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과
늦가을이었어요.
숲속 나무마다 옷을 벗은 지 오래됐는데,
야생사과나무 꼭대기에만 사과 한 알이 아직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어요.
어느 날 산토끼가 숲에 들어왔다가 그 사과를 봤습니다.
하지만 사과를 어떻게 딸 수 있겠어요?
아주 높은 곳에 있는 바람에 아무리 뛰어봤자 거기에 닿지 못하는 거예요!
그때 어디선가 “카르르, 카르르!”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토끼가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저쪽 나뭇가지에 까마귀가 앉아서 웃고 있지 뭐에요.
토끼가 까마귀한테 소리쳤어요.
“어이, 까마귀야! 저쪽에 있는 사과를 따서 나한테 떨어뜨려 주렴!”
까마귀가 사과나무로 날아가서 사과를 땄어요.
하지만 부리로 꼭 물지 못해서 사과가 밑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토끼가 “고마워, 까마귀야!” 외치고는 사과를 집으려 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헉!” 소리를 내면서 뒤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이게 뭐지?
깜짝 놀란 토끼가 정신 차리고 보니,
사과가 나무 밑에서 웅크린 채 잠자고 있던 고슴도치 위에 떨어진 것이었어요.
고슴도치도 잠결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는데,
사과는 고슴도치 등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달아나는 고슴도치를 향해 토끼가 소리쳤어요.
“서라, 거기 서! 내 사과를 어디로 갖고 가는 거야?!”
그러자 고슴도치가 발을 멈추고 대꾸했어요.
“이건 내 사과다. 떨어진 걸 내가 잡았단 말이야.”
토끼가 고슴도치에게 깡충 달려갔어요.
“내 사과를 당장 내놔! 내가 발견한 것이거든!”
그때 까마귀가 급하게 날갯짓을 하면서 내려왔어요.
“쓸데없이 다투고들 있구나. 이건 내 사과다. 내가 땄잖아!”
셋 다 상대방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건 내 사과야!” 하는 말만 계속 외쳤습니다.
그렇게 소리 지르며 실랑이를 벌이는 바람에 온 숲이 떠들썩하게 됐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이제 몸싸움까지 벌어졌어요.
까마귀가 고슴도치의 코를 쪼아대고, 고슴도치는 가시로 토끼를 찌르고, 토끼는 까마귀를 발로 차고…
그 순간 덩치 큰 곰이 나타나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물었어요.
“무슨 일인데 이 야단이냐?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지?”
그러자 다들 입을 모아 말했어요.
“곰 아저씨는 우리 숲에서 가장 힘세고 가장 지혜롭잖아.
이 일을 공평하게 해결해 줄 거야. 누가 이 사과를 가질 수 있는지 판단하면, 우린 그대로 따르자.”
그러고는 그동안의 일을 곰에게 자세히 얘기했습니다.
곰이 귀를 긁적이면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습니다.
“누가 사과를 발견했지?”
“그건 나예요!” 하고 토끼가 말했습니다.
“누가 사과를 땄지?”
“나 말고 누가 있겠어!” 까마귀가 카르르 소리를 냈습니다.
“좋아. 그럼, 떨어지는 사과를 누가 받은 거야?”
“내가 잡았어요!” 하고 고슴도치가 삑삑댔습니다.
“흠, 다들 자기 사과라고 고집부릴 만하군.
그러니까 다들 사과를 먹어야 할 텐데…”
곰이 하는 말을 듣고 고슴도치와 토끼와 까마귀가 또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하나뿐이잖아!”
“자, 이 사과를 똑같이 나눠서 각자 한 쪽씩 먹으면 되겠다.”
곰의 판단에 다들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아하, 그걸 우린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고슴도치가 사과를 네 조각으로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한 조각을 토끼에게 주었습니다.
“토끼야, 이건 네 거야. 네가 맨 처음 사과를 발견했으니까.”
두 번째 조각을 까마귀에게 건넸습니다.
“까마귀야, 이건 네 거야. 네가 저 꼭대기에 있는 사과를 땄으니까.”
그리고 세 번째 조각을 자기 입에 넣었습니다.
“이건 내 몫이야. 내가 사과를 받았잖아.”
그리고 네 번째 조각은 고슴도치가 곰의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이건 곰 아저씨한테…”
“어, 나한테는 왜 주는 거야?” 곰이 놀라서 물었습니다.
“우리한테 지혜를 일러주고 우리가 다투지 않게 해주셨으니까요!”
그리하여 다들 제 몫의 사과를 먹었습니다.
다들 만족하고 행복했어요.
곰이 공정하게 판단하면서 누구의 마음도 상하지 않게 했기 때문이지요.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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