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공연 '기적의 밤' (7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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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장 계속) 


    카를손의 수다에 꼬맹이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지금은 어린 강아지 외에는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카를손이 잠시 재미나게 노는 것도 싫지는 않다고 말할 때조차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카를손이 입술을 삐죽이며 밝혔습니다. 


    - 싫으면 관둬라! 넌 이 개하고만 줄곧 장난치는데, 나도 뭔가 하고 싶다.

    구닐라와 크리스터가 편들고 나서자, 카를손이 부은 볼을 가라앉히면서 말했습니다.

    - 얘들아, ‘기적의 밤’ 무대를 만들자. 알아맞혀 봐, 세상에서 제일가는 마법사가 누구지?

    - 물론 카를손이지! - 꼬맹이와 크리스터, 구닐라가 입을 모아 외쳤습니다.  

    - 그렇다면, ‘기적의 밤’이라는 공연을 벌이기로 결정이 된 거냐?

    카를손이 묻자 아이들이 또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 그래, 그래!  

    - 공연 입장료는 캔디 하나로 정하는 거야?

    - 맞아. - 아이들이 동의했어요. 

    - 입장료로 받은 캔디는 자선 목적으로 쓴다는 것도 결정한 거지?

    - 어떻게? - 아이들이 어리둥절했습니다.  

    - 진짜 자선이라는 건 하나밖에 없다. 바로 카를손을 돕는 거야. 

    아이들이 어리둥절하여 서로 멀거니 쳐다봤습니다. 


    - 아, 어쩌면… 

    크리스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카를손이 바로 말을 가로막았어요.

    - 아니, 우리는 이미 결정 내렸다! 그게 아니라면 난 안 놀 거야.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은 모은 캔디를 전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입장료로 캔디를 지불하다.


    크리스터와 구닐라가 거리로 달려 나가서 아이들에게 이제 저 위 꼬맹이 방에서 ‘기적의 밤’이라는 큰 공연이 시작될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그러자 백 원짜리 하나만 있는 아이들까지 포함해 다들 상점으로 달려가서 저마다 ‘입장료 캔디’를 샀습니다.

    꼬맹이 방문 앞에 구닐라가 서서 구경꾼들한테 캔디를 받아 ‘자선을 위해’라고 적힌 상자에 넣었습니다. 


    방 한가운데 크리스터가 손님용 의자들을 쭉 늘어놓았습니다. 방 한 구석에 걸려 있는 홑이불 뒤에서 나직하게 어르는 말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키레라는 이름의 사내애가 물었습니다.

    - 우리한테 뭘 보여줄 건데? 만약 시시한 거면 캔디를 돌려달라고 할 거야.

    꼬맹이와 구닐라, 크리스터는 이 키레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늘 불평만 늘어놓는 편이었거든요


    그때 홑이불 뒤에서 꼬맹이가 작은 강아지를 안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의기양양하게 알렸습니다. 

    - 이제 여러분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마술사와 학식이 있는 개 알베르트를 보게 될 겁니다!

    그러자마자 홑이불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어요.

    - 네, 지금 공표한 대로 세상에서 제일가는 마술사가 등장합니다!!

    그 목소리와 동시에 카를손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차림새가 요란했습니다.  


    머리에는 꼬맹이 아빠의 실크해트를 쓰고 어깨에는 엄마의 격자무늬 앞치마를 걸쳤는데, 앞치마를 턱 밑에서 화려한 나비댕기로 묶은 겁니다. 이 앞치마가 카를손에게는 마술사들이 흔히 걸치고 나타나는 검은 망토를 대신했어요. 다들 기대가 커서 따스한 박수를 보냈습니다. 키레만 빼고 말이지요. 


꼬맹이가 강아지를 안고 무대로 나와 카를손을 소개하다.



    카를손이 허리 굽혀 인사했습니다. 아주 흡족한 모습이었어요. 인사를 끝내자 실크해트를 벗고는 모자 안이 텅 비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였습니다. 그건 마술사들이 흔히 하는 행동과 아주 똑같았어요.


    - 신사 숙녀 여러분, 이 모자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걸 확인해 주세요. 보시다시피 완전히 텅 비었습니다. 

    꼬맹이는 언젠가 서커스에서 본 마술사의 공연을 떠올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이제 저 모자에서 잿빛 토끼를 꺼내겠지. 카를손이 실크해트에서 토끼를 꺼낸다면 진짜 재미날 거야!‘ 

    - 이미 말씀드린 대로 여기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 카를손이 우울하게 말을 이었습니다. - 그리고 여러분이 여기에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면, 여기엔 절대 그 무엇도 있지 않을 겁니다. 지금 보니까, 저 앞에 앉은 어린 대식가들이 캔디를 먹고 있군요. 이제 우리가 이 실크해트를 한 바퀴 돌리면, 여러분은 여기에 캔디를 하나씩 던지게 될 거예요. 자선을 베풀기 위해 여러분이 기부를 하는 거지요.


    꼬맹이가 모자를 들고 한 바퀴 돌았습니다. 사탕이 가득 채워졌어요. 그 모자를 카를손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카를손이 건네받은 모자를 흔들면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 봐요, 이 모자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네요! 만약 모자가 꽉 채워졌다면, 이렇게 소리가 나지는 않을 겁니다.

    카를손이 캔디를 하나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습니다. 

    - 그래요, 이게 바로 자선이라는 겁니다! - 그렇게 외치고는 턱을 더 부지런히 놀렸습니다. 

    키레 하나만이 손에 두툼한 봉지를 들고 있으면서도 모자에 캔디를 한 개도 넣지 않았습니다. 

    - 자, 소중한 친구들이여, 그리고 키레 너도, 다들 보세요. - 카를손이 말했습니다. - 여러분 앞에 학식 있는 개 알베르트가 있습니다. 이 개는 뭐든지 할 수 있답니다. 전화도 걸고 날아다니기도 하고 빵을 굽기도 하고 말도 하고 다리를 들어올리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 순간 강아지가 정말로 작은 발을 들었어요. 그것도 키레가 앉아 있는 의자 곁에서. 그리고 금방 마룻바닥에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 


    - 이제 여러분은 내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이 개는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답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키레가 쏘아붙이고는 자기 의자를 물웅덩이에서 떼어놓았습니다. - 강아지들이 이런 마술이야 다 하지. 알베르트한테 말을 몇 마디 하게 해 봐. 그게 좀 더 힘들 걸, 헤헤헤!

    그러자 카를손이 강아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 알베르트, 정말 너한테는 말하는 게 힘드니?

    - 아니. - 강아지가 뱃속에서 나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 담배 피울 때만 말하기가 힘들어.

    아이들이 깜짝 놀라 다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강아지가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꼬맹이는 강아지 뒤에서 카를손이 말하는 것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기까지 했어요. 왜냐면 말하는 강아지보다 평범한 강아지를 갖고 싶었으니까요.



카를손이 푸들을 데리고 무대에 나와 공연을 벌이다.



    - 사랑스러운 알베르트야, 너는 우리 친구들과 키레에게 개의 생활에 관해 무엇이든 얘기해 줄 수 있겠니?

    카를손이 부탁하자 알베르트가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그저께는 영화관에 갔었어. - 그렇게 말하면서 카를손 주변을 즐겁게 겅중겅중 뛰었어요. 

    - 물론, 그랬겠지. - 카를손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 아, 그래! 내 옆 의자에 빈대 두 마리가 앉아 있더군. - 알베르트가 계속 입을 놀렸습니다. 

    - 어, 그게 무슨 말이냐! - 카를손이 놀랐습니다. 

    - 아, 그래! 나중에 거리로 나와서 얘기 들으니까 한 벼룩이 다른 벼룩에게 그러는 거야. “어떡할래, 집에 걸어서 갈까 아니면 개를 타고 갈까?"


    아이들은 모두 이것이 설령 ‘기적의 밤’과는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좋은 공연이라고 여겼습니다. 키레 하나만 여전히 얼굴을 찌푸렸어요.

    - 이 개가 빵을 구울 줄도 안다고? 

    키레가 비웃듯이 말하자, 카를손이 강아지에게 물었습니다.

    - 알베르트, 넌 빵을 굽니?  

    알베르트가 하품을 하고 바닥에 엎드려서 대답했습니다. 

    - 아니, 할 줄 모르는데…

    - 헤헤헤! 내 그럴 줄 알았지! - 키레가 소리쳤어요. 

    - …왜냐면 지금 누룩이 없으니까. - 알베르트가 말을 마쳤습니다. 


    아이들이 다 알베르트를 아주 좋아했지만, 키레는 여전히 고집을 부리면서 요구했어요.

    - 그렇다면 한 번 날아 보라고 해. 나는 데는 누룩이 필요 없으니까.

    - 알베르트, 한번 날아 볼래? - 카를손이 강아지에게 물었습니다. 

    강아지는 잠이 든 듯했지만, 그래도 카를손의 물음에 대답은 했어요. 

    - 암, 기꺼이 하지. 그러나 네가 나랑 같이 난다면 나도 날겠어. 왜냐면 나는 어른들 없이 혼자 날지는 않겠다고 엄마한테 약속했으니까.

    - 그렇다면 이리 와라, 귀여운 알베르트야.

    카를손이 강아지를 마룻바닥에서 들어 올렸습니다. 

카를손이 강아지를 안고 창밖으로 날다.

    눈 깜짝할 새에 카를손과 알베르트가 날아올랐습니다. 처음엔 천장으로 날아올라 샹들리에 주변을 몇 바퀴 돌더니 곧장 창밖으로 나갔습니다. 키레가 어찌나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어요.


    아이들이 우르르 창가로 몰려가서 카를손과 알베르트가 지붕 위로 날아다니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한데 꼬맹이는 겁이 나서 소리쳤어요. 

    - 카를손, 카를손, 내 강아지를 데리고 돌아와!

    카를손이 순순히 말을 들었습니다. 금방 돌아와서 알베르트를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강아지가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아주 놀란 표정이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날아 본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 오늘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더 보여줄 게 없어요. - 카를손이 관객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뒤, 키레에게 다가가서 통통한 손으로 툭 치며 거칠게 말했습니다. - 그리고 넌 앞으로 교육 좀 받아야겠다!

    키레는 카를손이 뭘 원하는지 금방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 캔디를 내놔야지! - 카를손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어요. 

    키레가 봉지를 꺼내 카를손에게 넘겼어요. 사실은 캔디 한 개를 더 자기 입에 넣은 뒤 그렇게 한 겁니다.

    - 인색한 꼬마야, 부끄러운 줄 알아라!..

    카를손이 그렇게 말하고는 눈길로 뭔가를 서둘러 찾으면서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 근데 자선기금 상자는 어디에 있는 거야? 

    구닐라가 자기가 모은 ‘입장료 캔디’ 상자를 건네주었습니다. 구닐라는 캔디를 잔뜩 얻은 카를손이 이제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카를손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상자를 낚아채더니 캔디를 열심히 세기 시작했습니다.

    - 전부 열다섯 개로군. 저녁식사로 충분해… 잘들 있어라! 난 저녁 먹으러 집으로 가겠다.

    그러고는 창밖으로 날아갔습니다. 


    아이들이 흩어지기 시작했어요. 구닐라와 크리스터도 자기네 집으로 돌아갔어요. 알베르트와 둘만 남게 되자, 꼬맹이는 아주 좋았습니다.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고 뭔가를 속삭였습니다. 강아지가 꼬맹이 얼굴을 몇 번 핥다가 코를 골면서 달콤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세탁소에서 돌아온 뒤 모든 게 금방 달라졌습니다. 꼬맹이가 아주 시무룩해졌어요. 엄마는 알베르트가 집 없는 강아지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겁니다. 그리고 알베르트 목걸이에 새겨진 번호로 전화를 해서 자기 아들이 작고 검은 푸들 강아지를 발견했다고 알렸지 뭡니까. 


    꼬맹이가 강아지를 안고 전화기 곁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안달했어요. 

    - 제발 그 사람들이 주인이 아니어야 할 텐데…

    하지만, 아아, 전화 받은 사람이 강아지 주인인 것으로 드러났어요!

    엄마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말했습니다. 

    - 아들아, 보비의 주인이 누군지 알겠니? 스테판 알베르트라는 이름의 소년이란다.

    - 보비라고? - 꼬맹이가 되물었어요. 

    - 그래, 이 강아지 이름이란다. 스테판은 여태껏 울고 있었다는구나. 일곱 시에 찾으러 올 거야.

    꼬맹이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고 두 눈에서 불꽃이 일었습니다. 강아지를 더 꼭 끌어안고는 엄마한테 들리지 않게끔 강아지 귀에 대고 소곤소곤 속삭였어요. 

    - 귀여운 알베르트, 네가 내 강아지가 되기를 얼마나 원했는데!

    일곱 시가 되자 스테판 알베르트가 와서 강아지를 데려갔습니다.


    꼬맹이가 침대에 엎어져서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슬픈지 듣는 사람마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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