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과 규율 세우기,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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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말을 안 듣고 나쁘게 행동하는 진짜 원인을 알아내기란 상당히 간단하다. 이 방법이 역설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부모가 자기감정에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아이가 자꾸 말을 안 듣고 고집만 부릴 때 당신에게 어떤 감정적 반응이 생기는지를 살펴보라. 원인이 다양하면 이 반응도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으니...
부모가 겪게 되는 심적 체험은 바로 아이가 품고 있는 감정 문제를 고대로 반영한다는 점!
부모의 어떤 감정적 반응이 (앞에서 알아본, 아이가 비뚤어지게 행동하는) 네 가지 원인 각각에 상응하는지 살펴보자.
아이가 관심 끌려고 하면서 말을 안 듣거나 당돌한 언행을 보인다면... 부모에게는 짜증이 생겨.
만약 고집스레 말을 듣지 않는 배경이 부모 의지에 맞서는 것이라면... 부모에겐 분노가 생겨.
말을 듣지 않는 은밀한 원인이 보복심이라면... 이에 대해 부모한테 생기는 감정은 모욕감.
끝으로, 아이가 자신의 안 좋은 상태에 깊이 묶여 있을 때... 부모는 무망함을 느끼거나, 때론 실망에 사로잡힌다.
보다시피, 아이가 말 안 듣고 속썪일 때 부모에게 상응해 일어나는 감정은 여러 가지다. 개중에 어떤 것이 당신 경우에 해당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이 물론 가장 중요한 물음이다.
이에 대한 첫 번째이자 일반적인 답변은...
그동안 해오던 식으로, 달리 말해, 아이가 당신에게 기대하는 대로, 반응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왜 이렇게 해야 하냐면...
아이가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대로 반응하는 경우 악순환이 생기니까. 즉, 부모가 (짜증내고 화를 내고 모욕감 느끼고 낙담하는 등) 불만에 더 크게 사로잡힐수록, 아이는 자기의 목적이 이뤄졌다고 더 크게 확신하면서 저 앞의 4가지 형태의 언행을 더 열심히 가열차게 반복할 테니까 말이다.
이런 점을 알아차렸다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불순종에 이전과 같이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아이의 기대와 예상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악순환을 깨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가 물론 쉽지는 않다.
짜증을 억누르고 화를 참고 모욕감이나 무망함을 숨기기가 보통사람으로는 쉽지 않다. 특히 자녀와 갈등이 오래 되고 깊은 것이라면, 부모의 대응 감정이 거의 자동으로 터지기 쉽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해도...
소통 성격을 바꿀 수는 있어! 감정이 드러남을 자제할 수 없다면, 적어도 감정 뒤에 따라붙는 지적이나 비판, 벌을 주는 행동 등은 다 자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당신이 느낀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게 된다면, 아이의 문제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아하, 내 아이는 지금 (앞의 4가지 원인 가운데) 무엇무엇 때문에 이렇게 부모 말을 안 듣고 대드는구나.'
렇게 제대로 짐작한 뒤에는 교정이나 제재의 입장에서 도움의 입장으로 전환하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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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안 듣게 된 원인에 따라 부모의 돕는 방식도 물론 다르리라.
1. 만약 관심 끌기 싸움이 벌어진다면, 아이에게 당신의 긍정적인 관심 보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건 서로를 귀찮게 하지 않고 서로에게 화내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차분한 순간에 하는 게 더 좋다. 어떻게 하는지를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뭔가 함께 하는 활동이나 놀이나 산책을 생각해 내는 것. 그렇게 한번 해 보면,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고 고마워하는지 보게 될 것.
그러면서도 아이가 (이미 웬만큼 습관이 되어 여전히) 말을 안 듣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 시기에는 거기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놔두는 것이 최선이다. 얼마 지나면, 불순종이나 어깃장 놓는 방식이 먹혀들지 않음을 아이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또 그렇게 할 필요성 자체가 부모의 긍정적인 관심 덕분에 사라지고 만다.
참고: "그냥 한번 해 보시라!..“
아이들에겐 더 엄격하게 대하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기는 부모들이 있다. 정말 그런지 살펴보자.
‘나사 조이기’ 방법이 규율을 달성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나?
한 실험에서 유치원 상급반 아이들에게 아주 멋있고 값비싼 로봇을 리모컨과 함께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른이 같이 있지 않을 때는 이 로봇을 가지고 놀지 말라고 했다.
이 '금지'를
아이들 절반에게는 1) 아주 엄격하고 단호한 말투로 전달하면서 어길 경우 큰 벌이 따를 것이라고 당조짐했다.
다른 절반 아이들에게는 2) 역시 아주 분명하지만 그래도 더 부드러운 말투로 금지했다.
두 그룹의 아이들이 요구에 순종하여 교사가 없을 때는 로봇에 다가가지 않았다.몇 주일 지난 뒤 같은 아이들이 그 로봇이 있는 방에서 놀게 됐다. 이번엔 교사가 다른 사람으로서, 이전의 금지 사항을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 교사가 아이들만 놀게 하고는 곧 방을 나갔다.
이제 아이들은 로봇을 어떻게 할까? 이것이 심리학자들의 관심사였다.알고 보니...
어길 경우 벌을 주겠다는 위협과 함께 아주 엄중한 금지를 지시받았던 첫 번째 그룹의 아이들 18명 가운데 14명이 교사가 나가자마자 로봇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이와 달리, 부드러운 말투로 금지 지시를 받았던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2/3가 교사가 자리를 뜬 뒤에도 이전처럼 로봇에 다가가지 않았다.
이 차이를 심리학자들은...
두 번째 그룹 아이들의 행동은 (어른이 없을 때) 로봇 장난감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그들 스스로 의식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한다. 어른이 곁에 없을 때는 로봇을 갖고 놀지 말라는 교사의 '외적 요구'가 그 부드러운 말투 덕분에 아이들의 '내적 행동 규칙'이 되었다. 스스로 만든 이 '내적 행동 규칙'을 그 아이들은 금지 지시가 따로 없었던 두 번째 경우에서도 준수한 것이다.
이 실험과 또 다른 많은 비슷한 실험에서 도출된 실제 결론은...
우리가 아이에게 규율과 규율 준수를 심어주고 싶어 한다면, 아이가 옳은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아이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몫을 느낄 만큼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규칙 세우는 데 함께 참여하게 하고, 규칙을 실행함에 아이의 '내적 동의'를 구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규율 문제에서도 <근접 발달 영역> 법칙의 놀라운 힘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3과 참조).
다그치고 닦달하고 위협하는 <나사 조이기> 전략은 기대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아주 많다. 아이들이 반항하고, 이런저런 규칙이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2. 부모 자녀 간 갈등의 원천이 아이의 독자성과 자기주장, 자기 확인을 위한 투쟁이라면, (1번 경우와 달리) 외려 아이의 일에 부모의 통제나 간섭, 참견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우리가 이미 여러 번 얘기했다시피, 스스로 결정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아이들한테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 결정으로 실패하는 한이 있어도 그렇다!
자녀와 좋은 관계를 세우는 과도기에는 당신 보기에 아이가 실행하지 못할 요구를 삼가라. 이와 반대로 <매칭>이라 부를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좋은데, 이건 아이가 도달한 결론이나 내린 결정에 당신이 가타부타하지 않고 그걸 실행하는 구체적인 조건을 아이와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불필요한 지시와 압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고집과 방자함이 당신을 짜증나게 하는 요청 형식이지만 “이제라도 내 생각과 뜻에 따라 살게 해 주세요” 하는 요청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3. 만약 당신이 아이한테 모욕감을 느낀다면, 이런 점들을 자문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왜 나에게 모욕감을 안기게 됐나? 아이의 아픔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아이한테 상처를 주었나, 혹은 늘 아프게 하나?'
그런 자문에 답이 나왔다면, 원인을 알고 나면, 물론 그걸 제거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지.
4. 부모는 아이를 포기하고 아이는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힘든 상황이다.
이런 경우 부모의 현명한 행동은...
그동안 아이에게 걸고 있던 기대를 일단은 접는 것.
부모 자신의 기대와 주장을 제로로 만들 필요가 있다. 당신 아이는 분명 뭔가를 할 수 있고 뭔가에는 심지어 아주 뛰어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당신에게 보이는 아이는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믿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과제를 찾으라. 이것을 교두보 삼아 당신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이나 활동을 조만들라. 아이는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때 아이에게 그 어떤 지적이나 비판을 가하면 안 돼!
무엇이든 아이를 격려할 계기를 찾아내라. 아주 작은 것부터 무엇이든 아이가 잘 해낸 것을 알아주라.
아이를 잘 보살펴 의기소침과 자포자기 상태에서 벗어나게 도우라. 유치원과 학교의 교사들과 아이에 관해 얘기 나누고 그들을 동맹자로 만들 필요가 있다. 작은 것들에서 성공을 거둔 아이는 곧 고무되어 힘을 낼 것이다.
결론에 이르러 몇 가지 사항을 추가한다.
가정에서 평화와 규율을 세우려는 노력이 단번에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멀고 힘든 길이 예정돼 있으며, 이 길은 당신에게 적잖은 인내를 요구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얘기를 통해 당신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짜증, 분노, 모욕감, 실망 등을) 건설적 행동으로 돌리는 데 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맞아,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를 바꾸기 전에, 바꾸는 대신) 자신을 바꿔야 할 것이다. 당신에게 이른바 '문제아'가 있고 다루기 힘든 아이가 있다면, 이것이 아이를 바로잡는 유일한 길이다.
마지막으로 알아둬야 할 아주 중요한 것 하나. 관계를 개선하려는 당신의 시도 초기에 아이가 나쁜 행동이나 '못된' 짓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 아이는 당신 의도의 진정성을 단번에 믿지 못하고, 확인하려 들 것이다. 그러니 이 중대한 시험을 견뎌내야 한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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