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퍼블릭 스피킹(18) 파괴되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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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말하기 훈련이 잘 될 거라고 

 '보여져요'? 보여요?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 

한 말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그 뜻을 통하여 살기를 서로 도와줌으로 

그 사람들이 절로 한 덩이가 되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큰 덩이를 이루나니 

사람의 제일 큰 덩이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이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 

- 주시경 (1876-1914)  

 

한힌샘 주시경 (1876-1914, 국어학자, 국어운동가, 교육자)

 

옛날 얘기에요.

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에게 자기 아들을 데리고 와서 됨됨이를 좀 살펴보고 웅변술을 (스피치 기법을) 가르쳐 달라고 당부했어요.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를 가만히 뜯어보다가 결국 한마디 하고 말았네요.  

“말을 좀 해 보게. 그래야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 알 수 있지!” 

 

그래요, 이건 사람의 재질이나 교양 수준, 됨됨이 따위를 판단할 수 있는 현명하고 아주 올바른 방법입니다. 고대의 현자는 제자를 들일 때마다 그렇게 요구하곤 했어요. 

 

어떤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보고 들으면서 우리는 그 사람을 웬만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어휘와 말투, 표정, 제스처 등의 의미를 분별할 줄 안다면, 그의 지적 수준, 하는 일, 성향, 나아가서 진정성과 마음씀씀이까지 알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교언영색도 여기서는 먹히지 않아요. 걸러낼 줄 아니까요. 그러면, 사기와 협잡에 당할 일도 없겠지요. 나도 이제는 몇 마디 말하는 걸 보고 듣기만 해도 그 사람을 훤히 알 수 있어요.

 

지금 우리가 나눈 얘기를 뒤집어 보면 이런 뜻이 되기도 합니다.

곧, 우리가 말하는 내용과 투를 보고 들으면서 주변 사람들은 우리에 대한 인상을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강하게’ 받아 새겨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 (문화 수준의 지표인) 말의 정확함과 능숙함이,

- (지적 수준을 가리키는) 말의 내용이, 또

- (개성과 됨됨이를 드러내는) 말의 다른 섬세한 요소들이 다 중요합니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1889-1976)는 사람에게 ‘존재의 집’은 자연이 아니라 언어라고 설파합니다. 

나아가서, 언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현실을 만들기도 해요. 

언어는 사람을 만들기도 해요. 

지문이 다 다르듯이, 말투도 (딕션도) 사람마다 다 다르잖습니까?

지문이야 좋고 나쁜 것이 없지만, 말투는 아름답고 흉한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당신은 당신 말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고 싶나요, 아니면 흉한 것으로 만들려고 하나요? 만약 ‘적어도 꼴사납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는 마음이 든다면, 이 글을 계속 읽으세요. (제 얘기를 계속 들으세요.) 

 

아쉽게도, 이번 #액션은 긍정이 아니라 부정적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왜냐면 특히 근자에 우리말 파괴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어를 파괴하는 이들이 판치는 현실이 슬프다.
세종대왕 때 처음 국어(나라말)라는 개념이 생겼다. 우리말을 중국의 방언쯤으로 치부하고 나라말 세우기에 반대한 최만리를 비롯해 김부식, 일연 등은 국어 발전의 훼방꾼이요 파괴자였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언어는 정신세계와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한글과 우리 토박이말 쓰기를 반대하는, 현대판 국어 파괴자들이 학계며 정계, 행정계, 언론계에 널리 퍼져 있다. 그들은 영어 공용어 주장, 영어 조기 교육, 영어 창씨개명에 앞장서고, 정부 또한 장려하는 꼴이어서 나라말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기를 맞고 있다.

 

한글학자 허웅

어떻습니까?

이 인용문을 읽으면서 당신 가슴에 훈풍이 부나요, 아니면 삭풍이 몰아치나요? 궁금합니다.

의 인용은 한글학회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허웅(1918-2004) 선생께서 작고하기 얼마 전에 남긴 말씀입니다. 제가 아나운서 ‘초짜’로 우리말 연수회에 참석했을 때, 선생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기억나는군요. 

“여러분이 양해해주기 바랍니다. 제가 명색이 국어학자인데 경상도 억양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음 문제는 노력하여 해결했지만, 이 억양은…”

그윽한 음성과 소박하고 단아한 자태가 인상적이었어요.

참다운 학자의 면모를 보았어요.

우리 마음에 누군가가 늘 기억될 때, 그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닙니다.  

 

우리는 국어학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허웅 선생 말씀대로 ‘이렇게 힘든 현실에서도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말 지킴이는 되고 싶어요.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린다.”
“말이 있는 한 민족이 존재하지만, 말을 빼앗으면 민족도 사라진다.” 

 

나라말에 관한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자기 뜻을 표현하는 데 쓰는 말,

구성원들 간에 원만한 소통을 보장하는 말,

훌륭한 문학을 생성하는 언어에 관한 거예요.

우리 존재를 확인해주는 언어,

우리나라와 우리 공동체를 보전해주는 언어에 관한 거예요.

 

그런데 그걸 지키고 가꾸자고 과연 떠들어야 하나요?

그걸 국어학자나 시인, 작가, 연설가, 번역가, 배우, 성우, 아나운서 등 전문가나 관계자들만 해야 하나요?

정상적인 시민이요 교양인이라면 누구나 나서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요?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몽골, 중앙아시아, 아랍권 등지에서 한국어 열풍이 분다면서요? 기분 좋은 현상이에요. 중국어, 영어, 에스파냐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과 함께 세계 공용어 반열에 들어선다면, 그 또한 어깨 으쓱거릴 만한 일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런 우리말이 정작 본향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면…

이 무슨 모순이요 불상사란 말입니까! 

 

나는 프랑스인들을 참으로 멋있는 민족이요 국민으로 봅니다. 주관적인 인상이겠으나, 그들은 독일인들의 합리성과 정확성, 이탈리아인들의 낭만과 예술성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게 아니냐 싶은 겁니다. 프랑스를 몇 차례 드나들기는 했지만 오래 체류했거나 그 사람들을 직접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취하는 행위를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판단이 가능해요. 그들에게 박수 보내고 몹시 부럽게 여기는 것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 나치에 동조하고 부역한 민족 반역자들을 확실하게 응징했다는 점.

프랑스인들은 앞으로 혹여 외세에 점령당해 아녀자들까지 다 목숨을 잃는 상황에 처한다 할지라도 조국을 배신하는 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믿음에서 바로 민족 정기가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둘째, (그런 민족 정기를 유지하고 북돋는 수단인) 자기네 나라말과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기에 다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는 점.

지성의 전당인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자국어를 다듬고 문화 전통을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설립된 것은 이미 1635년도였어요. 

물론 지금 프랑스도 외국어, 특히 영어의 틈입 때문에 골치 아파 해요.

그러나 그들에게는 이 분야에서도 단호함이 있습니다.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자국어 사용을 법으로 의무화했어요.

어디서?

공공 문서, 학위 논문, 매스컴은 물론이고 상업용 간판이나 광고에서!  레스토랑 간판을 영어 같은 외국어로 표기했다면 적지 않은 벌금을 물게 됩니다. 그런 짓을 공무원이 할 경우에는 벌금이 훨씬 더 많아질 뿐 아니라 금고형까지 받을 수도 있어요.

더욱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자국어 사용 의무화 법 시행을 프랑스인들 열에 아홉 이상이, 90%가 넘는 이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아아, 얼마나 부러운 사람들입니까!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프랑스인들이 멋있어 보이나요? 아닌가요?

글쎄요, 제 생각에 전부나 일부에서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조지 오웰이 깔끔하고 명료한 (영국) 영어 사용을 호소하면서 우려했던 것처럼, 감상적 의고주의(sentimental archaism)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이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TIME 저널&#44; 1984&#44; Big Brother&#39;s Father 조지 오웰

 

조지 오웰(1903-1950)은 이미 오십여 년 전에 <정치와 영어>라는 시평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언어의 타락은 결국 정치와 경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분명하다.
일부 작가들의 악영향 탓만은 아니다. ......
현대 영어에는, 특히 영어 글말에는 악습이 가득한데,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모방하면서 그 나쁜 것들이 자꾸 확산된다.
하지만 이건 관심을 갖고 노력만 하면 피할 수 있다
.
이런 악습에서 벗어나면 사람은 더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고,
명료하게 생각하기는 정치 쇄신에 필요한 첫 행보이다:

오웰은 깨끗하고 좋은 영어를 위한 방법 몇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로, 유용한 약어인 i.e., e.g., etc.를 제외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 등의 외래어를 쓸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나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외래어를 쓰면 더 위엄 있고 대단해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네 상황과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요?

이건 어쩌면 말하기에서 더욱 더 조심해야 할 점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광고에서도 오류가 많이 보여요.

“완전 멋있어!” 부류의 터무니없는 말법을 버젓이 담고,

외래어를 필요 이상으로 남발하고,

심지어 혀짤배기 외국인까지 등장시키고…

그러면 더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나요? 

 

오늘날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튜어트 브리트(1907-1979)는 이런 비유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광고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둠 속에서 아가씨들에게 윙크하는 것과 진배없다.”

하지만 광고 산업의 창의적 인물들 중 한 사람인 레오 버넷(1891-1972)의 말처럼

나쁜 광고 문안이야 어떤 멍청이라도 쓸 수 있지만, 좋은 광고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정녕 재능이 필요”합니다.

광고가 공해 물질이 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말을 올바르게 써야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말이 흐려지면 생각이 흐려지고,

생각이 흐려지면 정신이 흐려지고,

정신이 흐려지면 존재 자체가 흐려진다!”  

앞에 소개한 하이데거와 다음 실습의 제사(題詞)로 삼은 톨스토이 같은 대가들의 말씀을 녹여서 만든 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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