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토끼의 변신
언젠가 숲속에 토끼가 살고 있었는데, 주변 모든 것에 겁을 냈어요.
늑대를 두려워하고, 여우를 두려워하고, 덩치 큰 부엉이를 두려워했어요.
심지어 가을날 키 작은 나무에서 나뭇잎 떨어질 때조차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리곤 했지요.
하루는 토끼가 물이 시커멓게 고여 있는 연못으로 갔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 검은 연못아. 이제 난 너한테 뛰어들어 가라앉고 말겠어.
이렇게 온종일 겁만 내면서 사는 게 지긋지긋해졌거든!
그러자 검은 연못이 소용돌이를 멈추고 나직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대꾸했어요.
— 그러지 마라, 토끼야! 물에 빠져 죽는 거야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냥 돌아가서 겁내지 말고 살도록 해봐라!
—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 토끼가 놀라 물었습니다.
— 아무렴, 그렇고말고. 나한테 와서 빠져 죽겠다고 마음먹은 마당에 또 겁낼 게 뭐가 있단 말이냐?
돌아가렴, 돌아가서 겁내지 말고 살아라!
그렇게 검은 연못에 다녀온 뒤 하루는 토끼가 길을 가다가 늑대를 만났어요.
늑대가 군침을 흘리며 으르렁댔어요.
— 잘 됐다. 배가 출출하던 참인데, 이제 너를 먹어야겠다!
하지만 토끼는 태연하게 휘파람을 불며 가던 길을 계속 갔어요.
그러자 늑대가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 너, 내가 무섭지 않단 말이냐? 왜 도망가지도 않는 거야?
— 내가 너를 왜 무서워해야 하나? 난 검은 연못에도 갔었어.
그러니 잿빛 늑대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 늠름한 모습에 늑대가 꼬랑지를 말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러고 며칠 뒤 토끼가 이번엔 여우와 마주쳤어요.
여우가 입을 헤 벌리고 좋아했습니다.
— 오오! 맛있는 토끼가 깡충깡충 뛰어오는구나!
귀가 뾰족한 녀석아, 이리 와라. 맛 좀 봐야겠다.
그러나 토끼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지나치면서 대꾸했습니다.
— 난 검은 연못에 갔었고 잿빛 늑대도 겁내지 않았거든.
근데 벌거스름한 너한테 놀라서 떨어야 하겠니?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드리웠습니다.
토끼가 숲속 빈터 한가운데 앉아 있었어요.
눈이 부리부리하고 두 다리가 북슬북슬 털에 덮인 부엉이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물었어요.
— 지금 내 구역에 들어와 있는 거냐?
— 응, 앉아서 쉬고 있어!
— 그렇게 앉아 있는 게 무섭지도 않나?
— 무서웠다면 이러고 있지도 않았겠지.
— 뭐야, 갑자기 당당해진 거야? 아니면, 밤이 되니까 정신 나가기라도 했나?
— 난 검은 연못에 갔었고 잿빛 늑대를 겁내지 않았어.
여우와 마주쳐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거든.
그러니 늙은 새인 너는 아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 말을 듣고 부엉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어요.
— 토끼야, 우리 숲에서 그만 나가 다오. 너를 보고 다른 토끼들이 다 따라 할까 봐 걱정이다.
— 걱정하지 마. 다들 그렇지는 않을 테니까…
가을이 됐어요.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토끼가 키 작은 나무 아래 앉아 벌벌 떨고 있군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난 잿빛 늑대를 두려워하지 않아. 불그스레한 여우도 전혀 무섭지 않고,
다리에 털이 무성한 부엉이는 더더욱 아니야. 근데…
이렇게 나뭇잎들이 사그락사그락 소리 내면서 떨어지니까, 왜 이렇게 무서운 거지?’
—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도대체 난 왜 겁이 나는 거야?
궁금증이 커지자 토끼가 다시 검은 연못을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그러자 검은 연못이 대답했어요.
— 아, 그건 나뭇잎들이 떨어져서 무서운 게 아니라,
세월이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우리가 듣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이란다.
그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토끼가 눈을 맞으며 껑충껑충 뛰었어요.
아무도 아무것도 겁내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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