아니면

3) 젓가락 쥐는 법, 양치질, 길 건너는 법, 청소하는 방법처럼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의식적으로 학습된 행동 프로그램이거나, 아니면

4) 어떤 상황에서 사람이 의식적으로 개발한 행동 프로그램이다.

그 예로는, 초인종을 누르려고 오랫동안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아이가 자기 가방에 올라서면 손이 닿는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는 이 행동 프로그램을 계속 이용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만약 우리의 모든 행동이 자동적이고 일련의 행동 프로그램이라면, 언제 어떤 프로그램이 작동할지 어떻게 결정되나?

여기에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그걸 알아보기는 제법 쉽다. 

 

1) 행동 프로그램 작동의 첫 버전은 그걸 의식적으로 주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이를테면 왼손을 흔들겠다고 의식적으로 마음먹는다. 이걸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그렇게 했다. 그렇게 뭔가를 하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할 때, 우리는 행동 프로그램을 촉발하는 의향을 (의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행동 프로그램 자체는 자동적이고 독자적으로 실행된다. 예를 들어, 뭔가 맛난 것을 찾으러 냉장고로 다가가겠다는 의향을 당신이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다고 치자.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하는 즉시, 당신 몸은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필요한 순서대로 한다. 당신은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2) 행동 프로그램을 작동하는 두 번째 방법은 무의식적이다.

우리는 이것을 첫 번째 방법보다 더 자주 이용한다. 다른 일을 생각하면서도 뭔가를 마치 자동으로 하는 듯한 경우를 누구나 많이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샤워한다고 치자. 샤워가 아주 단순하여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몸이, 더 정확히 말해 우리 마인드가, 종종 스스로 해낸다. 우리는 이 과정에 특별히 주의를 돌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 과정에 일부러 주의를 기울인다면, 마인드의 프로그램에 있는 몸이 이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표준적 행동을 얼핏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무의식적으로 실행한다. 자동차 운전, 양치질, 저녁 준비, 대화하면서 종이에 그림 그리기 등이 그렇다. 이런 행동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치 않고, 그래서 자동으로 실행된다. 

하지만 행동 프로그램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거나 혼선을 빚고, 그때 우리는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놀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컵에 차 대신 커피를 따랐다. 혹은 샴푸라고 여기면서 왠지 액체 비누를 썼다. 뭔가 엉뚱한 짓을 한다는 것을 문득 인식한다. 의식이 깨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우리 마인드는 자기한테 부여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우리가 부여한 시나리오대로 잘 진행되지 못했다. 우리의 잠재의식이 이것을 추적하고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우리한테 보냈다. 이 신호를 우리는 이미 의식적으로 추적해 온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규모 있는 행동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자잘한 움직임을 우리는 사실상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앉아 있을 때 발을 어떻게 홱 당기는지, 자판에 글자를 어떻게 두드리는지, 두 손을 어떻게 비비는지, 펜으로 어떻게 쓰는지, 물건을 어떻게 꺼내는지 등이 그렇다. 이런 것은 상당히 깊이 내재한 프로그램이어서, 이것들을 우리는 더 큰 행동 프로그램의 구성요소로 이용한다. 

 

자신을 의식적으로 관찰할 때 의식 모드로 전환하는 것. .

 

이것이 다 이론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어떤 간단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을 관찰하면 된다. 욕구와 노력이 충분하다면, 한 시간 동안 혹은 온종일 자신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자신을 의도적으로 관찰할 때,
당신은 의식을 켜는 것이며, 흔히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던 행동이 의식 모드에서 벌어지게 된다. 당신이 자신을 지켜보는 카메라처럼 된다. 

관찰자로서의 당신이 있고, 당신 행동이 또 있다
당신 행동에는 당신의 통제가 사실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만약 행동의 자동성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면, 마지막 사례를 들겠다. 

어제 치과에 다녀왔다는 말을 지인에게 하고 싶을 때, 당신은 그저 “난 어제 치과에 갔다 왔어” 하고 말한다.

이게 간단한 일인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문장의 각 단어를 말하기란 입 근육과 혀, 폐 등이 다 관여하는, 아주 복잡한 과정이니까. 이것들이 필요한 순서에 따라 일을 제대로 해낸다. 

뭔가를 말하기 위해 당신은 입안 근육을 일일이 의식적으로 조절하나?

아니겠지.

단어를 소리내기란 그 단어를 말하려는 의향에 의해서만 구동되는 자동 과정이다. 이게 전부야. 다음에는 뇌에 갈무리된 단어 발성 프로그램이 기능한다. 

우리의 다른 행동 프로그램도 다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단지, 개중 어떤 것들은 기본적이고 어떤 것들은 복잡할 뿐이다.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은, 이 과정이 실제로는 복잡함에도 기본 행동 프로그램이다. 빵집으로 빵을 사러 가는 것은 기본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복잡한 행동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마인드의 작업 덕분에 우리 각자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델이 (주관적인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알아봤다. 그뿐 아니라, 구체적인 이미지들과 추상적인 이미지들의 형태인 이 모델이 자동으로 하도 빠르게 만들어지는 바람에, 우리에겐 이 모델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처럼 보인다. 

또, 우리 마인드가 여러 경우를 위해 많은 행동 패턴을 기억하고 있으며, 필요한 때나 우리가 의식적으로 의도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 패턴을 자동으로 수행한다는 사실도 알아봤다. 

 

우리 마인드는 이 세계에서 지각과 행동 실행의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우리한테 크게 봉사하고 있다. 그렇게 마인드는 우리가 주의와 눈길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더 고도의 과제에 돌릴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 행동의 자동성은… 현실의 썩 미덥지 못한 반영과 연관되거나, 혹은 썩 적절하지 않거나 낡아서 효용보다 실패와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키는 행동 프로그램과 연관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별개의 큰 주제라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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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객관적 실재, 감각 정보의 수준

창의적인 마인드 활용 방법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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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가 에고를 만들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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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마인드의 작업 > 실재를 지각하는 여러 수준 > ... ) 

  추론의 수준  

 

단어들이 나타난 덕분에, 거기에 담긴 의미를 잘 다룰 수 있게 됐다. 

문장이나 문구가 그렇게 생겨났다. 

예를 들어, “엄마가 창틀을 닦았어” 같은 문구는 서로 연결된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엄마’, ‘창틀’, ‘닦다’란 단어 각각에 나름의 의미가 있고, 이 의미가 각 개인에게 적절한 이미지 형태로 제시된다

게다가 전체 문구도 당신 마인드에서 어떤 (정적이거나 동적인) 장면으로 역시 반영될 것이다. 

 

문구를 이용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실재(현실, 세계)를 지각하는 다음 단계인 추론 수준으로 이동한다. 

이 수준에서 우리는 단어들로 이뤄진 복잡한 의미 구조를 만든다. 문구의 각 단어는 나름의 독특한 뜻을 지닌다. 이 단어들이 일정한 순서로 배열돼 만들어진 문구는 각 단어의 의미를 결합하는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창밖에 비가 내린다”는 문구를 보면 당신 의식에서 창밖에 내리는 비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이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 특정 단어들에서 나오는 이미지가 사람마다 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창밖에 비가 내린다”는 문구를 접할 때 당신 마인드에서 무엇이 생기는지 주의를 기울이라. 그리고 이 사진과 비교해 보라. 

 

비가 내리는 거리를 자동차 창문 너머로 내다보다

 

당신 마인드에는 아마 다른 그림이 나타났을 텐데... 왜냐하면, 어떤 문구를 접할 때 어떤 사람에게 생기는 이미지와 의미는 그 사람이 그 문구의 단어들에 집어넣는 의미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생기니까 그렇다. 

 

여러 문구 덕분에 우리는 마인드에서 아주 복잡한 의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텍스트를 읽을 때, 당신 마인드에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문구와 전체 텍스트의 의미가 한꺼번에 형성될 것이다. 즉, 당신 눈은 지금 이 철자들을 보고 있고, 이때 당신 마인드의 내부화면에서는 이 텍스트의 의미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 주목하라. 

 

이런 텍스트가 있다고 치자. 

Bueno, no es una maravilla de casa, pero se puede vivir bien. Tiene dos habitaciones y una sala espaciosa que usamos como un dormitorio más. Qué vamos a hacer? Somos cuatro personas en mi familia. Tiene también una cocina bastante grande, lo que está muy bien. Y por último un cuarto de baño y un balcón. Como ven ustedes, es una casa normal y corriente. 

놀랐나? 이건 에스파냐어이다. 이 텍스트를 읽으면서 당신에게 어떤 이미지들이 생겼나? 에스파냐어를 모른다면, 생길 수 없다. 왜냐하면, 저 문구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띠지 않으니까. (<07-2 구체적인 대상들을 지각하는 수준>에서 소개한 동영상과 같은 이치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관한 여러 댓글 가운데 “오랜만에 진짜 악마를 봤다”는 댓글에 수많은 사람이 찬성을 눌렀다. 

이 문장을 접하면서 당신 마인드에서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어떤 이미지가 형성되고 당신의 세계 그림이 바뀌지 않았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바뀌지 않았나? 이 문장을 신뢰도 높은 인쇄매체나 방송매체를 통해 읽거나 듣는다면, 이 정보를 (더 확실하게) 믿을 것이다. 

 

추론 수준에서 우리는 당면한 실재(현실, 세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며, 실재를 이제 자기 마인드에서 구축하기 시작한다. 이 텍스트를 (몰입하여) 읽는 동안 당신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거의 듣지 못하고 신체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대신 당신 마인드에 생성된 그림과 이미지에 빠져 있다. 게다가 마인드에 있는 이 그림들을 지금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이웃집 여자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상상해 보자. 

“내일 우리 아파트 동의 보일러를 다 수리할 예정이래요. 오늘 503호에서 물이 새서 아래층 몇 가구가 피해를 봤어요. 관리인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배관을 긴급히 손봐야 한다고 했지요.” 

이것이 당신에게 닥친 당신의 실재(현실)이다. 이제 당신의 실재는 자기 마인드에서 방금 상상한 것이다. 그 뒤 30분 동안 당신은 이모저모 생각할 것이다. ‘내일 배관을 손보는 시간에 집에 있어야 하는데, 직장에서 어떻게 일찍 나오지?’ 

 

이건 다 당신 마인드에서 일어난다. 그런 걸 생각하는 동안, 당신은 자신만의 실재를 (현실을), 단어들로 이뤄진 실재를 만든다. 이 실재는 당신 마인드에서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생각에 골몰하다 보면, 바로 코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 코앞에 이 텍스트가 흰 종이에 검은 철자들로 있고, 엉덩이 아래 의자를 느끼고, 동시에 창밖 거리에서 어떤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이 텍스트에 내가 담은 의미가 아니라 이 단어들로써 내가 가리키는 것에 주의를 돌린다면, 당신은 목전의 구체적인 실재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얘기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왜냐하면,
우리는 마인드의 형상들 수준에서, 추론의 수준에서 사는 데 하도 익숙해지다 보니, 구체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인드가 우리한테 말하는 것을 실재라 (현실이라) 여기게 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지구가 둥글다는 말을 들었다. 그걸 믿었나? 확인해 봤나? 우리는 권위 있는 사람이나 정보 소스의 말을 (처음엔 부모, 다음엔 교사나 서적 등을) 믿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사실 당신 마인드에 있는 이미지일 뿐이다.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한 이상, 이것은 당신 마인드에 있는 이미지일 뿐이다

그런 이미지들로 지금 우리의 (주관적) 세계가 이뤄져 있다. 바로 그런 세계에서, 마인드의 이미지들 세계에서,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살고 있다. 

 

자, 단어들과 의미들의 세계가 우리한테는 (우리처럼) 합리적인 사람들이 사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인드 작업의 중요성과 지식을 통한 세상 인식의 이점을 축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 우리의 감각기관이 바로 지금 지각하는 목전의 실재와 (현실과) 우리 마인드가 만들어 낸 추상적 실재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걸 구분하는 게 중요한 것이,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결론이 나오기에 그렇다. 

이제 마인드가 만든 추상적 실재(현실)에서 사는 이점에 눈길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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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눈앞의 당면한 현실에서만 계속 산다면 (어린애들은 그렇게 한다), 우리의 세계가 크게 제한될 것이다. 당신의 세계가 당신이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만 들어있다고 상상해 보라. 상당히 따분하다. 눈앞의 현실이라는 범주에 국한되어 우리 세계가 아주 작아질 것이다. 

언어가 나타날 때, 우리의 주관적 세계는 세상에 대한 지식의 성장과 함께 아주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우리 세계는 우리가 그것에 대한 지식만큼 점차 커질 것이다. 여러 국가와 행성, 우주, 원자, 분자, 경제, 정치, 그 외에 아주 많은 것이 우리 세계 안에 나타난다. 이제 당신의 세계는 온 우주이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주다. 

 

단어들과 언어를 활용할 때 또 다른 이점은, 그것들이 추상적이긴 해도 객관적 실재를 (현실을) 웬만큼은 반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대중매체를 통해 미국이란 나라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건 아직 당신에게 정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다. (한데, 비행기에 대해서도 똑똑한 사람들한테 들었기 때문에 이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예전엔 읽기만 하던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단어들 덕분에, 우리는 언젠가 다른 사람이 획득한 정보를 간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 지식을 그가 언어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면, 이건 그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인류 존재 내내 수많은 사람이 거둔 성취와 달성을 언어 형태로 간직하면서, 우리는 1천 년 전 사람들이 살던 세상과 아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1천 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우리는 역사 지식 덕분에 안다. 이 지식을 우리는 그것이 정말 사실인 것처럼 이용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어쩌면 우리 모두 프리메이슨에게 세뇌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관적 세계의 일반 모델  

 

그렇게, 우리에겐 실재를 (현실을) 지각하는 여러 수준의 형태로 주관적 세계의 모델이 나타났다. 전체적인 개관을 한 번 더 제시한다. 

주관적 세계의 일반 모델. 추론 수준, 단어와 명칭 수준, 구체적 대상 수준, 감각 정보의 수준, 추상적 실재, 당면한 실재

유의할 점 – 언어를 쓰는 성인의 경우 이 수준이 전부 동시에 존재하며, 더 높은 수준은 더 낮은 수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 예를 들어, 추론 수준은 사람의 주관적 세계에서 단어들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또, 물질과 마찬가지로, 마인드로 하여금 구체적인 대상을 만들게 하는 감각 정보가 있어야만 의식에 구체적인 대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실재를 지각하는 더 높은 수준들은 사람이 점차 발달하면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갓난애한테 추론 수준이란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갓난애는 학습과 마인드 발달의 단계를 많이 거쳐야 한다. 

1. 처음에 갓난애한테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시각, 청각, 운동감각 인상 등의 흐름으로 감각 정보만 나타난다. 
2. 다음에 객관적 세계에 머무는 경험을 쌓으면서, 아이의 마인드가 이 모든 감각적 어수선함 속에서 구체적인 대상들을 식별하기 시작한다. 
3. 그 이후 부모한테서 이런저런 단어를 들으면서 아이는 그 단어들을 자신의 주관적 세계의 특정 대상들과 연결하는 법을 배운다. 단어와 명칭의 수준이 그렇게 나타난다. 
4. 단어들을 문구에 배열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아이는 자기 마인드에서 이미지와 의미의 형태로 가상현실을 만든다. 이것이 추론의 수준이다. 

 

현시점에서 당신은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서 이 수준들 가운데 어떤 것이든 떼어낼 수 있다. 아, 물론, 객관적 실재의 수준은 제외하고 그렇다. 즉, 이 텍스트를 당신 마인드에 나타나는, 의미 정보의 집합으로 지금 당장 인식한다. 그러면서 이건 다 그저 단어들일 뿐이며, 당신이 읽은 각 단어 속에는 거기에 당신이 집어넣는 형상과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이 모든 이미지가 마인드에서, 내면세계에서 생긴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 이미지들을 당신 이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실제로 지금 당신 앞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이 종이쪽과 이 철자들, 당신이 바로 지금 듣는 이 소리, 당신 손의 느낌 같은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즐기기만 할 수 있다. 이 여러 느낌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느낌들이 그냥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어려울 테지만… 당신 의식에 있는 이 구체적인 대상들 이면에서, 시각 채널의 색깔 있는 점들과 청각 채널의 갖가지 소리와 운동감각 채널의 감촉 등의 형태로 감각 정보의 흐름을 보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나는 누구인가 > 2부 마인드의 작업 > 7장 실재를 지각하는 여러 수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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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인식 수단으로서 과학의 한계  



과학은 세계를 인식하는 수단으로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몇몇 미스터리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과학의 이런 한계를 앞에서 일부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이 한계를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서, 세계를 인식하고 묘사할 때 과학적인 방법을 맹목적으로 따르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되는지 살펴보자. 


앞장에서 제시한 테제를 다시 꺼낸다. 사람이 언젠가 인식한 것은 전부 객관적 실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주관적 경험이다. 어떤 사람의 주관적 세계가 객관적 세계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뇌와 의식은 실재(현실, 외부세계)의 모델을 아주 좋게 만들어 거기에 존재하게 한다.


객관적 실재란 과연 존재하지 않나?



창문이 없는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달린다고 상상해 보자.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차량 외부 카메라로 촬영되고, 도로의 장면이 자동차 안에 있는 화면에 나타난다. 즉, 자동차 내부 스크린에서 보는 것으로만 외부세계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만약 외부에 있는 것이 화면에 그대로 나타난다면, 공간에서 방향을 올바로 잡고 별문제 없이 목적지에 이를 것이다. 화면에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표시되면, 예를 들어 다른 길을 가리킨다면, 외부세계 사건들에 대해 거짓된 정보를 얻고, 따라서 자동차를 잘못 몰아 자동차가 금방 어딘가에 부닥칠 것이다.


우리의 주관적 세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뇌가 객관적 실재에 상당히 부합되는 세계 모델을 만들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자기 몸을 제대로 관리하고 세계를 제법 정확히 반영한다. 하지만, 반복하건대, 세계가 우리의 주관적 실재에 아무리 정확하게 반영된다 한들, 이건 어디까지나 세계의 모델(모형)일 뿐이지 세계 자체는 아니다. 예를 들어, 전파가 주변 공간에 있음에도 우리는 그걸 못 본다. 


다시 과학으로 돌아가자. 과학은 세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훨씬 넘어섰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지각 기관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게 됐다. 현미경, 망원경, 가이거 계수기, 전압계, 전류계 같은 장치가 그것이다. 

과학자들이 이런 기구를 이용해 보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일반적 그림을 확장하게 됐다. 그리하여 새로운 자료를 추가하고 이 자료를 이론의 도움으로 보편화하게 됐다. 

예를 들어,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모든 생명체가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더 큰 현미경이 등장하면서, 각 세포 안에는 염색체가 있고 이 염색체에 DNA가 들어있으며 이 DNA가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지식 덕분에 유전공학이 생겼으며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인위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과학자들이 이론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생각해 보자. 가장 분명한 사례로 물리학을 든다.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다들 알 것이다. 사과나무 아래 앉아서 영원불변의 것을 숙고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 위로 사과가 한 개 떨어졌고, 사과 떨어진 이유가 질량 가진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라는 점을 퍼뜩 깨달았다. 그 순간까지 물체들이 수도 없이 땅에 떨어졌지만 아무도 그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만물의 질서에 있었고, 또 사람들의 세계 모델이 그런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물체를 들어 올렸다가 놓으면 그건 으레 떨어지게 마련이야. 이건 누구나 평생 살면서 접한 경험이었어. 이 때문에 그런 현상에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지구에 끌리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그가 그런 얘기를 할 때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긴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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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추정을 근거로 뉴턴은 질량을 알면 떨어지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공식을 만들 수 있었다. 또 이 공식을 이용하여 그는 내던져진 물체들의 움직이는 궤적뿐 아니라 천체와 행성의 궤도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는, 실재(현실,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통용되게 되었다. 세계의 모델이 그렇게 바뀐 것이다. 

이때 세계 자체는 물론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이다


질량 가진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긴다는 것이 궁극적인 진실일까? 아니다. 아gr인슈타인이 등장하여,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마치 휘게 하는 것 같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질량 있는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한다. 즉, 주변에 ‘깔때기’ 같은 것을 만들어서, 거기로 가까이 있는 물체들이 ‘굴러들어’ 간다. 이제 알고 보니,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질량 있는 물체들 사이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일 뿐이며, 이것이 물체들을 서로 휘게 하는 것이다.


gravity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대안 가설이 여럿 있다. 자, (공중에 솟은 물체는 떨어지는) 현상은 하나인데 이에 대한 설명은 아주 많다. 그런데 역사의 특정 시대에 어떤 아이디어 하나가 지배한다. 이건 당연히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우리가 앞에서 알아본 대로, 이런 가설과 이론은 전부 객관적 실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론이란 모두 실재의 모델일 뿐 실재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세계의 구조를 어떻게든 설명하려 하면서 과학자들이 하는 것은 세계의 아름다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며, 이 모델들이 최대한 더 많은 현상의 작용을 설명하고 묘사할 것이다.  


도식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물체의 낙하, 전기 현상, 소우주의 현상 등) 어떤 현상에 관한 관찰과 실험 자료가 있다. 이 현상들 이면에 무엇이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과학자들이 알아내야 한다. 이것은 이 현상을 예측하고 또 가능하다면 다루기 위해 필요하다. 과학자가 무엇을 하나? 그는 어떤 설명을 궁리한다. 즉, 가설을 세운다. 이후 이 가설을 토대로 다른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고 검증한다. 

만약 가설이 모든 데이터에서 확인되면, 이론이 된다. 


이론이란 아이디어와 원칙의 체계로서, 과학자들이 세계에 대한 일련의 진리로 현재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이론이 더 오랜 세월 유지될수록, 더 많은 사람은 모든 것이 실제 그렇다고 믿기 시작한다. 

이론이 단순한 세계 모델에서 세계가 실제 그렇게 이뤄졌다는 도그마로 바뀐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가 이 도그마를 진실로 받아들이면서 세계에 대한 다른 시각 갖추기를 멈춘다. 바로 이 때문에 세계의 구조와 작동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과학계에 들어서서 제 자리 차지하기가 아주 힘든 것이다


여기서 부정적인 현상이 두 가지 생긴다. 1) 사람들이 세계의 모델(모형)을 세상의 진짜 구조로 받아들이고 2) 사람들이 세계 구조에 관해 다른 모델들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 가장 슬픈 일은… 이 이론이란 것이 죄다 한갓 마인드의 장난일 뿐임을 일부 독단적인 과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학의 첫 번째 한계는 ‘세계의 모델’을 ‘세계의 실제 구조’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며, 두 번째 한계는 세계에 대한 현재 이론 그림에 맞지 않은 것은 전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대기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뉴턴 시대에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가 어떤 상자에 대고 하는 말을 다른 도시에 있는 사람이 다른 상자로 듣는 장면을 그 시대 사람들이 봤다면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들에게… 우리 주위에는 실제로 전자기장이 있어서 이것이 모든 공간에 퍼져 있고, 이 전자기장을 따라 전자기파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여 신호를 한 상자에서 다른 상자로 전송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당신을 미치광이나 요술쟁이로 여겼을 것이다. 그 시대 과학은 전자기파와 파동이란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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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토리를 이제 이런 얘기와 비교해 보자. 

“사람들이 서로 생각을 전달도 하고 과거를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모든 의식을 하나의 정신 공간으로 연결하는 정신 영역의 도움으로 수행되는데, 이 공간에서는 모든 의식적 존재의 모든 주관적 세계에서 나오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언급을 어떻게 여기나? 이게 과학적인가? 헛소리는 아닌가? 


저런 언급이나 주장을 현대 과학이 헛소리라 치부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과학이 세우는 세계 모델에 ‘정신 영역/場’과 ‘정신 공간’ 같은 개념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전자기장을 통해 전자기파를 전달하는 상자 이야기와 현대 과학이 인정하지 않는 텔레파시에 관한 이야기에 무슨 차이가 있나? 차이가 전혀 없다. 과학이 자연의 어떤 현상을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뭔가를 연구하기보다는 뭔가를 부정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텔레파시에 관한 역사에서는 텔레파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지 못하게 하는 면이 한 가지 있다. 이것이 과학적 접근의 세 번째 한계요, 내 보기엔 가장 심각한 한계이다. 


문제는 과학이 오로지 외적 실재만 다룬다는 데 있다. 즉, 많은 이들이 보고 인식할 수 있는 것만 다룬다는 데 있다. 사람의 내적 실재를 과학은 다룰 수 없다. 이를 위한 도구가 과학에는 없다. 


텔레파시 현상으로 돌아가 보자. 이 현상을 과학은 왜 제대로 연구하지 못하나? 왜냐하면, 사람이 특정 순간에 무엇을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생각은 그만이 알 수 있는 그의 주관적 실재에 해당한다. 따라서 메시지를 전달한 사람이 무엇을 생각했으며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무엇을 봤는지, 정확하게 말하기가 불가능하다. 


영기 靈氣



대부분의 영적 수행이 비과학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까닭은 어떤 주관적 세계에 외부인들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영적 수행과 실천은 사실상 주관적 세계의 현상을 다룬다. 영기/靈氣의 치유 관행을 예로 들자. 

손으로 치유한다는 것이 과학적 관점에서는 과학을 모독하는 것이며 사람들한테서 돈만 우려내는 짓이다. 하지만 영기의 치유 효력을 한 번이라도 감지하거나 자신이 치유자인 사람은 당신에게 영기 세션이 실제로 인체에 작용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 세션 동안 생기는 느낌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감각적 체험을 묘사하기는 아주 힘들다. 그건 당연히 사람의 내면세계에서 생긴다. 이 치유 세션에 참여한 사람의 정직한 증언 외에 다른 증거는 없다. 한데 이미 여러 해 동안 영기를 수행하는 대가들은 이 특별한 느낌 속에서 살며 그 뉘앙스를 구별하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과학은 아주 강력한 세상 인식 도구이다. 과학 덕분에 인류는 새로운 수준의 삶에 들어섰다. 우리가 보았거나 이용한 모든 테크놀러지는 과학의 선물이다. 과학 덕분에 우리는 우주로 나갔다. 과학 덕분에 우리는 대기를 통해 지구를 빨리 오갈 수 있다. 과학은 인간 존재를 아주 크게 바꿔 놓았다. 


그러나 그 모든 힘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주관적 세계 연구에서는 과학에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적 수행과 종교가 있다. 영성과 종교는 내향성과 자기탐구의 방법으로 주관적 세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해하려 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 주관적 세계를 탐구할 것이다. 이것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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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세계  

 

궁금증은 이런 것이다. 

뇌에 신경 임펄스 망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어떻게 나타나며 어디에 위치하나? 

우리가 지금 창 너머로 직접 바라보는 나무의 모습과

사람 머릿속 신경 임펄스 다발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 뇌에 있는 신경 임펄스들의 배열을 무엇이 창밖의 나무 모습으로 인식하게 하나? 

창밖의 나무를 무엇이 직접 지각하고 인식하는 것인가? 

 

과학자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뇌에서 의식을 담당하는 영역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설령 의식 담당하는 뇌 영역을 찾아낸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고 본다.

결국, 이 영역 또한 뒤엉킨 뉴런 다발이지 않겠는가.

의식을 뉴런 망의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 

 

cyber head 인공 뇌

 

로봇을 상상해 보자.

과학이 발달해서 사람 머리처럼 설계된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치자. 거기엔 눈 대신 비디오카메라가, 귀 대신 마이크가 있다고 하자. 카메라와 마이크에서 나오는 신호들이 (뇌처럼) 수십억 개의 극미한 요소들로 이뤄지는 블록으로 들어가고, 이 각각의 요소에는 여러 개의 입력과 하나의 출력이 있다. 이 요소들은 전부 인간 뇌의 뉴런들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게다가 과학자들이 노력한 결과 뉴런의 인공 대체재를 이용하여 어떤 사람의 뇌를 정확히 복제했다. (여러 사람의 뇌는 뉴런의 연결 도식에 따라 서로 구별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특정한 뇌를 모델로 삼을 뿐이다.) 

 

이 로봇 머리가 그것이 모델로 삼은 사람의 뇌가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이 로봇에게 의식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게 사람의 의식과 같을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실험할 수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 수신기로 남겨두자. 하지만 사람 뇌의 모델 대신 카메라와 마이크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할 보통 컴퓨터를 설치할 것이다. 우리는 컴퓨터 메모리에 대용량 정보를 저장할 프로그램을 설치할 텐데, 여기에는 로봇의 카메라가 보는 방향으로 사람이 고개 돌린다면 보게 될 장면이 들어간다. 

자, 컴퓨터 메모리에 어떤 장면이 생긴다.

이 장면을 인식하는 누군가나 무엇인가가 있나?

혹은 이건 그저 쇳덩어리에 불과하며, 거기에 의식은 없는 것인가? 

 

이 전자 기계에 의식이 없다면, 사람에겐 왜 의식이 있나?

결국, 인간의 뇌도 본질상 로봇의 ‘뇌’처럼 여러 구성요소들로 이뤄진 장치가 아니던가.

만약 로봇의 첫 모델이 (인간 뇌를 정확히 복제한 것이) 의식을 지니고 있다면, 로봇의 뉴런 망 조립 과정에서 어느 순간에 의식이 나타난 것일까? 이 뉴런 망이 의식을 지니려면 뉴런이 얼마나 필요한가? 

 

이건 다 어려운 질문이고, 과학은 여기에 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학에는 인간의 (혹은 로봇에 주관적 내면세계가 있다면, 로봇의) 주관적 내면세계 연구에 필요한 도구가 없으니까. 게다가 로봇에도 인간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것을 확증하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들로 말하자면, 그들이 나와 비슷하니까 필경 그들에게도 나와 같은 의식이 있을 것이며 그들도 세상을 보고 느낄 것이라고 우리는 그냥 결론 내린다. 이 결론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와 같은 게 있다’는 유사성에 따라 나온 것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로봇이나 컴퓨터 같은 인공 장치들도 마찬가지다. 로봇에게 의식이 있을지 아닐지를 우리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로봇이 인간과 똑같이 행동한다고 해도, 로봇에게 일어나는 것을 전부 인식하는 뭔가가 로봇 안에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심지어 로봇이 보통사람처럼 정말 의식을 갖추고 있다 해도, 정말 그렇다는 것을 일관되게 확인할 수단은 없다. 

 

하지만 사실을 직시해 보자. 나에겐 의식이 있다.

내 머릿속에 뉴런 네트워크와 신호들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나는 내가 인식하는 그대로 세상을 인식한다. 내 몸과 뇌의 형태로 물리적 실재가 (실체가) 분명히 있고, 내 감각 경험을 나타내는 나의 주관적 실재가 (실체가) 있다. 이 두 실재가 서로 의존하긴 해도 (내 뇌가 손상되면, 내 감각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철학자 켄 윌버(Ken Wilber)는

객관적 실재가 있으며 그 대표자가 우리 몸이고,

주관적 실재가 있으며 그 대표자가 우리의 모든 감각 경험임을 확인해 보라고 제시했다.

 

그렇다면 우리네 지각 개념에서 객관적 실재(실체)란 무엇인지 살펴보자.

상당히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모든 사람에게 하나인 어떤 세계가 있다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는 지금 여기에 있으며 일정한 형태를 지닌다. 이 의자가 1분 뒤에도 같은 형태로 있을 개연성은 아주 높다. 당신이 이 의자를 본다면, 이게 예를 들어 검은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친구에게 이 의자가 무슨 색이냐고 묻고 친구가 솔직한 사람이라면, 역시 검은색이라고 말할 것이다. 내일도 당신은 이 의자를 이 자리에서 보게 될 것이다. 못 보게 된다면, 누군가가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확신할 것이다. 

 

당신이나 당신 친구 등 모든 사람의 이런 생각과 경험을 보면, 우리가 다 거기 살고 있으며 모두에게 공통된 어떤 세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객관적 세계이다.

이것은 상당히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나름대로 존재 법칙을 가지고 있다. 이 법칙을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 등이 연구한다. 이 법칙을 알고 이 세계에서 얻은 경험 덕분에, 우리는 여러 사건을 웬만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고 이 세계를 바꾸고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다른 설명이 있다.

만약 물리학을 아직 모르는 아이에게 이 세계가(세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묻는다면,

아이는 사물이 있으며 그것들에 어떤 형태와 색깔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들은 자리를 옮길 수 있으며, 땅과 하늘, 나무 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세상에 대한 관념이 단순하고 일상적이다.

그 정도만으로도 이 세계에서 방향 잡고 이동하고 기본적으로 생존하기에 충분하다. 

 

물리학자에게 물질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묻는다면,

그는 세계가 물리적 진공인 4차원 시공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진공 속에서 기본 입자들이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진다. 이 입자들은 본질상 물리적 진공 상태에서 에너지 파동이다. 기본 입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원자를 만든다.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를 만든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분자들로 이뤄진다

이때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는 물리학자가 보기엔 사실상 원자와 분자들이 의자 형태로 특수하게 모인 집합이다.

세계에 대한 그런 관점은

빛이 무엇인지,

물체들의 색깔이 왜 여러 가지인지,

쇠는 시간이 지나면 왜 녹스는지 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예를 들자.

고대에는 뇌우를 제우스의 분노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뒤 자연에서 전자기 현상을 연구한 이후에는 뇌우를 구름 속에서 상반되게 충전된 양극 사이에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강력한 방전으로 여기게 됐다. 

 

예를 하나 더 들자.

뉴턴의 발견 이후 객관적 세계질량 있는 물체들이 존재하는 3차원 공간으로 제시됐다. 시공간에서 물체들의 움직임은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객관적 세계에 대한 이런 설명은 아주 오랜 세월 최종 진리로 여겨져 왔다. 뉴턴의 공식들이 지구와 우주에서 여러 현상을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자연과 현실의 실재가 그렇게 설계되고 작동한다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명백했다.

적어도, 뉴턴의 역학(力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실험들이 나올 때까지는 말이다. 

 

입자, 파동

그런데 작은(미시) 세계 (소우주, microcosm), 즉, 원자들 세계의 구조에 관한 데이터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이 수준에서는 뉴턴의 운동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이 수준에서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그때 닐스 보어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나타나서 ‘자연이나 현실의 실재가 어떻게 설계됐고 작동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뉴턴의 법칙들은 폐기되지 않고 거대 세계 (대우주, macrocosm), 즉, 물체들 세계를 설명하기에 더 정확한 법칙들의 근삿값이 된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이 다시 여러 실험을 해 보았는데, 이 실험들을 실재(reality)에 대한 지금의 인식 체계나 이론 틀에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새로운 이론들이 나오게 됐다. 끈 이론, 루프 이론 등이 그것이다.

 

이제 우리는 당연하고 합당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구조에 관해 현재 인정받는 이론은 참일까?

이 세계가 정말 현대 과학자들이 설명하는 것과 같은 것일까? 

대답은 자명하지 않나 싶다. 즉…

아니다. 미래에 새로운 아인슈타인이 나타나서 모든 것이 확 뒤바뀌지 않으리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얘기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어떤 객관적인 실재가 (세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거기에는 어떤 안정성과 존재 법칙들이 있으며, 그래서 그것을 예측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어린애나 고대인들의 묘사부터 시작해서 현대 과학의 설명에 이르기까지, 실재를 (현실을, 물리적 세계를) 묘사하고 설명하는 방법은 모두 이 실재 자체가 어떻게 이뤄지고 작동하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건 다 실재 자체가 아니라 이 실재의 모델들일 뿐이다. 그건 다 실재를 예측하고 조종하거나 조작할 수 있게끔 이 실재를 설명하는 방법일 뿐인 것이다. 

 

셋째, 우리가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다 허위요 거짓이다.

세계의 다양한 측면을 그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론이란 것은 죄다 세계에 대해 우리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생각에 불과한 것이다. 이건 세계가 아니라 세계의 모델이다.

한데, 모델은 그게 아무리 정확하다 해도 원본을 결코 정확하게 복제하지는 못한다.

이건… 서울 지도가 서울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도시의 지도는 실제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도식적 모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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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눈 얘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 - 객관적인 실재는 (현실은, 세계는) 분명히 있어,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우린 모르며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또 그것에 대해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실재가 (현실이) 어떻게 구성됐고 작동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품고 있는 생각이요 형상이다. 이건 우리네 머릿속에 있는, 객관적 실재의 모델일 뿐이다. 그 이상이 아니야. 

 

비록 객관적 실재를 끝내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든 그럭저럭 지각한다.

우리의 신경계가 작동하는 덕분에, 특히 뇌 덕분에, 우리는 외부 실재에서 (외부세계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는다.

이런 일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가? 

 

앞서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사람이 어떻게 보고 듣고 느끼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외부세계는 공간에 있는 광파와 음파, 갖가지 분자들로 가득하다.

객관적 세계의 이 물리적 발현을 인체가 감각 기관을 통해 뇌의 임펄스로 바꾸고,

이 임펄스를 뇌가 시각적, 청각적, 운동 감각적 (촉각, 냄새, 맛) 이미지로 해석한다.

사실상 이런 과정이 일어난다. 즉, 사람 뇌가 거기로 들어오는 신호들을 이용하여 외부세계의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외부세계의 지각, 뇌에서 뉴런의 활동, 주관적 형상

 

 이 그림에서는 한 가지만 빼고 다 올바르게 표현됐다.

외부의 ‘객관적 실재’가 여기서는 개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가 묘사하기 불가능한 ‘무엇’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무엇인가’를 오늘날 과학은, 앞에서 알아봤듯이, 물리적 진공 상태에서 움직이는 기본 입자들의 집합으로 설명한다. 

 

자, 우리에겐 객관적 실재(세계)가 있는데, 이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없다. 사람 바깥에 있는 이 객관적 실재는 신경 임펄스의 활동 형태로 뇌에 반영된다.

이와 달리 우리에겐 또 주관적 형상이 있는데, 이것은 신경이 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때 사람 의식에 나타난다. 이것이 주관적 실재(세계)이다. 

 

정리하자면, 인간의 뇌는…

객관적 실재가 어떤 사람의 주관적 실재에 반영되게 하는 신체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과학은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사람의 의식이 무엇이며 주관적 실재가 무엇인지 과학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우리 각자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마다 관찰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알아본 것에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나?

1. 특정 순간 당신이 지각하는 것은 죄다 객관적 실재가 아니라 당신의 뇌와 의식이 만들어 낸 주관적 세계(실재, 현실)이다. 

2. 당신 개인의 주관적 세계를 당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왜냐면 특정 순간에 당신이 인식하는 것은 바로 당신 뇌의 작업 결과니까 말이다. 과학자들이 당신 뇌의 일상적인 활동을 고려한다 해도, 이 신경 임펄스를 당신이 인식하는 세계의 형상으로 어떻게 전환할지 알지 못한다. 

 

이제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것은 전부 우리의 뇌와 의식이 만들어 낸 것일 뿐이지 실제로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국, 우리 각자는 자신의 뇌가 만드는 가상현실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이 현실이 (실재가) 객관적 현실을 (실재를) 어떻게든 제대로 반영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즉, 우리 앞에 어떤 물체가 있을 때, 이 물체의 실제 규모에 걸맞은 크기와 형태를 지니는 주관적 형상이 우리의 뇌와 의식에 나타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 물체를 정상적으로 접하고 다룰 수 없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외부의 객관적 실재 (현실, 세계) 전반과 서로 정상적인 작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는 역설이 몇 가지 있다. 

주변에서 파란색 물건을 찾아보라.

당신은 파란색이 어떻게 보이는지 안다.

그건 파랗게 보일 것이다. (^^)

파란색을 “이건 파란색이야!” 하는 말 외에 달리 어떻게 묘사하거나 설명할 수 있나?

 

당신이 파란색으로 지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파란색으로 받아들인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파란색을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려면, 그 사람 머릿속으로 당신의 의식이 스며들어야 한다. 이게 가능한가?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주관적 세계를 절대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파란색이 당신이 지각하는 색깔과 같은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혹시 당신이

“영적인 힘이나 심령술, 초감각으로 다른 사람의 주관적 세계를 볼 수는 없을까?”

하고 말한다면, 즉,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반박한다면…

그렇게 하여 당신이 보는 것도 결국 당신의 주관적 세계에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주관적 세계’도 어쨌든 그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주관적 세계 이외에 그 무엇도 결코 못 봤고 앞으로도 못 볼 것이다. 우리가 언젠가 인식한 것은 전부 우리의 주관적 세계를 벗어난 적이 결코 없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모조리 우리의 주관적 세계다.

초감각적 지각이나 주술적 행위 등이 모두 그걸 행하는 사람의 의식에서 벌어진다. 심지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세계나 감정을 느끼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읽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건 전부 우리 의식에서, 우리의 주관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재미난 역설이 하나 더 있다. 널리 퍼진 수수께끼 하나. 

인적 없고 울창한 숲속에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날까? 있을까? 

우리가 이제는 여기에 답할 수 있다.

그 소리는 없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는 그것을 듣는 사람이나 생물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를 아무도 인식하지 않는다면, 객관적 실재(세계)에서 이건 공기 흔들림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봤듯이, 공기의 파동(음파) 자체에는 소리가 없다.

소리란…

떨어지는 나뭇잎의 공기 파동이 사람 귀에 들어올 때 사람 뇌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이 없다면 (혹은, 인식하는 존재가 없다면) 소리도 없을 수밖에. 

 

키보드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물체를 안 보는 동안에는 그 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

예를 들어, 당신이 방안에 앉아 있다. 앞에 컴퓨터 자판이 있다. 당신 눈길이 거기로 향한다. 즉, 이 자판이 당신 뇌에 신경 활동 형태로 반영되고, 이 신경 활동이 당신 의식에 이 자판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자판에서 눈길을 돌리는 즉시, 당신 뇌와 당신의 주관적 세계에서 그 이미지가 사라지고, 자판이 있는 자리에는 (현대 물리학의 관점을 취한다면) 어떤 객관적 실체가 원자와 분자들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뇌와 의식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자판을 만들어 낸다. 

 

달리 말해, 우리의 뇌와 의식이 없다면…

오직 있는 것만, 즉, 객관적 실재만 (실체, 현실, 세계만) 있을 뿐이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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