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카를손의 유령 놀이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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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계속) 

    카를손이 선반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구닐라에게 다가가서 뺨을 살짝 꼬집었습니다. 

    - 어때, 네 앞에 있는 내가 작은 허깨비라고?

    - 우린… - 크리스터가 우물거렸습니다. 

    - 흠, 네 이름이 어거스트냐? - 카를손이 크리스터에게 물었습니다. 

    - 그렇지는 않아. - 크리스터가 고개를 저었어요. 

    - 좋아. 더 계속해 보자!.. - 카를손이 말했어요.

    - 이 애들은 구닐라와 크리스터야. - 꼬맹이가 소개했습니다. 


    카를손이 뭔가를 찾듯이 두리번거리다가 서둘러 설명했습니다. 

    - 이제 좀 재미나게 노는 데 난 반대하지 않겠다. 작은 의자들을 창문으로 내던져 볼까? 아니면 그 비슷한 놀이를 한번 궁리해 볼까?

    꼬맹이는 그게 아주 재미난 놀이라고는 여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엄마와 아빠가 그런 장난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지요.

    - 흠, 너희들은 겁쟁이로구나. 그렇게 우물쭈물 망설이기만 하면 뭘 할 수 있겠냐. 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니 다른 뭔가를 궁리들 해라. 안 그러면 너희들과 안 놀겠어. 난 뭔가 재미난 짓을 해야 돼. - 카를손이 뾰로통해져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 잠깐 기다려, 우리가 이제 뭔가를 생각해낼 거야! - 꼬맹이가 애원하듯이 속삭였습니다. 

    그러나 카를손은 단단히 삐치기로 작정했는지 투덜거렸습니다. 

구닐라가 카를손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다.

  - 지금 당장 여기서 날아갈래… 

    세 아이는 카를손이 같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임을 알거나 느꼈기 때문에 가지 말라고 입을 모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를손이 볼이 부어서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어요. 

    - 물론 확실하진 않지만 안 갈 수도 있을 거야. 만약 저 애가… - 카를손이 통통한 손가락으로 구닐라를 가리켰어요. -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의 다정한 카를손” 하고 말해 준다면 말이야.

    구닐라가 기꺼이 카를손을 쓰다듬으며 정겹게 부탁했어요. 

    - 다정한 카를손, 우리랑 같이 있어 줘! 우리가 재미난 일을 꼭 생각해낼게.

    - 좋아. 그렇다면 안 가겠어. 

    아이들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꼬맹이의 엄마와 아빠는 저녁마다 산보를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 엄마가 현관에서 큰 소리로 알리는군요.

    - 꼬맹이야! 크리스터하고 구닐라가 네 방에서 여덟 시까지 놀아도 좋아. 그 다음에 넌 얼른 잠자리에 드는 거다. 아빠랑 산보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너한테 들러서 좋은 꿈을 꾸라고 기도해주마.

    그리고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네 엄마는 왜 내가 몇 시까지 있어도 좋은지는 말하지 않는 거지? - 카를손이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 다들 나를 정 그렇게 홀하게 대한다면, 난 너희들과 안 놀겠어.

    - 넌 있고 싶은 대로 있어도 돼. - 꼬맹이가 얼른 대답했습니다. 

    카를손이 입술을 더 삐죽 내밀었어요. 

    - 나는 왜 다른 애들처럼 정각 여덟 시에 가라고 하지 않는 거냐? - 목소리에 서운함이 잔뜩 담겼어요. - 싫어, 난 그렇게는 못 놀아!

    - 좋아, 엄마한테 부탁해서 너도 여덟 시에 집에 가라고 이르도록 할게. - 꼬맹이가 약속했습니다. - 그래, 뭐하고 놀면 좋을지는 생각했어?

    카를손의 표정이 순식간에 환해졌습니다. 


    - 유령 놀이를 하면서 사람들을 놀래주자. 내가 작은 홑이불 하나로 뭘 할 수 있는지 너희들은 상상도 못할걸. 나 때문에 얼이 쏙 빠지도록 놀란 사람들이 백 원씩 준다면, 난 초콜릿을 산더미처럼 살 수 있을 텐데. 난 세상에서 제일가는 유령이잖아! - 그렇게 말하면서 두 눈을 명랑하게 반짝였습니다. 

    꼬맹이와 크리스터, 구닐라가 유령 놀이를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꼬맹이가 토를 달았어요. 

    - 사람들을 꼭 무섭게 놀랠 필요는 없는데.

    - 느긋하게, 언제나 느긋하게! - 카를손이 대꾸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가는 유령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너한테 알려주지는 않겠다. 난 모든 이들을 얼이 빠질 정도로 놀라게 할 거지만, 그래도 내가 그랬는지 사람들은 알아차리지도 못할 거야. - 카를손이 꼬맹이 침대로 가서 홑이불을 벗겨냈습니다. - 적당한 물건이야. 유령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만들 수 있겠다.


    카를손이 책상 서랍에서 색연필들을 꺼내 홑이불에 무시무시한 얼굴을 그렸습니다. 그러고는 가위를 들더니 꼬맹이가 말릴 새도 없이 재빨리 눈구멍 두 개를 오렸어요. 

    - 홑이불 따위야 하찮은 것이고 일상적인 일이다. 그리고 유령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을 봐야 해. 안 그러면 여기저기 부딪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잖아.

    그러고는 홑이불을 머리부터 푹 덮어쓰고 나니, 작고 통통한 두 손만 보이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그게 홑이불을 덮어쓴 카를손인지 알면서도 좀 놀랐어요. 예파가 미친 듯이 짖어댔습니다. 카를손이 작은 모터를 켜고 샹들리에 주변을 날기 시작하자 (홑이불이 펄럭이면서) 훨씬 더 무섭게 보였습니다. 그건 정말 무시무시한 모습이었어요. 


카를손이 홑이불을 뒤집어쓰고 유령 흉내를 내니 아이들이 놀라다.


    - 난 모터가 달린 작은 유령이다! - 카를손이 외쳤습니다. - 좀 거칠기는 해도 호감 가는 유령이야!

    아이들이 날아다니는 유령을 아무 말 없이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예파는 연신 짖어대다가 그만 지치고 말았어요. 

    카를손이 말을 이었습니다. 

    - 대체로 난 비행 중에 윙윙 모터 돌아가는 소리를 아주 좋아하지만, 지금은 유령이니까 소음기를 켜겠다. 바로 이렇게!

    그러고는 소리를 전혀 내지 않으면서 몇 바퀴를 돌았는데, 그러니까 진짜 유령처럼 보이는 겁니다. 

    이제 놀래줄 사람을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 출입문으로 갈까? 누군가가 건물로 들어서다가 혼비백산하겠지!

    바로 그때 아파트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렸어요. 하지만 꼬맹이는 나가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우리 집에 올 사람은 없는데, 뭐!

    그러는 사이에 카를손이 숨을 헐떡이면서 여러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아이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간단히 설명까지 했습니다.

    - 으스스한 숨소리와 신음소리를 낼 줄 모르는 유령은 가치가 없다. 이건 유령 학교에서 어린 유령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거야

    그렇게 준비하느라고 시간이 적잖이 흘렀습니다. 


    유령을 앞세우고 아이들 셋이 현관문 앞에서 행인들을 놀래려고 계단참으로 나가려고 할 때, 발걸음 소리 같은 게 희미하게 들렸어요. 꼬맹이가 처음엔 엄마와 아빠가 산책 나갔다가 돌아오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관문에 달린 우편함 틈새로 누군가가 철사를 쑤셔 넣는 게 아니겠어요? 꼬맹이는 그게 도둑들 짓임을 금방 깨달았습니다. 

    며칠 전 아빠가 엄마한테 신문을 읽어준 것이 떠올랐거든요. 시내에 아파트 도둑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는 기사였어요. 도둑들은 먼저 초인종을 누르고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게 확인되면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서 귀중품을 훔친다는 겁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자 꼬맹이가 상당히 놀랐습니다. 크리스터와 구닐라도 꼬맹이만큼이나 놀랐어요. 크리스터는 예파를 꼬맹이 방에 두고 온 것을 무척 아쉽게 여겼어요. 예파가 짖어서 유령 놀이를 망칠까 봐 그렇게 했지요. 그런데 카를손 하나만이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 느긋하게, 언제나 느긋하게! - 카를손이 속삭였어요. - 이런 경우에 유령이 정말 쓸모가 있다. 조용히 식당으로 가자꾸나. 네 아빠는 금붙이와 보석들을 거기에 보관할 테니 말이야. 


    카를손과 꼬맹이, 크리스터, 구닐라가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식당으로 들어가서 각자 가구 뒤에 숨었습니다. 카를손은 오랜 된 예쁜 찬장으로 기어든 뒤 (엄마는 거기에 식탁보와 냅킨을 두었지요) 어찌어찌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도둑들이 식당으로 몸을 낮추고 들어오는 바람에 찬장 문을 꼭 닫지는 못했습니다. 꼬맹이가 벽난로 곁에 놓인 소파 밑으로 들어가서 조심스레 코를 내밀고 내다봤습니다. 식당 한가운데 아주 추잡하게 생긴 사람 둘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아, 이게 누군가요, 바로 필레와 룰레 아닌가요! 


꼬맹이와 동무들이 소파 밑으로 숨다.


    - 돈을 어디 두는지 알아야 돼. - 필레가 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거야 빤하지, 여기야. - 룰레가 서랍이 많이 달린, 오래 된 장식장을 가리키면서 대꾸했습니다. 

    꼬맹이는 알고 있었어요. 엄마는 그 서랍들 중 하나에 생활비를 넣어두고 다른 서랍에는 할머니가 선사한, 예쁘고 값비싼 반지와 브로치들 또 아빠가 사격대회에서 받은 금메달들을 보관했거든요. 

    ‘그 물건들을 훔쳐 가면 안 되는데.‘ 꼬맹이가 생각했어요.

    - 넌 여기서 찾아봐라. - 필레가 나직이 말했습니다. - 난 주방으로 가서 은제 스푼과 포크들이 있는지 보겠어.

    필레가 사라지고 룰레가 장식장 서랍들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갑자기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돈을 발견한 모양이야.’ 꼬맹이가 생각했습니다. 

    룰레가 다른 서랍을 빼들고는 또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반지와 브로치들을 본 겁니다. 


    그러나 휘파람 소리가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왜냐면 그 순간 찬장 문이 활짝 열리고 소름 끼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유령이 튀어나왔으니까요. 룰레가 고개를 돌려 유령을 보자마자 기겁하여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지르면서 돈이며 반지, 브로치 등속을 죄다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유령으로 변장한 카를손이 도둑 둘을 놀래 쫓아내다.


    유령이 도둑 주변을 뱅뱅 돌면서 신음소리도 내고 탄식하는 소리도 내더니, 갑자기 주방으로 쏜살같이 날았습니다. 일 초도 지나지 않아 주방에서 필레가 뛰쳐나왔어요.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 울레, 류령이 있어, 저기! - 필레가 울부짖었어요. 

    사실은 “룰레, 유령이 있어, 저기!” 하고 말하려 했지만, 공포에 질려서 혀가 꼬이다 보니 철자가 바뀌어 나온 겁니다.

    그래요, 놀랄 만도 했지요! 유령이 바짝 뒤쫓아 날아오면서 무시무시한 신음소리와 한숨소리를 내는 바람에 그야말로 숨이 멈출 정도였으니까요. 

    룰레와 필레가 문 쪽으로 달려갔지만, 유령이 도둑들 주변을 감돌며 따라붙었습니다. 둘은 어찌나 무서웠든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현관을 거쳐 계단참으로 도망쳤습니다. 유령이 그 뒤를 바짝 쫓아 계단 아래로 내몰면서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로 몇 번 외쳤습니다.

    - 느긋하게, 언제나 느긋하게! 이제 내 손에 붙잡히면 너희는 더 재미날 거다!

    그러나 잠시 뒤 유령도 힘이 빠져서 식당으로 돌아왔습니다. 꼬맹이가 마룻바닥에 흩어진 돈과 반지, 브로치 등속을 주워서 다시 제 자리에 돌려놓았습니다. 구닐라와 크리스터는 필레가 주방과 식당 사이에서 쩔쩔매다가 떨어뜨린 포크와 스푼을 다 주워 모았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가는 유령은 바로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다. - 유령이 외치면서 홑이불을 벗었습니다. 

    아이들이 웃었어요. 행복했지요. 그리고 카를손이 한마디 더 했어요.

    - 도둑을 겁줘야 할 때는 유령이 최고다. 그런 사실을 사람들이 안다면, 작고 고약한 유령을 시내에 있는 현금 출납구마다 당장 배치할 거야.

    꼬맹이는 위기를 잘 넘긴 것이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보탰어요. 

    - 사람들이 참 어리석어, 유령을 믿다니 말이야. 웃기는 거지! 아빠 말로는, 초자연적이란 것은 있지도 않대. - 그러면서 그 말을 확인하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저 도둑들은 정말 멍청해. 찬장에서 유령이 튀어나왔다고 생각하다니! 사실, 그건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었는데, 하하하. 초자연적인 것이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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