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도웰 교수의 머리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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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Бедяев Голова профессора Доуэля Фантастика 벨랴예프 도웰 교수의 머리 판타지




10. 죽은 다이애나 


브리케의 머리가 보기에는 적당한 새 몸을 골라서 사람 머리에 접합하는 것이 새 원피스의 치수를 재고 바느질하는 것처럼 쉬운 일 같았다. 목둘레를 재고, 그 사이즈에 맞는 목을 가지고 있는 시신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냐 싶었다.

하지만 머리는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님을 곧 확신하게 됐다. 


아침에 코른 교수와 로랑, 존이 흰 가운 차림으로 브리케의 머리에게 나타났다. 코른은 브리케의 머리를 유리판에서 조심스레 떼어내 목의 절단면이 자세히 보이게끔 얼굴을 위로 돌려놓으라고 지시했다. 산소를 가득 담고 있는 혈액이 여전히 머리에 공급됐다. 코른이 꼼꼼히 살피고는 목의 굵기를 쟀다.


“인간 구조가 기본적으로 같으면서도 사람들의 몸은 다 나름대로 개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지. 예를 들어, 경동맥도 이게 외경동맥인지 내경동맥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가끔 있거든. 목둘레가 같은 사람들한테서도 동맥 굵기와 목구멍 넓이가 일정하지 않아. 신경들에도 적잖이 손을 대야 하고.”

로랑이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수술하실 겁니까? 목의 절단면에 몸통 절단면을 붙인 뒤, 바로 다 봉합하는 건가요.”

“그게 가장 중요하오. 이 문제를 내가 도웰과 함께 자세히 검토했다오. 중심에서 바깥으로 종단으로 절개해야 돼. 아주 복잡한 작업이오. 아직 죽지 않고 활동하는 세포들을 얻으려면 목 부위가 죽지 않게끔 절단해야 하는 거요. 그러나 그게 가장 큰 난관은 아니오. 중요한 것은, 부패가 시작됐거나 세균에 감염된 부위들을 시체에서 어떻게 제거하느냐, 또 어떻게 혈관의 손상된 혈액을 씻어내고 신선한 피를 채워서 신체의 ‘모터’인 심장이 작동하게 만드느냐… 그러면 척수는? 그건 아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가장 강력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종종 수습하기 어려울 수가 있소.”

“그렇게 어려운 작업들을 어떻게 해내시려는 겁니까?”

“아, 그건 일단 내 비밀이오. 실험이 성공하면, 죽은 자들을 소생시키는 내막을 다 공개할 거요. 자, 오늘은 이걸로 충분해. 머리를 제 자리에 돌려놓고, 공기를 흘려 넣으시오.”

그러고는 코른이 브리케의 머리에게 물었다. 

코른과 로랑이 브리케 머리를 두고 의논하다


“기분이 어때요, 마드무아젤?”

“감사합니다. 좋아요. 하지만 교수님, 난 아주 불안해요… 지금 여러 가지 알아듣기 힘든 말씀을 하셨는데, 그래도 한 가지는 이해했어요. 당신은 내 목을 종횡으로 마구 난도질하려는 거지요? 그건 정말 꼴불견일 거예요. 커틀릿 같이 보일 목을 달고 내가 어디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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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덜 보이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자국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할 거야. 실망하는 눈빛 짓지 말아요, 마드무아젤, 목에 비로드 리본이나 목걸이를 하면 될 거야. 그래, 당신 ‘생일’에 그런 목걸이를 하나 선사하지. 아, 그리고 하나 더. 지금 당신 머리는 다소 말랐어요. 당신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머리에 살이 좀 붙어야 돼. 당신의 정상적인 목둘레를 알기 위해 이제 당신을 ‘포동포동하게 살 찌워야’ 할 것 같아. 안 그러면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난 먹을 수가 없는 걸요.” 

머리가 불평했다.

“우리가 관을 통해서 살을 찌우지. 내가 특별한 종합 영양식을 준비했어.” 

그러고는 로랑에게 말했다. 

“그것 말고도 혈액 공급을 더 늘려야겠소.”

“영양 용액에다 지방질을 넣으시려고요?”

코른이 모호하게 손을 저었다. 


“머리에 기름기가 좀 끼어서 포동포동하게 되지 않으면 ‘수분이라도 넣어서 부풀려야’ 하오. 그게 우리한테 필요해. 자아,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어. 하느님에게 기도해요, 마드무아젤 브리케. 당신에게 아름다운 몸을 선사할 어떤 미녀가 한시라도 빨리 죽게 해 달라고 말이오.”

“그런 말씀 마세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내가 몸을 얻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니… 무서워요, 의사 선생님. 그건 죽은 사람 몸이잖아요. 갑자기 그녀가 와서 자기 몸을 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누가?”

“죽은 사람이 말이에요.”

코른이 웃으면서 대꾸했다. 

“하지만 당신에게 오고 싶어도 다리가 없는데. 만약에 나타난다고 해도, 그녀가 당신에게 몸을 준 게 아니라 당신이 그녀에게 머리를 준 것이라고 말해요. 그러면 그녀는 오히려 선물에 감사할 거야. 이제 난 시체 안치소에 가 봐야겠어. 내 성공을 빌어 주오!”


실험 성공 여부는 최대한 신선한 시신을 확보하는 데 크게 좌우됐다. 그래서 코른은 만사를 제치고 행운을 기다리며 시체 안치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입에 시가를 문 채 그는 기다란 건물을 마치 가로수 길 산책하듯이 느긋하게 오고갔다. 길게 늘어선 대리석 탁자들 위로 희끄무레한 불빛이 천장에서 떨어졌다. 탁자마다 이미 물줄기로 세척된 시체들이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시가 연기를 내뿜으면서 코른이 기다란 탁자 대열을 따라 천천히 발을 옮겼다. 얼굴들을 들여다보고 몸통을 보기 위해 틈틈이 가죽 덮개를 들추곤 했다. 

코른이 시체 안치소에서 갓 죽은 시신을 찾는다.


죽은 사람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와 함께 오갔다. 코른은 그들을 마뜩잖은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적당한 시신을 찾았다 해도 그들이 도로 빼앗아 가면 말짱 헛일이었다. 적당한 시신을 확보하기란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사흘이 지나기 전까지 시신에 대한 권리를 제기할 수 있고, 사흘이 넘어서 절반 부패한 시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는 아주 신선하고, 가능하면 식지 않은 시신이 필요했다.


신선한 시신을 즉각 얻기 위해 코른은 돈도 아끼지 않았다. 시신의 번호를 바꿔치기하면 그만이고, 그 다음에 어떤 불행한 시신이 결국 ‘행방불명’으로 처리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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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브리케의 입맛에 맞는 다이애나를 찾기란 쉽지 않아.’ 

시체들의 넓적한 발바닥과 군살 박힌 손들을 보면서 코른이 생각했다. 여기에 누워 있는 시신들 대다수는 자가용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코른이 저편 끝에서 이편 끝으로 지나왔다. 그 동안에 신원 확인된 시신 몇 구가 밖으로 들려나가고, 그들 자리를 벌써 새로운 시신들이 채웠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시신들 중에서도 수술에 적합한 재료를 코른은 구할 수 없었다. 

머리가 없는 시신들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체격이 맞지 않거나 몸에 상처가 났거나, 그도 아니면 이미 부패가 시작된 것들이었다. 하루가 또 저물어가고 있었다. 시장기를 느낀 코른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접에 담긴 닭 커틀릿을 상상하며 입맛을 다셨다.


‘오늘도 글렀어.’

회중시계를 꺼내 보았다. 그러고는 여러 시신들 곁에서 절망과 경악과 오열에 가득 차서 움직이는 인파를 뚫고 출구 쪽으로 발을 옮겼다. 저편에서 마주 오는 일꾼들이 머리가 없는 여인의 몸통을 옮기고 있었다. 말끔하게 씻긴 젊은 몸이 흰 대리석처럼 빛을 냈다. 

‘오, 저건 쓸 만해 보이는데.’

그가 잡역부들을 뒤따라갔다. 탁자 위에 놓인 시신을 대충 훑어보고서는 필요한 것을 찾았다는 확신이 더 커졌다. 코른이 일꾼들에게 그 시신을 내가자고 귀엣말을 하려는 순간, 수염이 텁수룩하고 입성 남루한 늙은이가 시신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 아이야, 마르타가 맞아!” 

늙은이가 소리 지르면서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빌어먹을, 어디서 나타난 거야!”

코른이 입속에서 욕설을 내뱉고는 늙은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시신을 확인하셨습니까? 머리가 없는데.”

늙은이가 왼쪽 어깨에 박힌 커다란 점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걸 보면 알 수 있지요.”

늙은이가 하도 태연하게 말하는 바람에 코른이 놀랐다. 

“그녀는 누구지요? 당신의 아내? 아니면 딸이었나요?”

늙은이는 수다스러웠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조카딸이지요, 그것도 친조카는 아니고. 사촌누이가 아이들 셋을 남기고 죽는 바람에 내가 키웠어요. 내 자식들만 해도 넷이나 되는 통에 입에 풀칠하기도 쉽지 않은 판인데. 하지만 어떡하겠수, 신사 양반? 울타리 아래 있는 고양이를 내쫓지는 않는 법이라우. 그렇게 살았지요. 한데 불행이 생겼지 뭡니까. 우리는 낡은 건물에서 살고 있는데, 무너질 염려가 있다고 벌써부터 거기서 우리를 나가라고 했지요. 하지만 갈 데가 있어야지? 그냥 버티고 살았어요. 

그러다가... 다른 아이들은 부상한 채 빠져나왔는데, 이 아이는 이렇게 목이 잘리고 말았군요. 나하고 할미는 집에 없었어요, 군밤을 팔러 나갔었지.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마르타를 벌써 시체 안치소로 옮긴 뒤였다우. 왜 시체 안치소냐? 다른 아파트들에 살던 사람들도 함께 깔려 죽었는데, 개중에 어떤 이들은 혼자 살았어, 그래서 다 여기로 옮겼다는 거지요. 내가 도착해 보니, 집이 사라져 버렸어, 들어갈 수가 없어요, 지진 난 것 같으니...“


‘음, 좋아, 딱 적당해.’

코른이 수다스러운 늙은이를 한 편으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기왕 벌어진 일이야 어떡하겠소. 보다시피 난 의사이고, 시신이 필요하오. 까놓고 말하리다. 백 프랑을 받고 싶으면 집으로 그냥 돌아가요.”

“내장을 긁어내려고 그러우?”

늙은이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 아이는 어차피 죽은 몸이고…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고… 그래도 남의 피가 아닌데…“

“이백 프랑.”

“정말 필요한 돈이우, 아이들이 배를 곯고 있으니… 하지만 그래도 가엾지… 좋은 처녀였는데, 아주 예쁘고 아주 착하고, 얼굴은 장미꽃 같고, 여기 잡동사니들하고는 다르지…”

늙은이가 탁자 위에 놓인 시신들을 향해 아무렇게나 손을 흔들었다. 

‘이 늙은이 좀 보게! 물건 값을 올리려고 하는 모양일세.’

그런 생각이 들자 코른이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무심한 투로 말했다. 


 “내키는 대로 하시오. 여기에는 시신들이 적지 않고, 몇 구는 당신 조카딸보다 떨어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늙은이한테서 몇 발짝 물러섰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좀 주셔야…” 

늙은이가 잽싸게 바투 다가서는데, 그 정도에서 흥정을 마치자는 투였다. 

코른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상황이 또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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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가 먼저 온 게유?” 

노파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코른이 몸을 돌려 보니, 깨끗한 흰 두건을 쓰고 몸집이 퉁퉁한 노파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늙은이가 자기도 모르게 꽥꽥 소리를 냈다. 

“찾았수?”

노파가 거친 눈길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기도문을 중얼거리면서 물었다.


늙은이가 말없이 손가락으로 시신을 가리켰다. 

“오오, 얘야, 마르타, 불쌍한 것!”

노파가 머리 없는 시신 쪽으로 다가서면서 슬프게 목을 놓았다. 

코른은 노파와 흥정하기가 어려울 것임을 알았다. 그래도 한 번 찔러나 보자는 속셈으로 예의를 갖추어 말을 걸었다. 

“내 말 좀 들어 보세요, 부인. 지금 부인 남편과 얘기를 나누고는 당신네가 아주 궁핍하게 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궁핍하든 않든 남에게 손을 벌리지는 않아요.” 

노파가 제법 당당하게 말을 무질렀다. 

“그렇지요, 하지만… 나는 자선장례협회 회원입니다. 협회 경비로 내가 조카딸 장례를 치를 수 있고 필요한 일들을 다 처리할 겁니다. 원한다면 나에게 맡기고 부인은 아무 걱정 없이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요. 자녀들과 고아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파가 남편에게 호통을 쳤다. 

“당신, 여기서 무슨 소릴 지껄인 게유?”

그러고는 코른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말씀은 고맙수, 신사 양반. 그러나 남들처럼 나도 내 손으로 처리할 거유. 당신네 자선협회 도움 없이도 어떡하든 수습할 거라오. 아, 뭐 그렇게 눈알만 굴리고 있는 거유?”

노파가 남편과 얘기할 때는 평소의 어조로 돌아갔다. 

“얼른 시신을 거두어 떠나요. 내가 손수레를 가져왔어요.”

어찌나 단호하게 들리는지, 코른이 형식적으로 고개를 까닥이고 떠나야 했다.

‘분하군! 에이, 오늘은 정말 재수 없는 날이야.’

출구 쪽으로 가서 문지기를 한쪽으로 데리고 나와 나직하게 일렀다. 

“이보우, 적당하다 싶은 게 나오면, 즉각 전화해요.”

“아, 나리, 여부가 있겠습니까.”

코른이 쥐어준 지폐 뭉치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문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코른이 레스토랑에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브리케가 있는 방으로 들어서자 그녀가 근래에 흔한 질문으로 맞이했다. 

“찾았어요?”

“찾긴 찾았는데 잘 안 됐어, 빌어먹을! 좀 더 참아요.“

그가 뚱하게 대꾸했지만 브리케가 물러서지 않았다. 

“적당한 것이 그렇게도 없단 말인가요?” 

“오징어처럼 다리가 휜 여자들은 있었어. 원한다면 그거라도…”

“아이, 싫어요. 차라리 더 기다릴래요. 안짱다리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코른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다시 시체 안치소로 나가야 했다. 그러나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침대 곁에 놓인 전화기가 부르르 떨었다. 코른이 투덜대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말하세요. 네, 코른 교숩니다. 뭐라구요? 역 부근에서 열차가 전복됐다고? 시체들이 널렸다고? 아, 물론, 당장 달려가지요. 고맙구려.”

서둘러 의복을 갖춰 입고는 존을 불러 소리쳤다. 

“자동차!”

십오 분 뒤 그가 벌써 한밤중의 거리를 소방차처럼 달렸다. 

한밤중에 철도 사고 현장으로 자동차를 몰고 가다.


시체 안치소 문지기의 말이 맞았다. 그날 밤 죽음은 많은 수확을 거둬들였다. 시체들이 쉴 새 없이 운반됐다. 탁자들이 다 차는 바람에 곧 시체들을 마룻바닥에 놓아야 했다. 코른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재앙이 낮에 일어나지 않은 것을 두고 운명에 감사했다. 사고 소식은 아직 시내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체 안치소에 외부인들은 아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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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른이 아직 옷을 벗기지 않고 씻기지도 않은 시체들을 살펴보았다. 그건 다 아주 신선했다.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 단지 하나, 이 좋은 기회가 코른의 특별한 필요에 썩 걸맞지 않다는 점이 흠이었다. 시체 대부분이 으깨졌거나 여러 부위에 훼손이 심한 것이다. 그러나 시체들이 계속 도착했기 때문에 기대를 잃지 않았다. 


“이 시신을 보여 주오.” 

잿빛 원피스 차림의 처녀 시체를 옮기는 일꾼에게 말을 걸었다.

두개골이 뒤통수 쪽에서 으깨졌다. 머리털과 원피스가 피범벅이지만, 원피스가 엉망으로 구겨지지는 않았다. 

‘몸통이 심하게 상하지는 않은 것 같아… 괜찮아. 체격이 상당히 조잡하군, 필경 남의 하녀로 일했을 거야, 하지만 이런 몸뚱이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여기는 어떻소?”

코른이 다른 들것들을 가리켰다. 

“아, 이거야말로 정말 흔치 않아! 보물이야! 빌어먹을, 아무리 그래도 이런 여인이 죽다니, 아깝군!“


젊은 여인의 시신이 바닥에 놓였다. 흔치 않게 아름다운 얼굴에 심한 경악이 얼어붙어 있었다. 오른편 귀 위쪽으로 두개골이 함몰됐다. 필경 죽음이 순식간에 닥쳤을 것이다. 하얀 목에는 진주 목걸이가 걸렸다. 우아한 검은 비단 드레스가 아래쪽과 옷깃에서 어깨까지 조금 찢어졌을 뿐이다. 드러난 어깨 위에 반점이 보였다. 

‘아까 그것과 같군. 하지만 이건… 참으로 예뻐!’ 

코른이 잽싸게 목둘레를 쟀다. 

’안성맞춤이야.‘

코른이 굵은 진주들로 엮은 목걸이를 잡아채어 일꾼에게 주고는 말했다.

“이 시체를 가져가겠소. 여기서 시체들을 일일이 살펴볼 시간이 없으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이것도 가져가지.” - 그가 처음 본 처녀의 시신을 가리켰다. “자, 빨리 움직입시다. 아마포로 둘러서 내가시오. 알아들었소? 사람들이 떼로 몰려올 거요. 시체 안치소 문을 열고 몇 분 뒤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끓겠지.”


두 구의 시신이 자동차에 실려서 코른의 자택으로 금방 옮겨졌다.

수술에 필요한 준비는 진작 다 끝낸 상태였다. 브리케의 부활의 날이, 아니 엄밀히 말해 부활의 밤이 다가왔다. 코른이 일 분도 늦추기를 바라지 않았다.

시신 두 구가 말끔하게 씻긴 뒤 흰 천에 둘둘 말려서 브리케의 방으로 옮겨져 수술대 위에 놓였다.

브리케의 머리가 자신의 새로운 몸통을 보고 싶어 안달했지만, 코른은 준비가 다 끝날 때까지 머리한테 시체들이 보이지 않게끔 수술대를 옮겨 놓았다.

코른이 시체들에서 머리를 재빨리 잘라냈다. 잘라낸 머리들을 아마포에 싸서 존이 밖으로 내갔다. 절단 부위와 수술대가 깨끗이 닦이고 몸통들이 정돈됐다. 

흑인 조수가 잘라낸 머리를 밖으로 내가다.

몸통들을 다시금 미덥지 못한 얼굴로 훑어보고서 코른이 우려하는 낯빛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깨에 반점이 있는 몸은 온전하게 아름다운 형태를 간직한데다가, 하녀처럼 보인 몸과 비교하면 특히 더 뛰어났다. 굵직하고 단단한 골격에 어깨가 쳐지지 않았으며 기품이 엿보였다. 브리케야 두말 않고 이 예술적인 다이애나의 몸통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면밀하게 살펴본 결과, 그가 다이애나라고 부른 시체에는 결함이 드러났다. 오른편 발바닥에 크지 않은 상처가 있었던 것이다. 쇳조각에 베인 모양이었다.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코른이 상처 부위를 불로 지졌다. 혈액 감염을 염려할 근거가 아직은 없었다. 그러나 그래도 ‘하녀’의 몸을 접합하는 것이 더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었다. 


“브리케의 머리를 돌려놓으시오.” 

코른이 로랑에게 지시했다. 수술 준비하는 동안 브리케가 수다를 떨어 방해하지 못하도록 그녀의 입이 닫혔다. 즉, 압축 공기가 든 용기의 밸브가 잠겼다. 

코른이 턱짓으로 밸브를 가리켰다.

“이제 공기를 불어넣어도 좋아요.”

시신들을 보자마자 브리케의 머리가 불 맞은 노루처럼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공포에 질린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 시신들 중 하나가 그녀의 몸이 될 판이었다. 이 수술이 평범한 것이 아님을 처음으로 통증이 날 만큼 아프게 느끼고는 주저하기 시작했다.

“그래, 어때요? 이 시체... 아니, 몸통이 마음에 드나?” 

“난… 겁이 나요…” - 머리가 쉭쉭 소리를 냈다. “아아, 이렇게 무서운 일인 줄은 몰랐어… 내키지 않아…”

“내키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이 시체에 톰의 머리를 접합하지. 톰이 여자가 되는 거야. 톰, 지금 몸통을 얻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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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잠깐만이요.” 브리케의 머리가 놀랐다. “좋아, 하겠어요. 저 몸통... 어깨에 반점이 있는 걸 갖고 싶어요.”

“이쪽 것이 더 좋을 텐데. 썩 예쁘지는 않지만, 그 대신 상처가 하나도 없으니까.” 

“나는 세탁부가 아니라 가수에요.” 브리케의 머리가 뽐내듯이 지적했다. “아름다운 몸을 원해요. 어깨에 난 반점은… 그런 걸 남자들이 좋아해요.”

“원하는 대로 해 주지.” 코른이 대답했다. “마드무아젤 로랑, 마드무아젤 브리케의 머리를 수술대로 옮기시오. 조심해야 하오. 머리의 인공 혈액 순환이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면 안 돼.”


로랑이 브리케의 머리를 만져서 마지막으로 준비했다. 브리케의 얼굴에 극도의 긴장과 동요가 서렸다. 머리가 수술대로 옮겨지자 브리케가 더 견디지 못하고 여태껏 비명을 질러 본 적이 없는 것처럼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싫어! 안 하겠어! 그만둬요! 차라리 죽여 줘요! 무섭단 말이야! 아-아-아-아!..”

코른이 손놀림을 멈추지 않은 채 로랑에게 날카롭게 외쳤다. 

“얼른 공기 밸브를 닫으시오! 영양 용액에 모르핀을 넣으시오. 그러면 잠이 들 거야.”

“아니, 아니야! 싫어!!”

밸브가 닫히고 머리가 침묵했다. 그러나 여전히 입술을 달싹이고 두려움과 애원의 빛을 띤 채 응시했다.


“교수님, 그녀의 의지에 반해서 수술을 진행해도 될까요?” 

로랑의 물음에 코른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지금은 한가하게 윤리 문제를 논할 시간이 없소. 그녀는 나중에 우리한테 감사하게 될 거요. 맡은 일을 하든지 아니면 방해하지 말고 나가시오.”

그러나 로랑은 자기가 나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도움이 없다면 수술 결과는 더욱 더 불안했다. 마음을 바꾸어 코른을 계속 도왔다. 브리케의 머리가 어찌나 벌벌 떠는지, 혈관들에 연결된 관들이 거의 빠져나올 뻔했다. 존이 도움에 나서서 머리를 두 손으로 단단히 잡았다. 머리의 경련이 서서히 멈추고 두 눈이 감겼다. 모르핀이 작용한 것이다. 


코른 교수가 수술에 착수했다. 

이런저런 수술도구를 요구하는 코른의 짤막한 지시만이 간간이 적막을 깼다. 코른도 심하게 긴장한 탓에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기민함과 비상한 면밀함과 조심성을 동원하면서 눈부신 외과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코른에 대한 증오심이 하늘을 찌를 듯했지만 로랑이 그 순간만큼은 그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신들린 아티스트처럼 손을 놀렸다. 그의 노련하고 예민한 손가락들이 기적을 이루었다. 

수술은 한 시간 오십오 분 동안 계속됐다. 


마침내 코른이 허리를 펴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브리케는 몸통에서 떨어진 머리가 아니야. 그녀에게 생기만 불어넣으면 되는 거요. 즉, 심장이 뛰고 피가 돌게 하는 거지. 하지만 이 작업은 나 혼자서 하겠어. 당신은 쉬어도 좋아요, 마드무아젤 로랑.”

“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심신이 몹시 피곤했지만, 이 비범한 수술의 마지막 단계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코른은 소생 비밀을 그녀에게 드러내기 원치 않는 것 같았다. 그가 다시 휴식을 취하라고 집요하게 권하는 바람에 로랑이 순순히 밖으로 나왔다.


한 시간이 지나 코른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 그는 훨씬 더 지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는 만족감이 깊이 배어 있었다.

“맥을 쥐어 봐요.” 

로랑이 속으로 은근히 전율하면서 세 시간 전만 해도 차가운 시신이었던 브리케의 손목을 잡았다. 손에 벌써 온기가 돌고 맥박이 잡혔다. 코른이 브리케의 얼굴에 거울을 들이댔다. 거울 표면에 김이 서렸다. 

“숨을 쉬는군. 이제 우의 신생아를 포대기로 잘 감싸면 돼. 며칠 동안은 꼼짝도 않고 누워 있게 될 거요.” 

브리케의 목에 감긴 붕대 위에 코른이 깁스를 둘렀다. 몸통이 다 천으로 싸이고 입이 꽁꽁 동였다. 코른이 설명했다.

“아예 말할 엄두도 못 내게 하는 거요. 며칠간 우리는 그녀를 수면 상태로 두는 거지, 심장이 용인한다면.” 

브리케를 로랑의 옆방으로 옮겼다. 침대에 눕히고 뇌수에 전류를 흘려 마취시켰다.

“봉합이 유착될 때까지 우리는 그녀를 인공영양으로 유지할 거요. 당신이 신경을 더 많이 써야겠지.”


사흘째가 되어서야 코른은 브리케의 ‘의식이 돌아오도록’ 허용했다. 

오후 네 시였다. 비스듬히 기운 태양 광선이 방안으로 들어와 브리케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그녀가 눈썹을 가볍게 꿈틀거리더니 눈을 떴다. 아직 판단력이 흐릿한 가운데, 햇살 가득한 창문을 보고는 눈길을 로랑에게 돌렸다가 결국 아래로 내려뜨렸다. 거기엔 이미 뭔가가 있었다. 붕긋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몸통이 보였다. 흰 천으로 덮인 몸이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가냘픈 미소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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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고 조용히 누워 있어요.” 로랑이 말했다. “수술이 아주 잘 됐고, 이제 모든 건 당신이 처신하기에 달렸어요. 안정을 충분히 취하면 더 빨리 두 다리로 일어설 거예요. 일단은 우리가 표정으로 소통을 하지요. 만약 눈꺼풀을 내려뜨리면 ‘예스’, 올리면 ‘노’로 알아듣겠어요. 혹시 통증을 느끼는 데가 있나요? 여기, 목과 발에? 금방 사라질 거예요. 물을 마시고 싶나요? 뭘 좀 먹고 싶어요?” 

브리케가 시장기를 느끼지는 않았지만 목이 말랐다. 


로랑이 코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서재에서 즉각 달려왔다.

“그래, 새로 태어난 기분이 어때요?” 

그녀를 살피고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 잘 됐군. 조금만 더 참으면 춤도 추게 될 거요, 마드무아젤.” 

그가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사라졌다. 


‘부활’의 나날이 브리케에게는 아주 길게 지나갔다. 그녀는 모범적인 환자였다. 성급함을 꾹 누르고 차분하게 누워서 지시대로 잘 따랐다. 마침내 온몸을 두르고 있던 천을 벗기는 날이 됐다. 아직 말은 하지 못하게 했다.

“몸이 있다는 것이 느껴지나?” 

코른이 약간 흥분된 기색으로 물었다. 

브리케가 눈꺼풀을 내려뜨렸다. 

“발가락들을 아주 조심해서 움직여 봐요.” 

얼굴빛으로 보아 브리케가 시도한 것 같았다. 그러나 발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신경중추의 기능이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모양이군.” 

코른이 위엄을 지피며 말했다. 

“그러나 곧 복구될 거야, 그러면 움직임도 함께 살아날 게고.” 

그러고는 혼자 생각했다. 

‘브리케가 다리를 절게 되지는 않을까.’

로랑은 수술대 위에 있던 차가운 시신을 떠올리면서 생각했다.

‘이런 단어가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아마 복구될 거야.’


브리케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이제 몇 시간이고 발가락들을 움직이는 일에 몰두했다. 그런 노력을 로랑이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다가 어느 날 로랑이 환성을 질렀다.

“움직여! 왼발 엄지발가락이 움직여요.”


그 뒤로 일은 더 빨리 진행됐다. 다른 발가락들과 손가락들도 가볍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곧 브리케는 손과 발을 조금 들어 올릴 수 있게 됐다.

로랑이 깜짝 놀랐다. 눈앞에서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아무리 범죄자라 해도 코른은 비범한 사람이야. 사실 도웰의 머리가 없었다면 코른이 죽은 사람의 이중 소생에 성공할 수 없었을 거야.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재능 있는 사람이야. 그 점을 이미 도웰의 머리가 확인하지 않았던가. 아아, 코른이 도웰 교수도 다시 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다시 며칠이 지나서 브리케는 말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녀에게서 다소 음색이 상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듣기 좋은 목소리가 나왔다.

코른이 단언했다.

“나아질 거야. 노래도 부르게 될 거야.”


브리케가 곧 노래를 불러 보았다. 그 노랫소리에 로랑이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브리케의 고음들은 상당히 삑삑거려서 듣기에 썩 좋지 않고, 중간 음역에서는 목소리가 쉰 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아주 둔탁하게 울렸는데, 그 대신 저음부의 목소리는 매혹적이었다. 그건 아주 뛰어난 가슴에서 울리는 콘트랄토였던 것이다.

로랑이 생각에 잠겼다.

성대는 절단 부위 위에 있고 브리케의 것이 아니던가. 한데 이 이중의 목소리며 위아래 음역의 서로 다른 음색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생물학적으로는 불가사의야. 새 몸통보다 더 나이가 많은 브리케의 머리가 젊어지기 때문인가? 아니면, 중추신경계의 기능이 깨진 것과 어떻게 연관되는 걸까?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야… 이 젊고 우아한 몸통의 주인은 누굴까? 어떤 불행한 머리에 달려 있던 것일까…’ 


로랑이 브리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차 전복 사고로 죽은 이들의 명단이 실린 신문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곧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유명한 이탈리아 가수 안젤리카가 사고 열차에 타고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신문기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로랑은 브리케의 머리에 접합한 몸통이 죽은 오페라가수의 것이라고 거의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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