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계속하거나 따로 자신의 이야기를 궁리한다면, 단어 20개를 필요한 순서대로 기억하고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쉽게 하려면, 이런 식으로 한다.
1.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든다.
줄거리는 특이하되 아주 단순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난해하거나 뜻이 복잡하게 구상하려 들지 말라.
이야기가 더 복잡할수록, 단어들을 기억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2. 자신을 이야기 주인공으로 삼는다
이건 중요한 점이다.
주인공이 되면 가상의 모험을 감정적으로 겪을 수 있을 테고, 그러면 기억 작업이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인물들의 감정 상태가 반영되게끔 이야기를 만들도록 한다.
예를 들어, 호랑이를 피해 달아날 때 공포를 느끼거나 바닷가에 누워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상상하는 사건의 중심에 자신을 둠으로써, 이야기가 실제로 당신한테 일어난 것인 양 뇌가 믿게끔 ‘트릭’을 쓰는 셈이다.
이야기에 감정을 도입할 때, 뇌는 이야기를 더 빨리 받아들이고 더 잘 기억할 것이다. 뇌의 신경세포들과 신경망은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따라서 뇌를 (잠시 선의로) 속이는 건 어렵지 않다.
3. 상상력을 동원한다
판타지가 풍부하지 않다고 스스로 여기는 이들은 기억술을 공부하다 보면 그게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을 것이다.
고양이가 빗자루 타고 날거나 선인장이 축구공을 걷어찬다고 상상하기가 과연 어려울까?
아니, 쉬워!
당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만화영화를 상상해 보고, 이 만화영화에 흥미로운 스타일과 다양한 색상을 입히라.
예를 들어,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런 그림이나 장면을 그려 보라.
나무에서 덧신들이 자란다.
날개 달린 냄비가 하늘을 난다.
드럼이 대문 위에 놓여 있다.
개가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한다.
책이 그네를 탄다.
마음속에서 제임스 본드로 변하여 액션 가득한 영화를 찍는다.
그러면 단어를 수십 개는 물론이고 수백 개도 거뜬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사슬 chain> 방법
<이야기 만들기> 방법과 상당히 비슷한 이 방법은 기억한 단어들을 차례로 연결하여 일종의 사슬을 만드는 것.
그런 사슬을 만들 때는 기억한 단어를 전부 결합할 수 있는 일정한 줄거리를 궁리할 필요가 없다. 단어를 하나씩 차례로 놓아 최대한 더 독특하고 흥미로운 의미 구조를 만들면 된다.
앞에 나온 단어들을 (숟가락, 유람선, 진돗개, 선인장, 자작나무, 자동차, 사랑, 탑) 예를 들면 이렇게 연결할 수 있겠다.
“큰 나무 숟가락에 유람선이 놓여 있는데, 그 갑판에 진돗개가 누워서 꼬리를 흔든다.
개 머리에서 선인장이 자라고, 선인장을 자작나무가 꿰뚫는다.
자작나무에 자동차가 걸려 있고, 자동차 후드에는 하트가 그려져 있고,
하트에서 탑이 고개를 빼쭉 내밀고 있다.”
단어들을 더 확실하게 기억하려면, 단어들의 연관성이나 연결에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
그냥 개와 유람선을 볼 게 아니라, 개가 갑판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보려고 애쓴다.
<이야기 만들기>와 <사슬>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이 불문하고 누구든 할 수 있으며, 나중에 유용할 수 있는, 흥미롭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짓는 솜씨가 커진다는 것.
하지만 이런 방법이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암기 속도가 상당히 늦은 편이니까. 그런데도 이걸 먼저 소개하는 까닭은 (정보를 기계적으로 반복하여 외우며 머릿속에서 되감는) 평소의 기억 방법과 (이제 우리가 알고 익히게 될) 특별한 기억법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 보게 하려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에게 1만 장의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보여주었다. 이를테면, 무하마드 알리, 아령, 암스트롱의 달 표면 발자국, 니체의 저작 <도덕의 계보>의 표지, 붉은 장미 등을 보여주었다.
그런 식의 이미지가 무려 1만 장이나 됐다! (실험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그런 정보량이 그 어떤 머리에도 들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80% 이상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요령은 기억에서 정보를 제대로 빼내는 것
기억 단계에서 이미지들을 쌍으로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전에 본 것이고 다른 건 그렇지 않았다. 이를테면, 왼편에 무하마드 알리의 사진, 오른편에 발포성 위장약 Alka-Seltzer가 있다고 치자. 피실험자들은 이미 본 이미지를 알아야 했다. 대부분이 별 어려움 없이 그렇게 했다.
2000년대 초에 실험을 더 복잡한 양상으로 반복했다. (Timothy F. Brady, Talia Konkle).
참가자들은 거의 같은 두 이미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했다. 예를 들어, 오른쪽엔 5달러 지폐 묶음 사진, 왼편엔 1달러 묶음 사진이 있었다. 또 오른쪽에 녹색 객차, 왼쪽에 빨간색 객차가, 또 오른편에 가느다란 방울이 달린 작은 종, 왼편에 굵은 방울이 달린 작은 종.
그 결과, 이미지들이 자잘한 면에서 다를 때도 사람들은 이미지의 거의 90%를 알아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아무것도 잊지 않는다.
단지, 필요한 자료를 저장소에서 늘 끄집어낼 수 없을 뿐이다.
신경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자기 기억에 직접 접근한 경우를 딱 하나 알고 있다.
20세기 초 유명한 러시아 신경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루리야가 솔로몬 셰레솁스끼라는 이름의 아주 독특한 사람을 관찰했다. (나중에 그에 관한 책을 썼다. <대단한 기억에 관한 소책자>).
솔로몬은 숫자로 가득 덮인 페이지를 쉽게 기억해냈다. 역순으로도 막힘이 없었다. 뜻이 있는 단어들은 물론이고 뜻이 없는 음절이나 숫자, 귀로 듣거나 지면에서 본 소리 등도 똑같이 잘 기억해냈다. 수학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복잡한 공식을, 이탈리아어를 모르면서도 이탈리아 시를 기억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서도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엄청나게 고통을 받았다). 16년이 지난 뒤에도 놀라운 정확성으로 예전 정보를 내놓았다.
그의 기억력 특징은 들은 말이나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시각적 이미지를 붙였다는 것. (한데, 우리가 앞에서 알아본 대로, 시각적 이미지는 영원히 우리에게 남는다).
그런데 그에겐 모든 소리가 그 나름의 색깔과 구조, 때론 맛까지 있었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그에겐 ‘노란색에 부서지기 쉬운’ 것처럼 보였고, 또 어떤 목소리를 그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게 나한테 밀려오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에겐 숫자들이 얼굴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1은 당당하고 날씬한 남자,
2는 명랑한 여자,
4는 다리가 부은 남자,
7은 콧수염 기른 남자,
8은 아주 뚱뚱한 여자나 가방 위의 가방을 보게 하는 식이었다.
87이란 숫자를 들을 때, 그의 심안 앞에는 뚱뚱한 여자와 콧수염을 비트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치통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치통은 그를 괴롭히는 빨간 실처럼 보였다. 통증이 커졌다. 실이 더 굵어진 것. 그러자 그는 실이 점점 더 가늘어져서 허공으로 녹아 없어진다고 상상했다. 치통이 사라졌다.
단어들은 저절로 그의 의식을 심적 이미지들로 금방 채웠다.
이것이 그가 지닌 경이로움이었다.
보통사람은 그런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기억력이 솔로몬 셰레솁스끼 만큼 좋아질 것이다.
그는 자기가 원한 것을 어떻게 힘도 안 들이고 기억 저장고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었을까?
사실, 우리 뇌의 비선형적 연상 특성은 기억에서 회상을 적절한 순서로 끄집어내기를 아주 불가능하게 만들지 않는가?
보통사람은 예를 들어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려면 어떤 연상이나 하다못해 희미한 느낌이라도 필요하다.
‘미음 자로 시작하는 것 같은데, 흔하지만 뭔가 밝은 느낌을 주는... 아, 그래, 명희야!’
기억은 선형 논리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살펴볼 수 없다.
셰레솁스끼의 머릿속에는 숱한 기억이 도서관 색인 카드들처럼 차곡차곡 배열돼 있었다. 사실은, 그가 정보를 받은 순서대로 익숙한 장소들이라는 카드에 옮기면서 꼼꼼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무의식적으로,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렇게 했다).
이를테면, 수십 개 단어를 읽으면서 각 단어를 선명하게 시각화하고, 그 이미지를 아는 거리나 집 주변 장소를 따라 하나씩 배치했다. 첫 이미지(단어)는 집 현관에, 두 번째는 마당 가로등에, 세 번째는 담장에, 네 번째는 건널목에, 다섯 번째는 가게 진열창에 둔 것이다. 이 순서를 다 기억하기 위해, 그는 마음속에서 그 코스를 다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놀라운 능력은 우리 각자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다.
엄청난 정보를 기억하는 게 믿기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이건 누구한테나 있으며 키울 수 있는, 잘 발달한 공간 기억일 뿐이다.
런던에 가게 되면, 스쿠터를 타는 젊은이들을 주의 깊게 보라. 그 손잡이에는 도시 지도가 붙어 있다. 그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미래의 택시 운전사들이다. 택시 운행 인증을 받으려면 어려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두 지점 간에 가장 가까운 길을 찾고 도중에 보이는 명소를 다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보통 2년에서 4년이 걸린다. 그 결과 그들은 도시 2천5백 개 거리의 교통의 특성과 위치를 기억한다. 그런 인상적인 지도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덕분에 그들은 무엇이든 기억해낼 수 있다!
이를테면, 답변을 생각하기 위해 시간을 좀 끌면서 “아, 그건 좋은 질문이에요!” 같은 말을 늘 쓸지도 모른다.
혹은 “말씀을 가로막아 미안하지만…”, “이게 중요한지 모르겠으나…” 같은 표현을 남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아주 까다로운 청중조차 박수 아끼지 않게끔 말하기를 익히라. 우리 블로그에서 <Public Speaking>과 <Communication> 코너의 정보를 많이 이용하시라. 이 둘을 떠받치는 것이 또 있으니, <Natural Voice>와 <Body Language>와 <Mind Stalking>이 그것이다. 역시 두루 참고하시라.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이나 카톡이나 전자우편으로 물어보시라. 실전 경험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역시 문의하시라.
★ 각종 형태의 말하기나 소통 훈련은 '벼락치기'로 가능한 공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원리와 이론에 관한 정보를 좀 알아두고, 그에 근거하여 날마다 일상에서 꾸준히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취업이나 진학 면접을 열흘, 보름 앞두고 '이른바 면접학원'이라는 데 다니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짓도 없다. 왜? 왜냐면,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까. 외려 역효과를 내기 쉬우니까!
말할 때는 걷거나 달릴 때보다 뉴런이 더 많이 이용된다. 운동뉴런 하나가 종아리 근육의 근육섬유 2천 개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는 데 비해, 성대를 컨트롤하는 뉴런들은 기껏해야 한두 개 근육섬유를 관장할 뿐이다.
2. 입에서 나온 단어나 간단한 어구의 성격은 다 근육들의 움직임 패턴에 의해 정해진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는 모두 뇌의 언어 영역에 있다. 하지만 이건 엄격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만약 혀를 다치거나 치과 수술을 받았다면, 새로운 조건에서 그 말을 최대한 더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이 바뀐다.
3. “Hello”라는 평범한 단어가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목소리 톤은 그 사람이 만족하는지, 따분한지, 서두르는지, 화내는지, 우울해하는지, 놀라는지, 사나운지 등을 내보인다. 어떤 어구를 입 밖에 낼 때 목소리의 강도 역시 중요하니, 빈정거림이나 애정, 지지, 비웃음 따위를 나타낼 수 있다. 이 단순한 표현의 뜻이 모든 언어 관련 근육의 복잡한 공동작용 덕분에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4. 사람은 말소리를 1초에 최대 14개 낼 수 있고, 이때 (혀, 입술, 턱 같은) 언어기구 요소들은 1초에 2-4번 이내로 움직인다.
5. 우리의 머나먼 조상들에게는 목소리와 촉각과 시각 등이 작동하는 원시적 대화 체계가 있었는데, 이건 여느 동물들의 ‘소통’과 비슷했다. 말하는 능력은 사람이 기호를 사용하여 여러 대상을 제시할 수 있게 되고, 이 지식을 동족들과 나누고자 할 때 생겨났다.
최초의 상징적인 언어 능력은 (‘손재주 좋은’) Homo Habilis/호모하빌리스가 석기를 만들기 시작한 250만 년 전에 나타났다고 학자들은 간주한다. 이 작업이 인류 소통 발달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말을 알아듣는 정확성이 갈수록 더 좋아지게 되면서, 15만 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말하는 능력은 오늘날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입과 코와 인후와 숨통이 점점 복잡한 체계로 바뀌었고, 여기서 혀와 입술이 여러모로 움직이면서 날숨이 모음과 자음 소리로 바뀌었다. 게다가 가장 단순한 단어와 표현으로부터 시작된 진화 과정의 결과로 문법과 구문론이 나타났다.
6. 말하는 능력은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습득하는 것인가? 세 살이 안 된 아이들을 정글에서 잃은 뒤 몇 년 지나 찾았을 때 그들이 인간의 말을 거의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말하는 능력이 발달하려면, 부모며 동갑내기들과 일찍부터 꾸준한 소통이 필요하며, 더욱이 3세 이전이라는 나이가 이 과정에서 필수이다. 뇌는 특정한 연령대에서 말을 배울 수 있게 하며, 이 학습능력이 나이 들면서 줄어드는 듯 보인다. 말하는 능력은 오로지 사회에서만, 또 뇌 성장기에만 발달할 수 있다.
7. 사람의 말하는 능력은 대뇌의 두 중추에 의해 관장되는데, 이 둘은 좌뇌 피질에 위치한다. 우리가 뭔가를 말하고 싶다면, 그건 말의 수신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Wernicke zone)에서 시작된다. 이 영역의 자극이 말의 생산을 돕는 브로카 영역(Broca zone)으로 옮겨지고, 여기서 문법 규칙들이 생각에 적용된다.
그 뒤 이 두 영역에서 나온 정보가 말에 관여하는 근육들을 통제하는 데 쓰인다. 또 이 두 영역은 뇌의 시각 영역과도 연결돼 있어서 우리가 읽을 수 있게 하며, 청각 영역과도 연결돼 있어서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듣고 이해하며 대화 주제에 따라 응답하게 하기도 한다. 또 이 두 영역에는 기억 은행도 있어서, 자주 쓰는 표현을 위한 패턴이 여기에 보존된다.
8. 언어 능력이 진화 과정에서 급작스레 도약하면서 대략 5만 년 전 언어가 나타나게 됐다. 현재 전 세계에는 6천 개 이상의 언어가 있는데, 그건 다 사람들이 1백에서 1천 명 규모로 그룹이나 마을을 형성하기 시작한 5만 년 전에 생긴 하나의 원시언어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된다. 오늘날에는 인도유럽어족, 오스트로네시아어족, 반투어군 등 3개 어족이 있다.
9.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 같은 원숭이들에게 여러 시기에 인간의 기초적인 손짓 언어를 가르쳤다. 일련의 실험에서 그들은 그래픽 기호들을 사용하여 컴퓨터를 다루도록 훈련받았다. 어떤 원숭이들은 (하루 40개까지) 1천 개 이상의 단어를 암기할 수 있었지만, 익힌 단어들에 대한 이해도는 사실상 제로였다. 결국, 모든 것은 대뇌의 능력에 달렸다.
10. 언어의 출현을 설명하는 주요 가설이 세 가지 있다.
* (중미산 버섯에서 채취되는 환각성 물질인) 실로시빈을 함유하는 버섯을 고대 사람들이 식용하면서 뇌에 있는 새로운 영역(브로카 영역)이 활성화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조음 담당 영역이 활성화됐다. 사하라 (알제리 지역인) 타실리나제르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그림들에는 버섯을 잔뜩 움켜쥐고 있는 주술사가 등장한다. 이것이 이 이론을 간접적으로 지지한다.
* 언어의 진화 이론은 오로지 사변적 추론에만 의존하는데, 말이 진화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인간이 생존하고 개체군을 늘리고 야수들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게 했다고 주장한다.
* 우연한 격변이나 돌연변이 역시 말이 생겨난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언어들에는 특정한 종에 타고난 공통 구조가 있다. 2001년 미국 연구자들이 염색체에서 7번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 유전자가 없으면 어구의 구성과 이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지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조차 그렇다. 이것은 언어가 지적 능력 자체와 연관된 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획득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근육 활동을 늘 의식적으로 컨트롤한다면, 특히 말하기와 관련된 근육을 자의로 이완하며 지나친 긴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Relaxation이 중요하다. 근육을 일부러 강하게 긴장시켰다가 이완 상태로 들어서는 실습을 수행함으로써 근조직을 임의로 부드럽게 할 수 있다. 그러면 일상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말하기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다.
권고 ♦ (혀, 목, 손 따위) 어떤 근육 그룹을 일부러 최대한 강하게 긴장시켰다가 최대한 이완한다. (최대한 세게 힘을 줬다가 힘을 다 뺀다.) 이때 긴장 된 상태와 풀어준 상태 간의 차이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 제시하는 실습을 수행하면서 근육 긴장의 강도를 신체 느낌으로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어깨며 목, 안면근 부위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시각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좋다. 그럴 때 더 깊은 이완으로 넘어가기가 더 쉬우며, 그 결과 행동의 자유와 근육 조절 능력을 다듬게 된다. ♦ 비합리적인 이완은 위축처럼 자유로운 움직임에 방해가 됨을 기억하라. ♦ 매일 5-7분 연습하면 언어 관련 기구 근육을 무리하지 않게 이용하는 능력이 개발된다.
주목!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 ♦ 어깨, 목, 가슴, 팔, 조음기관 등의 근육 긴장도 낮추기 ♦ 긴장 상태에서 이완 상태로 부드러운 전환을 느끼고 조절하기. ♦ 편안한 느낌을 기억하고 근육을 의식적으로 이완하기 ♦ 자기암시를 활용하여 근육 긴장을 낮추기 ♦ 서둘지 않고 리듬 있게 힘들지 않게 연습 수행하기 ♦ 실습하면서 편하게 호흡하기.
이완 체조 종합
손과 팔, 어깨 부위 이완
실습 1
서서 (앉아서). 두 팔에 힘을 잔뜩 주고 앞으로 뻗는다. 손가락과 전박, 어깨에 바짝 힘이 들어가고 주먹 꼭 쥔다. 다음에 손가락과 전박, 두 팔의 근육을 차례로 완전히 이완.
실습 2
서서 (앉아서). 손가락을 다 쫙 편 채 두 팔에 힘을 주어 양쪽으로 벌린다. 손바닥, 전박, 두 팔에서 차례로 힘을 뺀다. 두 팔을 편하게 떨어뜨려 진자처럼 흔들면서 진폭을 점차 늘리고 줄인다.
실습 3
서서 (앉아서). 두 팔에 힘을 잔뜩 주어 위로 올렸다가, 상체를 숙이면서 두 팔을 편하게 내린다.
실습 4
앉아서. 의자 양쪽 팔걸이를 쥐고 어깨에 서서히 힘을 주면서 두 손으로 버티다가 상체를 숙이면서 힘을 뺀다. 다음에 의자에서 부드럽게 등을 편다.
실습 5
서서. 두 손을 어깨 높이에서 앞으로 뻗어 손바닥으로 벽을 세게 기댔다가 힘을 뺀다. 기본자세로 돌아온다.
실습 6
의자에 앉아서. 두 손을 무릎에 편하게 놓고 두 발은 살짝 벌린다. 주먹을 쥐고 몸통에 단단히 붙이면서 동시에 힘을 주어 고개를 쳐든다. (긴장 상태). 다음에 고개를 떨구고 상체를 숙이면서 두 손을 앞으로 무릎 위에 둔다. (이완 상태). 다음에 상체를 똑바로 세운다.
실습 7
서서 두 발 벌리고 두 손을 늘어뜨려 깍지를 낀다. 깍지 낀 손을 들어 올려 뒤통수에 대고 온몸에 힘을 준다. 잠시 뒤 힘을 빼면서 동시에 두 손을 급격히 내린다.
실습 8
서서. 두 팔로 수영선수의 동작을 흉내 내면서 두 팔을 번갈아 긴장하고 이완한다.
실습 9
서서 (앉아서). 머리와 어깨를 동시에 힘주어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힘 빼고 떨어뜨린다.
실습 10
서서. 천천히 힘주면서 어깨를 앞으로 모았다가, 두 팔에 힘을 빼고 견갑골이 닿도록 어깨를 뒤로 젖힌다.
몸통 이완
실습 1
똑바로 앉아서 두 손을 허벅지 위에 놓는다. 편하게 앞으로 숙이면서 머리가 떨어지고 이완된다. 두 팔이 편하게 떨어진다. 이완된 상태에서 몸통을 양옆으로 가볍게 흔들기.
실습 2
서서. 두 팔을 둥글게 돌리면서 몸통 돌리기.
실습 3
의자 끝에 앉아서 (서서). 몸통을 조금 앞으로 숙이기. 늘어뜨린 두 팔과 상체와 어깨를 편하게 흔든다.
실습 4
서서. 온몸에 힘을 주고 차렷 자세를 취하다가 갑자기 힘을 다 뺀다. <헝겊 인형>.
실습 5
서서. 온몸에 힘을 주어 역기를 들어 올렸다가 내린 뒤 이완되는 흉내를 낸다.
실습 6
앉아서 상체는 반듯하게. 숨 들이쉬면서 복부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켜 몇 초 동안 유지한다. 숨 내쉬면서 최대한 힘을 뺀다.
실습 7
서서. 두 팔로 어깨를 최대한 강하게 감싸 안았다가 풀어준다.
실습 8. 밧줄 당기기
서서, 두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다. 발끝으로 서서 두 손을 위로 뻗어 상상의 밧줄을 잡는다. (살짝 쪼그리고 앉아) 다리와 팔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밧줄을 힘껏 끌어당긴다. 기본자세로 돌아가 힘을 뺀다. 2-3회 반복.
실습 9. 파라오의 자세
의자 끝에 앉아서 발끝을 바닥에 대고 두 발을 겹친다. 손바닥을 위로 가게 두 팔을 벌려 주먹을 꽉 쥔다. 목을 길게 뺀다. 두 팔과 다리와 몸통의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켰다가 힘를 뺀다. 2-3회 반복.
개개의 말소리나 음절이 중단되거나 길게 끌리거나 연달아 되풀이되면서 말의 리듬과 유창함이 파괴된다.
단어를 말할 때 말소리를 질질 끌거나 반복하는 것은 언어기구 근육의 경련 때문에 생기며, 호흡이 깨지거나 말 가락이 달라진다. 즉, 말소리의 높이와 힘, 말의 속도 등이 급격히 바뀐다. 이외에 포즈와 표정, 조음 등의 변화도 눈에 띈다.
말을 더듬는다 해서 늘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어렵거나 심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가장 자주 나타난다. 대개 공적인 자리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수업이나 구술 시험에서 답변하기, 낯선 사람의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하거나 그에게 뭔가를 묻기 같은 상황에서 그렇다.
말더듬과 그 징표들은 늘 일정한 것이 아니어서, 며칠이나 몇 주, 몇 달에 걸쳐 심해지다가 약해지기도 한다.
정상적으로 말하기가 어렵거나 잘 안 되는 상황이 종종 생길 때, 신경이 예민해지고 때론 심각한 정신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콤플렉스, 열패감, 모욕감, 무기력함, 기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말을 더듬는 성인들 경우 (‘사람들이 날 이해 못해’, ‘내가 해봤자 뻔하지, 뭐’ 등)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레 제한하는 성향이 생기며, 그 결과 사회적 접촉에 줄어들고 자기 세계로 파고들면서 사회 활동이 떨어진다. 말을 더듬지만 않는다면 모든 걸 더 잘 해냈을 것이라 여기면서 일이나 개인적 성취에 소극적으로 대하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그래서 또 말을 더 더듬게 돼 언어 소통이 한층 더 힘들어진다. 악순환.
말더듬 결함이 문제가 될 정도로 많은가?
전 세계에서 성인의 1%, 아이들의 2-3%가 말을 더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한국의 경우 50만쯤 된다고 추산한다. 2세에서 5세 사이 아이들한테서 말더듬이 가장 자주 생긴다. 이는 낱낱의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어구를 갖추어 하는 말이 발달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이 나이 때의 말더듬은 대부분의 경우 성인이 되면서 사라진다.
말을 더듬는 경우가 여자애들보다 사내애들한테 3-4배 더 많다. 연구에 따르면, 언어를 담당하는 뇌 반구가 여자들 경우 남자들보다 몇 배 더 발달됐다. 다른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여자애들이 사내애들보다 언어 발달이 빠르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말하기란 호흡과 발성과 조음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이뤄지는 과정인 만큼, 말더듬 증상을 완화하고 개선하려면 무엇보다도 호흡 훈련과 목소리 생산, 조음 연습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1) 호흡 실습 2) 목소리 생산에 필요한 이완 3) 어조 실습을 통한 조음 강화 등을 차례로 소개하니,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꾸준히 반복하면 (머지않아) 효과를 볼 것이다.
1. 호흡 연습
(생리호흡이 아니라) 언어호흡을 강화하기 위한 실습은 (눕고, 앉고, 서서) 정적인 상태와 동적인 상태에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주목! 호흡 실습 때 다음 조건 준수해야.
♦ 먼지 나고 공기 통하지 않고 축축한 곳에서는 금물.
♦ 식후 금물
♦ 편안한 옷차림으로
♦ 힘들면 멈추라.
♦ 연습 수행의 횟수와 속도를 적절하게 나누라.
호흡 실습 때 이런 면을 감안해야 한다.
♦ 올바른 호흡을 누워서, 앉아서, 서서, 움직이면서 습득해야 한다. 횡격막 호흡은 누운 채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 시작한다. 며칠 누워서 충분히 연습한 뒤, 앉거나 서서 계속한다. 호흡을 완전히 통제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훈련.
♦ 입과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쉰다. 날숨과 들숨 사이에 멈춤을 두지 않는다. 들숨이 곧장 날숨으로 전환.
♦ 소리 없이 들이쉰다. 들숨 때 너무 많이 들이쉬지 말라. 조금 더 들이쉴 수 있을 만큼만 들이쉰다. 공기를 전부 내쉬지 말고 폐에 조금 남겨 둔다. 날숨은 자연스럽고 경제적이고 힘들지 않아야.
♦ 내쉬는 공기를 주로 모음 소리에서 이용한다.
♦ 한번 날숨에서 3-4개 단어 정도만 소리 낸다. 단어들을 떼지 말고 붙여서.
♦ 긴 문장에서는 의미 조각들 사이에서 휴지를 취하고, 숨을 들이쉰 뒤 어구를 계속한다.
♦ 실습 때 주의할 점. 목과 팔, 가슴 근육이 긴장하지 않아야, 어깨와 쇄골이 들숨에서 올라가고 날숨에서 내려가는 일이 없도록.
♦ 호흡할 때 경련이나 떨림을 피하면서 편하게 숨 쉬어야 한다.
동적인 호흡 실습
누워서, 앉아서, 서서, 방을 오가면서, 또 간단한 동작을 취하면서... 여러 기본자세에서 수행할 수 있다. 즉, (두 손을 올리기, 뒤통수에서 깍지 끼기, 뒷짐 지기, 쭉 편 팔을 양옆으로 벌리기 등) 두 손과 팔의 여러 움직임, 손과 팔을 여러 위치에 두면서 절반쯤 주저앉거나 절반 숙이기, 또한 호흡기구 강화와 올바른 호흡, 호흡근육의 힘과 유연성 키우기를 촉진하는 다리나 몸통 움직임도 있다.
실습 1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힌 상태에서 손바닥을 위로 하여 두 팔을 빠르고 부드럽게 뻗어 어깨 높이로 올리면서, 동시에 코로 빠르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입으로 천천히 고르게 숨을 내쉬면서 두 손바닥으로 흉곽 중간과 아랫부분을 누르고 동시에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상체를 가볍게 앞으로 기울인다. 동시에 [스~~~] 소리를 낸다.
실습 2
앞선 실습처럼 상체를 뒤로 살짝 젖힌 채 두 팔을 양옆으로 벌리면서 코로 숨을 들이쉰다. 상체를 앞으로 숙여서 두 손끝이 발에 닿게 하면서 입으로 천천히 숨 내쉰다. 동시에 [푸우~~~] 소리를 낸다.
실습 3
똑바로 선 자세에서 코로 숨을 들이쉰다. 상체를 우측으로 기울여 오른손으로 바닥을 닿으면서 왼쪽 손바닥은 몸통 따라 겨드랑이까지 미끄러져 올라간다. 동시에 입으로 천천히 숨 내쉬면서 [쉬~~~] 소리를 낸다.
기본자세로 돌아와서 코로 깊게 숨을 들이쉰다. 반대쪽으로 실습 반복한다.
실습 4
코로 숨을 들이쉰다. 상체를 앞으로 숙여 오른손이 왼쪽 발에 닿게 한다. 이 위치에서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하-호-후] 소리를 낸다.
기본자세로 돌아와서 숨 들이쉰다. 상체를 숙여 왼손이 오른쪽 발등에 닿게 한다. 이 위치에서 숨을 내쉬면서 [fa-fo-fu] 소리를 낸다.
실습 5
왼손을 허리에 올린다. 코로 숨을 들이쉰다. 오른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몸통을 왼쪽으로 3번 탄력적으로 굽혔다 세우면서 입으로 숨을 내쉰다.
다음에 자세 바로 세우면서 코로 빠르게 들이쉬고, 손을 바꾸어서 오른쪽으로 동작을 반복한다. (오른손이 허리춤에, 왼손을 머리 위로).
실습 6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돌리면서 매번 코로 일정하게 숨을 들이쉰다. 입으로 천천히 고르게 숨을 내쉬면서 [프프프] 소리를 낸다.
고개를 좌우로, 앞뒤로 움직이면서 이 실습을 수행.
실습 7
기본자세 — 차려 자세. 숨 들이쉰다. 살짝 벌린 입으로 일정하게 내쉬면서 제 자리에서 걷기. (마음속으로 30까지 세기).
실습 8. 펌프
선 자세에서 수행. 두 발은 어깨 너비로 벌린다. 타이어에 공기 넣을 때처럼 펌프 손잡이를 쥐었다 상상하고 급격히 숙이면서 손잡이를 누른다. 동시에 숨 내쉬면서 [스] [쉬] [프] 소리 내기. 각각의 소리를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낸다. 5회 실행.
실습 9. 스키
달리는 스키어의 자세를 취하고 스틱으로 밀어내는 스키의 움직임을 상상. 이 실습을 <펌프>보다 더 강렬하게 수행. 숨을 들이쉬었다가 스틱을 지치면서 내쉴 때마다 [수–소–사–세–시–스이].
5회 실시.
실습 10. 중국 인형
기본자세: 서서 두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다. 숨 들이쉬면서 고개 뒤로 젖혔다가 원위치로 돌리면서 날숨에서 [바-보-베] 소리를 낸다.
기본자세 취하고 숨 들이쉬면서 고개를 천천히 숙여 아래턱이 가슴에 닿도록 한다. 고개 들고 숨 내쉬면서 [나-노-네] 소리를 낸다.
기본자세 취하고 숨 들이쉬면서 고개를 왼편으로 기울였다가 원위치하고 숨 내쉬면서 [마-모-메] 소리 내기.
기본자세 취하고 숨 들이쉬면서 고개를 오른편으로 기울였다가 원위치하고 내쉬면서 [카-코-케] 소리 내기.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바깥 세계에 대한 느낌과 생각뿐 아니라 바깥 세계 자체를 묘사하는 소리 시그널 시스템을 세우는 능력에 있다.
"아, 새들 중에서도, 예를 들어, 검은뿔찌르레기는 말을 제법 잘 하잖아!" 하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또 침팬지들은 단어와 아주 간단한 언어 구조를 몇 가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언어 체계 일부만 흉내 내거나 단어를 연결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관성 있는 언어 체계를 만드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 어떤 동물이, 말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인간이라 불렀다.
원시인들이 타잔처럼 제 가슴을 두드리며 고함지르고 으르렁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의 입말은 아마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목구멍소리를 단조롭게 내면서, 그것도 어둠 속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둠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혼자 있을 때 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뜨는 동안 어두운 동굴에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믿음과 평온을 심어주는, 공동체 느낌을 유지하기를 이미 진화 초기에 배우지 않았겠는가. 입말은 불을 사용하는 능력보다 더 먼저 나타났을 것이 분명하다.
동굴 시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입)말을 쓰는 까닭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함이다.
‘phatic’이란 단어는 그리스어 ‘phatos’에서 유래하며 ‘말을 주고받는’다는 뜻. 즉, 교감적 커뮤니케이션은 인사말처럼 서로가 동일 사회의 일원임을 확인하기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입말 과정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소통에 있다.
이 과정은 꼭 무슨 의미를 띠기보다는 끊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테이블(식탁) 담화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늘어지는 침묵 아닌가. 이건 대개 대화자들 간에 접촉이 끊어짐을 가리킨다. 많은 경우, ‘실례합니다’, ‘미안하지만...’, ‘먼저 말씀하시지요’ 같은 말이 나오면서 불편한 휴지가 멈추게 되고, 다들 안도한다. 특히 안주인이 가장... 이때,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단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석기시대 사람들이 쓰던 말이 어떤 것인지 우린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인도유럽어족이나 아리안 어족이라 불리는 이후 말에 관해서는 알려진 게 좀 된다. 그 구조와 일부 어휘가 상당히 바뀌긴 했지만, 그 잔재가 이후 많은 유럽 언어들에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이는 풍부한 문법을 지닌 복잡한 언어였음에 틀림없다. 말레이시아어나 중국어와는 전혀 다른.
말이 단순하고 평이하게 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언어 근대화의 일부이다.
현대 영어는 문법 측면에서 모어인 앵글로색슨어(7세기 말부터 11세기까지의 영어)보다 더 상당히 단순하며, 이탈리아어와 에스파냐어는 모어인 라틴어보다 더 단순하다. 물론, 먼 조상들이 ‘벽돌 쌓듯이’ 더 복잡한 언어 구조를 세웠다고 짐작할 필요는 없다. 목구멍에서 내는 원시적인 웅얼거림은 일정한 느낌이나 생각과 연결됐다.
하지만 훨씬 더 이후에, 아마도 로마제국 붕괴 이후에, 우리가 오늘날 언어학자라 부르는 전문가들이 이 웅얼거림의 요소들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같은 용어들을 도입했다.
언어학 이론의 권위자 노엄 촘스키는 인간 뇌에 특별한 장치가 있어서 어떤 언어든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별다른 노력 없이 단어들을 처음 소리 내고 새로운 것들을 궁리한다. 또 사람에겐 새로운 말을 만드는 능력이 무한한 듯하다. 이건 인간이 누리는 천부의 재능으로서, 그 근간에는 상반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뇌의 아주 단순한 특성이 있다.
이렇게 판단해 보자. 색상 스펙트럼은 하나의 빛깔에서 다른 것으로 점차 이동하는, 무수히 많은 음영으로 이뤄진다. 사람은 그것을 낱낱의 색상으로 구별하도록 배웠다. 그 외에도 그 음영들을 상반된 의미의 시그널로 이용할 줄 알았다. 교통 신호등의 불빛을 보라.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목소리 기구가 낼 수 있는 말 흐름에서 낱낱의 소리를 식별하여 서로 대비시킬 수 있다.
‘dok’는 ‘k’가 ‘g’에 대비되기 때문에 ‘dog’와 같지 않다. 비록 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라 해도.
인간 뇌의 독특한 구성 능력 덕분에 우리는 음소(말의 낱소리)와 형태소(뜻을 지닌 음소들 결합. 가장 작은 말 단위)에 관해, 여러 기능에서 상반되며 한데 묶여 언어를 이루는 최소의 구성 요소들에 관해 말할 수 있다.
우리한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어째서 각 단어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 원시인들은 높은 곳에 있는 대상을 가리키려 할 때 본능적으로 손을 쳐들고, 아래에 있는 뭔가를 가리킬 때는 내리지 않았을까. 달리 말해, 모방하고 복사하는 능력을 이용했다.
말이 (소리 내려면 근육을 써야 하니까) 신체 움직임으로 그 말이 일컫는 대상이나 행동, 느낌을 흉내 내려고 시도했다는 증거는 없다. 달을 뜻하는, 영어 'moon', 러시아어 ‘luna’, 말레이시아어 ‘bulan’ 등이 모두 발성하면서 둥글고 높은 뭔가를 뜻하는 느낌도 있다. (입술이 둥글게 모이고, 혀끝이 거의 입천장에 닿는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대상과 비슷하거나 모방하는 단어들은 극히 드물다. '개'라는 단어는 개와 전혀 닮지 않았으며, '고양이'라는 단어에 동물을 연상케 하는 뭔가가 있나? 전혀 없다.
학술적으로 표현하자면, 언어에는 아이콘에 의한 상징적 표현이 고유하지 않다. 단어들은 완전히 임의로 태어난다. 만약 갑자기 고양이를 개로 바꿔 부르기로 정한다면, 거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논리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전혀 없을 터이다.
달을 보면서 "우바라가암칭메" 소리를 입 밖에 내는 원시인을 나는 막연히 상상한다. 그는 달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나는 여기 서서 하늘에 있는 둥근 물건을 봐, 이건 지평선 위에 가장 높게 떠 있네"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출을 보면서 또 "바키쿠로치치요"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었을 터이다.
사람이 'moon'이나 'luna', 'bulan'을 달에, 'sun'을 태양에 연결하며, 하늘에서 떠오르고 저무는 물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자기 말을 표의문자나 철자들로 기록하는 능력은 훨씬 더 늦게 나타났다. 라틴어나 그리스어, 아라비아어 같이 자모가 있는 알파벳은 상대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인간의 말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우린 거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생물학적 종의, 인류의 출현으로 이어진 발전적 도약이었음은 분명하다. 말은 처음 나타났을 때 이미 골격을 상당히 갖추었으며, 점진적인 복잡화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우리도 포함된) 바깥 세계를 언어 이미지로 만드는 것은 내면세계를, 과학과 기술을 만드는 열쇠가 되었다.
말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 풀리지 않는 측면을 끊임없이 숙고하고, 이 기적을 사랑하고 자랑할 만하다.
사실, 우리가 쓰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말을 끝까지 다 이해할 날이 오기란 힘들 것이다. 중국어, 인도어, 영어 같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말 자체를 이해하기란...
누군가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암호 등등. 물론 메모나 일기 같이 아주 유용한 습관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일상이 하도 역동적이다 보니까 때론 당장에 머릿속에서 뭔가를 끄집어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헤헤, 그건 기우야 기우! 스마트폰에 다 있는데 뭔 걱정이람?”
이것도 한 방법이긴 하겠지요?
그리고 단말기가 고장 나거나 잃어버려서 까맣게 속 태우는 경험도 즐겁게 누릴 준비는 돼 있겠지요?
나중에 치매를 벗 삼아 노년 보낼 확률이 높다는 경고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예전엔 전화번호를 수십 개씩 기억하곤 했는데, 이젠 그럴 자신도 없네요. (한숨 소리가 예서제서 들립니다.) 하기야 길 하나 찾는 것도 이젠 ‘내비’에 의존하는 판이니,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런 시대에 처할수록, 자꾸 스러져가는 기억력에 불을 지필 필요가 있습니다.
기억력 강화 방법은 기억도 못할 만큼 많아요. 정말 진지한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그러다 보니, “에이, 힘들어, 그냥 살고 말지~” 하면서 처음부터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또 적지 않은 듯합니다.
여기 (분주한 현대인들 입맛에 맞게) 간단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1. 왼손으로 양치질해 보라, 오른손잡이라면.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
그렇게 뇌 반구를 양쪽 다 훈련하면서, 생각과 기억의 속도를 키우는 것.
2. 쇼핑하러 나갈 때, 구입 물품 목록을메모지에 적지 말고 머릿속에 담아두는 훈련을 한다.
안 그러면, 나이 이순 넘겨서 장 보러 나갈 엄두를 아예 못 내게 될지도 모른다.
3. 만약 영화를 즐겨 본다면, 이런 실습을 수행해 보라.
다 보고 난 뒤 머릿속에서 필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돌리는 것.
어린애 장난 같을지 모르지만, 20초도 안 걸리는 대신 그 효과는 엄청나다!
4. 교육적인 책을 매일 읽는다.
이상적으로는, 1주일에 한 권. 그러면 한 해 52주에 쉰 두 권을 읽는 것. 10년이면 520권이야! Surprise~
5. 장기 기억을 강화할 필요가 절실하다면, 하루에 시구 하나라도 암기한다.
그 노리는 바는 서적의 경우와 같아.
1주일에 시구 하나를 외운다면, 한 해에 52개, 10년이면 520개가 된다. 놀랍지 않은가?
6.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마!
(많이 먹으라는 건 결코 아니야.) 견과류, 꿀, 해초(켈프), 생선 같은 먹을거리는 기억력을 좋게 할 뿐 아니라 건강 자체를 든든히 하는 것.
7. 담배, 버려야지. 술, 줄여야지.
8. 사랑에 빠지는 거야!
그러면 혈관에 산화질소(nitric oxide)가 생성돼서, 덩달아 손상된 혈관이 복원되고 뇌가 왕성하게 움직이게 된다.
두 손을 계속 탁자나 연단 위에 올려 둔 채 말할 수는 없습니다. 딱딱해요. 어색해요. 말이 자연스레 나오기 힘듭니다.
헛기침을 삼가며, 틀에 박힌 행동은 피합니다.
군더더기 말이나 기계적으로 쓰는 표현은 스피치에서 제거합니다.
아주 가볍게 미소 짓는 것이 좋아요.
법칙 5. <화자/스피커의 자세>
두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립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로 그 정도로만 벌립니다. 만약 두 발을 어깨 너비보다 더 좁게 벌리고 있다면, 자세가 불안정하다고 느낄 겁니다. 두 발을 떠받치는 면적이 아주 작으니까요. (두 발을 맞댄 채 서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힘들지요!) 어깨보다 더 넓게 벌린다면, 보는 이들한테 거들먹거리거나 건방지다는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어깨는 양쪽이 수평을 이루면서 뒤로 살짝 젖히고, 가슴은 평소보다 조금 더 내밀어 보세요.
또 아래턱은 수평선보다 살짝 위로 올립니다.
두 눈은 물론 앞에 있는 사람들을 친근하게 바라봐야겠지요?
법칙 6. <미소>
얼굴에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띱니다.
즉, 가벼운 미소, 혹은 본격적으로 미소 짓기 직전의 상태 같은 거예요.
만약 표정이 맥 빠지거나 무덤덤하다면, 보는 사람들 기분이 산뜻하지 못하겠지요? 적극성도 성의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가벼운 미소를 짓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문제를 두고 당신과 주고받은 대화가 사색을 통해 피와 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길어진 면이 있네요.
부디, 지금까지 제시한 자료를 두 번씩 읽으십시오.
지금까지 <대화와 사색을 통한 Public speaking 길잡이>를 따라 온 당신은 학습 성과를 스스로 평가해볼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더 쉬워졌는지, 발언 공포에서 해방됐는지, 소통에서 인내심이 생겼는지, 자신과 다른 이들에 대한 이해가 더 커졌는지…
궁금한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편지를 내세요. chimin@kakao.com
이 사이트의 '블로그 설명 모듈'에도 연락처가 있어요.
왜 <내 사랑 로고스: 대화와 사색을 통한 public speaking 길잡이>를 썼나?
제가 보기에, 사람들이 서로 경청하고 자신을 조절하고 소통하는 법을 익힌다면, 필요한 사람들과 그냥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이것도 나쁘지 않지만…) 진정한 친구와 동지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또, 흔히 말하듯이, 선하고 영원한 것을 씨 뿌릴 수 있다면, 우리 살림이 한층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삶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생기지 않습니까?
바로 지금 우리 얘기를 사회의 신망 받는 이가 읽고 있을지도 몰라요. 세상에 선한 흔적을 남기기 원하는 이가 읽을 수도 있지요.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나중에 대통령이 되지 말란 법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 길로 들어서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건강한 상식과 교양을 쌓는 것부터!
그리고 제대로 말하기를 (생각하기를) 익히는 것부터!!
우리는 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냅니다. 그러기에 당신과 소통하는 모든 이들이 당신을 더 잘 이해하고, 당신도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하도록 애써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의사가 그러더군요. 각종 경색(梗塞)의 40%가 사람들의 올바르지 않은 소통에서 비롯된다고…
우리는 잘못된 소통으로 인해 서로에게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하기까지 하는 거예요.
한데 사람들은 다 오늘 자기가 누군가를 경색으로 몰고 갔다는 것을 모르거나 잊어요.
그리고 내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또 그렇게 대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내 말을 사람들이 귀담아듣지 않고 알아듣지 못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내가 말하고 설득하고 입증하는 것이 서툴기만 해서 그럴까?
아니요, 당신은 훌륭하게 말하는데, 당신 말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요. 왜?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지요. 그런 경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는 당신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어요.
수천 명 청중에게는 자신의 옳음을 설복하고 입증할 수 있으면서도, 단 한 사람에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왜냐면 그 사람이 눈 감고 귀 막고 마음을 닫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 공연히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 사람은 조용히 내버려둬요. 그 사람의 밴댕이 속과 몰이해를 긍휼히 여기세요.
그런 사람은 당신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계속 이어집니다. 다른 사람들 속에서 동지를 찾으세요.
살아야 해요. 그러나 허둥대며 살지는 맙시다.
만일 인생에서 성공하기 원한다면… 아주 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법이 있어요.
즉, 나폴레옹이 지적했다시피,
목소리를 다듬고 제대로 말하는 법을 익히는 겁니다.
당신 말이 기억에 남도록 설득력 있고 반듯하고 감성적으로 흥미롭게 말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든 일대 일 대화든 상관없이 그렇게 말하는 법을 훈련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내 사랑 로고스: 대화와 사색을 통한 Public speaking 길잡이>를 읽고 (나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과제를 수행해 온 당신께 크나큰 존중과 경의를 보냅니다.
저자 소개
목소리, 소통, 스피치, 신체언어, 방송 분야 연구자, 트레이너. 저술가, 번역가, 방송언론인.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졸.
한국외대 대학원 졸 (문학 석사)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대학 문헌학부 박사 과정
전 MBC 아나운서,
전 SBS 기자, 러시아 특파원, 뉴스앵커.
팟 캐스트 <불탕불탕 말 달리자~> 제작, 운영. (목소리, 소통, 스피치, 신체언어)
목소리, 소통, 스피치, 아나운싱, 리포팅, 신체언어, 실용심리, 글쓰기 등 분야 온-오프 라인 강좌 운영.
강렬한 오프닝으로 스피치를 출발하여 자신 있게 본론으로 순항했는데, 결말에 이르러서 연료가 떨어졌어요.
당신은 발언을 끝냈지만, 청중은 아직 듣기를 끝내지 않았어요.
청중은 여전히 당신을 응시하고 있고, 당신도 그들을 바라봅니다.
일순간 고요가 찾아들어요.
열렬한 박수갈채를 기대하던 당신은 당혹감을 곱씹다가 얼떨결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무의미한 말로 휘갑을 치지요.
비로소 객석에서 자비를 베풀듯이 박수가 나오고, 그때서야 당신은 당혹감을 떨치고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고 안도합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갖가지 형태의 발언을 하게 될 때, 심심찮게 겪는 현상이에요.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걸까요?
눈을 그려 넣지 않았거나, 신통치 않게 넣었기 때문이에요! 화룡점정(畵龍點睛)!!
우리 대화 맨 앞에서 청자들을 사로잡는 오프닝 방법과 유형을 알아본 것처럼, 이제 스피치를 인상 깊게 마무리하는 방법도 생각할 시간이 됐습니다.
스피치 마무리는 당신이 던진 행동 촉구(call to action)를 청중이 연호하면서 뜨겁게 기립 박수를 보내게 하거나 적어도 청자들의 심금을 점잖게 울릴 마지막 호기입니다.
그런 기회를 지극히 상투적이거나 영양가 없는 말로 맺어서는 절대 안 될 일!
노련한 스피커들의 스피치는 ‘Thank you’라는 두 단어로 끝나는 법이 거의 없어요.
윌리엄 사파이어(1929-2009)가 명연설을 모아 엮은 <역사상 위대한 스피치 (Lend Me Your Ears: Great Speeches in History)>에 소개된 217편 가운데 ‘감사합니다!’로 끝을 맺은 스피치는 일곱 편에 불과합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피치를 그런 평범한 말로 끝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먼저 새겨두기 바랍니다. (청중이 당신에게 감사를 표해야지요.) 그런 맺음말은 그렇지 않다면 훌륭했을 스피치마저 죽이게 됩니다.
피해야 할 표현을 더 들어 볼까요.
“이 자리에 선 것이 정말 큰 영광(기쁨)이었습니다.” (어수룩하게 들려요.)
“오늘 발언을 잘 준비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잘 준비해야 마땅하지만, 혹여 그렇지 못했다 해도 이런 결어는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해요.)
또 스피치를 마치고 청중에게 질문을 구걸하면 안 되어요. (소개자가 그걸 하고, 대답을 듣기 위해 연단으로 당신을 다시 부르게 하세요.)
그렇게 하는 대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겁니다!
결론에 뒤따르는 맺음말은 스피치에서 마지막 언급입니다.
이건 물론 오프닝이며 토픽과 연관되는 것이어야 해요. 보통 세 문장 이내의 간결한 표현으로써, 스피치 목표를 강조하고 청중의 기억에 뭔가를 남기는 것이 맺음말의 역할입니다. 클라이맥스이자 결정타가 되어야 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밋밋한 어조로 말하는 “감사합니다”는 그리 적절한 마감이 되기 어려운 겁니다.
듣는 이들에게 소름이 돋거나 머리끝이 쭈뼛 서고 혈관이 터질 만큼 강력하고 높은 어조로 장식해야 합니다. 오페라가수가 역을 끝내도 가슴 깊이 노래 여운이 남고, 코미디언이 무대를 떠난 뒤에도 계속 웃음이 이어지듯이, 스피커가 단상을 내려간 뒤에도 청자들이 뭔가 생각에 깊이 잠겨 있게끔 만들어야 하지요.
그것이 맺음말의 기능이고 효과입니다.
청중의 뇌리에 남는 것은 대개 마지막 단어들이에요. 마지막 말로써 당신 생각을 크리스털처럼 요약하고 메시지에 전류를 넣고 청중이 움직이게 하는 겁니다.
사파이어의 <명연설 모음집>에서 세 편을 골라, 스피치를 어떻게 마무리 지었는지 살펴보지요.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 아니라, 당신의 창의력을 꿈틀거리게 만들고 강렬한 인상으로 발언을 끝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아메리카 혁명 직전 식민지 이주자들에게는 전쟁이 첨예한 문제로 대두됐어요. 미국의 정치가요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1736-1799)는 1775년 3월 버지니아 주 하원 연단에 올라 미합중국의 독립을 주창하는 명연설을 역사에 남겼습니다.
특히 결어로 삼은 마지막 서너 문장은 이백여 년을 넘기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요. 스피치의 제목이 되기도 했고요. 바로 이 대목입니다.
쇠사슬에 묶이고 노예 상태로 허덕이면서도 살아야 할 정도로 삶이 소중합니까?
아니면 그런 평화가 그렇게 달콤합니까? 오, 신이여, 이걸 부디 막아 주소서!
다른 이들이 어떤 길을 택할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렇게 외칩니다.
자유를 달라! 아니면 죽음을 달라!!
그리고 패트릭 헨리는 연단을 떠납니다.
그 다음에 어떤 장면이 이어졌을지는… 당신께서 상상해 보십시오.
두 번째 사례로 넘어갑니다.
이 나라와 전 세계의 생산 대중을 등에 업고, 또 도처에서 상업계와 노동계 이해 당사자들과 임금근로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우리는 금본위제를 요구하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당신들은 노동의 이마에 가시관을 억지로 씌워서는 안 될 것이오!
당신들은 인류를 금 십자가에 올려놓고 책형하려 들어서는 안 될 것이오!!
멋진 비유를 담은 맺음말에 기립하여 박수 치지 않을 이들이 어디 있겠어요?
189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윌리엄 브라이언(1860-1925)은 이 연설로 대통령 후보 자리를 따냈습니다. 이 연설은 이후 <금 십자가>라는 제목으로 불리게 됐어요.
민중 민주주의 지지자요 은본위제 운동의 리더였던 그는 미국 민주당의 진보 진영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대통령 후보에 두 번 더 지명됐으며, 윌슨 대통령 시절에는 국무장관을 지내기도 했어요. 흥미로운 점은,전국을 수도 없이 돌아다니면서 묵직한 중저음의 당당한 목소리를 토해 냈던, 당대 가장 저명한 연설가요 강연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이네요.
영화 <King’s speech>를 보셨겠지요?
말더듬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왕의 고뇌와 몸부림에 잔잔하지만 오랫동안 남는 감동을 추스르기 힘들었어요. 콜린 퍼스의 연기도 참 잘 어울렸고.
국왕의 권위는 어디에 있나? 세금 부과? 전쟁 선포?
아니, 국민을 대변하는 능력이야. 그런데 난 말을 못하니…
히틀러의 침공에 맞서 전쟁을 선포하며 군대와 국민에게 하나 되어 싸우자고 호소하는 라디오 연설을 눈앞에 두게 됐지요. 스튜디오로 향하는 왕을 배웅하며 처칠이 너스레를 떱니다. “저도 마이크를 겁냅니다. 혀가 굳어서 발음도 꼬이지요.”
그러나 이건 말하기 공포에 시달리는 왕을 위로하기 위한 마음씀씀이였을 뿐. 실제로 그는 우리가 알다시피 대단한 연설가였습니다.
조지 6세 국왕의 저 라디오 연설 이후 몇 달 뒤인 1940년 6월 전쟁 중에 처칠은 영국 국민에게 항전 의지를 끝까지 불사르자고 촉구합니다. 그 스피치를 이렇게 마무리 지었어요.
그런 고로 우리의 책무를 한층 더 인식하고 이 난국을 견뎌냅시다.
만일 영국 연방과 제국이 수천 년 지속된다면 사람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하는 겁니다.
나직한 목소리가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듯이 작용한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될 거예요. 물론 당신 자신도 더 평온하고 균형 있는 사람이 될 게 분명하고요.
말(발언)하는 사람은 누구나 셀프컨트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발언자가 입을 열기 시작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객석) 쪽에서 야유나 냉소가 하나, 둘 나와요. 그러면 화자는 자제력과 침착성을 잃고 고함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면서 능숙하게 받아넘기지 못하게 되어요. 그럼으로써 객석에서 또 웃음을 야기하고, 그래서 또 한층 더 당황하고…
그런 상태에서는 한 가지 실수가 다른 실수를 유발해요. 그리고 발언은 시작됐고 만회하려고 별의별 수를 다 써도 청중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합니다.
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단어나 어구, 문장들에 3의 법칙을 적용할 때 우리는 스피치를 좀 더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미시적 측면이라면, 거시적 측면에서도, 즉,스토리나 스피치 전체 개요에도 3의 법칙은 적용됩니다.
3의 법칙으로 구성된 스토리는 동화나 민담, 성서 일화, 영화 플롯에 많이 등장합니다.
그림 형제의 <황금 거위>, 곰 세 마리,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다 그래요.
영화에서도 (120분짜리라면) 설정(30분), 갈등(60분), 해결(30분) 정도의 구성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하네요.
이런 3부 구조는 증명된 공식이기 때문에 영화나 책, 스토리텔링 등 각종 전달 형태에서 청중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느끼게끔 하기에 제격입니다. 스피치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당신의 발표는 따스함과 친밀감, 이해성을 얻게 되지요. 사람들의 DNA에 각인된 3의 구조를 건드리고 거기에 호소하는 것이니까요.
스피치 구성이나 개요에서 3의 법칙 적용으로는 이런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 도입 - 본문 - 결론
이건 가장 간단하고 가장 널리 쓰이는 구성. 하지만 가장 흔한 실수도 여기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도입을 빼먹는 경우지요. 이정표나 흐름을 제시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돌진하는 거예요. 이때 듣는 이들은 다소 어리둥절할 수가 있습니다. 거꾸로, (시간 운용을 잘못 하거나 해서) 결론을 생략하는 경우, 청중에게는 전달받은 메시지의 윤곽이 또렷하지 못하게 되기 쉬워요.
* 과거 - 현재 - 미래.
이런 구조를 잘 적용하면 청중은 메시지를 더 쉽게 이해하겠지요. 반면에 시간 흐름에서 앞뒤로 마구 오간다면 청중은 혼란스러울 거예요.
* 분규 - 해결 - 사례.
이건 설득 스피치에서 유용한 개요입니다.
* 도입 - 본론(주안점 1, 2, 3) - 결론.
이건 정보 스피치의 개요입니다. 이때 주안점을 가장 좋은 3가지로 제한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해요. 그보다 적으면 메시지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더 많으면 메시지가 장황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 도입(토픽과 핵심 메시지 소개) - 스토리 1(주안점 1) - 스토리 2(주안점 2) - 스토리 3(주안점 3) - 결론 (스토리 3개를 묶어서 핵심 메시지 반복).
스토리는 어떤 타입의 스피치에도 요긴한 것이지만, 특히 청중과 감성적 연결을 요하는 동기 부여 스피치에서 강력히 작용합니다. 바로 여기서 스토리를 구연할 때 3부 구조가 필요한 겁니다.
말할 때 당신 목소리에는 늘 자신감과 확신이 담겨 있나요?아니면 목소리를 단련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나요?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목소리도 여러 근육과 강(腔, 몸속 빈 공간), 조직, 신경, 분비액 등으로 구성됩니다. 남자와 여자는 성대주름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목소리 피치도 서로 다릅니다.
목소리는 서로 다른 피치를 수없이 만들어낼 수 있어요.
후두 근육에는 눈을 제외하고 다른 어떤 근육들보다 신경이 더 많습니다.
게다가 말할 때 우리가 신체의 3/4을 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친 발가락조차 목소리 울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알 만합니다. 그러니 우리네 목소리가 흥분이나 스트레스에 쉽게 영향 받는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은 아니에요.
다른 신체 부위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은 더 강한 목소리를 타고나는 반면에 또 어떤 사람들은 목소리를 단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추럴 보이스의 관점에서는 누구나 완벽한 목소리를 타고난다고 전제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는 아마도 초조하거나 목소리에 힘이 부족할 때, 아니면 그 두 가지 원인으로 나올 수 있어요.
어떤 경우이든 적절한 훈련을 통해 목소리를 조절하고 내구력을 키울 수가 있습니다.
당신이 목소리를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니고, 그래서 목소리 훈련 방법을 모른다 해도, 매일 목소리를 제대로 다듬고 말할 때 떨림이나 말림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을 소개합니다.
1. 숨을 깊게 들이쉬고 hisssssssing 소리를 내면서 내쉬라. 10회 반복. 적절한 들숨은 건강한 목소리를 위한 기본이자 목소리를 떨리게 하는 예민한 에너지를 제어하는 것.
2. Mm-mmm을 여러 어감으로 소리 내라. 5회 반복. 안면의 공명이 커지고, 따라서 깨끗한 진동음이 나온다. (앞에서 소개한 신음 내기)
3. “Mm-mmm, Mmm-hmm”을 당신의 음역 안에서 위아래로, 또 그 반대로 소리 내라. 10회.
4. 이제 성량을 조금 키워서 “Mmmmmmmmy name”을 말하라. 당신 음역 안에서 10회 높고 낮게 반복하라. 목소리의 유연성이 커진다.
5. “네이, 네이, 네이, 네이, 네이”를 고함까지 가지 않는 큰 소리로 말하라. 당신 음역 안에서 높고 낮게 10회. 안면 공명을 강화하는 것.
6. “오오오오, 에에에에” 사이렌 소리를 중간 음역에서 시작하여 몇 번 오르내리며 내라. 매번 더 높게 시작하라. 목소리의 유연성과 일관성에 주의하라.
7. 안면 앞부분에서 진동을 느낄 때까지 “Mmmmmmm” 소리를 내라. 5회. 역시 안면의 공명 강화.
8. 이제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들을 소리 내어 말하라. 명료한 발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빨리 말해도 좋다. (#액션 35 예문들로 연습하라.)
9. 몇몇 문장을 큰 소리로 말하면서 앞의 연습들을 한꺼번에 확인하라. 토크의 오프닝이나 결어, 애송하는 시와 노래를 이용하라.
10. 심호흡을 5회 함으로써 훈련을 끝낸다.
다음 단계로 가려면 이렇게 하세요.
스피치를 매번 큰 소리로 연습하라. 매일 목소리 다듬는 훈련을 하라. 스피치를 앞두고는 특히 필요하다. 청중 앞에 서는 시간만큼 목소리 다듬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좋다.
올바른 호흡법을 다시 확인하고, 이 기술을 스피치에 적용하라.
허밍을 많이 하면서 안면에서 공명을 느끼고 확인하고 키우라.
노래 교실이나 개인 교습을 받으라.
아주 간단하면서 지극히 효율적인 방법도 있어요.
‘오오옴’이나 ‘으으음’ 같은 소리를 나직하고 차분하게 내는 것도 좋습니다.
소 울음소리를 기억하세요.
목소리의 크기와 높이, 길이에 조금씩 변화를 주어 보세요.
이건 평소에도 5분에서 10분씩 하면 좋아요. 몸이 아플 때도 유용해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목소리를 낼 때 우리가 원하든 아니든 진동은 신체 기관 전체에, 모든 세포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가합니다. 이건 기초적인 물리 법칙에 근거한 거예요. 즉, 대기(공간)에서 음파는 1초에 331미터 속도로 퍼지고, 액체(혈액)에서 900미터, 딱딱한 신체(뼈)에서는 초당 1000미터 속도로 전달됩니다.
음파가 15분 동안 당신의 정수리에서 발뒤꿈치까지 온 몸을 53만 번 이상 관통합니다. 한 시간에는 무려 212만 번을. 각 세포에 이르기까지 우리 신체에는 고유한 진동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를 쥐어짜다 보면 이 진동 빈도가 파괴되어요. 이와 달리, 본연의 목소리는 이 진동을 복원하면서 동시에 신체 기능에 좋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목소리로 하는 치료도 있지 않습니까?
어디서나 훈련하는 것이 좋아요. 걸으면서, 면도하면서, 차를 마시면서…
언제 어디서든. “오오옴”, “으으음”, “네이, 네이…” 소리를 내면 그 진동 덕분에 기분도 좋아집니다! (직접 느껴 보세요!)
목소리를 좋게 만드는 비법 한 가지 더!
노래 부르기와 비슷한 작용을 하겠는데, 어쩌면 이 (이런 유형의) 독송이 가장 큰 효과를 줄지도 모르겠어요.
바로 <신묘장구 대다라니>을 읊는 겁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호흡과 목소리 훈련에는 아주 제격이에요.
이 진언은 다 읽는데 2분이 조금 넘어요.
발음 훈련에 좋은 음절들이 많아요.
가락이 절로 실려요.
이 불법의 진언을 읊으면서 평온을 찾는다면, 그 또한 좋지 않겠어요? (흠, 제가 우리 트레이닝 목표에 맞게 이야기하다 보니 진언의 본디 의미와 역할을 부차적인 것인 양 말하게 됐군요.) 번다한 일상에서도 짬 나는 대로 우리는 구도하는 마음으로 수련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신묘장구대다라니>의 전문은 인터넷에서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소릿값들을 또박또박 내도록 하세요.
발음이 익숙해졌다 싶으면 좀 더 빨리 소리 낼 수도 있어요. 단, 이때도 발음이 엉키지 않도록 합니다.
호흡 크기에 적절하게 휴지를 취하세요. 갈수록 한 호흡에 더 많은 음절을 소리 내도록 해 보세요. 단, 폐부의 공기를 다 쓰지는 않도록 하세요.
조용한 시간과 장소를 찾아서 (앞에 제시한 대로) 바른 호흡 자세를 취하고 이걸 하루 세 번씩 우선 일주일 동안이라도 읊어 보세요. 호흡이 더 길어지고 목청이 터지고 딕션 관련 기관들이 더 유연하게 작동하게 된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손만이 아니라 목소리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당신이 지금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 좋은 목소리를 습득하여 잘 쓴다면 지금보다 두세 배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목소리란,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그저 ‘명함’이거나 이미지의 일부 정도가 아닙니다.
목소리는 바로 우리 내면의 ‘나’, 자아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관한 정보의 80%를 목소리와 억양을 통해 받아들입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화려한 입신의 길에 들어서던 즈음 자신의 목소리와 스피치에 불만이 컸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밋밋한 목소리와 언변으로는 자기를 지지하는 대중은 물론이요 쟁쟁한 장군들과 충실한 병사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신뢰를 불어넣기가 쉽지 않았어요. 결국,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공사다망한 가운데서도 당대 저명한 배우 탈마(1763-1826)를 초빙해 목소리 설비와 운용, 낭독과 낭송 같은 작업에 적잖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 이후 오랜 세월을 살고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이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우리는 훤히 알고 있습니다. 큰 승리란 전부 작지만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되기 마련 아닙니까?
‘철의 여인’ 대처 같은 인물조차 영국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뒤 전문가들과 함께 목소리를 가꾸고 다듬는 작업에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형상이 타이틀과 개인 자질로써 인식되지만, 또한 자신의 목소리와 스피치로 뭇 사람들에게 신뢰와 존중을 얻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거대한 재능을 지닌 두 인물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조금만 채우면 다른 많은 재능이 한층 더 활활 타오르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뭔가 말할 것이 있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숙고할 필요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못 받고 이해되지 않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시원하게 드러낼 줄을 모릅니다. 그들은 청중 앞에서, 협상에서, 일상 소통에서 자신을 연출할 줄 몰라요.
그 결과 많은 잠재적 재능들을 세상이 듣고 알 수 없다면, 당사자들은 물론이요 인류에게도 얼마나 손실이 크겠습니까?!
- 나는 본래 목소리가 안 좋은 걸!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입니다. 그건 “기억력은 타고나는 거 아니야?” 하는 말처럼 잘못된 생각이에요.
사람의 주요 신체 기관인 목소리를 자연은 누구한테나 태어날 때 완전히 준비된 상태로 부여합니다. 신생아의 목소리는 통상 부모 목소리보다 더 강하게 울려요. 누구한테나 있는 본연의 목소리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열 명에 아홉 이상은 이 본연의 목소리를 세 살 때부터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잃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런 아포리즘까지 나왔어요.
“사람들은 다 언젠가는 순결과 목소리를 잃는다.”
목소리 가꾸기를 거론할 때 우리는 흔히 그걸 (새로) 만든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자연이 부여한 본연의 (잃어버린) 내추럴 보이스를 찾아 조율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겁니다.
목소리 조율과 강화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목소리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측면을 생각해 봅시다.
1. 본연의 목소리란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서 사람의 내면세계를 최대한 반영한다.
누구나 태어날 때 강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연에 의해 부여받는다. (갓난애들을 생각하면 충분해요.) 그럼에도 대다수는 자기 본연의 목소리를 5-10%만 활용할 뿐이다.
2. 듣기 좋은 목소리란?
어떤 목소리를 전문가들은 그렇게 부르나?
유쾌한 목소리는 그 음색에 낮은 것에서 높은 것까지 모든 진동수가 있다. 자연이 준 목소리는 대개 듣기에 좋다.
이 본연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유쾌한 개성이다.
사실 목소리란 본질상 개성의 지표가 아닌가.
3. 누구에게는 좋은 목소리가 있고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은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
1) 지나친 긴장과 위축 때문에 목소리가 자유로이 울리지 못한다. 따라서 낮고 울림 좋은 색채와 높고 낭랑한 색채가 사라져 음색이 빈약해진다.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다.
2) 만일 그 바탕이 저급하고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점들이 목소리에 다 반영되어 목소리는 당연히 썩 듣기 좋지 않다.
4. 목소리를 듣고 사람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나?
아주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성격, 건강 상태, 성향 등을 가늠할 수 있다.
또 목소리를 듣고 그 사람과 함께 일할 만한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진정한 의도와 발달 수준이 목소리에서 드러난다.
5. 전문가들은 ‘입으로 말하고’ ‘목구멍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말하고’ 심지어 ‘복부로 말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
이건 신체가 발성 과정에 관여하는 정도를 뜻한다.
자연이 부여한 본연의 목소리를 낼 때는, 정수리부터 발뒤꿈치까지 온 몸이 다 울린다. (공명한다. 갓난애들의 울음소리가 바로 그렇다.)
그러나 긴장과 위축이 클 때 목소리에서 나오는 진동들이 온 몸을 가로질러 내달리기를 멈추고 목구멍 수준에서만 머물게 된다. (‘목구멍으로 말하기‘) 이때 당연히 음색은 아주 빈약하다.
하지만 물론 목소리에 중간 배음과 높은 배음들이 있어서 받쳐주는 경우에 그렇다. 이건 (음의 증폭 정도를 대역별로 비슷하게 하여 좋은 음색을 내게 하는) equalizer가 잘 조율된 오디오 시스템과 비슷한 것.
누구나 자기 목소리가 천연적으로 조화롭게 울릴 수 있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것이 목소리 훈련의 목표.
7. 목소리의 음색과 아름다움은 성대와 호흡뿐 아니라 자세와 숙면 정도, 말 속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자세는 당연히 목소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좋은 자세는 좋은 호흡의 담보이며, 좋은 호흡은 좋은 목소리의 담보니까.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근육들을 강화하려면 규칙적으로 수영하는 것이 좋다. 목소리 훈련에서 아주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충분한 수면도 목소리를 크게 좌우한다. 많은 오페라 가수들이 자정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10시까지 충분히 자는 날 목소리가 훨씬 더 잘 나온다고 증명한다.
말하는 속도와 풍부한 목소리는 사람의 내적 평온과 느긋한 상태의 결과일 터.
차분하고 여유 있는 상태에서는 목소리가 더 정취 있고 표현력 크게 울릴 것.
하지만 일부러 말을 느리게 한다고 하여 목소리가 더 풍부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마음의 평화와 여유를 지니면서 원기 있고 민감한 상태로 들어서기를 익히는 것이 더 낫다.
기억력과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시를 이용했지만,스피치에서 인용하는 시구는 당신의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고 청중의 심금을 울리고 스피치 품격을 높이는 데도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다들 살면서 적어도 시 한 편씩은 듣지 않았겠어요? 다들 알고 좋아하는 시를 몇 행만 넣어도 그 시구의 위력이 당신 이야기에 독특한 힘을 보탤 겁니다. 시에 쓰인 어휘는 (시어들은) 대개 혀에서 쉽게 나오고 청중의 가슴에 쉽게 들어갑니다.
많은 청자들이 매일 시를 접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당신 입에서 나오는 시구 몇 개에도 귀를 곤두세울 가능성이 높아요. 또 시를 인용하는 당신을 청자들은 시인과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발언에 인용한 시 덕분에 스피치 자체가 청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단, 인용하는 시의 영향력이 커지게 하려면 낭송을 철저히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가 자연스레 들리게 하려면, 평소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겠지요.
시 낭송은 말하기 발달 과정에서 각별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시어에는 리듬과 선명한 형상, 울림이 있어요.
어린 시절 엄마와 할머니가 들려준 동요는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시 낭송 방법을 정리해 볼까요?
1. 작위적인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시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하여정조를 파악한 뒤, 그 분위기에 적절한 음색으로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낭송. (특히 우리 한국에서, 많은 낭송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 - 시 낭송에 감정을 '지나치게' 많이 집어넣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여기서 모든 불편함과 어색함이 나온다.)
2.우리말을 유려하게 구사하려면 무엇보다도 장단 발음을 잘 지켜야 한다.
리듬감이 저절로 생길 뿐 아니라 말하기 자체가 훨씬 더 쉬워질 것. (이른바 ‘쪼/調’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장단음과 띄어 읽기, 휴지 따위를 지킬 때 저절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리듬 대신자기만의 독특한 가락에 의존하는 ‘쪼’는 듣는 이들에게 이상하고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런 현상 역시 '작위적인' 것에 속할 터이다.)
3. 정확한 발음, 올바른 발성법과 호흡법을 익힌다.
4. 시에 들어 있는재미난 말과 반복되는 말에 눈길을돌린다. (운율)
5. 시 내용에 걸맞은 장면을 머릿속에서 그린다. (시의 회화성)
6. 자기도취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려면 낭송하는 이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감정 절제와 조절 - 1번과 비슷한 맥락).
자기가 하는 말에 몰두한다는 것은 아주 좋아요. 그러나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발언하는 사람이나 그저 누군가와 대화하는 사람이 자기 말에만 푹 빠지고 자기 소리만 들을 때,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겨요. 그가 (지혜롭고 흥미롭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들 거기에 빈정거릴 수 있어요. 왜?
왜냐하면, 자아도취에 빠져 있으니까.
그는 소통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혼자 노는 거예요. 자기 말을 듣건 말건 중시하지 않아요. 제멋에 겨워 있어요. 그러면 청중과 단절돼요. 벽이 생겨요. 셀프컨트롤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자기 말을 늘 외부에서 듣듯이 들어야 합니다.
많은 라디오 진행자들이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듣는 데 도움이 된다고 헤드폰을 씁니다.
한데 사람들 앞에서 발언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누구와 무슨 얘기를 하든지 간에, 질문에 답하기 전에 다섯까지 세세요.
우리 대화 맨 처음에 휴지를 3초까지 취하라고 당부했었지요?
이제 과제가 좀 복잡해져요.
휴지를 10초까지 늘린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적어요.
이번 #액션이 처음에는 잘 안 되고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지라도, 일주일 지나면 당신에게 큰 이득을 안길 겁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생각 짧은 언급, 우연히 튀어나온 말, 옳지 않은 반응은 거의 막을 수 있어요.
뭔가를 말하기 전에, “가치가 있나?” 반드시 생각하세요.
사실 이건 다들 알고 있는 듯한데, 왠지 잊어버려요.
그리고 이상한 말들이 튀어 나오고 실언과 부정확한 표현이 심심찮게 나와요.
그러고 나서 변명(합리화)하고 간신히 모면하고, 당신 말을 제대로 이해 못했으며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하게 돼요.
앞에서 우리가 살펴본 소통 법칙을 되새겨 볼까요?
“우리가 말하기 편한 게 아니라, 청자가 납득하기 편하게 말해야 한다.”
이걸 지키기 위해 셀프컨트롤과 충분한 휴지가 필요한 겁니다.
5초 동안 멈춤으로써 당신을 자극하는 말에 더 정확하게 반응하고 야기되는 예민한 상황에 현명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갖습니다. 외교관처럼 직설적인 대답을 피하고, 질문에 답변이 준비 안 돼 있으면 나중에 반드시 대답하겠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더 좋을 때가 가끔 있어요.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핏대 올리며 우물우물하는 것보다 더 나아요. 당신은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의무가 없어요. 번개처럼 대답해야 할 의무가 없어요. 114가 아니잖아요.
혹여 이상해 보이더라도 이번 #액션의 수행을 면밀하게 분석하세요. 어떤 어려움이 생겼는지, 다른 사람들과 소통의 형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어떤 결과에 이르렀는지…
이건 화자에게 로고스가 빈약할 때 생기는 현상이며, 이런 경우 핵심 메시지가 잘 전달되기 어렵고 화자의 행동 촉구에 청중이 호응할 리 만무합니다.
로고스를,말하기에서는 ‘논리적 추론’이나 ‘추론에 기초한 논거’ 같은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리라는 단어가 나오면 흔히 메마르고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또 당신은 동적이고 재미난 화자가 되기를 원하고, 그래서 논리적 추론은 썩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한데 로고스는 청중이 이해하고 납득하도록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필요하고, 청중이 당신 스피치에 연역적 추리와 귀납적 추론을 무의식적으로(!) 늘 적용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봅시다.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청중에게 알리려 한다고 가정하지요.
* 새 다이어트 방법은 배고픔을 잘 못 느낀다고 주장한다. (전제 A) * 배고픔을 잘 못 느끼니 칼로리 섭취가 줄 것이라고 주장. (전제 B) * 칼로리 섭취가 줄어드니 체중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 (전제 C) * 따라서 새 다이어트 방법은 체중 감소에 좋을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이는 전제들이 옳다면 옳을 수밖에 없는 건전한 연역적 결론)
한데 이 얘기를 듣는 청중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 지금까지 내가 시도한 다이어트는 다 참담하게 실패했어. (전제 D) * 이 새 다이어트는 실패한 다이어트들과 비슷해. (전제 E) * 따라서 이 새로운 다이어트도 아주 신통치 못할 거야. (이것은 두 가지 전제에서 나온 합리적인 연역적 결론)
청자들은 자기네 (실패했다는) 감정적 경험을 기반으로 내린 결론에 워낙 크게 사로잡혀 있어서, 당신 결론이 잘 먹혀들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두 가지 상충하는 결론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청중은 당신 주장에서 결점을 찾으려고 들겠지요. 당신의 연역적 결론이 견실하다 해도, 청중은 당신의 전제들을 의심할 거예요.
* “다이어트 할 때마다 난 늘 배고픔에 시달리는 걸!” (전제 A의 역)
* “칼로리 섭취가 줄어도 운동량이 충분치 못해서 살이 찔 거야!” (전제 C의 역)
청자들이 내뿜는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신 주장이 더 자연스럽고 강할수록 역풍이 순풍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당신 주장을 떠받치는 사실들과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과거에 실패한 방법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이는 겁니다. 이것이 잘 되면, 전제 E라는 의심과 청중 대다수의 귀납적 추론을 확실하게 물리치게 됩니다.
흔히 간과하기 쉽지만 설득에 고려해야 할,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어요.
바로, 평범한 것들!
이는 널리 퍼져 누구나 자연스레 갖고 있는 믿음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다 같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것이 가족의 결속을 강화한다고 A가 굳게 믿고 있다면, 그 평범한 것 때문에 당신이 A에게 저녁 클럽에 가입하라고 설득하기는 힘들 수 있어요.
이 평범한 것들을 스피치에서 활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평범한 일은 스피치에서 (언급되지 않은) 전제들처럼 이용할 수 있다. 2. 당신의 평범한 것들이 청중의 것과 다를 때, 그들의 것을 쓰라! 청중의 평범한 것을 당신의 전제처럼 이용할 때, 당신 주장은 훨씬 더 강해집니다. 아주 새로운 관점을 청중이 받아들이게끔 수고할 일이 없어요.
스피치에서 로고스를 키우는 원칙 세 가지를 들지요.
1. 이해할 수 있게 만들라. 어떤 주장을 펼치더라도, 쉽게 이해되어야 설득력도 커져요.
2. 논리적으로 만들라. 청중은 자기네 추론으로 당신 주장을 끊임없이 검증합니다. 당신의 전제들이 청중의 전제들과 상충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해요. 바로 앞에서 살펴본 대로, 청중이 이미 믿는 전제들을 이용하도록 강구합니다.
3. 실제적인 것으로 만들라. 구체적이고 특정한 사실과 사례에 기초한 전제들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것에 기초한 전제들보다 더 빨리 수용되는 편이에요. 전제들이 더 쉽게 납득되면 결론과 주장도 더 쉽게 수용될 것.
선입견을 물리치기는 쉽지 않아요. 당신의 전제가 약하다면 청중은 당신 주장을 쉽게 외면할 거예요. 반면에, 견고하고 논리적인 주장은 청중이 무시하기 힘들어요. 강한 로고스가 좋은 에토스며 파토스와 결합될 때, 아무리 완고한 청중이라도 당신의 생각과 주장을 숙고하게 될 겁니다.
한데, 꼭 그렇지도 않아요. 본질과 요점을 꺼내기에는 사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발언 시간이 제한돼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말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골갱이만 남기는 거예요.
다음에 또 발언하는 게 더 낫습니다.
한 차례 발언에서 당신 생각과 주장을 다 얘기하려고 들지 마세요.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건너뛰는 건 좋지 않아요.
물론 이런 점을 기억하십시오.
준비를 잘 했을 때라야(!) 짧은 시간에도 깊은 인상과 감명을 일으켜서 발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말은 짧을수록 더 좋아요.
장황한 발언보다 짤막한 발언이 언제나 더 박수를 받습니다.
다다익선은 말하기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노련한 화자들의 말하기는 소박해요.
그들은 언제나 주어진 시간 몇 초 전에 발언을 마무리합니다.
노련한 화자들은 알고 있어요.
발언이 잘 되고 청자들의 관심을 건드렸다면, 반드시 질문이 나올 테고 거기에 답변하면서 처음에 다 못한 말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간결하고 명료하고 함축적으로 말하는 솜씨는 경험에서 나옵니다.
물론 당신의 해박한 식견과 설득력, 정확한 스피치 구성에도 좌우되고요.
그런 사유 방식과 말솜씨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표도르 플레바코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제정러시아 말엽 변호사로 활동했어요. 세상이 바뀌던 무렵이니까 얼마나 어수선했겠어요? 굵직굵직한 사건을 수없이 맡았어요.
그이의 놀라운 발상과 뛰어난 법정 스피치에 무너지지 않은 배심원들이 없었고, 그이는 자기가 맡은 소송에서 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답니다. 이 인물이 초년 변호사들에게 주는 조언을 귀담아들어 보세요.
청자들은 힘들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자는 청자들의 상상력을 감안할 수 있지만, 청자들의 지력과 통찰력을 기대할 수는 없어요. 그런 까닭에, 배심원들이 당신 말을 이해할 수 있게끔 말하지 말고, 이해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말하십시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사례를 들면 금방 이해될 겁니다.
늙은 성직자가 재판정에 섰어요. 이 성직자는 수사 단계에서 자신의 죄를 다 인정했습니다. 플레바코가 변호를 맡았어요. 동료 변호사들은 제 아무리 날고뛰는 변호인이라 해도 간통과 절도 혐의로 기소됐고 이미 죄를 다 인정한 의뢰인을 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겼어요.
심리가 시작됐습니다. 검사가 아주 설득력 있게 논고를 펼쳤어요. 플레바코가 서둘지는 않지만 다소 마음 졸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리고 불과 몇 마디만 꺼냈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이 사건은 명백합니다. 검찰 측 논고는 모든 면에서 전적으로 옳습니다. 피고는 그런 죄를 다 범했고, 스스로 자백까지 했습니다. 그런 마당에 무슨 논쟁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여러분이 이런 점에 주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앞에 앉아 있는 이 피고는 지난 삼십 년 동안 여러분의 고해성사를 다 들어주고 여러분의 죄를 다 사해 주었습니다. 이제 그가 여러분한테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심원 여러분은 이 피고의 죄를 사해 주시렵니까?”
배심원들은 큰 동요 없이 피고가 무죄라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의 법정스피치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합니다.
한 가난한 노파가 철제 차관을 훔쳤어요. 그건 값이 몇 푼도 안 되는 물건입니다. 검사는 플레바코가 변호에 나설 것임을 알고서, 유명한 변호사의 변론을 앞질러 차단하기로 작정하고는 피고를 옹호하여 나올 수 있는 말을 직접 다 언급했어요. (*이것도 토론과 논쟁의 중요한 기법)
이 불쌍한 노파는 처절한 궁핍 때문에, 사소한 절도를 저질렀으며, 피고인은 분노가 아니라 연민을 일으킬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재산은 성스러운 것이며, 시민 질서는 모두 사유재산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사유재산을 위해하도록 묵과한다면, 국가 기반이 무너질 것…
검사의 논고가 끝나자, 플레바코가 일어나서 몇 마디만 말했어요.
“우리 러시아는 일천 년 넘는 역사에서 많은 재앙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페체네기 족속이, 폴로베츠 족이, 몽골-타타르가, 폴란드가, 러시아에 호된 아픔을 주었습니다. 이십 개 언어가 뒤섞인 나폴레옹 대군이 침범하여 모스크바를 점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 모든 시련을 다 이겨내고 강대하게 성장 일로를 달려왔습니다. 한데 이제… 한 노파가 겨우 50전 짜리 낡은 차관을 훔쳤습니다. 이걸 러시아는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 것이고, 이 때문에 러시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질 겁니다.” 법정은 노파에게 무죄를 선고했어요.
그러면 이건 또 왜냐고요? 왜냐하면, 면접이나 인터뷰에 응하는 방법은 며칠 만에 훈련되는 게 결코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지만, 딕션을 비롯해 목소리 조율과 언어 구사, 자세나 눈길 같은 신체언어 등은 관련 이론을 알고 평소에 꾸준히 단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왜 무슨 입학이나 취업 시즌만 되면 이른바 '면접 학원'에 사람들이 몰리냐구요? 그건 또 왜냐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때문입니다. 절박감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지푸라기는 정말 지푸라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면접학원은 다음 둘 중의 하나임을 스스로 밝히는 셈입니다. 1) 저런 원리와 이치도 모르는 우리는 무지하다. 2) 혹은 저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주장하는 우리는 뻔뻔한 거짓말쟁이다.
* 쓸데없이 시간과 돈만 낭비한 뒤 나중에 낙심만 더 커지는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뉴타운을 만든 것은 결국 서울 시민들이 아닌가요. 벌떼 같이 달려들어서 뉴타운 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민들이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 품격이 높아져야 이런 일이 안 벌어집니다!”
허허, 참, 옳은 말씀! 이건,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을 성토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박원순 시장이 참다못해 가한 일갈이에요. 더 많은 시민들의 박수가 터졌다고 하네요. 그래요, 정치와 행정을 잘 하려면 생각 짧은 일부 시민이나 국민을 질타도 하고 때론 호소도 하면서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갈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어요. 공적인 위치에서 공적인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이들의 경우 알게 모르게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바로… 영합인가 선도(先導)인가! 어떤 길을 택해야 하나!
예전에 러시아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19세기 엄혹한 차리즘 아래서도 푸슈킨, 고골,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같이 세계적인 문호들이 어떻게 줄줄이 나올 수 있었는지, 러시아인들조차 무척 궁금하게 여겼어요. 그래서 연구한 결과 그 배경과 원인이 몇 가지 나왔는데, 개중에 우리 이야기 맥락에 닿는 한 가지를 들겠습니다.
바로, 좋은 (현명한, 건강한, 깨어 있는) 독자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당신도 동의하나요?
똑같은 이치에요.
좋은 시청자들이 많으면, 허접한 방송 프로그램은 저절로 사라져요.
좋은 구독자들이 많으면, ‘찌라시’ 신문은 찌그러들고 말아요.
좋은 소비자들이 많으면, 비윤리적 기업은 제풀에 겁을 먹어요.
좋은 시민들이 많으면, 사회를 좀먹는 갖가지 사이비는 고꾸라져요.
좋은 유권자들이 많으면, 함량 미달의 정치꾼들은 알아서 도망가요.
좋은 국민들이 많으면, …
그 다음은 당신 생각을 채워 보십시오.
“한국 정치는 4류”라고 누가 한탄했나요?
이 말에 당신도 동의하나요?
그런데 저는 눈길을 정치인들보다는 유권자들에게 돌립니다.
만약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들을 누가 뽑았나요?
바로 (우리) 유권자들 아니겠어요?
뽑아 놓고서 욕을 해댄다면,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 아니겠어요? 물론, 독려와 비판이 (때론 감시가) 필요하지만, 애초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좋은 유권자들이 많지 않을 때, 가장 애를 먹는 이들은 괜찮은 (참된) 정치인들입니다. 사회와 국가에 사심 없이 이바지하겠다는 일념으로 나름대로 안목을 넓히고 심성을 닦고 포부를 키우고 경륜을 쌓아 왔는데, 유권자들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지하지 않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생각 짧은 유권자들은 자기네 자잘한 이익에 영합하라고 윽박지릅니다.
하지만 참된 정치인들은 그것이 바른 길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바른 길로 선도하고 견인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왜?
그것이 상생의 길이니까.
하지만 좋은 유권자들이 많지 않을 때는 그런 다짐이 헛수고로 그치기 십상이에요. 그러다 보면, “에이, 정치 못 해먹겠어!” 하고 탄식하거나, ‘이거, 영합을 해야 하나?’ 하고 눈치 살피게 되지요. 생각 짧은 유권자들이 더 많을 때, 참된 정치인들은 인기 영합주의(populism)의 유혹과도 싸워야 합니다.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지 않은 사회에서는 올바른 정치가들이 나오기 힘듭니다.
벌써 2백 년 전에 프랑스의 종교사상가요 정치가, 외교관이던 드메스트르 백작이 이렇게 설파했어요.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합당한 정부를 갖는다.”
다행히 언론과 교육이 제 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젊은 세대 덕분에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도 십 년, 이십 년 전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습니다. 우리 수준에 합당한 정부가, 정치가 곧 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정치란 뭔가요? 정치의 목적이 무엇이고, 정부의 기능이 뭔가요?
무엇보다도, 국민이 사람답게 살도록 보살피는 것 아닌가요? 집 걱정, 먹을거리 걱정, 병원비 걱정, 등록금 걱정 하지 않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닌가요? 은행과 고리대금업자들의 노예가 되지 않고 말이지요. 그 방편 중의 하나가 아무래도 일자리 보장이겠지요.
하지만 일자리 창출은 정치권과 정부에 맡기고, 우리 개개인은 원하는 일터에 잘 들어가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근래 들어 진학이든 취업이든 면접 비중이 상당히 커졌어요.
그 때문인지 면접을 심히 껄끄럽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아요.
뭔가 좀 까다로운 질문을 받을 때, 우리는 안절부절못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오래 입을 꾹 다물고 있게 됩니다.
그래서 도움 될 만한 준비 요령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면접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 하나는 낯선 사람과 소통에 대한 불안이에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불편한’ 질문을 받을까 염려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불편한’ 질문들이 정말 그렇게 무서운 건가요? 하나씩 살펴봅시다.
* 가장 자주 나오는 껄끄러운 질문. “왜 이전 직장에서 나왔습니까?”
너무 솔직하게 대답하면 불리할 수 있어요. 이런 대답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동료들과 지내기 힘들었고, 일은 너무 많은데 봉급은 오르지 않아요.” 이런 답변을 들은 인사 담당자들은 경계심을 갖게 됩니다. 그들은 자제할 줄 알고 참을성 있고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직원을 찾아요. 따라서 답변에 아주 책임 있게 접근해야 돼요.
☞ 이전 상사와 동료들을 폄하하고 험담하는 것은 금물. 진짜 이유를 절제되고 조리 있게 사전에 준비해 답하라.
* “이전 직장에서 급여 수준은?”
너무 적게 제시하면 회사 측은 당신 연봉을 낮추고 싶어 할 거예요. 고용인 측에서 제시한 급여보다 너무 높게 불러도 문제가 돼요.
☞ 원하는 급여를 밝히면서, 이전 직장의 급여는 대외비로 하기로 약속했으며, 지금 지원하는 회사의 수준과 비슷하다고 조심스레 곁들이는 게 좋다.
* “자신의 단점이나 결점을 얘기해 보라.”
이런 질문에 놀라지 말아요. 당신의 부족한 점을 다 까발리라는 게 아닙니다.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직무와 관련된 것만 들면 충분해요. 게으르다, 지각을 잘 해, 시간 개념이 부족한 것 같아,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야, 따위는 입에 올리면 안 됩니다.
☞ 뭔가 중립적인 것을 약간 유머 섞어 말하는 게 최선. 예를 들어, “가끔 일 욕심이 지나쳐서 탈입니다.” 그런 답변은 면접관의 긍정적 반응을 일으키고, 직답을 피할 수 있다.
* “왜 이 일에 당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까?”
구직자들은 왠지 이런 질문을 아주 당혹스럽게 여겨요.
☞ 당황할 것이 아니야. 답변을 미리 준비하라. 학력, 이력, 경력, 이 일에 대한 관심을 차분하게 얘기하라. 당신의 장점을 강조하라.
* 때로 이런 질문도 나와요. “5년 뒤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보나요?”
후보자의 야심을 알기 위한 거예요. 근데 이런 질문의 속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농조로 “5년 지나서 이 회사 사장이 되고 싶어요!” 하는 답변은 당연히 퇴짜.
☞ 최상은 이런 것일 터. “5년 동안 전문 수준을 훨씬 더 키우려고 합니다, 그러면 연봉도 더 올라갈 테고.”
* 드물지만 가끔 ‘스트레스(압박) 인터뷰’를 거쳐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런 ‘심문’ 과정에서는 특별한 질문뿐 아니라 거친 질문들도 퍼부어요. 예를 들어, “그렇게 큰 회사에서 일했는데, 어째 옷차림이 지나치게 수수하네요. 거기서 잘 평가받지 못했나요?” 이런 질문을 받고 놀라지 말아요. 이건 당신의 스트레스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것일 뿐이니까. 만일 참지 못하고 거칠게 반응한다면, 당신의 갈등 성향과 폭발적 성격을 드러내는 꼴이에요. 면접 같은 자리에서는 이성이 감정보다 앞서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면접관은 단시간에 당신을 여러 면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 이상하거나 거친 질문을 받아도 아주 정중하고 절제 있게 답변하라. 예를 들어, 수수한 옷차림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다. “나는 옷보다도 자녀들과 여행에 돈을 더 들입니다, 하지만 수수하게 입으면서도 내 취향을 살리지요.”
상대방에게 당신의 자신감을 드러내고, 갈등 빌미를 조금도 찾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라. 그러나 당신에게 정말 매너 없고 거칠게 대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기억하라. 그런 경우, 내가 잘못 온 것 같다고 밝히고 일어서라.
* 끝으로 하나 더. 아주 중요한 사항이에요.
☞ 면접이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이 아니다. 당신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선택하는 것임을 기억하라. 그러면 면접을 앞두고 불안감이나 긴장은 금방 사라질 것. 결단력을 충전하고 전진하라!
어때요, 좀 도움이 되겠어요?
면접 대비 요령은 인터넷 검색하면 수없이 많이 나오지만, 지금 우리가 알아본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겁니다. 실습 파트너들과 짝을 이루어 실제 상황처럼 훈련해 보세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는 그 누구한테도 언성을 높이지 않아야합니다. 충돌이 심각하지 않은 것일 때는다른 사람이 자기 입장을 변명하고 해명할 기회를 주어야합니다. 동료들이나 부하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어떤 한 사람의 실수를 지적하고 나무라고 훈계하는 짓은 피해야합니다.
이런 표현은 자제합시다.
“당신 얘기를 들으면 역겨워.”
“당신은 정말 나를 짜증나게 하는군요.”
“입 닥치고 있어.”
“너 때문에 난 지쳤어.”
“당신과는 대화할 의미가 없어, 차라리 벽에 대고 말하는 게 더 낫지…”
“앞으로 당신하고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는 게 좋겠어.”
우리가 피해야 할 표현들을 더 많이 적어 보세요.
물론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겠지요.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세요.
앞의 목록 중에서 마지막 어구에 특히 주목합시다. 어떤 경우에도 저런 말은 절대 입에 올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신뢰할 수 없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과는 물론 접촉을 줄일 수 있다 해도, 그런 표현은 절대 입 밖에 내면 안 됩니다! 왜?
왜냐하면, 서로 간에 놓인 가교를 아예 불살라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인생에는 아주 다양한 면이 있어서, 오늘 용인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내일은 우리 기준이 될 수도 있는 법입니다.
어떤 사람과 소통을 끊기로 작정했다면, 그건 당신 권리에요. 그 사람을 거부하는 이유가 한둘, 두셋 떠올라요. 그러나 상대가 화나게 한다 해도 좀 더 재치 있게 전략적으로 처신하면 어떨까요? (이걸 영국 사람들이 특히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마음에 안 들고 불쾌한 것이 다 조금씩 누그러들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도 문을 쾅 닫거나, 고함치거나, 너하고는 더 이상 상종도 않겠다고 다짐하지 말아요. (설령 그럴 수 있다 해도, 그런 말을 내뱉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문득 상대가 (친구, 동료, 가족, 부하, 상사가) 아니라 당신이 잘못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럴 때 관계를 복구하기가 더 쉬워질 거예요. 그리고 당신도 그런 결렬의 목격자들이나 단절한 상대 등 다른 이들 눈에 우스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우리네 옛말을 꼭 기억합시다.
“침 뱉은 우물 다시 먹는다!”
이 주제로 4-5분 길이의 스피치 원고를 만드세요.
그걸 녹음하세요.
그리고 처음엔 친한 사람들 앞에서, 그 다음에는 동료들 앞에서, 또 어떤 모임에서 누군가가 당신 보기에 적절하게 처신하지 않고, 당신이 가볍게 한마디 얹고 싶을 때 발언해 보세요.
차분하고 명확하게, 서둘지 말고 말하세요.
그런 생각이 지금 막 당신한테 떠오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외워둔 말을 듣는 것보다는 즉석에서 떠오른 생각을 듣는 것이 늘 더 흥미로우니까요.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이 있어요. 효과적인 오프닝, 흥미로운 전환, 다른 이들이 알아들을 만한 사례들, 예기치 않은 결어, 이 주제를 생각하게 하는 물음과 행동 촉구가 있으면 훨씬 더 좋습니다.
그리고 그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질을 나열해 보세요. 예를 들면, 상대방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적절한 반응을 보일 줄 안다, 자신의 얘기도 깔끔하게 잘 표현한다, 등등.
다음에 소개하는 소통 원칙들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 “따분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아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
네, 이것도 유쾌한 대화 상대가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상대방 상태가 어떤지 충분히 알 필요가 있어요. 지금 내 독백을 들어줄 만한 컨디션인지 아닌지, 내가 혹시 상대를 방해하는 건 아닌지, 상대가 내 말을 듣기 원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이야기 중에도 우리는 간간이 ‘혹시 내 말이 언어 스팸은 아닌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유쾌한 대화 상대는 듣는 이들에게 언어 스팸을 절대 퍼붓지 않습니다. 적절하거나 즐거운 관심을 일으키는 실질적 정보만 제공합니다.
“많은 내용을 간명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현명한 사람이다.” - 아리스토파네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풍자가
간결하고 명료하게 말하기, 이것은, 예를 들면, 취업 면접에서도 요구되고 구직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태도이기도 합니다.
☞ “상대방의 말을 함부로 가로채지 않는다.”
정 필요하다면 완곡하게 청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미안하지만,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혹은 “한 말씀 드려도…”
‘미안하지만’ 하고 운을 떼는 건, 상대의 말을 막게 되어서 미안하다는 뜻이에요. 그럴 때, “아니, 안 돼!” 하면서 거부하고 자기 말을 계속하려고 드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자기 말이 잘렸다 해도 불쾌한 느낌을 거의 전혀 받지 않습니다. 사람 심리가 그렇습니다.
☞ “자기자랑을 하지 않는다.”
이건,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입니다. 이런 경구가 있어요.
“자기자랑이란 예의 따위는 다 내버리고, 상대에게 ‘내가 당신보다 더 낫다’고 선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자기자랑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깔본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을 듣는 이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면접에서 “자기 장점에 대해 말해 보세요” 하는 요구를 받을 때는 자랑이 좀 필요해요. 자기피아르, 자기마케팅, 자기세일.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스스로 자랑하지 말고 칭찬받을 일을 다른 이들이 말하게끔 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 “당신 업적과 달성을 당신의 일이 잘 알리도록 하라.”
☞ “자신에 관해 적게 말하고, 상대방 관심사를 더 많이 얘기하도록 한다.”
유쾌한 대화 상대는 (좋은 발표자, 보고자, 연설자, 강연자, 설교자는) 맑은 공기처럼 거의 눈에 띠지 않아요. 무슨 말이냐면, 그런 사람은 자신의 신상이나 신변에 관해 잡다하게 늘어놓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보다는 일이나 공동 과제에 관해 더 많이 언급합니다.
자신에 관한 얘기를 꺼내는 데에는 흔히 어떤 목표가 있기 마련이에요. 즉,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것인데, 대개는 듣는 이들에게 잘난체한다는, 불쾌한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 “유쾌한 대화 상대는 늘 인간적인 얼굴을 지닌다.”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판단하는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이런 점도 좋은 기준이 됩니다.
즉, 그에게 이득이나 불이익을 전혀 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하는 투를 보는 거예요.
이득을 줄 수 있는 사람들로는 식당 주인에게 손님들이 될 수 있고,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는 직장 상사를 들 수 있겠어요.
우리가 그런 사람들한테는 흔히 잘 하잖아요? 친절하고 상냥하고 성심으로 대하려고 들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상대한테는…
글쎄요, 대하는 투를 좀 달리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싶어요.
자신의 이득이 걸린 사람들한테는 살갑게 대하면서, 때로는 눈웃음까지 치고 허리를 연신 굽실거리면서도, 그렇지 않다 싶은 사람들한테는 무뚝뚝하고 쌀쌀맞게 대한다면… 그런 걸 가리켜서 우리는 어쩌면 ‘비인간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인간적인 얼굴을 지닌 사람은 대화 상대들을 구분해서 차별적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고객이나 직장 상사만이 아니라 모든 대화 상대와 인간적으로 소통한다면, 바로 유쾌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원칙들도 한 번 더 생각하기 바랍니다.
어떤 것은 설명이 필요 없고, 이미 앞에서 얘기 나눈 것들도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훈계조나 설교조로 말하지 않는다.” “대화 주제에 관한 얘깃거리를 가능하면 넉넉하게 준비한다.” “사소한 논쟁을 피한다.” “얘기를 독차지하려 들지 않는다.” “이상하고 부정적인 얘깃거리를 건드리지 않는다.” “소통에 성의 있게 동참한다.”
대화에서 가능한 한 삼가거나 주의해야 할 표현들을 몇 가지 생각해 보겠습니다.이건 사실 그 자체로는 소소한 것이며, 우리가 평소 말을 할 때 별 생각 없이 자주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이 왜 나오며, 상대방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 알고 나면, 우리 대화에서 많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첫째, ‘솔직히 말해서’ ‘솔직히 말하자면’…
일상 대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어? 어제도 그런 표현을 두어 번 썼는데, 그게 왜 안 좋다는 거야?
왜냐하면… 그런 표현은 언어 구조상 듣는 사람에게 이런 뜻을 전달하는 셈이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는 내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하는 걸지도 몰라. 그러나 평소에는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하지.’
상대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그런 인상을 받습니다. 즉, 그런 말은 표현 당사자가 진실을 감추거나 대화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신호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예리한 이들은 그런 말을 무의식적으로 알아듣고, 상대에게 솔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바로 이런 측면을 우리가 알아 두어야 하는 겁니다.
물론 늘 진실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만일 누군가가 “난 절대 거짓말 같은 건 안 해” 하고 말한다면, 그게 이미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같은 말을 자꾸 뇌까림으로써 자신의, 또 인간의 거짓된 본질을 내비칠 필요는 전혀 없잖아요?
비슷한 이치에서 이런 얘기도 나와요.
심리학자들과 언어 전문가들은 “정말 사랑해”, “진정 사랑해”보다 그냥 “사랑해” 하는 말이 더 믿을 만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정말 사랑한다면, 굳이 정말이라고 강조할 필요가 없고. 정말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 진정’을 강조한다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렇습니다. 즉, 상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솔직하고 정직한 제안을 하면서도 앞에 나온 표현들을 습관적으로 입에 올린다면, 괜한 의심을 사서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그런 표현들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에서 사소하지만 피해야 할 표현에 이런 것도 있어요. “내가 말했잖아!” “내가 뭐라고 했어?” 하고 소리치고 싶은 유혹을 참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경고한 실수를 상대가 저질렀다고 해도, 가뜩이나 힘든 상대를 그런 말로 두 번 죽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예언자가 아니고, 1분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어쩌다 뭔가 짐작한 것이 맞았다 해서 으스댈 일은 아니에요.
또 “쉽게 말해서” 같은 표현도 피하는 게 좋아요. 물론 어려운 말이야 쉽게 풀어줄 필요가 있어요. 한데, 지금 여기서 문제 삼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도 “쉽게 말해서, 쉽게 말하자면”을 상투적으로 내뱉는 경우입니다. 이삼 분 얘기하는 동안 그런 어구를 두세 번 쓰는 사람들이 정말 있더란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