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한국 언론의 특파원이란?
Variety/사회 현안2019. 4. 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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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 특파원? 무늬만 특파원?  

 

 

며칠 전 포털 사이트에서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다가 눈에 띈 뉴스 하나가 바로 저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안과 관련해 '한마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고심을 했어요. 

 

특파원의 표절

 

[미디어오늘]의 손가영 기자가 작성한 저 기사의 골자는... 

중앙일보의 심 아무개 뉴욕 특파원이 보내와서 지면에 담은 칼럼이, 알고 보니 월스트리트 저널이 그 며칠 전에 실은 사설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었더라. 이런 사실을 지적당하자 중앙일보는 이 칼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으며 해당 특파원의 직무를 정지한 뒤 징계 처분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 신문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언론사가 '관행'으로 행했고 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서 저도 이번 포스트의 골갱이를 미리 말씀드리자면... 

한국 여러 방송사들의 외국 주재 특파원이 보내온다는(!) 리포트 열 개 가운데 여덟 개는 국내에서, 서울에 있는 기자들이, 만드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거 말이 되는 소리야?!" 하는 반응이 쉽게 예상됩니다. 

말이 되는 소리이고, 실상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에서 어떤 사건이 터졌는데... 그와 관련된 리포트를 예를 들어 파리나 런던 주재 특파원이 전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봤을 겁니다. 

"어, 돌이켜보니 그러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하는 것인 모양이다 싶어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지!" 이런 반응을 보이는 분들은 그나마 감각이 살아 있거나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의식이 깨어 있는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왜냐하면 대다수 시청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정말 그 특파원이라는 사람이 사건 현장에 나가 취재하고 취재원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특파원이 직접 기사를 작성하고 때론 편집도 하고... 해서 제작한 리포트>라고 막연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른바 특파원들이 보내온다는 리포트의 열 개 가운데 여덟 개쯤이 제작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리 포스트 독자들께서 이해하시기에 편하도록 실례를 하나 들지요. (이 사례는 수많은 아류들 가운데서 최근의 것 하나를 무작위로 고른 것입니다. 다음 링크로 리포트를 보시고, 제가 드리는 설명을 읽으면 금방 감이 잡힐 겁니다. <이란 산 원유 제재 예외 중단...>

 

티브이 뉴스, 미국이 이란 산 원유 제재 예외 중단

 

이 특파원의 리포트가 나온 배경과 과정은 분명 이랬을 겁니다. 

1) 이란 산 원유를 둘러싸고 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발표해요. 

2) 미국의 AP, UPI, 프랑스의 AFP, 영국의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이 즉각 이 뉴스를 전송하는군요. 

3) 한국의 통신사(연합뉴스)와 언론사들이 이 뉴스를 받아 번역합니다. (KBS 정도의 방송사는 4대 통신사의 뉴스를 곧장 받지만, 규모 작은 언론사들은 <연합뉴스>가 전해주는 이 뉴스를 받아 자기네 지면에 게재하거나 방송에서 전합니다.) 

4) "이란 산 원유 수입 제재와 관련해 그 동안 예외로 두던 것도 없애겠다고 하네! 미국 정부의 이 방침은 그 자체가 굵직한 뉴스거리인데, 여기에 우리 한국도 포함되니까 더 뜨거워졌어. 이런 큰 기사를 단신 처리는 불가하고, 여기 서울에서 국제 뉴스로 전하기에도 모양이 좀 빠지는 것 같아. 그러니까 워싱턴에 얼른 연락해서 리포트 하나 만들어 보내라고 해. AP나 다른 통신사의 기사를 정리해서 보내줘. 거기서 특파원 입으로 리딩하고 '증명사진' 하나 찍어서 다시 송출해 오면 아침뉴스에 내보낼 수 있을 거야. 알았지?" 

이른바 '숙직 데스크'의 뉴스 가치 판단과 제작 지시를 미루어 짐작해 봤습니다. 이 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5) 이 뉴스 제작 지시를 받은 당직 기자가 국제 통신사의 뉴스를 번역한 연합뉴스의 기사를 워싱턴 특파원에게 보냅니다. 그때 이런 얘기를 덧붙였을 겁니다. 

"이거 아침 뉴스 시간에 내보내야 돼. 자료 화면은 여기 다 있으니까, 그냥 기사만 리딩하고 어디 거리에 나가서 그쪽 '간지'가 나는 스탠딩 하나 찍어서 보내요. 빨리! 아, 그리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코멘트는 여기서 우리가 넣을 거야. 자막도 물론 다 여기서 처리하고. 오케이? 수고~" 

6) 워싱턴 특파원은 서울에서 보내준 기사를 읽어 녹음합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중요한 작업'을 하나 하러 나갑니다. '간지'가 나는 '스탠딩' 하나 찍는 일 말이죠. (이게 대다수 한국 특파원들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니까, 정말 중요한 작업 아니겠습니까? ^^) 

이 리포트에 등장하는 특파원은 미국 국무부가 있는 The Harry S Truman Building 간판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었군요. 마치 이 리포트를 자신이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기사를 작성하여 제작한 듯한 인상을 풍기려는 듯이 말이지요!

 

7) 그렇게... 서울에서 보내준 기사를 '리딩/reading'하고 (적어도 폼페이오가 발표할 당시엔) 가보지도 않은 브리핑룸이 있는 국무부 앞 거리에서 '스탠딩' 하나 찍어 (비싼 위성 사용료를 내고, 이게 다 혈세인 것을!) 다시 서울로 송출합니다. 

 

8) 서울에 있는 담당 기자가 특파원의 '귀한 오디오와 증명사진'을 받아 거기에 자료 화면을 입히고 필요한 중국 대변인 코멘트를 넣고, 여기저기 필요한 대목에 자막을 달고... 그렇게 하여 <특파원 리포트> 하나가 태어납니다. (*중국 대변인 코멘트도 다른 수많은 자료 화면들과 마찬가지로 서방 통신사들이 보내주는, 아니, 그들한테 돈을 내고 사는, 것입니다.) 

 

"아니, 정말 이런 거야? 이게 도대체 뭣들 하는 짓이지?" 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이 분명 솟구쳤을 거예요. 하기야 예전에 제가 일하던 방송사의 '수습 기자들'이 OJT 기간에 국제부에서 야간에 이런 '따까리 일'을 한 뒤 특파원에 대한 환상이 깨졌노라고, 실망했다고 토로한 적도 있으니까요. 

 

체첸 전쟁 종군 취재

 

저는 20여 년 전에 아무개 상업방송사의 러시아 특파원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나름대로 잘 나간다고 하는 정규재TV의 정규재 씨도 같은 시기에 일했어요.) 이제 중요한 것은... 그때와 (20년이나 지난!) 지금에 이 <한국 언론의 특파원 운용> 시스템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그 골자는... 

1) 한국 언론의 특파원은 본연의 특파원 활동을 하지 않는다. (못한다.) 
2) 더 나아가, (앞에서 제가 소개한 식의) 이런 특파원 리포트나 활동은 시청자를 기망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 포스트의 독자 제위께서도 저 앞 8단계를 읽으면서 (새로운 팩트를 알게 되면서) 허탈함은 물론이고 분노심마저 치솟았을지 모릅니다.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에서도 그런 심정이 역력히 드러나니까요. 

 

특파원 표절 기사에 대한 댓글들

 

그러면... 한국 언론사들의 특파원은 왜 저렇게 무의미한 짓을 하느냐?! (제가 '무의미하다'고 일컫는 것은 특파원의 역할과 일과 활동 차원에서 그렇다는 뜻입니다. 먹고 사는 것으로야 남부럽지 않지요.) 


1) 애초에 특파원 역할 설정에 문제가 있어요. 저런 8단계 식의 일을 특파원 역할이라고 보는 한, 언론사들은 문제 의식을 전혀 갖지 못할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어느 지역에 특파원을 파견할 때, 그 기준은 '그 사람이 거기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아니라, '회사에, 경영진에 얼마나 충실하게 봉사해 왔는지'가 거의 전부니까요. 혹은, 최소한 후자를 더 우선시하니까요. 그 결과... 특파원을 일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동안 고생 많았으니 나가서 좀 쉬고 대접 받도록' 파견하는 경향이 짙으니까요. (지금도 분명 그럴 겁니다.) ** '회사에, 경영진에 충실한'이란 표현에 유념해 주세요. 시청자나 독자에게 충실한 게 아니에요! 

 

2) 그러다 보니... 특파원 활동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도 그냥 내보냅니다. 어려울 게 뭐 있겠어요? 저 8단계 식으로 일한다면! 저렇게 하는 일이야 코흘리개들도 다 할 터인데!! 

 

 

그러면 특파원 활동의 자질은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아니, 누가 보더라도) 두 가지에요. 

1) 취재 능력 

2) 현지 언어 구사 능력  

그런데... 취재 능력에 대해 거론할 생각을 하니, 좀 우울해지는군요. 취재 능력에 여러 요소가 들어가겠는데, 우린 단적으로 <질문하는 솜씨와 능력> 하나만 보겠습니다. 이게 안 될 때, 안 되는데, 취재가 알차게 될 수 있을까요? 묻는 제가 바보 같이 보일 겁니다. ^^ 

한데 우리네 기자들의 질문 솜씨나 수준은 어떤가요? 일반 시청자들이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수준을 엿보고 짐작케 할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을 많은 이들이 목격하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지요? 다시 한 번 보시지요. 

 

 

네,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정말 답답하고 민망하고 화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몇 년 지난 뒤에도 이런 식의 기사들이 또 나오는 것일까요? 

 

질문 없는 회견에 대중은 왜 분노하나

 

질문을 못하는데 무슨 취재가 되겠습니까? 어불성설이지요.


다음에 현지 언어 구사 능력에 관해 생각해 볼까요? 

예를 들어 파리 특파원으로 일하는데 프랑스어 한마디 못하고, 예를 들어 모스크바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는데 러시아에 전혀 관심 없었고 러시아어에 깜깜하다면... 이거, 일이 제대로 될까요? 묻는 제가 또 바보 같이 보일 정도 아닌가요? ㅎㅎ 

 

"아, 거야 뭐, 통역을 쓰면 되지 않겠어?!" 하고 반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수 있어요. 그렇게들 해왔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다른 외국 특파원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어요? 아니, 그렇게 거창한 목표는 젖혀 놓고, 제대로 된 정보를 신속하게 국내에 전할 수 있겠어요? 언감생심! 

 

제가 생각하기엔...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등은 현지 언어를 몰라도 영어 하나만 잘 하면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나을 거예요. 왜냐면 현지 언어를 아무리 잘 한다 해도 현지인만큼은 불가능하니까 접촉과 교섭에서 불리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특파원은 현지 언어를 반드시 잘 해야 합니다. 대통령에서부터 시정잡배에 이르기까지 두루 직접 접해야 하니까요. 또 무엇보다도 언어를 안다는 것은 그 문화를, 그 사회를, 그 사람들을 안다는 뜻이니까요. 잘 알아야 하구요!

이런 측면에서, 우리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특파원들은 거의 그렇게 합니다. 제대로 일을 합니다. 적어도 제가 일하던 러시아에서 그들은 러시아 사회를 잘 알고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현지 많은 정보원들과 교류도 꾸준하게 유지합니다. 그래서 직접 취재가 가능하며,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게 진짜 기자요, 이게 정말 특파원 아니겠어요? 

 

또 한 가지 측면은... 제가 예전에 보니까, 예를 들어 CNN 특파원들은 거의 늘 '잠바 차림'에 돌아다니고 취재하고 리포트도 하더군요. 셔츠 소맷자락 걷어붙이고 말이죠. 정확하고 신속한 취재와 리포트 제작에 그만큼 바쁘다는 뜻입니다. 

'쎄느 강변에서 버버리 코트 깃 세우고 멋진 넥타이 매고 증명사진 찍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뜻이에요. 물론 크렘린의 대통령 기자회견 같은 자리라면 격에 맞는 복장을 갖춰야겠지요. 하지만 그 외에는 넥타이 매고 양복 입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왜? 왜냐하면, 그럴 시간이 없어요! 일본 특파원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앞으로 혹시 어떤 티브이 뉴스 프로그램에서 어디에 무슨 특파원이 리포트한다고 나오는데, 양복 잘 빼 입고 멋진 넥타이 두르고 머리 모양 잘 손질하고 나왔다면... '아, 이 사람은 제대로 일하는 특파원이 아니구나, 서울에서 보내주는 기사에 입만 빌려주고 증명사진 하나 찍어 보내는 특파원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겁니다. (이건 안목을 확장하는 일입니다.) 

 

이 포스트를 작성하는 데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저로서는 내용으로 보아 별반 재미도 없고, 한편으론 무슨 내부 고발 같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그럼, 넌 얼마나 잘 났는데?" 하는 타박을 들을 만도 하다 싶어 며칠 동안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던 사안입니다. 그러다가... '그래도 많은 이들이 그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포스트를 작성하게 된 것인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제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끝났다. 
지금 같은 식의 특파원 리포트는 더 이상 만들지 말라. 이건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짓이다. 
기만이요 사기와 다름없는 일이다. 

당신이 보지 않고 듣지 않은 일을 당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말하고 전해서는 안 된다. 이런 짓은 허풍선이나 사기꾼이 즐겨 취하는 수법이다. 언론이 그래도 되는 것인가? 
"폼페이오는 제재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아니다. 
"폼페이오는 제재를 강화한다고 밝힌 것으로 AP통신이 전했습니다, 혹은, AP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제재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해야 정직한 인용이 된다. 

 

앞에서 소개한 KBS 워싱턴 특파원의 리포트 같은 경우, 특파원의 취재 흔적이 그 어디에도 없잖아요? 국무부 브리핑룸에 앉아 폼페이오의 발표를 들은 것도 아니요, 중국 대변인 코멘트를 들은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취재했을 리는 만무하고.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마치 자신이 취재한 것 같은 분위기를 잡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것은 표절이고 도적질이고 범법 행위입니다. (다른 대다수 특파원들 경우에도 대동소이합니다. 이것을 한국 언론에서는 '관행'이라 부르는 모양입니다.) 

 

신문 특파원의 표절 사건으로 시작해서 방송 특파원의 리포트 얘기만 하니까 좀 이상한가요? 하지만, 본질은 똑같습니다. (입말과 글말의 본질이 똑같듯이 말이죠. ^^) 저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이 월스트리트 저널의 사설을 거의 베껴서 자신의 칼럼인 양 서울에 보냈는데 (이런 점을 서울 본사에서는 물론,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제가 짐작하기엔 그 번역마저도 특파원이 직접 한 것은 아니고 유학생에게 맡겼을 것이라고 봅니다. (만에 하나, 제 지레짐작이 틀렸음이 드러난다면 즉각 사과하고 수정할 용의가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특파원의 리포트 열 개 가운데 여덟 개 정도가 실제로는 서울에서 제작하는 것이라면, 나머지 2할 정도는 특파원이 현지에서 직접 취재해 보도하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있어요. 한데 그것조차도 현지의 우리 교민들이나 기업 얘기, 아니면 한국에서 간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 얘기가 대부분입니다. 특파원이 주재하는 나라의 문화나 사회, 사람들에 대한 feature story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냅니다. 

 

왜냐하면, 그 나라와 사회를 잘 모르니까, 애초에 관심도 없었으니까, 어쩌다가 좋은 자리가 나서 그냥 부임한 것일 뿐이니까... 이런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러니 일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아니, 앞에서 제가 소개한 8단계 식의 일이야 해내겠지요. 하지만, 그게 무슨 특파원의 역할이란 말인가요? 소가 웃을 노릇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언론사는 다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언론사 사주나 경영진은 만약 어떤 직원이 (기자가) 애를 많이 썼고 포상과 위로를 해주고 싶다면 특파원이란 이름으로 내보낼 것이 아니라 연수를 보내든지 다른 보상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지금처럼 계속한다면 '특파원은 저런 건가 봐, 저렇게 일하는 건가 봐' 하고 잘못 된 개념과 정의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으니까요. 이건 형사 범죄는 아니라 해도, 윤리와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루이 청강 기자

 

이제 '무늬만 특파원'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짓은 이제 접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아니, 지났습니다. 특파원 파견 인력을 키워서 제대로 활용하든지, 아니면 외국 통신사 기사를 인용하는 것이라고 정직하게 밝히고 보도를 하든지 해야 합니다. 

 

인력을 제대로 키우고 대접해야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공부를 열심히 할 겁니다. 줄만 잘 서면 만사 오케이인 시대는 이제 저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더 이상 회사도 국가도 개인도 발전 못하고 성장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을 서방 통신사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 한국 기자의, 한국 특파원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본래 특파원의 역할 아니겠어요? 서방의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특파원들은 거의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못 믿겠다면, 저 오바마 기자회견에서 불쑥 튀어나온 중국의 루이 청강 기자를 보십시오. 당당하고 적극적이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천하의 오바마로 하여금 말을 더듬게 만들 정도에요. 이게 바로 기자요, 특파원입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마감 시한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이 포스트에 대한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서두른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글이 좀 거칠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퇴고를 몇 번 해야겠습니다.  

이 글 가운데 만에 하나 제 생각에 잘못 된 부분이 있어서 전-현직 특파원이나 언론계 종사자 어떤 분이든 지적해 주신다면, 확인하고 기꺼이 수정하겠습니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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