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도웰 교수의 머리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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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로랑이 실험실에서 머리를 보고 놀라다

 


 

4. 죽음인가, 아니면 살해인가? 

 

한번은 로랑이 잠들기 전에 의학 저널들을 훑어보다가 코른 교수의 새 논문을 읽었다. 이 논문에서 코른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다른 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했다. 그 발췌문들은 다 의학 저널과 서적들에서 따온 것인데, 로랑이 아침 작업 시간에 머리의 지시대로 밑줄을 그은 대목들과 정확히 일치했다.

 

다음 날 머리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자마자 로랑이 물었다.

“내가 없을 때 코른 교수는 실험실에서 무얼 하지요?”

머리가 잠시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그와 나는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오.”

“그러니까 당신은 그를 위해서 중요한 대목들을 표시하는 건가요? 그런데 당신의 작업을 그가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짐작하고 있다오.”

“하지만 그건 묵과할 수 없어요! 당신은 어떻게 그런 짓을 내버려두지요?”

“내가 뭘 할 수 있겠소?”

“당신이 못하신다면, 내가 하겠어요!” 

로랑이 분개하여 외쳤다. 

 

“쉿, 조용히… 쓸 데 없는 일… 내 처지에서 저작권 운운한다면, 그것도 우스운 꼴일 게요. 돈? 그게 나한테 뭔가요? 명성? 그게 나한테 무엇을 줄 수 있겠소?.. 그리고… 그런 일이 폭로된다면 연구는 끝을 못 볼 거야. 한데 나는 연구가 완성되기를 바라오. 고백하자면, 내 연구 결과를 보고 싶은 거라오.”

로랑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요, 코른 같은 사람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어요. 코른 교수는 처음 나를 면담할 때 당신이 불치병으로 숨졌고, 학술 연구를 위해 몸을 기증했다고 말하더군요. 그게 사실인가요?”

 

“글쎄,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어. 즉, 그건 사실인데... 전부 다 맞는 말은 아닐 수도 있다오. 우리 두 사람은 갓 죽은 시신에서 떼어낸 장기들을 되살리는 연구를 함께 했지. 코른은 나의 조수였다오. 당시 내 연구의 최종 목표는 몸에서 떼어낸 사람 머리를 되살리는 것이었소. 나는 준비 작업을 다 끝냈지. 

우리는 짐승들 머리는 이미 되살렸지만 사람 머리를 소생시키고 시연하게 될 때까지 연구 결과를 공표하지 않기로 했소. 이 마지막 실험을 앞두고, 그 성공을 난 확신했는데, 나는 내가 작성한 모든 연구 원고를 출간 준비하라고 코른에게 건네줬다오. 동시에 우리는 역시 해결책을 거의 다 찾은 다른 과학 문제도 함께 연구하고 있었지. 

그때 나한테 지독한 천식 발작이 일어났소. 그건 내가 의사로서 정복하려고 한 질병들 중의 하나였고, 나는 천식과 오랜 기간 싸우고 있었소. 우리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는 시간 문제였지. 내가 천식에게 패할 수 있음을 알았다오. 그리고 실제로 내 몸을 해부용으로 쓰라고 유언했어요, 비록 바로 내 머리가 살아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그런데… 이 마지막 발작 순간에 코른이 내 곁에서 의료 도움을 주었소. 나한테 아드레날린을 주사했는데, 어쩌면… 용량이 과다했던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천식이 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어요?”

“아스픽시아(*asphyxia, 호흡곤란, 질식) 뒤에 임종의 고통이 짤막하게 이어지고 죽음이 뒤따른 게요. 그 죽음이란 내게는 의식 상실일 뿐이었지만… 그 다음에 상당히 이상한 전이 상태를 체험했다오. 의식이 아주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목 부위의 날카로운 통증 때문에 의식이 깨어난 것 같았소.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오. 

당시 나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코른과 내가 개의 몸통에서 절단한 머리들을 되살리는 실험을 했을 때, 개들이 다시 깨어난 뒤에 극심한 통증을 겪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했었소. 개의 머리가 용기 안에서 얼마나 펄떡이든지, 어떤 때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들이 혈관들에서 툭툭 빠질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절단 부위를 마취하자고 제의했다오. 그 부위가 마르지 않고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개의 목을 ‘린겐 록 도웰’이라는 특수 용액에 담갔지. 이 용액에는 영양분과 방부 물질, 마취 물질이 들어 있어요. 

 

내 목의 절단면도 그런 용액에 담기게 됐소. 그런 사전 조치가 없었다면 나는 깨어난 뒤에도 아주 빨리 다시 죽었을 게요. 우리 초기 실험 때 개의 머리들이 그렇게 죽었듯이.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 당시 난 내 머리가 그렇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소. 모든 것이 흐릿했어, 마치 술을 억병으로 마신 뒤 누군가가 깨웠지만 아직 알코올 기운이 가시지 않을 때처럼. 그러나 내 뇌에서는 그래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오. ‘비록 흐릿하지만 의식이 돌아온 걸로 보면, 난 죽지 않았다는 뜻이야.’ 

 

아직 눈을 뜨지 않은 채 나는 마지막 천식이 이상하게 발작했던 점을 곰곰이 생각했다오. 보통 나한테서 천식은 불현듯 발작했지. 그러다가 고통스러운 호흡곤란이 서서히 약화되곤 했는데, 하지만 발작을 일으킨 뒤에도 정신을 잃는 법은 결코 없었어. 그런데 마지막 발작은 뭔가 달랐소. 목 부위에서 느낀 강한 통증도 역시 새로운 것이었고. 이상한 점이 또 있었다오. 

 

난 전혀 숨을 쉬지 않으면서 호흡곤란을 겪지 않은 것 같았단 말이지. 호흡하려고 해 봤지만 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내 가슴을 느낄 수 없었어. 내 딴에는 가슴 근육들을 열심히 긴장시켰음에도 흉강을 넓히지 못하겠더군. 이런 생각까지 들더군. ‘뭔가 이상해. 내가 잠을 자고 있거나 꿈을 꾸는 모양이야…’ 어렵사리 눈을 뜨게 됐어요. 사방이 캄캄해. 귓가에는 윙윙 소리만 들려. 다시 눈을 감았어… 

 

아가씨도 알고 있을 게요. 즉, 사람이 죽을 때 감각기관들이 일시에 스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미각을 잃고, 그 다음에 시력이 꺼지고, 그 다음에 청력이 사라진다오. 아마도 내 감각기관들의 복원은 거꾸로 된 모양이오. 시간이 얼마쯤 지난 뒤 나는 다시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마치 아주 깊은 물속에 빠진 것처럼 탁한 빛을 보았다오. 그 뒤 연녹색 안개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내 눈앞에서 코른의 얼굴을 희미하게 분간했고 동시에 그의 목소리를 이미 제법 명확하게 들었다오. ‘정신이 돌아왔습니까? 다시 살아난 모습을 보니 아주 기쁩니다.’ 

나는 의지를 다 모아서 더 빨리 정신을 차리게 됐소. 아래로 눈길을 돌리고는 바로 내 턱 밑에 놓인 탁자를 보았지. 그때는 이런 탁자가 없었고, 코른이 실험하느라고 서둘러 들여놓은, 주방용 같은, 평범한 탁자가 있었다오.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고개가 돌아가지 않아. 

이 탁자 곁에, 조금 높은 곳에 다른 해부용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 누군가의 머리 잘린 시신이 누워 있더군. 그걸 보면서 시신이 왠지 아주 친근한 것 같았어, 머리도 없고 흉곽이 열려 있음에도 말이오. 그리고 그 곁에 유리 상자 안에서 누군가의 심장이 벌떡벌떡 뛰고 있고… 

 

난 어리둥절하여 코른을 쳐다봤다오. 내 머리가 왜 탁자 위에 놓여 있고 내 몸이 왜 보이지 않는지 처음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 손을 뻗고 싶었지만 손을 느끼지 못했어. ‘무슨 일이오?’ 하고 코른에게 묻고 싶었지만 소리 없이 입만 달싹거릴 수 있었을 뿐이지. 한데 그는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소. 그가 해부용 탁자 쪽으로 고개를 까딱이면서 ‘모르시겠어요?’ 하고 물었다오. ‘이게 당신 몸입니다. 이제 당신은 천식에서 영원히 벗어났습니다.’ 그 와중에도 그는 농담을 삼가지 않았어!.. 

비로소 난 모든 걸 깨달았다오. 솔직히 말해, 처음 한순간 난 비명을 지르고 탁자에서 굴러 떨어지고 나 자신과 코른을 함께 죽이고 싶었어… 아니, 그게 아니야, 꼭 그렇지는 않아.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길길이 날뛰어야 한다는 것을 뇌로는 알았는데, 다른 한 편으로 나를 덮친 얼음장 같은 태연함에 스스로 놀랐다오. 어쩌면, 분개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과 세상을 국외에서 보면서 내 마음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난 얼굴만 찌푸린 채... 입을 꾹 다물었다오. 내 심장이 유리 상자 안에서 뛰고 있고 인공심장을 달고 있는 마당에 내가 예전처럼 안달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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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이 깜짝 놀라서 머리를 쳐다봤다.

“그런데도... 그런 내막이 있었는데도 교수님은 그와 계속 일을 하는군요. 그가 아니었다면, 천식을 이겨내고 건강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날강도에다 살인자예요, 그리고 당신은 그가 명성의 절정에 오르도록 돕고 있어요. 당신은 그 사람을 위해서 일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는 기생충처럼 당신의 뇌 활동을 파먹고, 당신 머리에서 이를테면 창의적 발상의 탱크를 만들어, 그걸로 돈과 명성을 얻고 있어요. 한데 당신은!.. 

그가 당신에게 무엇을 주나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당신은 모든 것을 잃었어요. 하나의 그루터기로 전락했어요. 한데 거기서는 당신의 고뇌와 더불어 갈망이 여전히 살고 있어요. 코른은 당신에게서 온 세상을 훔쳤습니다. 미안하지만, 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런 사람을 위해 어떻게 묵묵히 고분고분 일을 하실 수 있단 말인가요?”

 

머리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머리 주제에 폭동이라도 일으켜야 하나? 시도할 수 있겠지. 한데 이 꼴로 뭘 할 수 있었겠소? 인간의 마지막 가능성, 즉 자살할 수단마저도 잃은 마당에.”

“하지만 그 사람과 함께 연구하기를 거부할 수는 있었잖아요!”

 

“아가씨가 정 듣기 원한다면... 그런 짓도 벌써 해 보았다오. 그러나 내가 저항했던 것은 코른이 내 사유 기구를 이용하기 때문은 아니었소. 궁극적으로 저자나 발명자의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창의가 세상에 나와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내가 저항한 까닭은 새로운 존재에, 존재 양식에 익숙해지기 힘들었기 때문이라오. 난 생명이 꺼지기를 더 바랐어… 그즈음 나한테 벌어진 일화를 하나 얘기하리다. 

언젠가 혼자 실험실에 있을 때, 창문으로 커다란 딱정벌레가 불쑥 날아들었소. 대도시 한복판 어디서 그런 녀석이 나타날 수 있었을까? 모르지요. 교외에 나갔던 자동차에 묻어서 왔을 수도 있겠지. 딱정벌레는 내 위에서 빙빙 맴돌다가 내 탁자의 유리판 위, 내 곁에 앉았다오. 쫓아낼 수도 없는 그 흉측한 벌레를 나는 눈동자만 빼뚜름하게 돌린 채 주시했지. 딱정벌레가 반들반들한 유리판 위에서 미끄러져 기우뚱대면서도 많은 관절들을 부지런히 사각거리며 천천히 내 머리 쪽으로 다가왔다오. 

모르겠어, 당신이 내 얘기를 이해할지… 난 그런 벌레들을 아주 싫어했다오. 혐오감이 커서 손가락으로 건드리지도 못했지. 그런데도 그 하찮은 적수 앞에서 나는 무기력하기만 했다오. 그 녀석은 내 머리를 비행에 적당한 도약대로 알았는지, 다리들을 사각거리면서 천천히 계속 다가왔다오. 얼마 동안 애를 쓰더니 턱수염에 들러붙었어. 수염 속에서 오랫동안 버둥거리며 헤매면서도 한사코 더 위로 올라왔어요. 굳게 닫힌 입술을 지나고 코 왼편으로 기어오르고 살짝 뜨고 있는 왼눈을 거쳐서 결국 이마까지 올라왔다가 유리판으로 떨어지고, 거기서 또 바닥으로 떨어졌다오. 하찮은 사건이지. 그러나 나는 거기서 충격적인 인상을 받은 게요… 

 

그리고 코른이 들어왔을 때, 학술 연구를 더 이상 공동으로 진행하지 못하겠다고 극력 거부했소. 그가 내 머리를 공개적으로 선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오. 필요가 없다면 그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머리를 굳이 곁에 둘 필요가 없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나를 죽이겠지. 그게 내 속셈이었어. 

둘 사이에 냉전이 시작됐소. 그가 상당히 가혹한 조치를 취하더군. 한번은 밤늦은 시간에 전기 기구를 들고 와서 내 관자놀이에 양 전극을 부착하고는 아직 전류는 흘리지 않은 채 말을 거는 거요. 팔짱을 끼고 서서 진짜 종교재판관처럼 아주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더군. 

 

코른이 도웰 교수의 머리에게 협박과 회유를 가하다

     

‘친애하는 동료여. 지금 우리는 두꺼운 벽 안에서 서로 눈을 맞대고 둘만 있소이다. 벽이 더 얇다 해도 상관은 없어요, 왜냐면 당신은 소리를 지를 수 없으니까. 당신은 완전히 내 손아귀에 들어 있어요. 당신에게 가장 악랄한 고문을 가하고도 난 처벌을 피할 수 있소. 하지만 고문 따위가 왜 필요하겠소? 우리는 둘 다 과학자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 

 

당신에게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난 알아요. 하지만 그게 내 탓은 아니지요. 내게 필요하기 때문에 당신을 힘겨운 삶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없어요. 또 당신은 내가 없을 때조차 혼자 힘으로는 달아날 수도 없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가 평화롭게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당신은 우리 연구를 계속하게 될 거요…’

 

나는 거부한다는 표시로 눈썹을 움직였고, 내 입술이 ‘아니야!’ 하고 소리 없이 속삭였어. 그러나 그는 계속 입을 놀렸지. 

‘당신은 나를 아주 괴롭게 만드는군요. 권련을 피우고 싶지 않습니까? 니코틴이 혈관으로 흡수되기 전에 통과해야 하는 폐가 없기 때문에 당신이 담배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는 걸 알지요. 그러나 그래도 익숙한 느낌은 있을 테니…’ 

그러고는 담배케이스에서 권련을 두 개비 꺼내 하나는 자기가 피우고 다른 하나는 내 입에 물렸지. 그 담배를 내뱉으니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그걸 보고서 그가 여전히 정중하고 화나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더군. 

 

‘아, 좋아요, 동료. 당신은 나로 하여금 제재 조치를 취하도록 만드는군요...’ 그러더니 전류를 흘려보내는 거요. 마치 불에 달군 송곳이 내 뇌를 후벼 파는 것만 같은데… ‘이제 기분이 어떠시오?’ 그가 의사가 환자에게 하듯이 나한테 배려하는 투로 물었다오. ‘머리가 지끈거려요?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나요? 그러려면 오로지...’ ‘아니야!’ 하고 내 입이 대꾸했소. ‘정말이지 아주 안 됐구려. 전압을 좀 더 올려야겠소. 당신은 꽤나 나를 힘들게 하는군요.’ 

그러고는 얼마나 강한 전류를 흘렸는지 내 머리가 타버리는 것만 같았다오. 그 통증을 견딜 수가 없었어. 나는 이를 부드득 갈았지. 의식이 희미해졌어. 아예 혼절하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의식이 사라지지 않았다오. 그저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윽물기만 했지. 코른이 내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은근한 불로 내 머리를 계속 지졌어. 

 

하지만 그런 가혹한 수단을 동원해서도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오. 눈을 떠 보니 내 완고함에 광분하는 모습이 보이더군. ‘빌어먹을! 당신 뇌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벌써 기름에 튀겨서 오늘이라도 개한테 먹였을 거야. 퉤, 고집불통 같으니!’ 그러고는 내 머리에서 전선들을 거칠게 떼어내고는 사라졌지. 

그러나 내가 기뻐하기에는 아직 일렀어요. 그가 곧 돌아와서 내 머리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용액에 자극적인 물질을 집어넣기 시작한 거요. 그 물질은 가장 고통스러운 통증을 내게 일으켰어.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자 그가 묻더군. ‘어떤가요, 동료, 마음을 정했소? 그래도 여전히 아닌가?’ 난 굴하지 않았다오. 그가 숱한 저주를 퍼부으면서 더 화를 내며 나갔어. 내가 이긴 거지. 며칠 동안 코른은 실험실에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날마다 죽음이 나를 구해주기만을 기다렸다오. 

닷새째 되는 날 그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면서 들어오더군. 나한테는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혼자서 계속 작업하기 시작했어. 이틀인가 사흘 동안 나는 실험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그를 관찰하기만 했소. 하지만, 아아, 나 스스로가 그 연구에 바짝 호기심이 동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소. 그가 실험을 반복하면서 우리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릴 수 있는 실수를 몇 가지 저질렀을 때,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 신호를 보냈다오. 그가 흐뭇한 얼굴로 ‘진작 그랬어야지!’ 하고 말하고는 내 목구멍에 공기를 집어넣었다오. 나는 그에게 무엇이 오류인지를 설명했고, 그 뒤로도 연구를 계속 지도하게 된 것이라오… 그가 내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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