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컴의 면도날
- Ockham's Razor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1. 불필요하게 많은 가정을 내놓으면 안 된다.
2. 더 적은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 많은 논리를 내세우지 말라.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동등한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 면도날은 필요하지 않은 가설을 잘라내 버린다는 비유, 이 명제는 현대에도 과학 이론을 구성하는 기본적 지침으로 지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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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가장 단순한 설명이 대개는 정확하고 옳은 것이다.” 이 명제를 탐정들은 살인 사건에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추론할 때 이용한다. 이 명제를 의사들은 몇몇 증상 뒤에 숨어 있는 질환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데 이용한다.
이런 추론 방식을 <오컴의 면도날>이라 부른다. 이건 어떤 문제나 상황을 잘게 썰어 불필요한 요소들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용한다.
하지만 우리가 ‘면도날’이라 부르는 것은 그 구상자가 처음에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르다. <오컴의 면도날>을 이루는 두 부분이 있다.
1) 다수의 원리 (The Principle of Plurality) – 불필요하게 많은 가정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2) 절감의 원리 (The Principle of Parsimony) – 더 적은 것으로 가능한 일을 더 많은 걸 들여서 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 두 원리를 묶어 보자면, 우리가 주변 환경을 보는 방식은 주로 <오컴의 면도날>에 기초한다.
하지만, <오컴의 면도날>이 드러내는 핵심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주관성이다. 하늘은 물론 푸르며, 그걸 우리는 하늘을 보아서 안다. 그러나 푸른색에도 여러 뉘앙스가 있지 않은가? 즉, 우리 세계관에는 편차가 있어서, 그것이 우리의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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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의 면도날 Ockham's Razor>에서 오컴이란 사람은 누구인가? 사실, 오컴은 사람이 아니라 잉글랜드 서리 (Surrey)의 한 마을 이름이다. 즉, ‘오컴의 윌리엄’이 태어난 마을. 윌리엄은 중세 시대에 살았는데, 이때는 성씨가 흔치 않았으며, 따라서 사람들을 주로 출생지로 부르거나 가리키곤 했다. (우리도 얼마 전까지 성씨가 있음에도 ‘안동댁’, ‘서산댁’ 하고 불렀듯이.)
윌리엄 오컴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에 기초한 신학인) 중세 스콜라 철학의 주요 활동가였다. 프란체스코회의 수사이자 철학자요 논리학자로서, 1285년 오컴 마을에서 태어나 1347년 바이에른에서 죽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했고, 로마 교황을 비판했다.
한때 그가 속한 교단인 프란체스코회는 극도의 청빈 문제를 두고 교황 요한 22세와 의견 대립을 보였지만, 흔히 그렇듯이 교황이 이겼다. 윌리엄과 동료 수사 몇몇은 1328년 교회에서 파문됐다. 윌리엄은 뮌헨에서 피신처를 찾았고, 당시 뮌헨 지역의 통치자인 바이에른 황제 루이 4세의 보호를 받았다.
결국엔 윌리엄이 승리했으니, 교회에서 쫓겨난 뒤 그는 교황 요한 22세가 이단자임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는 에세이를 썼다. 즉, 교회의 교리 앞에서 (진실한) 믿음을 놓친 사람이라는 것.
'오컴의 윌리엄'은 청빈 서약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즉, 최소한의 생필품만 사용하면서 살았다. 어찌 보면, 이 청빈 서약 덕분에 (지금 개념으로는, 미니멀리즘 덕분에) 그의 위대한 아이디어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사실, <오컴의 면도날>의 토대는 그 시대에 이미 잘 확립된 중세 사상의 흐름이었다. 이 원칙의 본질을 윌리엄이 잘 포착한 뒤 (적어도 라틴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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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의 면도날>은 단순함이 곧 완벽함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건 과학자들이 뭔가를 증명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취하는 일련의 단계인 과학적 방법과 완전히 일치한다. 사실, 과학적인 방법이 <오컴의 면도날> 위에서 세워졌다고 주장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면도날에 접근할 때 주의해야 한다. 그 간결한 명제에는 갖가지 생각에 맞출 수 있도록 늘어지거나 구부러지는 기묘한 힘이 있다. <오컴의 면도날>이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그 대신 그건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도구 (혹은, 가이드나 제안) 역할을 하면서, 같은 것에 대한 두 가지 설명이 있을 때 더 단순한 것이 대개는 정확한 것임을 알려준다.
이 원칙이 암시하는 것은 - 간단한 설명이, 오감으로 수집된 정보인 경험적 증거처럼 우리가 이미 진실이라 알고 있는 증거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우리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그 녀석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피클을 맛볼 수 있기에 그것이 시다는 걸 안다. 이런 식으로, 경험적 증거를 사용하여 쉽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증거에 근거한 설명을 능가하는 경향이 있다.
즉, 감각적인 직관적 인식만이 유일한 지식의 원천이라는 게 '오컴의 윌리엄'이 추구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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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의 면도날>은 논증 이론의 설명 원리로서, 이에 따르면, 뭔가를 설명할 때 필요도 없이 가정을 자꾸 늘려서는 안 된다. 어떤 문제를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설명해야 한다. ‘면도날’은 불필요한 가정이나 전제를 쳐내야 한다는 뜻.
아주 단적인 예를 들자면, 탁자 위에 컵이 하나 놓여 있는 걸 보고, '저게 어디서 나타났지?' 하고 생각할 때, <오컴의 면도날>에 따르면, 옆방에 있는 사람이 컵을 두었으리라는 짐작이 가장 옳을 것이다. 악마가 보낸 용이 컵을 탁자에 두었으리라는 짐작은 신빙성이 가장 떨어질 텐데, 그 짐작이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오컴의 면도날을 내가 만들어냈어” 하고 오컴이 말하지는 않았다. 이 원리에 후대에서 그의 이름을 붙인 것.
다른 스콜라 철학자들처럼 오컴은 자신의 저술에서 이 원리를 이용했다. 게다가 <오컴의 면도날>은 이미 고대에서 활용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어떤 현상을 가장 단순한 가정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사실, “완벽함은 단순함과 같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은 아리스토텔레스한테서 나왔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설파했다. "자연이 더 완벽할수록, 그 운영에 필요한 수단은 더 적다."
오늘날 <오컴의 면도날>은 과학 이론의 공식화에서 발견적 학습 방법으로 이용된다. 이 방법은 연구 대상을 설명하는 현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진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면, 우리는 새로운 가정을 내놓을 수 있다.
<오컴의 면도날>이 당대에는 신학에 대해 쓰디쓴 풍자 역할을 했다. 오늘날 신학과 신에 대한 믿음을 비판하는 이들은 신의 존재를 증명할 근거를 충분히 보지 못한다. 신학의 과학성을 정당화할 근거도 그렇다. 오컴은 이런 질문을 다루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볼 때 지식의 진실성은 이성과 경험, 성서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종종 오컴 자신이 의도한 것보다 더 강한 형태로 인용된다.
“관찰된 사실을 설명하는 두 가지 이론이 있다면, 더 많은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장 간단한 것을 써야 한다.”
“어떤 현상에 대해 가장 단순한 설명이 더 복잡한 설명보다 정확할 가능성이 더 크다.”
“어떤 문제에 대해 똑같이 가능한 해결책이 두 가지 있다면, 더 단순한 것을 택하라.”
“가정을 가장 덜 요구하는 설명이 가장 정확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단순하게 하라!”
이를 좀 더 알아듣기 쉽게 바꾸면 "무언가를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적은 가정을 사용하여 설명해야 한다." 즉, 설명은 간단할수록 좋다. "가정은 가능한 한 적어야 하며, 피할 수만 있다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논리학의 "추론의 건전성" 개념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가 과학적 탐구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 (또 <오컴의 면도날>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로 보자면) 이 생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알게 된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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