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예방하는 말씨와 표현법
- <나-서술 I-statement> 형태의 활용
이른바 <나-서술> 방법은
주변 사람을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자신의 의도나 생각, 상태, 감정에 관해 말할 때의 발언 형태를 뜻한다.
<나-서술>은 갈등을 완화하고 갈등 상황을 예방하는 좋은 기법.
사실, 비난이나 질책은 상대를 지칭한 ‘너’나 ‘당신’ 같은 말로 시작되는 경우가 아주 많지 않은가.
“넌 언제나 그런 식으로 행동해서 날 더 힘들게 만든다.”
“넌 만날 나한테 험한 소리만 해대지, 좋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당신은 이 문제에 신경을 안 써, 늘 자기 생각만 하고.”
그런 질책이나 비난성 발언은 갈등으로 커지기가 쉬운데,
언급의 시점(視點)을 ‘너’에서 ‘나’로 전환하여 자기감정을 밝히면 대개는 상황이 좀 누그러든다.
“난 지금 너의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불편해.” – 이게 더 부드럽고 공손한 표현이다.
“당신은 오로지 자기 일밖에 몰라요.” (X)
“난 저녁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해져요.” (O)
하지만 이런 형태의 언급에서 조심할 점이 있다.
즉, 이 방법을 생각 없이 무턱대고 쓴다면, 갈등을 예방하기보다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갈등 예방에 실제로 도움 되는 건 <나–서술> 형태 자체보다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과 정중함, 예의 갖춤이요
자기 입장과 처지를 부드럽고 재치 있게 드러내는 솜씨라는 것.
자기감정의 서술만으로는 갈등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하며, 거꾸로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설거짓거리가 쌓인 걸 보면 화가 나” 하고 말한다면, 한바탕 충돌을 절반은 예약해 놓은 셈이다.
왜냐고?
왜냐하면, 그런 말에서 상대는 “네가 설거지도 해놓지 않은 걸 보면 난 무척 화가 난다”는 뜻을 듣고 읽게 되며,
이건 곧 “네 잘못이야, 넌 나를 돌아버리게 만들어!” 하고 비난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나-서술> 형태에서 자신이나 자기감정만 생각한다면, 자칫 비난으로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네가 데이트에 늦으면 난 짜증이 나” 하고 말한다면,
그렇게 말한 사람은 자신의 초조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늦었다고 비난하는 셈이 되고 만다.
이것도 비슷하다.
“당신이 자리에 없어서 난 무척 걱정되는 데다가 나한테 전화도 하지 않아 마음이 아팠어.”
이런 말은 <나-서술> 형태를 띠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질책과 비난이며 파트너에게 다소 무례한 압박이요 부정적인 조종이 된다.
<나-서술> 형태를 강한 부정적 상태에 있을 때는 피하고, 밝은 감정이 넘칠 때 더 자주 사용하는 게 좋다.
“당신이 염려해주는 걸 느낄 때 난 아주 행복해요!”
<나-서술>의 올바른 사용을 익혀서, 그걸 더 부드러운 요청과 <나-메시지>로 바꿀 필요가 있다.
<나-서술>이 외적인 말이요 귀에 들리는 말이라면, <나-메시지>는 그 말의 이면에서 울리는 것이다.
<나-메시지>에서는 자신에 관해 말하되 상대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화자가 아니라) 상대방을 중심으로 삼는다.
<나-메시지>는 말하는 사람의 상태를 밝히면서 부드럽게 요청하는 것.
예를 들어,
“당신 의견이 나한테는 중요해. 하지만 지금은 티브이 소리 때문에 당신과 얘기하기가 힘들어. 티브이를 잠깐 꺼도 될까?”
<나-서술> 자체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그런 형태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어느 쪽이든 결정된다.
<나-서술>이 자신에게 관심을 더 끌고 한 몸에 주의를 받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나는”, “나한테”, “나에겐” 같은 표현을 리더 역할에 익숙하고 강력한 사람이 쓴다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 쉽다.
<나-서술> 형태를 어떤 자리에서 누구한테 쓰면 적절한지 아닌지를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서술>에서 분출되는 감정을 여성들이 잘 이해하며, 이 형태는 개인적인 소통 상황에서 더 적절하다.
여자들은 자기감정을 얘기하기 좋아하고 감정 언어를 잘 이해하며, 감정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상당히 잘 처신한다.
남자들은 이 분야에서 대체로 훈련이 잘 안 돼 있고, 행동 언어를 더 잘 이해하며, 요청과 지시라는 수준에서 접촉하기를 선호한다.
“난 일이 자꾸 안 되다 보니까 막 울고 싶어졌어요!”
이런 말이 여성에겐 축적된 괴로움과 곤혹을 정상적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한데, 이 말을 듣는 남자는 당혹감에 휩싸이기가 십상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공감해야 하나, 도와줘야 하나?’
남자들은 여자의 감정 분출에 반응하는 방법을 잘 모르며, 어떤 상황에서 남자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직접 청하거나 일러주는 걸 더 좋아한다.
이런 까닭에, 감정이 발산되는 <나-서술> 형태가 업무 영역에서는 썩 적절하지 않으며,
사업가들은 정중한 요청이나 흥미로운 제안, 합리적인 요구 등의 언어로 말하기를 선호한다.
반면에,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 행동의 언어요 결단의 언어일 때 <나-서술> 형태로 말하는 건 정말 남자답기도 하다.
“난 이걸 떠맡을 준비가 됐어!” - 아주 좋다.
“난 이번 결정에 반대야.” - 이해가 된다.
“난 당신과 평생을 보내고 싶어.” - 멋지다!
이때도 흠 없는 발언을 만드는 결정 요소는,
<나-서술> 형태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사려분별과 책임감인 것은 물론이다.
* 가벼운(?) 연습 문제 - 시점을 달리하여 표현해 보시라!
<너-서술> | <나-서술> |
이건 순전히 너의 이기심일 뿐이야! |
난 최근에 너한테서 예전의 배려심을 못 느끼겠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
넌 다른 사람을 이해할 능력이 안 돼! |
|
넌 내 생각 따윈 신경도 안 쓰잖아! |
|
당신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
|
당신은 내 입장은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식대로만 다 하는군! |
|
넌 언제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단 말이야! |
|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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