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생각하던 새해
새해는 매번 밤 열두 시에 찾아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난 이미 꿈나라에 들어 있었다.
그 뒤로 얼마나 많은 새해가 흘러갔던가!
한데 난 새해를 한 번도 못 봤어. 엄마와 아빠가 새해를 만나는 시간에 난 잠자고 있었던 것이야.
난 언제나 새해가 오기 전에 잠들곤 했어.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가 새해 선물을 주면서 그러셨지.
“얘야, 행복한 새해를 맞으렴!”
하지만 난 새해가 한밤중에 왔었다는 걸 알고 있어. 근데 지금은 없는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봤어.
“엄마는 새해를 만났나요?”
내 물음에 엄마는 “그럼, 만났지” 하고 대답했어.
“새해를 봤단 말이야?”
나의 이어진 물음에 엄마는 미소를 지었어.
“물론, 봤단다!”
“새해를 아빠도 보고, 이모도 봤어?”
“그렇고말고.”
그런 말을 들을 때 난 정말 속이 상하곤 했어!
나는 새해가 털부츠를 신고 털모자 쓰고 커다란 귀마개를 하고 찾아온다고 상상했어. 새해 엽서에서 보는 것처럼 말이야.
자정에 새해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그러면 사람들이 그를 맞아들이는 거지. 다들 새해를 포옹하고 새해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드디어 왔구나!” 하고 반기는 거야. 그러면 새해는 어깨에 멘 자루에서 선물을 꺼내 필요한 사람들한테 두루 나눠주면서 그러지.
“반가워. 근데 난 좀 바빠. 다른 집에도 다 들러야 하거든.”
다들 새해를 골목 모퉁이까지 배웅하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어.
이게 바로 내가 마음속에 그리던 새해였다구.
새해가 오는 걸 보기 위해 잠을 안 자려고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런데 매번 어디선가 잠이 들고 마는 거야. 그리고 깨어 보면 항상 내 침대에 누워 있지 뭐야. 곁에는 새해 선물들이 있었고.
내 동생은 새해를 나보다 더 일찍 만났어. 나보다 어리지만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냐구?
그 애는 잠들지 않으려고 식탁 밑으로 기어들었어. 물론 처음엔 거기서 잠이 들었지만, 가족과 손님들이 다 식탁에 둘러앉으면 흥겹고 소란스러운 장면이 벌어지잖아. 그때 동생은 반짝 잠을 깨는 거야.
그 애가 나한테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이러더라구.
“새해라는 건 없었어.”
그 말에 난 좀 놀랐지.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뜻이냐구? 거야 아주 간단해.”
“너, 식탁 밑에서 잠을 안 잔 거, 맞아?”
“당연하지! 벽시계가 열두 번 친 건 나도 들었어. 하지만 새해는 없었어. 그저 사람들이 서로 ‘새해를 축하해요!’ 하고 외치는 순간, 난 식탁 밑에서 기어 나온 거야.”
“그래서 누구를 맞이했는데?”
“새해지, 뭐.”
“새해를 그렇게 맞이했단 말이야? 그럴 수가 있냐? 예를 들어, 니가 나를 맞이한다면, 넌 니가 맞이하는 나를 보는 거잖아. 나를 만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나를 맞이할 수 있겠어?”
“형아도 알게 될 거야. 다음 해에 알게 될 거야. 새해라는 건 전혀 없을 거라구. 그냥 시계 종소리만 울릴 텐데, 그래도 새해는 안 보일 거야.”
“넌 아마 식탁 밑에서 잠들었던 모양이다. 잠결에 시계 종소리는 들었겠지만, 새해는 못 본 거야.”
“난 안 잤어!”
“니가 새해를 못 봤다는 건 잠을 잤다는 뜻이야.”
“잠은 형아가 잤잖아.”
“나야 물론 자고 있었지. 하지만 너도 잠을 잔 거야. 단지 난 침대에서 잔 거고, 넌 식탁 밑에서 잤을 뿐이야. 너도 침대에서 자면 더 좋았을 텐데.”
“난 안 잤어.”
“그러면, 새해를 왜 못 본 거냐?”
“새해는 없었다니까 그러네.”
“아니, 그게 아니라 넌 쿨쿨 자고 있었던 거야. 됐다, 그만하자!”
그걸로 우리 언쟁은 끝이 났지. 동생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면서 자리를 떴어. 동생이 나한테 화를 냈지만, 그래도 난 그 애가 식탁 밑에서 잠자는 바람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온 새해를 못 본 거라고 여겼다.
아주 아주 꼬맹이 시절에, 그때 난 새해를 그렇게 마음속에 그리곤 했다.
(*러시아 사이트에서 옮김.
*슬라브정교회의 달력으로는 성탄절이 1월 6-7일이 된다. 그래서 신년 트리와 크리스마스 트리가 거의 같은 목적으로 쓰인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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