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도웰 교수의 머리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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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실험실에 있는 도웰 교수의 머리

 


 

6. 실험실의 새로운 거주자들 

 

다음 날 아침 코른 교수의 해부대 위에는 갓 숨진 시체 두 구가 정말로 놓였다. 

공개 시연에 내보낼 새로운 머리 둘이 도웰 교수의 머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코른 교수가 전날 그 머리를 옆방으로 미리 옮긴 것이었다.

 

남자 시신은 서른 살쯤 된 노동자인데 교통사고의 제물이었다.

단단한 몸통이 형편없이 일그러지고, 채 감지 못한 두 눈에는 경악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코른 교수와 로랑, 존이 흰 가운 차림으로 시신들을 다루었다. 

코른이 설명하듯이 입을 놀렸다. 

“시신이 몇 구 더 있었지. 한 노동자는 목재 더미에서 떨어졌기에 제쳐놓았소. 뇌진탕으로 뇌가 상했을 수 있으니까. 독약을 먹고 자살한 자들도 몇몇 되는데, 다 불합격이야. 이 젊은이가 적당하다고 판단한 거야. 그리고 여기 이건… 밤의 미녀야.” 

 

코른이 고갯짓으로 가리킨 쪽에는 예쁘지만 다소 시든 얼굴의 여성 시신이 놓여 있었다.

얼굴에는 볼 터치와 아이라인 자국이 아직도 선연히 남았다. 얼굴은 대체로 평온해 보이는데, 살짝 치켜진 눈썹과 반쯤 열린 입만이 뭔가 어린애 같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카바레 가수야. 술 취한 무뢰한들이 싸우는 중에 날아든 총탄에 맞아 즉사했소. 심장에 바로 꽂힌 게 보이지? 일부러 하려고 해도 이렇게는 안 될 거요.” 

 

코른 교수는 일을 기민하고 자신 있게 처리했다.

머리들이 몸에서 잘리고, 머리가 떨어진 몸통은 밖으로 내갔다.

몇 분 뒤 머리 두 개가 높은 탁자 위에 놓이고, 목구멍과 정맥과 경동맥마다 관들이 꽂혔다. 

그는 기분이 좋아서 들뜬 상태였다. 승리의 순간이 눈앞에 있었다. 그는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학술 대회에서 그가 행할 프레젠테이션과 발표에는 이미 학계의 거성들이 다 초대됐다. 노련한 손으로 관리되는 언론이 코른 교수의 과학적 재능을 한껏 띄우는 기사들을 벌써부터 싣기 시작했다. 저널들에는 그의 초상화가 실렸다. 죽은 사람의 머리를 소생시키는 놀라운 실험을 소개한다는 코른의 발표에 언론은 국가적 차원에서 과학의 승리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휘파람을 불면서 손을 씻은 뒤 시가를 문 채 앞에 놓인 머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헤헤! 접시 위에 요한뿐 아니라 살로메(*신약성서, 헤롯의 딸로 추정되는 인물)의 머리통도 올라갔네. 그리 나쁘지 않은 만남이 될 거야. 밸브를 열기만 하면… 죽은 자들이 살아나는 거야. 어떻소, 마드무아젤? 이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으시오. 밸브 세 개를 다 열어요. 이 커다란 실린더에는 독약이 아니라 응축된 공기가 담겨 있지, 헤헤…”

 

그 사실을 로랑이 이미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러나 거의 무의식적으로 경계하는 마음에서 알고 있다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코른이 별안간 얼굴을 찌푸리고 심각해졌다. 로랑에게 바싹 다가서더니 단어들을 하나씩 잘라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러나 도웰 교수의 공기 밸브는 절대 열지 마시오. 그는… 성대가 손상됐고…”

로랑의 마뜩치 않은 눈길을 포착하고서 코른이 신경질적으로 덧붙였다.

“어떻든 간에… 절대 금지요. 내 지시를 잘 따르는 게 좋을 게요. 그렇지 않으면 단단히 봉변을 치르게 될 테니.”

그러고는 다시 흥을 내서 오페라 <팔리아치>의 모티브를 늘어지게 뺐다. (*Pagliacci, 이탈리아어로 '광대'라는 뜻. 레온카발로의 작품)

“자아, 시작합시다!”

 

로랑이 밸브 세 개를 다 열었다. 

노동자의 머리가 살아 있다는 표시를 먼저 내기 시작했다. 눈꺼풀을 아주 살짝 떨었다. 동공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순환이 되는군. 다 잘 될 거야…”

머리의 두 눈이 방향을 바꾸어서 창문 불빛 쪽으로 돌아갔다. 의식이 천천히 돌아왔다. 

코른이 신바람을 내면서 외쳤다.

“살아나는 거야! 공기를 더 세게 흘려 넣으시오.”

로랑이 밸브를 더 많이 열었다. 

공기가 목구멍 안에서 쉭쉭 소리를 냈다. 

 

그런 가운데 머리의 목구멍에서 단어 몇 개가 알아듣기 어렵게 흘러 나왔다.  

“이게 뭐야?.. 내가 어디 있는 거지?..”

“병원이야, 친구.” 

코른의 대답에 머리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병원이라구요?..” 

그러면서 눈을 내리깔고 자기 밑의 텅 빈 공간을 보았다.

“내 다리는 어디 있지요? 내 손은? 몸통은?”

“몸통은 없다네, 이보게. 그건 산산조각이 났지. 머리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몸통을 떼어내야 했지.”

“떼어내다니? 아니야, 난 동의하지 않아요. 이따위 수술이 어디 있어요? 이런 꼴로 뭐에 쓰겠어요? 머리통 하나로는 빵 한 조각도 못 벌어. 나한테는 손이 있어야 해요. 손과 발이 없으면 아무도 채용하지 않을 거야… 병원에서 나가면… 퉤! 병원비도 없는 걸. 이제 어떡하지? 난 먹고 마셔야 돼. 우리네 병원이 어떻다는 걸 난 알아. 잠시 붙잡아뒀다가 ‘치료됐어요.’ 하고 내쫓지. 아니, 난 동의하지 않아요.” 

머리가 단호하게 말을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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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는 말이며 검게 그을리고 주근깨 많은 너부죽한 얼굴, 헤어스타일, 푸른 눈의 순진한 눈길 따위로 보아 그는 시골 출신임이 분명했다. 

궁핍을 면하려고 고향 들판을 떠났지만, 도시는 젊고 건강한 신체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보상금이라도 좀 나오려나?.. 아, 그자는 어디 있어요?..” 

갑자기 머리가 누군가를 떠올렸다. 머리의 두 눈이 커졌다. 

“누구 말이오?”

“그자 말이에요… 나를 깔아뭉갠… 한 전차가 여기 있고 다른 전차는 저기 있고 자동차도 여기 있었는데, 그자는 곧장 나한테…”

“염려 말아요. 그자는 대가를 지불할 거야. 화물차 번호를 적어 두었지. 알고 싶다면, 4711번이야. 근데 자네 이름이 뭐지?” 

코른 교수의 물음에 머리가 즉각 대꾸했다. 

 

“내 이름이요? 톰입니다. 그래요, 톰 부시.”

“그렇군. 톰이라… 자네는 그 무엇도 부족한 줄 모르게 될 거야. 굶주림도 추위도 갈증도 괴롭히지 않을 거야. 거리로 내쫓지 않을 테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요.”

“흥, 거저 먹여줄 거요, 아니면 돈벌이 삼아 장터에서 구경거리로 만들 거요?”

“보이기는 보일 거야. 단지 저잣거리가 아니라 과학자들에게 보이는 거지. 자, 그만 쉬어요.” 

그러고는 여자 머리를 보면서 코른이 걱정스럽게 지적했다. 

“어째서 이 살로메는 아직 살아나지 않는 거지?”

그러자 톰의 머리가 물었다. 

“그건 뭐지요, 역시 몸뚱이 없는 머린가요?”  

“보다시피, 자네를 외롭지 않게 하려고 우리가 자네 짝으로 숙녀를 초대했지… 로랑, 톰의 공기 밸브를 닫으시오, 더 이상 지껄이지 못하게.”

 

코른이 여자 머리의 콧구멍에서 체온계를 꺼냈다. 

“시체의 온도보다는 높지만 정상 체온이 되려면 더 기다려야겠군. 천천히 살아날 거야…”

시간이 흘렀다. 여자의 머리가 살아나지 않았다. 코른 교수가 조바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실험실을 바장이며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대리석 바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넓은 방안에 발소리가 요란했다. 

톰의 머리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소리 없이 입술을 꿈틀거렸다. 

기다리다 못해 코른이 여자 머리에 다가가서 경동맥들에 연결된 유리관들을 찬찬히 살폈다. 

“여기에 원인이 있었군. 이 관이 너무 느슨하게 연결돼 있어서 순환이 더딘 거야. 더 굵은 관을 꽂아야겠어.”

코른이 관을 바꾸고 몇 분 지나서 여자 머리가 살아났다. 

 

브리케라는 이름의 여자 머리는 자신의 소생에 톰보다 훨씬 더 요란하게 반응했다. 확실하게 정신이 들고 말도 할 수 있게 되자, 머리는 이런 몰골로 둘 바에야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면서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다. 

“아흐, 아흐, 아흐!.. 내 몸뚱이… 내 가엾은 몸뚱이!.. 당신들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나를 온전하게 살리든지 아니면 죽여요. 몸뚱이 없이는 살 수 없어!.. 내 몸을 잠깐이라도 보게 해 줘요… 아니, 아니야, 그러면 안 돼. 머리가 없는 몸뚱인데… 얼마나 끔찍해!.. 아아, 무서워!..”

 

다소 진정된 뒤 머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살려냈다고 말씀하시는데요, 난 교육을 많이 못 받았지만, 몸통 없이는 머리가 살 수 없다는 것쯤은 알아요. 한데 이건 뭔가요, 기적이에요 아니면 마술인가요?”

“이도 저도 아니오. 이건 과학의 힘이오.”

“우리 과학이 그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면, 다른 것들도 분명히 할 수 있을 거예요. 나한테 다른 몸통을 붙여 주세요. 당나귀 같은 조지의 총알이 내 몸에 구멍을 냈어… 그러나 적잖은 처녀들이 자기 이마에 총탄을 박잖아요. 그 몸을 절단해서 내 머리에 붙여 줘요. 단, 미리 보여 주세요. 잘 빠진 몸을 골라야 하니까. 몸통이 없는 여자라... 난 그렇게는 살 수 없어요. 이건 머리가 없는 남자보다 더 나쁜 거라구요.”

 

그러고는 로랑에게 눈길을 돌렸다. 

“부탁인데, 거울을 좀 주시겠어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브리케가 자기 모습을 오랫동안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흉칙해라!.. 내 헤어스타일을 손 좀 봐 주겠어요? 내 손으로는 가르마를 탈 수가 없어요…”

“로랑, 당신의 일거리가 늘어났군. 거기에 맞게 급료도 늘어날 거요. 난 나가 봐야겠소.” 

냉소를 날린 코른이 시계를 보더니 로랑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머리들을 눈길로 가리키면서 귀엣말을 했다. 

“저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도웰 교수 머리에 관해 입도 뻥긋하지 마시오!..”

 

코른이 실험실에서 나가자 로랑이 도웰 교수의 머리를 보러 갔다. 

도웰의 두 눈이 그녀를 우울하게 쳐다봤다. 서글픈 미소 때문에 입술이 일그러졌다. 

로랑이 나직하게 말했다.

“가엾어라, 오, 가엾은 분… 그러나 곧 복수하게 될 거예요!”

머리가 신호를 보냈다. 로랑이 공기 밸브를 열자 머리가 희미하게 웃으면서 속삭였다. 

“복수보다는 차라리 실험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들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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