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말투에 관한 신문 기사 하나
"근속이 몇 년인데 아직 그걸 못하나"
"생각 좀 하고 일해라"...
직장 내 갈등은 대개 말투에서 시작 된다.
*참고: 하지만 '직장 내 갈등'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어느 구석, 어느 계층에서든 바로 이 '말투' 때문에 갈등과 스트레스와 충돌이 일어난다. 이런 현상이 우리 한국에서만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그래서 미국의 어떤 연구자는 이런 진단까지 내놓는다.
사람들 간의 갈등과 충돌의 90%는 잘못 된 어조에서 (톤, 억양, 말투에서) 불거지며, 정작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견해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10%에 불과하다.
대기업에 다니는 A 씨는 매일 아침 회의가 두렵다. A 씨 부서에서 개발한 상품 품질에 문제가 발견돼 리콜(결함 보상)됐는데 이를 두고 개선책을 찾는 자리다. 회의를 거듭해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다혈질 부서장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얼마 전 회의에선 돌아가며 한 가지씩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B 차장이 먼저 입을 뗐다. 그런데 부서장은 “근속이 몇 년인데 그 정도를 해법이라고 내놓나. 생각 좀 하고 말하라”고 면박을 줬다. 얼굴이 빨개진 B 차장은 후배들 앞에서 수십 분 동안 폭언을 들어야만 했다. 이 일이 있은 뒤로 다들 말을 아끼면서 침묵이 회의를 지배했다.
말은 양쪽에 날이 있는 칼이다. 의사소통의 수단이자 조직을 움직이는 힘인 동시에 갈등을 불러오고 조직을 망가뜨리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분야별 화법 분석 및 향상 방안 연구 - 직장 내 대화법’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직장인 150명에게 직장 생활을 하며 겪는 갈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상당수가 상사나 동료 등과 말투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었다.
갈등의 뿌리는 ‘말투' (억양, 어조, 톤)
갈등은 업무를 시작하고 준비하는 회의부터 시작된다.
“대리인데 아직도 그걸 못하냐” “여긴 ○○씨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아 됐고 이렇게 해” “니들 수준으로 내는 아이디어는 다 거지같은 생각이야” 같은 말은 회의를 갈등 유발 무대로 만든다.
회의에서 ‘거의 갈등이 발생한다’(10번 중 8번 이상)거나 ‘자주 발생한다’(10번 중 6∼7번)는 응답이 39%에 달했다. 응답자의 50%는 10번 중 2-3번 정도 갈등이 일어난다고 답했다.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10% 미만 빈도)는 대답은 10%에 그쳤다.
업무 보고 때라고 다르지 않다.
“시키는 대로 안 하고 왜 네 마음대로 해” “너 뭐하는 사람이니?” “까라면 까야지” 등의 말은 대화를 단절시킨다. 응답자의 19%는 업무보고 과정에서 ‘거의 매일’(10번 중 8번 이상) 혹은 ‘자주’(10번 중 6∼7번) 갈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온라인 업무 보고가 확산되면서 갈등 유발 자리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회식·휴가·휴직 갈등’ 조금 나아졌지만… 의외로 회식 자리에선 말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이 적었다. ‘거의 갈등을 겪지 않는다’(10번 중 없거나 1번)는 답이 51%나 됐다. 다만 “너만 가정이 있느냐 어린 게 어딜 도망가” “어제 말도 안 하고 도망갔더라” “기본이 안 돼 있어” 등의 말이 여전히 오간다.
휴가 가거나 휴직해야 하는 상황에선 갈등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응답자의 46%가 휴가 쓰거나 휴직할 때 ‘거의 갈등을 겪지 않는다’(10번 중 없거나 1번)고 답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53%)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인데도 비난을 받는다고 했다. “누구는 놀고 누구는 일하고 좋겠네” “나도 애나 낳아야겠어” 등으로 비꼰다고 답했다.
갈등이 발생하는 것만큼 해결 의지가 없는 것도 문제.
‘갈등에 대한 대처 방식’도 물었다. 회의에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29%는 ‘체념하고 의견을 내지 않게 된다’고 했다. 28%는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뒤에서 불평만 한다’고 답했다. 의사소통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단체 건의’(6%)나 ‘적극적으로 항의한다’(3%)는 대처는 미미했다. 업무보고 과정,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갈등 대처는 비슷하게 이뤄졌다.
갈등이 빚어지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 교육의 미비’를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꼽았다.
응답자의 50%는 직장에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교육 받았다는 사람의 68%는 형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소통 교육이 없는 셈이다.
“상황에 따라 맞춤형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해서 갈등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일보 201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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