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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the devils of loudun


 

  몇 해 동안 마귀 들림 소동이 벌어지는 중에 루덩을 방문한 저명한 영국 여행객들 가운데 젊은 존 메이틀랜드[각주:1]가 있었다. (나중에 로더데일 공작이 됐다.) 부친한테서 장로교 목사의 라틴어를 악마가 스코틀랜드 시골 아낙네의 입을 통해 바로잡아 주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젊은이는 그 후 마귀 들림이라는 현상이 확실히 있다고 믿으면서 성장했다

  그런 그가 마귀에 들씌운 자들을 직접 봄으로써 그 믿음을 확고히 하려는 희망으로 대륙 여행을 두 차례 나섰다. 한 번은 앤트워프로, 또 한 번은 루덩으로. 그런데 그 두 번 다, 오호라, 실망하고 말았구나. 앤트워프에서 「나는 그저 라틴어 엑소시즘 주문을 지며리 듣고는 아주 혐오스러운 욕설을 내뱉는 뚱뚱한 네덜란드 시골 아낙들을 봤을 뿐이다.」

 

  루덩에서는 스펙터클이 좀 더 생생했지만, 그렇다고 마귀 들림 현상의 더 생생한 증거가 되지는 못했다. 「채플에서 진행하는 엑소시즘을 서너 번 참관했지만 프랑스어로 추잡한 노래를 부르는 방종한 여자들만 보게 되자 이게 다 협잡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루덩에 와 보면 그의 ‘성스러운 호기심’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했고, 도착하자 그날 저녁 교구 교회에 가보라고 말한 예수회 수사에게 그가 불만을 토로했다.

 

  「교구 교회에서 나는 수많은 구경꾼들과 갖가지 묘기를 잘 익힌 시골 처녀 하나를 보았는데, 그래봤자 그녀는 내가 여태껏 보아 온 스무 명의 곡예사며 로프 댄서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녀들 채플로 돌아오니 몇몇 제단 앞에서 여전히 열심히 작업하는 예수회 수사들과 가엾은 카푸친회 수사 한 사람을 보게 됐다. 그 수사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데, 왜냐하면 악마들이 제 머리 주변에서 뛰어다니고 있다는 음울한 망상에 사로잡혀 성유물들을 끊임없이 머리에 갖다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원장수녀한테 시행하는 퇴마 의식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 손바닥에 예수, 마리아, 요셉의 이름자가 적힌 것을 보았다. 엑소시스트들은 그 이름자가 기적으로 쓰인 것임을 나더러 믿게 하려 들었다. (그러나 내 보기에 그 철자들은 질산으로 쓴 게 분명했다.) 그러다가 인내심이 고갈되어 수도사한테 가서 내 생각을 다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마귀 들림이 진짜 있다고 계속 주장했다. 그래서 난 악마들한테 외국어 시험을 해 보자고 했다. 

 

  “어떤 언어로 말입니까?” 

  수도사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어떤 언어인지 알려주지는 않겠소. 그러나 당신도 이 악마들도 모두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오.” [메이틀랜드는 고향 스코틀랜드의 게일 고어를 염두에 두었을 것.] 

  그러자 예수회 수사가 악마들이 언어 테스트를 통과하면 가톨릭으로 개종하겠냐고 나한테 물었다. (그는 내가 교황 예찬자가 아님을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소. 지옥의 악마가 다 나와도 내 신앙을 돌려놓을 수는 없소. 중요한 것은, 이 여인들이 정말 악마에 사로잡혔느냐는 점이오. 만약 그들 중 누구라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악마에 들씌웠음을 나도 공개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게요.” 

  그러자 그가 “이 악마들은 바다 건너 여행을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난 그만 껄껄 웃고 말았다.」 

 

  그러니까, 프란체스코회 수사에 의하면 이 악마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예수회 수사에 따르면 그들은 외국 여행을 다녀 본 적이 없었다. 외국어 이해 능력이 없음을 그런 식으로 둘러대자니 아주 옹색해 보였다. 그러자 저희 주장을 수용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수녀들과 엑소시스트들이 새롭고 (그들이 기대하기로는) 더 설득력 있는 해명을 몇 가지 추가했다

 

  이 악마들이 만약 그리스어나 고대 히브리어를 할 수 없다면, 그건 어떤 상황에서도 그런 언어로 말하지 않겠다고 그랑디에와 특별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오. 

  한데 이 역시 썩 깔끔하지 못했다. 그러자 더 확실하고 결정적인 근거가 동원됐다. 이 특별한 악마들이 방언을 한다는 건 하나님 뜻이 아닌 게요. 

  Deus non vult, 혹은 잔느 수녀가 서툰 라틴어로 말한 것처럼 Deus non volo.2 

 

  의식 수준에서 그런 격변화 실수는 언어를 잘 모르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몽롱한 상태에서 우리네 말실수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무의식 수준에서 Deus non volo라는 말은 “나는, 하나님, 원하지 않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잔느의 더 깊숙한 자아의 표현이었으리라

  (참조: 프로이트의 실언 (1),  프로이트의 실언 (5))

 

  투시력 테스트도 언어 테스트만큼이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예를 들어, 세리제가 그랑디에를 동료 집에 하루 머물도록 꾸미고 수녀원에 가서 엑소시즘 시행 중에 원장수녀에게 지금 주임신부가 어디 있는지 말해 보라고 했다. 잔느 수녀가 그는 다르마냑의 아성 큰 홀에 있다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또 다른 경우, 원장수녀에게 들러붙은 악마 하나가 단언하길, 프루스트라는 고등법원 수사관이 얼마 전 죽었는데 그 영혼을 지옥까지 안내하기 위해 파리를 잠깐 다녀왔다고 했다. 조회해 보니 파리 고등법원에 프루스트라는 수사관은 전혀 없고, 악마가 말한 그날에 죽은 수사관도 없었다. 

  나중에, 이미 그랑디에를 심리하는 중에, 다른 악마는 성찬식에서 잔느 수녀의 입을 통해 그랑디에의 마법 책들이 마들렌 드브루 집에 보관돼 있다고 장담했다. 그 집을 수색했다. 마법 책자들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마들렌은 경악과 수치와 모욕감을 느꼈는데, 이것이 바로 원장수녀가 분풀이 삼아 노린 점이었겠다. 

 

  악마에 사로잡힌 스토리를 기술하면서 수렝은 검증에 나선 치안판사들이 고안했거나 저명한 방문객들의 즐거움과 덕성 함양을 위해 마련된 초감각적 지각 테스트를 수녀들이 종종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힌다. 이렇게 실패가 잦다 보니, 그의 많은 동료 수사들은 수녀들이 멜랑콜리와 자궁광란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힘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주장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악마에 들씌웠음을 의심하는 이 동료들은 루덩에 와서 하루 이틀 이상 머무는 법이 없었다고 수렝이 지적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과 마찬가지로 악마의 영은 언제 어디서나 마음대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확실히 보려면 밤낮으로 몇 달은 계속 같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수렝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상주 엑소시스트로서 수렝이 단언하기를, 잔느 수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의 생각을 여러 번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놀랄 일은 별로 없다. 잔느 수녀처럼 고도로 민감한 히스테리 환자가 수렝 신부처럼 고도로 민감한 영적 지도자와 가장 밀접하게 거의 세 해를 살았는데 웬만큼 영교를 키우지 못했다면, 그게 외려 놀라운 일이리라. 

  의사와 환자 간에 그런 종류의 영교가 심리 치료 중에 간간이 발생함을 에렌발트3 박사와 다른 연구자들이 알아냈다. 한데 악마에 들씌운 사람과 엑소시스트의 관계는 정신과 의사와 노이로제 환자의 관계보다 훨씬 더 친밀할 것이다. 

  더욱이 이 특별한 경우에서는 엑소시스트인 수렝 수사가 자기 환자인 잔느 수녀를 침공한 악마들한테 역시 들씌우게 됐다는 점도 기억하자. 그 당시 수렝은 원장수녀가 종종 주변 사람들 생각을 거뜬히 읽어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은, 교리에서 정한 바로 보자면, 악마에 사로잡혔거나 아니면 특별한 은혜를 입은 사람이었다. 

 

  초감각적 지각 ESP는 많은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지닐 수 있는 자연적 요소이며 소수는 그걸 적극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을 수렝 수사는 잠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듯싶다. 그건 그 시대 다른 사람들이나 이전 시대 사람들 머릿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겐 그저 두 가지 관념밖에 없었다. 텔레파시와 투시력이라는 건 망상이거나 허구야! 혹시, 그런 게 있다면 그때 생각을 읽는 이가 성자가 아닌 경우, 그건 악령의 짓인 게지! 

 

  수렝은 한 가지 점에서만 교회의 엄격한 정통 시각에서 벗어났다. 즉, 권위 있는 신학자들 대다수는 악마들이 상대방의 신체 변화를 추론하여 간접적으로만 사람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여긴 반면에, 그는 악마들이 사람 생각을 직접 읽을 수 있다고 믿었다. 

 

  <마녀들의 해머>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학자들을 인용하여 이렇게 단언한다. 즉, 악마들은 인간의 의지와 이성을 지배할 수 없으며 육체와 신체 기능만을 홀릴 수 있다. 많은 경우 악마들은 저희가 사로잡은 사람의 육체를 전부 지배하지도 못하며 한 기관이나 두어 개 근육이나 뼈 같이 작은 부위에만 들어앉는다. 리슐리외 추기경의 주치의들 중 하나인 메스나르디에가 루덩의 마귀 들림에 관여한 악마들의 이름과 악마들이 점거한 신체 부위 목록을 남겼다. 

 

  레비아탄이 원장수녀 이마를, 베헤리트는 그녀 위장을, 발람은 오른편 둘째 갈비뼈를, 이사카론은 왼편 중간 갈비뼈 밑을 차지했다. 

  루이스 수녀의 경우 에아자즈가 심장 아래에서, 카론이 이마 한복판에서 살았다. 아그네스 수녀는 심장 아래에 아스모데우스를, 위의 분문에 베헤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클레어 수녀의 육체에는 일곱 악마가 한꺼번에 둥지를 틀었다. 자불론이 이마에, 납달리가 오른팔에, 간혹 그랑디에를 자칭하는 상 핀이 오른편 둘째 갈비뼈에, 엘리미가 복벽 한 쪽에, 처녀들의 적이 목에, 베린이 왼편 관자노리에, 지품천사의 등급을 지니는 콘큐피센스가 왼편 갈비뼈에. 

  세라피카 수녀는 복부에 마법이 걸렸는데, 거기 물 한 방울에 바루크가 숨어 있고, 그가 없을 때면 카로가 대신했다. 데스쿠블로 수녀는 악마 엘리미의 관리 하에 마법 깃든 매발톱나무 잎사귀를 복부에 갖고 있는데, 이 엘리미가 그녀 동생 복부에 있는 주홍빛 자두나무도 동시에 감시했다. 

 

  마귀 들린 수련수녀들 가운데 리즈 블랑샤르는 양쪽 겨드랑이 밑에 악마를 지니며, 동시에 ‘부도덕한 석탄’이라 자칭하는 것이 왼쪽 둔부에 숨어 있었다. 또 다른 수녀들 경우 악마들이 배꼽 밑에, 심장 아래, 왼쪽 젖꼭지 밑에 자리 잡았다. 

  프랑수아 필라트로의 몸을 악마 넷이 점령했는데, 긴니용이 전뇌에, 방랑자인 자벨이 기관 모든 부위에 걸쳐서, 뷔페티송이 배꼽 아래, 대천사 등급인 개꼬리가 복부에 있었다. 

 

  악마들은 희생자 육체의 많은 거처에서 일시에 출격하여 기질과 기분, 감각, 환상을 마음대로 조종했다. 악마들은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지는 못해도 그렇게 간접적으로 영향 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 의지는 자유롭고 하나님만이 오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악마에 사로잡힌 자는 다른 사람 마음을 직접 읽을 수 없다. 만약 악마들이 가끔 초감각적 능력을 지닌 듯 보인다면, 그건 그들이 기민하고 영리하여 상대의 작은 움직임에서 내밀한 생각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덩에서 초감각적 지각이 실제 생겼을 수도 있다. (적어도 수렝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나 만약 그런 현상이 생겼다면, 그건 그냥 자동적으로 생긴 것이지, 조사하는 치안판사나 의사들이 실시한 테스트 상황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엑소시스트가 악마들을 휘어잡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수녀들이 정당하게 강요당했음에도 테스트 상황에서 초감각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건 신학과 율법 게임으로 보건대 그들이 마귀에 들리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그랑디에와 이 사건 관련자 전원에게는 불행하게도 루덩 사건에서는 게임이 룰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다

 

악령에 사로잡힌 수녀들

 

  마귀 들림의 정신적 범주에 이어 이제 물리적 범주를 살펴보자. 

  공중부양에 관해서 잔느 수녀의 악마들은 사건 초기에 은근히 밝히기를, 그들이 그랑디에와 맺은 계약에 초자연적인 공중부양을 특별히 금지한 조항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런 기적을 보고자 안달하는 사람들은 호기심이 지나치게 크며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 했다. 잔느 자신은 공중에 떠오를 수 있다고 공언한 적이 결코 없음에도, 어떤 수녀들은 “원장수녀가 두 발을 떼고 24인치 높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몇 번 봤다”고 니옹한테 밝혔다. 니옹은 정직한 사람이기에 제가 들었다는 얘기를 아마도 믿었으리라. 

  이는 누군가며 뭔가를 믿는다는 사람들의 말에 우리가 늘 얼마나 조심스레 대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일 뿐

 

  다른 몇몇 수녀는 원장수녀보다 신중하지 못했다. 1634년 5월 초 악마 에아자즈가 루이스 수녀를 공중으로 3피트 들어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에 질세라 악마 케르베루스도 캐서린 수녀한테 같은 것을 하자고 제시했다. 한데, 오호라, 젊은 여인 둘 다 공중부양에 실패했구나. 

  얼마 뒤에는 아그네스 수녀 밥통에 둥지 틀고 있는 베헤리트가 로바르데몽이 쓰고 있는 모자를 벗겨 채플 지붕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떠벌렸다. 이 기적을 보려고 숱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남작의 모자는 머리통에 그대로 얹혀 있었다. 그 뒤로 공중부양을 해 보라는 요청에는 늘 정중한 거절이 따랐다. 

 

  소뮈르의 프로테스탄트 칼리지 학장으로 있는 스코틀랜드 의사 마크 덩컨이 불가사의한 괴력 테스트에 나섰다. 그는 마귀에 사로잡힌 수녀의 손목을 잡고서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나 그녀가 붙잡힌 손목을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알아냈다. 

 

  악마들이 그렇게 약한 존재임이 드러난, 이 모욕적인 시연 이후 엑소시스트들은 마귀 들림을 못 믿겠다는 이들을 앞으로 불러내 수녀들 입에 손가락을 넣고 악마가 깨무는지 보라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이때는 악마들이 손가락을 제대로 깨물었다. 덩컨과 다른 이들이 그 제안을 거부하자, 올바르게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그 거부를 마귀 들림의 실체를 인정하는 행위로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 확실한 것은… 만약 로마교회가 주장하는 대로 초감각적 지각과 염력이 악마에 씌웠다는 (혹은 거꾸로, 특별한 은혜를 받았다는) 확실한 표시라면 루덩의 우르술라회 수녀들은 단순한 히스테리 환자가 되는 셈이다. 

  또 그들은 악령이나 살아 계신 하나님 수중에 떨어진 게 아니라 미신에 빠지고 명성을 갈구한 일단의 엑소시스트들 손아귀에 걸려든 것이며, 몇몇 수사는 의도적으로 부정직하고 의식적으로 사악한 짓을 한 셈이 된다. 

 

  ESP나 PK의 증거가 전혀 없게 되자 엑소시스트들과 그 지지자들은 훨씬 더 빈약한 논거에 매달려야 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주장했다. 수녀들이 악마에 들씌운 것은 확실하오, 안 그렇다면 그들의 추잡한 행위와 음란하고 반종교적인 언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이오? 

  트랑킬 신부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 수녀들이 어떤 방탕한 자들과 무신론자들 속에서 그런 신성 모독과 추잡함을 내쏟도록 배우기라도 했단 말이오? 

 

  앞에 언급한 니옹은 거의 자랑스러운 투로 이렇게 단언한다. “수녀들은 가장 타락한 자들조차 얼굴 붉힐 만한 추잡한 표현을 쓰면서, 알몸을 노출하고 구경꾼들을 음란한 행위로 불러들이는 행동으로 나라 안의 가장 저급한 창가의 거주자들조차 입을 떡 벌리게 했다.” 

  그들이 퍼부은 악담이며 내뱉은 저주와 신성모독으로 말하자면, 그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만큼 해괴한 것이었다.’4 

 

  (이야말로 얼마나 가련한 순진함이란 말인가! 오호라, 인간 두뇌가 무엇이든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 ...  <계속>

 

관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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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John Maitland (1616-1682) - 스코틀랜드 정치가. 잉글랜드 왕 찰스 1세에 대항하여 스코틀랜드 장로교를 보호하기 위해 엄숙동맹에 서명. 청교도혁명 시기에 많은 역할. 찰스 2세와 함께 올리버 크롬웰 군대와 싸우다가 포로로 잡혀. 1660년 왕정복고로 찰스 2세가 왕위를 되찾자 석방돼 주요 각료로 활동.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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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엑소시즘을 받는 수녀

 


 

  진짜 귀신들림을 협잡이나 질병 증세와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가톨릭교회는 네 가지 테스트를 제시한다. 언어 테스트, 초자연적 물리력 테스트, 공중부양 테스트, 투시력과 예지 테스트. 

 

  만약 어떤 사람이 정상 상태에서는 전혀 모르는 언어를 특별한 경우에 이해하거나 말할 수 있다면, 만약 공중부양이라는 물리적 기적을 명백히 보이거나 놀라운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만약 미래를 확실하게 예견하거나 멀리서 일어나는 사건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악마에 사로잡혔다고 볼 수 있다. 

 

  (혹은, 그게 아니라면, 특별한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에 신이 내린 기적과 악마의 기적은 불행히도 겉보기에는 똑같으니까. 성자처럼 무아지경에 빠진 이들의 공중부양은 황홀경에 빠진 귀신들린 자들의 공중부양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만약 다르다면, 그건 오로지 그들의 도덕적 경력과 그 행위의 결말이다. 

  한데 어떤 사람이 고귀한 모티브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악마 같은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가장 깨끗한 이들조차 ESP와 PK[각주:1] 능력을 선보였다가 악마주의라고 비난받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공식적이고 시대상으로 본 마귀 들림 범주는 그러하다. 이 초감각적 능력이며 염동과 관련된 현상들은 전에 완벽하게 여겼던 영혼 개념이 충분치 못한 것이었음을 우리 현대인들에게 증명한다. 우리네 의식적 자아 너머에 광활한 무의식 영역이 있는데, 이 무의식은 우리 에고보다 더 좋고 현명할 때도 있고 더 나쁘고 우둔할 때도 있다. 

 

  무의식의 가장자리 어딘가에서 인간 영혼이 외부 심령 매개와 결합하는 지대가 시작되고, 이 매개를 통해 모든 영혼이 서로 소통하고 우주정신과 직접 교류할 수 있다. 이 무의식적 수준들 중 하나에서 정신이 에너지와 접하는데, 이 접촉은 육체 안에서만이 아니라 (숱한 증언과 통계가 증명하듯이) 육체 바깥에서도 이뤄진다. 

  우리가 살펴본 대로, 이전 시대의 심리학은 독단적 정의 때문에 무의식의 작업을 무시할 수밖에 없으며,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과 부닥치게 되면 모든 것을 악마의 간계로 돌려야 했다

 

  우리는 잠깐 엑소시스트들과 그 동시대인들 입장에 서도록 해 보자. 마귀 들림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기준이 확실한 것이라 가정하고, 수녀들이 악마에 들씌웠으며 주임신부를 마법사라고 공표한 근거를 검증해 보자. 적용하기 가장 쉽기 때문에 실제로 가장 자주 쓰이는 테스트, 곧 언어 테스트로 시작하겠다.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방언 말하기’는 성령이 베푼 각별한 은사요 무상의 선물이지만, 동시에 (우주 본질이 묘하게도 다의적이듯이) 악마에 들씌웠다는 확실한 증상이기도 했다. 대부분 경우 소위 방언이란 지금까지 모르던 언어를 실수 없이 정확하게 구사한다는 뜻이 아니다. 흔히 그건 웬만큼은 똑똑히 발음되고 웬만큼은 조리가 있는 횡설수설로서 어떤 전통적 스피치 형태와 비슷한 듯싶기에, 호의를 지닌 청자들한테는 친근했던 어떤 언어로 조금 불분명하게 말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 

 

  혹자가 의식 상태에서는 몰랐던 언어를 트랜스 상태에서 술술 말하는 경우를 두고 연구한 결과 대체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즉, 그 사람은 머나먼 유년기에 그 언어로 말하다가 그 후 까맣게 잊었거나, 아니면 예전에 그 언어를 듣고 단어 의미를 모르면서도 그 어음들과 무의식적으로 친근해졌다가 이제 재현하게 됐다는 것. 

  F. W. H. 마이어스의 말대로라면, 기타 모든 경우에서 「새로운 언어나 이전에 모르던 수학 지식 같은 지적 정보를 특별한 연구도 없이 실제로 잔뜩 얻을 수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텔레파시 경우는 좀 다르지만.」  

 

  심령술과 자동기술(automatic writing) 연구를 포함해 현대 심리학을 고려할 때 귀신들렸다고 추정된 사람이 방언 테스트를 아주 깨끗하게 통과한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확실한 것은, 완전한 실패로 기록된 경우는 아주 많은 반면에 성공했다는 기록은 대개 편파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 마귀에 들렸다고 주장하는 협잡꾼들을 까발리는 데 교회 조사관들이 언어 테스트를 가끔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1598년 마르테 브로시에라는 여성이 악마에 들씌운 증상을 여럿 내보임으로써 유명해졌다. 그 한 증상은 아주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것으로, 그녀한테 라틴어 기도문이나 엑소시즘 문구를 읽어 줄 때마다 발작을 일으켰다. (알려지다시피, 악마들은 하나님과 교회를 증오하기 때문에 성서나 기도서의 거룩한 단어를 접하면 격노한다.) 

 

  이 무식한 여인이 라틴어를 도대체 어떻게 아는 것일까 시험하기 위해 오를레앙의 주교가 페트로니우스[각주:2]의 책을 펼치고 <에페수스의 과부>라는 아주 비교훈적이며 좀 지저분한 대목을 장엄한 어조로 읽었다. 효과는 정말 마술 같았다. 첫 구절이 낭랑하게 다 울리기도 전에 마르테가 마룻바닥에 엎어져 뒹굴면서 신성한(!) 말씀을 들려주어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주교한테 욕설을 퍼부었다.  

 

  한데 이 테스트 불합격에도 불구하고 마귀 들린 여인이라는 명성에 종지부가 찍히기는커녕 마르테가 계속 인기를 누렸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주교를 피해 달아나서 카푸친회 수사들의 보호를 받았다. 그들은 그녀가 부당하게 박해받았다고 선언하고, 저들 엑소시즘에 엄청나게 많은 군중을 끌어들이는 데 그녀를 이용했다. 

 

  내가 아는 한, 루덩의 수녀들은 ‘페트로니우스 테스트’ 같은 것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사실, 참관하러 온 한 귀족이 그와 비슷한 실험을 하긴 했다. 그는 엑소시스트에게 상자를 하나 건네면서, 아주 귀한 성유물이 들어 있다고 귀띔했다. 그 상자를 수도사가 한 수녀 머리 위에 올리자 그녀가 금방 견디기 힘든 통증 때문에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탁발수사가 몹시 흐뭇해하며 상자를 주인에게 돌려주자, 주인이 상자 뚜껑을 열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였다. 

 

  그 안에는 숯덩이 두어 조각 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아아, 나리, 우리한테 왜 이런 장난을 하시는 겁니까?” 

  엑소시스트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귀족이 응수했다.

  “수도사여, 그대야말로 우리한테 왜 이런 장난을 하는 게요?” 

 

  루덩에서는 단순한 방언 테스트를 종종 시도했지만, 결과가 늘 신통치 못했다. 수녀들이 마귀에 들렸다고 굳게 믿은 니옹이 기록한 에피소드가 여기 있다. 

  님(Nimes)의 주교가 클레어 수녀에게 가서 묵주를 가져와 아베마리아 기도문을 읽으라고 그리스어로 지시한다. 그 말을 듣고 클레어 수녀가 처음엔 머리핀을 가져오고 이어서 아니스 씨 같은 것을 가져온다. 그러나 주교의 못마땅한 표정을 보고서 “아아, 뭔가 다른 것을 원하셨군요” 하고 능청 떨면서 결국 묵주를 가져오고 필요한 기도문을 읽었다. 이 일을 순진한 니옹은 기적 같은 사건으로 여겼다. 

 

엑소시즘 중에 VIP 방문객 손등에 수녀가 입을 맞추다.가

 

  기적이라 불린 방언 테스트 대부분은 설득력이 더 떨어져 보였다. 라틴어를 모르는 수녀들이 역시 라틴어를 모르는 악마들에 들씌웠다. 이 이상한 사실을 해명하기 위해 프란체스코회의 한 엑소시스트는 설교단에서 악마들 중에는 배운 자도 있고 못 배운 자도 있다고 공표했다. 

 

루덩에서 유일하게 교육받은 악마들은 원장수녀에게 파고든 자들이었다. 그러나 이 배웠다는 악마들조차 라틴어 문법은 형편없었다. 세리제 치안판사가 배석한 가운데 1632년 11월 24일 진행된 신문 기록의 일부를 여기 소개한다. 

 

  「바레가 악마에게 묻는다. “Quem adoras?” 

  대답: Jesus Christus. 

  그러나 법정 관리가 큰 소리로 말한다. “이 악마가 하는 말은 뭔가 안 맞소.” 

  그러자 엑소시스트가 질문을 바꾸었다. “Quis est iste quen adoras?” 

  그녀가 대답했다. “Jesu Christie.” 

  그 대답에 몇몇이 지적했다. “라틴어가 틀렸어!”

  그러나 엑소시스트는 그들이 잘 듣지 못했으며 수녀원장이 “Adoro te, Jesu Christe” 하고 말한 것이라고 우겼다. 

  그러고 나서 키 작은 수녀가 달려와서 깔깔대며 “그랑디에, 그랑디에!” 하고 외쳤다. 또 보조 수녀 클레어가 말 울음소리를 내며 들어왔다」[각주:3]

 

  가엾은 잔느! 그녀는 주격이며 대격, 호격 같은 복잡한 격변화를 이해할 만큼 라틴어를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것이다. Jesus Christus, Jesu Christe… 기억할 수 있는 건 다 입에 올렸지만, 그래도 저들은 틀린 라틴어라고 하다니! 

 

  그러자 세리제가 선언했다. “만약 수녀원장이 내 질문 두세 가지에 시원스레 대답한다면” 나도 그녀가 정말 악마에 들씌웠다고 믿어 보겠소. 그러나 질문이 나왔지만 대답이 없었다. 완전히 당황한 잔느는 결국 발작을 일으키고 희미하게 울부짖음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 설득력 떨어지는 시연을 벌인 다음날 바레가 세리제를 찾아가서 자신은 정말이지 순수하게 행동했으며 악의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가 성합을 머리에 올리고 맹세하기를, 이 모든 일에서 수녀들한테 그 어떤 비행이나 속임수, 강압 따위를 썼다면 자신이 저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카르멜회 수도원장이 앞으로 나와서 비슷한 주장과 저주를 운운했다. 그 역시 성합을 머리 위에 올리고 이 사건에서 자신이 죄를 범했거나 오류를 저질렀다면 다단과 아비람의[각주:4] 저주를 받을 것이라 했다.」   

 

  아마도 바레와 수도원장은 저희 행위의 괴물 같은 측면에 눈이 멀 정도로 광적이었을 것이며, 그런 거창한 서약도 양심적으로 했음이 분명하다. 덧붙이자면, 참사회 위원 미뇽은 제 머리 위에 그 무엇도 올리지 않고 그 어떤 천벌도 자신에게 돌리지 않는 쪽을 택했다. 

 

  (몇 해 동안 마귀 들림 소동이 벌어지는 중에 루덩을 방문한 저명한 영국 여행객들 가운데 젊은 존 메이틀랜드가 있었다. ... <계속>

 

관련 포스트: 

루덩의 악마들 11편 6 (최종)

루덩의 악마들 10편 5

루덩의 악마들 9편 6

루덩의 악마들 8편 6

루덩의 악마들 7-2편 1

루덩의 악마들 7-1편 3

루덩의 악마들 6편 4

루덩의 악마들 5편 4

루덩의 악마들 4편 5

루덩의 악마들 3-2편

루덩의 악마들 2편 7

루덩의 악마들 2편 1

루덩의 악마들 1편 8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extrasensory perception - 초감각적 지각, 초능력. *psychokinesis - 사이코키네시스, 염력 행사, 정신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일 [본문으로]
  2. Gaius Petronius (?20-66) - 고대 로마의 정치가, 소설가. 미모와 정숙함과 정절로 소문났던 ‘에페수스의 과부’가 남편 죽은 뒤 따라서 굶어죽기로 작정했다가 변절하여 타락한다는 삽화는 장편 <사티리콘>에 실려 있다. [본문으로]</사티리콘>
  3. (*넌 누구를 경배하느냐?) (*예수 그리스도) (*네가 경배하는 이가 누구냐?) (*예수 그리스도 - 문법이 틀렸다. “Jesum Christum”으로 대답해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을 경배합니다.) [본문으로]
  4. 민수기 16:1-16:5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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