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행동을 하는 원인 4가지, 9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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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말을 듣지 않아서 생기는 조건부 후과 같은 것에 어떻게 대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처벌을 적용할 때 아주 중요한 법칙 하나를 견지하는 게 좋다.
법칙 6. 아이를 나쁘게 만들면서 벌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빼앗아 벌하는 게 더 낫다.
달리 말해, 제로에서 마이너스로 가기보다 플러스에서 제로로 향하면서 벌하는 게 더 낫다. 여기서 제로는 부모와 자녀 두 사람의 중립적이고 평탄한 관계를 뜻한다.
그럼, 플러스는 무슨 뜻?
예를 들어, 일요일마다 아빠가 아들을 데리고 낚시에 가기, 혹은 엄마가 맛있는 과자를 구워 주거나 다 함께 산책하러 나가기 등이 이 가족의 일이다. 아이들은 그런 가족 행사를 대체로 아주 소중하게 여긴다. 부모가 아이에게 각별한 관심을 돌리고 아이와 함께 흥미로운 시간을 보낸다면... 이건 아이에겐 진짜 축제이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 말을 안 듣거나 나쁜 짓을 하게 되면, 그날이나 그 주간에 이 ‘축제’는 취소된다.
"아, 그걸 어떻게 처벌이라 할 수 있나?" 의문을 품게 되나?
하지만 이건 아이한테 상당히 뼈저린 처벌이다! 더욱이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지도 않고 아이를 비하하지도 않는 처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아이들은 어떤 것이 공정한지 아닌지를 잘 느낀다. 부모가 속상하거나 화가 났기 때문에 자기 시간을 내주지 않을 때, 이건 공정하다고 인정한다.
한데 만약 부모가 늘 바쁘고 모든 양육이 요구와 지적과 ‘마이너스’ 처벌로 국한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이런 경우 통상 규율 확립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부모를 경원시하며 겉으로 맴돌 수 있다는 점. 그러면서 상호 불만이 생겨 쌓이고 결국 부모와 자녀가 갈라지게 된다.
실질적인 결론은 무엇인가? 이미 짐작했을 터인데, 가능한 한 크고 작은 축제를 자꾸 만들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낼 필요가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활동이나 작업, 즐거움이 생기는 가족 행사 등을 궁리하라.
개중 몇 가지를 정기적으로 실행하면서, 아이가 그걸 기다리고,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그 행사를 꼭 치르게 된다고 알게 하라.
아이가 정말 말을 안 듣거나 못된 짓을 저질러 당신 속을 뒤집는 경우에만 그 이벤트를 취소하라.
하지만 자잘한 것들로 행사를 (이벤트, 축제를) 취소한다고 위협하지는 말라.
아이와 함께 하는 즐거움의 영역은 당신 삶의 ‘황금 펀드’이다.
그건 동시에 아이의 근접 발달 영역이며, 아이와 당신의 우의적 소통의 기반이요 갈등 없는 규율의 담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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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에겐 가장 어려운 경우들을 얘기하는 것만 남았다.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다룰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아이가 말을 안 듣고 규율 때문에 일어나는 충돌이 예외보다는 더 자주 일어나는 경우 말이다. 십대 아이들이 상대하기 더 ‘힘든’ 법이지만, 연령대와 무관하게 아이들이 다 그럴 수 있다.
기펜레이터 여사는, 아이와 소통이 기쁨보다 걱정과 비탄을 더 안기고 나아가 소통 절벽에 이르렀다 해도 낙담하지 말라고 격려한다.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특별한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부모나 교사들도 다 알지는 못하는 것 한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말 안 듣는 아이들, 이른바 ‘불량한’ 아이들을 흔히 비난한다. 그들에게서 악의적인 의도나 나쁜 유전자 등을 찾는다.
실제로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특히 민감하고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이다. 그들은 더 안정적인 아이들보다 삶의 부담과 힘겨움에 훨씬 더 일찍 강하게 반응하면서 이른바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다.
이런 면을 생각하면 여기서 나오는 결론도 확실하다.
즉, 소위 ‘문제아’라는 아이들에겐 오로지 도움만 필요할 뿐, 어떤 경우에도 비난과 처벌은 필요가 없다.
아이가 한사코 말 안 듣는 원인을 아이의 심리 깊은 곳에서 찾아야 한다. 아이가 ‘그냥 말을 안 듣거나 알아들으려 하지 않는’ 것 등은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며, 실제로는 다른 원인이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대체로 이성적인 게 아니라 감정적인 것이다. 게다가 이 원인을 어른도 아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원인을 알아야 하며, 이제 우리는 그걸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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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비뚤어진 행동을 보이는 주요 원인 네 가지를 심리학자들이 밝혀냈다.
1) 첫째 원인 – 관심 끌기 위한 투쟁
만약 아이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감정적으로 평온해질 만큼 (이에 관해 우린 이미 많이 얘기했어) 관심을 얻지 못하면, 아이는 나름대로 그것을 얻을 방법을 찾는다. 바로, 부모의 말을 안 듣기. 불순종.
그러면 부모는 자기가 하던 일을 잠시 그만두고 지적을 퍼부어… 이것이 아이한테 기분 좋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부모의 관심은 얻었다! 관심과 눈길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그런 것이라도 있으면 더 좋아.
2) 둘째 원인 – 부모의 지나친 파워와 간섭에 맞서서 자기주장과 독자성을 위한 투쟁
세 살쯤에 아이에겐 뭔가를 ‘스스로 직접’ 하려는 욕구가 아주 커지는데, 이것이 유년기 내내 간직되며 십대에 이르러 특히 두드러진다. 이 욕구와 갈망의 침해나 손상에 아이들은 아주 민감하다. 그러나 부모가 지시나 지적, 의구심 등을 주로 표명할 때 아이들은 특히 더 힘들어한다. 부모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에게 올바른 습관을 들이고 규율을 가르치고 실수를 경고하면서 교육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 교육은 정말 필요해, 한데 문제는 그걸 어떻게 하느냐 하는 점이다. 지적과 잔소리, 충고가 지나치게 잦으면, 지시와 비판이 지나치게 격하면, 염려가 지나치게 과장되면... 아이가 들고일어나기 시작한다.
아이는 양육자를 상대로 완강하게 고집부리고 제멋대로 굴고 어깃장을 놓는다. 아이로서는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자기 일을 자신이 결정할 권리를 지키고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임을 내보이는 것. 아이의 결정이 때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고 심지어 잘못된 것이라 해도,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그게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는 점, 이게 중요해!
3) 셋째 원인 – 보복하고 싶은 마음
아이들은 부모에게 자주 삐친다.
원인은 매우 다양할 수 있어. 부모가 동생에게 더 관심 보인다, 엄마가 아빠와 헤어졌다, 집에 계부가 나타났다, 아이를 가족과 떼어놓았다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할머니한테 보내), 부모가 늘 싸워…
개인적인 이유로 삐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날카로운 지적, 지키지 않은 약속, 불공정한 처벌. 그러면 또 마음속 깊이 아이는 불안하고 고통을 겪는데, 이것이 표면적으로는 반항, 말 안 듣기, 학교생활 부적응 등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아이가 하는 ‘나쁜’ 행동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당신들이 나한테 나쁘게 했어, 그러니까 당신들도 나쁘게 당해 봐!..”
4) 끝으로 네 번째 원인은 자신의 성공에 대한 믿음 상실
아이가 어떤 한 생활 영역에서 문제를 겪는데, 전혀 다른 영역에서 실패하거나 낭패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급에서 다른 아이들과 관계가 안 좋을 수 있는데, 그 결과 수업을 빼먹는 것. 또는 학교에서 원만치 못한 생활함이 집에서 반항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아이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다. 쓰라린 실패 경험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쌓으면서 아이는 자신감을 아예 잃는다. 그리고는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래봤자 되는 건 하나도 없을 거야’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건 마음가짐에서 그렇고, 외적 행동으로 내보이는 것은 “어차피 나한텐 똑같아”, “나쁘게 되라고 해”, “난 나빠질 거야!” 같은 외침이다.
이른바 ‘다루기 힘든’ 아이들의 갈망이 아주 긍정적이고 온당하며, 그들은 부모의 따스함과 관심을 자연스레 요구하며 자기 인격을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 하며 공정함과 성공을 갈망한다. 그렇지 않은가?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아이들의 재앙은
1) 이 갈망이 실현되지 못하고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서 날카롭게 고통받고
2) 이 결핍을 아무것도 채우지 못하는 방법들로 채우려고 시도하면서 고통받는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은 왜 그렇게 ‘비합리적’인가?
왜냐하면, 그걸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의 크게 비뚤어진 행동은 전부 도와 달라는 신호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우리한테 “난 힘들어! 안 좋아! 날 좀 도와줘요!” 하고 외치는 것이다.
그때 부모가 아이를 도울 수 있을까? 실제에서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단지, 그러려면 아이가 말을 안 듣는 이유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네 가지 감정적 문제 가운데 어떤 것이 아이가 정상적으로 존재하기를 방해하는지 밝혀내고, 그에 걸맞게 부모의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원인을 알아내기가 얼핏 보기엔 간단치 않다. 사실 여러 원인이 밖으로야 똑같이 드러나지 않는가. 예를 들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부모의 관심 끌려는 욕구와도, 남의 의지에 매이지 않겠다는 갈망과도, 부모에게 ‘보복하려는’ 시도와도, 또 자기 힘의 믿음 상실과도 다 관련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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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말을 안 듣고 나쁘게 행동하는 진짜 원인을 알아내기란 상당히 간단하다. 이 방법이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부모가 자기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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