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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7.10 루덩의 악마들 1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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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수녀들을 대상으로 엑소시즘을 펼치다

 


 

8

 

  “정식으로 강요당한다면 악마는 진실을 말하게 돼 있다.” 

  이 대전제에 따르면 문자 그대로 무엇이든 입증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로바르데몽은 위그노들을 지독히 싫어하는데, 그들이 사탄의 친구이며 충실한 종복이라고 귀신들린 수녀 열일곱 명이 성찬례에서 단언하면 그만이었다. 

 

  상황이 그런 만큼 전권대행은 낭트칙령[각주:1]을 무시해도 아무 탈이 없을 것이라 느꼈다. 먼저 루덩의 칼뱅주의자들이 자기네 묻힐 곳을 박탈당했다. 그들 죽은 몸뚱이를 어디 다른 곳에 파묻으라고 해. 

 

  이어서 프로테스탄트 칼리지 차례가 됐다. 넓고 편리한 학교 건물이 몰수돼 우르술라회로 넘어갔다. 사실, 그들이 그 동안 수녀원으로 임차한 건물에는 사방에서 도시로 몰려든 독실한 순례자들을 수용할 공간이 없었다. 이제 마침내 수녀들이 날씨가 어떻든 성 십자가 교회나 샤토 교회까지 터벅터벅 걸어갈 필요 없이 입에 맞는 관중 앞에서 엑소시즘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위그노 못지않게 가증스러운 자들도 있었으니, 바로 그랑디에가 유죄이고 마귀 들림이 실제로 있으며 카푸친회가 새로 내놓은 교리의 절대적 정통성을 한사코 믿지 않으려 드는, 나쁜 가톨릭 신자들이었다. 랑탕과 트랑킬이 설교단에서 신랄하게 몰아쳤다. 

  저들은 이단자보다 나을 게 하나 없소! 저들이 의혹을 품는 것은 크나큰 죄이며 저들은 이미 저주받은 것과 진배없단 말이오!! 

 

  또 한편에서는 메스멩과 트렌캉이, 의심하는 자들은 국왕에게 불충하며 (더 흉하게도) 추기경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다녔다. 그리고 미뇽이 맡고 있는 수녀들과 카르멜회 히스테리 환자들의 입을 통해 많은 악마들이, 그자들은 전부 사탄과 결탁한 마법사라고 떠들었다. 

  시농에서 바레가 관장하는 마귀 들린 자들 중 누군가한테서는 흠 잡을 데 없는 치안판사 세리제조차 흑마법으로 장난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또 다른 마귀 들린 자는 두 성직자, 부롱 신부와 프로지에 신부가 강간을 기도했다고 공공연히 비난했다. 

 

  원장수녀의 고발로 마들렌 드브루가 요술을 부린다는 혐의로 체포돼 수감됐다. 친척들이 재산과 고위층 연줄 덕에 그녀를 간신히 보석으로 빼냈다. 그러나 그랑디에 재판이 끝난 뒤 마들렌은 다시 체포됐다. 그녀가 항소법원[각주:2] 판사들에게 호소하자 로바르데몽에게 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전권대행이 자신을 비난한 여인을 맞고소했다. 마들렌에게는 다행히도, 리슐리외는 판사들과 다툴 만큼 그녀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로바르데몽에게 소송을 취하하라는 지시가 내렸고, 원장수녀는 복수의 기쁨을 접어야 했다. 

  그 뒤 가엾은 마들렌은 모친 사후에 제 연인이 하지 말라고 설득했던 일을 하고 말았다. 삭발하고 어느 수녀원 담장 안으로 영원히 사라진 것

 

  그러는 동안 악마들이 시민들을 겨냥해 내뱉은 이런저런 고발이 바람에 일어난 먼지처럼 난무하게 됐다. 지역 상류층 아가씨들이 그들 공격 대상으로 찍혔다. 아그네스 수녀는, 루덩만큼 음란기로 가득한 도시가 세상에 또 없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클레어 수녀는, 죄 지은 여인들 이름을 꼽으면서 그들의 죄목을 늘어놓았다. 루이스 수녀와 잔느 수녀도 가만있지 않았다. 루덩의 처녀들은 죄다 마녀의 싹을 품고 있어! 

 

  이 엑소시즘은 매번 음란한 몸짓과 추잡한 언사와 광적인 웃음 따위로 끝났다. 

  그 다음에는 도시의 존경받는 인사들한테 비난이 쏠렸다. 

 

  그들이 마녀 집회에 다니면서 악마 엉덩이에 입을 맞추잖아. 

  또 그 부인들은 인큐버스와 사통하고, 그 누이들은 옆집 암탉들에게 마법을 걸고, 그 노처녀 숙모들은 도덕적인 젊은이를 신혼 첫날밤에 임포텐츠로 만들지 뭐야. 

  그랑디에도 그래, 벽돌로 막아놓은 창문의 공기구멍 틈새로 그 동안 자기 정액을 절묘하게 나눠주고 있었던 거야. 마녀들한테는 보상을 하고, 추기경 파의 아내와 딸들에게는 합당치 않은 치욕을 안기려는 속셈에서 말이지. 

 

수녀들한테서 악마를 쫓아내는 의식

 

  그런 고약한 망언들을 로바르데몽과 그의 서기들이 하나도 빼지 않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악마들한테서 비난받은 이들이 (달리 말해, 로바르데몽과 엑소시스트들한테 눈엣가시가 된 이들이) 로바르데몽 집무실로 소환돼 심문 받으며 위협과 협박을 겪었다. 도시 전체가 공포에 사로잡혔다. 

 

  7월 어느 날 로바르데몽이 악마 베헤리트한테 힌트를 얻어 젊은 처녀들이 상당히 많이 모여 있는 성 십자가 교회의 문을 다 잠그라고 명령했다. 카푸친회 수도사들이 사탄과 결탁한 흔적을 찾는다는 명분 아래 처녀들 몸을 더듬었다. 철저한 수색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표식도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군, 베헤리트가 정식으로 강요당했는데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몇 주일 동안 카푸친회와 레콜레트회와 카르멜회 수도사들이 모든 설교단에서 요란하게 몸을 흔들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의혹 품은 이들이 납득하지 못했고, 그랑디에 사건을 매우 불공정하게 처리한다는 불만과 저항이 더 커지기만 했다

  익명의 운쟁이들이 전권대행을 두고 짤막한 풍자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그 시구에 오래 된 가락을 붙여 거리에서 선술집에서 잔을 들고 노래하며 국왕의 전권대행을 조소했다. 그를 조롱하는 글귀들이 밤마다 교회 현관에 나붙었다. 

 

  도대체 누구 소행인지 개꼬리와 레비아탄에게 추궁하자, 이 악마들이 어떤 신교도와 어린 학생 몇몇을 범인으로 꼽았다. 그들을 체포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수 없게 되자 풀어주어야 했다. 이제 밤마다 파수꾼들이 교회 밖에 배치됐다. 그러자 비판하는 글귀가 다른 대문들에 걸리기 시작했다. 

 

  분개한 전권대행이 7월 2일 포고문을 발동했다. 

  ‘악마 때문에 고통 받는 수녀들이나 다른 주민들, 엑소시스트들이나 엑소시즘 조력자들을 적대시하여’ 행동하거나 또 입을 놀리는 것조차 차후로는 엄금한다. 이를 어긴 자는 누구든 1만 리브르 벌금에 처하고, 필요한 경우 재정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더 중하게 부과할 것이다. 

  그 뒤 비판이 더 조심스러워지자 악마들과 엑소시스트들이 여론을 겁내지 않고 허튼 비방을 마음껏 지껄일 수 있게 됐다. 

 

  <루덩 주임신부 재판에 대한 의견과 판단>이라는 글의 익명 작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실만을 말하는 하나님이 이제 밀려나고 그분 자리에 사탄이 앉아서 거짓과 허튼소리만 해대는데, 그 허튼소리를 진실처럼 믿어야 하다니, 이야말로 이교 사상의 부활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게다가 항간에 나도는 얘기로는, 악마가 마법사와 주술사라면서 많은 이름을 읊어대는 것이 권력에는 아주 편리하단다. 이제 이 불행한 이들은 재판에 회부되고 재산이 압류될 것이다. 그리고 몰수된 재산 일부가 주임신부의 죽음과 도시 대부분 명가들의 파멸을 은근히 바랄지도 모를 피에르 메노와 그의 사촌인 참사회 위원 미뇽에게 돌아갈 것이다.」 

 

  8월 초 트랑킬 신부가 새로운 교리를 기술하고 거기에 근거를 부여하여 얇은 책자를 냈다. 그 교리란 바로, ‘악마는 정식으로 강요당한다면 진실을 말하게 돼 있다’는 것. 이 책자를 푸아티에 주교가 승인하자 로바르데몽은 정통 신학에서 최신의 발견이라 부르며 환영했다

 

  이제 의심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그랑디에는 마법사로 아예 굳어지고, 겁 없이 옳게만 나서는 세리제 판사 역시 주술사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추기경 지지파에 속한 부모를 둔 처녀들을 제외하고, 루덩의 처녀들은 모두 매춘부와 마녀가 됐다. 또 시민 절반에게는 악마의 존재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미 저주가 내렸다. 

 

  트랑킬의 소책자가 나오고 이틀 뒤 수석 치안판사가 도시 명사들을 소집했다. 시민들이 처한 곤경을 논의한 끝에 세리제 판사와 보좌관 쇼베가 파리로 가서 전권대행의 전횡을 막아 달라고 국왕에게 청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반대한 사람은 검찰관 무소, 경찰 수뇌 에르베와 메노뿐이었다. 에르베는 루덩의 시민들을 전부 사탄의 종복으로 규정하는 새 교리에 동의하느냐고 치안판사가 묻자 “국왕과 추기경, 푸아티에 주교께서 마귀 들림을 믿는 바에야 나로서도 달리 방법이 있겠소?” 하고 대꾸했다. 

 

  정치적 보스에 대해 부하들이 무의식적으로 지니는 이 무류(無謬) 의식은 오늘날 우리네 귀에도 낯설지 않으며 아주 자연스러우리라

 

  다음날 세리제와 쇼베가 루덩 시민들의 정당한 불만과 불안이 명료하게 기술된 청원서를 들고 파리로 떠났다. 그 문건에서는 로바르데몽의 처리 방식이 준엄한 비판을 받았고, 카푸친회가 내놓은 새로운 교리는 ‘하나님 율법을 파괴하며’ 교회 박사들과 성 토마스와 소르본대학 학자들의 견해에 상충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소르본 학자들은 비슷한 교리를 이미 1625년에 공식 규탄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루덩의 시민들은 트랑킬의 소책자를 소르본에서 검증하도록 국왕 폐하께서 명해 주십사 탄원하고, 나아가 악마들과 엑소시스트들한테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중상모략 받은 모든 이들이 ‘이런 문제들의 정상적 심판 기구인’ 파리 고등법원에 상소하도록 허용해 주십사고 간청했다. 

  두 치안판사가 궁정에서 다르마냑을 찾아 부탁하자, 그가 즉각 왕에게 알현을 청했다. 회답은 퉁명스러운 거절. 그러자 세리제와 쇼베가 국왕의 개인비서에게 청원서를 맡기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안타깝게도, 이 사람은 추기경의 심복이자 루덩 시민들의 공공연한 적대자였다. 

 

  그들이 파리에 있는 동안 루덩에서는 로바르데몽이 새 포고문을 발표했다. 앞으로 그 어떤 공개 집회도 금지하며, 위반할 시 2만 리브로 벌금이 부과될 것이다. 이후로 악마의 존재에 의혹을 품는 이들이 더 이상 골칫거리가 되지 못했다. 

 

엑소시스트들과 국왕 전권대행

 

  이제 예비조사가 다 끝나고 마침내 재판을 개시할 때가 됐다. 로바르데몽은 루덩의 주요 치안판사들 중에서 몇몇을 재판부에 기용할 수 있겠거니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무너졌다. 수석 치안판사인 세리제를 비롯해 부르네, 샤를 쇼베, 루이 쇼베 등이 모두 사법살인에 끼어들기를 거부했다. 국왕의 전권대행이 감언이설로 꾀어 보다가 잘 안 먹히자, 추기경 예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어떤 후과가 따를지 생각해 보라고 은근히 겁을 주었다. 그래봤자 헛수고. 법률가 네 사람이 꿋꿋하게 버텼다

 

  할 수 없이 시농, 샤텔로, 푸아티에, 투르, 오를레앙, 라 플레시, 생멕상, 보포르 등 인근 도시에서 재판관을 찾아야 했다. 결국 유순한 판사 열셋으로 재판부를 꾸렸다. 검사를 기용하는 문제도 썩 순탄치 못했다. 피에르 푸르니에라는, 지나치게 꼼꼼한 법률가가 추기경의 룰에 따라 게임하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전적으로 신임할 수 있는 도시 검찰관을 선정했다. 

  8월 둘째 주 중반에 재판 준비가 다 끝났다. 미사를 드리고 성찬례에 참석한 뒤 재판관들이 카르멜회 수도원에 모여 지난 몇 달 로바르데몽이 수집한 증거를 죄다 청문하기 시작했다. 푸아티에의 주교는 마귀 들림이 실제 있는 현상이라고 공식적으로 담보했다. 이는 곧 진짜 악마들이 우르술라 수녀들의 입을 통해 말한 것이며, 그 진짜 악마들이 그랑디에가 마법사라고 몇 번이나 단언했다는 의미. 한데 ‘악마는 정식으로 강요당한다면 진실을 말하게 돼 있다.’ 즉, 악마들은 엑소시스트들의 감시를 받으며 진실을 말한 것이고, 그렇다면… 증명은 끝난 셈이다. 

  유죄 판결이 아주 확실했고, 그 확실함이 얼마나 소문났는지 처형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이미 루덩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 무더운 팔월 (루덩 시 인구보다 두 배가 많은) 3만 명이 음식과 숙소와 처형대 가까운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었다

 

  우리 선조들이 공개 처형이라는 스펙터클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날 우리 대다수는 참으로 믿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의 휴머니즘 달성을 자축하기 전에 몇 가지를 기억해 보자. 

  첫째, 오늘날 시민들에게는 처형 현장을 보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둘째, 처형이 공개적으로 벌어지고 교수형이 인형극처럼 흥미롭게 보이던 시대에 장작불 위 화형이야말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각주:3]이나 오버아머가우 그리스도 수난극[각주:4]처럼 보기 드문 사건이고, 그걸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비가 많이 드는 순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공개 처형이 사라진 것은 대다수가 바랐기 때문이 아니다. 지극히 섬세한 개혁가 소수가 그걸 금할 만큼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문명화(개화)란 개개인이 야만적 행위를 자행할 기회를 체계적으로 억누르는 것이라 정의할 수도 있겠다. 

  한데 근년에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억제되던 끝에 이제 우리보다 더 나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야만적인 행위에 기꺼이 몰두하면서 이전의 양상으로 기꺼이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왕과 추기경, 로바르데몽과 고용된 재판관 열셋, 시민들과 관광객들 모두 결말이 어떻게 날지 알고 있었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은 죄수 하나뿐이었다. 

 

  (8월 첫째 주 끝에 가서도 그랑디에는 자신이 평범한 재판의 피고이며, 이전 조사에서 잘못된 것들은 다 우연한 실수이고...  <계속>)

 

관련 포스트:

루덩의 악마들 11편 6 (최종)

루덩의 악마들 10편 5

루덩의 악마들 9편 5

루덩의 악마들 8편 6

루덩의 악마들 7-2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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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과학 실험 3가지

우리를 매트릭스에 묶어두는 환상 6가지

 

  1. 나바르 왕 앙리가 프랑스 왕위 계승하기 위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대신 위그노의 종교 자유와 시민권을 보장하는 칙령을 1598년 선포. 이로써 위그노전쟁을 끝내고 프랑스는 교회의 화합 아래 강대국으로 치달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칙령에 교황 클레멘스 8세와 프랑스 로마가톨릭, 파리 고등법원 등이 큰 불만. 나중에 리슐리외 추기경은 낭트칙령에서 정치 관련 조항을 국가에 위험하다고 여겨 알레 칙령(1629)으로 무효화. 1685년 루이 14세가 완전히 폐지, [본문으로]
  2. Messieurs des Grands-Jours - 왕국의 전 지역을 다니며 지방 사법부의 스캔들과 오심을 조사하는 순회 항소법원. [본문으로]
  3. Bayreuth Festival -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해마다 열리는 음악 축전. <니벨룽겐의 반지> 등 작곡가 바그너의 오페라만 공연. [본문으로]
  4. 오버아머가우 그리스도 수난극 - 독일 바이에른의 작은 마을 오버아머가우 주민들이 1634년부터 전통적으로 행하는 공연. 페스트가 창궐하면서 1632년 10월에 성인 사망률 1에서 1633년 3월 20까지 올라갔다. 주민들은 하느님이 이 역병을 물리쳐 주신다면 예수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공연을 평생 하겠노라고 다짐. 사망률이 점차 줄면서 1633년 7월에 1로 가라앉자 주민들은 구원을 받은 것이라 믿었다. 1634년 처음 공연 시작. 전 세계에서 수십 만 관객이 몰려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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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루덩의 악마들 표지 the devils of loudun

 


 

  한데 주임신부가 그런 빚을 지고만 있지는 않았다. 적대자들이 자기를 혐오하는 만큼 그도 그들을 혐오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 

  “저주는 사람을 들끓게 하고, 축복은 사람을 온화하게 만든다.”[각주:1] 

  사랑보다 증오와 분노에서 즉각적인 만족을 더 크게 얻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적지 않다. 선천적으로 공격적인 그들은 물리적으로 자극된 호르몬에서 나오는 분노를 위하여 가장 추악한 열정에 일부러 탐닉하면서 금방 아드레날린 중독자가 된다. 그들은 하나의 자기주장이 언제나 또 다른 적대적인 자기주장을 야기하게 된다는 점을 잘 알면서, 자신들의 흉맹함을 부지런히 갈고 닦는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주 빨리 걸쭉한 싸움으로 들어선다. 

  싸움이란 그들이 가장 기뻐하는 일, 왜냐하면 싸우면서 피가 끓을 때 본연의 자신을 가장 확실하게 느끼니까. “기분 좋아!” 하면서 당연히 자신이 옳다고 여긴다. 아드레날린 중독을 의분 표출이라 합리화하고, 결국엔 예언자 요나처럼 그럴 만하니까 분개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거의 루덩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랑디에가 볼품 사납긴 해도 그의 관점에서는 아주 신나는 싸움에 두루 말려들었다. 한 젠틀맨은 주임신부에게 실제로 칼을 빼들었다. 지역 경찰을 대표하는 다른 인물과는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로 난타전을 벌였고, 그건 곧 물리적 폭력 사태로 번졌다. 수효에서 압도된 주임신부와 그의 복사들이 예배당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버텨야 했다. 

  다음날 그랑디에가 교회법정에 호소했고, 경찰 수뇌는 추문을 일으켰다 하여 징계를 받았다. 그건 주임신부의 승리였다. 하지만 대가가 따르는 법. 그를 막연히 꺼림칙하게 여기던 사람이, 영향력 있는 인물이, 이제 그에게 치명적이고 고질적인 적으로 변해 복수할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게 됐다.   

 

기독교적 온유함 못지않게 기본적인 조심성 문제로 말하자면, 주임신부는 자신을 둘러싼 적의를 누그러뜨리는 데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 그러나 예수회에서 교육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독교 정신을 그리 많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르마냑과 다른 친구들이 하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감정이 개입된 경우에는 진중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 오랜 종교적 훈련이 그의 자기애를 제거하거나 심지어 완화하지도 못했다. 그것은 에고에 신학적 ‘알리바이’를 제공했을 뿐이다. 

 

  속이 차지 못한 에고이스트는 제가 원하는 것만 원할 뿐이다. 그런 사람한테 종교 교육을 시키면, 그가 원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것이요,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의 명분이 진정한 교회의 명분으로 간주되는 것이요, 그 어떤 화합도 근본악을 위무하는 것일 뿐이다. 

  “너를 고소한 사람과 법정에 가는 길에 화해하라.” 예수의 조언이 그랑디에 같은 사람들한테는 바알세불과 협정을 맺으라는 불경한 촉구처럼 보인다. 

  적대자들을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주임신부는 자신의 힘을 총동원하여 그들의 적의를 한층 더 키우려 들었다. 이런 점에서 그의 파워는 거의 천재적이었다. 

 

  동화에서는 갖가지 선물을 들고 선한 요정이 아기 요람을 찾아든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선물이 도리어 불행을 안기는 경우가 잦다. 예를 들어 그랑디에한테 선한 요정은 다른 확실한 재능들과 더불어 가장 눈부시면서도 가장 위험한 선물을 주었다. 바로, 달변. 

  뛰어난 설교자며 성공적인 변호사와 정치인은 죄다 비범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이들 입에서 나온 말은 청자들한테 거의 마법 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데 이 효력은 필히 비이성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의도를 지녔다 해도 뛰어난 연설자는 그 말로써 득보다 해를 더 많이 끼친다. 뛰어난 연설자는 풍부한 어휘와 좋은 목소리라는 마법을 동원해 나쁜 주장이 옳은 것이라고 청중을 설득할 수 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어떤 주장이 옳은 것이라면 달변 기법에 속하는 재주나 트릭에 의존할 필요가 전혀 없는 법이다. 

 

  본질적으로 근거가 잘못된 신념을 옳은 것이라 주입하기 위해 웅변술 장치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인간 본성에 있는 최소한의 신뢰 요소를 우려먹는 죄를 짓는 셈이다. 그들은 재앙적인 입담 재주를 발휘함으로써 일상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빠져 있는 일종의 최면 상태를 더 깊게 만든다. 반면에 진정한 철학과 진정한 종교의 목표와 과제는 그런 최면의 안개와 구름을 걷어내는 데 있다. 

  게다가 지나친 단순화 없이 효과적인 웅변술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순화하려면 사실들을 왜곡할 수밖에 없는 법. 심지어 진실을 말하고자 최선을 다할 때조차 노련한 연설자는 그 자체로 이미 거짓말쟁이다. 또 가장 노련한 연설자는, 덧붙일 필요가 거의 없지만, 진실을 말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진실과 거리가 멀어서 동지들에게 공조하고 적대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이니.   

 

  오호라, 그랑디에가 바로 그런 부류의 달변가였구나. 성 베드로 교회 설교단에서 주일마다 예레미야와 에스겔을, 데모스테테스를, 사보나롤라[각주:2]를 열심히 흉내 내고 때로는 라블레까지 모방했다. 왜냐하면 그는 의분 터뜨리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을 조롱하는 데도 능하고 우레 같은 계시를 내뿜는 것 못지않게 빈정거림에도 일가견이 있었으니까. 

 

  자연은 진공 상태를 싫어한다.[각주:3] 우리네 마음도 그렇다. 오늘날 권태라는 골치 아픈 공간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연속극 따위로 채워진다. 이런 면에서 선조들은 우리보다 운이 덜 좋았다. (아니면, 누가 알겠는가? 더 좋았을지도.) 

  그들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교구 성직자의 주간 퍼포먼스에 주로 의존하고 간간이 방문하는 카푸친회 수사들이나 순례하는 예수회 수사들의 강연으로 보충했다. 강론이란 하나의 아트이고, 다른 모든 아트 분야에서 그렇듯이 여기서도 변변치 못한 아티스트들이 좋은 아티스트들보다 훨씬 더 수두룩하다. 

 

  성 베드로 교회 신도들은 그 시장에서 그랑디에 목자라는 최고의 명인을 두고 있음에 자축할 수 있었다. 그는 가장 숭고한 기독교 미스터리에서부터 가장 민감한 풍문과 가장 미묘하고 가장 외설적인 교구 이슈들까지 어떤 주제든 눈부시게 즉흥적으로 소화해 냈다. 제 적대자들을 얼마나 거침없이 몰아쳤으며 고위직 인사들까지 얼마나 겁 없이 비판했던가! 

  만성적 권태에 빠져 있던 대다수가 환호했다. 그들의 박수갈채는 거꾸로 주임신부 웅변의 제물이 된 사람들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이 제물들 가운데는 위그노파와 가톨릭교회 간에 노골적인 적의가 멈춘 뒤 왕년의 프로테스탄트 도시에 세워진 여러 교파의 수도사들이 있었다. 그랑디에가 수도사들을 싫어한 주원인은 그 자신이 세속(교구) 성직자이며 제가 속한 카스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충실한 병사가 자기 부대에, 충실한 졸업생이 모교에, 충실한 코뮤니스트나 나치가 자기 당에 충성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A라는 조직에 충성하려면 B, C, D 등 여타 다른 조직을 어느 정도 불신하고 경멸하고 철저히 혐오할 필요가 있는 법. 

  이는 더 큰 상위 조직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 역사를 보면, 이단자와 불신자들에 대한 전반적이고 공식적인 증오에서부터 교단 간의, 학파 간의, 교구 간의, 신학자들 간의 특수한 증오에 이르기까지 증오의 계급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살레의 성 프랑수아가 1612년에 이렇게 썼다. 

  「독실하고 신중한 고위 성직자들이 개입하여 소르본과 예수회 수사들 간에 결속과 상호 이해를 이끌어내면 좋았을 텐데. 만약 프랑스에서 주교들과 소르본 학자들과 수도회들이 철저하게 결속됐다면 십년 이내에 이단이 다 척결됐겠지.」 

  이단이 척결될 수 있었을 근거를 성인이 다른 대목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을 가지고 설교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단을 전혀 비방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이단에 반대되는 설교를 하는 셈이다.」[각주:4] 

 

  속 깊은 증오로 갈라진 교회는 사랑을 체계적으로 실천할 수 없으며 설교할 수도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건 명백한 위선일 뿐. 그리하여 결속 대신 끊임없는 불화가 있었고, 사랑 대신 신학자들 간의 완고한 반감과 또 카스트며 학파며 교파의 공격적 애국주의가 있었다. 예수회와 소르본 간의 반목에 이어 얀센파와 또 예수회며 살레시오 동맹 간에 반목이 생겼다. 그 뒤로 정적주의[각주:5]와 ‘사심 없는 사랑’ 지지자들을 둘러싸고 기나긴 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프랑스 가톨릭교회 안팎의 불화는 사랑이나 설득이 아니라 권위적인 포고령으로 조정됐다. 이단자들 문제는 용기병[각주:6]의 위그노 박해와 끝에 가서 낭트칙령[각주:7] 폐지로 해결되고, 티격태격하는 성직자들 수습에는 교황의 대칙서들과 파문 위협이 동원됐다. 질서가 복원됐지만, 그건 가장 명예롭지 못한 길에서 전혀 영적이지 못하고 종교와 휴머니티와도 거리가 먼 방법으로 이뤄졌다. 

 

  당파에 대한 충성은 사회적으로는 피해가 막심하지만 개개인에게는 적잖은 보상을, 하다못해 공명심이나 탐욕보다도 여러 모로 더 많은 보상을 안길 수 있다. 뚜쟁이들이며 고리대금업자들은 저들 일에 자부심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당파 투쟁은 거기에 빠지는 사람들이 사욕을 취하면서도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닐 수 있게 하는 복합적 열정이다

  정당하며 심지어 성스럽다고 정의되는 그룹을 위해 그런 일을 하기 때문에, 그들은 제 자신을 훌륭하다 여기고 이웃들을 몹시 싫어할 수 있으며 권력과 돈을 추구하고 공격성과 잔혹함의 쾌감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외려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 자부하기도 한다. 제가 속한 그룹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다 보면 이런 유쾌한 악덕을 행하면서도 영웅처럼 행동한다는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조직이나 당파의 구성원들은 자신을 죄인이나 범죄자가 아니라 이타주의자며 이상주의자로 인식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면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한데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이타주의란 실상은 훅 불면 꺼질 이기주의일 뿐이며, 많은 경우 목숨까지 바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이상주의란 실상은 끽해야 당리당략과 파벌적 열성의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탈이 생긴다. 

 

  루덩 지역 수도사들을 비난할 때 그랑디에는 정의로운 열정으로 하나님 사업을 수행한다고 여겼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세속 사제단과 그의 좋은 친구들인 예수회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카르멜회와 카푸친회 수사들은 수도원 담장 안에 있으면 충분하잖아. 아니면 인적 드문 마을들에서 미션 활동을 벌이면 되지. 도시 부르주아의 행사와 일에 어찌 감히 코를 들이민단 말인가! 하나님은 부유하고 존중 받는 이들을 세속의 성직자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정하셨어. 필요하다면, 선량한 예수회 수사들 도움을 좀 받아서 말이야. 

 

  새 주임신부가 처음에 취한 조치 하나를 설교단에서 공표했다. 앞으로 모든 신자는 외부 성직자가 아니라 교구 신부한테만 고해해야 합니다. 

  남자들보다 더 자주 고해하러 다니는 여성들이 기꺼이 따를 준비가 됐다. 이제 우리 성직자는 단정하고 잘 생긴 젊은 학자인데다 신사 매너까지 지녔어. 카푸친회나 카르멜회 감독 누구라도 그 정도는 못 되잖아! 

 

  거의 하룻밤 사이에 수도사들이 자기네한테 와야 할 참회자들을, 나아가 도시에서 영향력을, 거의 다 잃을 지경이 됐다. 

 

  이 첫 번째 공격에 이어...  (루덩의 악마들 1편 계속) 

 

관련 포스트:

루덩의 악마들 11편 6 (최종)

루덩의 악마들 10편 5

루덩의 악마들 9편 6

루덩의 악마들 8편 6

루덩의 악마들 7-2편 4

루덩의 악마들 6편 4

루덩의 악마들 5편 4

루덩의 악마들 4편 5

루덩의 악마들 3-3편 3

루덩의 악마들 2편 7

루덩의 악마들 1편 8

루덩의 악마들 1편 7

루덩의 악마들 1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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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까마귀 이야기 (Tolerance)

 

  1. "Damn braces: Bless relaxes." 윌리엄 블레이크(1727-1857)의 책 <천국과 지옥의 혼인>에. [본문으로]</천국과>
  2. Girolamo Savonarola (1452-1498) - 이탈리아 도미니크회 성직자, 수도사, 1494-1498 피렌체 독재자. [본문으로]
  3. “Nature abhors a vacuum.” - 아리스토텔레스. [본문으로]
  4. St. Francis de Sales (1567-1622) - 스위스의 반종교개혁 지도자, 제네바 주교, 방문동정회 설립. 가톨릭 성인, 교부. [본문으로]
  5. quietism - 17세기 후반 에스파냐의 몰리나 등이 주창한 가톨릭 신비주의 경향. 몰리니즘. [본문으로]
  6. dragonades - 위그노 가정마다 머물던 용기병들. 프랑스 정부가 위그노들을 가톨릭으로 강제 개종시키기 위해 시행. [본문으로]
  7. Edict of Nantes - 1598년 앙리 4세가 낭트에서 공포한 칙령. 위그노들에게 광범위한 종교 자유를 부여하고 완전한 시민권을 허용. 그러나 리슐리외 추기경은 낭트 칙령의 정치적 조항들을 1629년 알레 칙령으로 무효화했고, 1685년 루이 14세가 완전히 철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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