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30. 비어, 욕설, 비속어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의 하찮음을 조상의 업적으로 가리려 든다.
- 하이네 (1797-1856, 독일의 시인)
거리를 걷다가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곱상하고 예쁜 소녀들 서넛이 지나치는데, 그들의 발랄한 대화에서 별의별 욕설이 천연스레(!) 묻어나오는 걸 얻어 듣게 될 때, 정말이지 경기를 일으키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제 경우에는 이렇습니다. 처음에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방송기자로 전환해 일하면서 몇 해가 지나 지인을 만났는데, 반갑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그가 하는 말.
“아나운서일 때는 신사였는데, 기자 물을 먹더니 입에 걸레를 물었군!”
그래봤자 fucking 비슷한 단어 두어 개를 더러 쓴 덕분이지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요.
그 뒤로 많이 조심하게 됐습니다. (제 경우에 젊어서부터 입에 담기를 아주 꺼리는 단어가 셋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적어야겠네요. 지랄, 공갈, 병신... 이런 단어를 입에 올리는 자체로 무슨 저주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섬찟한, 섬뜩한...)
「초중고생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네 시간 동안 말을 주고받는 가운데, 한 명이 내뱉은 욕설은 평균 194회로 나타났다. 한 시간에 49회, 70여 초에 한 번씩 욕을 한 셈.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 가리지 않고 대화에서 끊임없이 욕설을 습관적으로 섞는다는 뜻.
청소년들이 쓰는 욕설 종류도 무척 다양했다.
성적(性的) 요소를 포함하는, 상대방을 비하하고 위협하는, 신체 일부를 비하하는 욕설에다 저속한 신조어까지 동원됐다.
이른바 모범생이라고 평가받는 학생들마저 욕설을 서슴지 않고 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초중고생 응답자의 65%가 ‘매일 욕설을 쓴다’고 응답했다.
욕설을 쓰는 이유로는, 52%가 ‘습관적으로’, 23%가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하니까’로 응답했다.」
한국 교원단체 총연합회와 EBS가 조사한 결과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석도 덧붙이는군요.
「욕설이 학생들 습관이 돼버린 것은 오랜 세월 입시 위주 교육이 이뤄지는 동안 인터넷과 영화 등에 나오는 욕설에 방치된 결과이다. 상처와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기에 가정교육과 공교육이 모두 망가진 탓이다.」
- 그래,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진단과 분석만 내놓으면 뭐하누?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추진해야지!
당신이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 안타까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웬 (놈의) 욕이 그렇게 난무합니까? 아예 도배를 했어요. 가족과 함께, 연인이 같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그런 영화가 태반이에요.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욕을 입에 달고 다녀!” 하고 탄식할 수 있나요? 언어도단이요 어불성설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고전적 개념대로, 아이들이 하는 것은 거의 전부 어른들한테서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는 말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는 가족의 거울과 같아서, 물방울이 햇빛을 반사하듯이 아이들은 부모의 도덕적 순수함을 고대로 되비칩니다.
데일 카네기가 당부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아주 귀담아듣기 때문에 어른들은 늘 언사를 조심해야 합니다.
혹시 당신은 부하 직원들한테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습니까?
친구들과 얘기하면서도 혹시 저 일부 청소년들처럼 욕설을 섞지는 않나요?
숙녀들과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도 남자들만 있을 때처럼 말하나요?
육두문자도 거리낌 없이? 그건 정말 난센스에요. 고쳐야 해요. 아이들은 성스럽고 깨끗한 존재, 그들을 오염시켜서야 되겠어요?
하기야 지금은 여성들도 자기네끼리 소통하면서 욕설을 태연히 끼어 넣는 모양이에요.
(안 그렇다면 다행이고, 내 경솔한 추측을 용서하시길! 제발, 부디, 바라건대, 여성들이여, 설령 어떤 남자들이 짐승처럼 말을 한다 해도 그대들만큼은 숙녀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답답하고 화가 나도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따스한 면모와 말을 내버리지 않기를 간구합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당신들이 남자들보다 더 강하고 위대한 것이 아니겠어요?)
사람들은 왜 욕설을 입에 담나요? 응축된 감정 발산? 카타르시스? 대리 만족?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무겁고 답답하고 들끓는 감정을 발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 않은가요?
왜 하필 욕으로 풀어야 하나요?
우리가 이미 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말을 통해 사람의 됨됨이가 금방 드러납니다.
욕설과 비속어, 막말 따위는 우리 인격을 갉아먹는 암 덩어리 같은 게 아닐까요?
나아가서 그 수신자를 비하하고 모욕하고 저주하는 겁니다.
그건 또 부메랑처럼 발화자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세 치 혀를 함부로 놀린 바람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봅니다.
우리네 욕설과 비속어도 우리 한국어의 일부임에는 틀림없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들 덕분에 소통 과정이 덜 복잡할 때도 있긴 해요.
하지만 한 사회에서 욕설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그만큼 구성원들이 정신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욕설을 아는 것과 자기 입에 담는 것은 별개의 일이에요.
욕설은 있었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 분명해요.
인터넷 글에서도 욕설이 난무하는 걸 봅니다. 그런데 거기에 단계가 있어요.
처음엔 접하기가 정말 역겹다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쓰게 됩니다.
그런 환경은 피해야겠지요. 자녀들 인터넷 활동에 관심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만약 남자 친구가 당신 앞에서 욕설을 태연하게 내뱉는다면, 숙녀로서 당신은 그의 자질을 의심해 봐야 해요.
청소년들이 담배를 물고 이빨 사이로 찍찍 침을 내뱉으며 자기네한테 익숙한 단어들을 툭툭 내뱉는 것은 멋이 있는 게 아니라 혐오스럽습니다.
어찌 보면, 아이들한테는 욕설도 유년기처럼 필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일지도 몰라요. 한때 그러다 마는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어 계속 따라다닌다면, 그 사람은 결국 나이가 들어도 미성년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마이크 공포증이라고 하나요? 아니면… 평소에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듬거리며 횡설수설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런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요?
평소 말을 다듬어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정리하여 말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흠… (ㅅㅂ, 졸라) 욕설까지 섞어 말하다가, 문득 조리 있고 품위 있게 말하려 드니, 잘 될 턱이 있겠어요?
어렵지 않다면, 지난주에 욕을 몇 번 듣고 했는지 적으세요.
그게 당신 말하기에 정말 필요했던가?
포럼에 참여했다고 상상하고 <우리 생활에서 욕설 사용에 대한 내 생각>이라는 주제로 몇 줄 써 보세요. 그리고 따로 스피치를 준비하세요.
요약을 만들어 녹음기에 대고 편하게 말하세요.
수행한 과제를 스스로 평가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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