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42) 글말과 입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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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 쓰는 것처럼 말하지 말아요!  

 

 

우리는 글말과 입말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어떤 뛰어난 칼럼을 우리가 외워서 사람들 앞에서 말한다면, 그 말이 입에서 나올 때는 십중팔구 따분하기 마련이고 듣는 이들도 하품할 거예요. 

그와 반대로, 누군가가 눈부신 연설을 했고 그 연설문을 신문에 실었다면, 귀로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겁니다. “누가 이런 빈약한 글을 쓴 거지? 이런 식으로 글을 써서는 안 돼!” 

 

 

그래요, 그런 차이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네 많은 정치인들의 문제는 자신의 생생한 말이 아니라 누군가가 써준 원고를 가지고 나와 읽는다는 데 있습니다. 말이 있어야 할 곳에서 글로 대신하기 때문에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최대한 구어체에 가깝게 적은 티브이 드라마 대본마저 글 읽듯이 처리하는 탤런트들도 가끔 보여요. 그러다 보면, 원고 없이 즉흥 발언에 나선 경우에도 전형적인 실수를 또 저지르게 됩니다. 즉, 글로 적은 것처럼 말하려고 애쓴다는 것! 그들은 거기에 익숙해졌어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숙제를 하지 못해 우물거리며 답변하는 학생 모습이 연상됩니다. 

 

입말로 전해야 하는 방송 뉴스에서도 글말 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심심찮게 봅니다.

예를 들어,

12일 저녁 뉴스에서 “12일 오전 11시쯤 발생한 차량 사고로…” 같은 식으로 말(전달)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이건 방송에서는 당연히 “오늘 오전 11시쯤…”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여담이지만, 어떤 뉴스 전문 채널에서 이런 식의 오류를 많이 접합니다. 오랫동안 통신 기사 쓰기에 익숙해진 기자들이 말하기 훈련을 거치지 않은 채 마이크를 잡고 전달하다 보니 그런 것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어요. 흠, 부끄러운 일이에요. 신문으로 치자면 거친 기사를 교열을 거치지 않고 그냥 내보내는 것과 매한가지에요. ’데스크‘는 뭘 하는 건가요? 글말과 입말의 차이를 연구하고 익히고 적용해야 합니다. 뉴스 채널로서 자부심을 갖고 시청자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또 이런 식의 표현도 종종 들려요.

“영국은 1%,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0.9%, 0.8%…”

이건 전형적인 글말 형태에요. 입말로는

“영국은 1%, 프랑스는 0.9%, 독일은 0.8%…”

라고 해야 합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그게 앞엣것보다 알아듣기 더 쉬우니까! 

 

대체로, 말하듯이 글을 써서는 안 되고, 글 쓰듯이 말해서는 안 됩니다.

글말과 입말의 차이를 무엇에서 보나요?

대답을 글말과 입말로 작성해 보세요. 즉, 이 테마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글로 적어 보세요.

당신 생각이 잘 풀리도록 몇 가지 예를 들지요. 

 

*뜻이 달라도 실제 말할 때는 차이가 거의 없지만, 글에서는 표기와 의미가 크게 다른 것. 

‘해 보다’, ‘해보다’ -‘못 하다’, ‘못하다’ -‘있다가’, ‘이따가’ 등.

 

*글말에서는 그런 대로 봐줄 만한테, 입말에서는 아주 어색한 것. 

전 전 대통령, 박 전 장관 따위. 

 

*공식적으로 쓰기에는 격이 떨어지는 입말들.

“우리나라 정책이 어디로 가는지 되게 알고 싶습니다.” (TV 평론가)

"자세한 소식은 이따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방송 기자 리포트)

 

*줄임말

예를 들어, ‘등하교, 출퇴근, 주정차, 오폐수, 선관위’ 따위는 글말로 쓸 때 간편하고 입말로도 별 무리가 없어요.

그런데 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서 “축•부의금을 주고받지 말자”고 적힌 걸 봤어요.

‘아하, 축의금과 부의금을 줄여 썼구나.’

글말로는 그렇게 줄여 써도 무방하지만, 읽을 때는 어떡해야 하나요? 등하교나 주정차의 경우와 달리 ‘축부의금’이라고 읽기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글로는 그렇게 썼더라도 읽을 때는 풀어서 읽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요.

“축의금과 부의금을 주고받지 말자.”

이거 풀어 읽는데 0.3초밖에 안 걸려요. 의미 전달은 3배 이상 더 크고. 이런 면도 글말과 입말의 차이에 속하겠지요?

 

줄임말 얘기를 하면서 이런 점을 그냥 넘길 수는 없겠습니다. 

-듣보잡, 지못미, 개드립, 솔까말, 멘붕, 훈녀, 엄친아, 학관, 우결… 

  

음…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요.

“별의별 줄임말과 영어 자투리가 섞인 잡탕말을 청소년들이 예사로 쓰면서, 우리말 파괴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괜찮다고 하는 소리도 있네요. “그런 말을 쓰면 집단 내에서 연대감이나 동류의식을 느낄 수 있다!

 

음, 이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할 대상입니다. 

몇몇 측면을 숙고해 봅시다.

*간편성을 추구하느라고 사회의 약속인 말법을 마구 깨도 되는 것인지?
*동류 의식을 맛볼 다른 더 바람직한 계기나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한자어에서 나온 말과 토박이말은 줄여서 쓸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우리말 파괴 원인 중 하나가 혹시 한자어를 배척하고 한자 교육을 등한시하기 때문은 아닌지?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인데…)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토박이말에 관심을 쏟는 건지? 단지, (저렇게 우리말을 파괴하는 줄임말들이)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지? 

*한 나라와 사회의 언어를, 예를 들어 십대나 이십대 같은, 특정 계층이 주도하고 만들 수 있는 건지?
*일부 집단의 과도적인 유행을 방송사 같은 공공 조직의 프로그램들에서 생각 없이 좇거나 부추겨도 되는 것인지? 

 

아아, 한글학자들은 뭐 하고 계십니까? 우리말 운동가들은 왜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까? 음, 오해 마세요. 당신들을 탓하지는 못합니다. 그냥 답답함에서 나오는 투정입니다. 이건 국가와 사회 전체가 관심 기울여야 하는 문제니까요. 

 

앞으로는 대통령 후보자들을 상대로 언어 검증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더군요.
소통의 근본 수단인 말에, 우리말에, 관심과 애정을 지닌 대통령이 나오기를 고대합니다.
이제는 그럴 시기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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