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로 하여금 내 뜻을 이해하고 동지가 되게 하지 못한 것은, 내 언변이 졸렬한 탓이었어.”
“내가 존중하고 높이 평가하는 친구와 의가 상한 것은, 소통에서 내가 뭔가 실수했기 때문이야.”
그렇게 자신을 나무랍니다.
한데 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오랫동안 꽁하고 화를 품지는 않습니다. 안 그런가요? 그러니까 자신의 행위와 말을 곰곰이 되짚어보고, 앞으로는 그런 실수를 다시 범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됩니다. 곧, 자신의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지요. 단지,분석하고, 대조하고, 사유하고, 자신을 마치 바깥에서 보듯이 관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을 국외에서 보는 법은 어떻게 배우나?
먼저, 발언에 나서면서 청중을 존중하는 태도를 확실히 갖추고, 당신의 그런 자세를 청자들이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네 많은 정치인들에게는 아쉽게도 다른 이들에 대한 호의적 태도와 남의 의견에 대한 경의가 부족합니다. 어떤 사안을 두고 여러 번 회동하면서도 구체적인 토론보다는 상대방의 자세를 따지고 말꼬리만 붙잡고 늘어지다가 끝내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요?
교사들의 경우도 매한가지입니다.학생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믿고,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무지를 극복하도록 도울 의지를 지닌 이들만이 진정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울 수 있습니다.
이번 단원에서는 얘깃거리 선정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스피치를 효과적으로 하고 당신 생각과 주장을 청자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이기 원한다면, 토픽을 (또 핵심 메시지를)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길이가 긴 스피치의 토픽을 어떻게 선정하나?
스피치를 세 가지 기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1. 정보 제공 스피치. 예컨대, 부동산 투자 세미나, 리더십 강좌 등. 2. 동기 부여 스피치. 예컨대, 선거 연설; 투자자들에게 사업 제안 등. 3. 재미 주는 스피치. 예, 동화 구연, 만찬 후 유머 있는 토크, 만담 등.
이 세 가지 중에서 당신 스피치는 어떤 유형에 속하는 것인지를 먼저 정합니다.
이 방향 설정은 준비 과정에서 내려야 하는 많은 다른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까닭에, 전반적인 모티브를 확실히 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핵심 메시지란 발언의 중심 생각이며, 다른 스피치 요소는 모두 이 핵심 메시지를 떠받쳐야 합니다.
즉, 핵심 메시지에는 단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명쾌함과 당신의 열렬한 믿음과 폭넓은 지식이 들어갑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네 발언을 청자들이 다 기억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해요. 하지만 실제로 청중이 취하는 것은 두어 가지 골갱이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바로 이 핵심 메시지가 청자들 뇌리에 남도록 스피치를 디자인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려면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청중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따져 봐야겠지요.
우리가 연설이나 발표, 구연 따위를 할 때 객석에 있는 청중은 순진한 구경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통 경로에 필수적인 일부입니다. 화자가 메시지를 아무리 잘 전달한다 해도, 청자들이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스피치는 성공적인 것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청중 분석 문제가 또 대두됩니다. 어떤 청자들이 얼마나 되며, 화자인 당신과 어떤 관계이며, 어떤 메시지를 받기 원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대체로 잘못 알려져 있는 상식 혹은 관념이 하나 있습니다. 즉,소통에서 주도권은 화자에게 있다고 여기는 것 말이지요. 그래서 말하는 쪽에 파워가 있으며, 듣는 것은 연약함과 의지 없음, 주도권 포기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데, 실제로는 들을 줄 아는 이들이 상황을 주도합니다. 바로 그런 이들이 들은 것에서 소중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정보는 또 힘이니까요! (말을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까요?)
둘째, 경청 행위 자체가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에요.
잘 들음으로써 (들어 줌으로써), 우리는 상대가 생각을 잘 풀어나가도록 촉진하고상대의 자존감을 북돋습니다.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고마움을 느끼며, 자신감도 더 생깁니다. (이런 것을 실제로 일상에서 경험한 적이 있지 않나요?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들려 주세요.) 이렇게 중요한 측면을 비즈니스든 가정에서든 잘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셋째, 우리는 경청하는 사람을 신뢰하게 됩니다.
말 한마디 지껄이지 않고도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때는 물론 비언어적 소통 수단이 적절해야겠지요! 신체언어에 관해서도 곧 자세히 소개합니다.) 거꾸로상대보다 더 많이 입을 놀리려 들다 보면… 실제로는 정보를 잘 전달하지도 못하고 상대 기분만 상하고 나쁜 인상을 주기 십상입니다. 상대방이 아예 귀담아듣지 않고, 무의식에서 짜증이 나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생긴 나쁜 인상은 바로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플루타르코스 아저씨가 벌써 2천 년 동안 강조해 온 저 기술을 익히려면 어떡하나요?
1. 듣는 것에 집중해야 해요.
생각 속도는 말 속도보다 4배 더 빠르다고 하지요?이 차이 때문에 듣는 이에겐 '시간이 좀 남아 도는데', 이 시간을 딴청 피우는 데 쓸 게 아니라 듣는(들은) 것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씁니다.
2. 토픽(화제, 얘깃거리)에서 멀어지지 말아요.
듣는 동안에는 반대되는 생각과 주장, 다음 질문 궁리 따위를 없애고, 백지 상태가 되는 게 좋습니다.
3. 혹시 내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 나온다 해도, 거기에 반응하지 말아요.
반응하다 보면, 그 순간 상대가 하는 얘기를 계속 좇아가는 대신 이의를 제기하려는 마음이 절로 생기니까요. (순간 순간 발끈하는 것은 소인배의 전유물이에요. ^^)
4. 상대방 말을 중간에 끊지 않아야겠지요?
촌평 같은 내 말을 하면서 경청하기란 어려우니까요. 시계 들여다보지 말아요. 무례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시그널이 나오지 않도록 합니다.
5. 화자의 별난 점에 눈길 돌리면서 주의를 분산하지 말아요.
무슨 뜻이냐면, 상대방 말에서 부정확한 발음 같은 오류를 찾아내고 결점을 흉보다가는본질을 놓칠 테니까요. 즉, 소중한 정보를 얻지 못하겠지요.
6. 상대가 말하는 동안에는 듣는 것을 미리 평가하지 말아요.
상대방 얘기가 다 끝날 때까지 적어도 그 대목에 대해 예단하지 말아요. 상대방의 다음 언급에 우리 생각과 견해가 달라질지 누가 알겠어요?! '지레짐작 매꾸러기'라는 우리 옛말이 바로 이 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어요. 들어 보셨나요?
두 자매가 오렌지를 하나 놓고 서로 갖겠다고 다투다가결국엔 반반씩 나누기로 했어요. 그렇게 나눠 갖고 나서 보니까…한쪽은 케이크 구울 때 쓰려고 오렌지 껍질만을 원했고, 다른 쪽은 속살을 먹고 싶어 했던 것이더라.
즉, 자매는 다투면서도 상대방 얘기를 서로 귀담아듣지 않았기에 상대방 관심이 무엇인지 몰랐던 거지요. 그리고 (힘이요 돈이라고 하는) 정보의 부재 때문에, 둘 다 더 누릴 수 있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됐다는…
사람이 태어나서 듣기와 말하기 중 무엇을 먼저 배우고 익히나요? 무엇이 먼저고 우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