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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카를손이 유령 놀이를 하다



꼬맹이가 지붕에 어떻게 올라가게 된 건지를, 다음 날 점심식사 때가 되어서야 부모님이 물었습니다. 

- 다락에 있는 지붕창을 통해 기어 올라간 거니? 

엄마 물음에 꼬맹이가 느긋하게 대답했습니다. 

- 아니,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과 함께 날아갔어.

엄마와 아빠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서로 마주보았습니다. 

- 자꾸 그렇게 나오면 곤란하다! 그 카를손이라는 사람 때문에 난 정말 미칠 것만 같아! - 엄마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 얘야,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 같은 건 전혀 없단다. - 아빠도 한마디 얹었습니다.

- 없다고?! 어쨌든 어제는 있었어.

꼬맹이가 고집을 부리자 엄마가 염려하는 빛으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 곧 방학이 시작돼 네가 할머니 댁에 가게 되니 다행이구나. 거기서는 카를손이 널 못살게 굴지 않겠지.


그런 계획을 꼬맹이는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여름내 꼬맹이를 시골 할머니한테 보낸다는 겁니다. 그건 두 달 동안 카를손을 못 본다는 뜻이에요. 

물론, 여름에 할머니 집은 아주 좋아. 거기서는 늘 즐거워. 하지만 카를손이… 내가 도시로 돌아올 때 카를손이 지붕 위에서 더 이상 살지 않는다면?

꼬맹이가 식탁에 팔꿈치를 괴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습니다. 카를손이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 식탁에 팔꿈치 올리면 안 된다는 걸 몰라? 

베탄 누나가 가볍게 나무라는 소리에 꼬맹이가 불퉁거렸습니다.

- 너나 잘 해!

엄마도 누나 편을 드는 것처럼 말하는군요.

- 식탁에서 팔꿈치를 떼라, 꼬맹이. 양배추를 놓아줄까?

- 싫어. 양배추를 먹을 바엔 죽는 게 더 낫지!

- 저런! “고맙지만 안 먹을래요” 하고 말해야지. - 아빠는 가볍게 탄식까지 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억만금 값이 나가는 아이에게 왜 호통만 치는 거지’ 하고 꼬맹이가 생각했지만,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 내가 “양배추를 먹을 바에는 죽는 게 더 낫지” 하고 말하는 건, “고맙지만 안 먹겠어요” 하는 뜻이라는 걸 엄마 아빠가 잘 알잖아.

막내가 항의하자 아빠가 가볍게 타일렀습니다.

- 교양 있는 이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단다. 넌 교양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니?

- 아니요, 아빠. 난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엄마와 보쎄 형과 베탄 누나가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꼬맹이는 식구들이 무엇 때문에 웃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아빠를 두고 웃는다고 생각했지요. 그건 어떡하든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빠를 똑바로 보면서 다시 말했습니다.

- 응, 난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아빠는 아주 좋은 분이야!

- 고맙다, 얘야. 근데 정말 양배추를 먹지 않을래? - 아빠 목소리가 한결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 먹지 않을래. 양배추를 먹을 바엔 죽는 게 더 낫지!

- 하지만 이건 몸에 아주 좋은 건데.

엄마 한숨 소리를 들으면서도 꼬맹이가 지지 않았습니다.

- 그럴지도 모르지. 맛이 없는 음식일수록 몸에 좋다는 걸 난 벌써부터 알아차렸어. 왜 비타민은 다 맛없는 것에만 들어 있는 걸까?

- 비타민은 초콜릿과 껌에도 당연히 들어 있어야 돼. - 보쎄 형이 재치를 부렸습니다.

- 아하, 오랜 만에 말 같은 말을 하네. - 꼬맹이가 퉁명스레 대꾸했습니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꼬맹이가 자기 방으로 갔습니다. 카를손이 얼른 와 주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며칠 안에 시골로 떠날 텐데, 그래서 이제 둘은 더 자주 봐야 했습니다.

카를손도 꼬맹이가 자기를 기다린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꼬맹이가 창문에 코를 박는 순간 번쩍 나타났지 뭡니까. 

- 오늘은 열이 없어? - 꼬맹이가 물었어요.

- 나한테? 열이라고?.. 흠, 난 열이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어! 이건 암시다, 암시.

- 열이 없다고 자기암시를 했단 말이야? - 꼬맹이가 놀라서 물었어요. 

- 아니, 그게 아니라, 나한테 열이 없다고 너에게 암시를 준 거야. - 카를손이 재미있다는 듯이 대답하고 웃으면서 덧붙였습니다. - 알아맞혀 봐라. 세상에서 누가 가장 기발한 착상을 하지?


카를손은 잠시도 한 자리에 있지 않았어요. 얘기를 나누면서 줄곧 방안을 돌아다니고, 손에 잡히는 걸 다 건드리고, 상자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닫고, 물건 하나하나를 다 아주 흥미롭게 들여다봤습니다.

- 그래, 오늘은 나한테 열이 전혀 없다. 오늘 난 황소처럼 튼튼하고 가볍게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

꼬맹이 역시 기분 전환을 마다할 리 없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아빠와 엄마, 보쎄 형과 베탄 누나가 드디어 카를손을 보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야 앞으로는 카를손 얘기가 헛소리라고 손사래를 치지 않을 테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 잠깐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그러고는 바람처럼 식당으로 달려갔습니다. 보쎄와 베탄은 집에 없었어요. 그건 물론 아주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대신 엄마와 아빠가 벽난로 곁에 앉아 있었어요. 꼬맹이가 한껏 흥분하여 말했습니다. 


- 엄마, 아빠. 얼른 내 방으로 가 봐요!

카를손에 대해 일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미리 알리지 않고 보게 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여겼거든요.

- 네가 우리랑 같이 앉지 않으련? - 엄마가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꼬맹이는 엄마 손을 잡아끌었어요. 

- 아니, 엄마 아빠가 내 방에 가야 돼. 거기서 뭔가를 보게 될 거야…

길지 않은 대화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꼬맹이를 앞세우고 방으로 갔습니다. 꼬맹이가 흐뭇한 마음으로 자기 방문을 활짝 열었지요. 

마침내 엄마와 아빠가 카를손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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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만 울음을 터뜨릴 뻔했습니다. 그만큼 풀이 죽은 거지요. 바로 얼마 전 식구들을 카를손하고 인사 나누게 하려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방안이 텅 비어 있었던 겁니다. 

- 그래 우리가 봐야 할 게 뭐니? 

엄마 말에 꼬맹이가 입속말로 웅얼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아, 특별한 건 아니고…

다행히도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빠가 전화를 받으러 갔고, 엄마는 오븐에 파이를 넣어둔 것을 기억하고 서둘러 주방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꼬맹이가 난처하지 않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풀죽고 화나서 의자에 걸터앉은 꼬맹이

혼자 남게 되자 창가에 앉았어요. 카를손에게 아주 화가 나서, 만일 다시 온다면 한바탕 퍼부어 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옷장 문이 열리고, 거기서 카를손이 천연덕스럽게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꼬맹이가 놀라서 돌처럼 굳었지요.

- 내 옷장 안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 거기서 쪼그리고 있었다고 말해야 하나?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닐 거야. 내가 잘못한 게 뭔지 생각했다고 말해야 하나? 그것도 사실이 아닐 거야. 그러면, 선반에 누워서 쉬고 있었다고 말해야 하나? 그래, 그게 사실일 거야! - 카를손이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꼬맹이는 화가 잔뜩 났었다는 사실을 금방 잊었습니다. 카를손이 나타난 것이 마냥 기쁘기만 했어요.

옷장 문을 열고 빼꼼히 내다보는 카를손

- 이 멋있는 옷장은 숨바꼭질하기에 딱 좋다. 좀 놀아 볼까? 내가 다시 선반에 누울 테니까, 네가 날 찾아라.

그러고는 꼬맹이 대답도 듣지 않고 옷장으로 들어갔어요. 위쪽 선반에 숨으려는지 기어오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됐어, 이제 찾아라! - 카를손이 소리쳤습니다. 

꼬맹이가 옷장 문을 열고는 선반에 누워 있는 카를손을 금방 보았지요. 그러자 카를손이 고함을 질렀습니다.

- 에이, 넌 아주 마음에 안 든다! 뭐야, 일단 침대 밑이라든지 책상 뒤, 아니면 다른 어디서 조금이라도 찾는 체할 수는 없었냐? 그렇게 나온다면 너랑 더 못 놀지. 퉤, 넌 혐오스러워! 


그때 현관에서 벨 소리가 울리고, 이어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 꼬맹이야, 크리스터와 구닐라가 놀러왔구나.

그 소리에 카를손의 기분이 다시 좋아졌어요. 그래서 꼬맹이한테 소곤거렸습니다. 

- 잠깐, 이제 우리가 저 애들한테 장난 좀 치자! 내가 들어가면 옷장 문을 단단히 닫는 거야…

꼬맹이가 옷장 문을 닫자마자 구닐라와 크리스터가 방에 들어섰어요. 


그 아이들도 같은 거리에 살고, 셋은 같은 학급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꼬맹이는 구닐라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엄마한테 ‘끔찍하게 예쁜’ 여자애라고 자주 얘기했습니다. 물론 크리스터도 아주 좋아했고, 이마에 난 혹도 이미 용서했답니다. 사실 크리스터하고는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늘 금방 화해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꼬맹이가 크리스터만이 아니라 거리의 거의 모든 아이들과 싸우면서도, 구닐라를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네가 구닐라를 한 번도 밀어붙인 적이 없다니, 어째서 그렇지?”

언젠가 엄마가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 애는 ‘끔찍하게 예뻐서’ 건드릴 일이 없어.”

그렇긴 해도 구닐라가 가끔은 꼬맹이를 아주 화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제 셋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꼬맹이가 카를손 얘기를 했더니, 구닐라는 깔깔대면서 그건 다 꾸며낸 얘기라고 말하지 뭐에요. 크리스터도 구닐라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서 꼬맹이가 홧김에 밀치자 크리스터가 꼬맹이에게 돌멩이를 던진 겁니다. 


그러나 이제 그 아이들은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꼬맹이한테 놀러왔고, 크리스터는 자기 애완견 예파까지 데리고 왔어요. 예파를 보자 꼬맹이는 어찌나 기쁜지 옷장 속 선반에 누워 있는 카를손도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예파가 껑충껑충 뛰면서 짖었어요. 


꼬맹이 친구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놀러오다.


‘세상에서 강아지보다 더 좋은 건 없어‘ 하고 생각하면서 꼬맹이가 예파를 안고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크리스터는 한쪽에 서서 꼬맹이가 예파와 친근하게 노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어요. 예파가 바로 자기 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꼬맹이가 마음껏 데리고 놀아도 좋다고 생각한 겁니다.

꼬맹이가 예파와 정신없이 노는 중에 구닐라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뜬금없이 물었습니다.   

- 근데 지붕 위에 사는, 네 친구 카를손은 어디 있니? 우린 그 사람이 네 방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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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야 비로소 꼬맹이는 카를손이 옷장 선반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카를손이 어떤 장난을 하려고 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 사실을 크리스터와 구닐라에게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요.

- 구닐라, 너는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을 내가 지어낸 거라고 생각하지? 그 사람은 허깨비라고 어제 네가 말했잖아.

- 물론, 그 사람은 허깨비야. - 구닐라가 냉큼 대답하면서 호호 웃는데, 양쪽에 볼우물이 패였습니다. 

- 만약, 허깨비가 아니라면? - 꼬맹이가 은근하게 물었어요. 

- 하지만 그 사람은 정말 꾸며낸 거잖아! - 크리스터가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 그렇지 않단 말이야! - 꼬맹이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러고는 이 다툼을 주먹다짐이 아니라 말로 푸는 게 더 나은지, 아니면 크리스터를 그냥 단박에 밀어버리는 게 더 나은지, 생각을 정리하려는 순간, 옷장에서 난데없이 닭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렸습니다.

꼬-끼-오!

- 어, 이게 무슨 소리야? - 구닐라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놀라는 바람에 버찌처럼 빨간 입술을 떡 벌렸어요.

꼬-끼-오!

옷장에서 다시 소리가 들리는데, 진짜 수탉들이 우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 뭐야, 옷장에서 수탉을 키우니? - 크리스터도 놀랐어요. 

예파가 으르렁대면서 옷장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꼬맹이가 깔깔 웃었어요. 어찌나 우습든지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꼬-끼-오!

닭소리가 세 번째 울렸습니다. 

- 옷장을 열고 뭐가 있는지 봐야겠어. - 구닐라가 호기심을 보이며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크리스터도 그쪽으로 폴짝 뛰어가서 함께 옷장 안을 들여다봤습니다. 


처음에는 줄줄이 걸려 있는 옷들만 눈에 들어왔지만, 곧 위쪽 선반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어요. 크리스터와 구닐라가 선반 위에 작고 퉁퉁한 사람이 누워 있는 걸 보게 됐습니다. 그 사람은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편하게 누워서 오른쪽 작은 발을 까닥이고 있었습니다. 장난기 많은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옷장 속에 숨어 있던 카를손을 꼬맹이 동무들이 보고 놀라다.


크리스터와 구닐라가 어찌나 놀랐는지 그 사람을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고, 예파 혼자 계속 나직하게 으르렁거렸습니다. 


구닐라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습니다. 

- 이게 누구야?

- 한낱 작은 허깨비일 뿐이다. - 이상한 사람이 대꾸하고는 발을 한층 더 힘차게 까딱거렸습니다. - 나는 누워서 쉬고 있는 작은 판타지야. 간단히 말하면, 허깨비지!

- 이… 이건… - 크리스터가 말을 더듬었습니다. 

- …편하게 누워서 닭소리를 내는 작은 허깨비다. - 그 사람이 말을 받았습니다. 

- 바로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이야! - 구닐라가 속삭였어요.

- 물론이지, 누가 또 있겠냐! 꼬부랑 할머니가 숨어들어 누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꼬맹이는 허리가 끊어져라 웃어댔습니다. 넋을 놓고 있는 크리스터와 구닐라가 아주 멍청하게 보였거든요. 

- 이 애들은 벙어리가 됐을 거야. - 꼬맹이가 겨우 입을 뗐습니다.


(카를손이 선반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구닐라에게 다가가서 뺨을 살짝 꼬집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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