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힘
말을 잘 하려면 우선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경청 기술 익히기의 전제 조건으로 이런 과제를 수행해 보세요. 즉, 이틀 동안 함구하는 거예요. 이틀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지내는 겁니다.
- 아니, 어떻게 이틀씩이나 말을 안 하고 지내나? 갑자기 입을 다물라니?! 별 시답잖은 짓을 다 하라고 시키는군.
- 난 말 잘 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데, 침묵하라고 하네. 이게 뭐야?
흠,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한데, 이건 시답잖은 짓이 아니라 아주 진지한 작업입니다. 제 얘기가 ‘새 까먹은 소리’가 아니라는 근거를 대겠습니다. 이틀 동안 말하지 않고 지내기는 물론 힘들어요. 그것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러나 그렇게 해 보면…
심하게 수줍음 타는 사람은 이틀 동안 침묵한 뒤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흠,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더 흉하게 말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태연하게 살고 있네. 근데 내가 왜 소심하게 굴어야 하지? 이런저런 경우에 그들보다 내가 말을 더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이와 반대로, 끊임없이 주절대지 않으면 뭔가 불안한 것만 같아서 ‘언어 스팸’을 쏟아내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쓸데없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자제하는 능력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모임에서 무의미한 다변으로 눈길 끄는 짓을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만두게 되겠지요.
아무 때나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토를 달고 반응을 보임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안기는 사람들을 누구나 기억할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그럴 기회가 없을 때는 옆 사람들에게 의미 없이 말을 걸고, 그래서 그들이 화자의 얘기를 경청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그런 사람과 유쾌한 소통을 기대하기란 꽤나 힘들어요. 그런 사람들은 10초라도 함구하기를 어려워해요. 또, 그걸 지적하면 섭섭하게 여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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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에 하나 당신이 그런 타입에 해당된다면, 닷새 동안 침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묵언 수행을 두 달 간격으로 반복하는 게 더 좋아요. 두 번째는 나흘 침묵, 세 번째는 사흘, 네 번째는 이틀, 다섯 번째는 하루 동안 침묵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묵언 과제를 수행하면서,
* 누가 어떻게 말하는지,
* 주변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가 무엇에 좌우되는지,
* 사람들에게 어떤 언어 매너가 있는지,
* 어떤 사람은 대화 상대들을 어떻게 사로잡는지,
* 또 다른 사람은 입을 열기만 하면 듣는 이들에게 왜 은근한 짜증이나 모욕감, 따분함, 피로 따위를 안기게 되는지…
이런 면들을 분석하는 겁니다.
어때요, 제 말에 일리가 있나요? 그렇다면 묵언을 위해 적당한 날을 잡으세요. 당신이 (이런 표현을 서운하게 여기지 않기 바랍니다) '수다꾼'이라고 생각되면 이틀이 아니라 나흘 동안 침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구, 지인, 직장 동료들에게 의사가 이틀 동안 말하기를 금했다고 알리세요. 그리고 침묵하십시오. 급하게 말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메모지와 볼펜을 휴대하세요. 들을 수는 있지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침묵하고, 우리는 생각한다. 우리는 혼자 속으로 말한다.
이건 우리 소통과 스피치 훈련에서 중요한 단계입니다.
처음엔 혼자 속으로 말하고, 필요한 단어들을 고르고, 그런 뒤에야 선택한 단어들을 입에 올리기.
내 뜻이 잘 전달됐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번 과제를 수행한 뒤에야 다음 과제로 넘어가십시오. 건너뛸 필요가 없습니다.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니까요.
이번 과제를 수행한 뒤 당신은 자기감정을 더 잘 다스릴 수 있고, 당신 말은 더 신중하고 더 깔끔해질 겁니다.
툭하면 싸우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하도 잦은 싸움에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아내가 지혜로운 수도사를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부부싸움하지 않는 방법을 좀 알려 주셔요.”
부인의 간절한 청을 듣고 수도사가 물을 한 병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병에 든 것은 우리 수도원 우물에서 길어 올린 특별한 물로서, 효능이 신통하답니다. 집에 두었다가 남편이 싸우려고 덤빌 때면 이 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으세요. 뱉어도 안 되고 삼켜도 안 됩니다. 그냥 머금고만 계세요. 남편 말이 끝날 때까지 계속 그러고 있어야 합니다. 다툼이 있을 때마다 그렇게 하세요. 큰 효능이 있을 겁니다.”
부인이 그대로 했습니다. 남편이 무슨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물을 입에 머금었어요. 그리고 남편 말이 끝날 때까지 물 머금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계속 그렇게 했더니, 집안이 조용해졌습니다. 남편의 거친 말도 조금 나오다가 그치고 말게 됐습니다. 부인은 신비로운 물에 감탄했습니다.
어느 날 다시 수도사를 찾아갔습니다.
"수도사님! 이건 정말 성스러운 물이군요. 이 물을 입에 머금은 뒤 부부싸움이 사라졌습니다."
수도사가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부인에게 드린 물은 신비로운 게 아닙니다. 그냥 보통 물이지요. 부인이 물을 입에 머금으면서 지킨 침묵이 신비로운 능력을 발휘한 것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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