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퍼블릭 스피킹(10) 휴지 (pause) 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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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6 (휴지 pause 취하기)  

 

나는 혼자 얘기하기를 더 좋아해. 
그러면 시간이 절약되고 논쟁도 피할 테니까. 

- 오스카 와일드 (1854-1900, 아일랜드 출신 미국 시인, 작가) 

 

“말이 너무 빨라. 조금만 더 천천히 해요!” 

누구한테든 그런 지적을 받은 적은 없나요? 

효과적인 이야기꾼이나 화자가 되기 위해 말 템포를 꼭 늦춰야 할까요? 

 

스피치 두려움,

 

말을 너무 빨리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빨리 말하다 보면 단어들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빨리 말한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어요. 당신 말이 본래 빠른 편인데 일부러 천천히 말하려고 애쓴다면, 그것도 썩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퍼블릭 스피킹에서도 일상 대화에서 하는 템포로 말하면 되는데, 차이가 한 가지 있어요.

 

대화에서는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게끔 휴지를 두는데 반해, 예를 들어 발표나 축사에서는 화자 혼자만 계속 입을 놀리잖아요?

바로 이 때문에 단어나 어절, 문장 사이에서 적절한 휴지(休止, pause)를 둘 필요가 생깁니다.

그러면서 말하는 속도도 조절하는 거지요. 

 

휴지를 취함으로써, 

첫째, 화자의 말을 청자가 머리에 담고 음미하도록 짬을 줍니다.
둘째, 길이에 따라 어떤 휴지는 청자들에게 궁금증을 키웁니다. 
셋째, 화자에게는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할 겨를이 생깁니다. 

어때요, 동의합니까? 

 

학교 안전에 관한 사회 인식을 높이기 위해 스피치를 한다고 칩시다.

대개 이런 식으로 말문을 열지 않겠어요? 

“저는 오늘 우리 학교 내에서 안전에 관해 여러분께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학교 안전은 우리가 다뤄야 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둘 다 주제를 직접 거론해요. 괜찮긴 하지만 좀 밋밋해요!

이렇게 시작하면 어떨까요? (미국의 경우라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담배… [긴 휴지] 술… [긴 휴지] 총기류… [긴 휴지] 이런 범죄적 물건들이 압수됐는데, [짧은 휴지] 이건 다 불량 학교 구역에 있는 9학년 라커에서 나온 겁니다.” 

 

오프닝은 듣는 이들한테 흥미를 일으켜요. 밋밋하지 않아요.

세 단어 뒤에 이어지는 긴 휴지 덕분에 이야기가 더 극적이 됩니다. (즉, 담배와 알코올, 총기류로 이어지면서 위험성이 점차 커져요.)

“압수됐는데” 다음에 취한 중간 휴지는 중요한 언급이 나올 것이라는 신호에요.

청중은 그런 물품이 다른 어느 범죄 소굴에서 압수됐을 것이라고 짐작하다가 학교 라커에서 발견됐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이 유용한 휴지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언제 어떻게 휴지를 둘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아요.

어떤 스피치 코치들은 원고에 필요한 대목마다 표시하거나 휴지 중에 카운트를 하라고 권해요.

하지만 열심히 말하는 중에 일일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고, 자칫 자연스러운 대화체를 벗어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어요. 고도의 훈련을 쌓지 않는 한 말입니다.

스피치 휴지 pause

그 대신 이런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세요.

즉, 의미가 연관된 단어들을 한 덩어리로 말하기.

이른바 chunking으로, 영국 정치가 토니 블레어의 스피치에서 잘 볼 수 있어요. 덩어리 안에서는 말이 빠른 편이지만, 덩어리들 사이에서 침묵을 (휴지를) 잘 취합니다. 

 

의미 덩어리로 말하기란, 달리 표현하면 끊어 읽기에요.

그런데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나?

이건 영어 공부하는 이들이 꽤나 고심하는 측면인데, 우리말 끊어 읽고 말하기에 대해서도 다들 그렇게 많이 고민하나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런 글이 눈에 띄었어요. 

「태화강에 적조 현상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보니 오래 전 울산 지역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했던 표현이 생각났다. 적조 현상은 ‘부-영양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데, 기자가 띄어쓰기를 표시하지 않았는지, ‘부영-양화’로 끊어 읽더라.」

 

정말 그렇게 ‘끊어 읽었다면’, 의미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어요. 

한데 이 문제는 끊어 읽기가 아니라 장단 발음 문제로 봐야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인 부자(父子)에서 ‘부’는 단음이고, 재산가인 부자(富者)에서 ‘부’는 장음이에요. 호수나 강에서 유기 물질에 의해 영양 물질이 많아지는 현상인 부영양화(富營養化)에서 ‘가멸 부’는 장음이니까 [부:영양화]라고 발음합니다.  

 

우리말에서 음의 장단 구분은 말 가락을 살리고 발음도 편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해요.

효과나 교과서에서 ‘본받을 효’와 ‘가르칠 교’가 장음이라는 걸 안다면,

[효꽈]나 [교꽈서]처럼 발음하지는 않을 거예요. 

-[검정 교꽈서] 비리가 삼십 년 만에 불거졌습니다! 
어떤 케이블 티브이 뉴스 앵커의 말을 듣고, 얼핏 ‘검은 교과서’를 떠올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시커먼 ‘검정’에서 ‘검’은 짧은 소리, 검정(檢定)에서 ‘잡도리할 검’은 긴 소리로 서로 발음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방송에서 잘못된 언어 사용은 공해 차원에서 대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보고 듣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언어 생활을 오도하고 더럽히니까!

철자법도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작가 공지영 씨가 쓴 칼럼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철자법에 맞지 않게 적힌 글을 보면 신경이 거슬린다.」  

발음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방송으로 밥 벌고 어디서 얼굴 내밀 수 있을까요? 우리의 작가 공지영 씨는 신경 거슬린다고 완곡하게 표현하지만, 소련 시대 인민배우 라네프스카야(1896-1984)는 더 신랄하게 꼬집습니다.

「편지글에서 틀린 철자들은 흰 블라우스 위에 튀어나온 벼룩과 같아요!」

하하하, 정말 재미난 비유 아닙니까? 

 

글 쓰는 이들은 정자법을 어길 때마다, 말하는 이들은 말법에서 벗어날 때마다,

블라우스와 넥타이 위에 벼룩을 한 마리씩 끄집어내는 꼴이에요.

([검정 교꽈서]는 이미 벼룩이 두 마리네요. 안타깝게도, 양복 저고리에 벼룩들을 달고 방송 현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특히 케이블티브이 쪽에 제법 있더군요. 그나마 다행이지요, 뭐. 머리에 이가 득실거리지는 않으니까.) 

 

자(야옹!), 이제 마음에 드는 텍스트를 아무 것이든 하나 쥐고 의미가 연관된 덩어리들로 나누어 큰 소리로 읽으십시오.

토니 블레어의 리듬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동영상은 유튜브에 많이 있어요.)

그리고 텍스트를 참고하면서 실습 멤버들 앞에서 구연해 보세요.

얘기하려는 장면을 청자들이 마음속에서 그릴 수 있도록 묘사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어구들을 더 짧게 하고, 휴지를 어디에 둘지 잘 생각하세요

 

처음엔 좀 어색할 수도 있어요.

뭔가 새로운 것을 할 때는 그게 정상 아니겠어요?

하지만 웬만큼 터득했다 싶으면, 다음 발언 기회에 적용하는 겁니다.

통상적인 대화 속도로 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당신의 토크가 자연스럽고 활기 넘칠 것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자신한테는 생각할 겨를을, 청중에게는 음미할 짬을 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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