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아와 이단자'들에게
제롬 샐린저가 던지는 명구 24개
거짓과 허위로 가득하고 탐욕에 찌든 기성 사회나 제도에 대한 저항을 자기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삼는 사람들을 더러더러 만난다. 그런 이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제롬 샐린저.
컬트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자는 이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문학을 떠나 한촌에서 거의 은둔과 다름없는 생활에 들어갔다. 그의 소설이 몇 세대에 걸쳐 젊은 '반항아들과 반역자들'의 지침서가 됐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다. 기성 사회의 요구에 순종하는 대신 자신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대로 살 수도 있음을 샐린저가 몸소 입증했으니 말이다.
♧ 사람이 죽었다 해서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젠장, 그건 아니야. 특히 그 사람이 여태 살아 있는 자들 그 누구보다도 더 훌륭했다면 말이야, 알겠어?
◆ 그와 나는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지. 근데 그런 것에 난 맥이 빠져.
난 항상 “당신을 알게 되어 아주 기뻐요” 하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안 좋을 때도 그렇게 한단 말이야.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면, 별의별 말을 다 입에 올리게 되는 법이야.
♠ 옳은 일을 편들어 고결하게 죽기 원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덜 여물었다는 징후야.
이에 반해 옳은 일 때문에 유순하게 살기 원한다면, 그건 성숙했다는 징후이고.
♣ 내 보기에, 인생이란 선물로 받은 말이야. (*"선물로 받은 말은 이빨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 다른 사람을 침울하게 만들기 위해 특별히 추잡하게 굴 필요는 전혀 없다. 신사나 호인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
♣ 데이트에 나오는 아가씨가 예쁘다면... 설령 늦었다 해도 화낼 사람이 누가 있겠어?! 아무도 없어!
♥ 여성의 육체는 바이올린이야. 거기서 소리가 나게 하려면 뛰어난 연주자가 되어야 한다.
☆ 갖가지 멍청한 일들이 간혹 재미를 줄 때가 있다는 점은 문제가 돼.
♨ 빌어먹을 돈 같으니! 그것 때문에 넌 늘 화를 내잖아.
♠ 너한테 기쁨을 안기는 일도 아닌데 왜 세상 모든 걸 다 알고 기지를 발휘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어야 하는 건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 정말로 내가 매료되는 책은 다 읽고 나서 금방
‘아, 이 작가와 절친한 사이가 되어 원할 때마다 통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야. 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은 거의 없어.
☞ 어디로 갈지 결정해야 하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결정한 쪽으로 즉각 가야 해. 당장 말이야.
1분이라도 허비할 권리가 너에겐 없어. 그러면 절대 안 돼.
◑ 태양이 빛나는 게 그리 나쁘진 않아.
하지만, 태양은 그것이 원할 때만 빛을 낸단 말이야.
♥ 내가 신이라면, 감상적인 사랑 따위는 전혀 받고 싶지 않아. 그건 정말 믿을 수가 없거든.
⊙ 그는 얼간이 소리를 들으면 질색하곤 했어.
한데 얼간이들은 죄다 자기네를 얼간이라 부르면 질색하지.
☆ 난 거꾸로 편집증에 시달려. 사람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음모를 꾸미는 것 같단 말이야. (다들 힘을 합쳐 나를 흙구덩이에 밀어넣고 내 이름자를 비석에 새기는 장면을 상상했어. 주변에는 온통 죽은 놈들 뿐인데, 거 참, 인간이 죽으면 다들 꼭 뒷바라지를 해주거든.)
♤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금방 멍청해지지.
☆ 사람에게 백만 년을 준다 해도, 세상 모든 벽에 적힌 외설을 다 지우지는 못해. 불가능한 일이야.
☏ (그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네" 하고 대꾸하고는 위로 올라가게 해주었어. 그거 나쁘지 않더군.) 웃기는 일이지만, 어떤 사람한테 그가 이해하지 못할 말을 잔뜩 늘어놓기만 해 봐, 그러면 그 사람은 네가 해 달라는 대로 하기 마련이야.
♡ 특히 사랑과 복싱에서는 금지된 타격이 있어. 그걸 맞으면 비명 내지르는 게 문제가 아니야. 나중에 숨도 못 쉴 거야.
♣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 고통스러운데, 사람들 없이 지내는 건 견디기 힘들어.
★ 뭔가를 지나치게 잘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곧 우쭐거리게 된다. 그때는 이미 잘하는 게 아니야.
◇ 상대방이 말하는 게 적어도 재미있고 상대가 아주 열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면, 그냥 그대로 입을 열도록 내버려두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열중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기가 좋거든.
※ 저녁나절 넓디넓은 호밀밭에서 어린애들이 뛰노는 모습을 상상했다.
조막만 한 아이들이 수천 명이나 되는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나 말고는 어른이 하나도 없단 말이야.
한데 난 절벽 가장자리,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거야, 이해가 돼?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어린애들을 붙잡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아이들은 노는 데 정신 팔려서 어디로 달려가는지도 모르잖아.
(*참조: <죽는 줄 모르고 즐기는 사람들>)
그럴 때 내가 어디선가 뛰쳐 나와 아이들을 붙잡아 떨어지지 않게 하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이라곤 그게 다야.
호밀밭의 낭떠러지 위에서 어린애들을 지키는 것, 그러니까 호밀밭의 파수꾼,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게 바보짓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난 정말 바보인가 봐.
-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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