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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29 2. 카를손이 탑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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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카를손이 탑을 세우다  




    - 그 사람은 이름이 카를손이고 저 위에, 지붕 위에서 살고 있다고 벌써 말했잖아요. - 꼬맹이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 그게 뭐 유별난 일인가?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없단 말이야? 

    엄마가 꼬맹이를 지그시 바라보았어요. 

    - 자꾸 우기지 마라, 꼬맹이.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야 해! 그건 진짜 폭발이야. 네가 죽을 수도 있었어! 무슨 짓을 한 건지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단 말이니?

    -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카를손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관차 전문가야. - 꼬맹이가 대답하고 이번에는 엄마를 찬찬히 쳐다봤어요.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관차 전문가가 안전판을 검사하자고 할 때 “싫어” 하고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을 엄마는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꼬맹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아빠가 엄하게 말씀하시는군요.

    - 사람은 누구나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단다. 지붕 위의 카를손인지 뭔지, 있지도 않은 사람한테 잘못을 돌리지 말고.

    - 아니, 있어! - 꼬맹이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 거기다가 날아다닐 수도 있대요! - 보쎄 형이 약 올리며 말을 받자, 꼬맹이가 거칠게 대꾸했습니다.

    - 정말 날아다닌단 말이야! 다시 날아오면, 그때 직접 봐라!!

    - 내일이라도 날아오면 좋겠다.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을 내 눈으로 보게 되면, 꼬맹이 너한테 만 원을 주겠어. - 이제는 베탄 누나도 끼어들었습니다. 자기한테는 적지 않은 돈까지 내걸면서 말이지요.

    - 아니, 내일은 못 볼 거야. 내일 그 사람은 모터에 기름칠하러 서비스 센터에 날아가야 하니까.

    - 됐다, 이제 터무니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그 대신 네 책장이 어떤 꼴이 됐는지 보기나 하렴. - 엄마가 가볍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 카를손은, 그런 건 다 하찮고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어! - 그러면서 카를손이 손사래 치는 것과 똑같이 자기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건 책장에 난 얼룩 때문에 기가 죽을 일은 전혀 없다는 뜻이었지요.


    그러나 꼬맹이의 말도 손짓도 엄마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엄마 목소리도 이젠 좀 엄격하게 바뀌었어요.

    - 카를손이 그렇게 말했다고? 그렇다면, 좋아, 그 사람한테 분명히 전하렴. 만일 한 번 더 우리 집에 코를 들이밀면, 두고두고 기억날 정도로 내가 뺨을 때려주겠다고 말이야.

    꼬맹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관차 전문가의 뺨을 엄마가 때리려고 한다는 것이 끔찍하게 보일 뿐이었어요. 

    운 나쁘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날에는 좋은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지요. 


    꼬맹이는 문득 카를손이 몹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활기차고 명랑한 사람. 그 사람은 “불쾌한 일도 다 하찮은 거고 일상적인 일이니까 풀 죽을 일은 전혀 없다” 하고 잘라 말하면서 작고 통통한 손을 익살스럽게 내저었었지요.

    ‘카를손이 과연 다시는 오지 않을 건가?’ - 꼬맹이가 불안한 마음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카를손을 흉내 내어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 느긋하게, 언제나 느긋하게! 카를손은 분명히 약속했어. 그 사람은 믿을만해. 첫눈에 그렇게 보였어. 하루 이틀 지나면 올 거야, 반드시 올 거야.


꼬맹이가 자기 방에 와서 엎드려 책을 보다



    꼬맹이가 자기 방에서 엎드려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때 창밖에서 또 윙윙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카를손이 커다란 땅벌처럼 방으로 날아들었습니다. 뭔지 모를 노래를 흥겹게 흥얼대며 천장 밑에서 몇 바퀴 돌았습니다. 벽에 걸린 그림들 곁을 지나칠 때는 더 잘 보려고 속력을 줄인 채 고개를 한쪽으로 갸우뚱 기울이고 두 눈을 가늘게 뜨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어요. 

    -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정말 아름다워! 내 그림들보다는 당연히 좀 떨어지지만.

    꼬맹이가 발딱 일어났습니다. 카를손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어찌나 반가운지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 거기, 지붕 위에는 그림들이 많아? - 꼬맹이가 대뜸 물었습니다.

    - 수천 점이나 있다. 한가할 때면 내가 직접 그리기도 하지. 작은 수탉과 새를 비롯해서 예쁜 것들은 다 그린다. 나는 세상에서 수탉을 제일 잘 그리는 사람이야. - 그렇게 말하면서 카를손이 멋지게 한 바퀴 돈 뒤 꼬맹이 곁으로 내려섰습니다.

    - 정말이야? - 꼬맹이가 놀랐어요. - 너하고 지붕 위로 올라가면 안 되겠니? 네 집과 기관차들이며 그림들을 정말 보고 싶어!

    - 물론, 그럴 수 있지. 당연하다. 넌 귀한 손님일 테고… 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자.

    - 아니, 더 빨리 가면 좋겠어! - 꼬맹이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느긋하게, 언제나 느긋하게! 난 먼저 내 집을 정돈해야 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 넌 알 거야, 세상에서 제일 빨리 방을 정돈하는 사람이 누구지?

    - 아마도 너겠지. - 꼬맹이가 막연하게 대답했어요.

    - ‘아마도’라고?! - 카를손이 화를 냈습니다. - 넌 아직 ’아마도‘라고 말하는구나! 어떻게 믿지 못한단 말이냐!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은 세상에서 제일 빨리 방을 정돈하는 기술자다. 이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야.

   

카를손이 프로펠러를 돌이면서 벽게 걸린 그림들을 감상하다



    꼬맹이는 카를손이 모든 면에서 ‘세상 제일가는’ 사람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놀이동무임에도 틀림이 없을 거예요. 이걸 꼬맹이는 경험으로 확실히 믿었어요. ‘사실, 크리스터와 구닐라도 좋은 동무들이긴 하지만, 그 애들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에 비하면 한참 떨어져!’ 크리스터는 예파라고 부르는 자기 개를 늘 자랑하지요. 그때마다 꼬맹이는 그 애를 몹시 부러워했습니다.

    ‘만일 그 애가 내일 또 예파를 자랑한다면 난 카를손 얘기를 해 주겠어.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에 비하면 니네 예파는 아무 것도 아니야! 그 애한테 그렇게 말해 줄 테야.’

    하지만 그렇긴 해도 꼬맹이가 세상에서 제일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강아지… 

    카를손이 꼬맹이의 생각을 깼습니다. 


    - 지금 우리 기분을 가볍게 바꾸는 것도 좋을 거다. - 그리고 장난기 어린 눈길로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 혹시, 너한테 새 기관차를 사주지 않았니?

    꼬맹이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기관차를 떠올리면서 생각했어요. 

    ‘그래, 지금 카를손이 여기 있을 때, 엄마와 아빠한테 카를손이 실제로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보쎄 형과 베탄 누나도 집에 있다면 자기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야.’

    - 우리 엄마와 아빠하고 인사 나누고 싶어? - 꼬맹이가 물었어요.

    - 물론이지! 기쁜 일이다! 그분들도 나를 보면 아주 기분이 좋을 걸. 난 아주 잘 생겼고 똑똑하니까… - 카를손이 흡족한 얼굴로 방안에서 두어 걸음 걷다가 덧붙였습니다. - 또, 적당히 통통하니까. 간단히 말해, 원기 왕성한 대장부니까 말이다. 맞아, 나를 알게 되면 네 부모님은 기분이 아주 좋을 거다.


    주방에서 고기완자 튀기는 냄새를 맡고 꼬맹이는 곧 점심 먹을 때가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잠시 생각한 끝에, 점심 먹고 나서 카를손을 부모에게 인사시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소개해서 엄마가 완자 튀기는 걸 방해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카를손 얘기를 꺼내서 아빠나 엄마가 부서진 기관차와 책장 얼룩을 갑자기 떠올린다면… 그런 대화는 어떡해서라도 막아야 하거든요. 잠시 뒤에 점심 먹으면서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관차 전문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꼬맹이가 엄마와 아빠에게 설명할 겁니다. 또 식구들은 꼬맹이가 왜 자기 방으로 초대하는지 이해할 거예요. 꼬맹이는 이렇게 말할 테니까요. 

    “여러분, 내 방으로 같이 가주시겠어요? 지금 내 방에는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 놀러와 있어요.”

    식구들이 얼마나 놀랄까! 그 얼굴들을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카를손이 방안에서 바장이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어요. 얼어붙은 사람처럼 우뚝 서서 사냥개처럼 킁킁 냄새를 맡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 이건 고기완자야. 난 육즙이 밴 고기완자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꼬맹이가 당황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카를손이 그렇게 말할 때 대답은 당연히 이렇게 나와야겠지요. “원한다면 가서 우리하고 같이 점심을 먹자.”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 없었던 겁니다. 엄마와 아빠에게 미리 설명하지 않고 카를손을 점심 식사에 데려가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물론, 크리스터와 구닐라를 데려가는 건 다른 문제지요. 그 애들하고는 식구들이 다 식탁에 둘러앉은 뒤에라도 허겁지겁 뛰어들어 “다정한 엄마, 이 얘들한테도 콩 수프와 팬케이크를 주실래요” 하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전혀 모르는 작고 퉁퉁한 사람을, 그것도 기관차를 폭발시키고 책장 선반에 얼룩을 낸 사람을 점심 식탁에 데려간다… 아니, 그럴 수는 없어!

    하지만 지금 막 카를손은 육즙이 흐르는 맛난 고기완자를 아주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어떡하든 완자를 대접해야 돼요. 안 그러면 삐쳐서 더 이상 같이 놀지 않겠다고 나올지도… 

    아아, 이제 이 맛난 고기완자가 아주 중요하게 됐습니다! 


    - 잠깐만 기다려. 주방에 가서 완자를 가져올게.

    꼬맹이 말에 카를손이 좋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는 꼬맹이 등 뒤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 얼른 가져와라! 그림 감상으로는 배가 차지 않는다!


    꼬맹이가 주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가 격자무늬 앞치마를 두른 채 가스불 앞에 서서 정말로 맛난 완자를 튀기고 있었어요. 커다란 프라이팬을 간간이 들어 올리는데, 그때마다 작은 고깃덩어리들이 보기 좋게 뒤집혔습니다.  

    - 아, 꼬맹이, 너로구나? 곧 점심 먹을 거야.

    엄마의 말에 꼬맹이가 최대한 살랑거리는 말투로 말했습니다.

    - 엄마, 완자를 몇 개만 접시에 담아 주세요. 내 방으로 가져갈래.

    - 얘야, 이제 다들 식탁에 둘러앉을 건데. 

    -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필요해… 무슨 일인지는 점심 먹고 나서 설명할게요.

    - 그래, 알았다, 알았어. - 엄마가 작은 접시에 완자 여섯 개를 담았습니다. - 자, 받으렴.


    오, 이건 정말 맛난 완자에요! 냄새도 참으로 구수하고 좋은 고기완자답게 불그레하게 잘 튀겨진 것이었어요. 

    꼬맹이가 접시를 두 손에 들고 자기 방으로 조심해서 가져갔습니다.

    - 내가 왔어, 카를손! - 문을 열면서 외쳤지요. 

    그러나 카를손이 없었습니다. 꼬맹이가 접시를 든 채 방 한가운데 서서 사방을 둘러봤어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도 허전한 마음이 들어 기분이 금방 상했습니다.

    - 가버렸네. - 꼬맹이가 중얼거렸어요. - 가버렸어. 





    하지만 갑자기… 어디선가 “삑!” 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꼬맹이가 고개를 돌렸어요. 침대 위 이불 속에서 작은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삑삑 소리를 내지 뭐에요. 

    삑! 삑!

    그러더니 이불 밑에서 카를손이 장난기 어린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 히히! 넌 ‘가버렸네, 가버렸어’ 하고 말했지… 히히히! 한데 그 사람은 떠난 게 아니라, 여기 요렇게 숨어 있었던 거다!

    카를손이 또 삑삑 소리를 냈어요. 


    그러다가 꼬맹이 손에 들린 접시를 보고는 재빨리 배에 달린 단추를 눌렀습니다. 모터가 윙윙 소리를 내자 카를손이 침대에서 접시로 재빨리 날아 내려왔어요. 고기완자를 움켜쥐더니 천장으로 휙 날아 올라가 전등 밑에서 작은 원을 그리고 난 뒤 흡족한 표정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 정말 맛난 완자로군! - 카를손이 아주 좋아했어요. - 보기 드물게 맛난 거야! 이건 세상에서 제일가는 완자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그러고는 금방 덧붙였어요. -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을 너는 물론 알고 있겠지.

    그리고 다시 접시로 급강하해서 완자를 또 집었습니다.

    그 순간 주방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꼬맹이, 우린 식탁에 앉는다. 얼른 손 씻고 오렴!

    - 난 가야 돼. - 꼬맹이가 접시를 카를손에게 내밀었습니다. - 하지만 금방 돌아올게.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약속해.

    - 좋아, 기다려 주지. 그러나 여기서 나 혼자 뭘 한담? - 카를손이 꼬맹이 곁으로 내려왔습니다. - 네가 없는 동안, 난 뭔가 재미난 걸 하고 싶다. 기관차 같은 건 더 없니?

    - 없어. 기관차는 더 없지만, 집짓기 장난감은 있어.

    - 어디, 보여 줘라. 


    꼬맹이가 장난감들을 넣어 둔 장에서 집짓기 블록이 들어있는 상자를 꺼냈습니다. 그건 사실 상당히 훌륭한 건축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인 블록들이 아주 많고, 그것들을 짜 맞추면 어떤 물건이든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 자, 이걸 가지고 놀아. - 꼬맹이가 말했어요. - 이 블록들이면 원하는 걸 다 만들 수 있어. 자동차든 기중기든…

    - 허어, 세상에서 제일가는 건축가가 설마 그런 걸 모르겠냐. - 카를손이 꼬맹이 말을 가로막았어요. - 이런 건축 재료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카를손이 완자 한 개를 또 입에 넣고 블록 상자로 달려들었습니다.

    - 멋있는 걸 하나 만들겠다. - 그러면서 블록들을 다 바닥에 쏟았습니다. - 아주 멋진 걸로…


    꼬맹이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건축가의 작업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식당으로 가야 했어요. 문턱에서 다시 고개를 돌려 보니, 카를손은 이미 산더미처럼 쌓인 블록들 곁에 앉아서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만세, 만세, 만세!

정말 멋진 놀이야!

난 잘 생기고 똑똑하고 

솜씨 좋고 강한 사람!

난 놀이를 좋아해, 

또…… 먹는 것도 좋아해.


    마지막 구절은 네 번째 완자를 꿀꺽 삼키고 나서 불렀습니다.





    꼬맹이가 식당에 들어서니 엄마와 아빠, 보쎄 형, 베탄 누나는 벌써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어요. 꼬맹이가 재빨리 자기 자리에 앉아 냅킨을 목에 두르면서 말했습니다. 

    - 엄마, 나한테 한 가지만 약속해요. 그리고 아빠도.

    - 우리가 너한테 무슨 약속을 해야겠니? - 엄마가 물었습니다.

    - 아니, 먼저 약속해!

    아빠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약속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 그러다가 네가 또 불쑥 강아지를 사 달라고 조르면?

    - 아니, 강아지가 아니야. 물론, 아빠가 원한다면 강아지를 사준다고 약속해도 좋아! 아, 아니야, 그게 아니야. 이건 전혀 다른 일이고 조금도 위험한 게 아니야. 약속하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 그래, 알겠어, 알겠는데… - 엄마가 대답했어요. 


    - 그럼, 약속한 거야. - 꼬맹이가 기뻐하며 엄마 말을 가로챘습니다. - 뭐냐면,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에게 기관차 얘기는 꺼내지 않기로…

    - 재미있군. - 베탄 누나가 끼어들었습니다. - 부모님이 카를손과 만날 일이 없는데 어떻게 기관차 얘기를 꺼내거나 말거나 할 수 있다는 거야?

    - 아니, 만나게 될 거야. - 꼬맹이가 느긋하게 대꾸했습니다. - 왜냐면 카를손이 지금 내 방에 있거든!

    - 오, 이런, 정말 환장하겠군! - 보쎄 형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카를손이 지금 네 방에 있다는 거냐?

    - 그래, 그렇단 말이야! - 꼬맹이가 우쭐거리는 모습으로 식구들을 쓰윽 둘러봤습니다.

    ‘식사를 더 빨리 끝내기만 한다면, 다들 더 빨리 보게 될 텐데.’ 


    - 카를손과 인사 나누면 우린 아주 즐겁겠구나. - 엄마가 말했어요. 

    - 카를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 꼬맹이가 대답했습니다.

    마침내 다들 차를 마시고 나자 엄마가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온 겁니다.

    - 다 함께 가요. - 꼬맹이가 제의했습니다.

    -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한다. - 베탄 누나가 말했습니다. - 카를손이라는 사람을 내 눈으로 보지 않는 한, 난 마음 놓을 수가 없어.

  

    꼬맹이가 앞장섰습니다.

    - 단, 약속은 꼭 지키세요. - 꼬맹이가 자기 방문으로 다가가면서 다짐을 받았어요. - 그러니까, 기관차 얘긴 입도 뻥긋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고는 문손잡이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카를손은 보이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정말 그 어디에도 없었어요. 꼬맹이 침대에서 작은 덩어리가 꿈틀대지도 않는 겁니다. 

    그 대신 마룻바닥에 블록으로 만든 탑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아주 높은 탑이었어요. 물론, 카를손은 블록으로 기중기를 비롯해 어떤 물건이라도 만들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블록을 하나씩 쌓아 올려서 가늘고 아주 높은 탑을 만들기만 했군요. 

    그리고 탑 꼭대기는 뭔가로 장식해서 둥근 지붕까지 씌웠는데, 알고 보니 그건 꼭대기에 얹은 작고 둥근 고기완자였습니다. 



    그래요, 이건 꼬맹이에겐 아주 힘겨운 순간이었어요. 엄마는 완자들로 블록 탑을 장식한 것을 당연히 못마땅하게 여겼지요. 그리고 그게 꼬맹이 짓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 이건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

    꼬맹이가 입을 열었지만, 아빠가 엄격하게 말을 잘랐습니다.

    - 됐다, 꼬맹이. 카를손 어쩌고 하는 헛소리를 우린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구나! 

    보쎄 형이 킥킥 웃음을 터뜨렸고, 베탄 누나도 덩달아 웃으면서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 카를손이라는 사람은 꾀보인가 봐! 우리가 오는 순간에 자취를 감추다니. 


    풀이 죽은 꼬맹이가 차갑게 식은 완자를 먹고 나서 블록들을 정리했습니다. 카를손에 관해 더 얘기해봤자 지금은 소용이 없었어요.

    ‘카를손이 나한테 아주 못되게 굴었어. 아주 못되게!’

    - 이제 카를손은 잊어버리고 커피를 마시러 가자. - 아빠가 꼬맹이 뺨을 쓰다듬으면서 달랬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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