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부모의 제한과 금지. 체벌에 대해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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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과 <규율에 대하여> 계속)

 

법칙 4. 

(제한, 요구, 금지 등의) 규칙은 어른들 간에 합의된 것이어야 한다. 

엄마 말이 다르고 아빠 말이 다르고, 때론 할머니 말이 다른 경우가 잦은가? 이런 식이다. 

 

새로 산 예쁜 구두를 신고 유치원 가겠다는 딸과 허락하지 않는 엄마

 

순이에게 예쁜 구두를 새로 사 주었더니, 다음 날 아침 그걸 신고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한다. 
순이: 새 구두를 신을래요. 
엄마: 아니야, 그건 특별한 날이나 손님으로 갈 때 신으려고 산 거야. 
순이: 싫어, 오늘 신고 싶단 말이야! (징징대기 시작해.)
아빠: 걱정 마라,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아내에게) 오늘 하루만 신게 하면 안 될까?
엄마: 아니, 안 돼요. 아이들은 값비싼 물건을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돼! 
순이 (눈물을 더 흘리면서): 그럼, 유치원에 안 갈래!
(이때 나타난) 할머니: 또 뭔 일이여? 아침부터 애를 울리고 그래?! 얘야, 이리 오렴, 왜 속이 상한 거니. 아, 구두 때문에? 내가 오늘 다른 걸 사줄 테니, 신고 싶을 때마다 그걸 신어라. 

 

새 구두를 신고 유치원에 가겠다는 딸과 허락 않는 엄마, 중재하는 아빠, 손녀 역성을 드는 할머니.

이런 경우 아이가 규칙을 습득하고 규율에 적응하기 어렵다.

아이는 어른들 의견을 갈라놓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얻는 데 익숙해진다.

그 결과 집안에서 어른들 간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게 된다.  

 

아이를 앞에 두고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다른 쪽의 요구와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엔 침묵했다가 나중에 아이가 없을 때 이견을 의논하고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좋다

 

규칙을 일관성 있게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만약 9시에 잠자리에 드는 아이를 이틀 연달아 9시가 아니라 10시에 잠자게 했다면, 셋째 날에는 제 시각에 재우기 힘들 것이다. 아이가 "어제 그제는 10시에 자도 좋다고 허락했잖아요" 하고 이의를 제기할 게 분명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어떤 요구가 얼마나 확실한지 늘 시험하면서 정말 확고부동한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간과하면, 아이가 고집부리고 징징대며 떼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 

 

법칙 5. 요구나 금지를 전하는 말투는 명령조가 아니라

친근하고 설명하는 식이어야 한다.

 

부모가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할 때 아이는 대체로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한데, 그 금지가 짜증 묻어 있거나 고압적인 어조로 나온다면, 부모 요구대로 하기가 아이에겐 두 배로 어려워진다. 

우리가 앞에서 알게 된 것을 상기하자면, 

“왜 안 돼요?” 하고 묻는 아이에게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게 해야 되니까”,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같은 대답은 삼가야 한다. 
간략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미 늦었어”, “이건 위험해”, “깨지기 쉬우니까…" etc.

 

설명은 간략하게 한 번만 해야 한다.

아이가 또 “왜?” 하고 묻는다면, 이건 아이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금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금방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당신이 예를 들면 <적극적 듣기> 같은 방법을 이미 습득하고 훈련했다는 것이 도움 된다.

지시나 명령조, (부정적인) <너-메시지>는 아이의 반항을 키울 뿐이다. 

 

부모인 당신이 규칙을 얘기할 때는 무인칭 형식으로 말하는 게 더 좋다. 이를테면...  

“라이터를 갖고 놀면 안 돼” 대신 “아이들은 라이터를 갖고 놀지 않는단다.” 
“당장 초콜릿을 제 자리에 갖다 놔!” 대신 “초콜릿은 대개 식사 후에 먹는다.” 
“고양이를 못살게 굴지 마라!” 대신 “고양이 꼬리는 잡아당기라고 있는 게 아니란다.” 

 

같은 상황에서 엄마와 자녀들의 대화 형식 두 가지를 보자. 전자는 실패, 후자는 성공적인 대화가 됐다. 

 

재미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잠잘 시간이 됐다고 알리는 엄마

 

아이들이 놀이에 정신 팔려 있다. 
엄마: 됐어, 이제 그만 끝내라! (지시)
아들: 네? 왜 그만둬야지요?
엄마: 왜 그런지 잘 알잖아. 너희가 잠잘 시간이야. (<너-메시지> 형식의 지시
딸: 어, 벌써 자야 돼요?
엄마: 그래, 이미 시간 됐어! 딴 소리 하지 마라! (지시) (놀이를 중단시키고, 아이들은 기분 상하고 화가 난다.) 

 

엄마의 첫마디부터 다르게 대화한다면 훨씬 더 좋다. 

엄마: 얘들아, 이제 그만 끝낼 시간이 됐다. (무인칭 형식)
아들: 네? 왜 그만둬야지요?
엄마: 자러 갈 시간이야. (무인칭 형식)
딸: 어, 벌써 자야 돼요?
엄마: 놀이가 재미있어서 그만두기 힘든 것 같구나. (적극적 듣기)
딸: 네, 아주 재미있어! 봐요, 이제 금방… 5분이면 끝날 거야!
엄마: 좋아, 5분은 길지 않으니까, 약속한 거야. 
아이들: 네, 네. 끝내고 우리가 다 치울게요.  

 

보다시피, 여기서 엄마는 다정한 말투를 취하면서 아이들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했다. 이 때문에 규율이 흔들리지 않았다. 외려 아이들이 놀이 뒤 정리할 책임을 스스로 떠맡았다. 

 

부모의 요구를 아이가 즉각 전적으로 실행하기 힘들어할 것을 예견하여, 그 요구 사항을 아이와 미리 의논하면 아주 좋다. 예를 들어,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영화가 늦은 시간에 끝나는데 아이가 시작 부분이라도 꼭 봐야겠다고 한다면, 중간에 그만 보게 될 것이라고 미리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경고하면서 동시에 다른 것을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잠자기 전에 재미난 놀이를 하기 혹은 책을 읽어 주기. 그래도 아이가 ‘미련 버리지 못한, 힘든’ 버전을 택하면, 합의를 실행하고 아이가 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늦은 시간 티브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할 때

 

이 합의 사항을 지정된 시간 5분 전에 아이한테 부드럽게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조건을 지키도록 돕는 '조력자'가 된다. 시간이 다 되어 불시에 재촉하고 닦달하는 ‘경찰’이 아니라. 그러면 아이는 갈등 없는 규율의 경험을 작게나마 또 얻는 것이다.  

 

*  *  *

규율에 관한 얘기는 처벌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이 얘기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즉, 여러 규칙에 관한 법칙 5가지와 또 앞의 여덟 수업에서 알아보고 습득한 것을 전부 준수할 때, 자녀가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아예 없어지진 않는다 해도) 몇 배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명백히 나쁜 행동에 당신이 반응하게 될 순간이 닥칠 수 있다.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나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반대한다.

체벌을 받은 아이들은 겁먹고 적개심을 품게 되며 수치심을 겪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렇게 해서는 긍정적인 효과는 적고 부정적인 후과가 더 크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후과 없이 신체에 작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황하고 흥분하여 어쩔 줄 모르는 아이를 억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열세 살 된 존이 집 옆에 세워둔 자동차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호기심에 시동을 걸었다. 드라이브 상태로 있던 자동차가 (아이는 이걸 못 봤어) 급격히 움직이면서 울타리를 부수고 나무에 충돌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가 기겁하여 차에서 나와 집으로 뛰어들었다. “큰일 났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이동생이 이 광경을 창문 너머로 보고는 들어오는 오빠에게 뭐라고 쓴소리를 하자, 오빠가 그냥 밀치는 바람에 넘어졌다. 

 

십대 소년의 엄마의 자동차를 나무에 들이박다.

 

딸의 비명에 엄마가 나타났다. 아들의 상태를 보더니 손을 잡아 얼른 소파에 앉혔다. 

– 이거 놔요. - 존이 자기 손을 잡아 뺐다. 

– 아니야. - 엄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 네가 진정될 때까지 너를 꼭 붙잡고 있겠어. 

– 싫어, 놔 줘요. – 존이 버텼다. - 이럴 수 없어! 이건 폭력이에요!

– 아니야, 존 – 엄마가 아이를 계속 붙잡은 채 차분하면서도 귀에 와닿게 말했다. - 지금 널 놓아줄 수 없단다. 네가 자신을 통제하게 되면 놔주겠어. 한데 넌 지금 그럴 수 없잖니.

– 하지만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엄만 몰라! (그때 엄마는 주변에서 오가는 짤막한 얘기들을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안다, 얘야. 네가 자동차로 울타리를 부수고 나무에 들이박았어. 그러나 이건 중요하지 않아. 나한테 지금 중요한 것은 네가 진정하는 거야. 난 너를 벌하지 않을 거야, 네가 마음을 추스르도록 도울 거야. 네가 진정되면, 그때 자동차 얘기를 하자

 

당황하고 흥분한 십대 아들을 엄마가 소파에 앉히고 두 손을 꼭 잡고 있다.

 

그 사건을 나는 긴박한 상황에서 엄마가 지혜롭고 품위 있게 십대 아들을 대하는 교훈으로 기억해 왔다. 혹시 누군가는 "잘못했으면 벌을 줘야 하는데, 여기엔 처벌이 전혀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소개한 장면에서는 부모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처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십대 아이는 일어난 사건에 의해 이미 벌을 받은 셈이고, 엄마는 아들이 그 교훈에서 뭔가 얻도록 돕는 것을 자기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자, 우리는 아이가 저지른 부정적 결과에 관한 문제에 다시 부닥쳤다. 

그런 것을 허용해도 되나? 허용하면 안 되나? 

저 앞의 레슨에서 우리는 아이가 이런저런 실수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게끔 허용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 이제 거기에 덧붙일 수 있어. 아이가 규율 존중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도 뭔가 실수하고 잘못 행동할 수 있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  *  *

부모나 인생 선배, 선생 등말을 듣지 않아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후과 그 자체가 삶에서 나오는 징벌의 한 형태이다. 게다가 그런 경우 아이는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후과가 소중한 징벌이기도 하다.  

 

고양이 발톱에 긁힌 딸, 공부 안 한 과목에서 낙제점 받은 아들

 

고양이 발톱에 심하게 긁힌 아이나 공부하지 않은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생은 그 후과로 인해/덕분에 어쩌면 부모가 하는 요구의 중요성과 생생한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아, 그 말씀이 옳았어!' 

 

그런 경험 하나가 말로 하는 열두 가지 지시나 훈계보다 더 값지다.

게다가 우리는 아이가 갈 수 있는 곳 어디나 다 쫓아다니면서 자리를 깔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대신 나중에 아이가 실패할 때 적극 도울 수 있다. 

 

여기서 <적극적 듣기>가 꼭 필요하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 방법은 아이가 어떤 결론을 스스로 내리게 돕는다. 

아이가 뭔가 실수하거나 잘못 했을 때 부모로서

"내가 진작 너한테 경고했지…", "엄마 말을 안 들으니까 그런 거야, 다 네 탓이다"

같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죽을 지경인 경우가 더러 있다 하더라도, 그런 말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까닭은...

1) 아이는 부모의 경고를 잘 기억하며 

2) 아이는 지금 속상하고 풀이 죽어서 어떤 합리적인 지적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 

3) 자기 실수를 인정하기 힘들고, 당신의 (올바른) 지적이나 핀잔에 덤벼들 준비가 돼 있으니까. 

 

(인생 자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징벌보다) 두 번째 처벌 유형이 더 익숙한데, 이건 부모한테서 나온다.

“네가 만약 …하면/이면, … 될 거야”

같은 경고에서 시작되어 경고 약속의 집행으로 끝난다. 예를 들어...

“계속 그렇게 버릇없이 굴면, 너를 방구석에 세워 놓겠어.” 

"네 방을 청소하지 않으면, 놀러 나갈 생각도 하지 마라."

 

이런 처벌은 불복종의 조건부 후과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이건 아이 행동에서 자연스레 비롯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재량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니까.  

 

* * *

불복종의 조건부 후과 같은 것에 어떻게 대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처벌을 적용할 때 아주 중요한 법칙 하나를 견지하는 게 좋다. 

 

법칙 6.  아이를 나쁘게 만들면서 벌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빼앗으면서 벌하는 게 더 낫다. 

달리 말해, 제로에서 마이너스로 가기보다 플러스에서 제로로 향하면서 벌하는 게 더 낫다. 여기서 제로는 모와 자녀 두 사람의 중립적이고 평탄한 관계를 뜻한다. 

그럼, 플러스는 무슨 뜻?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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